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배신
송제숙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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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사랑하는 이웃님, 제 블로그에 우연히 들어오신 분들, 멀리 계신 재외교포 여러분. 추억의 가요 두 곡 듣고 가셔요.

 

 

 

 

 

               

 

* 한스밴드 - 오락실 (1998년)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 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아빠

 

장난이 아닌 걸 또 최고기록을 깼어
처음이란 아빠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용돈을 주셨어 단 조건이 붙었어
엄마에게 말하지 말랬어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 시험성적 아신 건 아닐까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데
혀끝을 쯧쯧 내차시는 엄마와
내 눈치를 살피는 우리아빠

 

늦은 밤중에 아빠의 한숨소리
옆엔 신나게 코골며 잠꼬대 하는 엄마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일도 회사에 가기 싫으실까

 

(생략)

 

 

※ 요즘 아이들은 이 노래가 수지가 부른 CM송(비타500 광고)으로 알고 있더라...

 

 

 


                

 

 

* god - 어머님께 (1998년)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끓여먹었던 라면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한스밴드는 발랄한 10대의 성격을 그대로 투영한 노래들을 발표하며 인기를 얻은 밴드 그룹이다. 한스밴드의 첫 앨범에 수록된 노래 ‘오락실’은 IMF로 인해 실직한 ‘고개 숙인 아빠’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내 기성세대들로부터도 인기를 얻기도 했다. 1999년을 앞두고 있는 무렵, god가 첫 앨범 ‘어머님께’를 들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IMF 시절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어머님께’는 생활고에 시달렸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 미안함을 노랫말로 표현했다.

 

IMF 경제위기는 6.25 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었다. IMF 한파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와 노숙자들은 정부를 저주의 눈으로 바라봤다. 직장과 삶의 의욕마저 잃은 노숙자들은 서울역과 시내 각 지하철역으로 몰려들었다. 김대중 정부와 사회 및 종교단체들이 실업자들에게 최소한의 급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노숙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서울역은 노숙자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대합실 입구 한쪽을 아예 ‘노숙자 쉼터’로 지정했다. 김대중 정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노숙자, 노인에 대한 생계지원 등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복지서비스 제공의 틀을 수요자 중심으로 정립했다. 정부는 앞장서서 ‘21세기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건설’이란 기치를 걸고 각 부문별 ‘신지식인’을 선정했다. ‘신지식인론’을 등에 업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벤처창업이 그 시대의 으뜸가는 교양교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송제숙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우리가 다시 떠오르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의 한국사회를 재조명한다. 그리고 지금도 뜨거운 ‘복지’라는 이슈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와 민생 안정을 극복하기 위해 최저 생계 기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으로 ‘복지국가’가 성립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이를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라고 규정한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생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가 내세운 복지는 노동인구의 수를 늘려 양질의 노동력을 충당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즉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으로 분류했다. 전자는 얼마든지 취업이 가능한 노숙자와 청년 실업자들이며, 후자는 실업 여성에 속했다. 여성 실업자 혹은 여성 노숙인은 복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정부가 규정한 조건에 충족하는 국민이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같은 해에 나온 한스밴드와 god의 노래 속에 신자유주의 사회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한스밴드의 ‘오락실’ 속 아버지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잔뜩 듣는 무능한 가장이지만,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실업자다. 반면 아내(또는 어머니)는 삶의 의욕을 잃은 가장들의 심정을 알지 못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은 취업 기회가 극히 제한되었고, 실업자로 전락한 여성 근로자는 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다. 재취업이 어려운 여성 근로자는 집안일을 맡았다.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 경제위기 이후로 급격히 증가한 ‘가족해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나긴 경제 불황은 복지 혜택을 적게 받은 여성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했고, 가장 없이 간신히 집안일과 육아를 홀로 책임지는 어머니는 복지 사각지대 속에 살아야 했다. 우리 사회가 ‘어머님께’를 들으면서 흘린 눈물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이라기보다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여성의 모성애에 감동한 것이다. 가난 때문에 배고픈 아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을 양보한 어머니의 모습은 숭고한 모성애로 포장되었다.

