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이미지는 ‘사단법인 올재’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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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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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점심을 먹고 왔으면 죄송합니다. 지저분한 얘기를 하려고요.

 

예전에 똥은 거름이었다. 배추, 무, 상추, 마늘, 고추 모두 이 똥을 먹고 자란 채소들이다. 우리가 웃돈 주고 사 먹는 유기농 채소라는 것도 따져 보면 바로 ‘똥 먹여 기른 채소’다. 밥이 똥이 되고, 그 똥이 다시 밥이 되는 오묘한 섭리. 요즘 커다란 슈퍼마켓을 가면 유기농 채소가 넘친다. 그 누구도 화학 비료와 농약을 뒤집어쓴 채소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은 맹신에 가깝다. 유기농산물이 생물학적 위해(危害)에 취약한 면을 간과하고 있다. 생물학적 위해요소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있다. 유기농이란 말만 믿고 세척을 소홀히 하면, 채소에 붙어있던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

 

오래전 똥을 농작물의 거름으로 주던 시대에는 기생충이 있는 사람이 많았다. 농약 사용과 생활환경의 현대화로 기생충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유기농 채소를 선호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기생충 감염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밭에 똥거름을 뿌리는 작업을 한다면 긴 옷을 입고, 장화를 신어야 할지 모른다. 유기농 채소를 가꾸는 사람들도 기생충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흙 속에 사는 분선충이라는 기생충이 산다. 이 기생충이 사상유충으로 자라면 감염력이 높아진다. 사상유충은 피부를 뚫고 들어가 소장으로 향한다. 소장 안에서 성충이 된 분선충 암컷은 스스로 알을 낳아 개체 수를 늘린다. 면역이 약한 사람이 분선충에 감염되면 치명적인 증상에 시달린다.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된다.

 

생선회를 먹은 다음 급격히 배가 아프면 고래회충(Anisakis)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한때 고래회충의 실체가 매스컴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지던 시절이 있었다. 고래회충에 걸려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자 불안한 사람들은 생선회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신선도가 떨어지는 싸구려 회나 생선의 내장을 날 것으로 먹지 않는다면 고래회충의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기생충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겼다. 앞서 소개한 분선충이라는 녀석은 피부뿐만 아니라 장 점막을 뚫고 혈관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고래회충은 분선충에 비하면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니다. 알고 보면 불쌍한 녀석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생선회를 먹고 복통에 시달리지 않았으며 고래회충에 감염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별다른 증상은 없었어도 고래회충 유충 한 두 마리 정도는 내 몸속에 살았을 것이다. 고래회충은 강한 산성, 방사선 등에 끄떡없는 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고래회충 유충이 재수 없으면 숙주인 고래 몸속이 아닌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녀석은 낯선 주변 환경에 당황한다. 마치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매면서 울상 짓는 아이의 심정일 것이다. 낯선 거리를 헤매는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아이는 비를 피하려고 쏜살같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위장으로 진입한 유충은 위산의 기운을 감지한다. 위산 홍수를 피하고자 위벽에 머리를 박는다. 낯선 곳에 살아남으려는 유충의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그런데 이 녀석 머리가 위벽에 닿으면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한다. 이때 사람들이 고래회충이 위벽을 뚫어 몹쓸 짓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래회충은 위벽을 뚫지 못한다.

