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흔히 좋은 재료와 맛이라생각하겠지만 모든 음식에는 저마다 다른 평가 기준이 존재한다. 지금껏 맛보았던 수많은 음식에는 맛뿐 아니라 추억 속에서경험한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는 음식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기도 하며, 모두가 극찬하는 요리가 다른 이에겐 최악의 음식이 되기도한다. 이는 우리가 음식과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맛보기 때문이다.
- P35

늘 반복되며 자로 잰 듯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일상도 실제로는 어느 하루도 같은 모습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과 환경의 변화, 그리고 매 순간 나의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 모든 변화를 즐기며 받아들이고 다듬어감으로써 우리는 예쁘게 발효된 빵 반죽을 오븐에 넣어 맛있게 굽듯이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다구워진 빵을 꺼내기 직전의 설렘처럼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불안‘이 아닌 ‘기대‘를 안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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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chika > 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가?

내가 뭘 읽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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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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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17세기에 해적왕이라 불리던 헨리 에브리라는 인물과 그의 행적을 통해 대영제국의 탄생에 대한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 모두의 적'이라는 책 제목은 바로 그 헨리 에브리라는 해적왕의 또 다른 별칭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내게는 딱히 와 닿는 해적왕의 칭호는 아니다. 

해적 왕 헨리, 역사이자 전설이 되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쓴다면 내용과 연결하여 딱 맞춤인 글이 되겠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인류 모두의 적'이라는 제목으로 돌아가서 이것 역시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영국의 영국에 의한 영국인의 책이 아닌가, 라는 좀 삐딱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내가 역사를 잘 몰라서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헨리가 그 유명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대영제국을 이루게 한, 해적에서 영국군인으로 둔갑한 인물이고 영국함대와 해적단이 공존하며 국가적으로 불법행위를 묵인해주는 이야기의 시작인 줄 알았다. 그런데 헨리 에이브는 오히려 그런 상황의 종지부를 찍게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헨리 에브리는 처음부터 해적으로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영국 해군에 입대를 하고 함대에 오르지만 선상반란을 일으키고 배를 약탈해 해적선으로 바꾸고 인도의 무굴제국을 약탈한다. 또한 노예무역상으로 위장해 실제 기니섬 주민들을 납치 감금해 노예로 팔아넘기며 돈세탁을 하고 부를 축적했다. 

한가지 좀 의외였던 것은 - 어쩌면 그래서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영국함대에서 해적선으로 탈바꿈한 팬시호에서의 수익배분은 직급에 따라 차등이 있기는 했지만 모든 선원에게 균등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전투 중 상해를 당하면 그 정도에 따른 보상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현대의 상해보험제도를 떠올리게 되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볼 때 헨리 에이브는 저자의 표현대로 '전설적인 인물이고 영웅이자 살인자이기도 하고 폭도이며 국가의 적이기도 하고 해적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유령이 되었다'는 말은 다 맞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령,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남는데 해적들이 재판을 받고 처형을 당할 때 헨리 에이브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당시 선상에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고, 뱃사람이 된다는 것이 왠만한 각오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 소설 모비딕을 통해서도 얼핏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보다도 이백여년이나 전의 이야기 아닌가. 그 시기에 해적선을 이끌고 해적왕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헨리 에이브는 어쩌면 해적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지도자이고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동료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행적은 인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약탈함으로써 국가와 해적의 밀접한 연계를 끊는 계기가 되었고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었고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의 한 장면,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 해적왕 헨리 에브리에 의해 탄생했다고 하는데 책을 다 읽고도 그 행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왜 그가 '인류 모두의 적'이라고 불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재판을 받은 해적 중 나이가 어린 윌리엄 비숍의 최후 진술이 가장 안쓰러웠다고 하는데, 겨우 열여덟살에 강제로 끌려갔으며 재판을 받을 때도 겨우 스물한 살에 불과하다며 감형을 호소했지만 그 역시 교수형을 받았다. 노예상인과 무역선이 타지역에서 당연히 침략과 약탈을 자행하던 시기에 그들은 '해적'이라는 것으로 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던 것이다. 

