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 뜻깊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영화 상영회를 마련했습니다.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빵과 장미>(Bread And Roses, 2000년 작)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LA에 사는 불법체류자들의 노동 운동을 통해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야로사는 미국으로 밀입국한 멕시코인 자매입니다. 마야는 언니 로사의 도움으로 빌딩 청소부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근로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했습니다. 의료보험 적용과 휴가 등은 꿈꿀 수조차 없었습니다.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는 상황을 목격한 마야는 미국인 노동운동가 샘을 만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에 나섭니다.

 

 

 

 

 

다음 주 월요일인 35, 스몰토크에서 <빵과 장미>가 상영됩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은 저녁 7시까지 스몰토크에 오시면 됩니다. 참가비는 없습니다. 스몰토크에 커피, 차 등 음료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음료값은 개인 부담). 일찍 오셔서 영화 상영 전에 음료를 주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관 내부처럼 실내를 어둡게 합니다. 상당히 어둡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불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영화 상영 도중에 음료를 주문하면 크고 작은 소음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맛 좋은 커피를 음미하면서 영화를 시청하려면 스몰토크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640~45분까지 장소에 도착하면 여유롭게 음료를 주문하면서 좌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날 많은 인원이 올 거로 예상하기 때문에 좌석이 부족할 수 있어요. 지난번 영화 상영회에 레드스타킹 정회원과 외부 손님 모두 합한 스무 명 넘은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좌석을 많이 배치할 예정입니다. 35일에 스몰토크에 오실 수 있는 분은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댓글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영화를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하겠습니다.

 

 

 

 

    

 

 

다음 내용은 영화와 관련된 곁다리 정보, 책 소개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에 관심이 없으면 안 보셔도 됩니다.

 

 

 

 

영화 제목인 빵과 장미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미국 여성운동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190838일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보장을 요구하며 뉴욕에서 대규모 파업 시위를 벌였습니다. 대부분 역사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은 1912년에 일어난 미국 매사추세츠 로렌스 직물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을 여성 노동운동의 시초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당시 노동자들이 외쳤던 구호가 바로 빵과 장미입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성을 의미합니다.

 

 

 

 

 

 

 

 

 

 

 

 

 

 

 

 

 

 

 

* [품절] 리처드 에번스 페미니스트 : 비교사적 시각에서 본 여성운동 1840~1920(창비, 1997)

* [No Image, 품절] 아우구스트 베벨 여성론(까치, 1990)

 

 

 

 

20세기 초 미국 여성운동의 중심에는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이 있었지만,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투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890년대에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전파했습니다. 그러나 독일 이민자 출신의 남성 노동운동가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와의 협력을 거부했고, 여성 문제를 외면했습니다. 미국 여성의 사회주의 운동 참여율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1901년에 미국사회당이 결성되면서 노동계급 여성들이 사회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노동운동가들로 구성된 사회단체가 하나둘씩 생겨났고, 독일 사회주의 여성운동과 비슷한 방향으로 당 운동을 펼쳤습니다. 미국 여성 노동운동가들이 필독한 책은 아우구스트 베벨(August Bebel)여성과 사회주의였습니다. 베벨은 사회민주당을 창설한 독일 출신의 사회주의자입니다. 그가 쓴 여성과 사회주의는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꼭 읽어야 할 이론서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아주 뒤늦게) 소개되었는데요, 여성과 사회(보성출판사, 1988) 여성론(까치, 1990)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프롤레타리아 여성 문제를 소극적으로 보는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노선을 지향합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한 참정권 운동에 동참했지만, 그들과 통하는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참정권 운동을 둘러싼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대립은 미국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기세를 약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절판] 사빈 보지오-발리시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 페미니즘(부키, 2007)

* 정진희 엮음 마르스크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 콜론타이 · 체트킨 · 레닌 · 트로츠키 저작선 (책갈피, 2015)

* 마르퀴 드 콩도르세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책세상, 2002)

 

 

 

재미있게도 38일이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 모두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독일 출신의 여성 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1910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여성 운동가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녀는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 파업 시위가 벌어진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체트킨이 주도한 여성운동가 대회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권 신장을 옹호한 계몽사상가 콩드르세(Condorcet)의 사망일인 75일을 여성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1921레닌(Lenin)19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동자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여성의 날을 38일로 정했습니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사회주의자들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었고, 1981년에 프랑스도 3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선포했습니다.

 

 

20세기 초 파업에 참여한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의 주변부에 머물렀지만, 그들의 투쟁은 빵과 장미라는 불후의 구호로 남아 있습니다. ‘빵과 장미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면 110년 전 광장에 나섰던 강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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