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였는지 혹은 지난호 였는지 모르겠지만, 시사in 에서 나는 윤성현 PD 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기사)를 봤다. 매일 아침 출근준비할 때 듣는 라디오에서 『라디오 지옥』을 자꾸 언급하던데, 윤성현이 그 책을 쓴 사람이란 걸 시사인을 읽으면서야 알게됐다. 기사를 읽는데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 사람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가 썼다는 책을 사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새벽에 [심야식당]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는데, 나는 매일매일 꼬박 미드나잇에 잠드는 규칙적인 여자사람이라, 그 라디오를 들을 일은 없을 것 같았으니까.  

 

 

 

 

 

 

 

시사인에서 만난 저자가 이 책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내용으로 말하자면, 시사인을 읽었을 때 느꼈던 딱 그만큼이었다.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글이 싫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건데, 나는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보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좋다고 칭찬하던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도 내게는 별 셋 정도인데,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 나는 그냥 소설이나 읽어야 겠구나 싶어졌다. 여기까지가 책을 지금 '읽고 있는' 동안의 책 내용에 대한 감상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얇아서 놀랐다. 보통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경우에 사람들은 책값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쓸까? 나로 말하면 워낙 무심한 여자사람인지라, 일단 주문해놓고 나면 책 값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거라곤, 요즘에 책을 사려면 만원 안쪽이 없다, 는 것 정도. 그래서 주문한 책을 받고 나서도 딱히 가격을 다시 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건 대체 얼마야?' 라는 생각이 들 때를 제외하면. 『적절한 균형』처럼 두꺼운 책을 받았을 때는, 어휴, 이렇게 두꺼운 책은 대체 얼마일까 하고 책 가격을 보았었는데, 이 책을 받고는 얇고 종이의 질이 굉장히 좋아 보여서 이 책이 얼마인지를 보게 됐다. 

책값은 12,000원. 

역시 만원을 넘는군, 하고 책을 읽는데, 하아- 화가났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이책에 빈공간이 너무 많아서. 이런식이다. 

 

 

 

 

 

 

보이는 것처럼, 왼쪽면은 제목만 갖다 넣고 빈 공간이다. 그리고 본문만 나와있는 사진을 보면 위에가 텅텅 비었다. 제목을 본문의 위로만 갖다 놨어도 페이지는 대폭 줄었을 것이다. 간혹 말도안되는 분권을 해놔서 사람 열받게 하는 책들을 종종 보는데, 이렇게 페이지를 군데군데 텅텅 비워놔서 책값 정말 '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다니! 저 빈공간을 다 빼고, 본문 위의 공간을 줄이면 사실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의 크기정도로 나왔어도 무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걸 중요시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만족을 줄런지도 모른다. 세상엔 나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까. 그러나 온라인으로 쓰여진 글을 읽는 것과 돈을 주고 종이책을 살때는 '다른' 기대감을 갖게 되는것처럼, 나의 경우에는 '돈'을 주고 책을 살때 알찬내용, 풍부한 내용을 원하지, 텅텅 빈 공간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저게 디자인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지도 않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애석하다. 그냥 서점에 가서 볼걸. 하아- 

이 책의 앞쪽 책날개에는 이렇게 쓰여져있다. 

"이 책의 인세 일부는 전 세계의 빈곤아동을 돕는 데에 쓰여집니다." 

전 세계의 빈곤아동을 돕는 데 쓰이는 것이 이 책의 가격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빈 공간을 없애서 책값을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 한들 빈곤아동을 돕는 데 쓰이는 인세의 비율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돕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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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역시 책값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에요.물론 별다방 콩다방 커피 2잔값 아끼면 책 한권을 살수 있지만 문제는 그런 가격의 책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하는가 이지요.다락방님 말씀처럼 요즘 웨만한 책들은 빈 공간이 너무 많고 폰트도큰편이지요.저는 90년대 예문판 반지의 제왕 3권을 갖고 있는데 요즘 나온 반지의 제왕이 6~8권정도 하니 얼마나 책을 나누어서 판매하는지 잘 알겠더군요.
출판계가 힘든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을 자꾸 책을 내면 아마도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더 적어지지 않을까 싶군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2-1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공감가는 글이예요...
점점 책 사기가 아까와지는 중이거든요.

마늘빵 2010-12-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백이 꼭 있어야 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글은 전혀 여백이 필요없음에도 텅텅 비워 쪽수만 채운 경우도 있죠. 서점 가보면 글은 없고 빈공간만 있는 책들 허다해요. 아깝죠.

... 2010-12-1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합니다. 몇몇 책값은. 공감지수 200% 글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책값에 불만이 없는 사람이예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거나, 예전의 기억을 되찾아 주었거나, 한껏 웃게 해주었거나,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거나, 비길 데 없는 지식을 주었거나, 했으니 그 값은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락방님과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들이 분명 있어요. 짜증을 넘어서 화가 나요. 책이 우습게 보이더냐, 하고 버럭 소리치고 싶어지죠. 저도 다락방님처럼 저렇게 조목조목 사진 올려가며 따져 묻고 싶은 책들이 몇 권 되는데, 게을러서... 아이고...

