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 잠들어 있는 오래된 책, 또 알라딘 서점에 있는 책을 잘 넘겨보면 편지부터 일기, 사진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알라딘 서점에서 절판된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봄날에, 2017)을 만났습니다. 책 뒷날개에 편지글이 적인 엽서 한 장이 끼어 있었습니다. 엽서에 담긴 글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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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3-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사로운 봄햇살 같은 글이네요!
근데, 장선생은 이 소중한 엽서가 들어있는 책을 왜 팔았을까요?

cyrus 2018-03-05 00:00   좋아요 0 | URL
책 안에 엽서가 끼여 있는 줄 모르고 팔았을 수 있어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ㅠㅠ

레삭매냐 2018-03-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중고서점에서 사연 있는 책을 만날 때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 책이 왜 헌책방에 와 있을까 싶더라구요.

cyrus 2018-03-05 00:0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점 직원들은 파는 책들의 품질 상태를 따질 때 책 한 권 꼼꼼하게 확인하던데 왜 이 엽서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궁금해요. 저도 종종 책을 팔지만, 저자의 친필 사인, 보내는 분의 편지글이 있는 책을 팔지 않아요. 안 읽어도 죽을 때까지 소중히 간직하려고 합니다. ^^

이하라 2018-03-0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서점에서 다른이의 추억과 만날 때도 있군요. 헌책이란 낱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울렁이는 조합 같아요.

cyrus 2018-03-05 00:06   좋아요 0 | URL
책 속지에 적힌 편지와 메모를 읽어보면 과거 사람들의 생각과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가끔은 명문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글을 만날 때가 있어요. ^^

붕붕툐툐 2018-03-0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소가 절로 머금어지는 감동적인 글이네요~ 저 엽서에 등장하는 할머니같이 늙고 싶네요~~

cyrus 2018-03-05 00:08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면 유머 감각이 떨어져요. 체코 할머니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귀여운 유머(?)를 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북프리쿠키 2018-03-0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행운이군요ㅎ
전 피떡된 모기사체나 코딱지 몇점 이외에
발굴된 게 하나도 없네요.-.,-

cyrus 2018-03-05 00:11   좋아요 1 | URL
벌레 사체 테러... ㅎㅎㅎ 생각하니까 끔찍하네요.. ㅎㅎㅎㅎㅎ
책 읽다가 책에 깔려 죽은 벌레를 만나면 기분 찝찝해요. 책에 묻은 코딱지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책에 남은 코딱지 흔적을 못 봤을 수도 있어요.. ^^;;

오후즈음 2018-03-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 가끔 저런 쪽지가 나를 치유해주는데 말이죠 ㅠㅠ

cyrus 2018-03-06 11:46   좋아요 0 | URL
상대방의 진심이 듬뿍 담긴 손편지가 어두운 헌책방에 있는 게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 찬란한 숲을 그대와 - 봄날에 출판사 여성주의 문학
제인 오스틴 외 지음, 박영희 옮김 / 봄날에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앙증맞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 이름이 예쁘다. ‘봄날에’다. ‘봄날’이 아니다. ‘봄날에’ 출판사는 1인 출판사다. 책 만드는 일, 번역, 홍보 등 모든 출판 업무를 한 사람이 전담한다. ‘봄날에’ 출판사 대표 박영희 님은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그녀는 2014년 네이버 포스트에 영어 회화 콘텐츠를 연재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권의 영어 교재(《두근두근 이제 영어로 말해요》, 《겁 없이 잉글리시 20일 동사 편》)를 펴냈다. 박 대표는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를 공부한 대단한 노력파이다. 그 노력의 결과물이 ‘앙증맞은 책’이라고 부르고 싶은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 찬란한 숲을 그대와》이다.