이 한권의 책으로 많은 것을 알수는 없지만 역사를 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니 나름 유의미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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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의 나의 첫 외국어 수업
손미나 지음 / 토네이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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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영어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부끄럽다'는 것은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 영어 한 문장을 쓰고 출근하면 바로 잊어버리고 마는 오분여의 시간투자를 하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고 한 것이 부끄럽다는 뜻이다. 이렇게라도 하는게 어디냐며 자신감을 가져야할지 뭔가 공부에 진심이어야 할지 한번쯤 정리가 필요한 시점에 '언어적 자유를 위한 100일 프로젝트', 손미나의 외국어 공부법 노하우가 정리된 책이 나왔음을 발견했다. 뭔가 그 내용을 알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럴꺼야'라는 것과 '그렇구나'는 분명 다른 느낌이기때문에 손미나의 외국어 공부법에 도움을 받으며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공부법도 배우고 내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손미나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녀가 여러 외국어를 공부하며 언어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차원의 공부법일 것 같기도 했지만 슬쩍 펼쳐보기 시작하니 다른 차원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얼마만큼 외국어 공부에 진심인가의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초반부에는 외국어 공부의 이유, 목적,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부에 집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조금씩이라도 어떻게든 하다보면 되겠지,라는 막연함으로 하루에 문장 하나씩 써보기만 하는 것이 '공부'를 한다고 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는 외국인과의 소통과 번역서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원어로 표현된 책을 읽거나 웹서핑을 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것인데 그중에서도 말하기를 먼저 좀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연습은 섀도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의 1,2부는 공부를 위한 방향성이나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한 도움이 되는 글이라면 3부에서부터는 100일 법칙의 기초를 쌓고 실력을 다지며 혼자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똑같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있는 공부방법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무작정 암기가 아니라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문장으로 익히는 것, 자주 사용되는 구동사나 관용어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순차적으로 내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암기방법, 내 일상의 환경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어를 항상 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등 외국어 공부가 습관이면서 일상일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지금 내게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 장에서 다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늘 듣던 말의 되풀이 같지만 중간점검처럼 내 외국어공부에 진심을 다하고 싶을 때 이 책은 딱 맞춤인것처럼 들어왔다. 외국어 공부는 마라톤이라든가 실력은 계단식으로 향상되니 인내와 끈기를 가져야한다든가 하는 말을 다시 되새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흐지부지해지는 마음이 들 때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와 목표를 떠올려보는 것은 공부를 지속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이제 외국어 공부에 진심일 수 있게 디테일하게 제시하고 있는 공부법을 확인하고 방향을 제대로 찾아가면서 또한 나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공부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손미나의 응원에 힘을 얻고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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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엘리 라킨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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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도입부를 보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소설이었다. 단지, 최근에 어머니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사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조금씩 상실에 대한 준비를 해야하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는 상태였는데 마침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사려 깊고 따뜻한 이야기"라는 문구에 그저 혹시나 싶어 펼쳐든 소설책일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이상으로 너무 좋았다. 이 느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큰 줄기만을 떼어놓고 이야기하면 바람을 핀 남편과 이혼을 하며 모든 권리를 다 포기하고 반려견 바크의 양육권만을 갖고 고향의 할머니 집으로 간 케이티가 자신의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것이 줄거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던가. 

케이티는 어린 시절 아빠와 수영하는 것을 즐겼었는데 함께 수영을 하다 아빠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후 물을 끔찍히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런데 이혼 후 찾아 온 할머니는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인어공연을 추억하며 옛친구들을 찾고 그 공연을 재연하고 싶어한다. 그를 위해 케이티와 그녀의 친구 모는 공연을 위한 준비를 같이 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툭 튀어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너무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케이티의 첫사랑이었던 루카를 만나게 되고 그의 친구에게 사진기를 빌리러 가는 길에 생리중인 케이가 화장실을 찾고, 루카의 친구 대니의 집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탐폰을 비닐봉투에 넣어 가방에 두는데 그걸 또 바크가 물어뜯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 모가 대학시절 남자친구집 변기에 탐폰을 버렸다가 하수구가 막혀 수리업자까지 불렀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만약 남자들이 생리를 하면, 배수구로 탐폰을 처리할 수 있게 될걸"하고 말한다. 이 웃긴 에피소드는 이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이 에피소드의 시작은 케이가 루카와 자동차를 타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고 루카가 할머니들의 인어공연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이유, "사람들은 나이 든 여성은 눈여겨보지 않아. 하지만 나는 아직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여성을 보여주고 싶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저자 엘리 라킨은 '여성성의 신화'뿐 아니라 1960년대 여성운동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의 곳곳에 밑줄을 그어놓고 싶은 의미심장한 문장이 가득했구나, 싶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버림받은 유기견 바크를 데려온 것에서부터 멕시코 불법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시민권을 가졌지만 친엄마가 아닌 양엄마에게서 자라야했던 루카,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커밍아웃을 하며 오랜 친구를 잃을까 걱정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 할머니와 친구들, 남녀의 차별이 아니라 구별이 있을 뿐임을 직업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 것 등 이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새롭고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금세 읽을 수 있는 소설 한 편을 조금 천천히 긴 시간동안 읽은 이유는 그 문장들에 담겨있는 의미를 조금 더 새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이 좀 뒤죽박죽일 때 다시 꺼내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로서 사는 것의 의미를 바꾸는 것" - "나는 인간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다!"를 외쳐보고 싶을 때도 이 책을 펼쳐들고 싶겠지만 사실은 케이의 할머니의 말을 듣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모두 너를 구할 거란다. 그걸 잊지 마라"


"응? 뭐가 두려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거요." 내가 말했다.
이제 하늘은 거의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버니의 장미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덜 사랑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란다." 빗시가 말했다.
"우리들은 대부분을 잃게 될 거야. 결국에는 너나 나나 그건 어쩔 수가 없어. 그런 법이니까.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낫지 않겠니?"
빗시의 솔직함이 가슴속에 밀려드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진정시켰다.
"사랑은 항상 용감한 행동이란다, 얘야."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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