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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행사가 있어 사람들이 좀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뻘쭘하게 서 있는것도 어색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가는 듯 해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갔는데 그때쯤 몰려드는 사람들중에 아는 분들이 많아서 대놓고 어색하게 인사를 드리며 서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뵙는 신부님이 뒤통수를 치신다. 내가 이젠 뒤통수를 맞을 나이는 아닌 듯 한데....
잠시 또 아는 친구를 만나 정신없이 얘기 하는데 누가 또 뒤통수를 치고 지나간다. 아이고, 신부님! 
친구와 밥 먹으면서 내가 뒤통수 치기 딱 좋은 머리통과 안성맞춤인 높이를 가졌을까? 라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피렌체 성당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얼결에 혼자 입구에서 어리버리 서 있다가 어머니와 언니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고 살짝 당황해서 뭘 어떻게 볼까..하다가 사람들이 몰려있고, 저쪽 팻말에 뭔가 씌여있는 것 같아 쳐다보고 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윽, 폴리찌아다!라고 생각한 순간 평소 습성대로 괜히 경찰의 동향을 파악하며 힐끔거리는데 그 경찰 역시 자꾸만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만 같은거다. 어라, 혹시 나를 소매치기로 생각하는거면 어쩌지? 라는 소심한 불안감에 잠시 얼어있다가 경찰따위!라고 속으로 외치며 다시 관광객 모드로 돌아가 벽과 천정을 두리번거리며 혼자 싸돌며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고 있었다. 그렇게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둘러보고 이제 나가볼까 하는데 앗, 아까 그 폴리찌아가 저쪽으로 가다말고 이젠 내 앞으로 대놓고 걸어오고 있는것이 보이는거다. 어떻게 하지? 하고 있는 사이 벌써 내 앞에 와서는 대뜸 '차오'하며 인사를 하신다. 어어...이건 또 뭐지? 예상치못한 그냥 인삿말에 나도 모르게 썩소를 날리며 훗!하는 표정과 달리 엉거주춤 또 우리나라식으로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혼자 속으로 바보같이!를 외치며 지나가려고 하는데 나를 미행하듯 따라붙었던 그 폴리찌아가 그냥 보내주지 않는다. 오호통재라~ 

내가 피렌체 성당안으로 들어설때부터 어리버리하게 구경하는 걸 지켜보던 그 피렌체성당의 경찰은 혼자 관광하고 있는 듯한 동양인이 똘망지지 못하게 정신줄 놓고 구경하고 사진찍는게 불안해보여서 결국은 참지 못하고 다가와 인사를 하고 나의 반응을 지켜본 것이었다. 차오,하고 인사할때만이라도 좀 똘망지게 행동했다면 좋았을텐데, 여지없이 헤~거리고 말았으니... 그때부터 그분의 일장연설(!)이 시작되었다. 피렌체에서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차오~(든 헬로든 니하오든 뭐든)하며 인사를 할 때는 일단 경계심을 갖고 인사를 하면서 갖고 있는 가방과 사진기같은 물품을 조심해야한다, 피렌체에는(물론 로마든 스페인이든 다른 유명한 관광지는 다 비슷하다) 그렇게 인사를 건네면서 자기도 모르는사이에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아이구~ 아저씨. 저도 알아요. 댁이 폴리찌아니까 경계를 안했지요.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또 바보같이 웃으면서 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꾸벅하고... 나왔다.  

친절하신 피렌체의 경찰아저씨...를 떠올리고 싶지만, 왠지 내가 그렇게도 어리버리하게 보였나 싶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뒤통수 때리기 좋은가? 라는 한탄과 피렌체에서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더라. 그냥 딱 보기에도 어리버리해 보여. 라고.   

 

 그래도 사진은 야무지게 찍고 싶었다. 하지만 피렌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습들은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그늘에서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꼬맹이가 미치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가족을 쳐다보던 모습, 쌍동이 유모차 안쪽에 또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는 아기와 부모팔에 안겨있는 애기들과 손을 잡고 있는 꼬맹이까지 여섯아이들의 모습, 경건하게 세례성당 입구에서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며 성당안으로 들어가던 두 청년의 모습.....
난 사람들의 그 모습들을 담고 싶었는데 말이다. 

