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학문 간의 융합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이제 경제(경영)와 예술이 서로 손을 맞잡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식과 감성의 융합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인문학, 경제 그리고 예술을 연결짓는 건 상당히 어렵다. 몇 년 전부터 통섭이 파도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데, 우리나라는 항상 화두만 던져진 채로 풀리지 경우가 많다. 융합은 인위적인 작업으로 이루려고 해선 안 된다. 그건 접속과 생성이 아니라 어설픈 용접 수준에 불과하다. 어설픈 융합은 그 속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훤히 보인다. 잘된 융합에는 이것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약칭 예술과 경제’)은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낸 잘못된 융합의 결과물이다. 미술관에서 그림 좀 본다고 전방위 융합이 되는 게 아니다.

 

예술과 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야 할 내용이 있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를 소개한 저자의 설명에 동의할 수 없다.

 

 

 

   

   

터너가 활동하던 시기는 명확한 색과 뚜렷한 형태를 가진 그림이 최고로 간주되던 빅토리아 시대였기 때문에 그의 그림을 각광받을 수 없었다. 당시 안개 같은 연기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증기기관이 뿜어내는 연기였고, 그 연기는 산업동력의 원천이지 창조적 예술의 원천이 아니었다. 흔히 하는 말로 터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은 항상 실패를 먼저 맛본다. 물론 지금은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이자 국민화가로 칭송받는 터너지만 당시엔 환영받지 못하는 비주류 작가에 불과했다. (예술과 경제18)

 

윌리엄 터너는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풍경, 즉 환상적인 일몰이나 신비한 빛, 자연의 폭발적인 역동성 등의 소재에 자신의 감정을 실어 자유로운 색상과 느낌을 표현하였다. 실제로 터너는 직접 자신을 배에 묶고 바다로 나가 거기서 절절하게 느끼는 감동적인 바다를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터너의 대표작 , 증기, 속도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본 뿌연 광경을 담은 그림이다. 당시 사람들이 느끼던 기차의 속도감을 적절하게 묘사했다. 터너가 시대를 앞서가던 화가인 것은 분명하다. 터너는 말년에 갈수록 새로운 화법을 시도하여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평생 실패만 겪은 비주류 화가가 아니다

 

 

 

 

 

 

 

 

 

 

 

 

 

 

 

 

터너는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로열 아카데미(영국 왕립미술원)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터너는 승승장구했다. 고전적인 풍경화를 그려 인기를 얻었고, 로열 아카데미 정회원이 되었다. 29세에 작업실 겸 화랑을 개설하여 그림 주문을 받았다. 로열 아카데미는 보수적인 미적 담론을 고수했던 미술학교다. 터너는 전통적인 미술 수업을 받았고, 로열 아카데미 강단에 서서 고전적인 원근법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터너가 여러 차례 유럽을 여행한 이후로 표현 양식에 변화가 생겼다. 점점 그림 속 대상이 희미해지고, 구도가 단순해졌다. 현대 추상 회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생동감 있고 대담한 붓 터치를 시도했다.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터너의 독창적인 그림을 비난했지만, 이 이유만 가지고 터너가 시대를 잘못 만난 비주류 화가로 보기 어렵다. 터너처럼 처음부터 주류의 인정을 받다가 점점 전통적인 회화양식에 거부하는 화가들도 있다.

 

 

 

 

 

 

 

 

 

 

 

 

 

 

 

 

 

 

터너에 대한 설명보다 더 어이가 없는 내용이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국가경쟁력을 갖추려면 미래파처럼 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과 경제를 아직 안 읽어본 독자는 미래파가 미래지향적(?)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처럼 느껴질 것이다. 현재보다 앞서서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분명 멋진 일이다. 미래파로 분류된 화가들도 미래지향적 회화를 강조했다. 그런데 그들의 실체를 자세히 알게 되면 미래파의 등장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미래파의 실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전통을 극도로 싫어하는 과격주의자’, ‘과학과 기계에 열광하는 자’, ‘반페미니스트’, ‘전쟁에 좋아하는 파시스트에 가깝다. 미래파는 20세기 초 이탈리아에 처음 등장했다. 시인 필리포 마리네티는 1909년 파리에서 <미래주의 선언>을 발표했다.

 

 

 

         

 

* 우리는 새로운 아름다움, 즉 속도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더욱 훌륭하게 만들었다고 확언한다. 포탄을 타고 가는 것처럼 소리 내며 질주하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니케보다 아름답다.

 

* 우리는 운전하는 사람을 찬미하고 싶다.

