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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4월
평점 :
책표지가 딱히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는 편견을 갖게 하지만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다. 대출사기와 대출의 늪에 빠져드는 이야기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처럼 상세하게 서술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서사는 현실 속 이야기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새삼스럽게 경각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사실 가족의 부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줬는데 대출이자를 주지 않아 내 월급에서 몇년간 대출이자를 계속 냈던 기억이 떠오르며 원금은 커녕 대출이자도 받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자 결국 내가 모아놓은 돈을 다 모아서 원금을 대신 갚아버린 것이 생각났다. 당시 내게는 전재산에 맞먹는 금액이었는데 대출이자를 부담한 금액을 생각하니 원금에 버금가는 금액을 지출했던 것이라 더 늦기전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버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는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서술트릭이 담겨있어서 책을 다 읽고난 후 뭔가 허를 찔린 느낌이 드는 건 독자로서의 느낌이고, 소설 속 속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 중 실상 속이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일까 싶다.
소설은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다시피 해 살아가고 있는 다카요의 이양기로 시작하고 있다. 아이가 있어 취업을 하는데도 제한적일수밖에 없고 그나마도 일자리가 없어 월세도 밀려있고 집주인에게 퇴거명령까지 받고있는 상황이다. 취업이 되지 않으니 신용이 없어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불법 개인 사채업자에게 연108%라는 고이율로 대출을 받게 되는데 ......
어떤 방법으로 조금씩 대출금을 늘려 받게 하는지, 그렇게 하면서 결국 돈을 받아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방법들이 나오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것 이상으로 속은 좀 매스꺼운 기분이었다. 서서히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현실에서도 빚을 갚지 못할만큼 빚을 지고 있으면서 여전히 돈을 빌리고 빌린 돈으로 사치부리며 사는 사람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소설 속 인물들의 절박한 사정보다는 이번만, 조금만 더 하면서 자꾸만 대출액을 늘려가는 인물들에게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더 기분이 나쁜 건 그렇게 사람들을 늪의 수렁으로 조금씩 몰아넣고 있는 사기꾼들이 세상 곳곳에 넘쳐나게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이야기를 읽는 재미만으로 읽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