결국 사람들의 모습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이렇게 건물들만 떠억하니 찍고왔을 뿐이다.
피렌체 사진도 꽤 있긴 하지만, 다 올리기 귀찮아;;;;

  

  

 

  

 

 

앞쪽이 짤려 아쉽긴 하지만 그나마 남겨진 사진 한 장. 애가 다섯이다! 앞에 짤려버린 아빠 옆에 큰딸이 있었으니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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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18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가의 사진기를 든 어리버리 관광객으로 보였을까요ㅋ 유럽에서 삼형제는 조촐한거라고 하더군요^^

chika 2011-10-18 11:34   좋아요 1 | URL
사진기는 그닥 좋은게 아니었는데요? ㅎ
조카에게 빌려간 삼성카메라. 케이스도 잃어버릴까봐 가방에 따로 두고 달랑 카메라만 메고 다녔어요.
근데 정말 애들 줄줄이 데리고 여행다니는 유럽사람들 보니 부럽긴 하더군요. ;;;

pjy 2011-10-19 10:43   좋아요 1 | URL
무려 '삼성'카메라니 당연히 좋아보였을겁니다^^ 아이욕심 많아서 국제결혼도 괜찮은데요ㅋㅋ 유럽에서 사는 망상에 젖어드는 발효숙성 싱글입니다~

chika 2011-10-19 14:10   좋아요 1 | URL
일본사람들이 많아서 삼성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일부러 삼성로고가 보이게 들고 다녔는데, 많은 이태리 사람들은 삼성도 일본 기업인 줄 알꺼라고 해서 실망했었어요 ㅡㅡ;;

그나저나 아이욕심 때문에 국제결혼...이라니. 갑자기 우리 현실은 아이가 많을수록 고달프고 사교육비 걱정에 애도 맘놓고 못낳는다는 슬픈현실이 되어버렸다는 ..ㅠ.ㅠ
그와는 상관없이 pjy님은 멋진 짝을 만나서 아이들과 농구팀도 만들고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어요! ^^
 

  

성다미아노성당의 제대. 
이렇게 완벽하게 아무도 없는 공간에 있었다는 우연을 사진에 대한 필연으로 착각하고 과감히. 물론 다미아노의 십자가 원본은 다른곳에 있다. ㅡㅡ;

  

베네치아 산 마르코 성당 내부. 입구에 사진찍지 말라는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들 대놓고 사진촬영을 하길래 나도... 그냥.... 플래시없이. 괜찮지 않았을까?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지창조도 몰래 찍긴 하드만. 이건 변명이 될 수 있는 말이 아니잖아. 아무튼 뭐.

  

산마르코 성당에서 알 수 있는 성경말씀의 프레스코화를 몇 장 찍었는데, 밖으로 나오는 마지막에 이 그림이 보였다.
크리스토 폴.
사실 피렌체 세례당의 청동문, 일명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에 조각된 성경의 열가지 장면도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면서 막 헷갈려했다. 성경을 읽은지...몇년인지 헤아리지말자. ㅉ

  

도촬의 절정은 성모영보.  

눈물을 머금고 우피치를 포기하고 대신 산마르코 수도원 미술관에 가서 당시 도미니꼬 수사들을 위해 그렸다는 안젤리코의 그림들을 봤다.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그려져 있는 성모영보.  

계단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구도안에 다 들어오겠다는 말에 아무 생각없이 진짜 몇계단 더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찰.칵.하는 소리가 나면서 동시에 저쪽에서 누군가 노! 포토! 라고 외친다. 쳐다봤더니 책상 하나 놓고 책을 읽던 관리자가 사진찍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외쳤던 거. 아, 민망했다. 사진마저 못 찍었다면 더 민망하고 맘이 안좋았으리라. 아무튼 사진이 그닥 잘 나오지는 않았.... 

각각의 독방에, 기거하는 수사들이 원하는 성경의 장면을 그려넣은 걸 다 살펴봤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리고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면 지금도 핏방울이 튀는 듯한 느낌. 십자가의 고통이 좀 더 많은 것 같았고.
비유와 상징. 그것도 성경을 제대로 알아야 한눈에 확 들어오는건데. 좀 아쉽기도 했지만.

 

이 사진은 도촬과 관계없음.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 중정. 