 

 

 

 

 

기생충 감염을 불안해하는 대중 심리와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동시에 겹쳐지면서, 고래회충 유충이 무서운 존재로 오해를 받았다. 고래회충에 연민이 느껴진다. 나도 기생충을 좋게 보게 되다니. 기생충의 아버지 서민 교수는 기생충의 삶을 알게 되면 기생충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기생충을 사랑하는 감정은 이런 걸까? 고래회충이 위장에서 헤매는 모습을 생각하면 눈가에 촉촉한 습기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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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7-1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내용이라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군요. 너무나 솔직한 그러나 담담한 글, 그리고 이 생생한 느낌을 어쩌란 말인가 혼잣말처럼 내뱉었습니다.
회충…헤매는…생각…촉촉한…차오른다, 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cyrus 2016-07-14 19:57   좋아요 0 | URL
기생충이 유해한 존재인 것은 맞지만, 면역력을 건강히 유지하고 있으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결국 건강 관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yureka01 2016-07-14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학교에서 구충제 한알씩 받아 먹었던 생각이 납니다..ㅎㅎㅎㅎ

cyrus 2016-07-14 19:57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시절 이야기를 듣기만 했습니다. ^^

stella.K 2016-07-1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옛날에 어렸을 때 한 7살쯤이나 됐으려나?
양치질을 하고 바가지 물에 쌀알갱이 보다도 적은 벌레 한마리가
빠져죽어 있는 걸 까짓 거 어차피 뱉어낼 물인데 내 입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떠랴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작아 목구멍으로 넘어간 것 같더라고.
그때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해서 며칠 고생을 했지.
엄마가 자꾸 내가 배를 아파하니까 구충제를 먹게 했는데
정말 사르르 낫는 거 있지?
그때 구충제의 위력을 알게됐지. 근데 보통 학교들어가면 채변검사하잖아.
그게 제일 고역이더라구. 다행으로 구충제 안 먹어도 되면 좋은데
먹는 아이 보면 얼마나 쪽팔릴까 측은지심이 되고.ㅋ

cyrus 2016-07-15 05:55   좋아요 0 | URL
벌레 안에 있던 기생충에 감염된건가요? ㄷㄷㄷ

저도 비위가 강한 편인데 솔직히 체변검사 준비는 못하겠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6-07-15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싸이러스님 저도 눈가가 축축해지네요. 이런 멋진 리뷰를 써주시다니, 제 책이 황송하네요!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래회충도 감사드릴 겁니다.

cyrus 2016-07-15 09:40   좋아요 0 | URL
유익한 내용의 책을 쓰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

transient-guest 2016-07-15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공생관계 같습니다 사실 숙주가 죽으면 기생문명도 사라지니까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을 것 같습니다 서민교수님의 책은 기생충 이야기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점 그리고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데 내용까지 재밌으니까 금상첨화네요

cyrus 2016-07-15 09:4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기생충에게 괴롭힘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강이라는 이유로 야생동물, 심지어 평소에 먹기 힘든 야생동물의 신체부위나 피를 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인과응보입니다.

표맥(漂麥) 2016-07-15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엇그제 이 책 다 읽었습니다.^^

cyrus 2016-07-15 09:44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 좋은 정보로 가득한 책입니다. ^^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 삶이 흔들릴 때 나를 잡아주는 힘
사이토 다카시, 박성민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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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명성에 이끌려서 책에 관심이 있는데, ‘출판사’ 때문에 읽기가 망설이는 독자는 이 책을 안 읽어도 됩니다.  

 

http://blog.aladin.co.kr/haesung/8619436

 

http://blog.aladin.co.kr/haesung/862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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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16-07-1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세번 죽이시는 군요..이러다 테러당하시는거 아니에요? ㅋㅋㅋ

cyrus 2016-07-13 17:05   좋아요 0 | URL
제가 뭘 쓰고 있는지 출판사는 관심 없을걸요. 저는 책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밝혔을 뿐입니다. 출판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책을 호의적으로 소개하는 건 독자를 배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를 위해서 책을 소개해야 합니다. 만약 논어 관련 글이 갑자기 사라지면 출판사가 저에게 태클을 걸었다고 생각하세요. ^^

yureka01 2016-07-1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고전은 직접 당사자의 뜻을 물어 볼 수가 없으니...해석하기 나름이더라도,
저자의 검증이 불가능하니..햐 ㄷㄷㄷㄷ

cyrus 2016-07-13 17:07   좋아요 1 | URL
논어가 공자의 제자들이 정리한 책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스승의 사상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논어가 정말 어려운 책입니다. 여러 번 봐도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

