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3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 여성환경연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프로젝트P, 2019)






1

 

 

* 21

 하수정화시설을 쓱 통과해 바다로 흘러들면서 미세플라스틱은 스폰지[]처럼 주변의 유해물질들을 흡수해 강한 독성을 띠게 된다.

 

 

[] 스펀지의 오자







2

 

 

* 24~25

 일회용 컵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애당초 사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중 대표적인 제도가 일회용 컵 사용시 약간의 보증금을 받고 반환하면 돌려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2008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폐지되고[1] 일회용 컵 사용량은 평균 4배로 증가했다. 여성 환경연대 등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3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있는 보증금제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2]

 

[1]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2002년부터 시행됐으나 낮은 회수율과 과잉 규제라는 부정적 여론에 밀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에 폐지됐지만‥…

   

[2] 2022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 올해 62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참조: 일회용 컵 보증금제’ 20226월 시행컵 반납하면 보증금 돌려준다매일경제, 202062)








3

 



 

* 83~84

 얼핏 생각하면, 유방암과 24시간 영업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어두운 조명 아래 충분한 수면을 취할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야간노동이나 교대근무는 멜라토닌이 부족하게 해 유방암 발생을 높힐[1]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제로 교대근무와 야간노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스튜어디어스나 간호사의 유방암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는 보고도 있다.

 한밤에도 너무 밝은 24시간 카페와 프렌차이즈[2] 매장, 총알배송 신선마켓, 아침이 와도 쉽사리 잠들 수 없는 노동자들. 연간 200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자랑하는 속도 사회대한민국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

 

[1] 높일의 오자.

 

[2] 프랜차이즈의 오자.







4

 



* 107

 성조숙증 증가와 프탈레이트 노출과의 상관관계, 프탈레이트가 유방암 발병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섬뜩하다.

 

 

 

[] 발병률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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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2-1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하려면 당장하지 22년 6월에 할건 뭐있어?
정말 일회용컵은 줄이긴 줄여야 하는데
고놈의 코로나 땜에 더한 것 같아.
두개를 겹쳐서 마시는 사람 보면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기도 하지. ㅉ

cyrus 2020-12-14 22:00   좋아요 0 | URL
저도 최대한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mini74 2020-12-14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인의 추억보면서 논밭옆에 가로등이 왜 없지? 했는데 가로등이 있으면 벼가 웃자라고 알맹이가 없이 쭉정이만 열린다고 하더라고요. 무서워요 ㅠㅠ

cyrus 2020-12-14 22:02   좋아요 0 | URL
처음 안 사실이에요. 저는 그냥 시골은 도시보다 가로등의 수가 적다고만 단순하게 생각했거든요.. ㅎㅎㅎ

카스피 2020-12-1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뢰용컵 보증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테이크아웃이 많다보니 많은이들이 불편해하긴 하지요.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자 우아하게 뽑고나서 다시 빈컵회수금 받겠다고 덜렁덜렁 빈컵 가지고 다시 스타벅스 가는것은 좀 모양이 빠지니까요^^;;;

cyrus 2020-12-16 07:38   좋아요 0 | URL
저는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지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빈 컵 들고 가게에 가는 게 번거롭긴 하죠. 그런데 이제는 인식 변화가 필요해보이고요, 지구 환경을 위해서 작은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산 음식, 죽은 음식 -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
더글라스 그라함 지음, 김진영 외 옮김 / 사이몬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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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점   ★★   C





나는 비건(Vegan)은 아니지만,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 고기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먹는다. 불에 구운 고기(삼겹살 구이)보다 끓는 물에 푹 삶은 고기(수육)를 더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 채소와 과일을 먹는 사람이라면 산 음식, 죽은 음식에 눈길이 가게 된다. 원제는 ‘80/10/10 Diet’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과일을 많이 먹는 식단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면서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과일을 먹는 영장류(frugivore)’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진화해왔다면서다윈(Darwin)의 진화론과 충돌하는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에 가까운 입장이다. 후술하겠지만, 지적 설계론은 과학으로 보긴 어렵다과일을 주식으로 삼되, 부수적으로 채소를 먹는 식단을 권한다. 다만 저자는 다른 음식을 일절 먹지 않고, 오로지 과일만 먹는 극단적인 식단을 권장하지 않는다.