아, 세시. 졸려 죽을 지경이다. 미친듯이 잠을 깨려해도... 쉽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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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26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견물생심이라고 유혹이 눈앞에 펼쳐졌으니~ 참, 고달픈 도촬이네요^^; 민망하게 노!포토!라니~

chika 2011-09-27 00:13   좋아요 1 | URL
사진을 별로 안찍었는데, 특히 그림같은 경우 사진으로 찍어봐야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는 것보다 더 못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괜히 찍어줘야만 할 것 같은....ㅠ.ㅠ
수도원을 한바퀴 돌고나서 다시 성모영보 앞에 가서 벽이 뚫어져라 세세하게 쳐다보고 멀리서 쳐다보고 .. 뭐 그러다 왔어요. (근데 저 말고 사진찍다 걸리는 사람들이 종종종 있더군요. ㅎㅎㅎ)
 

 

이제 드디어 아씨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 이곳 이야기는 최소한 지금 읽고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성프란체스코를 다 읽은 다음 얘기해야 뭔가 좀 더 감동적인 느낌을 전할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읽은 프란치스코 성인 관련 글은 전에 읽은 까를로 까레토의 '프란치스코 저는'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과 프란치스코 성인과 관련한 전기는... 정말 이십여년전에 읽은 것이 전부인 듯한. 

 

 

 

 

  

사진이 좀 있어서... 그냥 두서없이 사진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마구 늘어놔보겠습니다. 아씨시에서의 이야기는 주로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아주 오래 전, 제가 세례 받을 때 내 수호성인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하게 된 이야기는 프란치스코 저는..의 리뷰를 쓰면서 간단히 적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후로 또 나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잊고 살았구나...싶은 맘에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아무튼... 이번에 처음 가 본 아씨시는 언제나 제 마음의 고향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젠 확실히 제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일년만 살아봤으면... 좋겠더군요. ;;; 

아씨시는 일반 관광지가 아니라 '성지'로만 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곳은 온통 프란치스코 성인과 글라라 성녀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그곳을 찾는 수많은 이들이 순례자들이었으니까 말이지요. 간혹 보이는 풍경에서 오래된 중세 도시의 숨결을 느낄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기회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성 글라라성당. 정면은 특별할 것이 없었습니다. 성당 안에서는 촬영금지였으니 당연히 사진은 외부의 사진들뿐이고. 이 사진은 글라라 성당을 순례하고 나와 아씨시의 성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찍은 성당의 뒷모습이지요. 

아주 많은 기적이야기와 성녀 글라라의 생애와 당시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유품들이 많았는데, 왜 나는 글라라 성녀의 동생 아녜스마저 수도공동체 생활을 하러 떠나려 할 때 가족들이 나와 말리며 그녀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는 성화만 기억에 남겨놓고 왔을까요. 어린 나이에 자신의 길을 향해 신념에 차 꿋꿋이 자신을 지켜낸 그분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돌아봐야하기 때문인지도.

  

아씨시 성 내부에서 바라다 본 아씨시의 외곽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저 가운데 보이는 돔 모양이 뽀르지웅꿀라인 것으로 아는데... 찾기 힘들겠죠? ㅎ 제 눈에는 보입니다만.

  

이 사진은 리보또르또에서 바라 본 아씨시의 전경입니다. 중세의 도시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도시를 보호하는 성벽이 있고 성문은 일정 시간동안 열어놓거나 외적의 침입이 있는 경우 문을 닫아 도시민을 보호하게 되어있지요. 그러니 성안에 있는 사람들은 보호받고 살지만, 성밖으로 쫓겨난 죄인이나 가난한 이들은 비참한 삶을 이어갈수밖에 없었을것입니다.  

리보또르또, 역시 성 외곽지역에 있으며 이곳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과 함께 처음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움막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움막을 짓고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이곳의 원주인에 의해 쫓겨난 후 뽀르지웅꿀라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프란치스코 성인은 짧은 시간밖에 지내지 못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을 가장 그리워했고 그 시절을 제일 좋아했다고 합니다. 형제들과 함께 청빈의 삶을 살아가며 기도하고, 나환자들을 돌보며 완벽하게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기쁨의 삶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처음의 그 단순한 삶의 모습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지.
프란치스코 성인과 형제들의 유해가 있고, 글라라 성녀의 삶의 공간이 그대로 있는 뽀르지웅꿀라나 성다미아노성당은 수많은 순례객으로 넘쳐나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저절로 마음이 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은 포기할 수 없겠다는 신부님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음에 남는군요.
리보또르또에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대한 묵상과 처음의 그 순수한 열정과 나 역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길을 따라 태양의 찬가를 부르며 평화의 기도를 하겠다는 그 마음을 다시 떠올립니다.