깐따삐야 2010-12-1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에 쓰인 말처럼 하고 싶으면 더 잘 만들어야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서 볼테고 그래야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하여간 선의까지 상술에 이용하다니 -그런 것이 아니길 바라지만- 좀 화가 나네요.

2010-12-1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정 가격이야 있는 거겠지만, 그게 얼만지 일반 독자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백을 불필요하게 많이 쓰거나 폰트를 불필요하게 키우는 건 정말 화가 납니다.

여강여호 2010-12-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시선의 리뷰네요...그래도 이 책은 혹 여백이 꼭 필요해서 이렇게 편집하지 않았을까요?....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이렇게만 위로하고 갑니다.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마노아 2010-12-1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쪽에 12,000원도 심하건만 저 빈 공간이라니, 이건 종이에 대한 테러고 구매자에 예의가 아니네요. 어휴, 출판사를 눈여겨 보게 되는군요.

BRINY 2010-12-1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서 문고판 찾아서 사는 게 우리나라 번역판 사는 것보다 이익일 때가 많아요.

레와 2010-12-16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문드문 '이 책은 양장본이 아니면 좋겠는데, 왜 양장본으로 나와서 비싼걸까'하는 책이 있어요.

:)

섬사이 2010-1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초공감이에요.
굳이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양장본이거나
페이지 수를 늘리려 하는 의도적 편집이 아닌가 싶게 저렇게 여백이 난무하거나
행간을 초등학교 교과서 행간만큼 널찍하게 만들거나
글자가 너무 크거나,
그런 책들 보면 마구마구 신경질이 나곤해요.
아, 종이의 질이 너무 지나치게 좋아도 화가 나요.
'나 비싼 책이야'하는 허영에 잔뜩 들뜬 책 같아서요.

비로그인 2010-12-16 15:10   좋아요 0 | URL
전 이 책을 안읽어봐서 뭐라 하질 못하겠지만, 양장본에 대한 섬사이 님의 생각엔 저도 동감! 양장본은 이를테면 `안나 카레리나'같은 책에 필요한 것이죠. 여러번에 나누어서 오랫동안 읽다 보니 책등이 휘는 것을 방지하고, 녹녹치 않은 두께를 한번에 튼튼하게 잡아주려는 의도. 그러지도 않은데 대뜸 어울리지도 않는 양장 제본을 보면 화가 나곤 해요. 작가나 편집자의 허영으로 밖에 보이지 않더이다.

Kir 2010-12-1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식으로 나온 책을 보면, 편집자와 출판사에 대한 반감이 커집니다-_-
시집도 아니고, 뭐하자는 건지... 나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요.
양장본 남용도 마음에 안 드는데, 이런 헐렁헐렁한 편집에 몰지각한 가격이라니 기분 나빠요.

moonnight 2010-12-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처럼(무조건 다락방님과 공통점을 찾고 싶은 이 마음;;) 책값을 하나하나 따지지 않는 편이에요. 나중에 책 받아보고 이런 책은 도대체 얼마였단 말이냐. 하는 정도죠. 맞아요. 가끔 화나게 하는 책들이 있어요. 다락방님 맘에 드는 작가라 하셔서 보관함에 담을 준비했다가 슬그머니 패스합니다. -_-;;;;;

새초롬너구리 2010-12-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백을 위해 또 얼만큼의 나무가 베여져나갔는지...

뽈쥐의 독서일기 2010-12-1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을 서점에서 좀 큭큭거리면서 읽다가 가장 최근에 쓴 어떤 책 리뷰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저도 에세이류에 좀 야박한 사람이라 그런지... 여백 많은 책과, 특히 연예인들이 쓴 책을 몹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이 페이퍼 많이 공감합니다.
옳소 옳소 하고 읽었는데 댓글에서도 또 공감하네요. 정말 이유없는 양장본, 출판사들 반성해야 돼요.
나무도 아깝지만 들고 다니려면 어깨가 나가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 번 보고 말 책을 양장본이라니!!!
아 증말 울나라도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문고판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10-12-17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요~~~~~~
나무에게 미안한 책을 만들지 않는다는 보리출판사 좋아요.
양장본 남용도 별로에요~ 모 출판사에 수차례 건의했는데, 100년 가는 책을 만들고 싶다더군요.
하지만 페이퍼백도 100년도 가지요~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위한 행태의 출판사는 불매하는 독자의 힘을 보여줘야 해요.

Apple 2010-12-17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진짜 종이낭비입니다! 저도 왠만하면 책값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얇고 여백도 많은데 책값만 비싸면 정말 화가나지요.
개인적으로 아멜리 노통브책은 이소설 저소설 엮어서 빽뺵하게 합본으로 나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_-;진짜 사기 돈아까워요. 이게 장편소설인가 단편소설인가 싶어서...

감은빛 2010-12-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출판사 나름의 사정이 없진 않겠지만,
책 값을 높이기 위해서 라는 이유가 가장 중요했겠죠.
이래서 되도록이면 서점에서 실제로 책을 보고 나서 사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고구마 2010-12-1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값을 보면 한 팔자 고치려는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것도 있더군요.
책 한권에 2-3만원 넘는 것은 보통이니...

낭만인생 2010-12-1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는 책 값이 싼 편이지만 그래도 저런 책을 보면 열받는 건.. 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