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을 늘 사서 읽지는 않고, 사서 읽는다고 해도 모든 기사를 빠짐없이 읽지는 않는다. 뒤에서부터 읽다가 다시 편집국장의 편지부터 읽다가 하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메인 기사를 안읽고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출근길, 뒤적뒤적 이다가 30페이지의 [교육 in- '행복한 진로학교' 강좌 중계 6] 을 읽었고, 그 짧은 시간에, 그 기사가 내 마음을 건드렸다. 

기사의 전문을 찾아 링크를 하고 싶었는데, 인터넷으로 시사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찾을 수 없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인터넷으로는 한주일 느리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세상의 평화를 일구는 어느 공정여행가의 직업 이야기- 임영신 대표]  

"실패할 기회 더 많이 줘야 잘하는 일 찾아" 

 

임영신 대표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얘기하고, 자신이 시민운동을 하게 된 계기라든가, 아름다운재단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한, 자신의 소중한 경험들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를 건드린 부분은 그녀가 이라크 여행에서의 가이드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이분은(화면을 가리키며)이라크에 여행 가서 만난 제 생애 첫 가이드 스와드 아줌마예요. 저는 가이드라는 의미를 이분을 통해 배웠어요. 제가 이라크에 갈 때는 일촉즉발이었어요. 이분과 같이 다니면서 기자들이, 그리고 제가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이 뭐였을까요. "전쟁이 오고 있는데 두렵지 않나요?" 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통역을 하다 우리에게 묻더라고요. 너희는 우리에게 질문을 하고 왜 답에 귀 기울이지 않느냐고. 그녀는 CNN 이나 BBC 에서 출력한 그 데이터를 내려놓고, 지금 여기 우리가 말하는 진실에 귀 기울이라고 호통을 치더라고요. 

 
   

이 부분을 읽는데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혹은 알고자 했던 것은 진실이 아닌 다른 무엇이었을 거라는, 진실로 포장된 자기 좋을대로의 생각 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질문해놓고 그들의 답을 듣기 보다는, 그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로 그간 살아온건 아니었을까.  

   
 

친해지고 나니, 어느 날 밤 저에게 물어요. "너는 여기 왜 왔니?" 한국에서도 기자회견 때 '간지 나게' 답변을 해왔는데, 이분이 물으니까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이라크 전쟁을 막고 싶어서요, 라고 간신히 대답했더니 아줌마가 막 웃어요. 네가 온다고 막아질 것 같으면 몇 천만 되는 이라크 사람이 이러고 있겠느냐고. 그러더니 너는 결혼은 했니, 아이는 있니, 묻는거예요. 아이가 있다니까 등짝을 후려치면서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당장 짐 싸서 돌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전쟁이 임박했을 때 제가 이라크에 남아서, 죽이는 자의 눈이 아니라 죽어가는 자의 눈으로 기록해 평화의 증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저를 쳐다보면서 그러셨어요. "너는 이라크 사람의 눈으로 이 전쟁을 기록할 수 있다고 믿니?" 내가 대답을 못하자 나무라지는 않고 "내가 너의 눈으로 이 전쟁을 기록해주겠다" 라고 하셨어요. 너의 아들이 바로 너의 평화니까 돌아가라며 제 비자 연장 서류를 찢어버렸어요. 

 
   

 

나는 다른 사람들의 과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현재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런 기사들을 언제나 심드렁하게 읽지도 않고 넘겨오곤 했었다. 설사 읽어도 그다지 나를 움직이지도 못했고.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 기사를 읽음으로써 내가 뭔가 달라졌다는 건 아니지만, 이 사람이 얘기한 과거는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의 현재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사람의 현재가 이런 과거들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임영신 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검색해봤다. 

 

 

 

 

 

 

여행기에는 통 흥미가 없는 나지만, 임영신이 들려주는 여행이야기라면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것들이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이번호 시사인을 볼 만큼 다 보고난 후에는, 회사동료에게 주기로 했다. 동료가 내게 받아서 읽으려고 펼치다가 이 기사를 봤을때는, 내가 그은 빨간 밑줄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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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12-2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건드렸다는 의미가 툭툭 치는 쨉이였을까요..
원투 스트레이트에 로우킥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것이었을까요?

다락방 2010-12-22 15:40   좋아요 0 | URL
툭, 쳤는데 제가 무릎을 꿇고 말았어요. ㅎㅎ

무스탕 2010-12-22 16:10   좋아요 0 | URL
툭, 친 건드린 부분이 마음이 아니고 무릎 뒤 오금팽이였나봐요 =3=3=3

너의 아들이 바로 너의 평화다.. 라는 부분 참 저릿하네요, 전

다락방 2010-12-22 16:15   좋아요 0 | URL
무릎 뒤 오금팽이 ㅋㅋㅋㅋㅋ

저는 '너희는 우리에게 질문을 하고 왜 답에 귀 기울이지 않느냐'는 부분에 아주 찔끔했어요.

레와 2010-12-2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읽고 따끈따끈한 페이퍼 써주세요!

헤헤..:)

다락방 2010-12-22 17:08   좋아요 0 | URL
아, 이 페이퍼 보고 저 책을 누가 준다고 했는데요, 그분이 그 책을 언제 줄지 모르겠네요. 아마 올해안에 받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ㅎㅎㅎ
그런데 너무 읽고 싶어서 일단 한권을 먼저 질러 말어 이러고 있어요.

웽스북스 2010-12-25 00: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누군지 몰라도 무지 게으른 분인가봐요
그분이 방법을 좀 고민해보겠다고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은데, 쫌만 기둘려봐용 ㅋㅋㅋ

다락방 2010-12-26 19:37   좋아요 0 | URL
그분은 좀 게으르긴 하시지만(응?) 천재입니다. ㅎㅎㅎㅎㅎ

Arch 2010-12-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때로 말뿐인 '의식'은 차라리 생각이 없는 것보다 나을게 없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은 뭐 통 생각을 안해서 그런 구분조차 무의미하게 됐지만.
다락방님, '희망을 여행하라' 꼭 읽어보시면 지금보다 좀 더 따끔따끔, 훅훅 잽이 날라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몰라요. 전 그랬거든요.

다락방 2010-12-22 17:3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아치가 페이퍼 썼던거 기억났어요. 아치 페이퍼에서 본 책인데, 그 책을 쓴 사람이더군요. 네, 훅훅 잽이 날라오는 느낌을 받을 것 같고, 그 느낌을 저는 기대하고 있어요. 읽게 되면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아치한테 얘기할게요. 다락방의 순한 아치. 히히 :)

세실 2010-12-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할 기회 더 많이 줘야 잘하는 일 찾아" 요 표현 참 좋은데요.
그녀의 글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줄듯 합니다.

다락방 2010-12-23 09:10   좋아요 0 | URL
세실님이 선택하신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은 알라딘 반값이라 저도 이미 사두었는데요, 아직 책장에 있어요. 세실님이 쓰신 글을 보니, 그 책을 읽어도 생각할게 많을 것 같아요.

임영신의 글을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그런 가르침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많은 깨달음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2010-12-26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6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무너져 내리고 그들은 반짝반짝 빛이나고-
나에게 당신은 그저 예술가로만.
올해의 이것저것

 

 

 

 

 

아, 나는 올 한해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 『이화동』, 『오늘』, 『그대는 어디에』,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등을 들으면서 얼마나 쩔어(!)있었던가. 대체 갑자기 튀어나온 에피튼 프로젝트, 그는 누구인가, 왜 이다지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가, 왜 나를 후벼파는가, 기타등등의 절절한 감정으로 그의 노래를 얼마나 장시간 들어왔던가! 올해의 음반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에피톤 프로젝트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나는 어제 에피톤의 나이를 듣고야 만다. 그는, 

스물여섯. 

스물여섯. 

26세. 