  

마침 리보또르또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나눔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과 함께 대화하고 기도를 하던 공간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고. 

  

리보또르또 성당 정면 부조.

 

리보또르또 성당 앞, 나병환자를 돌보는 성프란치스코 성상. 초기 공동생활을 하던 이곳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나병환자들을 돌보며 생활을 했다고 하지요. 뒤에 가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저는 솔직히 비겁하게 도망쳤을거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리보또르또 성당 정면.

  

드디어 뽀르지웅쿨라. 처음 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누군가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서 혹시 사진찍어도 괜찮은가?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일어났지만 수사님 한 분이 웃음띈 얼굴로 다가오더니 그 사람에게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래, 이곳은 일년 내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성지인 것, 이지요.
아주 작은 뽀르지웅쿨라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커다란 성당을 지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뽀르지웅쿨라의 외벽에도 온갖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덧칠해지고 지워지고 한 흔적이 보입니다. 

화려함이 덧칠해질수록 프란치스코성인의 삶의 모습은 흐려져가기만 하는 것인데.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화려함에 쫓겨, 소박하고 진솔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해야하는데 오히려 남탓을 하고 있으니. 뭐, 아무튼. 

 

뽀르지웅쿨라의 성프란치스코상. 저 둥지에 항상 비둘기가 있다...라고 들었는데. 뭡니까. 없잖습니까,라고 말하려는데 얘네가 잠시 저 위에 올라가 있더군요. 어깨에도 잘 앉아있는댔는데 일부러 그것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들고 있을만큼,은 아니었는지라 그냥 슬금슬금 지나쳤지요.

  

 

  

아, 이건 팁,이다. (뭐냐. ㅡㅡ;)
열심히 동판에 적힌 글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나의 치명적인 단점. 설명을 들을때는 모든것을 이해하고, 돌아서는 즉시 잊어버리는. 아, 미칠것같은 단점. 뭐, 단순히 머리가 나쁘다 라고 할수있는, 뭐 그런. (따지고들지말자)

  

성다미아노성당. 도촬. 성지에서의 나쁜짓은 이거 하나.(였겠지? ㅠ.ㅠ)

  

성다미아노성당입구.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성프란치스코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 혼자 책상다리하고 앉아 십자가를 바라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마음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주위에 다른 순례객들이 없었다면 이 옆에 나란히 드러누웠을지도 모르는.
수바시오산의 까리첼리 은둔소에 있는 성상입니다. 바로 이 위치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북극성을 볼 수 있다더군요. 믿지못할 이유도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아이고, 그 후로 스마트폰에 대한 열망이 생겨부렀는데... 청빈의 삶을 지향하겠다면서 그 자리에서도 재물에 대한 욕심을 챙기고 있었구만 ㅡ,.ㅡ) 별자리를 보여주는데 신기하더군요. 

북극성의 좌표가 아니더라도, 어린시절 옥상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곤 했던 내게 성인의 이 모습은 가장 자연스러운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멍때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나와는 다른, 하느님 찬미와 별형제들과의 만남이었을지 모르는 성인의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수바시오산 중턱에 있는 은둔소의 분위기란.

  

성프란치스코 성당.

 

 

프란치스코 성인의 일생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다 들었지만 보지 못했다. 뛰어 올라가봤는데 이미 성당문을 닫을 시간이 지나있었어. 수바시오 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지, 뭐. 

그래도.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했던 기도는 잊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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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09-25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정말 가고 싶었었는데...좋은 사진과 글 잘 봤어요 치카님!^^

chika 2011-09-25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저는 또 가고 싶습니다만. ^^
순례하는 마음으로 저곳 모두를 걸어서 다녀보고 싶었거든요. 그냥 구경하듯 지나간 곳도 많고.
언젠가 또 갈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불끈!)
 

 

 로마에서 아씨시로 향하는 길에 잠깐 노르치아라는 곳에 들렸습니다. 저는 사실 페루지아를 거쳐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씨시에서 시간이 되면 잠깐 페루지아를 다녀오는 것이 가깝다고 해서 미뤘는데 - 결국 어머니가 너무 피곤해하셔서 페루지아도 포기하게 됐지만 - 노르치아도 좋더군요. 

노르치아에 들어서면 처음 반겨주는 것은 역시 광장의 가운데 서 있는 동상. 성 베네딕토입니다.  

