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을 읽으면서 오히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내가 이 책에서 잃은 것은 시간이다. 논어 국역본 두 권과 같이 읽으니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의 역자는 논어의 문장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번역했다. 사이토 다카시의 일본 원서를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으로 추측한다. 역자가 논어 인용문을 번역할 때 논어 국역본을 참고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논어와 같이 해석이 분분한 책의 한자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려면 당연히 국역본을 참고해야 한다. 논어를 번역한 김원중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도 중국학자가 번역한 논어 텍스트까지 참고했음을 밝혔다. 김원중 씨는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해석의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논어 문장을 설명했다. 그래서 논어 비전공자가 논어나 일본학자, 중국학자가 쓴 논어 입문서 번역에 손을 대면 의심을 하면서 읽어봐야 한다. 논어 문장을 옮기고 해석하는 과정에 역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토 다카시도 이러한 오류의 함정에 피하지 못했다. 그는 공자가 시(詩)의 효용의 장점을 강조한 대목을 근거로 공자가 실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에 나오는 논어의 문장이 바르게 번역되었는지 검토하기 위해서 김원중의 《논어》와 이을호의 《한글 논어》(올재 셀렉션스)를 참고했다.

 

 

 

[원문]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제5편 공야장 8장)

 

 

* 자로가 대국에서 군사를 훈련시킨다면 훌륭하게 해낼 테지만 ‘인’을 갖추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이토 다카시, 169쪽)

 

* 유(자로)는 천 대의 수레를 낼 수 있는 나라에서 세금을 관리하는 일을 시킬 수 있을 정도이나, 그가 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원중 99쪽)

 

* 제후국의 국방장관쯤 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을호 75쪽)

 


노나라의 재상 맹무백이 공자에게 자로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이에 공자는 자로를 솔직하게 평가했다. 원문의 ‘賦’(부세 부)를 직역하면 ‘세금을 부과하는 재정 담당 업무’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賦’에는 군정(軍政)의 의미도 있다. 

 

 

 

[원문] 三年學, 不至於穀, 不易得也. (제8편 태백 12장)

 

 

* 오랫동안 학문을 했으면서도 벼슬길을 탐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이토 다카시, 85쪽)

 

* 3년 동안 배우고도 관직에 나아가지 않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김원중, 157쪽)

 

* 삼 년 공부에 벼슬 뜻이 없는 사람은 손쉽게 찾아내기 어렵다.
(이을호, 131쪽)

 

 

공자는 3년 동안 공부해서 벼슬에 오른다고 해도 학문을 제대로 익혔는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벼슬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학업에 정진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원문]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賈而沽諸?”

(제9편 자한 13장)

 

 

* 자공이 공자에게 관직에 나가 일할 뜻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이렇게 빗대어 질문했다.
“여기에 아름다운 보석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상자에 넣어 보관해두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후한 값을 쳐주는 사람을 찾아가 파는 것이 좋을까요?” (사이토 다카시, 53쪽)

 

* 자공이 물었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으면 궤에 넣어 보관하시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구하여 파시겠습니까?” (김원중, 170쪽)

 

* “아름다운 구슬이 여기 있다면 궤 속에 감추어 둘까요? 좋은 장사치를 찾아서 팔까요?” (이을호, 146쪽)

 

 


자한은 스승이 벼슬을 하지 않는 태도와 관련해서 비유적인 표현을 쓰면서 질문했다. 김원중과 이을호는 원문의 ‘賈’(값 가, 장사 고)를 ‘상인’으로 번역했다. 다만, 두 사람이 번역한 ‘장사’의 의미에 차이점이 있는데, 이을호는 상인을 낮잡아 이르는 표현을 썼다. 사이토 다사키(혹은 《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역자)는 원문의 ‘賈’를 ‘價’(값 가)와 동일한 단어로 보고 ‘좋은 가격을 쳐주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김원중은 이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원중은 공자가 장사치와 비슷하게 보는 해석을 부정적으로 봤다. 본인의 해석과 모순된 입장이다. 다른 해석을 부정적으로 보는 김원중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문]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제17편 양화 7장)

 

 

* “나는 쓰디쓴 참외가 아니다. 그저 매달려 있기만 할 뿐 아무도 먹으려고 하지 않는 열매가 아니니 나를 써줄 사람이 있다면 내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느냐?” (사이토 다카시, 58쪽)

 

* “내가 무슨 썩은 조롱박이더냐? 어찌 매달아놓기만 하고 [물 한잔 떠서] 먹을 수도 없단 말이냐?” (김원중, 317쪽)

 

* “나는 어찌 조롱박이던가? 대룽대룽 매달려서 먹지도 못하고 물건인가?” (이을호, 293쪽)

 

 

공자는 속된 충동에 타협하지 않으려고 벼슬을 피하는 자신의 신세를 ‘쓸데없이 매달린 조롱박’으로 비유했다. 원문의 ‘匏瓜’(포과)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덩굴식물 열매 ‘박’을 뜻한다. 그런데 사이토 다카시의 책에는 ‘참외’로 잘못 번역되었다. 참외의 한자어는 ‘甘瓜’(감과), ‘甛瓜’(첨과), ‘眞瓜’(진과)다.

 

 

 

 

 

 

‘쓰디쓴’이라는 표현도 원문과 맞지 않다. ‘豈’(어찌 기)와 ‘苦’(쓸 고)의 형태가 닮아서 해석하는 과정에 혼동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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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16-07-1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읽기는 해석이 천지차이이니 초보라도 꼭 원서로 봐야할 것 같아요 . 그래서 아직 시작도 못한 1인입니다저는..ㅋㅋ

cyrus 2016-07-13 16:55   좋아요 0 | URL
김원중의 논어에는 다른 학자들의 해석을 주석으로 소개했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글쓰기 방식입니다. 저도 논어를 여러 번 봐도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그만큼 오독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

yureka01 2016-07-1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설이 차이가 있었네요..ㄷㄷㄷㄷ

cyrus 2016-07-13 16:58   좋아요 1 | URL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논어 전공하는 학자들도 논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논어 한 권 독파했다고 잘난 척하는 사람 있으면 100% 믿어선 안 됩니다. ^^

아무 2016-07-1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주로 접한 논어는 어릴 적 최인호의 유림을 읽으면서였는데, 차이가 많이 나네요 ㅎㅎ 집에 가서 비교해봐야겠습니다...

cyrus 2016-07-13 16:59   좋아요 0 | URL
번거로운 일입니다.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고전 원전은 정말...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지더군요..

cyrus 2016-07-13 17:02   좋아요 0 | URL
고전 좀 읽었다고 잘난 척하면 안 되겠어요. 꼴랑 한 권 다 읽은 자신감 믿고 전공자에게 덤비다가는 들통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