 

 

애기네. 완전 애기. 스물 여섯이라니. 아니, 스물 여섯이 이화동 어쩌고 저쩌고 ..노래를 한거야? 스물 여섯 애기 피톤이가, '내가 어떻게 해야 그대를 잊을 수 있을까? 우리 헤어지게 된 날부터 내가 여기 살았었고 그대가 내게 살았었던 날들' 이라고 하고, '그렇게도 사랑했었던 너의 얼굴, 맑은 눈빛 빛나던 웃음까지, 살아있다 저기 저 신호등건너, 또 손흔들며 보조개 짓던 미소까지 조심히 건너 내게 당부하던 입모양까지' 라고 하며,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라고 한거야? 스물 여섯, 베이비 피톤이가, '낮은 한숨이 늘었어 이유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리고 때론 당연한 하루가 가끔 너무 속상해서' 라고 하고, '술 한잔 했어요 그대 보고 싶은 맘에 또 울컥했어요' 라고 한거야?  

그런데 나는 삼십대 중반에 이화동을 처음 가보고, 거기 가서는 여기가 피톤씨의 추억이 서려있는 그 이화동이라는 데구나, 했던거야?  이렇게 감성에 쩌는 남자라면 나는 사귀지 않겠어요, 라는 미친 리뷰를 썼던거야?

 

나는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이라는 말을 그다지 신뢰하지도 않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무살이 열살과 똑같은 사고를 해서는 안되고, 서른다섯이 열다섯처럼 행동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반성하고, 현명해지고 싶어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줄 아는 능력들이 켜켜이 쌓여가는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거고, 그렇지 못했을 때 우리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며 자기 반성을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말 자체도 나는 억지로 만들어 낸 말 같다. 그건 국경도 나이도 없는게 아니라, 국경이 있고 나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걸 어쩔 수 없는거고, 내가 여기 있고 그가 아프리카에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거지, 그것들이 모두 '없기'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스물 여섯이면, 스물 여섯에 맞는 가사라는게, 그런 음악이라는 게 존재할거라고 생각을 했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이 남자는 삼십대 중반쯤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거다. 6-7년에 걸친 장시간의 사랑을 했고, 헤어졌으며, 삼십대 중반이나 후반의 노총각일 거라고, 나는 그리 내 마음대로 생각한거다. 그래서 그가 스물 여섯이라는 말을 듣고 노래가 어릴거야, 유치할거야,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고 어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에피톤의 노래들을 다시 들었다. 

이화동 을
한숨이 늘었어 를
오늘 을
그대는 어디에 를
눈을 뜨면 을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 를. 

 

그런데, 

변함없이 좋다. 무척 좋다. 내가 처음 음악을 듣고 느꼈던 그 느낌들을 여전히 고스란히 준다. 가사만 좋은게 아니라 음악도 좋다. 목소리도 좋다. 그가 스물여섯이든 어쨌든 그의 노래는 여전히 그의 노래였다. 아무것도 변하질 않았다. 스물 여섯이 만든 노래에 나는 울다가 웃었다가 멍때리다가 했다니, 무척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걸 알고 듣든 모르고 듣든, 아무것도 달라지질 않는다.  

 

여전히, 에피톤 프로젝트는, 나에게는, 올해의 앨범일 수 밖에 없다. 피톤이 베이비, 베이비든 올드보이든, 어쨌든 이런 음악이라면 땡큐야. 사실은 애기 피톤, 당신이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당신이 스물 여섯이라 다행이에요. 마흔 여섯이나 쉰 여섯 보다는 스물 여섯쪽이 조금 더 호감가네요. 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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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12-2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선인장'이 너무 좋아 벨소리도 만들어서 한동안 썼어요!^^

다락방 2010-12-21 14:08   좋아요 0 | URL
난 '해열제'가 너무 싫어요! 그거 나오면 바로 돌려버린다는. ㅎㅎ

웽스북스 2010-12-2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2-21 14:44   좋아요 0 | URL
뿜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0-12-21 14:45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우리가 왜 뿜은지 모르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0-12-21 14:54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중요해요? 중요한건 우리 둘 뿐이에요! (이건 로맨틱버젼 댓글 ㅎㅎ)

레와 2010-12-21 16:27   좋아요 0 | URL
또 두사람 뭐하는거임?!! ㅡ.ㅡ^ 흥!!

다락방 2010-12-21 16:3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이 어제는 무려 나더러 크리스마스에 만나자고 했어요! ㅎㅎㅎㅎㅎ
그치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0-12-21 16:49   좋아요 0 | URL
헐헐 이렇게 보니 완전 ㅋㅋ 저는 만나'드린'다고했습니다.

다락방 2010-12-21 16:53   좋아요 0 | URL
아 뽀롱났네. ㅋㅋㅋㅋㅋ 그치만요 웬디양님이 만나'주신'다고 하셨지만 저는 수락하지 않았다구요! 흥!!

레와 2010-12-21 17: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전성공! (응?? ㅎ)

무스탕 2010-12-2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구만요. 에피톤이 남자가수라서 더 좋지요? :)

다락방 2010-12-21 16:01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젊은' '남자' 가수라서 제가 완전 사랑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jongheuk 2010-12-2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다락방님 덕분에 올 한해 에피톤 프로젝트 잘 들었어요. 고마워요. last.fm 이란 곳에서 제가 어떤 앨범을 얼마나 들었는지 계산해주는데 에피톤 프로젝트를 네번째로 많이 들었더라구요.

참 다락방님, 이메일로 주소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카드 보내드릴게요.

다락방 2010-12-21 16:54   좋아요 0 | URL
종혁씨도 많이 들었구나! 그때 좋다고 글 쓴거 보긴 했는데 네번째로 많이 들었다니, 오, 뿌듯해요! 히히.
주소는 지금 이메일로 보내줄게요!
:)

에디 2010-12-2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 새내기 시절에도 선배들 따라간 주점에서 서른즈음에를 같이 합창하니 왠지 인생 다 산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오늘의 문장.

다락방 2010-12-22 18:1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정말. 에디님!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오늘의 문장을 뽑아주는 에디님을 좋아합니다.

열다섯은 좀 심했죠? 열아홉으로 할걸 그랬나봐요. 흐음.
 

2010년의 봄에는 내가 좀 미쳐있었던 것 같고, 여름에는 좀 더 미쳐있었던 것 같고, 가을에는 극에 달해 돌았었던 것 같다. 올 한해를 정리해보려고 했더니, 뭐 사실 정리할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해놓은 것도 없고, 그저 미쳐있었던 봄,여름,가을만이 떠오른다. 기억에 남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하기가 너무 싫다.  

어쨌든, 올 한 해의 남자와 멘트와 책 등등을 순전히 내 마음대로 정해보려고 하는데, 나는 당연히 공동수상같은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둘이 나눠먹게 안한다. 하나에게만 올인. 그래야 진짜.  

 

- 올해의 문장은 '사라 쿠트너'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게 제 문제에요! 전 보통 슬프지 않을 때 발작이 일어나요..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게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 때요. 그럴 때면 전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하지만 제 머리는 마치 품질이 안 좋은 퍼즐 같아요. 조각들을 잘못 자르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아귀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퍼즐 말이에요! 항상 한 가지 원인을 찾으려다 보면 전 미칠 것만 같아요. 머릿속에서 마치 제대로 줄도 서지 않고 마구 소리를 질러대며 반항하는 유치원생들처럼 온갖 가능성들이 마구 뒤엉켜버리거든요!" 

"그럼 그걸 중단하십시오.

"뭘요?" 