그런데 노르치아, 이곳이 생고기의 본고장,이라 들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상점에서도 프로슈토(이탈리아의 그 유명한 생햄;;;)를 팔더군요. 옆집의 바에서 - 그러니까 저기 차양막이 있는 곳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아주 고약한 냄새가 풍겨 저절로 고개가 마구 두리번거려지던데... 아무튼 선글라스까지 씌운 돼지들의 머리는 말라비틀어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인상찌푸리게 되는 그런 풍경은 아니더군요.  

 

이건.... 노르치아를 지나 아씨시의 전망 좋은 식당에서 먹은 그 생고기...메론과 같이 먹는건데, 첫맛은 좀 그랬고 씹어갈수록 좀 색다른 맛이 나긴 했습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먹기에 아주 고약하지 않아 더 먹으려면 먹을수도 있었는데 옆에 앉으셨던 분이 워낙에 잘 드셔서...그냥 저 반쪼가리만 먹었지요. 별다른 건 없지만 마침 사진이 한 장 있길래;;; 

여전히 성지순례모드였는지라 사진에 별 흥미를 못느껴서 아주 흥미로운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는데 모두 내 기억속에만 있습니다. ;;;; 
 

다시 노르치아 이야기로 돌아가서. 

노르치아는 우리나라에도 조금 많이 알려져있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창설자 성 베네딕토와 그분의 쌍동이 성녀 스콜라스티카의 고향입니다. 성당은 두분의 생가 위에 세워져 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수사님들이 성무일도를 하고 계시더군요. 지하에서 성당위로 성무일도를 하는 소리가 스윽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로마에서 봤던 성당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화려한 벽장식이나 천장도 없고, 성상과 벽에 부조가 새겨져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제단 아래에 다시 성당 제단이 있고, 수도회 수사님들이 성무일도와 미사를 하는 곳 같더군요.
제가 분도출판사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 그 분도가 베네딕토의 한자음 표기로 같은 성인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뭐 그냥 그래서 왠지 친근감이 들기도 하고 그랬는데, 노르치아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리 큰 도시도 아니었고... 이탈리아의 소도시,같은 분위기가 확 풍겼던 곳이었습니다. 


노르치아, 오른쪽 건물이 성당. 광장의 중심에는 항상 성당과 청사. 두 중심권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겠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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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싸게 여행을 가보고자 조금 돌아가는 (로마 행 대한항공 직항도 밀라도를 거쳐 들어가는 것이니, 파리를 경유해 가는 것도 직항에 버금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항공권을 구입했습니다.  에어 프랑스에서 구입하면서 대한항공을 탈 수 있는 비행시간대를 선택해 조금이라도 항공권 금액이 저렴한 기간을 선택해 8일간의 여행을 하게 되었지요. 

첫날, 새벽부터 일어나 집 단속을 다 하고 첫 비행기를 타러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로마까지 가기 위해 제주에서 김포로, 김포에서 인천으로 간 다음 비행기를 타고 파리까지, 파리에서 다시 로마까지 세번의 비행을 한 것입니다.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땀 삐질거리며 다니다보니 국제선을 탄 이후에 정신없이 졸고 있었는데 눈 뜨고 보니 아직도 비행기가 뜨지 않았더군요. 멍때리며 앉아있던 그 시간에는 지연되는 시간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환승해야 하는 승객이었음이 떠올랐습니다. 파리 도착 후, 환승 시간이 한시간 반이었거든요. 우리의 도착 예정 시간은 로마행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이었고, 과속운전을 하라고 말도 못하는 우리는 승무원에게 문의를 해 봤지만 그 역시 지상에서 별다른 지시가 오지 않는다면서 일단 비행기에서 내리면 지상직원의 안내를 받으라는 얘기만 해주더군요.
에이 뭐, 지들이 연착한거니까 알아서 해 주겠지 라는 배짱으로 있었지만, 로마 공항에서 기다리기로 한 신부님 생각에 좀 화가나기도 하드만요. 

