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온다더니, 우리동네는 그냥 선선한 여름날이다. 수국이 활짝 피었을 것 같아 그냥 동네 산책을 나가기에 딱 좋을 날씨인데 그마저도 귀찮아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나 이제 뭘 해볼까 멍때리고 있는 중.


9월에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캐리어가 망가졌으니 그 전에 캐리어 구입을 해야하는데 이걸 찾아보는 것도 귀찮아진다. 선택지가 많은 것이 힘든 타입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냥 뭐 하나 좋다고 콕 찝어주면 검토하고 구입하는 귀차니즘의 대표. 


여행 기간동안 어머니는 편하게 사용하라고 카드를 드리고 가야하는데 내가 쓰는 신용카드는 하나, 지역 화폐 겸용 체크카드 하나뿐이라 이 기회에 신용카드를 하나 더 만들려고 하는데 이것도 귀찮아서 미루는 중.


어머니는 얼굴에 난 혹이 악성종양이라고 하지만 다행히 잘 떼어내고 남아있는 종양은 없어서 다른 부위의 피부암 조직을 죽이는 냉각치료를 계속 하면 된다고 한다. 냉각치료를 위해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래서 아꼈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병원비가 덜 들어갔으니 여행 기간동안 좀 맘 편히 쓰시라고 카드와 현금을 드리고 갈 생각이다. 생활비처럼 올케에게 주고 가도 되나 고민이었는데, 윗사람에게 그건 어떨지 몰라서 그냥 어머니에게 주고 싶은데, 그러면 또 어머니는 아낀다고 돈봉투를 사수할 것 같고. 

이건 좀 더 고민.



잠은 잘만큼 많이 잔 것 같은데 여전히 졸립다. 그렇다고 잠만 잘수는 없으니.

이제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책 정리 좀 하고 일주일동안 먹을 반찬 준비도 해야겠고. 정말 거의 모든 것이 다 귀찮고 피곤한 건, 정말 피곤해서일까 게을러서일까 아파서일까 스트레스가 심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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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옛날에 전쟁터였던 곳을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히로코는 내가 아니라 아이에게 말하고 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이미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전사한 무사들한테 조의를 표하러 갔었거든? 그런데거기 있는 빈터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 해골을 본거야. 죽을 때 입고 있던 갑옷을 그대로 입고 있더라고.
그리고 내가 뭘 봤는지 알아, 유미? 그 해골 입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있었어. 어린 벚나무였어. 신기하지 않니? 우린 이 생을 살다가 또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야. 네생각도 그렇지 않니? 너는 이 생을 살았지만, 내일이면금방 또 다른 누군가가 돼서 또 다른 누군가와 살게 될 거잖아. 그런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는 거야. 그걸 받아들이고 더 강해져야 돼. 지금 이 남자의 혼이 그늘 밑에서,
새로 피어난 이 색색깔의 꽃잎들 아래서, 비와 눈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가지들 아래서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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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그날 밤, 후지타케는 ˝이 학교에는 뭐든지 있어요˝ 하고 말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푸른 하늘은 없어요‘ 하고 중얼거렸다.
그런 학교가 히가시신주쿠고등학교 야간반이 지금은 가장 그리운곳이 되었다.
후지타케의 말은 옳았다. 그곳에는 뭐든지 다 있다. 그럴 마음만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있을 곳은 조용한 학교 건물에 불이 켜지는 그 교실이다.
창문 밖으로 어두운 밤거리밖에 보이지 않는 그 교실이다.
그리고 우리 교실은 지금 우주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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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말이 좋아 플렉스...인 거지.


생각해보면 분명 나는 문화상품권의 유효기간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온라인으로 등록해 책을 사려고 했었다. 

작년말에도 한번 시도를 했었고 올해 초에도 시도를 했었고. 

컴퓨터도 이상하고, 인증도 안되고, 인터넷도 자꾸 끊기고.

아니. 그냥 내가 정말 신경을 썼다면 집에서라도 컬쳐랜드 인증을 하고 상품권 등록을 했겠지...

사무실 직원이 사표를 던진 것과 내가 뭔 상관이라고, 정신없었음을 말하면 안될 것 같다. 