 

송 교수의 책은 원래 영어로 된 저작물이다. 학술논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딱딱한 문체가 완독을 어렵게 만드는 단점이다. 그러면 저자의 주장이 간략하게 정리된 책의 ‘여는 글’을 참고하면 된다. 이제 복지를 좌파들의 전유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민심을 얻으려는  우파들은 좌클릭을 해서라도 복지 정책 도입을 표방한다. 우파와 복지의 기묘한 만남은 이미 IMF 시절부터 이루어졌다. 좌파 정치인들은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의 통치자가 되었고,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의 영향력이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침투되었다. 집권 정부의 이념에 상관없이 우리나라는 완벽하지 않은 복지국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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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2 10:16   좋아요 1 | URL
과거에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희망의 의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의지마저 상실되어 무기력해지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린다 2016-08-0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으로서 안타까운 일들이네요..

cyrus 2016-08-02 10:18   좋아요 0 | URL
네. 여성들이 복지 혜택, 취업 기회가 부족했는데도 여성들은 이미 사회적 보장을 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행복하자 2016-08-0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스밴드의 노래를 모르고 수지의 비타500을 알고 있는 저는 요즘 세대?ㅎㅎ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 극단적인 표현을 피하고- 노래중 하나가 지오디의 어머님께 에요 ㅠㅠ

cyrus 2016-08-02 10:20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세대에 끼고 싶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8-0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기력함이 가장 큰 문제같습니다. 조장된 가짜 희망은 나쁘지만, 뭔가 의욕이 있다는 건 중요한데 말이죠.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내년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전 `선생님 사랑해요`가 더 좋았더라능...ㅎㅎㅎㅎ GOD의 경우엔 표절논란이 있어서 좀..글구 사실 가자 듣고 있으면 눈가가 촉촉해지기 때문에 open된 장소에선 듣지 않습니다.

cyrus 2016-08-04 10:37   좋아요 0 | URL
`선생님 사랑해요`가 한스밴드의 대표곡이죠. 정말 아쉬운 그룹이에요. 학생 때 가수로 데뷔한 것이 독이었어요. 소속사가 노예처럼 굴리는 바람에 롱런하지 못하고 너무 빨리 묻히고 말았어요.
 
7월 읽은 책 : 47권 (28개월 차 859권)

 

 

 

 

 

 

 

 

 

 

 

 

 

 

 

 

 

 

 

 

시이소오님의 글에 ‘국방부 불온서적 목록’을 보면 《대학시절》이라는 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스 테오도르 슈토름’입니다. 《대학시절》은 ‘북한 찬양’이라는 이유로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사람은 금기의 위력에 두려워도 하지 말라는 것을 기어이 하고 싶어 합니다. 저는 불온서적 목록을 처음 봤을 때, 슈토름의 책이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운 좋게 불온서적을 입수했습니다. 2013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샀습니다.

 

 

 

 

 

책표지에 90년대 촌티가 납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1994년에 나왔습니다. 여기에 표제작 ‘대학시절’ 뿐만 아니라 ‘호반’, ‘저택을 둘러싸고’, ‘블레망 가’, ‘안겔리카’, ‘프시케’ 등 총 6편의 단편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이제 《대학시절》이 대충 어떤 책인지 짐작하셨나요? 사실 이 책의 줄거리를 안 읽어도 위험한 불온서적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안 읽고 어떻게 불온서적인지 아닌지 알 수 있냐고요? 그리고 슈토름이 누군지 모르겠다고요?  (하연수로 빙의)

 

 

 

 

구글링 하실 용의가 없어보이셔서 답변 드립니다. 테오도르 슈토름은 독일 출신의 작가인데요, 1817년에 태어나서 1888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학시절》은 1862년에 나온 슈토름의 소설입니다.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 질문을 하는 게 다른 분들에게도 혼선을 주지 않고, 이 허접한 게시물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사이연수- 

 

 

작가가 활동했던 시기에 김 씨 일가의 땅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책 속에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도 없었고요. 《대학시절》의 줄거리는 별 것 없습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대학생의 삼각관계를 다룬 내용입니다. 여자를 사랑했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대학시절을 회상합니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대학시절’입니다.

 

북한 찬양과 전혀 상관없는 책을 불온서적 목록에 포함한 국방부는 무식합니다. 과거에 막스 베버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불온서적을 가려내는 국방부 소속 군인들이 ‘막스(Max) 베버’를 ‘칼 막스(Marx)’로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북한 출신의 작가 허문길의 《대학시절》(개마고원, 1992)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려다가 엉뚱하게도 같은 제목의 외국 소설을 잘못 지정한 것입니다. 허문길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줄거리 소개는 ‘네이버 백과사전’ 내용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링크)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92012&cid=41759&categoryId=41760

 

 

