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도 가족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0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전의 어느 드라마에서 김현주는 장동건을 좋다고 쫓아다녔고 결국은 장동건과 연인이 되었다. 그 때 장동건은 다른 여자를 좋아하다가 이별의 슬픔을 감당하는 중이었고, 그래서 장동건의 친구는 김현주를 사랑하는 게 진심이냐, 그것이 가능했냐고 물었다. 그 때 장동건은 친구에게 '사랑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노력하다보니 정말로 사랑하게 됐어' 라고 말했었다. 사랑은 노력으로 되는걸까? 이 세상의 모든것은 노력으로 된다지만 사랑도 그런걸까? 아니, 그건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어제의 「맨발로 하이킥」「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도 그랬다. 고영욱은 박하선을 정말로 좋아하고 박하선은 고영욱이 자신을 좋아하는 만큼 자신도 좋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고영욱은 박하선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자신처럼 못난 남자가 당신같은 훌륭한 여자를 좋아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추운 밤에 좋아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박하선은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러나 정말 눈물이 날만큼 미안하게도, 박하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욱을 사랑할 수가 없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자꾸만 자꾸만 느낀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건 기도로 되는것이 아니니까. 

장동건이 김현주를 사랑하게 된 건, 본인은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보여진다. 김현주의 마음이 어느 순간 장동건의 마음을 사랑쪽으로 끌어당긴 것. 그러나 고영욱의 마음은 그것이 간절하고 진심이고 미안함을 포함한다 해도, 박하선의 마음을 사랑으로 끌어당기지는 못한다. 사랑은 노력으로도 기도로도 이루기가 불가하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그 순간을 기적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우리가 연인이 되는 것은 가장 완벽한 길일까? 단 하나의 유일한 길? 나는 절대로,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속의 수키와 에릭처럼. 수키와 에릭은 서로를 사랑한다. 서로를 갈망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연인임을 즐긴다. 서로의 기분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서로에게 강한 성적 매력을 느낀다.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황홀한 섹스를 즐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완벽한 커플이냐고 하면, 나는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수키와 에릭만큼은 연인이 아닌 쪽이 서로에게 더 나은 길을 가게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남자와 여자가, 혹은 사랑까지 느끼는 남자와 여자가 연인이 아닌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부조리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연인이 아닌 쪽이 더 나은, 서로에게 더 행복한 그런 사이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두가 운명이라면,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면, 수키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그 모든 육체적 고통과-다치고 피흘리고-, 그 모든 정신적 고통을 감당해야하는 게 맞을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를 선택할 때, 상대가 가진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 수키는 그런것들을 감당하고 사랑하려고 했던건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니까, 수키니까, 나는 이런것들을 극복하며 이 남자와 연인임을 택할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수키와 에릭은 지금처럼 연인이 되기전이 가장 완벽하고 완전해 보였다. 그때가 서로가 최상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애틋한 마음을 가진채로 있는것이, 그리고 상대에게 애정을 느끼고 신뢰하는 채로 따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 그것이 관계를 좀 더 오래 유지하고 '최상의 나'를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것은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나였다면 수키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나 나는 다시 말하지만, 수키가 아니다. 

이 시리즈는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재미있게 푹 빠져서 읽고, 언제나 수키에게 공감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인 『죽여도 가족』에서는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의 연보를 알게 되는 것도 지겹고, 수키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도 지겨웠다. 그 전의 연인인 빌도, 또 지금의 연인인 에릭도 그녀를 늘 위험에 빠뜨렸다. 이것들도 지겹다. 나는 수키가 가진 사랑에 대한 생각과 미움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그녀의 성격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그렇지만 이번 시리즈는 그동안의 시리즈만큼 흥미진진하지도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고 몰입도는 떨어졌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지겹다.

나는 그녀가 많은것들을 감당하지는 않아도 되는 그런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런 남자가 과연 존재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거나 무엇을 말하건 그건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내게 당신을 위해 시체를 묻어 달라고-아니면 시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리 사이에는 안 좋은 과거가 있어요, 빌.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거예요.」
  (p.48) 
 
   

 

마음속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연인이라는 포지션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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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 2011-12-0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저도 그래요. 연인일 필요는 없어요.
연인이 아니어서 좋은 관계가 확실히 있더라고요.
(근데 고영욱은 되고 김현주는 안 된 건, 고영욱이라서 안 된 거고 김현주라서 된 거 같기도 해요ㅠ 저 같아도 고영욱을 사랑하게 되진 않을 거 같거든요=_= 조건 때문에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고영욱은 정말 총체적으로 비호감이라...)