 

‘앙증맞다’가 주로 ‘깜찍하다’의 의미로 쓰이는데, 더 정확한 의미는 ‘작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추어 아주 깜찍하다’이다. 내가 언급한 ‘앙증맞다’를 이해하려면 ‘갖출 것은 다 갖추다’에 중점이 돼야 한다. 이 시집에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열다섯 명의 여성 시인이 쓴 총 10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세 자매(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앤 브론테), 조지 엘리엇, 메리 셸리, 루이자 메이 올컷, 루시 몽고메리 등은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들을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소설가들도 생전에 시를 썼고, 시집을 출판한 적이 있다. 그녀들이 쓴 시는 작품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들은 ‘여성이 시를 쓸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났다. 왜 19세기에 여성들은 시를 쓸 수 없었던 걸까. 남성 시인에 필적할 만한 여성 시인이 없어서였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여성의 문학적 재능은 남성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제도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성의 문학 활동을 제약했다. 19세기 문단은 여성에게 ‘작가’라는 지위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출판사들은 여성이 쓴 글을 상품성이 높다고 보지 않았다.

 

이 부당한 상황은 제인 오스틴의 일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오만과 편견》을 출간하여 출판사로부터 받은 인세가 110파운드였다. 19세기 영국 파운드 가치와 현재 파운드 가치를 비교하면 차이가 있지만, 110파운드를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6만 4천 2백 원 정도 된다. 오스틴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입 금액에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안타까운 건, 《오만과 편견》 2쇄가 나왔는데도 그녀는 인세를 받지 못했다. 에밀리 디킨슨과 브론테 세 자매는 가명으로 글을 발표했다. 특히 브론테 세 자매가 활동했던 영국 문단은 여성 작가의 글을 무시했고 조롱했다. 여성 작가를 인정하지 않는 남성 중심 문단의 구태를 거부한 세 자매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숨기면서 글을 썼다.

 

이 시집에는 20세기에 활동한 여성 시인의 시도 있다. 사후에 퓰리처상을 받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녀가 쓴 『거울』이라는 시를 읽어 보자.

 

 

나는 은색이고, 정확해. 나는 선입견이 없지.

내가 보는 건 뭐든지 바로 삼켜버려

있는 그대로, 사랑이나 증오로 부옇게 흐리지도 않아.

나는 잔인하지 않아, 그저 진실할 뿐.

자그마한 신의 눈, 모서리는 네 개.

나는 대개 맞은편 벽을 보며 명상하지.

벽은 분홍에 반점이 좀 있어. 오래도록 쳐다보니

마치 내 심장의 일부 같아. 하지만 점멸하지.

얼굴들과 어둠은 되풀이해서 우리를 갈라놓아.

 

지금은 나는 호수야. 한 여자가 내게로 고개를 숙여,

진짜 자신을 찾고자 내 범위를 조사하고 있지.

그리곤 거짓말쟁이들한테로 몸을 돌려, 촛불이나 달빛.

나는 그녀의 등을 봐, 그리고 진실하게 비추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불안한 손놀림으로 내게 보상해.

나는 그녀에게 중요해. 그녀는 왔다가 갔다가 하지.

아침이면 그녀의 얼굴이 어둠을 대체해.

내 속에 그녀는 소녀를 익사시켰고, 내 속에 늙은 여자가

하루하루를 향해 솟아올라, 꼭 끔찍한 물고기 같아.

 

 

(실비아 플라스 『거울』, 186쪽)

 

 

시의 화자인 ‘나’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다. 화자는 거울 속에 있고, 그녀는 거울 밖에 있는 ‘나’, 즉 실제 나의 모습을 편견 없이 그대로 바라보면서 묘사한다. 시인은 거울을 통해 진실 된 ‘나’를 보려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색한다. 『거울』은 ‘언어로 만들어진 자화상’이다. 플라스뿐만 아니라 여성 시인들은 자신의 재능과 정체성이 잘 드러나도록 은밀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에밀리 디킨슨은 ‘자기만의 방’에서 고독과 싸우며 고뇌의 진실을 체험했다. 그래서 그녀가 쓴 『상처받은 가슴 하나 위로할 수 있다면』은 외로운 날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상처받은 가슴 하나 위로할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

쓰라린 삶의 고통을 덜어 주고

아픔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의식 잃어가는 울새 한 마리

둥지로 돌려보낸다면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

 

 

(에밀리 디킨슨 『상처받은 가슴 하나 위로할 수 있다면』, 41쪽)

 

 