국방부가 불온서적 목록을 또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불온서적 목록이 화제가 될 것이고, 목록에 있는 책들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으니까요. 헌책방에 가게 되면 허문길의 소설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 ‘사이연수’가 쓴 글은 이 허접한 게시물을 보는 분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려고 패러디한 것입니다. 혹시 제 글을 읽고 기분이 언짢아서 욕하지 말아주세요. 하연수처럼 너무 진지한 분들이 제일 무셔웡...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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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8-0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대학시절이군요. 소장하고 계실줄이야. 대단하세요 ^^

cyrus 2016-08-02 10:24   좋아요 0 | URL
원래 이 글을 2013년에 작성할려고 했었습니다. 그때 학교 다니느라 작성하지 못했어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가 마침 어제 시이소오님의 글을 보게 되어서 퇴근하자마자 책을 찾아봤습니다. 시이소오님의 글을 못봤으면 영영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

블랑코 2016-08-0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몰랐어요.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

cyrus 2016-08-02 10:27   좋아요 0 | URL
냉전 시대에 있을 법한 일이죠. 책을 안 읽은 사람들이 금서를 지정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0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MB시절이래 국방부 불온문서에 올라가면 대박을 치는 관행(?)이 생겼죠..

cyrus 2016-08-04 10:40   좋아요 0 | URL
네. 국방부의 의도와 다르게 국민들에게 독서를 권장해준 재미있는 도서 목록이었습니다. ^^

감은빛 2016-08-05 22:17   좋아요 0 | URL
그닥 불온하지도 않은, 원래 어느정도 팔리던 나름 인지도가 있는 책들이라 불온도서 선정이 좀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었죠.

애초에 불온한, 그래서 인지도가 없던 책들은 그런 행운을 얻지도 못했죠.
 

 

 

 

7월 29일 (주)자음과모음과 전국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윤정기 편집자의 (주)자음과모음 복귀와 문학-인문 부서로의 배치, 그리고 재발방지에 관한 노사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지난해 3월, 자음과모음 사측이 윤정기 편집자를 부당전보하면서 시작된 투쟁이 16개월 만에 최종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이 투쟁은 한국 출판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를 인식시켜준 계기이자, 무엇보다 출판노동자를 넘어서 독자, 작가, 각계각층의 시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연대를 만들었습니다. 윤정기 편집자의 복귀는 바로 여러분들의 연대로 가능했습니다.

 

물론 합의 과정이나 결과가 만족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1년이 넘게 진행됐던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와 윤정기 조합원의 투쟁이 한 장의 합의안으로 해소될 수는 없겠지요. 구체적인 시스템이나 기구 마련이 생략된 재발방지대책 관련 내용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출판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호를 위해 계속해서 걸어가겠습니다. 우리가 읽는 책이, 노동자의 인권 및 권리를 지키며 만들어져야 한다고 외치는 독자, 작가,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약속드렸던 대로 자음과모음 노동탄압 항의 서명에 참여해주신 4,062명의 명단을 노사 합의안과 함께 게시합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EzvU6d6mSZdaEuI311oA30LeBeYop7fTCFIzZPzOjx8/edit?pref=2&pli=1

 

 

자음과모음 투쟁에 보내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나긴 어려움을 극복한 윤정기님과 그분의 곁을 끝까지 지켜준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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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cyrus 2016-07-31 14:25   좋아요 0 | URL
저는 공식 입장 내용을 공유만 했지 딱히 한 일은 없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7-3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reat news!!!

cyrus 2016-07-31 14:27   좋아요 0 | URL
Great와 비슷하게 쓰는 말이 있습니다.

히트다! 히트!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4:50   좋아요 1 | URL
그래, 히트다 !

stella.K 2016-07-3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스스로도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할 텐데...
암튼 다행이야.^^