 

* 우리는 전쟁(세상의 유일한 위생학), 군국주의, 애국심과 자유를 가져오는 이들의 파괴적 몸짓,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아이디어, 그리고 여성에 대한 조롱을 찬미한다.

 

* 우리는 박물관, 도서관, 모든 종류의 아카데미를 파괴하고 도덕주의, 페미니즘, 모든 기회주의적이거나 실용주의적 비겁함에 맞서 싸울 것이다.

 

(리처드 험프리스 미래주의11, 미래주의 선언문 내용 일부)

    

 

 

           

 

   

  

 

    

  

 

미래주의 선언은 총 열한 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다. 마리네티는 이 선언문을 통해 속도의 아름다움이 세계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며 미래파 운동을 태동시켰다. 미래주의자들의 눈엔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가 더 매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기계의 속도감에 도취한 나머지 니체와 베르그송의 사상을 왜곡한 신념을 고수했다. 미래주의자들은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산업화가 뒤처진 이탈리아의 참담한 현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우렁찬 기계 소리가 들리는 장밋빛 미래를 염원했다. 급진적 변화를 서두르는 미래주의자들의 초조함은 파시즘과 전쟁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마리네티는 예술과 정치를 하나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무솔리니와 가까이 지냈다. 미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서 관중이 많은 극장에 몰래 들어와서 전쟁을 지지하는 선동적인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1차 세계대전은 미래파의 결속력을 와해시켰다. 전쟁에 참전한 미래주의자들은 전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미래파의 종말을 앞당겼다.

 

 

 

 

 

 

 

 

 

 

 

 

 

 

 

 

 

 

미래파는 다다이즘과 러시아 현대 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전쟁과 파시즘을 숭상하는 미래파의 야망은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비판점을 보지 못한 채 미래파의 미래를 단순히 진보에 대한 열망으로 이해한다면, 미래파의 반쪽 얼굴만 본 것과 같다. 예술과 경제저자는 독자에게 미래파의 좋은 얼굴만 보여줬다. 그리고 미래파가 추구하는 변화를 점진적 변화로 보고, 경제에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속도를 강조했다. 미래파는 급진적 변화를 추구했고, 그들이 그토록 열광하던 속도는 국가의 몰락을 앞당겨 멈추기 힘든 폭력으로 변질하였다. 폴 비릴리오는 속도와 정치에서 혁명은 일종의 과속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발전의 가능성을 열었던 속도가 전쟁 무기, 즉 핵무기라는 위험천만한 무기의 발명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속도를 선점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경쟁이 과열되고, 도덕의 가치가 위협받는다. 미래파는 완전히 사라졌어도 속도에 열광하는 본능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에도 속도 본능이 남아 있다. 무조건 일등을 하고, 이기고 봐야하는 것이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여전히 빠른 속도로 산업이 발전했던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림 이미지는 위키아트(http://www.wikiart.org/)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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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6-07-2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너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화가인데요. 예전에 알라딘에서 나온 엽서북도 샀던.. 이 글을 보고 나니 오히려 마로니에북스의 책을 읽고싶네요^^
책제목이 뭔가 그럴듯했는데 전혀 아닌가보네요.. 미래파의 미래주의 선언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미래파 운동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라.. 많이 배웠습니다ㅎㅎ

cyrus 2016-07-23 11:56   좋아요 0 | URL
마로니에북스 타센 시리즈의 글자 폰트가 작아서 불편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좋은 책입니다.

이택광씨의 《미래주의 선언》에 선언문 전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역이라는 내용의 100자평이 있습니다. 《예술과 경제》의 저자 덕분에 저도 미래파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을지 모르는 김형태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비종 2016-07-23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텐데요, 저 역시 속도가 아름답다는 미래파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점점 빨라지면서 속도를 향한 질주는 집착에 가까운 전쟁과도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자동차를 놓고 걸을 때 생각합니다. 걷는 것이 과연 차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초라하거나 미개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걸까 하고.

cyrus 2016-07-23 12:01   좋아요 0 | URL
빠른 속도에 익숙해지면, 느림을 좋아하지 않게 됩니다. 인터넷 속도가 향상된 스마트폰이 나오면, 기존에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느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점진적 변화는 좋게 보는데, 급진적 변화는 달가워지 않습니다. 제가 보수 쪽에 가까워요. ^^;;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김형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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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려면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 책 뒤표지의 추천사에 있는 말입니다. 책 내용이 좋은지 나쁜지 평가할 때도 남이(책을 쓴 저자도 포함)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 합니다. 미래파의 긍정적인 면만 설명한 내용이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 책으로 예술을 겉핥기로 이해하고, 억지로 경제와 연결하면 황금알 같은 통찰력은커녕 개똥같은 분석이 나옵니다.

