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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평점 :
책 제목을 계속 헷갈려하면서 버릴 것 남길 것 간직할 것,이라고 버릴 것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런 생각의 습관 자체가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정리는 곧 버리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한달쯤 전, 사무실로 쓰이던 공간을 청소해주러 갔었는데 자료로 잘 간직되고 있던 서류들, 오래 된 책들을 보면서 이 많은 책들이 당사자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고 소중한 추억과 필요한 자료가 될지 모르겠으나 청소를 위해 찾아간 내게는 그저 버려질 폐지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곰팡이가 피고 먼지가 쌓여가고 있는 책들이 더이상 책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할 때 그건 단순히 폐지 이상의 의미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문득 집에 쌓여있는 수백권의 책들이 떠올랐다. 이제 집에 가면 내가 정리할 수 있을 때 책정리부터 시작을 해야하겠다... 싶었는데.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정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여서 그런지 단순한 정리법이라는 것보다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이라는 문구가 더 와닿았다. 지금 나는 집에 내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책방의 한구석에 내 자리를 마련해놓고 살고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공간의 가치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삶의 질에 대한 생각이 겹치면서 더 강한 정리의 욕구가 생긴것도 있지만.
한순간에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정리법에 관한 책을 보고 나 자신의 생활습관을 돌이켜보면서 왠만한 것들은 정리를 하고, 하나를 들이고 싶으면 하나를 빼야한다 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책이었다. 사실 아버지가 보시던 오래된 책들은 훌륭한 전집임에도 불구하고 한자어와 세로쓰기가 되어 있어서 내가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리를 했지만 내가 오래 전에 읽은 책들은 여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폐기하면 두번다시 보지 못할 책들이라는 생각에 싸안고 있었는데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근래 십여년 동안 들여다보지 않은 책들은 폐기하는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보관한다고 해서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지도 않으니 쓸데없이 과한 집착과 미련을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정리에 대한 기준, 내 생활 환경의 변화와 나이 들어감에 따라 필요한 부분들이 달라지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내게 맞는 정리의 기준이 명확해졌다면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저자의 정리 킥을 살펴보면서 하나씩 실천해나가면 머잖아 책에 공간을 빼앗긴 집 곳곳에 공간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정리는 곧 버리는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바꿔 정리에 대한 나 자신의 기준이 명확하고 저자의 노하우를 참고하면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에 대해 조금 더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이 궁금하거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