2016-07-13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7-13 19:24   좋아요 1 | URL
네. 즐독하세요. ^^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을 읽으면서 오히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내가 이 책에서 잃은 것은 시간이다. 논어 국역본 두 권과 같이 읽으니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의 역자는 논어의 문장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번역했다. 사이토 다카시의 일본 원서를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으로 추측한다. 역자가 논어 인용문을 번역할 때 논어 국역본을 참고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논어와 같이 해석이 분분한 책의 한자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려면 당연히 국역본을 참고해야 한다. 논어를 번역한 김원중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중국학자가 번역한 논어 텍스트까지 참고했음을 밝혔다. 김원중 씨는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해석의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논어 문장을 설명했다. 그래서 논어 비전공자가 논어나 일본학자, 중국학자가 쓴 논어 입문서 번역에 손을 대면 의심을 하면서 읽어봐야 한다. 논어 문장을 옮기고 해석하는 과정에 역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토 다카시도 이러한 오류의 함정에 피하지 못했다. 그는 공자가 시(詩)의 효용의 장점을 강조한 대목을 근거로 공자가 실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에 나오는 논어의 문장이 바르게 번역되었는지 검토하기 위해서 김원중의 《논어》와 이을호의 《한글 논어》(올재 셀렉션스)를 참고했다.

 

 

 

[원문]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제5편 공야장 8장)

 

 

* 자로가 대국에서 군사를 훈련시킨다면 훌륭하게 해낼 테지만 ‘인’을 갖추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이토 다카시, 169쪽)

 

* 유(자로)는 천 대의 수레를 낼 수 있는 나라에서 세금을 관리하는 일을 시킬 수 있을 정도이나, 그가 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원중 99쪽)

 

* 제후국의 국방장관쯤 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을호 75쪽)

 


노나라의 재상 맹무백이 공자에게 자로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이에 공자는 자로를 솔직하게 평가했다. 원문의 ‘賦’(부세 부)를 직역하면 ‘세금을 부과하는 재정 담당 업무’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賦’에는 군정(軍政)의 의미도 있다. 

 

 

 

[원문] 三年學, 不至於穀, 不易得也. (제8편 태백 12장)

 

 

* 오랫동안 학문을 했으면서도 벼슬길을 탐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이토 다카시, 85쪽)

 

* 3년 동안 배우고도 관직에 나아가지 않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김원중, 157쪽)

 

* 삼 년 공부에 벼슬 뜻이 없는 사람은 손쉽게 찾아내기 어렵다.
(이을호, 131쪽)

 

 

공자는 3년 동안 공부해서 벼슬에 오른다고 해도 학문을 제대로 익혔는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벼슬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학업에 정진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원문]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賈而沽諸?”

(제9편 자한 13장)

 

 

* 자공이 공자에게 관직에 나가 일할 뜻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이렇게 빗대어 질문했다.
“여기에 아름다운 보석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상자에 넣어 보관해두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후한 값을 쳐주는 사람을 찾아가 파는 것이 좋을까요?” (사이토 다카시, 53쪽)

 

* 자공이 물었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으면 궤에 넣어 보관하시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구하여 파시겠습니까?” (김원중, 170쪽)

 

* “아름다운 구슬이 여기 있다면 궤 속에 감추어 둘까요? 좋은 장사치를 찾아서 팔까요?” (이을호, 146쪽)

 

 