당고 2011-12-06 16: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근데 이걸 쓰고 생각해보니 노력하면 사랑이 깊어지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친구든 연인이든 사물이든 애정을 투여하면 그만큼 애정이 깊어져서 신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최근에 별로 친하지 않은 어떤 친구를 챙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친구에게 마음이 깊어진 나를 발견했어요 ㄷㄷㄷ
그래서 제 결론은...... 노력을 그렇게 해도 안 좋아지는 걸 보면 고영욱이 정말 아니다, 이런 결론에...... 죄송......

다락방 2011-12-06 16:41   좋아요 0 | URL
당고님 저 완전 뿜었어요. 왜냐면 댓글 완전 이해되서요. 그게 그렇더라구요. 김현주는 막 들이대는데도 밉지 않은 스타일이었고(제 기준이겠지만요), 고영욱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하고 심지어 미안해하기도 하는데, 그게 다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조건에서 주는 건 아닌것 같아요. 아니, 조건때문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조건탓인 걸까요? 대체 그는 왜그렇게 비호감인걸까요?

노력하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전 마구 동의할 수는 없는데, '노력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져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할 수도 있다는 건 저도 알고있고, 믿고있어요. 그게 그거..인가 ;;


어떤 사람은 연인이어서 좋고, 어떤 사람은 연인이 아니어서 좋고. 정말 그런것 같아요. 음..정말 그래요.


그나저나 고영욱....에게도 고영욱에게 노력해줄 사람이 따로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박하선은 여기서 계속 고영욱을 '차마 저버리지 못해, 예의상' 만난다고 해도 고영욱에게도 박하선에게도 서로 괴로운 시간들..orz

비로그인 2011-12-0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들 연애사를 들어보면 아빠가 엄마를 줄창 쫓아다니다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요런 줄거리가 많던데 다락방님은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쫓아다니는 건... 노력일까요? 아니면 그 사랑하는 마음이 상대방을 움직인 건가... 확실히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사랑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당사자도 아니기에...

그나저나 확실히 남자와 여자는 다른가봐요. 저는 고영욱이 점점 인간적으로(!) 느껴지던걸요. 감정 이입을 심하게 했나, 동일시를 심하게 했나...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결국 서지석과 박하선이 되어야 해피엔딩인데, 전편의 결말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요즘에 하이킥 못 본지 꽤 됐는데, 보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 2011-12-07 12:59   좋아요 0 | URL
어떤 관계든 시작이 있어야 해요. 누군가 먼저 마음을 줬다든가, 누군가 먼저 고백했다든가 하는, 어쨌든 시작이요. 그게 아빠가 엄마를 줄창 따라다니든 엄마가 아빠를 줄창 따라다니든 뭐든 말이지요. 쫓아다니는 건, 노력이지요.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하고 싶다는 노력. 그런데 상대도 그런 사람을 보며 나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해줘야지, 하는것도 노력일테구요. 그런데 '나도 좋아해줘야지'하는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닌것 같아요. 노력해서 잘 해줄 수도 있고 기쁘게 해줄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닐테구요. 아, 모르겠어요, 사랑이 뭔지는. 어쨌든, 만약 나를 좋아하는 상대를 나도 결국 좋아하게 됐다면, 그건 노력보다는 다른 무엇이 작용한 것 같아요. 노력도 기도도 사랑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러나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한 번 볼거 두 번 보는게 노력일테고, 두 번 보다가 세 번 보게 되면 정이 들기도 할테고 그러다보면 사랑하는데 한결 쉬워지는것도 있을테고. 아 모르겠어요.

저도 하이킥 보고 싶어요. 회사고 뭐고 때려치고 좋아하는 음식 먹고 좋아하는 책 읽고 그리고 하이킥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먹고 사는 걱정 없이 말이죠. (음, 이야기가 우울해졌어요...)

점심 먹었어요? 난 사과까지 먹었어요.
:)

하양물감 2011-12-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는 사람은 10년을 쫓아다녔지만, -늘 같이 다녀서 연애하는줄 알았는데- 그들의 헤어짐은 남자의 결혼때문이었어요.
결국 여자는 쫓아다닌거고, 남자는 그냥 같이 다녀준거라네요. 10년이라는 시간을 각각 다른 생각으로 함께 다녔다는게 끔찍하더라구요. 내 생각에는 10년이면 정으로라도 결혼할줄 알았거든요.