 

http://blog.aladin.co.kr/haesung/864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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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16-07-2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저도 이 책을 보려다 어설픈 융합에 또 낚일거같아 평점을 기다려써요 역시 안사길 잘한듯요

cyrus 2016-07-22 18:39   좋아요 0 | URL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봐야할 책입니다. ^^

alummii 2016-07-2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런거죠잉~ㅋㅋ빛의속도로 속독하고 빌려오지 않을수도 있는 책...

cyrus 2016-07-23 12:01   좋아요 0 | URL
네. 한 번만 봐도 되는 책입니다. ^^

yureka01 2016-07-2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이 경제와 융합되면 ....왠지 예능이 되어 버릴듯한 기분 ㅎㅎㅎㅎ
아트와 엔터테인먼트가 같을 수야 없는 기분이랄까요....

cyrus 2016-07-23 12:0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예능은 웃음 포인트가 있어서 볼만한데, 어설픈 융합은 웃음기가 없고, 재미도 없어요. ^^

나비종 2016-07-2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아놓고 있었는데, 장바구니로 이동시킬까 말까 멈칫하게 되네요.
돈이 아까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개똥이 궁금하기도 하고ㅎㅎ

cyrus 2016-07-25 14:10   좋아요 0 | URL
책의 핵심 내용이 일반 독자가 아닌 기업인들에 초점에 맞춘 거라서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비종 2016-07-25 14:18   좋아요 0 | URL
기업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거라면 흥미가 싸악 가시는데요ㅎㅎ 구입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현대조선잔혹사 사탐(사회 탐사) 2
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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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절대적인 가치다. ‘안전제일표지판은 안전을 주지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공통기호다. 그렇지만 사람의 안전이 제일중요하다고 내세운 안전제일주의는 생산제일주의 앞에서는 무용하다. 조선소들이 생산제일주의에 집착, 안전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요해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에게 드리워진 산업재해, 그 죽음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어지지 않았다. 프레시안의 허환주 기자는 6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선소에 일하면서 죽음의 그림자를 바짝 쫓아다녔다. 그 그림자를 붙잡을 수 없었지만, 하청노동자들이 어떻게 조용히 죽음 속으로 사라졌는지 낱낱이 파헤쳤다. 현대조선잔혹사세계 1위 조선소라는 허명에 숨겨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상을 담아낸 르포다.

 

조선소 산재 사고 희생자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다. 하청노동자는 원청업체와 하청계약을 맺은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를 일컫는다. 기업이나 회사는 그때그때 고용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선호한다. 이러한 사업주의 욕심이 하청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몰아넣는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니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권리는 남의 얘기다.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가 회피하는 위험한 작업을 맡고 있다. 급증하는 일감을 처리하기 위한 무리한 조업일정 강행으로 인명 사고가 일어난다. 하청노동자들을 옥죄는 것은 산업재해에 대한 공포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원청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산재 건수를 많아지면 행정적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원청은 산재가 발생하면 그 노동자가 소속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끊어버린다. 하청업체는 하청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더라도 쉬쉬한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과 하청업체에 의해 철저하게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안전보다는 당장의 경비 절감을 위해 동원되는 각종 편법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부실한 안전설비,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일수록 전혀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투입하는 하청업체의 구조적 문제점은 죽음의 그림자를 숙성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워 산재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자신들의 처지를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안전 불감증에 의한 단순한 사망사고로 보는 조선소의 입장이었다.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원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고작 정신 바짝 차리면서 일하라고 말할 뿐이다. 사업주는 무재해 명예를 위하여 노동자들의 부상과 사망을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사업주 지정 병원은 그들의 조치에 순순히 동조한다.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주와 병원의 은밀한 결탁이 노동자들을 두 번 울린다.

 

지금도 일용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으로 작업하면서도 산업안전에 대한 대책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들은 사고원인과 책임문제를 하청업체에 떠넘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 현장에는 근로기준법은 남의 나라 법이다. 자산과 소득뿐 아니라 위험까지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위험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매해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결코 흘려들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개미처럼 일하다가 허무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의 비보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분석한 기사도 또는 그 사고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사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조선소 산업재해 문제를 폭로하고, 규탄하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이 극한직업이라서 너무나 많이 다치고, 죽는 현상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조선소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사고에 굳게 입을 다무는 현대중공업과 정규직 노조의 반응보다 더 심각하다.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빨리 잊히기를 원하는 현대중공업을 옹호하는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 ‘안전제일표지판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조선소에 있는 안전제일 표지판은 안전을 제 일처럼 여기는 냉정한 작업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었을 때 회사는 ‘자사의 안전을 제일중요하게 생각한다.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회사가 많은 사회에 노동자들의 진지한 분노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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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7-21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을 지지합니다.
분노의 목소리만 커질 게 아니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지요.