그래도. 아쉽긴하다. 


사무실 인터넷이 자꾸 끊기는데 다른 곳은 아무 문제 없고 유독 내 컴만 자꾸 끊겨서 나중에는 업무조차 못할지경이 되었는데, 그 원흉이 옆자리에서 노트북을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니. 하아...

노트북을 와이파이로 잡지 않고 인터넷선을 써버려서,일수도 있다고 했는데 옆자리 직원이 휴가를 간 사이에 인터넷 끊김현상이 전혀없어서 불편함을 모르겠더니.... 출근하고 어제부터 바로 인터넷이 끊겨버린다. 

전산 담당 직원이 출근하면 해결해주겠지.

말도 하기 싫은 그 직원은 왜 굳이 본인 노트북으로 업무를 할까.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다. 

아무튼.

그러는 와중에 문화상품권을 쓸 수 있는 기간이 지나버렸고.

바보가 되었다. 

굿즈를 살 수 있는 돈을 날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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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출근이 다시 싫어지는 날이 시작되었다.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나름 주위에서, 아니 더 명확히는 우리 국장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접수를 하면 공간분리 해 주고 인사이동을 진행하겠다... 라고 말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 스트레스의 주인공이 휴가를 끝내고 등장하셨다. 어제까지는 기쁨이 가득한 사무실이었는데, 오늘 출근하면서부터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을텐데 자리에 없는 것처럼 숨죽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미친...


나도 이제는 그냥 신경쓰지 않고 개무시하고 지내려고 한다. 인간적인 불쌍함 - 연민이라는 표현도 사치라 느껴져서 - 때문에 뭔가 내가 태도를 바꿔야하나,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들도 있지 않은가 성찰해보기도 했었는데 사실 다 쓸모없는 것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본인이 저런 태도를 유지하면 모든 화살이 본인에게 갈텐데. 

지금 우리 사무실에서의 문제는 모든 직원을 통틀어 나에게만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둘이 있으면 막 대하다가 다른 사람이 있으면 웃으면서 얘기하는 저 이중성이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나도 참고만 있지는 않아서. 내게 치카씨,라고 부르고 이제야 입사한 수습직원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걸 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누구는 치카씨고 누구는 선생님이야?'라고 혼잣말인듯 크게 내뱉었는데 - 나는 이때 체험했다. 머릿속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올수있다는 것을. 아무튼 국장이 그런 반응은 아닌데,라거나 그런 반응을 바로 할줄은 몰랐네 라는 놀라움 같은 반응을 하는 것도 느꼈지만 이미 내뱉은 걸 어쩌라고.

근데 웃긴건 내 말에 아무 대꾸도 없던 그 직원은 그 다음 말부터 다시 치카선생님,이라고 하더라. 개웃김. 하아...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들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이 몰려올 것 같아서, 조만간 보유 주식을 팔고 새로운 것을 살 준비를 해라,라는 얘길 들었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 봤다. ***** 목표 주가,라고 검색해봤더니 오오~ 엄청나다. 그 목표까지 가지 않고 그 전에 매도할 거라고 했지만 이미 수익율이 엄청나다. 그래서 엊그제 오래비가 수익 나면 조카에게 차 한대 사 줘라 했던건가. ㅎ

아니, 여기서 오해하면 안될것이.. 수익이 차 한대값이 안된다. 그만큼 높은 수익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조카에게 차를 사 주면 나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그걸 콕 집어 얘기했더니, 그러면 수익의 반을 내 놓으란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수수료는 대부분 10%로 알고 있다, 고 했더니 비율을 계속 바꾸더니 최종 20%를 내놓으란다. 조카에게.

ㅎㅎ 그건 나중 문제고. 사실 조카에게 필요하다고 하면 내가 안주겠냐, 싶지만 너무 당당하게 받아야 되는 걸 받는 태도가 얄미워서 절대 그러겠다고는 안한다.


어쨌거나. 

스트레스와 우울과 분노의 나날들이어도.

주식 오른다는 것에 삶의 낙을 찾고 있다는 것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싶다가도. 그나마 주식이라도 오르고 있으니 다행 아닌가,라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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