과일과 채소가 몸에 좋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당뇨를 앓는 사람이나 만성 신부전증 같은 신장질환자는 과일이나 채소 섭취도 조심스럽다. 과일 자체 당분이 높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당뇨 예방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과일 섭취의 해악을 강조한 견해를 반박하면서 과일은 당뇨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일은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내 당뇨병 가이드라인에도 당뇨병 환자에게 과일, 곡류, 채소 등을 통해 당분을 섭취하라고 권하는 내용이 있다. 다만 당분이 낮은 과일(사과, 딸기 등)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산 음식이 과일과 채소, 가열되거나 조리되지 않은 음식이라면, ‘죽은 음식은 조리된 음식과 가공 음식이다. 음식을 불로 익혀 먹으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제거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독성물질을 발생시킨다. 토마토 속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Lycopene)은 열에 강해서 가열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코펜이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토마토를 가열해서 먹으면 리코펜 이외의 다른 영양소들은 파괴된다. 저자는 한두 가지의 영양소를 중점적으로 섭취하기 위한 조리 방식과 식단을 경계한다


저자가 권장한 ‘80/10/10’은 한 사람의 식단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차지하는 최적의 비율(칼로리 백분율)에 맞춘 식습관이다. , ‘80/10/10’은 탄수화물 80%, 단백질 10%, 지방 10%를 의미한다. 80%의 탄수화물은 과일을 통째로 먹어서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과 지방을 10% 이상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


나는 저자가 알려준 식단을 실천해보지 않았지만, 과일과 채소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 저자의 견해에 공감한다. 하지만 과일이 건강에 좋다는 견해를 유리하게 전달하려고 제시한 저자의 근거에 문제가 있다. 저자가 제시한 근거 중 일부는 과학적이지 않다.


이 책의 부제는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이다. 저자는 과일을 먹지 않고, 조리된 음식 위주로 먹는 현대 인류의 식습관을 (자연)의 설계와도 배치될뿐더러,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론적 설계와도 동떨어져 있다(18)”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 심심찮게 설계라는 단어를 썼다.

 

 

 (자연)이 당신에게 허락한 신선한 과일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 (52)

 

 우리 인간은 태초부터 부여받은 설계도면과 수백만 년 진화해온 기본적인 소화생리를 바꾸지 않았다. (133)

  


설계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지적 설계와 유사한데, ‘과일을 먹는 영장류는 신적인 존재나 자연(범신론: 모든 자연은 곧 신이며 신은 곧 모든 자연이라고 보는 관점)이 설계한 결과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로 과일을 먹는 영장류가 신이라는 지적 설계자가 만들었다면 과일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왜 있는 것일까그런데 저자는 과일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일 섭취의 해악을 강조한 정보(또는 거짓 뉴스)에 세뇌되었다고 비판한다



 인간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동일지역, 동종인종의 경우 나는 과일이 맞지 않는다거나 나는 태생적으로 채소를 싫어한다라는 말은 습관의 결과이자 세뇌된 편견일 뿐이라는 말이다. (132)



저자는 과일 섭취가 인간에게 이상적인 식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동일 지역에 사는 동일 인종은 과일 섭취를 좋아하며 과일을 많이 먹어서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라면 과일을 무조건 좋아할까?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은 동일 인종인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너무나 다양하다. 저자가 표현한 동일 인종은 한 사람의 의미를 대단히 협소하게 만드는 단어이며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일부만 보고(과일을 섭취하고 나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믿는 저자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지지하는 영양학 전문가들의 견해, 과일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일반인들의 긍정적인 반응) 전체를 판단하는(“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과일 섭취를 선호했으며 과일을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


