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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드는 나무 커틀러리 DIY - 30인의 목공예가가 소개하는 커틀러리 & 다이닝 소품 350점
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송혜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어릴적에 읽은 동화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나이 든 부모를 공경하라는 뜻이 담긴 내용이었는데, 노모가 식사를 하면서 손이 떨려 자꾸만 그릇을 떨어뜨려 깨뜨리니 아들과 며느리가 구박을 하며 나무 그릇에 식사를 담아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어린 아들이 나무 조각을 만지는것을 보고 뭐 하느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부모님도 나이들어 그릇을 잘 못잡게 되면 사용해야 하는 나무 그릇을 만들어놓으려고 한다고 대답을 했고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친 부모는 늙으신 어머니를 잘 모시면서 살았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때문인지 나는 나무 그릇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었다. 괜히 나무로 된 식기를 보면 마음 어딘가 불편하고 별로 좋지 않은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무의 결이 이뻐보이고 나무 소품의 느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무 그릇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오히려 친환경적이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나무로 만든 소품들이 좋아진 것이다. - 물론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환경에 대한 생각과는 달리 무분별하게 베어지는 나무의 희생이 아니라 편리한 도구로 사용을 하고난 후 그 수명을 다하면 또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런 나무 소품이 좋아진것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식기를 나무로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 물론 나무젓가락은 많이 사용하니까 익숙하지만 나무 숟가락은 처음 봤을 때 좀 낯설기는 했다. 그런데 나무 국자, 나무 밥자, 특히 프라이팬에 볶음 요리를 할 때 나무 주걱을 이용해 요리를 할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나무 커틀러리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고 있다.
사실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할 때 긁힘 방지 때문에 나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불 위에 올린 프라이팬에 그냥 얹어놨다가 불에 탄 자국이 무늬처럼 생겨난 나무 주걱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것이 보기 싫다기보다 오히려 디자인처럼 무늬를 남겨 더 아끼며 사용하고 있다. 나무 커틀러리의 또 다른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일본의 목공예가들의 커틀러리 소품들 사진이 한가득 실려있는데 – 작품 사진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이 실려있기도 하고 용어와 도구 해설, 나무의 강도와 목재 구입난이도, 나무 커틀러리의 손질과 보관 방법도 실려있어 보는 즐거움과 만들어볼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일본책의 번역이어서 목재 구입에 대한 부분은 우리의 현실과 같을수는 없다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한가지 독특하고 놀라웠던 것은 손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손잡이 부분을 잡기 편하게 곡선으로 휘게 만들어진 숟가락이었다. 설명을 읽기 전에 작품 사진만을 봤을 때는 디자인일뿐일까 싶었는데 직접 세심하게 손잡이의 휘어지는 각도를 사용자에게 맞춰 만들었다고 하니 왠지 좀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숟가락뿐만 아니라 포크, 나무상자, 도시락, 냄비받침, 그릇과 컵까지 매끈하게 잘 깎여있는 커틀러리도 있고 나무결을 그대로 살려 무늬로 남겨두거나 조각칼로 다듬은 결을 그대로 살려 그것을 하나의 무늬처럼 만든 커틀러리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 ‘손으로 만드는 나무 커틀러리’이고 내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도움과 팁을 주는 DIY 책인데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저 작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책에는 너무 멋진 작품만을 실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