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

오늘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부모님에게 "기생"해 왔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막상 독립을 하려니
생각 보다 사야할 게 넘넘 많다.

세탁 세제, 주방 세제, 휴지, 키친 타월, 슬리퍼, 샴푸, 린스....

자질구레한 것들을 샀을 뿐인데 훌~쩍 10만원이 넘었다.
이런 거...그 동안 다... 안 사고 "기생"했다.
"기생"하면서도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너무....자연스러워서!

도대체 뭐가 꼭 필요하고,
뭐가 없어도 되는 물건인지를 모르겠다.
당분간 불편한 생활을 각오할 수 밖에...

독립을 하려니 부모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 뻘쭘하기도 하다.

벌써 몇년 째 새해 아침마다 "올해는 꼭!" 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의 간절한 바람을 뒤로 하고,
결혼은 커녕 이제서야 독립을 하겠다고 떠나는 딸.
아.......불효막심!

말하자면, 그래서 이 사회가 과연 성인(成人)들의 사회냐는 것이다.
어떤 동물이, 어떤 인종이, 도대체 어떤 민족이
이토록 오오래 부모의 경제력과, 치마폭과, 강령과, 손길에 연루되어 있는 걸까.
알 수 없지만 그토록 공부를 하고도,
존재적 독립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어떤 공부를 하기에!).


소설가 박민규는 <한겨레 21>에 연재했던 칼럼
<털, 났습니까?>에 이렇게 썼다.
이 사회가 과연 성인들의 사회냐?

나를 비롯한 패러사이트 싱글들이 드글드글하다.

40살 넘어서도 부모랑 같이 사는 싱글들이 넘쳐난다.
학교 다닐 때처럼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등교 대신 출근을 하는 40대 싱글들이 드물지 않은 세상이다.

이혼을 하고 다시 집으로 컴백한 패러사이트 싱글들도 많다.
당당하게 부모에게 A/S를 요청하기도 한다.
"엄마가 그 남자랑 결혼하라고 했잖아. 엄마 때문이야.
나 유학 보내줘!"

그런데 왜...
난 뒤늦게 독립을 한다고 난리일까?
부모님의 온갖 걱정과 반대를 뿌리치고...
지금 독립하면 도.대.체 결혼은 언제 하냐는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걱정 또는 빈정거림을 뒤로 하고...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나 혼자의, 나만의 온전한 힘으로 살아보고 싶다.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시집 가서는 남편의 뜻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삼종지도(三從之道)" 개정판처럼

결혼 전에는 엄격한 아버지가,
결혼 후에는 아버지에게 바톤을 넘겨 받은 남편이
보호자가 되는 관행(?)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살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쉽지 않은....어려운....
부모님을 한숨 짓게 하는 결정이었다.

이사를 이틀 앞두고
설레이고 신난다기 보다는
이리저리 신경 쓰이고.... 이런저런 걱정이 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어렵게 한 결정 후회하지 않도록,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지.

굿바이, 패러사이트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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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5-2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독립하시는군요. 아마도 어려운 결정이었겠죠?
하고싶다는 열망과 부모님의 걱정과.....
그래도 이건 축하할 일은 맞을 것 같아요. 힘내서 독립만세!!!

드팀전 2007-05-25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밤에는 가끔 외롭거나 무섭기도 하고.. 동사무소 가는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도 알고..^^ 독립이니까 전세나 전월세겠지요...집은 법적으로 깨끗한지 잘 알아보셨겠지요.행여 그것도 부모님이 해주신건 아닌지 ^^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 받고..(전월세면 조금 낫겠지만^^) 전화 연결하고 가스연결하고....그때마다 집에 있어야하니까 귀찮지요.부모님이 해주실수도 있지만 이왕 굳바이 패러사이트 싱글 선언하셨으면..전부 혼자해보세요...^^ 축하해요.^^ 새로운 세상이 보이길 바랍니다.

BRINY 2007-05-2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축하드립니다~ 짝! 짝! 짝!
사실 많은 패러사이트 싱글들의 변명이 '혼자 살아도 돈 드는 건 다 같아' 아니겠어요. 그래도 그 돈 들여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아요.

마늘빵 2007-05-2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 독립하고픕니다. 20대초반부터 꿈꿔왔지만 후반인 지금도 여건이 안되는군요. -_- 내년엔 가능할까.

다락방 2007-05-2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셨군요. 한번쯤 독립하는게 어떨까, 저도 생각은 해보지만 전 사실은 독립할 생각이 없답니다. 기생의 삶이 편함을 너무나 잘 아는 탓이지요. 씩씩하게 새로운 새상을 살아보세요. 응원해드릴게요, 수선님.