과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실천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과일은 건강에 해롭다라는 잘못된 믿음에 세뇌된 사람이라고 봐야 할까?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을 규정하면 절대로 안 된다. 의학적으로 확인된 알레르기 유발 과일은 생각보다 많다. 사과, 딸기, 망고, 멜론, 바나나, 살구, 오렌지, 자두, 참외, 체리, 키위 등이 있다. 특히 망고, 멜론, 바나나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과일이다. 그런데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과일을 먹도록 설계되어있다고 주장한다(174~177).


저자는 이 책에 잘못된 정보를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혀 미각 지도가 과학적인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본성적으로 단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달콤한 과일을 좋아한다. 당신은 중고등학생 시절 생물시간에, 혀의 가장 앞자리에 단맛을 감지하는 미뢰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이것은 진화론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 인간은 문화와 환경에 의해 형성된 각각의 음식문화와 관계없이 달콤한 생과일에 끌린다. (41)

 

 고지방 식단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노화를 촉진한다. 우리 인간은 지방의 맛을 느낄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혀의 맛 지도를 생물시간에 공부한 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알 수 있다. (226)

 

 

단맛은 혀의 앞쪽, 쓴맛은 혀의 뒷부분, 신맛은 혀의 옆 부분, 짠맛은 혀 가운데에서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교과서에 미각을 표시한 맛 지도를 설명한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맛 지도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죽은 지식’이다. 실제로 혀의 어느 부분이든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혀의 여러 부분마다 맛을 느끼는 세포의 개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민감하게 느껴지는 맛이 있다. 산 음식, 죽은 음식은 여러모로 검증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식단을 선택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식단을 권장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식단인지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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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0-12-13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와 비슷하군요. 저도 채식 위주로 먹기 시작했는데 이거 외식할 때는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는 채식 위주로, 나가서 술 마실 때는 아무거나....
개인적으로 제가 이 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는데 저자는 인간이 원래 과일만 먹고 살았다고 하던데... 그러면 겨울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합니다.

cyrus 2020-12-14 09:1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먹고 마시는 우리 삶에 변수가 많이 일어나요. ㅎㅎㅎ

파트라슈 2020-12-1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일값이 얼마나 비싼데요. 마트에 사과 한 알에 3,000원씩 하던데 지금은 좀 내렸지요.
과일을 탄수화물 주 공급원으로 삼는다는 주장은 어이없어 보입니다. 비싼 과일을 삼시세끼 밥대신 먹을 수도 없고 먹을 능력도 안되고 무엇보다 쌀과 김치 된장이 없는 식단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열대지방에서 생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극지방까지 진출해서 다양하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저자는 모르는 것입니까? 쌀과 밀을 대체하는 식품으로 과일은 정말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이 책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신자가 아닐런지?

cyrus 2020-12-14 21:58   좋아요 1 | URL
이 책을 현실적으로 비판한다면 파트라슈님의 의견이 제격이에요. 맞아요. 지구온난화로 환경이 변하면서 바나나 같은 과일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죠? 이러면 유통되는 과일 가격은 비싸져요. 물론 과일 가격을 오르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저자가 지적 설계론을 지지하는 기독교신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 전집 1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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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Wind)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쓴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이 문장으로 빚어낸 생생한 자연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1941년에 나온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카슨이 쓴 첫 번째 책이자 바다 3부작의 시작을 알린 책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카슨은 해양 생물에 관한 라디오 원고를 주로 썼다. 홍보용 소책자에 실린 카슨의 글을 눈여겨본 미국 어업국(Bureau of Fisheries,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와 같은 행정기관) 소속 직원(카슨의 직속 상사)은 그녀에게 대중 매체에 실을 만한 글을 써보라고 격려했다. 평소에 바다와 해양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카슨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서 바다를 주제로 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바닷바람을 맞으며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가장 비중 있게 나온 해양 생물은 갈매기, 고등어, 뱀장어다. 카슨은 책을 쓰기 위해 바다에 직접 가서 해양 생물들을 관찰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유심히 보면 카슨의 정확한 관찰력이 만들어낸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문장들을 읽으면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필자가 이 책을 ‘자연 다큐멘터리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다시 강으로 돌아간 물수리는 수면 가까이로 급강하해 날갯짓을 하며 발을 강에 담갔다. 발톱에 묻은 물고기의 점액을 닦는 것이다. (93)