자한은 스승이 벼슬을 하지 않는 태도와 관련해서 비유적인 표현을 쓰면서 질문했다. 김원중과 이을호는 원문의 ‘賈’(값 가, 장사 고)를 ‘상인’으로 번역했다. 다만, 두 사람이 번역한 ‘장사’의 의미에 차이점이 있는데, 이을호는 상인을 낮잡아 이르는 표현을 썼다. 사이토 다사키(혹은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역자)는 원문의 ‘賈’를 ‘價’(값 가)와 동일한 단어로 보고 ‘좋은 가격을 쳐주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김원중은 이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원중은 공자가 장사치와 비슷하게 보는 해석을 부정적으로 봤다. 본인의 해석과 모순된 입장이다. 다른 해석을 부정적으로 보는 김원중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문]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제17편 양화 7장)

 

 

* “나는 쓰디쓴 참외가 아니다. 그저 매달려 있기만 할 뿐 아무도 먹으려고 하지 않는 열매가 아니니 나를 써줄 사람이 있다면 내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느냐?” (사이토 다카시, 58쪽)

 

* “내가 무슨 썩은 조롱박이더냐? 어찌 매달아놓기만 하고 [물 한잔 떠서] 먹을 수도 없단 말이냐?” (김원중, 317쪽)

 

* “나는 어찌 조롱박이던가? 대룽대룽 매달려서 먹지도 못하고 물건인가?” (이을호, 293쪽)

 

 

공자는 속된 충동에 타협하지 않으려고 벼슬을 피하는 자신의 신세를 ‘쓸데없이 매달린 조롱박’으로 비유했다. 원문의 ‘匏瓜’(포과)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덩굴식물 열매 ‘박’을 뜻한다. 그런데 사이토 다카시의 책에는 ‘참외’로 잘못 번역되었다. 참외의 한자어는 ‘甘瓜’(감과), ‘甛瓜’(첨과), ‘眞瓜’(진과)다.

 

 

 

 

 

 

‘쓰디쓴’이라는 표현도 원문과 맞지 않다. ‘豈’(어찌 기)와 ‘苦’(쓸 고)의 형태가 닮아서 해석하는 과정에 혼동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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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16-07-1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읽기는 해석이 천지차이이니 초보라도 꼭 원서로 봐야할 것 같아요 . 그래서 아직 시작도 못한 1인입니다저는..ㅋㅋ

cyrus 2016-07-13 16:55   좋아요 0 | URL
김원중의 논어에는 다른 학자들의 해석을 주석으로 소개했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글쓰기 방식입니다. 저도 논어를 여러 번 봐도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그만큼 오독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

yureka01 2016-07-1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설이 차이가 있었네요..ㄷㄷㄷㄷ

cyrus 2016-07-13 16:58   좋아요 1 | URL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논어 전공하는 학자들도 논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논어 한 권 독파했다고 잘난 척하는 사람 있으면 100% 믿어선 안 됩니다. ^^

아무 2016-07-1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주로 접한 논어는 어릴 적 최인호의 유림을 읽으면서였는데, 차이가 많이 나네요 ㅎㅎ 집에 가서 비교해봐야겠습니다...

cyrus 2016-07-13 16:59   좋아요 0 | URL
번거로운 일입니다.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고전 원전은 정말...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지더군요..

cyrus 2016-07-13 17:02   좋아요 0 | URL
고전 좀 읽었다고 잘난 척하면 안 되겠어요. 꼴랑 한 권 다 읽은 자신감 믿고 전공자에게 덤비다가는 들통 납니다. ^^
 

 

 

논어는 정말 어려운 책이다. 번역이 잘 된 논어 한 권을 독파했어도 공자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 동양학자가 국내에 나온 논어 대부분이 왜곡 번역되거나 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 논어가 차지하는 위상이 중요한 만큼, 번역을 둘러싼 논란이 없을 수 없다. 특히 논어를 읽으면서 주희의 해석에만 의존했던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지금도 논어의 일부 구절은 제대로 풀이하기가 쉽지 않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논어 한 구절을 이해하려면 중국 학자와 일본 학자들의 주석까지 참고해야 한다.