시집의 후반부에는 열다섯 명의 시인들의 삶을 소개한 약전이 있다. 그녀들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 및 사진 몇 점도 실려 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앙증맞다’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인 출판사가 ‘앙증맞은 시집’을 만든 일은 아주 소중한 시도다. 남성 중심 문인들의 업적만으로 가득한 문학사에 가려질 뻔한 여성 시인들을 재발견하는 동시에 그녀들의 삶과 문학이 어떻게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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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0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1년도 안 돼서 절판이란 게 충격이다.
그나마 인터넷 교보는 파네.
알라딘에서 팔면 적립금으로 샀을 텐데...ㅠ

cyrus 2018-03-04 10:56   좋아요 0 | URL
마이리뷰, 100자평이 단 한 편도 없는 것도 놀라워요. 정말 잘 만든 책이에요. 다시 나왔으면 좋겠어요. ^^

겨울호랑이 2018-03-03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은 숨은 보물을 찾는데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정말 많은 노력?

cyrus 2018-03-04 10:58   좋아요 1 | URL
노력도 쪼금 있긴 하지만, 나머진 운입니다. ㅎㅎㅎ 이번 달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에요. 오스틴에 관한 책을 찾다가 운 좋게 절판된 시집을 만났어요. 제인 오스틴의 시를 소개한 책이 국내에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세실 2018-03-0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증맞은‘ 표현 참 좋아해요.
봄날에~~ 굿!
봄을 맞이하는 준비로 이 시집을 구입하겠습니다.

세실 2018-03-0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절판이래요...

cyrus 2018-03-04 11:0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ㅠㅠ 시집에 수록된 시 작품들이 많고, 시인의 삶을 소개한 해설이 아주 충실했습니다.

스윗듀 2018-03-04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 저는 <오만과 편견>을 읽고 제인 언니한테 꽂혀서는 폭풍검색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알라딘 품절도서센터를 통해서 엄청 오래 기다려서 받았었어요ㅎㅎ 저도 cyrus님처럼 아니 이 책이 왜 리뷰도 없고 100자평도 하나도 없고 벌써 절판됐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알라디너분들께 소개해드려야겠다! 한게 벌써 한달 전인데.....게으름을 피우다가 그만 cyrus님한테 뺏겼네요😅 하하하ㅏ핫 그래도 cyrus님이 소개해주시는 게 더 신뢰감이 갈 것같긴해요 ㅋㅋㅋㅋㅋㅋ cyrus님 찌찌뽕!

cyrus 2018-03-05 00:17   좋아요 0 | URL
구하기 힘든 책을 얻게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좋은 시들을 소개하고 싶은데, 글이 길어질까 봐 참았어요. 사실은 시 한 편을 타이핑하는 게 귀찮았어요.. ㅎㅎㅎ

책 소개하는 데 순서가 중요하나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진심과 정성을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면 됩니다. 스윗듀님의 시집 소개를 기대하겠습니다. 스윗듀님은 이 시집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

카알벨루치 2018-07-1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사요? 사고싶은데....

cyrus 2018-07-20 06:46   좋아요 0 | URL
절판된 책이라서 살 수가 없어요.. ㅠㅠ
 

 

 

 

이토 준지 컬렉션 5화 첫 번째 이야기

또 하나의 나, 그리고…

 

 

 

 

 

 

 

‘오시키리 시리즈’ 중 한 편으로 오시키리 토오루라는 소년이 나오는 이야기다. 원제는 『오시키리 이담』이다. ‘이담(異談)’이 국내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서 그런지 국내 정식 발매 판인 구판(《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7 : 벽》)에는 『또 하나의 나, 그리고…』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었다. 신장 완전판인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9》에서는 원제를 그대로 옮겼으나 ‘이담’이 아닌 ‘괴담(怪談)’으로 번안되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9 : 오시키리의 괴담 & 프랑켄슈타인》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7 : 벽》 (시공사, 1999)

 

 

 

 

오시키리 토오루는 으리으리한 집에 혼자서 산다. 그러나 오시키리의 집에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곳에 2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어느 날 오시키리는 자신의 집 복도에서 동급생 후지이 미오를 만난다. 그러나 후지이는 오시키리를 보자마자 겁에 질린 채 도망치고, 투명 인간이 되듯이 사라져버린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난 후지이는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 듯하다.