어쨌거나 어머니가 계셔서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했었는데 비행기가 착륙하니 바로 앞에 다부져보이는 여직원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무전 연락을 계속 취하면서 앞장서서 휠체어를 끌고 가는데 뒤따르는 우리가 뛰다시피 해야 속도를 맞출 수 있을만큼 아주 빨리 움직였습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달리고, 셔틀버스를 타고 환승 터미널 앞으로 갔는데 무전연락을 하던 셔틀버스 기사가 우리보고 그냥 앉아있으래요. 우리가 타기로 한 비행기가 떠났다고...
잠시 후 다시 처음에 봤던 휠체어 서비스 직원이 나오더니 우리를 데리고 또 다른 곳으로 가더군요. 우리가 탑승 할 수 있는 다른 비행기를 찾았고 그곳으로 가는 거였어요.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고 다시 짐 검색을 하는 와중에 그 직원에게 우리 수하물도 문제없이 탑재되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아무 문제없이 오케이!라고 해 주더군요.
그렇게 숨가쁘게 달리고, 결국은 두어시간 늦게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문제 없다던 우리의 트렁크 세 개.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가고 난 후 더 기다려봤지만 보이지 않아서 데스크에 가 문의를 하자 여권을 보자마다 대뜸 기다렸다는 듯이 유어 배기지 스틸...어쩌구 하는겁니다.
아, 긴장하고 피곤하고 정신없던 내게는 오로지 '스틸'만 들렸어요!
그래서 정신줄 놓으려고 하는데 뒤에 있던 언니가 '스틸 인 파리?'라고 확인하더군요.  
하.하.하;;;;;
걱정이 많은 내가 steal만 생각하고 있을 때, 언니는 still을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ㅡ,.ㅡ 

그래도 칫솔은 트렁크가 아닌 배낭에 담고 있어 다행이네,라는 긍정의 마인드로 몸만 가볍게 (아, 정말 마음은 무지 무거웠습니다 ㅠ.ㅠ) 공항 밖으로 나와 신부님이 소개해 준 숙소에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짐을 숙소로 보내준다는 그들의 말은 절.대.로 믿을 게 못된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 신부님의 조언대로 아침에 확인 전화를 다시 하고 오후쯤에 직접 공항으로 찾으러 가기로 했지요. 로마 시내를 잠깐 둘러보고 (아침 9시경이면 짐이 도착할 예정이고 그러면 전화를 준다는 이들은 열두시가 되어가도록 전화한통 없고, 확인 전화를 했더니 짐을 싣고 올 예정인 비행기는 도착을 했지만 짐이 도착했는지는 모른다 는 어이없는 대답만 듣다가) 공항으로 찾아갔습니다.
출입문에서 5미터정도면 갈 수 있는 알이탈리아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기 위해, 2층의 인포메이션과 알이탈리아 창구 곳곳을 거쳐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1층에서는 2층으로 가라, 2층에서는 다시 1층으로 가라는 식의 화나는 안내를 대여섯번 듣고 난 후) 마.침.내 2층에 있는 경찰에게 문의를 하라는 얘길 듣고 찾아갔더니 경찰이 문의 내용에 귀를 기울여주더군요. 이제 겨우 끝인가...싶었는데! 경찰이 내 여권을 요구했고, 여권을 숙소에 두고 온 나는 사색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공항에서 헤매고 다닌 신부님도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기에 자신의 여권과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효력이 있는 등록증(사제증명서 같은게 아닐까 싶었는데)을 보여주면서 사정을 했더니, 그래도 로마의 경찰들에게 아직까지는 사제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지 좀 고민을 하더니 들여보내주더군요. 알고보니 경찰이 짐을 찾아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신분 확인을 하고 공항 검색대를 지나는 허가만 해 주는 역할이었어요 ㅡ,.ㅡ 

뭐,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겨우 검색대를 지나 승객이 도착하는 곳의 안내 데스크를 찾아 갔더니 또 줄이 무더기. 기다리고 기다리다는데 안쪽 문이 벌컥 열리더니 짐 찾으러 온 분, 하고 외치길래 손 번쩍 들고 따라 들어가서 이것저것 확인하고... 혹시나, 싶었던 저 끝 구석에 있는 짐들 사이에 우리 짐이 있을지 모르니 가서 찾으래요. 직접. 아아...;;;
짐 창고 문이 열려있길래 그냥 들어가서 두리번대고 있으려니 그곳 직원이 어떻게 들어왔냐고 화를 내려고 하면서 거칠게 문을 잠궈버리고, 우리 짐표를 확인하면서 우리에겐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직접 가방을 찾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방을 찾다가 못찾으니까 결국 우리보고 직접 찾으라고. 그러고는 안쪽에 세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앉아서 잡담하며 떠들고 있고. 아이고~ 속이 터지지만 아쉬운 건 짐을 못찾은 사람들이니 우리가 헤매고 다닐밖에. 비슷한 시간에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 가방을 찾고 나가는데 우리만 세개의 가방 중에 하나를 못찾아 수십개의 가방을 하나하나 뒤지고 또 뒤지고. 아, 정말 미칠 것 같더군요. (그 한개의 가방은 우리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어서 텍 하나하나 살펴봐야하기 때문에 더 찾기 힘들었어요)
근데 웃긴건 우리가 그렇게 가방을 찾고 있는데 수다를 떨던 직원들이 갑자기 우리보고 잠시 비키라고 하더니 무더기로 쌓아 올리더니 한 블럭의 이동 짐칸을 채우고 그걸 밖으로 끌고 가는 거였어요! (뭐냐, 저걸 밖으로 가져 나간다면 밖에서 그냥 짐 찾아가라는 것과 같은데 처음 우리에게 손도 못대게 하던 건 그냥 쇼였어?)  