"생각 말입니다." (pp.344-345)  

그녀에게 생각을 그만하라고 정신과 닥터가 말해주는 장면인데, 뭔가 뻥 뚫려버리는 것 같았다. 그러게. 그녀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처럼 되어버리고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저그런 소설 쯤으로 책을 읽었다가, 여자주인공에게 흠뻑 이입해버려서 이 책은 나의 바이블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역시 책이든 뭐든 타이밍이 중요한게 아닐까 싶어졌다. 게다가 나는 몇개월전에 한 친구로부터 '당신은 당신의 기분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 이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 제기랄, 이 책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헤르만 양! 모르겠어요? 당신은 매우 지적인 사람이에요. 감성지수도 아주 높고요. 열정이 넘치는데다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직감까지 뛰어나죠. 그런데 그런 능력이 자신에게는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어요. 자신의 감정 문제에 맞닥뜨리기만 하면 당신은 마치 머리에 널빤지라도 두른 사람처럼 우둔하게 헤매고 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지요. 하지만 이건 아주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신은 다른 건 전부 느낄 수 있는데, 자기 자신만은 느낄 수 없다는거요!" (p.342) 

절절하다, 진짜.  이 책이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아니,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순전히 내 개인적으로, 내가 '그런 때에' 만났기 때문에 별 다섯이다.

 

 

- 올해의 남자는 요리하는 남자. 이건 완전 어제 급조된건데, 그러니까 나는 어제 친구와 연극을 한 편 보고 까페에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 거기는 와플을 비싸게 파는 까페였는데, 와플을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하는 즉시 구워준다고 했다. 마침 카운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터라 우연히 카운터를 계속 쳐다보게 되었는데, 길쭉하고 하얀 남자가 와플을 굽고 있었다. 와플을 굽고, 접시에 초코시럽을 뿌리고 와플을 접시에 담고 그 위로 딸기를 올리고 다시 생크림을 올리고 또 딸기를 올리고 해서 완성한뒤에 손님에게 건넸다. 그리고 또다시 와플을 굽고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데코레이션을 해서 또 손님에게 건네고, 또 와플을 굽고...하는게 반복이었는데, 그 길쭉하고 하얀 남자가 그렇게 예쁘게 와플을 접시에 담아 건네는게 몹시 낭만적인거다! 근사해! 

나의 남동생은 군시절, 장교식당 취사병이었는데 제대하고 나서 지금까지 몇년이 흘렀건만 식구들에게 요리를 해준건 딱 한번이었다. 그것도 식구들끼리 다같이 제주도 놀러갔을때, 기분으로 안주 한번.. 너는 요리하는 남자였는데 왜 대체 식구들에게 요리를 안해주는거냐며 내가 잔소리를 퍼부어대면, 녀석은 항상 이렇게 말해왔다. 

"난 40인분에 맞게만 세팅되어있어." 

후아- 너란 인간. orz.... 그러니까 그 와플을 구웠던 길쭉하고 하얀 남자는 집에 가면 아무것도 안할 확률이 크겠지만, 아, 그래도 멋지더라. 내가 요리를 전혀 못하는 여자라 그런건지 요리하는 남자를 보는 순간 잠시 눈이 하트가 됐었다. ♡.♡

 

 

- 올해의 영화는 『엘 시크레토』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아주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 맞아, 저 남자에게는 저런 형벌이 필요해, 반드시 그래야 해.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 다다를수록, 저랬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니까 내 가치관에 혼란이 오는거다.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것, 반드시 그래야 했다는 신념, 그 모든것들이 정말 옳은거였냐고, 영화는 내게 묻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묵직하고 먹먹한 사건과 함께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이 영화 안에는 함께 흐르고 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잘했다고 혹은 잘못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함께.  

 

한 페이퍼 안에 이것저것 마구 링크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건 그래도 '올해의 페이퍼'니까, 아쉽게 뽑히지 못한 다른 영화들을 좀 골라보자면 다음과 같다.

 

 

 

 

 

 

- 올해의 멘트는 '샬레인 해리스' 

 

 

 

 

 

 

 

앗, 나는 올해 『완전히 죽다』와 『죽어 버린 기억』만 읽었는데, 언제 『돌아올 수 없는 죽음』까지 나왔구나. 사야겠네..이 책을 읽다보면 나는 아주 궁금해진다. 작가는 책속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의 멘트를 다 들어본걸까? 아니면 상상인걸까? 대체 여자가 듣고 싶어하는 모든 말들을 어떻게 그녀는 다 써낼 수 있을까? 

『죽어 버린 기억』에서는 이런 멘트가 나온다. 

「당신 바쁘네요. 전화하지 말걸.」
나는 금세 주눅이 들어 말했다.
「농담해요? 당신 전화는 하루 종일 내가 겪은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었어요!」
(p.139) 

얼마전에 나는 한 청년에게 이 책의 이 멘트에 대해 얘기해주면서, 여자를 녹이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라고 했다. 그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간에, 그러니까 어머 좋아, 부터 시작해서 혹은 웃기시고 있네, 라는 시니컬한 대답까지, 여하튼 그게 뭐든간에 그여자는 속으로는 완전 흐물흐물 녹진녹진해졌을 거라고. 그러니 나만 믿고, 사랑을 얻고 싶은 여자에게 저 멘트를 날리라고 했다. 당신 전화는 하루 종일 내가 겪은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었어요, 라니. 어떻게 안 녹을 수 있을까! 하하하핫. 근데 왜 슬프지? ㅠㅠ 이뿐만이 아니다.  

「당신이 숨을 곳이 필요하다면, 당신 등 뒤를 지키거나 당신을 방어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가 당신에게 그런 남자가 되지요.」 (p.203) 

뭐, 이쯤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지키고 방어해주고..그런 남자가 되어주고...아, 뭐 똑바로 서있기조차 힘들다. 대체 이 작가는 어디서 이런 말들을 다 배워가지고 ㅠㅠ 당신은 다 들어본 말입니까? 네? 그래요?  

『완전히 죽다』에서는 완전히 날 기절시킨 멘트가 나온다.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중략)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p.214) 

후아- 생각해보고 말고 할게 어딨니. 나랑 함께 있고 싶어서 아프다는데. 니가 아프면 나도 아퍼. 그러니까 그냥 너의 아파트로 내가 갈게. 함께 머물게.  

 

 

- 올해의 책은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로 정했다. 마지막까지 천재작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두고 갈등했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천재 작가'의 글이라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작가 본인'의 글이라서, 도무지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책 속에서의 쌍둥이가 아프면서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서 나를 더 미치게 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대신 아파해야 한다. 그게 독자의 몫이다. 만약 그들이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울부짖고 토로했으면 나는 그들의 아픔을 이다지도 생생하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통이든 아픔이든 느끼는 만큼 절규하는 쪽이 빨리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쌍둥이들이 그걸 못하니까 대신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래야 얘네들이 살지, 하면서.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에 대해서는 읽을때마다 미치게 페이퍼를 썼으니까, 이쯤하고. 이 책 때문에, 좋았지만 올해의 책에 뽑히지 못했던 책 몇 권을 골라보자면 다음과 같다. 

 

 

 

 

 

  



올해의 통화, 올해의 이성, 올해의 동성, 올해의 문자메세지, 올해의 술자리, 올해의 만남, 올해의 친구, 올해의 노래, 올해의 연극, 올해의 유머, 올해의 사진, 올해의 눈물, 올해의 사랑, 올해의 서운함, 올해의 이메일 등등을 다 써보고 싶지만, 그러면 오늘 하루가 페이퍼 쓰다가 끝날것 같아서 이제 그만 두기로 한다. 아, 올해의 진통제는 우먼스 타이레놀이다. 그리고 올해의 최악의 찌질함은 지난주 토요일의 아이라이너. 집에서 나갈때는 나 오늘 좀 예쁘다며 혼자 들떠있었는데, 친구와 만나고 있으면서 화장실에 가 거울을 보고 기절했다. 아무리 트윈케익 떡칠해도 도무지 감추어지지 않는 팬더눈. 내 다시는 아이라이너를 하지 않으리라. 후아- 내가 왜했을까, 아이라이너를... 3년만에 해보는 아이라이너였는데, 이런 미친 찌질함을.. 난 아이라이너가 싫다.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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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해의 음반, 에피톤 프로젝트, 오 베이비!!
    from 마지막 키스 2010-12-21 13:47 
              아, 나는 올 한해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 『이화동』, 『오늘』, 『그대는 어디에』,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등을 들으면서 얼마나 쩔어(!)있었던가. 대체 갑자기 튀어나온 에피튼 프로젝트, 그는 누구인가, 왜 이다지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가, 왜 나를 후벼파는가, 기타등등의 절절한 감정으로 그의 노래를 얼마나 장시간 들어왔던가! 올해의 음반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에피톤
 
 
hnine 2010-12-2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눈도 저 아기처럼 생겼어요? 제가 완전 좋아하는 타입인데 그럼??