 

 어부들이 두 번 정도 그물을 더 거둔 후 만조가 되었다. 이윽고 물고기를 잔뜩 실은 배들이 돌아갔다. 회색 바다를 배경으로 흰 모래톱에서 날아온 갈매기 무리가 해변의 물고기를 잔뜩 먹었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놓고 싸움을 벌일 때 작고 검은 깃털을 지닌 새 두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녀석들은 해변의 좀 더 높은 곳으로 물고기를 가져가 먹어치웠다. 그들은 해변 언저리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고기잡이까마귀로, 죽은 게나 새우 등 바다의 부산물을 먹고 살았다. 해가 지자 숨어 있던 구멍에서 나온 달랑게 군단이 해변에 남겨진 물고기의 마지막 잔해마저 깨끗이 해치워버렸다. 그보다 먼저 모래벼룩이 모여들어 고기의 사체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생하느라 바빴다.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가 산다. 생명의 중요한 요소가 계속해서 끝없는 순환을 이어가는 것이다. (104)

 

 

[원문]

 After the fishermen had made two more hauls and then, as the tide neared the full, had gone away with laden boats, a flock of gulls came in from the outer shoals, white against the graying sea, and feasted on the fish. As the gulls bickered among themselves over the food, two smaller birds in sleek, black plumage walked warily among them, dragging fish up on the higher beach to devour them. They were fish crows, who took their living from the edge of the water, where they found dead crabs and shrimps and other sea refuse. After sundown the ghost crabs would come in legions out of their holes to swarm over the tide litter, clearing away the last traces of the fish. Already the sand hoppers had gathered and were busy at their work of reclaiming to life in their own beings the materials of the fishes’ bodies. For in the sea, nothing is lost. One dies, another lives, as the precious elements of life are passed on and on in endless chains.



하지만 카슨은 당시 1940년대의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해양 생물의 참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부지런하게 바다를 산책하면서 세밀하게 관찰했지만, 개인의 능력만으로 거대하고도 깊은 바다 세계의 풍경을 독자들에게 실감 나게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다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다와 해양 생물에 대한 지식과 비교해서 책을 읽으면 정확성이 떨어진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아마도 그녀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뱀장어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해양 생물연구소에 일했을 때 뱀장어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뱀장어가 어떻게 사는지, 어디서 알을 낳는지 등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카슨은 뱀장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그녀는 당시로선 새로운 방식으로 글을 썼다. 카슨은 지식으로 채워지지 않은 해양 생물의 삶에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상상력에서 잉태된 해양 생물들은 흡사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동물을 의인화한 표현 방식은 지식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학적 글쓰기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카슨이 재구성한 해양 생물들의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게 만든 이분법적 구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분법적 구도의 창시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의심하는 인간의 영혼만을 주체로 간주하고, 동물을 생각과 영혼이 없는 객체로 밀어 넣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 유일하게 등장한 인간은 고등어를 잡는 어부다. 그러나 이 어부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높은 자리에 군림한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묘사된 어부는 생존을 위해서 바다로 뛰어든 하잘것없는 동물이며 바다 생태계 속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개체이다.