 

논어 읽기가 어려우면 논어를 쉽게 소개한 입문서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논어 입문서를 고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입문서를 쓴 저자 약력을 살핀다. 논어와 같은 동양고전을 연구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믿고 읽을 만하다. 간혹 새로운 접근으로 논어를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럴 때 다른 학자들의 입장과 비교하면서 본다. 원전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입문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나면 원전을 꼭 읽어야 한다. 가라타니 고진은 요약본이나 입문서는 잊어버리기 쉬우니 꼭 원전을 찾아 읽으라고 했다. 논어를 전공한 적 없는 저자가 펴낸 입문서는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읽어야 한다. 이런 저자는 논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논어에 대해서 주관적으로 맥락을 잡은 입문서는 고전을 억지로 끼운 경박한 처세론과 다를 게 없다.

 

 

 

 

 

 

 

 

 

 

 

 

 

 

 

  

 

일본의 독서전문가, 다작 활동하는 작가로 알려진 사이토 다카시도 논어를 다룬 책 한 권을 펴냈다. 놀랍게도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원제는 논어력’)은 올해에 아홉 번째로 나온 사이토의 책이다. 이번 달에 나온 타 출판사의 번역본 두 권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만 출간된 사이토의 책이 무려 열한 권이나 된다. 책 앞날개의 저자 소개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책에서는 최고의 고전 논어를 독자들이 좀 더 쉽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사이토 다카시-글쓴이 주)이 직접 논어를 읽으면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설명을 통해 우리는 자칫 단편적이고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는 듯 보이는 논어에서 연결의 힘을 발견하게 되고, 마침내 생동감 넘치는 논어의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딱 이 내용만 보면, 사이토의 책이 믿고 읽을 수 있는 논어 입문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이토는 저자 서문에서 원문을 몇 번 반복해서 읽을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논어를 해석한 사이토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결국 원전과 다른 입문서도 참고해야 한다. 원전을 읽어보지 않은 채 저자의 명성만 믿고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독서는 논어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심어질 수 있다.

 

 

 

 

 

 

 

 

 

 

 

 

 

 

 

 

 

사이토는 논어, 즉 공자가 생각하는 학문이 실학을 지향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가 생각하는 실학이 조선 시대 실학과 명백한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선 시대의 실학은 유교 기반 사회의 경직성을 비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 개혁의 방안을 제시하는 학문이었다. 일본의 실학자들도 조선 실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성리학을 비판하면서 서구의 과학기술 수용을 강조했다. 다만 조선의 실학과 차이점이 있다면, 조선의 실학이 민생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일본의 실학은 민중 계몽에 가깝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는 정부의 역할에 의지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국민 개개인의 독립된 정신을 함양하는 실학 교육을 표방했다.

 

사이토는 공자가 시 읽기의 효용성을 논하는 대목이 논어의 실학 지향적인 면이라고 주장한다.

  

 

시를 읽으면 감성을 갈고닦을 수 있으며 인격을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말은 지금 이 시대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단지 여기서 매우 실학적이라고 여겨지는 말은 바로 멀리 군주를 섬길 때도 도움이 된다는 부분이다. 이는 곧 시를 읽는 것이 실무와 직결된다는 말이다.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83)

  

 

나는 사이토가 유키치의 학문을 권장함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문이 든다. 유키치는 학문을 권장함이라는 책에서 유학과 봉건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만약 유키치가 살아 있었으면, 시 읽기가 실무로 연결된다고 주장하는 사이토의 실학에 기가 찼을 것이다. 유키치는 시를 잘 짓는 선비는 생활력이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유키치가 시를 잘 읽는 선비들이 실무에 능할 거라고 좋게 봤을까?

