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김병수 지음 / 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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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처럼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참여하지 않은 채 그냥 관찰만 할 수 있는 이방인처럼 말이죠. 아마 내가 너무 지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글을 읽는 순간 어쩌면 이렇게 나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말을 하고 있을까,싶었다. 무엇이 되었든 아무튼 나 역시 너무 지쳐있다 라는 느낌에 마음이 저 밑바닥을 헤매며 어느 곳에도 가닿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쳐들었을 때 내 마음은 그저 그랬다. 바쁜 연말에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책 읽을 시간도 별로 없는데 저자의 이름만 보고 그저 사진으로 눈요기하면서 내가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대리만족이라도 하면서 보내볼까,하는 그런 마음뿐이었다. 그런 마음이었지만 잠깐이라도 눈요기를 할만큼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고 책은 펼쳐지지 못한채 책상 한구석에 쌓여있기만 했다. 그런데 그날은 도저히 일을 할수가 없을만큼 마음이 가라앉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이다못해 억울함으로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다가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안정제'라는 제목때문이었을까. 아무튼 모르겠다. 이 세상 일은 우연처럼 필연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기적같은 일들로 인해 위안을 받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을 뿐이다.

 

저자도 이야기하듯이 내가 겪어보지 못한 아픔에 대해 온전히 동감하며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해 본 아픔에 견주어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오로지 그들만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나의 이야기도 되는 것처럼 느끼며 글을 읽었다. 한때 나 역시 우울증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싫은 감정을 넘어서 무섭기도 했었고, 혼자 어두운 밤에 깨어있을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심장이 뛰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의 하루를 망가뜨리고 있을 때에도 그 모든 것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런 것조차 쉽게 이야기 꺼내지 못하는데 생선 작가 김동영은 자신의 정신병력까지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는 느낌은, 자비와 연민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힘들기도 했었고, 이렇게 극복하려고 하기도 했지만 실패하기도 했었고, 모든것이 엉망진창 뒤엉켜있기도 했었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 말속에서 그냥 그렇게 지나온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투영되는 미래의 모습은, 어쩌면 그리 달라질 것이 없을지라도 '나는 나'로서 스스로의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겠다,라는 그 담담한 마음이 느껴지고 있어서 그렇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것은, 그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의 이야기에도 충분히 공감해주리라는 그런 막연한 믿음 같은 것을 갖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미 알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그렇게 이해하고 알고 있는 말들이 아니라 공감하며 건네주는 위로 같은 느낌에 아픈 마음이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렇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있었던, 내 마음을 바닥치게 만들었던 관계의 상처는 조금 전 서로의 오해를 풀고 상대방이 내게 사과를 받아달라는 화해의 마음으로 조금은 치유가 되었다. 온전히 되살아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정심을 찾은 상태에서 화해의 손짓을 받으니 마음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이것 역시 이 책을 읽은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연결선이 된 것일까?

아무튼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로 아프고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지금 평소보다 조금 더 아파하는 그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내가 받은 위로만큼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에게도 분명 안정제로써 위안을 줄 것이라 믿기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단정하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징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어도 여유 있게 서 있을 수 있다면 자기조절력이 강하다는 신호다. 스트레스 받아도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은 괴로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자존심을 건드려도 쉽게 화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 지치고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고통이 찾아와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힘든 상황에서도 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구나!`하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긴다. ...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으며 산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은 닥쳐오기 마련이며,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살다보면 누구나 겪게 된다. 이것이 누구나 안고 가야 하는 삶의 숙명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다 드러내지 않고 괜찮은 척하며 그럴듯하게 자기 모습을 유지하는 기술을 배워가는 것이 우리 삶일지도 모르고."(29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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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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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강주헌 옮김 / 사회평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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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꼭 필요한 도발적인 주장이 담긴 책"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에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어쩌면 이 홍보문구가 더 도발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에 대해 할말은 없지만 내게는 좀 가볍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저자와 저자의 가족이 경험한 이야기, 대학을 가기위한 공부와 노력, 그리고 이 시대의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하버드와 유럽의 우수 대학의 교양과목 커리큘럼에 대한 이야기들... 그런데 지금의 시대, 그러니까 세계화가 진행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과학기술이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 21세기에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 특히 교양을 쌓기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그렇기는한데..

이 책의 제목은 원제(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와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인문학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 이전에 현실적으로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는 부분을 더 강조하기 위해 이런 제목을 썼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딱히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다. 이건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으니 그렇다치고.