자연 속의 동물을 소재로 한 동물문학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은 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 두 책 모두 각각 곤충과 동물의 생태 연구에 기반을 둔 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에 견줄만한 동물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과학과 문학, 이 두 세계를 가로지른 카슨의 글쓰기가 돋보인 수작이다. 침묵의 봄이 카슨의 유일한 대표작이 될 수 없다. 그녀가 남긴 모든 책은 자연을 향한 따사로운 애정과 치밀한 관찰이 만나서 생긴 결실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117~118

 가장 심한 학살은 밤 시간 동안 일어났다. 넓은 하늘 아래 바다에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그날 밤 작은 플랑크톤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수로, 그만큼이나 밝은 정도로 늘어났다. 빗살해파리, 화살벌레[1], 새우, 해파리[2], 물벼룩, 메두사[2], 투명한 날개를 자랑하는 고둥 무리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어두운 밤 속에 반짝거렸다.

 

[원문]

 It was the nights that had seen the greatest destruction. They had been dark nights with the sea lying calm under a wide sky. On those nights the little stars of the plankton had rivaled in number and brilliance the constellations of the sky. From underlying depths the hordes of comb jellies and glassworms[1], copepods and shrimps, medusae of jellyfish[2], and translucent winged snails had risen into the upper layers to glitter in the dark water.

 

[1] glassworm(유리벌레): Chaoborus(각다귀의 일종)의 유충. 화살벌레와 유리벌레는 서로 다른 개체이다.

 

[2] 해파리는 여러 가지 형태(플라눌라 유생폴립스트로빌라에피라메두사)로 변하면서 성장하는데, 어느 정도 다 자란 해파리를 메두사라고 한다. 그러므로 해파리메두사를 마치 서로 다른 개체인 것처럼 따로 쓸 필요가 없다. 원문에 나온 ‘medusae of jellyfish’는 해파리를 뜻한다.






2

 

 

* 240(용어 설명중에서)

 

심해저[1]


 대륙붕의 가파른 경사면에 둘러싸인 대양 속 깊은 곳의 지형[1]. 심해저의 바닥[1]은 넓고 황량한 평원으로, 보통 깊이는 3킬로미터 정도[2]에 달한다. 때로 8~9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이나 협곡이 자리하기도 한다. 심해저의 바닥은 깊고 부드러운 무기물 진흙과 바다 생물체의 사체로 덮여 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항상 온도가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3]

 

[원문]

 The central deeps of the ocean, enclosed by the steep walls of the continental slope. The floor of the abyss is a vast and desolate plain, lying, on the average, about three miles deep, with occasional valleys or canyons dropping off to depths of five or six miles. The bottom is covered with a deep, soft deposit composed of inorganic clays and of the insoluble remains of minute sea creatures. The abyss is wholly without light and is uniformly cold.

 

 

[1] 심해저는 오역이다. 카슨이 직접 쓴 용어 해설(glossary)’에 제일 먼저 나오는 단어가 ‘abyss’, 심해(수심이 깊은 바다). 심해저(deep sea bottom, deep-sea floor) 또는 심해저 평원(abyssal plain, abyssal floor)은 수심 2000m 이상의 심해의 밑바닥(심해 지형)을 말한다. 그리고 심해저의 바닥은 동의어가 반복된 어색한 표현이다. 심해저의 (, floor)’는 밑바닥을 뜻하는 한자어다. 올바르게 쓰면 심해의 바닥(The floor of the abyss)’이다.

 

[2] 3마일(three miles)km로 환산하면 4.8km이다.