cyrus 2016-07-31 20:48   좋아요 0 | URL
이와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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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디아나 존스가 19년 만의 공백을 깨고 2008년에 돌아왔다. 중절모에 채찍을 두른 실루엣만으로도 영화 팬들을 설레게 했다. 예순을 넘은 해리슨 포드가 인디 역을 맡아 노익장을 과시했다. 과연 인디는 얼마나 늙었는가, 인디가 찾으려는(실제로 박사의 보물찾기는 도굴 행위에 가깝다) 보물이 무엇일까? 팬들의 무수한 기대 속에 <인디아나 존스 4>가 공개되었다. 젊은 시절 팔팔했던 인디의 모습은 오간 데 없지만 예순임에도 여전히 적과의 육탄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힘을 자랑했다. 관객들은 나이 든 주연배우의 액션에 실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객들이 영화에 실망한 것은 따로 있었다. 영화 초반부에 인디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원자폭탄 실험 현장을 가까스로 벗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인디는 철통 같은 냉장고에 겨우 몸을 숨겨 폭발 충격으로 튕겨 나와 목숨을 부지한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완성한 핵폭발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 장면이 가장 황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디의 목숨을 지켜준 냉장고는 ‘모니터 톱(Monitor Top)’과 유사한 제품일 수 있다. 모니터 톱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만든 가정용 냉장고다. 1929년에 선보인 ‘모니터 톱’ 냉장고는 대량 생산으로 100만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워 가정용 냉장고 시대를 열었다. 이 냉장고는 강철 상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모니터 톱이 ‘철갑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 전에 암모니아 혹은 전기로 작동하는 냉장고가 나왔지만, 사람들은 상자처럼 생긴 기계를 무서워했다. 그 당시 냉장고는 폭발을 일으키는 화재 사고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얼음 상자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 냉장고의 등장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된 얼음 장수들은 냉장고에 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면서까지 얼음을 판매했다. 그러나 얼음을 사서 먹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 비위생적인 천연 얼음을 먹고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다.

 

냉장고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바랐던 꿈의 하나였다. 그 꿈속에 위생적이며 신선한 음식을 언제든지 먹고 싶다는 욕망이 깃들어 있다. 오랜 인류의 꿈을 풀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차가움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했다. 《냉장고의 탄생》 8장부터 우리의 주인공 냉장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책의 전반부는 차가움의 원인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냉장고 등장 이전의 이야기가 참을성 부족한 독자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냉장고의 역사에서 ‘이 사람’은 절대로 빠져선 안 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차가운 눈이 고기를 부패시키지 않고 보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추운 겨울날 눈이 쌓인 곳에 생닭을 파묻었다. 그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그만 폐결핵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과학적 방법론을 실천하고자 했다. 냉장고는 열을 이동시키는 기계다. 열을 이동시켜주는 물질인 냉매를 계속해서 압축ㆍ순환시켜 냉장고 내부를 차갑게 한다. 하지만 냉매로 사용되던 프레온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다. 이를 대체하는 과불화탄소가 등장하여 프레온가스는 사용 금지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냉매를 이용한 냉장고의 등장은 20세기 100대 과학사건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인 과학 사건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수소폭탄의 등장이다. 놀랍게도 수소폭탄은 냉장고의 원리를 응용해서 개발된 무기다. 냉장고와 수소폭탄은 용도가 다르지만, 작동 원리가 비슷한 ‘멀고도 가까운 친척’ 같은 기계 장치다. 그렇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부엌의 터줏대감이 된 냉장고들이 불량품이 아닌 이상 갑자기 폭발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냉장고가 24시간 열을 내보내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 냉장고에 열만 나가는 것이 돈도 새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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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2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뿐만아니라..에어콘도 마찬가지니까요..아고 지금 에어콘 없으면 대체 어떻게 일하겠습니까요..쪄죽을듯...ㅎㅎㅎㅎ

cyrus 2016-07-29 19:13   좋아요 1 | URL
내일 집에서 어떻게 지내야할지 시무룩합니다. 도서관에 가고 싶어도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미있네요. 글. 전 영화 안 봤지만... 진짜 황당했을 듯...ㅎㅎ

cyrus 2016-07-29 19:14   좋아요 0 | URL
문제의 장면이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옵니다. ^^

수이 2016-07-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베이컨 귀여버 베이컨 먹고싶다_ 베이컨은 불쌍하지만 ㅠㅠ

cyrus 2016-07-29 19:15   좋아요 0 | URL
고기가 먹고 싶어요. 치킨 안 먹은 지 한 달 반 정도 지났습니다.

닷슈 2016-07-2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냉장고 그장면을 보고 그럴듯하다 생각했다는...... 하도영화에서 냉장고가 폭탄과총을 막는등 해서

cyrus 2016-07-29 19:18   좋아요 0 | URL
냉장고 문은 안에서 열 수 없어요. 그래서 폐냉장고에 아이들이 그 안에 들어가는 바람에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박사가 냉장고 문을 열고 나오는 상황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져요.. ^^;;

stella.K 2016-07-29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베이컨이 베이컨이 된 거군.
난 항상 이게 미스터리였는데 말야.

cyrus 2016-07-29 19:19   좋아요 1 | URL
개드립입니다! ㅎㅎㅎ 사람 베이컨과 먹는 베이컨은 아무 상관없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6-07-29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이컨이 왜 딸기쨈바른 샌드위치로 보이는거죠? ㅎㅎ

cyrus 2016-07-29 19:19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식사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네요. ^^