 

‘오시키리 시리즈’가 처음에는 2차원을 주제로 한 작품이 아니었다. 2차원 세계에 있는 오시키리가 처음으로 등장한 작품이 ‘오시키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침입자』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이야기가 『오시키리의 괴담』이다. ‘오시키리 시리즈’는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오시키리의 괴담, 벽』(‘오시키리 시리즈’ 마지막 편)은 『침입자』와 이어지는 작품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5화 두 번째 이야기

봉제교사

 

 

 

 

 

 

<이토 준지 컬렉션> 1화 첫 번째 이야기인「소이치의 제멋대로 저주」 에 이어 소이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소이치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토 준지 컬렉션> : 이토 준지의 그로테스크 만화’(2018년 1월 9일 작성)를 참고하면 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6 : 소이치의 저주일기》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9 : 소이치의 즐거운 일기》 (시공사, 1999)

 

 

 

신장 완전판에 수록된 작품명은 ‘인형 교사’다. 소이치의 저주를 받은 야나기다 선생님은 인형으로 변한 모습으로 학교에 출근한다. 같은 반 학생이자 반장인 코이치를 질투하는 소이치는 코이치에게도 저주를 걸어 그를 괴롭히려고 한다. 『봉제교사』는 공포보다 개그에 치중한 작품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6화 첫 번째 이야기

이웃집 창문

 

 

 

 

 

 

그로테스크식 결말이 인상 깊은 작품. 히로시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창문이 하나밖에 없는 집이 있다. 이웃집의 창문은 2층에 있는데, 히로시의 방에 달린 창문을 마주 보고 있다. 2층에 ‘누마게’라는 이름의 여자가 살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잘 모른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13 : 괴기 서커스》 (시공사, 1999)

 

 

 

한밤중에 히로시는 이웃집 2층에서 자신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도련님~ 도련님~ 안녕하세요. 주무시고 계시나요?”

 

 

잠이 깬 히로시는 밖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연다. 그는 이웃집 2층 창문에 있는 흉측한 모습의 누마게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매일 밤이 되면 누마게는 히로시를 부르면서 그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하는데…‥.

 

 

네이버 검색창에 ‘이토 준지 이웃집 창문’을 입력하면 누메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누마게는 히로시를 유혹하려고 시도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양팔에 목걸이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괴상하게 생긴 누마게는 ‘화려한 외모’로 남성을 유혹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 이미지를 뒤집는 캐릭터다. 한편으로 누마게의 모습이 MTF트랜스젠더(male-to female transgender)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목걸이들을 지나칠 정도로 걸고 다니는 누마게의 행동은 ‘여성성’을 과도하게 연출하려는 MTF트랜스젠더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MTF 트랜스젠더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여성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길 원한다. 그러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트랜스젠더의 여성성 수행이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화한다고 비판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6화 두 번째 이야기

느린 이별

 

 

 

 

 

단편집 《마의 파편》에 수록된 작품. 이 이야기에는 이토 준지식 ‘그로테스크 연출’이 없다. 이토 준지의 괴이한 설정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슬픈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 이토 준지 《마의 파편》 (시공사, 2015)

 

 

리코는 토쿠라 가문의 후손인 토쿠라 마코토와 결혼하여 함께 산다. 리코는 토쿠라 가문의 집에서 영혼들을 만난다.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토쿠라 가문의 구성원 또는 조상들의 영혼이다. 마코토의 말에 의하면 토쿠가 가문의 영혼들은 10년이 지나면 이승을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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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 뜻깊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영화 상영회를 마련했습니다.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빵과 장미>(Bread And Roses, 2000년 작)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LA에 사는 불법체류자들의 노동 운동을 통해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야로사는 미국으로 밀입국한 멕시코인 자매입니다. 마야는 언니 로사의 도움으로 빌딩 청소부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근로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했습니다. 의료보험 적용과 휴가 등은 꿈꿀 수조차 없었습니다.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는 상황을 목격한 마야는 미국인 노동운동가 샘을 만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에 나섭니다.

 

 

 

 

 

다음 주 월요일인 35, 스몰토크에서 <빵과 장미>가 상영됩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은 저녁 7시까지 스몰토크에 오시면 됩니다. 참가비는 없습니다. 스몰토크에 커피, 차 등 음료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음료값은 개인 부담). 일찍 오셔서 영화 상영 전에 음료를 주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관 내부처럼 실내를 어둡게 합니다. 상당히 어둡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불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영화 상영 도중에 음료를 주문하면 크고 작은 소음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맛 좋은 커피를 음미하면서 영화를 시청하려면 스몰토크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640~45분까지 장소에 도착하면 여유롭게 음료를 주문하면서 좌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날 많은 인원이 올 거로 예상하기 때문에 좌석이 부족할 수 있어요. 지난번 영화 상영회에 레드스타킹 정회원과 외부 손님 모두 합한 스무 명 넘은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좌석을 많이 배치할 예정입니다. 35일에 스몰토크에 오실 수 있는 분은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댓글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영화를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하겠습니다.

 

 

 

 

    

 

 

다음 내용은 영화와 관련된 곁다리 정보, 책 소개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에 관심이 없으면 안 보셔도 됩니다.

 

 

 

 

영화 제목인 빵과 장미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미국 여성운동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190838일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보장을 요구하며 뉴욕에서 대규모 파업 시위를 벌였습니다. 대부분 역사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은 1912년에 일어난 미국 매사추세츠 로렌스 직물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을 여성 노동운동의 시초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당시 노동자들이 외쳤던 구호가 바로 빵과 장미입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성을 의미합니다.

 

 

 

 

 

 

 

 

 

 

 

 

 

 

 

 

 

 

 

* [품절] 리처드 에번스 페미니스트 : 비교사적 시각에서 본 여성운동 1840~1920(창비, 1997)

* [No Image, 품절] 아우구스트 베벨 여성론(까치, 1990)

 

 

 

 

20세기 초 미국 여성운동의 중심에는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이 있었지만,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투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890년대에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전파했습니다. 그러나 독일 이민자 출신의 남성 노동운동가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와의 협력을 거부했고, 여성 문제를 외면했습니다. 미국 여성의 사회주의 운동 참여율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1901년에 미국사회당이 결성되면서 노동계급 여성들이 사회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노동운동가들로 구성된 사회단체가 하나둘씩 생겨났고, 독일 사회주의 여성운동과 비슷한 방향으로 당 운동을 펼쳤습니다. 미국 여성 노동운동가들이 필독한 책은 아우구스트 베벨(August Bebel)여성과 사회주의였습니다. 베벨은 사회민주당을 창설한 독일 출신의 사회주의자입니다. 그가 쓴 여성과 사회주의는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꼭 읽어야 할 이론서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아주 뒤늦게) 소개되었는데요, 여성과 사회(보성출판사, 1988) 여성론(까치, 1990)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프롤레타리아 여성 문제를 소극적으로 보는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노선을 지향합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한 참정권 운동에 동참했지만, 그들과 통하는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참정권 운동을 둘러싼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대립은 미국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기세를 약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절판] 사빈 보지오-발리시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 페미니즘(부키, 2007)

* 정진희 엮음 마르스크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 콜론타이 · 체트킨 · 레닌 · 트로츠키 저작선 (책갈피, 2015)

* 마르퀴 드 콩도르세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책세상, 2002)

 

 

 

재미있게도 38일이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 모두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독일 출신의 여성 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1910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여성 운동가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녀는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 파업 시위가 벌어진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체트킨이 주도한 여성운동가 대회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권 신장을 옹호한 계몽사상가 콩드르세(Condorcet)의 사망일인 75일을 여성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1921레닌(Lenin)19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동자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여성의 날을 38일로 정했습니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사회주의자들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었고, 1981년에 프랑스도 3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선포했습니다.

 

 

20세기 초 파업에 참여한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의 주변부에 머물렀지만, 그들의 투쟁은 빵과 장미라는 불후의 구호로 남아 있습니다. ‘빵과 장미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면 110년 전 광장에 나섰던 강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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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인권 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 두려움에서 걸어나온 동성애자 이야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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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지 않고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달라서, 혹은 다른 처지에 놓여 있어서 같은 사회 구성원이면서도 수많은 편견과 혐오에 부딪힌다. 성 소수자들은 ‘최소한의 도덕’인 법적 장치를 통해 기본적인 인권이라도 보장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서 많이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신이상으로 생각하거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해로운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타인에 의해 본인이 동성애자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아우팅(outing, 아웃팅)’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어렵사리 마련한 직장에서 쫓겨나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한다. 개인적인 능력이 무시당하고 그 순간부터 동성애자는 ‘역겨운 호모 새끼’로 취급받는다. 삶의 기반을 빼앗기고 모든 인간관계가 무너진다.