내가 너무 책의 제목에 대해 의미를 두고 있어서인지, 그리 강한 어조로 역설하지는 않아서 저자가 정말 교양과목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는 시간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냥 교육이 전문화되어가고 있고 직업을 구하는 것 역시 전공을 살린 전문직이 선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현실적으로는 보다 넓게 교양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더 성공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교양교육의 필요성과 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몇년 전 우연히 찾아 본 사이트를 통해 예일대학의 온라인 교양강좌를 보게 되었는데 강의 동영상이 그대로 올라와있고 강의록까지 내려받을 수 있었다. 로그인따위도 필요없이 말이다. 이 책에서도 "시간과 비용때문에 모두가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직접 경험할 수는 없어도 누구나 교양교육의 '장점'을 맛볼 수 있는" 시대에 다가가고 있다"(163)고 언급하고 있듯이 점점 더 교양교육은 그 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학업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는 않은데 - 그러면 왠지 인문학의 필요성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라는 것만 강조되는 것 같아서 - 저자 역시 책의 말미에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할수는 없음을 말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과거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도덕성과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며 더 점진적이고 실용적일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과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부르주아적인 사고방식이지만 자유민주주의적 프로젝트가 이루어낸 성과 중 하나가 혁명과 전쟁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고 각자가 의미와 성취감과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데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209)는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뭔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충분히 주변과 세상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역사를 들여다보지도 못한다"면서 확실한 해결책은 우리 모두가 교양교육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는데 어딘지 좀 서둘러 결론짓는 듯한 느낌인데다 그것조차 조금은 당위적인 언급같아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시대가 바뀌고 교육의 질과 내용이 바뀌고 그 대상이 바뀌어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언제나 그렇듯 세부적이고 정밀한 전문적인 지식만을 추구하는 것보다 다방면으로 폭넓은 교양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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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아름답다
데이비드 맥캔들리스 지음, 방영호 옮김 / 생각과느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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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냥 얼핏 듣기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라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그런데 데이비드 맥캔들리스의 [지식은 아름답다]라는 책을 보면 나같은 무덤덤한 사람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을 하게 된다. 아니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지식'의 아름다움보다는 이미지로 인식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지식'에 대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될 때 더욱더 감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집에서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읽어보곤 했었는데 마침 간단상식1 부분을 읽고 있을 때였다. 그 내용에는 '아동 살해범들 - 누가 아동을 살해하는가?'가 있었고 부모/계부모가 60%이상을 차지한다는 그래픽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있었다. 지금 나 역시 그저 글로만 설명하고 있는데 백명의 사람 그림에서 반 이상이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 사람들이 아동살해범이라는 것을 보면 놀라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놀란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메인뉴스에서 아동폭행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대부분 가족과 친인척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을 언급하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미지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더 충격적이고 인상적인지 여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글로 접하는 정보에 좀 더 익숙해서인지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평소에도 흔히 접하는 원의 크기로 생각의 전염 수준을 나타내고 각 분야를 색깔로 표현해 한장 가득 이미지화시킨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글이었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고 - 실제로 나 역시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많은데다가 정말 '기본'상식처럼 퍼져있는 이야기도 많아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데이터를 시각화하면 할수록, 정보와 지식을 그림으로 그려볼수록 이들 사이의 차이가 더 잘 느껴지고 이해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라고 맥캔들리스는 말하고 있다. 또한 "이해"가 핵심이며 정보를 이해하면 할수록 정보는 더더욱 연결되고 맥락화되어 지식이라는 형태로 변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식의 추구는 끝이 없으니, 하나의 그래픽이 갑자기 열개의 그래픽으로 펼쳐졌다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솔직히 어느 부분은 내게 무의미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냥 한번쯤 읽고 지나갈만한 지식이 담겨있는 그래픽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포그래픽은 그 형태만으로도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점점 더 의미가 확장되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처음 책을 펼쳐들때만해도 그저 그렇게 시각화된 아름다움과 추상적인 지식의 아름다움만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많이 다가서게 되었다. '지식은 아름답다'라는 명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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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진짜 여행에 대한 인문학의 생각
정지우 지음 / 우연의바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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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기쁨, 쾌락, 감격, 감동, 설렘, 들뜸, 새로움, 즐거움으로만 정의하는 데는 분명 무리가 있다. 여행 Travel의 어원인 Travail이 고통과 역경을 의미한다는 것은 애초에 여행 속에 '부정적 순간들'이 배태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생, 피로, 고통은 모든 삶이 그렇듯, 모든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요소다"(175)

 