다락방 2010-12-20 15:04   좋아요 0 | URL
개(dog)눈 같대요. 축 쳐져가지고 ㅜㅡ 곰 눈 같다는 말도 들었어요. 하핫. 그런데 전 그동안 제가 고양이눈 같다고 혼자 생각했지 뭐에요. 하하핫.

브론테 2010-12-2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줌파는요? ㅋ 올해의 인물 무척 좋아요^^* 폭풍업무중에 댓글다는 이 정성이라니 ㅎㅎ

다락방 2010-12-20 15:05   좋아요 0 | URL
줌파는 며칠전에 따로 페이퍼 썼으니까 패쓰. 줌파는 어쩐지 [축복 받은 집] 읽고나면 또 페이퍼 쓰게될 것 같은 예감이에요. 문제는 오늘 지르느냐, 1일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지르느냐....( '')

Forgettable. 2010-12-2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좀 억울한게 나도 연말까지 한국에 있었으면 올해의 xx가 되지 않았을까. 난 너무 초반만 함께 불태우는 바람에. 젠장.

우먼스 타이레놀은 고통뿐만이 아니라 심신을 안정시킨대요. 그래서 하나 먹었는데, 그 날은 감정의 기복이 전혀 없더군요. 신기했어요. ㅎㅎㅎ

전 여기 온 이후로 읽은 책이.... 열권이나 되나? 미쳤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달에 열권읽던 애가 세상에;;;;;

자하(紫霞) 2010-12-20 17:09   좋아요 0 | URL
우먼스 타이레놀과 우황청심원은 비슷한 효과가 있나?하는 생각을 해보다가
가장 빠른 결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그 날' 우황청심원을 실험해보는 것일까?라는
도대체 내가 생각해도 4차원적인 생각을 방금 무심코 했어요~ㅋ

다락방 2010-12-21 09:27   좋아요 0 | URL
아 미치겠다. 이건 어디서 나오는 자존심이죠, 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왜 연말까지 있었으면 뭐가 됐을거라고 생각하는거지?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초반만 불태웠지만 뭐 하나 만들어줄게요. 뽀는 음, 올해의....젊은여자. ㅎㅎ 뽀는 올해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서 제일 젊고 예뻤어요. :)

우먼스 타이레놀이 심신을 안정시킨대요? 아놔. 감정의 기복이 없어진다구요? 음.. 진작 알았어야 했어요! 그럼 내가 그렇게 힘든 봄,여름,가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ㅠㅠ 가을에 나 진짜 .. 힘들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아마 타이레놀을 먹지 않을것 같아요. 비루한 몸뚱아리지만 약에 의존하지 않겠어요.



베리베리님. 오! 우..우...우황청심원. 어쩐지 무서워요. 전 왜 우황청심원이 무서울까요? ㅋㅋ

moonnight 2010-12-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완전 귀차니즘이라 한해 정리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요. 최소한 좋았던 책 베스트는 하고 싶건만 -_-;;;; 다락방님과 공통점 또 찾았어요. 히히 ^^ 올해의 인물요. 저도 조카랍니다. 둘째 조카요. 한달 조금 더 있으면 돌인데, 저는 찹쌀떡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볼부터 해서 몸의 모든 부분이 찹쌀떡 같이 쫀닥쫀닥한 녀석이에요. ^^ 그치만, 역시 저의 영원한 넘버원은 첫째조카지요. ㅠ_ㅠ

다락방 2010-12-21 09:09   좋아요 0 | URL
쫀닥쫀닥. 아 저는 정말 미치겠어요, 문나잇님. 막 아가를 안고 있으면 완전 완전 좋은거에요. 인생이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아가가 저희집에 와있으면 저의 퇴근은 빨라지고, 출근전에 어떻게든 얼굴을 보고 나가려고 하죠. 여동생이 보내준 조카 동영상 보면서 혼자 막 히죽히죽하고 그래요. 아 저는 완전 미친팔불출 이모인겁니다! ㅠㅠ

무스탕 2010-12-2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가로 올해의 음식만 대답해 보세요 :)

다락방 2010-12-21 09:09   좋아요 0 | URL
오사카짬뽕이요!!
:)

레와 2010-12-2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인물 사진 때문에 추천을 백만개쯤 하고 싶어요.
잔뜩 찌푸리고 있는 내 얼굴도 웃게 만드는,
조카는 진리!



다락방 2010-12-21 09:10   좋아요 0 | URL
조카는 진리, 네 정말 그렇더군요. 전 이 아가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가 이 아가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지는 정말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저는 마음을 빼앗겼어요. 사랑이 시작됐습니다. 흑흑 ㅜㅜ

blanca 2010-12-2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안나 카레니나>를 이겼다면 저는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다는 사람이 다락방님 포함 정말 너어무 많네요. 이제 정말 이것을 읽을 때가 된 것일까요? 40인분 ㅋㅋㅋ 쓰러졌습니다. 조카는 완전 귀엽네요. 정말 완전히. 제 여동생이 뭐라고 했게요? 첫조카는 원래 내새끼보다 이쁘다,고 주위에서 그러더랍니다. 정작 내 자식은 애증관계이지만 첫조카는 정말 사랑 그 자체라고. 저는 오늘 거울을 보고 아이라이너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래로 번진듯한 다크서클에 처절하게 낙담했답니다.--;; 이런게 진정한 노화구나, 싶어서요. 아이라너가 번져서 느끼는 슬픔보다 몇 백배는 더 처절하답니다.--;; 그러니 위안받으세요.

다락방 2010-12-21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첫자식을 안낳아봐서(응?) 정말 그러한지 알 수 없지만, 네, blanca님, 첫조카는 쓰러집니다. 이 아가를 안고 거리를 걸으면서, 봐요 이 아가가 내 조카에요, 라고 크게 소리치며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흑.

그리고 blanca님, 다크써클은 저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게다가 생리중에는 확연히 진해져서 뭐 화장을 아무리 두껍게 해도 가려지질 않아요. 다크써클은 저의 영원한 동반자지요. 게다가 저희 다크써클은 노화의 동반자도 아니에요. 전 초딩때부터 데리고 다녔어요. 삶이 고달팠던 거죠, 어린애가. 흐흑 ㅜㅜ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정말이지, 말이 필요없습니다, blanca님. 올해가 가기전의 마지막 책으로 선택해보심은 어떨까요?

Arch 2010-12-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거랑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2011년에 봐야할 영화를 몇개 적어봤어요. 매년 두분이 그래주셨음 좋겠어요.

복숭아는 다락방이 제일 좋아하는건데, 조카가 복숭아 닮은거면, 그건 정말 최상급이겠다^^

다락방 2010-12-21 09:1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아치,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은 아치 스타일 아닐 것 같은데. 캐서린 제타존스 좋아해요? 저기서 완전 어린 남자랑 사귀는데, 난 그 둘이 사귀는 장면보다 헤어지고 난 후의 각자의 삶을 사는 장면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아, 그런데 아치가 봐야할 영화 적어놓은거에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은 없겠다. 안적었을 것 같아요.

다락방의 순한 아치 ㅋㅋㅋㅋㅋ

Arch 2010-12-23 09:51   좋아요 0 | URL
이봐요 다락방 ^^ 난 다락방님 때문에 크랙도 본 여자예요.

다락방 2010-12-23 11:22   좋아요 0 | URL
다락방의 순한 아치이며 게다가 말도 잘 듣는 아치로군요! 므흣 :)

2010-12-21 0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0-12-2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조카를 보면 정말 눈에 콩깍지 제대로 씌워져요.
저도 그랬거든요.
정말로 내 새끼도 첫조카만큼 예쁘지는 않더라구요.^^;;
새해엔 <안나 카레니나>에 무조건 도전해야겠어요.

다락방 2010-12-21 13:13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의 독서모임의 주제도서가 되어도 좋을법한 책이에요, 안나 카레니나는. 그러나 독서모임에서 다루기엔 많이 두껍죠. 섬사이님, 읽어보시면 정말 왜 톨스토이가 천재인지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안나 카레니나는 정말 대단한 소설이에요. 그저 감탄만 나온답니다.

첫조카는 그저 순수한 기쁨이고 순전한 사랑이에요. 어휴, 대단해요. 정말.

sweetrain 2010-12-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크서클을 어릴때부터 데리고 다녔어요.
화장이 아니라 분장을 해야 다크서클을 가릴 수 있을 거에요.
저도 지금 그 날인데, 우황청심원을 한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냥 우먼스 타이레놀로 만족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다락방 2010-12-21 13:57   좋아요 0 | URL
우먼스 타이레놀은 금방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전 무섭더라구요. 이게 뭔데 내 몸속에 들어와서 이런 효과를 주지? 이러면서 의심이 막 ;;
우황청심원은 패스하세요. 어쩐지 무섭지 않습니까? ㅠㅠ

꿈꾸는섬 2010-12-2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너무 예뻐요.^^
우리 아가들 저만할때가 생각나네요.^^

다락방 2010-12-21 16:44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오늘은 글쎄 처음으로 뒤집었대요! 감개무량 ㅠㅠ

바이런 2010-12-2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헹헹. 다락방님~ 저 다락방님이 엘시크레토를 올해의 최고의영화라고 하신 평보고 엘시크레토 봤어요.
그리고 저한테도 올 해 최고의 영화가 되어버렸어요 ㅠㅠ
다락방님덕에 <그저좋은사람>도 읽었구요. 덕분에 2010년 마무리를 온몸을 떠는 전율로 보내고있어요ㅋㅋ
락방님의 초이스는 언제나 굿이에요 굿♡ 저기 읽지못한 책들도 꼭 챙겨서 읽어볼게요~:)



다락방 2010-12-22 08:50   좋아요 0 | URL
다행이에요, 바이런님. 바이런님에게도 제 초이스가 먹힌다니! ㅎㅎ
엘 시크레토는 정말 최고지요? 제 회사 동료도 제가 계속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더니 일요일 오전에 조조로 가서 보고왔다고 하더라구요. 헤헷.
그저 좋은 사람은, 윽, 정말 좋지요? 지옥-천국은 최고의 단편. 네, 온몸을 떠는 전율, 맞아요, 맞아요.
아흑, 올해가 얼마 안남아서 슬퍼요, 바이런님.

Kitty 2010-12-2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너무 예뻐요 >_< 볼이...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첫조카가 제가 한국에 없을 때 태어나서 그런지 정이 좀 덜 들었어요. 둘째조카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그래도 요녀석은 아직 애기였거든요. 큰조카는 처음 볼 때부터 너무 커서 말도 잘하고 뛰어다니고 그래서 별로 가지고 놀지를(?) 못했는데 둘째는 막 가지고 놀아서 더 애착이 가요 ㅎㅎ 게다가 뭘 사주면 올케가 죄다 첫째를 주는 바람에 둘째는 맨날 꼬질꼬질한 것만 물려받고...ㅠㅠ 그래서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나고 둘 다 여자애인데도 뭐든 꼭 똑같은거 두 개씩 사요. ㅋㅋ

다락방 2010-12-22 16:05   좋아요 0 | URL
'깨물어주고 싶다'는 말을 언제 쓰는지, 저는 조카를 보고서야 깨닫게 되더군요. 그말 참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말 말고 다른말은 생각나지도 않아요. 가지고 놀지를 못했다는 말에 저 완전 빵 터졌어요, 키티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가지고 놀 수(응?)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주 미치게 예뻐서 팔짝팔짝 뛰겠어요. 어제 처음 뒤집었다는데, 오늘 뒤집는 동영상 받아보고 저 일하다가 완전 히죽히죽히죽히죽 ㅎㅎㅎㅎㅎ 정신나간여자 됐네요.

키티님, 저한테 조카 둘 있었어도 저도 똑같은거 두개씩 사주고 싶었을 것 같아요. ㅠㅠ
첫째가 양보하는 것도 싫고 둘째가 물려받는 것도 싫어요. ㅠㅠ

2010-12-22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헤스티아 2010-12-2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워요. 저희 아들 이제 67일 되었는데 이미지가 비슷하네요 저희아들이랑...
저희아들도 보고 있으면 다람쥐도 생각나기도 하고 쌍커풀없이 큰 눈인데 약간 순해보이는.. ㅋㅋ
암튼 제자식이라 이쁘긴 하지만.. 조카 너무 귀엽네요.
제 아들 사진도 조만간 페이퍼에 올려야겠네요 ㅎㅎ

다락방 2010-12-23 09:1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참 빨리 자라요. 태어났을 때 찍은 사진하고 50일때 찍은 사진하고 100일때 찍은 사진하고 그 모습이 다 달라요. 아, 정말 미치도록 예뻐서 돌아버리겠어요. ㅎㅎ
엊그제 처음 뒤집더니 어제는 하루종일 뒤집더래요. 자정을 넘어서도 뒤집느라 잠을 안자서 여동생이 미칠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 저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다 깨서 막 웃었어요.
아흑, 예뻐요, 아가들 ㅠㅠ

2010-12-23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로하 2010-12-2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저도 주변에 추천하고 있어요. 저에게 이책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는데.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함께 주변에 추천하는 책이예요.

다락방 2010-12-26 20:35   좋아요 0 | URL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면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말씀하시는거죠? 저 그 책을 선물 받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지 않았거든요. 알로하님의 댓글을 읽으니 이 책을 얼른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벌써부터 기대되요. 대체 어떤 책일지!!

알로하 2010-12-27 13:32   좋아요 0 | URL
네^^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이요~ㅋ 저도 다락방님 덕분에 주말에 '그저 좋은 사람'을 읽었는데요. 왜 이제야 이책을 읽었을까! 했었어요. 참 좋더라고요.^^

다락방 2010-12-27 13:34   좋아요 0 | URL
정말 좋죠? 특히 [지옥-천국]은 정말 최고 아니던가요? 감동의 소설인겁니다. ㅎㅎ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도 좋아요. 저는 이제 [축복받은 집]을 구매해 읽을 생각을 가지고 있답니다. 헤헷 :)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읽게 되면 어땠는지 말씀드릴게요.
 

누가 내게 2010년 최고의 단편이 무어냐고 물으면 나는 '한창훈'의 『밤눈』이라고 답하려고 했다. 아니면 최소한 『올 라인 네코』라도. 정말 그러려고 했다. 내가 이 책,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을 읽지 않았다면. 

 

 

 

 

 

 

 

 

하아- 세상에 어떻게 이런 단편이 있을까! 나는 이 단편집의 단편 『지옥-천국』에 그만, 정신줄을 놓고야 만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다시 앞으로 돌아가 두번째 실린 단편 『지옥-천국』을 한번 다시 읽었다. 그리고 박박 정신없이 밑줄을 그었다. 밑줄 긋지 않을 부분이 없었다. 여자가 우연히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 대한 연정을 품게 되고, 그러나 될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곁에 두려하고, 그 남자에게 여자가 생긴걸 알고는 표독스럽게 변하고, 그가 깨지길 원하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남자의 여자와 '같은 처지'가 되고야마는 그 일들이 너무나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녀가 자신의 옷이 풀어지지 않도록 온 집안의 옷핀을 다 모아서 입고 있던 사리에다 채웠었다는 과거 회상장면에서는, 아이구, 히유, 그녀의 옆집 여자에게 축복을! 

자, 그는 그녀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는 엄마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순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태어난 것도 엄마를 기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와 결혼했다는 일종의 증거물이었고, 배운 대로 사는 삶이 낳은 예상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프라납 삼촌은 달랐다. 삼촌은 엄마의 삶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 (p.85) 

 
   

그런데 이제 그는 그녀를 서운하게 혹은 화나게 혹은 신경질나게 만든다. 

   
  엄마는 삼촌의 연애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데보라가 프라납 삼촌을 차버리고 떠나서 상처받은 삼촌이 후회하며 돌아오길 바랐다. (p.88)  
   
 
   
  "그 여자는 결국 프라납을 버릴 거야." 나중에 엄마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프라납은 인생을 내던지는 거라고." (p.92)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어떤 표정인지 알겠고, 그녀가 이런 말을 하면서 지을 법한 표정을 나는어쩌면 그대로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단편, 『지옥-천국』은 압도적으로 최고이며, 다른 단편들도 매우 좋다. 한 편 한 편 도무지 버릴 것이 없다. 대체 줌파 라히리는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게 글을 써낼 수 있을까. 내 친구가 좋아한다는 마지막 단편, 이 단편에도 아주 보석 같은 문장들이 나온다. 너무나 서늘해서 만질 수 없는 보석 같은 문장들. 

   
 

"그러면 왜 그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야?" 
그녀는 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진실이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p.378) 

 
   

여러 가지 일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는 여자의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때때로 우리는 가끔 그런 충동에 휩싸이지 않는가. 그 선택을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 '그 편이 모든게 정리되고 깔끔하니까' 선택해 버리게 되는. 결혼이라고 왜 안그렇겠는가.  

나의 이 단편집에는 포스트잇이 아주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렇게 붙여놓고 또 밑줄도 그어놓고서는,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간혹 펼쳐 볼 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는 결말 따위는 이 책에 없다. 또한, 그 식구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고 다시 행복해졌습니다, 하는 결말도 이 책 안에 없다. 그러니까 이 책에 동화 같은 해피엔드는 존재하지 않지만, 서늘함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완벽한 단편집이다. 

 

며칠전에 민음사에서 나온 피츠제럴드 단편선2 를 샀다. 

 

 

책의 목차를 보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펭귄출판사의 단편과 목록들이 겹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샀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 작가이니까. 피츠제럴드와 로맹가리는 나에게 감히 접근할 수 조차 없는 단편을 쓰는 작가들이다. 피츠제럴드의 「컷 글라스 보울」은 정말 최고다! 

 

 

 

 

당장 읽고 싶어서 이 단편집을 샀지만, 그러나 나는 이 단편집을 읽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올해에는 그저 '줌파 라히리'에게 일등을 주고, 순전히 그녀를 경배하기로 했으니까. 피츠제럴드를 읽으면 그녀에게 일등을 줄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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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꺼이 숭배하리!
    from 유리동물원 2010-12-17 15:30 
    내가 만약 작가라면 줌파 라히리처럼 글을 쓰려고 안간힘을 쓸 것 같다. 꼭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그녀의 단어 하나하나를, 문장 한 줄 한 줄을, 그 사이의 행간들을, 글자가 쓰여있지 않은 페이지의 여백을 곱씹고 또 곱씹어 봤을 것 같다. 줌파 라히리는 내가 아는 생존작가중에 최고다. 적어도 나에게는. 요즘 전자책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줌파 라히리를 전자책으로 읽는다는 게 나로써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종이책이 있고
 
 
비로그인 2010-12-1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어이 지르게 만드시는군요! 저 영어판 원본 사러 갑니다.

--지르고 왔습니다. 그런데 영어 원서가 더 싸요!

다락방 2010-12-17 10:17   좋아요 0 | URL
너무 좋지 않아요, Jude님?

여러 가지 일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이 문장이 정말 미치게 좋아요! 음, 저도 원서로 살까요? 저는 원서 사봤자 읽지도 못하는데 왜 자꾸 원서를 사고 싶죠? 미친허영심 ㅠㅠ

비로그인 2010-12-17 10:24   좋아요 0 | URL
제가 읽고 저 부분 다락방님 서재에 낙서해 둘게요. 제가 할게요. 그러니 다락방님은 제게 말만 해요. 하지만 아마도 한 권을 서재에 꽂아두는 것도 다락방님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아요.

다락방 2010-12-17 14:00   좋아요 0 | URL
저도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과 이 책의 원서 장바구니에 넣어뒀어요. 20일에 지를래요. 몇몇 표현들을 찾아보고 싶을것 같아요. 한번도 찾아본적은 없지만. 단지 꽂아둔다는데 의미를 두고.. ( '')

무스탕 2010-12-1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라는 이름을 이 전에 들은것 같은데 어느 책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a
이 책 '그저 좋은 사람' 이었나..?;;
하여간 오늘 눈보라를 뚫고 출근해서 민원님들은 안오시고 이러고 있습니다. ^^

다락방 2010-12-17 14:01   좋아요 0 | URL
어쩌면 무스탕님, 제가 [이름 뒤에 숨은 사랑] 페이퍼를 썼을 때 보셨을수도 있구요,
혹은
이 [그저 좋은 사람]을 무스탕님이 제게 선물해주셨기 때문에 이름이 익숙하신 걸 수도 있어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무스탕 2010-12-17 14:10   좋아요 0 | URL
허걱-!! 그랬던 과거가 있었단 말??
이라 생각해 찾아보니 딱 1년하고도 며칠전에 그랬네요..;;;
많이 퍼주는 사람도 아니구만 왜 이런걸 잊어버리고 사는건지 참말루..
하여간 즐독 하셨다니 저도 즐거워요 ^^

암만해도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이 제 기억을 헷갈리게 한 원인같아요. ㅎ

다락방 2010-12-17 17:04   좋아요 0 | URL
네, 두 책 다 좋지만 [그저 좋은 사람]쪽이 더 좋으네요. 단편 [지옥-천국]때문에요.
아, 정말 좋은책이에요. 흑흑. 감동 ㅠㅠ

레와 2010-12-1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못참겠다. 당장 질러야지!!

원서가 많이 어려울까. 쌩뚱맞게 나도 원서도 사고 싶네..ㅎㅎ;;

다락방 2010-12-17 14:01   좋아요 0 | URL
올리브 키터리지도 원서 사려다가 완전 꾹 참고 있어요. ㅎㅎ

이 책 정말 좋아요, 레와님. 정말요!

섬사이 2010-12-1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러면 안돼요.
이런 유혹은 견디기 힘들어요.

다락방 2010-12-17 14:01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이 책이라면,
견디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노아 2010-12-1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덕분에 눈여겨본 책이에요. 저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랑만 갖고 있는데 아직 보진 못했어요.
이 작가는 사진도 엄청 매력적이더라고요.^^

다락방 2010-12-17 14:02   좋아요 0 | URL
[이름 뒤에 숨은 사랑]도 참 좋거든요! 그런데 이 [그저 좋은 사람]도 정말 좋아요. [지옥-천국]은 예술의 경지입니다. 감동 ㅠㅠ

turnleft 2010-12-1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돌아가면 이 책을 읽어야겠군요. 저번에 운 좋게 hardcover 를 $8에 사 둔게 있어서.. :)

다락방 2010-12-17 14:03   좋아요 0 | URL
으응? 아직 안돌아갔어요, 턴님? ㅎㅎ (농담농담)

음, 그런데요 턴님, 이 책은 확실하게 제 취향인지라 턴님께도 완벽할런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저는 좋아하는 남자한테 선물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씨익 :)

turnleft 2010-12-17 14:08   좋아요 0 | URL
내가 다락방님한테 신고도 안 하고 돌아갈리가 s(-_-)z

느낌엔 줌파 라히리는 저한테도 잘 맞을 것 같아요 :)
물론 저는 지금 읽고 있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같은 책에 더 열광하는 타입이지만;;

다락방 2010-12-17 17:05   좋아요 0 | URL
ㅎㅎ 신고하고 들어가는거, 잊으면 안돼요, 턴님!!