 

《후천성 인권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시대의창, 2017)는 동성애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통해 아우팅의 실상을 조명하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는 우리 사회의 호모포비아(homophobia, 동성애 혐오)를 고발한다. 이 책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약칭 ‘행성인’, 구 동성애자인권연대)’ 소속 성 소수자 운동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작년 12월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11년 구판과 2017년 개정판의 차이점이 있다. 구판과 개정판 각각에 다양한 성 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룬 칼럼 7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글쓴이와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성 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선 사회단체 이름이 달라졌다. 2014년까지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2015년에 ‘행성인’으로 변경되었다.

 

이 인터뷰집은 다름을 부정하고, 다름을 이유로 차별하는 이들에게 작지만 큰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당사자들이 직접 표출하려는 욕망은 진작부터 강했다. 성 소수자들이 타인의 시선을 피해 벽장 속에 숨어서 지낸 것도 있지만, 성 정체성을 드러낸 성 소수자들은 기피 대상 또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취급받아왔다. 동성애자 4명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과 용산 참사를 다룬 <공동정범> 등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은 미디어를 이용해 ‘성 소수자들이 성 소수자임을 드러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과 같은 기독교 극우단체는 동성애를 혐오한다는 광고를 내고 호모포비아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성애 가족을 강조하고, 정상 · 비정상을 구분할수록 호모포비아는 심해진다. 특히 극우 기독교계는 에이즈(HIV/AIDS)가 동성애를 포함한 성적 타락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데 재난이나 괴질이 발생했을 때 희생양을 찾음으로써 책임을 전가한다. 곽이경 씨는 교회에 다니는 레즈비언이다. 그녀는 동성애자를 이성애 중심 가족 제도를 붕괴하는 적으로 몰아세우는 극우 기독교의 낡은 혐오 공학을 비판한다.

 

 

이 사회의 가족 제도는 이성애 중심이잖아요. 동성애자들은 가족 제도에 편입되고 싶어하는 것이지, 가족 제도를 붕괴시키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붕괴시키려고 마음먹었다면 ‘혁명 세력’일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개신교나 가톨릭계는 동성애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같아요. 동성애자들이 우리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죠. (곽이경, 79쪽)

 

 

인터뷰에 참여한 민수 씨(가명)‘군형법 92조 6항’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본 동성애자다. 군형법 92조 6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동성 간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합의된 성적 접촉까지 형법으로 처벌한다는 이유로 비판 받아왔다. 성 소수자들은 동성애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를 주장하지만, 국방부와 극우 기독교계는 병영 내 동성애가 지휘체계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조항 폐지를 반대한다. 그러나 미국, 유럽에서는 병영 내 동성애가 군의 기강과 사기를 저해한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민수 씨는 군형법이 ‘동성애자를 잠정적인 성범죄 가해자 또는 감염자로 낙인찍는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들은 일단 ‘치료’라는 명목으로 병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에이즈 검사, 독방생활 등을 경험하게 된다. 군대에선 여전히 동성애가 정신 장애이고 범죄 행위로 여겨진다. 이런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군인의 사생활 보호가 아무리 철저해도 동성애자 차별은 해소될 수 없다.

 

청소년 성 소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중으로 고통을 겪는다. ‘동성애자’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아니, (정신적으로 미숙한) 학생이?”라는 편견과 맞물리면서 더욱 냉혹하게 증폭된다. 성인 동성애는 인권 논의 대상이 되지만, 청소년 동성애는 한때의 ‘치기’나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 치부된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청소년이란 것과 성소수자라는 이중적 약자잖아요. 사회는 사회대로 그렇고, 집에서는 집대로 통금 같은 거 두고, 그러면 이중으로 뭔가에 가로막히는 기분이죠. 당장 부모님이 무언가 강요하면 그것을 지키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까요. 일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없고요. (김우주, 202쪽)

 

 