한권의 책을 읽으며 여행에 대한 여러 의미와 느낌들을 떠올리고 정리해보게 되었는데 자꾸만 이 여행에 대한 어원의 이야기가 머리속을 맴돈다. 오래전부터 여행은 삶이고, 삶이 곧 여행이다 라는 이야기를 되내이곤 했기 때문일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야기들 역시 그 맥락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행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내 첫 여행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수학여행이었을뿐이었고 그에 대한 추억은 반 친구들과 함께 외박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가장 크다. 그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의 추억이라고 해야하겠지. 그렇다면 첫 해외여행은 또 어떤가. 그것 역시 세계가톨릭청년대회라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떠난 것이었기에 어쩌면 진짜 '여행'이라고 할만한 첫번째 여행은 언니와 언니친구부부와 함께 떠났던 배낭여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보면 꼴랑 로마와 파리 중심가만 둘러보고 돌아 온 여행이었다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여행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길을 물어물어 돌아다니고, 빤히 누가 훔쳐갔는지 알면서도 지갑을 돌려받지 못한 집시들의 모습과 프랑스 사람들의 양면성도 느꼈었던 나름의 문화체험을 하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맥베스를 읽을 때 어떻게 병사들이 나무를 한그루씩 짊어지고 움직이는 것으로 숲 전체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지? 라는 어릴때의 의문을 로마에 가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렵게 바티칸을 중심으로 구경은 했지만 파업으로 인해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는데 우연히 만난 한국인 유학생 덕분에 저렴한 숙소도 구하고 하루 관광 가이드도 소개받아 시 외곽으로 차를 타고 나가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나무들이 올리브 나무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어떻게 내 머리속에서는 맥베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숲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문학의 사실성과 함께 문화체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내게 여행은 '체험'이 가장 크게 자리잡았다.

 

이 책은 '여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처음의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과 일상에서의 일탈이라는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바로 그곳에 내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사진을 남기는 것. 그렇게 일반적인 시작을 하고나면 조금씩 자신의 여행에 대해, 그러니까 어쩌면 여행과 삶의 닮은 꼴을 찾게 되기 시작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있는 사색에 빠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저자만의 경험과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것은 또 나 자신의 여행과 닮아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와는 다른 나의 체험과 삶을 정리해보게 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여행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떠올리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가장 기본적으로 아무생각없이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해방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이든 연로하신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갈 수 있는 기회만 생기면 언제든지 어머니와 함께 떠날 수 있는 짧은 온천여행이라도 가보고 싶은 것이든 그 모든 여행이 바로 나의 삶과 연관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남은 나의 삶과 여행은... 조금씩 더 생각해보도록 해야겠다.

 

"여행은 삶을 견디고 바꿀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선물하고, 우리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며, 또 한편 우리를 허무한 욕망의 사슬로 이끌기도 한다. 최고의 것들에는 항상 최악의 가능성이 함께 감추어져 있듯,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 현명한 여행은 틀림없이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주고,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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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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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생활하면서 이리저리 치인다는 느낌이 들 때 마스다 미리의 책을 펼쳐들면 왜 그리 힘들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리 아둥바둥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그럴만한 가치있는 일에 애를 쓰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뭔가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자꾸만 마스다 미리의 책이 나오면 펼쳐들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자그마한 일에 공감을 하게 되어버리고, 나만 이러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책은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라는 제목이다. 그렇다면 마스다 미리의 작가 생활에 대한 이야기일텐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될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물론 이번에도 변함없이 사무실에서 이리저리 치대겨지고 짓이겨진 마음으로 위안을 찾아보고자 아껴뒀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제목처럼 작가로서의 마스다 미리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 생활을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대부분 작가로서 편집자를 만난 이야기와 일상 체험에서 어떻게 그 에피소드를 - 그러니까 별로 참가하고 싶지 않았던 버섯강좌라거나 쌍둥이바람초 관찰 체험에 가서도 귀가 번쩍 뜨이는, 설레이는 말을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갔다는 이야기속에서도 그녀가 마음에 남는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작가임을 느끼게 한다.

작가로서 편집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나의 생활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 해보이기도 하지만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의 태도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고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결코 무겁지 않게, 마스다 미리 특유의 짧고 굵은 표현 하나로 그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 나는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타난 결과만을 통해 나에게 화내고 지탄하는 사람들에게 치여 몹시 우울해하고 있었다. 선의로 시작된 일이, 그것도 별 것 아닌 아주 자그마한 일이 돌고 돌아 내가 정말 생각도 없고 윗 상사에 대한 예의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버렸을 때의 기분이란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내 기분을 끄집어내주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사람에게는 못하는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일. 그것도 역시 그 사람을 만드는 거죠. 잘하는 일만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에요. .... 모두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서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갑니다. 그런 까닭에 현재의 나,  손해를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득만 보는 인생도 좀 그렇잖아"(99-101)

다른 사람의 일이 잘못되든 엉망으로 돌아가든 이젠 신경쓰지 않겠어, 라는 생각에 빠져들었었는데 그 모든 것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 역시 지금의 나라는 걸. '손해를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득만 보는 인생도 좀 그렇잖아' 라는 말은 정말 지금 내게 하는 말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마스다 미리, 이 사람은 어떻게 이리도 명확하게 내 마음을 탁 치고 있는 걸까.

그러니까, 좋아, 달콤한 거나 먹으러 가자~! 라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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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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