  

 

예로부터 선비들 중 생활을 능숙하게 꾸려나가면서 시를 잘 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시를 잘 지으면서 장사까지 잘한다는 상인의 이야기도 좀처럼 들어본 적이 없다. (후쿠자와 유키치 학문을 권장함15)

 

 

유키치의 냉정한 생각 속에는 시 읽기와 작문에 몰두한 선비들의 현실성 결여를 문제 삼고 있다. 유키치의 실학은 실용성을 강조하는 학문을 넘어서서 과학의 의미까지 포함된 양학(洋學)으로 봐야 한다. 사이토는 단순히 실용성이라는 이유만 가지고 논어가 실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애초에 논어의 실학적인 면을 강조하려면, ‘유키치의 실학을 언급하지 않아야 했다.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에 인용된 논어 구절을 논어 원전과 비교하면서 읽어봤는데 번역이 잘못된 문장도 있었다. 논어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쓴 논어 입문서의 한계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내일 이어서 소개하겠다. 아무튼,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은 논어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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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7-1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양반 또..... 아....

cyrus 2016-07-12 17:42   좋아요 1 | URL
‘양반’이라면 사이토 다카시를 말하는 거죠? 한국에 김병완이 있다면, 일본에는 사이토 다카시가 있습니다. 연말에 올해 펴낸 김병완의 책의 수와 올해 번역된 사이토 다카시의 책의 수를 결산해봐야겠습니다. ㅎㅎㅎ

루쉰P 2016-07-12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막판에 이 책은 제공을 받고 리뷰를 썼다는데서 빵 터졌네요 ㅋㅋ 이렇게 쓰셔도 되는거에요? ㅋ 출판사에서 책 괜히 줬다고 할 것 같아요 ㅋㅋ 그래도 이렇게 소신껏 쓰는 모습 좋네요 ㅋ 후쿠자와 유키치는 인간적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ㅎ 그의 인생을 보면 감동적이라 할까요 그런 걸 느껴요 ㅎ 논어를 읽는 방식은 마치 불교 경문을 연구하는 과정과 흡사하네요 경논석이란 말이 있듯이 석존의 경문에 훌륭한 대사가 논을 하고 또 그 논을 해석한 석이 있듯이 지금의 논어도 그런 식으로 읽어봐야 하나봐요 정말 공자가 말하고자 싶던 것 그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ㅎ

cyrus 2016-07-13 15:26   좋아요 0 | URL
독자에게 서평도서를 제공하는 출판사의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출판사가 서평도서를 무료로 받는 독자들이 칭찬 일색의 서평만 쓸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저는 서평도서를 읽게 될 다른 독자들을 위해서 솔직하게 책의 장단점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쓰기는 전문 서평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독자도 충분히 다른 독자에게 책을 권하거나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떳떳하게 밝힐 수 있습니다. 이게 능동적인 독서인거죠. 출판사로부터 불이익을 받더라도 책의 문제점을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독자들이 책을 고를 때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옛날 선비들처럼 논어의 문장을 하나하나 해독하듯이 읽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사실 고리타분하게 느껴져요. 현실에 맞게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을 저도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유의 의미가 있는데도 그걸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석하는 오독이 많아요. 특히 동양고전 같은 경우가 그래요. 저도 오독의 위험에 빠질까봐 노자, 장자 같은 책에 대해서 언급을 못하겠어요. ㅎㅎㅎ


초딩 2016-07-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어 책으로 장바구니에 담기 직전 내려놨습니다 ㅎㅎㅎㅎ

cyrus 2016-07-13 15:26   좋아요 0 | URL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도서관에 빌려서 읽어보시고 판단하셔도 좋습니다.

2016-07-13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7-13 15:34   좋아요 1 | URL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 논어 관련 책이 너무 많은데다가 제가 전공자도 아니라서 어떤 책이 가장 좋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양자오의 <논어를 읽다>를 권해드립니다.


alummii 2016-07-1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 추천하고싶지않다 쵝오! 잘못읽은줄알고 다시 읽었어요

cyrus 2016-07-13 15:35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단점을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유를 짧게 설명해주고, 읽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더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