아무튼 그렇게 짐을 밖으로 빼내는 것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짐을 빨리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헤매고 헤맨 끝에, 드디어 찾았는데!
제주에서 김포로 갈 때 혹시 몰라서 트렁크 지퍼를 테이핑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스윽 스치다가 대한항공 테이핑의 지퍼가 손에 잡혀 찾아낸 거였습니다. 2cm의 흔적이 가져다 준 단서라는 것은. 아, 가방을 찾은 그 기쁨이란.  

처음 짐이 안왔다고 했을 때, 숙소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그대로 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아, 그랬다면 지금도 우리는 짐을 돌려받지 못했겠지요. 이탈리아인들의 업무처리 능력이란. ㅡ,.ㅡ  

거기다가 돌아오는 날, 공항에 일찍 도착했는데 세시간전엔 티켓팅도 안해준다고 하고, 휠체어를 기다리는데도 서로서로 말이 어긋나 한시간을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탑승수속 삼십분 전에야 들어갈 수 있었고. 아아, 정말 그들의 업무 처리 능력과 자세란! ㅠ.ㅠ

사실 돌아오는 날짜를 착각해서 피렌체에서 시에나로 향하려다가 급하게 로마로 올라가 비행기를 타고 온 것도 큰일이었긴 하지만 (이...이건 정말 챙피해서 발설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만 ㅠ.ㅠ), 로마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마저 지연되었을 때 다시 한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삼십여분의 지연 소식에 직원에게 또 우리가 환승해야 하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라고 했더니 아주 간단하게 비행기는 정시에 도착!하니 아무 문제없다더군요. (이건 짐작인데 비행기 지연은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그래서 비행기의 도착 시간자체를 여유있게 적어놓는 것 같았어요. 지연된 시간보다는 좀 빨리 도착하긴 하더군요.)
뭐, 조금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라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 이번 휠체어 서비스 담당 직원 또한 여유롭게 천천히 움직여서 시간내에 출발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 지금 생각하니 왜 그리 여유가 없었나, 싶군요. 처음 당해 본 일이라 (아, 두번 다시 당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예요!) 당황하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뭐 그래도. 

긴박하게 움직이느라 사진 한 장 못찍었는데, 에어 프랑스의 휠체어 서비스 담당 직원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더군요. 촉박한 시간속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여유가 있고, 프랑스어로 첫 인사를 하고 (싸바?가 인삿말 맞죠?)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물어보고 난 후 간단한 관심거리를 물어보기도 하고 셔틀버스 기사분들은 비행기를 놓쳐 울상인 우리에게 걱정말라며 잘 해결될꺼라는 말을 프랑스어, 영어 막 뒤섞어가며 얘기해주고(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제가 듣기엔 그분도 짤막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 같아 막 정겨웠어요! ㅎ), 난 정신없이 내리는데 어머니에게 웃으며 잘가라고 손도 흔들어주고 그랬다는군요. 사실 짝달막하고 똥똥하고, 벤치에 앉아 사탕물고 수다를 떨다가 셔틀에 올라타고는 휠체어를 밀며 나타난 직원이 자기가 아는 직원이라고 이름 부르며 막 반가워하고... 이런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뭔가 다른 것이 느껴지더군요. 십오년전쯤 에어캐나다를 탔을 때, 나이 지긋해보이는 승무원들이 조금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지만 아주 친절하고 신중하게 승객을 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오늘날 우리에겐 휠체어 서비스 담당 직원들조차 여전히 늘씬하고 이쁜 여자들만 있는것일까, 싶은. 