 

[3] 심해는 수심 2,000m 이상의 바다로, 빛과 산소가 거의 없고 온도는 낮은 대신 압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심해라고 해서 무조건 수온이 낮은 건 아니다. 심해저에 화산처럼 지구 내부의 지열로 뜨거워진 물(수온이 300가 넘는다)과 연기(주로 황화수소가 들어 있다)를 분출하는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hydrothermal vent)이 있다. 이 주변에 있는 생물들은 고온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심해가 항상 저온 상태로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 열수공 주변의 수온은 엄청 뜨겁기 때문이다


카슨과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해양생물학자인 카슨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책인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심해생물의 생태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에 등장한 심해생물들은 저온(또는 고온)과 고압에 적응하기 위해 괴상한 모습으로 진화한 개체에 가깝기보다는 수심이 깊지 않은 바다에서도 사는, 평범한 모습의 개체이다


카슨은 심해 지형에 대륙붕과 대륙사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60년대 말에 해양과학자들은 열수분출공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카슨은 1964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녀는 열수분출공의 존재를 몰랐을 수 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인 1977년에 심해 유인잠수정 앨빈(Alvin)호가 처음으로 열수분출공을 확인했다. 카슨이 건강해서 좀 더 살아있었으면 열수분출공에 흥미를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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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0-12-12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슨의 책은 과학책이기에 앞서 문학적이죠. 그는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서를 쓴 작가로 기억될 겁니다. 그 유명한 침묵의 봄도 보면 문학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책이었죠.ㅎㅎ

cyrus 2020-12-13 10:35   좋아요 0 | URL
카슨과 같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책을 쓰는 작가’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카슨과 같은 작가가 누구 있는지 떠오르지 않아요.

레삭매냐 2020-12-1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레이철 카슨에 꽂혀 일단
책들을 사 모으긴 했으나...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네요.

내년에나 만나 보게 될 수 있을지.

cyrus 2020-12-13 10:36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면 안 읽을 수 없게 됩니다.. ㅎㅎㅎ
 








20201211일 오후 811~ 오후 950





지난 9월 말에 처음으로 비대면 독서 모임(zoom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 횟수로 따지면 어제 모임을 포함해서 세 번째다. 그래도 화상 회의를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다. 비대면 독서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임 진행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독서 모임은 저녁 730분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비대면 독서 모임은 조금 늦게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에 퇴근하는 참석자는 제시간에 화상 회의에 참석하기 힘들다. 퇴근 시간대는 교통이 혼잡하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걸린다. 퇴근하는 도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화상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없다. 러시아워(rush hour)를 뚫고 집에 도착하면 세면하고 식사를 해야 한다. 화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식사를 거를 수 없다. 따라서 비대면 독서 모임은 최대한 늦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모임에 참석하고 싶은 분들이 좀 더 여유롭게 화상 회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저녁 8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모임에 참석하려는 분들은 필자의 제안에 동의했다.


 

어제 비대면 모임은 저녁 811분부터 시작되었다. 이날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존재는 총 아홉 개체다. 필자가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존재아홉 개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비대면 모임 참석자, 즉 사람은 필자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고양이 세 마리와 개 한 마리다. 원래대로라면 비대면 모임 참석자 다섯 명, 고양이 세 마리와 개 한 마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평범하고도 익숙한 표현은 인간과 ()인간인 동물을 구분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이 키우는 동물이 아닌 인간과 함께 사는 가족이다. 반려동물은 화상 회의를 하고 있는 인간의 행동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의도치 않게 화상 회의 중에 반려동물이 깜짝 등장한다. 비록 잠깐 화면에 나온 것뿐이고 말을 하지 못하지만, 반려동물이 화상 회의를 하는 사람 주변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 개체는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고 볼 수 있다. 개체(individual)’는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를 말한다. 동물과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이므로 개체에 속한다그래서 필자는 사람과 동물을 동등한 존재로 보기 위해 사람을 세는 단위(‘’)와 동물을 세는 단위(‘마리’)를 쓰지 않았다
















 