서니데이 2016-07-2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전제품 때문에 온도가 더 올라가는 것도 있을거예요. 그래도 냉장고 없이 살긴 어렵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cyrus 2016-07-29 19:21   좋아요 1 | URL
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화면 근처에 있으면 덥습니다... ^^;;

alummii 2016-07-3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베이컨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앞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베이컨을 대하겠어요 ㅋㅋ

cyrus 2016-07-31 14:29   좋아요 1 | URL
저 때문에 철학자 베이컨과 먹는 베이컨이 서로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광기라는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한다. 정신 착란을 의미하는 무서운 질병인가 하면, 예술 창조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은 ‘광기 속에서 격렬하게 작업한 천재’다. 모파상은 20대 때 매독에 걸려 정신착란 증세에 시달렸다. 모파상은 말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곳에서 환상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소변에 보석이 들어 있다면서 소변을 모으기도 했다. 모파상은 자신만의 세계에 극단적으로 고립된 채 소설을 써내려갔다. 43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그가 남긴 단편소설은 무려 300여 편이나 된다. 모파상은 자신만의 특이한 기질, 즉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꿈과 상상의 세계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

 

 

 

 

 

 

 

 

 

 

 

 

 

 

 

 

 

 

모파상은 단편소설 「어떤 이혼」은 예사롭지 않은 광인의 특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장원, 1996년)에 ‘어떤 이혼의 경우’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모빠상의 사랑》(정음, 2002년)과 《모빠상 단편집》(펭귄클래식코리아, 2015년)에도 수록되었는데, 두 책 모두 이형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모파상 단편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대부분은 작가처럼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다. 「어떤 이혼」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신혼 때 무척 상냥한 남편이었으나 갑자기 성격이 돌변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싫증을 느껴 폭력을 가한다. 아내를 피하는 남편은 밤낮 쉬지 않고 꽃이 가득한 온실에 틀어박혀 지낸다. 그는 꽃에 격렬한 집착을 보인다. 심지어 온실의 꽃들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관능적인 여성으로 생각한다.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열정’이라고 주장한다. 아내는 미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데, 아내 측 변호사가 남편이 쓴 일기 일부를 증거자료로 공개하면서 아내의 이혼 요구를 옹호한다.

 

아내 측 변호사는 남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이상한 왕자의 정신착란’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이제 소개할 인용문을 보게 되면 모파상이 ‘이 사람’을 모티프로 소설을 집필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을 납득시키는 데는. 이 가여운 남자, 이 가여운 미친 사람에 의해 날마다 쓰여진 일기의 몇 부분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한 미친 사람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최근에 죽은 불행한 왕자의 정신착란, 바비에르를 순전히 정신적으로만 다스렸던 괴상한 왕의 정신착란을 상기시키니만큼, 더욱 더 이 사건이 호기심을 끌고 흥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경우를 시적 광기라고 부르겠습니다.

 

여러분은 그 이상한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그는 자신의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 한복판에 진짜 요정의 성들을 짓게 했습니다. 사물과 장소의 아름다움이 주는 현실조차도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아서, 그는 그 거짓말 같은 저택에, 연극무대장치의 방법을 동원한 인조 수평선, 배경전환장치, 생생하게 그려진 숲, 나뭇잎이 보석으로 된 동화의 나라 등을 상상하고 창조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연주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실성한 왕족의 영혼을 시로 취하게 하고 있을 때, 호수에는 백조들이 헤엄치고 곤돌라들이 미끄러지고 있었습니다.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 171쪽)

 

 

변호사가 언급한 ‘이상한 왕자’는 독일의 옛 땅 바이에른 공국을 다스렸던 루트비히 2세다. 인용문에 ‘바이에르’가 역자가 ‘바이에른 공국’을 잘못 쓴 건지 아니면 모파상이 실재 인물에 대한 암시를 숨기려고 일부러 ‘바이에른’을 ‘바이에르’로 쓴 건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루트비히 2세에 관한 이야기와 그의 불행한 죽음을 아는 사람들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이상한 왕자’가 누군지 대번 알아차렸을 것이다. 루트비히 2세는 폐위된 지 5일 지난 1886년 6월 13일 호수에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어떤 이혼」은 그해 8월 31일에 발표되었다. 모파상은 예전부터 자신과 똑같이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왕자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루트비히 2세는 ‘미치광이 왕’ 혹은 ‘음악가 바그너와 거대한 성(城)을 엄청 좋아한 덕후’로 평가받는다. 왕자는 어릴 때부터 건물 짓기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청소년 시기에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본 이후로 열렬한 ‘바그너 빠돌이’가 되었다. 루트비히 2세는 왕이 되자마자 바그너를 당장 자신의 성으로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취향 안에 갇혀 살았다. 재위 기간에 호화로운 세 개의 성을 짓게 했는데, 그중 하나인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모파상의 소설에 왕자가 지었다는 ‘요정의 성’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일 것이다. 실제로 왕은 스타른베르그 호수에 오페라의 백조가 이끄는 황금빛 배(곤돌라)를 띄웠다. 