다락방 2011-12-08 12:06   좋아요 0 | URL
10년이라는 시간을 각각 `다른` 생각으로 `함께` 다녔다는게 정말 끔찍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휴, 이제 그 여자분은 방향을 잃고 한동안 휘청거렸을 텐데 어떻게 지낸답니까?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건 분명 유의미한 일이지만,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시간과 비례하여 굳건한 사이가 되게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십년이란 시간, 설사 연애를 했어도 휙, 사라지기도 하더라구요.

하양물감 2011-12-08 12:11   좋아요 0 | URL
이 일도 벌써 7-8년 전의 일이네요. 지금은 각자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둘이 인연이 아니었던거지요.

버벌 2011-12-08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국 그 사람은.... 내가 연인이 아니어서 좋은 걸까요? 치....

다락방 2011-12-08 12:07   좋아요 0 | URL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버벌님. 그냥 거기에 그런 상태로 두고 싶은, 그런 상대.
 
브레이킹 던 part1 - The Twilight Saga: Breaking Dawn - Part 1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줄 사람이 이 길 끝에 서있네. 나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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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1-12-0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미 작품성이나 만듦새 기타 등등은 아무 상관이 없어진 것이군요?

다락방 2011-12-05 01:31   좋아요 0 | URL
트와일라잇은 작품성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세상에, 섹스를 하는데 침대가 부서집니다.그장면에서 관객은 무엇을 느껴야할까요? 잘 만들었구나, 가 아닌거죠. 그것은......( ,,)

2011-12-0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12-05 11:54   좋아요 0 | URL
네!
:)

moonnight 2011-12-0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저는 벨라와 에드워드의 신혼여행에서 책에 나왔던 그 민망한 장면들을 도대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했었거든요. 침대 부서지고 베개 물어뜯고 하는 거요. 책에서 느꼈던 당황스러움보다는 많이 점잖더군요. ㅋㅋ.
이번주에 한 번 더 (자세히;) 볼 거에요. @_@;;;;;

다락방 2011-12-05 14:39   좋아요 0 | URL
영화는 뉴문이나 이클립스보다는 좋았는데 그래도 중간중간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뛰쳐나가고 싶었어요. 그리고 책에 빠져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 브레이킹 던을 영화로 보다보니까, 이 책에서의 사랑은 아직도 환상에 지나지 않구나 싶더라구요. 에드워드와 벨라의 사랑이 환상 그 자체인것 같았어요. 현실이 아니라. 물론 이 소설 자체가 판타지지만 말예요.
그리고 책 읽을때는 전 나름 괜찮았는데, 왜 이번 편에서는 벨라가 나쁜년이란 생각이 자꾸 드느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것'을 없애야 한다고 했을때 로잘리가 '베이비'라고 하잖아요. 그때 울컥 했어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많았던 대신, 그만큼 울컥하는 인상깊었던 장면도 몇 번 있었어요, 문나잇님. 트와일라잇 만큼은 아니지만 뉴문이나 이클립스보다는 훨씬 나은 영화였어요.

굿바이 2011-12-0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심지어 기다린다구요? 우와- 짱입니다. 다락방님!!!!!

그나저나 저는 어째 이런 시리즈물이 하나도 재미가 없을까요. 피를 빤다거나 이런 건 역시나 제취향이 아닌가 봅니다. 아무리 잘생긴 친구들이 나와서 서로 목을 물고 날아다녀도 영 감흥이 없어요.
뭔가 시절에 뒤쳐진 느낌이에요 ㅜㅜ

다락방 2011-12-06 08:18   좋아요 0 | URL
저는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를 안좋아해요, 굿바이님. 그런데 이상하게 뱀파이어랑 늑대인간에 대해서만큼은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서 그런건가봐요. ( '')
늑대인간이 되어도 좋을 것 같구요. 이건 아주 깊게 들어가보면 저라는 인간 자체가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음..이건 너무 심오한가...
굿바이님이 시절에 뒤쳐진 느낌이라니,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일어나야만 했던 일이라구요. 네, 그래요, 알아요. 그런데 왜 하필 그게 나여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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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2-0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고의 소설 중 한 권이에요. ