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는 까불까불거리는 녀석이지만 처음 봤을 땐 수줍게 말없이 모범생처럼 앉아있던 네녀석을 알게 된 것도 벌써 십년이구나.
어릴때부터 신부님이 될꺼라고 말하는 네녀석을 다른 어른들은 무척 대견스러워했지만, 나는 유독 '생각없이 무작정 신부가 되겠다는 녀석보다는 뭔가 깊이있는 녀석이 사제가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별로 이뻐하진 않았었어. 오히려 니 단짝 친구 녀석이 더 맘에 들었었단 말이지. 하핫;;;;
(설마 배신감 느끼진 않겠지? 그래도 내가 꾸준히 네 녀석을 이뻐라 했잖냐. 그지? ^^)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너는 사제의 길을 걷고 있고, 그것이 어쩌면 너에 대한 믿음이 더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여전히 까까머리 중학생 녀석으로 보이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의젓한 신학생으로 보이는 것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아냐? 난 여전히 네가 걷고자 하는 '부르심의 길'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무지 궁금한거. 내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러는 건지, 자꾸만 다른 이들의 '성소'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지거든...
오늘 '포도 나무를 베어라'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자 자신이 해야하는 것이겠지? 우리 각자가 베어 던져 버려야 할 포도나무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를꺼야.
음... 어쨌거나 이제 너는 또 한걸음 사제가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내 욕심에 맞는 책을 권해주고 싶다. 이미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 신학생들이 신학서적을 읽기도 벅차서 일반 서적을 그리 많이 읽지는 못할꺼라는 생각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선물해주는 것이니 예전 교리선생님의 선물이라는 압박을 느끼면서 꼭 읽어봤음 좋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독후감은 필수! 알지? 하핫;;;;
이미 한신부님에게 선물을 해서 폭발적인(?)반응을 얻은 책이지. 우리가 믿는 천주교의 역사가 편향적이지는 않은지, 또 그속에서 진정 찾아야 되는 '믿음'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봤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대학생때 0읽었던 책이지. 사회과학서점에 꽂혀있던 것이 신기했던 책이었는데 어찌보면 천주교 신자인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 더 신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정말 누군가의 말처럼 이 책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 사제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신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까지. 무지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길 바라는 의미에서.
네가 사제가 된다면 언젠가 교도소사목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뭐 교정사목을 담당하지 않더라도 천주교에서 반대하는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지. 단지 인위적인 사형은 안된다는 신학적 차원의 대답만이 아니라 정말 모든 인간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사제가 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추천하는 책이야. 우리가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으니 이렇게 책을 읽는거잖아?
그래서 말인데, 아직 동성애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필리핀으로 방학생활체험을 다녀왔으니 너도 뭔가 생각해본적은 있겠지? 신학생들 캠프에서도 그런 물음이 나왔었다면서? 신학에 대해서는 니가 더 잘 알테니 읽고 느낀점을 얘기해주렴. 이건 정말 궁금하다.
유령인명구조대는 자살을 막는 자살한 유령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앞으로 많은 신자들을 상담해야하는 네게 유용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
그리고 우리 주교님께서도 이주사목에 관심이 많은거 알고 있지? 이주사목은 '관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닌것같아. 이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노곤한 삶에 대해 특별히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있는 사제가 되었으면 해. 물론 그런 의미에서 '길에서 만난 세상'도 네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지.
덧붙여.. 오늘도 우리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했지. 우리나라 천주교회에서 기념하는 천주의 모친 성모마리아 대축일은 평화의 날이기도 하잖아. 아주 작은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바로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가자에 띄운 편지는 그 중 하나일꺼야.
욕심같아서는 정말 많은 책을 더 권해주고 싶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좋은 책을 선물해주고 싶구나.
네가 하느님만 아는 바보 신부님, 이 되는 것도 좋지만 내 인간적인 욕심으로는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사랑이 더 큰 사제가 되었으면 한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사랑 가득한 하느님의 거룩한 사제가 되기를 ...
맑은 웃음 지을 줄 아는 멋진 사제의 모습을 기대하는 교리선생님이 기도 한방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