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 해양경찰에게 밀렵선을 붙잡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었다. 배를 해안으로 끌고 온다 해도 외국인 선원과 말이 통하는 통역사가, 이들을 수용할 교도소 공간이, 심지어 이들을 실질적으로 고발할 법이 팔라우에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경찰이 나포한 밀렵선 대다수는 가족 사업체 소유의 작은 배였다. 다소 무거운 편인 벌금 50만 달러를 낼 돈은 이런 운영주에게는 대개 딴세상 이야기였으며 선원을 송환할 비용은 더더욱 감당이 안 되었다. 배를 압류하면 팔라우는 그 선원들을 먹이고 재우고 고향으로 돌려보낼 비용 문제를 떠안아야 했다. - P122

무법의 바다를 탐사하면 할수록 포식자와 먹잇감을 구별하는것이 어려워졌다. 내가 팔라우에 온 것은 어류를 비롯한 이곳의 해양 생물이 처한 위태롭고 암울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전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약탈 행위의 일선에 있는 외국 밀렵선의 행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뚜렷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어류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팔라우 수역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람들은 그 자원보다 더하지는 않을지언정 비슷한 정도로 취약해 보였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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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chika 2023-12-06 15:3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2024년은 더 멋지고 즐거운 한 해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