cyrus 2016-07-22 07:29   좋아요 0 | URL
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이 메인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 좋겠는데,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가 많지 않아서 관심 받을 기회가 적습니다.

yureka01 2016-07-21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생각은 사업주,,대표에게 사고나면 구속시키면 됩니다.
아무리 돈 아끼려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도
대표가 구속되면 감방 안갈려고 알아서 먼저 안전에 투자하라고 지시내릴 겁니다.
벌금 따위로는 택도 없거든요.

직원이 아무리 안전애 투자 하자고 건의해도 경영자나 대표자의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돈 나간다는 비용으로 생각하니..안되죠..아주 중벌로 .....


말로는 안전에 주의 하라고 떠벌려도 안전시설 등안시하고 이게 생명보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었으니 사고 자꾸나죠.

cyrus 2016-07-22 07:34   좋아요 1 | URL
일본 같은 경우, 작업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업주는 엄벌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가 생기면 일단 사고정황을 살펴보겠다면서 사업주 처벌을 미룹니다. 이렇다 보니 보상 문제도 차질이 생깁니다. 누가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 사고 원인을 다치거나 죽은 노동자에게 떠넘깁니다.
 

 

 

 

 

 

 

대구에 거주하는 분들께 알리는 소식입니다.

 

포스터에 ‘참여방법’이라는 내용은 신경 안 써도 됩니다. 저기 말하는 ‘참여방법’이란 벼룩시장에 책을 파는 분들이 신청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공원에 가셔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 됩니다. 작년에 열린 책판 장터에 가봤는데, 가족이 모여서 돗자리에 깔고 책을 파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대체로 어린이용 책, 베스트셀러 책이 많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책이 많이 없었습니다. 작년에 ‘물레책방’ 사장님이 부스를 차려서 책을 팔았는데, 저는 물레책방 부스에서 책 두 권만 사고, 시청 쪽 헌책방에 갔습니다.

 

공원에 파는 책들을 다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책이 단 한 권도 보이지 않으면, 알라딘 서점이나 헌책방에 가면 됩니다. 그런데 일요일에 비 소식이 있던데 과연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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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책행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cyrus 2016-07-21 17:21   좋아요 0 | URL
일요일에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6-07-2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만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가시는 분들을 위해~^^

cyrus 2016-07-21 17:22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는 책 두 권만 건져도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

레삭매냐 2016-07-2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서도 헌책방 운영한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었는데, 시청에서 주관하는 거라 그런지
비오면 안하고 덥다고 안하고 그러더라구요.

여름에는 덥다고 몇 달 쉰다고 하더군요.

주말마다 바빠서 못 가봤는데 기대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책이나 팔고 싶네요 ㅋㅋ

cyrus 2016-07-21 17:25   좋아요 0 | URL
야외 벼룩시장의 단점이 날씨에 크게 영향 받는다는 점인 것 같아요.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갑자기 행사가 취소되면 어이없겠어요. ^^;;

서니데이 2016-07-2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많이 더운 대서입니다.
cyrus님 좋은 금요일 되세요.^^

cyrus 2016-07-22 17:51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모파상의 오를라(La Horla)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단편소설이지만, 모파상이 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모파상의 대표작 비곗덩어리목걸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오를라는 두 가지 버전으로 된 소설이다. 모파상은 1886년에 발표한 것을 개작하여 이듬해에 공개했다. 등장인물과 사건 전개는 똑같지만, 형식과 결말이 다르다. 두 번째 버전은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1886년에 나온 소설은 오를라 1’(오를라 제1), 개작한 소설은 오를라 2’(오를라 제2)이라고 부른다.

 

오를라의 주인공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환자다.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걸리고 나서부터 기묘한 형체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 환자는 불가사의한 존재가 밤낮으로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환자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환자는 신경 증상과 정신 착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자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오를라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의 주장이 헛소리로 느껴지는 것도 당연지사.

 

환자의 진술에 따르면 오를라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오를라는 물과 우유를 마신다고 한다. 환자는 자기 전에 물과 우유를 탁자 위에 놓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물과 우유가 없는 빈 병을 확인했다. 환자는 몽유병에 걸리지 않았고, 집의 하인들도 물과 우유에 손대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한밤중에 물과 우유를 마신 걸까? 환자는 오를라가 마셨을 거로 확신했다. 그는 언젠가 오를라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오를라에 대한 공포가 커질수록 환자는 과대망상 수준에 이른다. 그는 오를라가 인간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믿는다.