줌파 라히리가 턴님께도 잘 맞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 기분이 좀 좋을것 같아요!
:)

깐따삐야 2010-12-1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어요. 안 사도 된다는 안도감.^^ 지난번 책 정리할 때 살아남은 책들 중 하나에요. 저 역시 이 책이 좋았지만 다락방님 글을 보니 더 '잘'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0-12-17 17:06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은 이 책을 분명 좋아했을 것 같아요! 깐따삐야님이라면 첫번째 단편도 마구 좋아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옥-천국]은 다시 읽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 단편이에요, 깐따삐야님. :)

... 2010-12-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츠제랄드도 나와보라고 해요 (다 붙어봐!) 줌파 라히리가 무찌를 거예요^^ 제가 심판이라면 세상의 단편소설가 전부 덤벼봐, 뭐 이래도 줌파 라히리가 .... (안톤 체홉님만 기권을 하셔준다면, 하핫--;;)

다락방님 우리나라에는 <축복받은 집>으로 번역되었던데, 그 중에 [질병의 통역사 Interpreter of Maladies]도 꼭 읽어보세요. 거의 [지옥-천국 Hell-Heaven]급이예요.

다락방 2010-12-17 17:0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물론 줌파 라히리가 좋지만, 정말 아름답고 완벽하지만, 그래도 피츠제럴드하고 로맹가리한테는 안돼요. 피츠제럴드는 그 누구도 따를수가 없어요. [컷 글라스 보울] 읽어봤어요, 브론테님? 그 소설은 단편의 으뜸이에요. 최고에요, 최고. 전 피츠제럴드 같은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단편이 정말이지 모두 뛰어나요. 최고에요, 최고. 저는 안톤 체홉보다는 피츠제럴드의 단편이 훨씬 더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리고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단편집은 진짜 감동 ㅠㅠ

저 [축복받은 집] 장바구니에 넣어뒀어요. 20일경에 주문할거에요. 아흑. 질병의 통역사라구요? 아 궁금해요. 읽어보고 싶어요. 줌파 라히리 같은 글을 쓰고싶어요, 브론테님! 정리하자면 저는, 도무지 피츠제럴드와 로맹 가리같은 단편을 쓸 욕심은 낼 수도 없고, 제가 쓰게 된다면 정말 줌파 라히리처럼 쓰고 싶어요. 딱, 제가 추구하는 바에요.

poptrash 2010-12-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집을 나설 때, 책을 안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저 책을 잠깐 집었더랬어요. 아직도 안 읽었거든요. 그러다 그냥, 에이 책은 무슨 책, 하고 내려 놓았는데.

다락방 2010-12-17 17:42   좋아요 0 | URL
다시 집어들어요, 얼른!!
후회하지 않을거라구요!!

웽스북스 2010-12-1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다락방님이 이 책 중에서 지옥-천국을 제일 좋아해서 너무 좋았어요!!!!
그 단편의 마지막 장면을 읽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지만 기실 무너지고, 허물어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녀의 감각은 정말 최고에요! 저도 <축복받은 집> 볼래요 ㅎㅎ

다락방 2010-12-20 09:12   좋아요 0 | URL
지옥 천국이 가장 좋았지만 다른 작품들도 좋았죠. 맨 마지막 작품의 결말은 영화 [업클로즈 앤 퍼스널]을 생각나게 하더라구요. 물론, 저는 그 영화보다는 이 책 쪽이 이백배쯤 더 좋았지만 말예요.

저도 축복받은 집 장바구니에 넣어놨어요! 결제를 오늘하느냐, 1일에 하느냐를 조금 고민해봐야 겠지만 말예요.

건조기후 2010-12-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책 지르려고(읽는 게 아니라;) 들어왔다가 다락방님 덕분에 [그저 좋은 사람]도 냉큼.ㅎ
[그저 좋은 사람]이랑 나란히 땡스투된 다른 거(뭘까요?) 하나도 제가 드린 거에요! 헤헤 (푼돈 갖고 자랑하기)
오. 제 서재 프로필 소개글(?)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나오는 문장.. ^^

다락방 2010-12-20 09:13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제나 '지르'지 '읽'지는 않고 있어요. 다섯권 지르고 한권읽기, 이른바5-1법칙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랄까요. ㅠㅠ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진짜 완전 짱이지 않아요? 대박이에요. 흑흑.
그나저나 땡스투라니, 감사드려요. 차곡차곡 모아서 또 책을 질러야겠군요!

오랜만에 오셔서 댓글이라니, 아, 정말 건조기후님은 저를 진짜 좋아하시나봐요!! ㅎㅎ

2010-12-20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0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호 였는지 혹은 지난호 였는지 모르겠지만, 시사in 에서 나는 윤성현 PD 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기사)를 봤다. 매일 아침 출근준비할 때 듣는 라디오에서 『라디오 지옥』을 자꾸 언급하던데, 윤성현이 그 책을 쓴 사람이란 걸 시사인을 읽으면서야 알게됐다. 기사를 읽는데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 사람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가 썼다는 책을 사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새벽에 [심야식당]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는데, 나는 매일매일 꼬박 미드나잇에 잠드는 규칙적인 여자사람이라, 그 라디오를 들을 일은 없을 것 같았으니까.  

 

 

 

 

 

 

 

시사인에서 만난 저자가 이 책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내용으로 말하자면, 시사인을 읽었을 때 느꼈던 딱 그만큼이었다.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글이 싫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건데, 나는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보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좋다고 칭찬하던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도 내게는 별 셋 정도인데,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 나는 그냥 소설이나 읽어야 겠구나 싶어졌다. 여기까지가 책을 지금 '읽고 있는' 동안의 책 내용에 대한 감상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얇아서 놀랐다. 보통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경우에 사람들은 책값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쓸까? 나로 말하면 워낙 무심한 여자사람인지라, 일단 주문해놓고 나면 책 값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거라곤, 요즘에 책을 사려면 만원 안쪽이 없다, 는 것 정도. 그래서 주문한 책을 받고 나서도 딱히 가격을 다시 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건 대체 얼마야?' 라는 생각이 들 때를 제외하면. 『적절한 균형』처럼 두꺼운 책을 받았을 때는, 어휴, 이렇게 두꺼운 책은 대체 얼마일까 하고 책 가격을 보았었는데, 이 책을 받고는 얇고 종이의 질이 굉장히 좋아 보여서 이 책이 얼마인지를 보게 됐다. 

책값은 12,000원. 

역시 만원을 넘는군, 하고 책을 읽는데, 하아- 화가났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이책에 빈공간이 너무 많아서. 이런식이다. 