우리 사회는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 질타와 비판만 가하고 있다. 청소년 동성애를 ‘비행’, ‘일탈’로 치부되는 것은 기성 사회의 일방적 시각이다. 학교 안에서 아우팅 당한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왕따를 당하고, 이를 견디지 못해 자퇴를 결심한다. 아우팅 당한 동성애자는 자살을 선택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적어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고, 불이익을 겪거나 심지어 자살로 몰고 가는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은 생각보다 교묘하고 그 뿌리가 깊을 뿐 아니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성애만이 인간이 나눌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랑이고, 정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배운다. 이렇게 뿌리 깊은 가치관은 동성애자들을 ‘비정상’으로 규정해 버린다. 소외당한 사람들은 자신들에 향한 억압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자신의 삶과 인간적 권리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만다. ‘행성인’ 소속 성 소수자 운동가들은 일반(동성애자를 뜻하는 ‘이반’의 반대말, 이성애자)들의 동성애 편견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 소수자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연대가 감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성 소수자들이 벽장에 나와 일반 세계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왜곡된 형태의 동성애가 아닌 진짜 동성애가 뭔지, 현실의 동성애자는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알려야 한다. 일반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 소수자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이성애 중심주의와 남성 중심주의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사회에 실금이 갔다고 해서 와르르 무너지진 않는다. 작은 틈 위에 여섯 색깔 무지개(동성애자를 상징하는 깃발 디자인)가 생긴다면 그 사회는 성 소수자들이 원하는 세상, 무지개처럼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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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02 19:09   좋아요 0 | URL
동성애를 바라보는 기독교의 시선을 알 수 있는 책을 참고하고 싶은데 뭐부터 읽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잘 되지 않겠지만, 기독교의 주장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싶어요.

sprenown 2018-03-0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련 군형법조항은 위헌소지가 많은것 같아요
최근 북부지법에서도 무죄판결이 나왔네요
헌재에 위헌제청신청이나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판결이 나야할것 같은데 보수종교계에서 극렬반대하고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cyrus 2018-03-02 19:12   좋아요 0 | URL
극우 종교계,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의 반응이 너무 셉니다. 그런데 이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주장들이 어이없을 정도로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동성애를 옹호하면 빨갱이라고 욕하기도 하던데 저는 ‘김정일, 김정은 개새끼‘라고 여러 번 외칠 수 있습니다. ㅎㅎㅎ

sprenown 2018-03-0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러니 이들을 ‘수구꼴통‘이라고 하죠.자신들의 가치에 조금만 벗어나도 빨갱이. 그동안 반공이데올로기로 기득권 유지하며 잘살아왔잖아요^^.

cyrus 2018-03-02 19: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이 2011년에 나온거라서 MB 졸라 까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ㅎㅎㅎ

AgalmA 2018-03-04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즈가 신의 형벌이라면 인간의 모든 질병도 마찬가지겠죠. 실제로 무슨 사건사고만 있으면 그런 식. 세월호 때도 그렇게 말하는 모진 종교인(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이 있었죠. 모두를 신의 노예로 만드는 이상한 인식. 마조히즘적인 게 인간의 무슨 기질인가 싶을 정도라니까요. 자기가 어떤 이데올로기에 지배되고 있는지 자성 좀 하고 다른 이들에게 훈장질 좀 했으면 싶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양날의 칼인지 알텐데....
더불어 신을 무슨 만능 해결 보자기처럼 쓰는 거 참 못마땅한 점입니다. 그걸 다시 사회 구조로 끌어들이고.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차별, 죄악 등 다 인간이 만든 알레고리고 이데올로기죠.

cyrus 2018-03-04 11:11   좋아요 2 | URL
무교인 저는 기독교가 안 좋은 상황을 ‘신의 형벌’, ‘재앙’으로 주장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면 말이 안 되잖아요. 모 기독교계 대학교는 페미니즘 강연을 ‘영적 지진’으로 표현하면서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생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어요. 앞뒤 꽉 막힌 일부 기독교는 페미니즘을 사회에 혼란을 주는 재앙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

기득권에 위치한 종교는 정치권력과 손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들이 숭배하는 신은 예수가 아니라 최고 권력자들입니다. 권력자들의 적폐 행위에 눈 감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악으로 취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