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지막 날 오전에 책장을 정리했습니다. 책들을 옮기고 다시 꽂는 일은 힘들지가 않습니다. <미운 우리 새끼>의 김건모가 혼자서 소주 냉장고 안에 소주병을 넣을 때 보람을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책을 빼고 꽂는 일은 저 혼자 합니다. 어머니의 도움은 받지 않습니다. 저만의 책을 보관하는 기준이 있어서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 같이 정리하면 복잡해져요. 물론 저 혼자 책 정리하면 여러 사람이 정리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대로 책을 보관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책장 한 칸에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책을 잔뜩 꽂으면 책장 받침이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합니다. 책장 받침이 부러지지 않았지만, 책의 무게 때문에 책장 받침이 조금 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답답한 느낌이 드는 책장을 보기 싫어서 무게가 나가는 책들은 따로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사놓고선 한 번도 안 읽은 책들이 있어서 종이상자에 보관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종이상자에 보관한다고 해도 책이 든 종이상자를 놓을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읽을 수 있도록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에 책을 수직 일렬로 쌓았습니다.

 

 

 

 

 

책상을 재배치해서 책상 밑에 책을 보관했습니다.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의자가 놓이는 공간이 있고, 앉아서 책상을 쓸 수 있습니다. 책상 밑에 책탑 4개가 있습니다. 안 읽는 책은 책상 밑 구석에, 언젠가 읽게 될 가능성이 있는 책은 빼내기 쉽도록 보이는 위치에 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등이 가려져 있어서 책 제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원하는 책 한 권을 찾으려면 책들을 빼고, 다시 쌓아야 합니다.

 

 

 

 

 

 

 

작은 책장 옆에 빈 곳이 생겨서 여기에도 책탑 하나 만들었습니다. 책장과 벽에 기대는 형태로 책을 쌓아 올리니까 안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강도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책탑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전에 책 정리를 끝내고 나서 오후에는 헌책방에 방문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또 사려고 했던 거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헌책방 방문은 무산되었습니다. 책 살 돈은 연말 저녁에 식사하는 데 썼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식사비가 아니라 술값이었습니다. 그렇게 2016년 마지막 날은 책으로 시작해서 술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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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1-02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책 사러 갔다가 그만 두고 1/3 가량
읽다가 왔답니다.

이 책을 내가 과연 사서 읽으면 소장하게 될까
심각하게 고민한다면 그렇지 않고 그냥 한 번
읽고 말게 될 책이라면 과연 사야 싶어지더라구요...

무조건 책 사서 읽는 게 장땡이 아니더라는.
안 읽은 책들은 다른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거나
아니면 기증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더라구요.

말이 그렇지 막상 정리에 들어가면 선뜻 쉽지
않더군요. 해피 뉴 이얼, 싸이러스님.

cyrus 2017-01-02 15:38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책 사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야겠어요. 작년에 헌책방에 있는 절판본을 많이 구입했어요. 다시 팔 수도, 버릴 수 없어요. 그래서 이 책들을 어떻게 보관해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헌책방에 안 가길 잘한 것 같습니다. ^^;;

2017-01-02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2 15:43   좋아요 1 | URL
방송에서 김건모가 애주가 캐릭터로 출연합니다. 저도 술은 좋아하지만, 업소용 소주 냉장고를 살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ㅎㅎㅎ

저는 나이가 들면, 작은 도서관이라도 좋으니 모아둔 책들을 기증하고 싶어요. 출간연도가 오래 돼서 그렇지 묻히기 아까운 책들이 몇 권 있어요. 이런 책들을 후세의 애서가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2017-01-02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2 15:44   좋아요 1 | URL
지난 주 토요일은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정리의 날이었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17-01-0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람있게 잘 보냈군.
어떤 땐 책 사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
아무리 좋은 책이 눈 앞에 아른거려도 말야.
그런 날은 대체로 집에 와서 후회를 하지.ㅋ

cyrus 2017-01-02 19:54   좋아요 0 | URL
네. 그 순간이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시간입니다. ^^

마녀고양이 2017-01-0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라마 시리즈닷... ^^
제가 가진 책 중에 애지중지하는 시리즈랍니다. 그런데
사이러스님도 가지고 있다니, 너무 반갑네요.