 

 

사진은. 출발할때 티켓팅했던 무용지물이 된 표,와 다음 연결편으로 재빨리 티켓팅을 해 줬지만 그 또한 놓쳐서 무용지물이 된 표와 결국 세번째 티켓팅한 표로 로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알이탈리아표. 짐이 스틸된게 아니라 스틸 인 파리일뿐임을 알려주고 내일 다시 문의하라며 건네 준 문서. 그리고 도둑이 무서워 잃어버려도 괜찮을 시계를 차고 갖는데, 지금도 여전히 로마 시간에 맞춰져 있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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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9-1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궁, 하여간 유럽여행 가신 분 중에 짐 분실 얘기 없는 분은 거의 없다는... 그런 거 보면 우리나라 항공사가 확실히 서비스 능력은 뛰어난 듯. 고생 많이 하셨지만 아픈 데 없이 무사히 돌아오신 거 같아 환영합니다. 방긋.

chika 2011-09-15 22:30   좋아요 1 | URL
우리도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 항공사 같으면 바로 찾아서 숙소로 보내줬을꺼라고. 로마 공항 수하물센터에는 수십개의 가방이 무더기로 쌓여있더군요. 돌아올때 파리 공항에선 수하물벨트에 혼자 도는 가방을 보니 맘이 짠해지기도 하고;;;
그런 문제빼고는 정말 모두 건강히 즐겁게 여행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

pjy 2011-09-15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엄청난 우여곡절이군요-_-;
뱅기가 자주 지연되고 환승티켓이 쓸모없어지는 상황은 우리나라외에는 자주 일어나고 흔한? 국제 상황이라고 듣긴 들었지만 그래도 @ㅅ@;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그나마 휠체어서비스도 제대로 받고 다행입니다~ 그거 미리 신청안했으면 이역만리 타국에서 마라톤 할뻔 ( '') ('' );
아마도 짐은 배달해줄때까지 기다렸다면 영영 빠이빠이~~ 결과가 나올뻔했겠네요ㅠ.ㅠ 직접 찾으러가도 그 모냥이라니....
어쩐지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코쟁이 외쿡 사람들이 이상하게 기내로 짐을 산더미처럼 이고지고 움직이던데..오랜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였군요ㅋㅋ
페이퍼 제목이 왜 이런가 이해가 됩니다^^;

chika 2011-09-15 22:33   좋아요 1 | URL
저..저는 내가 직접 그런 일을 겪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ㅠ.ㅠ
카모메 식당에서 뒤늦게 여행가방을 찾는건 단지 설정이려니..했지만 실제 상황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고. 아이구~

참, 저도 기내에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타는 사람이 많아 이상했는데, 이젠 그게 하나도 안이상해요! 기내반입에 걸릴 물건만 없으면 무조건 짐을 들고 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

진주 2011-09-15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외 여행은 역시 쉬운 게 아니였어요.치카님이 어마어마한 능력자로 보여요~ㅎㅎ

chika 2011-09-15 22:36   좋아요 1 | URL
아이고~ 아니예요. 로마에 계신 신부님이 모든 걸 다 알아서 해 주셨어요.
짐이 늦게 도착했을 때 빨리 찾기 위해서는 막 화도 내야 한다고 하던데, 말도 못하는 내가 화는 또 어떻게 낼 수 있었겠어요. 아, 정말 외국어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불끈) ㅠ.ㅠ

반딧불,, 2011-09-16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입니다.

chika 2011-09-16 14:31   좋아요 1 | URL
네, 무탈히 잘 다녀왔습니다. ^^

울보 2011-09-16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하네요,
그래도 정말 어머님과 오랜기억속에 남을 여행을 하셨네요,
저 제주 가요,
태어나서 처음,,ㅎㅎ 옆지기가 웃어요,
류가 너무너무 비행기타고 싶다고 해서 10월 연휴에 올 여름휴가도 없었기에 그냥 떠나기로 마음먹고 저도 몇일만에 없는 비행기 표 간신히 예약해서 떠나요,,
제주로,,ㅎㅎ

chika 2011-09-16 14:33   좋아요 1 | URL
지나고 나니, 그냥 에피소드네요 ㅎ

시월초에 가족 나들이를 하시는군요! 선선해서 다니기 딱 좋을때예요! 애들은 물놀이 할 수 있는 여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할꺼예요! 멋진 여행의 추억을 만드셨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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