필자는 비대면 모임 시작 전날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모임 참석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반려동물도 독서 모임에 참석하세요?” 그러자 참석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 그분의 언행을 보았을 땐 동물권(animal rights)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집에서 사는 동물도 아니요, 인간의 외로움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살아있는 장난감도 아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사는 존재, 즉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어제 비대면 독서 모임은 저녁 811분에 시작해서 950분에 마쳤다. 화상 회의 참석자들은 침묵의 봄9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어왔고,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 물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다. 대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어제 모임 공식 후기(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는 후기)는 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쓰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준 사람은 카페 스몰토크의 주인장 완 사장님(모임 참석자들이 카페 주인장을 부를 때 주로 쓰는 애칭)’이다. 어제 카페 안에 있었던 사람은 총 세 명(필자, 필자의 노트북을 함께 사용한 모임 참석자 한 분, 완 사장)이다. 필자는 노트북 화면에 나온 반려동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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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12-1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롭네요. 이제 줌으로 하는 모임이 점점 일상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여러 지리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다만 그래도 직접 만나 나누는 교감이 아쉽기는 합니다.

cyrus 2020-12-12 17: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상대방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어요. 그래서 대화가 좋은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

페크pek0501 2020-12-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대면 화상 독서모임은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되니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겠네요.
아무리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도 열정만 있다면 대안을 모색하게 되나 봅니다.
독서모임 응원합니다. 응원 응원!!!

cyrus 2020-12-14 09:15   좋아요 0 | URL
밀폐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일 땐 음식 섭취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대화할 땐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요. ^^
 





지난 9월과 10월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달이었다. 9월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소설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면, 10월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Antonio Skármeta)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었다. 그러고 보니 9월과 10월은 민음사의 달이기도 하군.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평점: 4점   ★★★★   A-





두 작품 모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모임 필독서였다. 그리하여 9월과 10월에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를 집중적으로 읽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기 전에 네루다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예전에 네루다의 시를 접해본 적이 있었지만, 그땐 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네루다의 시가 참 좋은 시라고만 생각했다. 확실히 네루다의 생애를 알고 난 후에 그의 시를 읽으니 정말 시 속에 ‘네루다’가 있었고, 네루다의 삶 속에 ’가 있었다


















* 파블로 네루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민음사, 2007)

평점: 3점   ★★★   B

 


*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옮김 네루다 시선(민음사, 2007)

평점: 3점   ★★★   B

 


* 파블로 네루다, 김현균 옮김 네루다 시선(지만지, 2014)

평점: 4.5점   ★★★★☆   A





네루다가 쓴 시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약칭 스무 편의 사랑의 시’). 1924년 네루다가 스무 살 때 발표한 시집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가 워낙 유명해서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오해할 수 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는 네루다의 두 번째 시집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가 나오기 일 년 전에 네루다는 첫 번째 시집 <황혼 일기>을 발표했다. <황혼 일기>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좋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은 시집은 스무 편의 사랑의 시.


젊은 네루다는 스무 편의 사랑의 시를 통해 자신의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감정과 욕망을 표출한다. 특히 이 시집에서 가장 맨 먼저 나온 한 여자의 육체는 독자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 수 있다. 네루다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정현종 시인은 스무 편의 사랑의 시의 매력이 품격을 잃지 않은 표현의 적나라함과 솔직함이라고 하지만,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시인은 자신에게 내맡긴 벌거벗은 여인을 세계로 상정하여, 자신은 농부가 되어 여인을 정복하려고 한다.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너는 세계와 같다.

내 거칠고 농부 같은 몸은 너를 파 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한 여자의 육체중에서, 정현종 옮김)