그런데 책등이 안 보이는 책들은 어쩐다지요? 에공.

cyrus 2017-01-02 19:57   좋아요 0 | URL
라마 1~6권은 헌책방에서 구했고, 7권은 알라딘 중고에서 구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구할 줄은 몰랐습니다. ^^

책 찾느라 이러저리 옮기다보면 전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7-01-0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미 알고 있었지만... cyrus님 책부자시군요. ㅎㅎㅎㅎ 마지막 날에 책 정리라니 진정 애서가이십니다. ^^

cyrus 2017-01-02 19:58   좋아요 0 | URL
주말에 외출할 일 없으면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돈 부자가 되는 일이 글렀습니다. ^^;;

잠자냥 2017-01-0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시작 술로 마무리.... 아주 바람직합니다! 전 술로 마무리...해서 밤을 새우고 낮부터 책으로 시작했습니다. ㅋㅋㅋ

cyrus 2017-01-02 20:00   좋아요 0 | URL
저는 새벽 1시 넘어서 집에 도착했어요.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보면서 지냈습니다. ^^;;

나비종 2017-01-0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대상이 같은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게 되는군요.^^ 사진의 장면들이 낯설지 않다는ㅎㅎ

cyrus 2017-01-02 20:01   좋아요 0 | URL
책을 정리하면 정말 시간이 잘 가요. 귀중한 주말 오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습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7-01-02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책장 정리를 했어요.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과 구석에 있어서 잘 랐던 책들을 발견하기도 했고 책들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쇼핑백에 정리해넣는 작업을 하면서 책들이 문고본으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답니다. 많아서 힘들고 정리는 귀찮지만 집에 책이 있다게 참 좋은거 같아요^~^

cyrus 2017-01-03 16:05   좋아요 0 | URL
저는 양장본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게 너무 많으면 책장 받침대가 버티지 못해요. 그리고 옮길 때 조금 무거워요. 저 역시 판형이 작은 문고본을 좋아해요. 옛날에 나온 문고본도 좋은 게 많아요. ^^

alummii 2017-01-02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로 시작해서 술로 마무리한 저보다 낫군요ㅎㅎ 저는 엊그제 정유년 시작을 한신포차에서 했네요..ㅋㅋ올해 시작도 술로했으니 마무리는 꼭 독서로 하겠습니다..제 꿈이 사실 북카페 아닌 북술집 차리는 겁니다..칵테일 한잔하면서 책보고 바텐더와 대화나누고..멋지지않나요? 바텐더 뽑기는 힘들것같군요..(뇌섹남 또는 뇌섹녀로)

cyrus 2017-01-03 16:06   좋아요 1 | URL
책이든 술이든 하루를 재미있게 즐겼다면 좋은 겁니다. alummii님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꿈이 이루어지면 알라딘 회원 DC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달걀부인 2017-01-03 0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사진에 제목들을 읽느라고 고개를 90도쯤 꺽고 사진을 봤네요. 핸드폰을 돌리면 될것을 하고..후회중이에요. 2017년에는 뉴스가 독서를 방해하지 않는 한해이길 바래봅니다. ^^

cyrus 2017-01-03 16:07   좋아요 1 | URL
역시 애서가는 다른 애서가가 가진 책들이 뭐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정말 올해는 병신년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transient-guest 2017-01-03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런 일이‘같은데서 나온 아저씨 얼굴이 김건모였군요.ㅎㅎ 책을 정리하는 건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이죠.ㅎ 저도 제 책정리는 저만 합니다.

cyrus 2017-01-03 16:09   좋아요 1 | URL
저처럼 책 정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동지애가 느껴집니다. 저는 남의 서재 정리하러 도와주는 것도 좋아합니다. 예전에 친구 이삿짐 옮길 때 저는 책 정리를 맡았습니다. ^^

2017-01-03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7-01-0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cyrus님 책상밑에 있는 책을 보니 꼭 제 책상을 보는것 같아요.방안에 책 둘데가 없어 책을 쌓아놓고 있는데 잘못하다간 책에 깔려 고독사 할것 같은 위협을 느낍니다ㅜ.ㅜ cyrus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cyrus 2017-01-04 14:4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카스피님. 잘 지내셨죠? 역시 책을 보관하는 최후의 장소가 책상 밑 공간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카스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북깨비 2017-01-0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씩 책을 정리해서 내다 파는데 헌책방에 책 팔러 갔다가 판 것보다 더 많이 사오는게 늘 문제에요. ㅠㅠ

cyrus 2017-01-04 14:4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알라딘 중고매장에 책을 팔아서 생긴 돈은 헌책방 책 구매비로 사용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7-01-04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탑들을 보면서 꼼꼼한 님의 성격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라고 쓰고 말아야 하는데,
제 책탑이 생각나 위기의식이 느껴지는 거 있죠.
저는 정성들여 쌓는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알라딘에서 배송되는 순서대로의 책탑이 집안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죠.
저는 저런 책탑을 만나면 그날은 꼭 책으로 테트리스 하는 꿈을 꾼답니다~^^

cyrus 2017-01-04 15:49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책탑 제일 위에 있는 다섯 권의 책 때문인지 살짝 기울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지켜보는 게 불안해서 다섯 권의 책을 다른 데로 옮겼어요. ^^;;

AgalmA 2017-01-05 06:11   좋아요 0 | URL
책 무너지는 소리는 정말 마음 아프죠... 그러게, 잘 좀 세웠어야지 마음 속으로 제게 혼찌검;; 팔려고 내놨다가 취소하길 반복하는 이 생활도 이젠 지쳐요ㅜㅜ
올해는 안 읽은 책읽기 운동을 새해계획으로 잡아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