 

 

 

 

 

 

보이는 것처럼, 왼쪽면은 제목만 갖다 넣고 빈 공간이다. 그리고 본문만 나와있는 사진을 보면 위에가 텅텅 비었다. 제목을 본문의 위로만 갖다 놨어도 페이지는 대폭 줄었을 것이다. 간혹 말도안되는 분권을 해놔서 사람 열받게 하는 책들을 종종 보는데, 이렇게 페이지를 군데군데 텅텅 비워놔서 책값 정말 '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다니! 저 빈공간을 다 빼고, 본문 위의 공간을 줄이면 사실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의 크기정도로 나왔어도 무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걸 중요시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만족을 줄런지도 모른다. 세상엔 나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까. 그러나 온라인으로 쓰여진 글을 읽는 것과 돈을 주고 종이책을 살때는 '다른' 기대감을 갖게 되는것처럼, 나의 경우에는 '돈'을 주고 책을 살때 알찬내용, 풍부한 내용을 원하지, 텅텅 빈 공간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저게 디자인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지도 않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애석하다. 그냥 서점에 가서 볼걸. 하아- 

이 책의 앞쪽 책날개에는 이렇게 쓰여져있다. 

"이 책의 인세 일부는 전 세계의 빈곤아동을 돕는 데에 쓰여집니다." 

전 세계의 빈곤아동을 돕는 데 쓰이는 것이 이 책의 가격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빈 공간을 없애서 책값을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 한들 빈곤아동을 돕는 데 쓰이는 인세의 비율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돕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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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역시 책값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에요.물론 별다방 콩다방 커피 2잔값 아끼면 책 한권을 살수 있지만 문제는 그런 가격의 책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하는가 이지요.다락방님 말씀처럼 요즘 웨만한 책들은 빈 공간이 너무 많고 폰트도큰편이지요.저는 90년대 예문판 반지의 제왕 3권을 갖고 있는데 요즘 나온 반지의 제왕이 6~8권정도 하니 얼마나 책을 나누어서 판매하는지 잘 알겠더군요.
출판계가 힘든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을 자꾸 책을 내면 아마도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더 적어지지 않을까 싶군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2-1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공감가는 글이예요...
점점 책 사기가 아까와지는 중이거든요.

마늘빵 2010-12-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백이 꼭 있어야 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글은 전혀 여백이 필요없음에도 텅텅 비워 쪽수만 채운 경우도 있죠. 서점 가보면 글은 없고 빈공간만 있는 책들 허다해요. 아깝죠.

... 2010-12-1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합니다. 몇몇 책값은. 공감지수 200% 글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책값에 불만이 없는 사람이예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거나, 예전의 기억을 되찾아 주었거나, 한껏 웃게 해주었거나,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거나, 비길 데 없는 지식을 주었거나, 했으니 그 값은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락방님과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들이 분명 있어요. 짜증을 넘어서 화가 나요. 책이 우습게 보이더냐, 하고 버럭 소리치고 싶어지죠. 저도 다락방님처럼 저렇게 조목조목 사진 올려가며 따져 묻고 싶은 책들이 몇 권 되는데, 게을러서... 아이고...

깐따삐야 2010-12-1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에 쓰인 말처럼 하고 싶으면 더 잘 만들어야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서 볼테고 그래야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하여간 선의까지 상술에 이용하다니 -그런 것이 아니길 바라지만- 좀 화가 나네요.

2010-12-1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정 가격이야 있는 거겠지만, 그게 얼만지 일반 독자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백을 불필요하게 많이 쓰거나 폰트를 불필요하게 키우는 건 정말 화가 납니다.

여강여호 2010-12-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시선의 리뷰네요...그래도 이 책은 혹 여백이 꼭 필요해서 이렇게 편집하지 않았을까요?....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이렇게만 위로하고 갑니다.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마노아 2010-12-1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쪽에 12,000원도 심하건만 저 빈 공간이라니, 이건 종이에 대한 테러고 구매자에 예의가 아니네요. 어휴, 출판사를 눈여겨 보게 되는군요.

BRINY 2010-12-1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서 문고판 찾아서 사는 게 우리나라 번역판 사는 것보다 이익일 때가 많아요.

레와 2010-12-16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문드문 '이 책은 양장본이 아니면 좋겠는데, 왜 양장본으로 나와서 비싼걸까'하는 책이 있어요.

:)

섬사이 2010-1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초공감이에요.
굳이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양장본이거나
페이지 수를 늘리려 하는 의도적 편집이 아닌가 싶게 저렇게 여백이 난무하거나
행간을 초등학교 교과서 행간만큼 널찍하게 만들거나
글자가 너무 크거나,
그런 책들 보면 마구마구 신경질이 나곤해요.
아, 종이의 질이 너무 지나치게 좋아도 화가 나요.
'나 비싼 책이야'하는 허영에 잔뜩 들뜬 책 같아서요.

비로그인 2010-12-16 15:10   좋아요 0 | URL
전 이 책을 안읽어봐서 뭐라 하질 못하겠지만, 양장본에 대한 섬사이 님의 생각엔 저도 동감! 양장본은 이를테면 `안나 카레리나'같은 책에 필요한 것이죠. 여러번에 나누어서 오랫동안 읽다 보니 책등이 휘는 것을 방지하고, 녹녹치 않은 두께를 한번에 튼튼하게 잡아주려는 의도. 그러지도 않은데 대뜸 어울리지도 않는 양장 제본을 보면 화가 나곤 해요. 작가나 편집자의 허영으로 밖에 보이지 않더이다.

Kir 2010-12-1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식으로 나온 책을 보면, 편집자와 출판사에 대한 반감이 커집니다-_-
시집도 아니고, 뭐하자는 건지... 나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요.
양장본 남용도 마음에 안 드는데, 이런 헐렁헐렁한 편집에 몰지각한 가격이라니 기분 나빠요.

moonnight 2010-12-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처럼(무조건 다락방님과 공통점을 찾고 싶은 이 마음;;) 책값을 하나하나 따지지 않는 편이에요. 나중에 책 받아보고 이런 책은 도대체 얼마였단 말이냐. 하는 정도죠. 맞아요. 가끔 화나게 하는 책들이 있어요. 다락방님 맘에 드는 작가라 하셔서 보관함에 담을 준비했다가 슬그머니 패스합니다. -_-;;;;;

새초롬너구리 2010-12-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백을 위해 또 얼만큼의 나무가 베여져나갔는지...

뽈쥐의 독서일기 2010-12-1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을 서점에서 좀 큭큭거리면서 읽다가 가장 최근에 쓴 어떤 책 리뷰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저도 에세이류에 좀 야박한 사람이라 그런지... 여백 많은 책과, 특히 연예인들이 쓴 책을 몹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이 페이퍼 많이 공감합니다.
옳소 옳소 하고 읽었는데 댓글에서도 또 공감하네요. 정말 이유없는 양장본, 출판사들 반성해야 돼요.
나무도 아깝지만 들고 다니려면 어깨가 나가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 번 보고 말 책을 양장본이라니!!!
아 증말 울나라도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문고판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10-12-17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요~~~~~~
나무에게 미안한 책을 만들지 않는다는 보리출판사 좋아요.
양장본 남용도 별로에요~ 모 출판사에 수차례 건의했는데, 100년 가는 책을 만들고 싶다더군요.
하지만 페이퍼백도 100년도 가지요~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위한 행태의 출판사는 불매하는 독자의 힘을 보여줘야 해요.

Apple 2010-12-17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진짜 종이낭비입니다! 저도 왠만하면 책값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얇고 여백도 많은데 책값만 비싸면 정말 화가나지요.
개인적으로 아멜리 노통브책은 이소설 저소설 엮어서 빽뺵하게 합본으로 나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_-;진짜 사기 돈아까워요. 이게 장편소설인가 단편소설인가 싶어서...

감은빛 2010-12-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출판사 나름의 사정이 없진 않겠지만,
책 값을 높이기 위해서 라는 이유가 가장 중요했겠죠.
이래서 되도록이면 서점에서 실제로 책을 보고 나서 사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고구마 2010-12-1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값을 보면 한 팔자 고치려는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것도 있더군요.
책 한권에 2-3만원 넘는 것은 보통이니...

낭만인생 2010-12-1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는 책 값이 싼 편이지만 그래도 저런 책을 보면 열받는 건.. 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