 

그는 누구일까요? 여러분, 그는 이 지구가 인간 다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지위를 빼앗기 위해, 우리를 굴복시키기 위해, 우리를 삼키기 위해 오는 존재입니다. 그는 마치 우리가 쇠고기와 멧돼지 고기를 먹듯이 그들은 우리를 삼켜버릴지도 모릅니다. 수세기 전부터 인간들은 그 존재를 예감했고, 그 존재를 두려워했고, 그 존재를 예고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조상들의 머릿속을 끈질기게 따라다녔습니다. (오를라오를라 제1’ 37)

 

오를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간의 정신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묘사한 수작이다. 특히 오를라 제2은 제1판보다 인물의 정서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일기 형식의 제2판은 마치 실제 정신병 환자가 직접 쓴 수기와 같은 느낌이 난다. 실제로 모파상은 오를라를 쓰기 직후에 정신 착란의 징후가 있었다. 그런데 소설의 공포 분위기를 깨는 작품 설정이 있는데, 오를라를 물과 우유만 마시는 투명 흡혈귀로 설정한 점이다. ‘설정 구멍으로 봐야겠지만, 오를라를 쓰고 있을 당시 모파상의 정신 상태가 메롱이었음을 고려하면서 읽어야 한다. 참고로 오를라 1판과 2판 모두 수록된 단편선집이 많지 않다. 절판된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장원출판사)이라는 책에도 오를라두 가지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1996년에 나온 이 책이 오를라를 처음 소개한 모파상 단편선집일 가능성이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비평서 공포문학의 매혹에서 모파상의 오를라를 극찬했다. 러브크래프트 역시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소재로 공포소설을 남겼는데, 그의 대표작 크툴루의 부름은 모파상의 영향을 받고 쓴 작품으로 보인다. 크툴루의 부름에 등장하는 헨리 앤서니 윌콕스라는 남자는 오를라의 주인공 환자의 모습을 닮았다. 윌콕스는 조각을 공부하는 젊은 남자인데 어렸을 때부터 기묘한 꿈에 사로잡혔고, 신경이 예민한 성격이었다. 그 역시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오를라의 주인공처럼 열병에 걸리면 기이한 환영을 목격한다. 윌콕스는 자신보다 거대한 괴물이 자신 주변을 배회한다고 말했다. 괴물에 관해서 설명하면 혼수상태에 빠졌다. 윌콕스가 무서워하는 괴물은 크툴루다.

    

 

크툴루에 대한 설명이 있는 잡문

 

<Colla[book]ration #7 신들의 세계 : 던세이니 X 러브크래프트>

http://blog.aladin.co.kr/haesung/7369281

 

<러브크래프트 덕심으로 대동단결!>

http://blog.aladin.co.kr/haesung/8539616

    

 

이미 크툴루를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어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크툴루는 문어 머리에 촉수가 여러 개 달린 외계 생명체이자 고대의 신이다. 크툴루의 부름에 크툴루를 추종하고, 그의 부활을 위해 비밀 의식을 진행하는 이교도들이 등장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책에서 종교의 일차적 기반은 두려움이라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하여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공포와 신화를 낳았다. 모파상과 러브크래프트는 러셀보다 먼저 공포 본능이 우리 삶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진리를 파악한 모파상과 러브크래프트, 이 두 사람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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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7-2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질문입니다. 소개한 작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중에서 최고인 것이지요? 모파상의 작품 전체에서 최고라면 대표작 비곗덩어리와 목걸이처럼 이미 널리 알려졌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혹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cyrus 2016-07-20 20:15   좋아요 1 | URL
`오를라`라는 소설을 최고라고 높이 평가한 것은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첫 문장을 마치 기정사실을 알리듯이 쓰는 바람에 글을 보는 분들에게 혼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모파상이 쓴 단편소설의 수가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대표작들을 포함한 단편선집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모파상의 단편 중에는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설들은 옛날에 어린이들을 위한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 같은 책에 소개되곤 했습니다. 원전의 일부가 잘리거나 작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채 그저그런 공포 이야기로 소개한 거죠.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때는 공포문학에 대한 인식이 낮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오를라`가 러브크래프트가 극찬한 작품임에도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공포소설을 마이너로 취급하는 인식 탓에 단편선집에 수록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제 답변이 오거서님의 궁금증 해소에 도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

프레이야 2016-07-2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cyrus 2016-07-20 20:17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