이 시에 묘사된 여자(의 육체)’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시인은 우아한 여자의 육체를 사랑하고 소유하면 터널 같은 외로움(이 시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을 벗어날 수 있다. 페미니즘 비평의 관점으로 이 시를 해석하면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데 그치고 마는 여성의 육체를 찬양한 시인의 남성 중심적 시각을 비판할 수 있겠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는 라틴아메리카의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시집이다. 아마도 젊은 시인의 솔직 과감하고 에로틱한 사랑 고백에 공감하는 젊은 독자들이 많았으리라. 반면 보수적인 가톨릭 전통 속에 살아온 독자들은 이 시의 선정적인 표현을 탐탁지 않았다. 이러한 독자의 반응을 반영한 인물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 나오는 과부. 그녀는 네루다의 에로틱한 시를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다. 소설의 주인공 마리오는 과부의 딸을 사랑하는데, 과부는 네루다의 시를 읊으면서 딸에 접근하는 마리오가 못마땅하다. 과부는 네루다의 시에 있는 구절(‘벌거벗은’, 스페인어: desnuda)을 문제 삼는다. 그녀는 이 시의 구절을 트집 잡으면서 마리오가 딸의 벌거벗은 몸을 봤다면서 분노한다. 마리오와 딸의 결혼을 반대한 과부를 설득하려고 온 네루다는 시의 내용이 꼭 실제 상황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한 여자의 육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 한 편만 콕 집어 시집 전체마저 부정적으로 보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에 수록된 나머지 작품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그리고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같은 초기작에 너무 주목하면, 상대적으로 네루다의 중기작과 후기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이후에 네루다의 시는 좀 더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진다. 네루다는 공산주의를 지지한 초현실주의자들과 친분을 맺었는데,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시집 지상의 거처》(Residencia en la tierra, ‘지상의 주소’라고 하기도 한다)에서 보여준 난해한 초현실주의적인 시를 쓰기도 했다. 네루다가 페루의 마추픽추(Machu Picchu)을 여행한 이후에 쓴 모두의 노래는 라틴아메리카의 장대한 역사를 담아낸 역작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네루다의 시의 대부분은 정현종 시인이 번역한 것이다. 시인이 번역한 네루다 시 선집은 영어 중역본이다. 시인이 번역한 시와 스페인어 원문의 시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김현균 교수의 번역 시를 함께 읽어 보면 두 사람의 번역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 34쪽 

[『나는 네가 조용하기를 바란다』 중에서, 정현종 옮김)


나는 네가 조용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네가 없는 것 같고

그리고 너는 멀리서 나를 듣고 내 목소리는 너에게 닿지 않는다.

마치 네 두 눈이 날아가 버린 것 같고

키스가 네 입을 봉한 것처럼.

 

《네루다 시선》(지만지) 19쪽 

[김현균 옮김]


마치 곁에 없는 것 같아 말 없을 때의 네가 좋다.

널 멀리서 내 말에 귀 기울이고, 내 목소리는 네게 닿지 못한다.

네 두 눈은 멀리 날아가 버린 듯하고

한 번의 입맞춤이 너의 입을 걸어 잠근 것만 같구나.




필자는 시인의 영어 중역본과 스페인어 원문을 우리말로 옮긴 김현균 교수의 번역본 중에 누가 더 번역이 낫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래도 이 두 권 중 하나를 골라 추천해야 한다면 김현균 교수가 번역한 네루다 시선을 고르겠다. 김 교수 번역의 네루다 시선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네루다의 시집 <에스트라바가리오>(Estravagario, 1958)에 수록된 아홉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정현종 시인의 네루다 시선에는 <에스트라바가리오>에 수록된 시가 단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김 교수 번역의 네루다 시선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한 역자의 상세한 해설은 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가 다가서려는 독자에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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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1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파블로 네루다의 인생에 대해 그의 시에 대해 다시금 찾아봤었는데.. cyrus님 글 보니 한 권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네요.

cyrus 2020-12-12 07:51   좋아요 1 | URL
민음사에서 나온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 언급된 시집이에요. 저는 이 시집이 좋았어요. ^^

Angela 2020-12-12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미문학도 벅찬데 cyrus님은 스페인 문학까지~

cyrus 2020-12-12 07:53   좋아요 0 | URL
안 벅찬 분야가 있겠어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가 벅차면 다른 분야에 끌리게 되더라고요. 저의 독서 스타일이 이렇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