이리스 2007-05-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마음 단단히 먹고. 화이팅! *^^*

moonnight 2007-05-2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자유로운만큼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에 발목잡힐 때도 많지만..(드팀전님 말씀처럼. )그래도! 정말 잘 됐어요. 부모님, 안 내보내실려고 하셨을 텐데 어떻게 잘 설득하셨네요. 힘내시고, 앞으로도 홧팅입니다. ^^

stella.K 2007-05-2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러사이트 싱글 여기도 있네요. 그저 부럽다는 생각이...물론 좋은 것도 있고, 걱정되는 것도 있겠죠? 그래도 사람이 나이가 차면 독립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잘 사십시오.^^

클리오 2007-05-2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독립한 번 하고 나면 집에 저~얼대 못 들어갑니다. ㅋㅋ 많은 것을 배우시고, 좋은 일만 생기시길... ^^

파란여우 2007-05-2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 넘어서도 엄마가 빨아주는 속 옷 입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받고,
엄마가 다려주는 블라우스 입고 출근하는 제 친구도 있습니다.
이젠 엄마라는 호칭보다는 '노모'가 되신 엄만데요...

저야 뭐, 이십대 초반부터 일찍감치 세상으로 튕겨 나온 사람이라
그 친구의 '아늑한' 부모님 그늘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런 이야기에 제가 할 말 많은건 아시죠?^^
하지만 이제부터 수선님의 제2장이 열린 일입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빛과 그림자는 이제 온전히 당신만의 것입니다.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세실 2007-05-2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 넘은 제 친구도 늘 주춤거리고 있는데 님의 글 보여주면 박차를 가할수도...
님의 용기와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쩌면 결혼한 친구들이 더 좋아할수도....(님의 집은 훌륭한 피난처가 되잖아요~)

비로그인 2007-05-2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온전히 `싱글'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kleinsusun 2007-05-26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네...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이제 몇 시간 후 이사가네요. 독립만세! 홧팅!^^

드팀전님, 네...전부 저 혼자 한답니다. 잘할 수 있겠죠?^^
참! 전화는 연결 안해요. 유선 전화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BRINY님, 네...."투자"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잘할 수 있겠죠? 홧팅!^^

kleinsusun 2007-05-2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제가 먼저 체험해 보고 생생한 체험기를 말씀드릴께요.^^

다락방님, 네...저도 "기생"의 편안함과 편리함을 알기에... 독립을 망설여 왔어요.ㅋㅋ 이제... 몇시간 후 이사예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응원해 주세요. 홧팅!^^

낡은구두님, 오키...마음을 단단히 먹고....홧팅!^^

달밤님, 두루마리 휴지 쩜 보내 주세요.ㅋㅋ 홧팅!^^

stella님, 감사합니다. 오늘 긴장해서인지 신경이 날카로웠어요. 까잇~거 편하게 생각할래요. Go Go, 홧팅!^^

kleinsusun 2007-05-2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네...좋은 일들이 가득했음 좋겠어요. 홧팅!^^

파란여우님, "당신의 빛과 그림자는 이제 온전히 당신만의 것입니다. "
아...넘넘 멋진 말이예요. 가슴이 벅차요!!!
이제 빛도, 그림자도 누구 핑계댈 수 없는, 기댈 수 없는, 어떤 모습이 되건 제 것이군요. 당분간 불편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홧팅!^^

세실님, 네....벌써 친구 하나가 침을 흘리고 있어요. ㅋㅋ
근데...당분간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개방하지 않으려 해요. 스스로에게 엄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맞나요?^^

Jude님, 감사합니다. 홧팅!^^

글샘 2007-05-26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드뎌 장기전으로 돌입할 태세를 갖추시는군요. ^^
기생이라기 보담은, 독립에 드는 노력이 녹록치 않은 거라고 봐야죠.
한 사람이 사는 데 얼마나 많은 세상의 지원이 필요한지를 배우시는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저도 자취 생활을 지긋지긋하다고 할 만큼 했는데요. 처음에만 뭐, 필요한 거 다 사들이지, 좀 있음 그냥 대~~충 살아 지더라구요. ㅋㅋ
좋은 화장지로 보내드려야 할 듯 싶은데... ^^ 배송료가 더 나올 듯 하니, 나중에 직접 들고 갈게요. ㅎㅎㅎ 행복하게 잘 사슈~~ 부디 행복하게.

kleinsusun 2007-05-2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부디 행복하게" 라고 하시니까 눈물이 핑~돌아요.이사 직전의 센티멘털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네...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