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실감하는 건,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힘내라는 말, 기분전환을 해보라는 말, 다 맞는 말이고 나 잘되라는 말이지만,
그런 걸로 나아질 정도의 상태라면 그건 병이 아니며,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게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주변의 그런 말들이 더 상처가 된다.
그러니 주변 사람이 우울증이 있거나 다른 정신적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본인이 조언해보거나 그 사람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빨리 정신과에 데리고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게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훨씬 나은 일이다.
심각한 정신병으로 큰 병원에 입원할 경우 치료 비용이 많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개인 신경정신과에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경우에 그다지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내 경우 처음 검사비 35,000원 정도, 그 이후로 상담 시간에 따라 조금 금액이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주당 10,000~15,000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즉 한달에 4~5만원 정도.
물론 지금 나는 법적으로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안되는 건 맞고,
주기적으로 평일 낮에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찾는데
조금 제약이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치료를 받고 나서의 삶이 훨씬 더 나아졌다.
우울증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예를 들면 매사에 까칠해지거나,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이유가 없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의욕이 저하되거나..
그 중에 나같은 경우에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비가 오는 날,
경전철이나 지하철 고가역에 서 있으면 세상에 혼자 있는 느낌이 들면서
강력한 자살충동이 온다. 그리고 여기저기 슬프다고 연락하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나 같은 경우 강박증이 극심해서, 강박행동을 하기 싫어도 하게 되는데,
(자다가도 일어나서 집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스밸브라든가 수도를 확인한다.)
그 때마다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우울증 발병에 큰 영향을 줬다.
그래도 처음보다야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병원 대기실에서 비뚤어진 액자를 바로잡기도 하고, 의사분의 흰 머리카락 두 가닥이 신경쓰여
상담에 지장을 받을 때마다 종종 나는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