 

 

 

 

 

 

 

 

 

 

 

 

 

 

 

 

 

왕은 정치에 무관심했고, 자신의 성안에 들어가 바그너의 음악을 실컷 들으면서 은거하듯이 지냈다. 장관들은 젊은데다가 멀쩡하게 잘생긴 왕이 정치에 소홀히 하는 모습에 불만을 품었다. 적자를 내면서까지 성을 축조하는 데 열을 올리는 왕이 백성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왕이 동성애자였으니 그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루트비히 2세는 ‘미치광이 왕’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동생 오토도 형과 똑같은 증세가 있었다. (정말 불행한 형제다) 결국, 왕은 장관들의 계획에 말려들어 ‘강퇴’ 즉 강제 퇴위를 당했다. 굴욕적인 일이 5일 지난 후 왕과 그의 주치의의 시체가 스타른베르그 호수에 발견되었다. 일부 역사가들은 왕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로 추측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시체가 발견된 호수가 많이 깊지 않았고, 주치의의 사인이 질식사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잊히고, 루트비히 2세는 광란에 시달리다가 호수에 빠져 자살한 미치광이 왕으로 알려지게 됐다.

 

 

 

 

 

 

 

 

 

 

 

 

 

 

 

 

 

시인 아폴리네르는 루트비히 2세의 사연을 토대로 시를 남겼다. 시집 《알코올》에 수록된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라는 시다. 이 시는 시집에서 가장 긴 내용이다. 아폴리네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미라보 다리」가 먼저 떠오르지만, 아폴리네르를 전공한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를 수작으로 손꼽는다.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257행에(!) ‘미친 두 왕’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루트비히 2세와 그의 동생을 의미한다. (황현산 교수는 《알코올》 작품해설에 왕의 동생 이름을 ‘오톤’이라고 잘못 썼다) 아폴리네르는 불행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왕의 처지를 실연당한 자신의 신세와 동일하게 표현했다. 시적 화자(아폴리네르)와 루트비히 2세는 불행한 운명에 희생당한 비운의 인물이다. 아폴리네르는 루트비히 2세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썼다. 소설 제목이 「달의 왕」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줄거리가 괴랄하다. 루트비히 2세는 신하들과 함께 지하궁전에 사는데, 그곳에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소년들을 상대로 음란한 사랑을 나누는 환상을 경험한다. 소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폴리네르는 루트비히 2세가 ‘달의 기운을 받아 미쳐버린 사람(lunatic)’으로 생각했다.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무너뜨리라고 유언을 미리 남겼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에 하늘 높이 치솟은 민심의 불만으로 인해 성이 무너졌다면 왕이 혼자 즐겼던 성 주변 풍경의 운치를 감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선율이 나오지 않았으며 디즈니의 궁전 모양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쯤 되면 루트비히 2세의 광기가 재평가 각이다. 때로는 광인의 기이한 버릇과 취향이 창조성을 촉발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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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7-2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다른 소리인데 알코올 책 표지보면서 바로 사이러스님 생각났는데 일부러 본인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표지를 고르시는 게 확실해요~ ㅎㅎㅎ
죄송해요.. 진지한 글에... ;;;

cyrus 2016-07-29 11:45   좋아요 0 | URL
댓글을 다는 일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사과를 하시나요? ㅎㅎㅎ

열린책들 <알코올> 앞표지 그림과 프로필 이미지의 그림 둘 다 마그리트가 그린 거예요. 제가 마그리트의 그림을 좋아해요. 마그리트 그림에는 항상 뒤돌아 선 중절모 신사가 많이 나옵니다. 마그리트의 중절모 신사 그림을 보는 순간,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는 익명성이 떠올렸어요. 그래서 프로필 이미지를 항상 마그리트의 그림만 쓰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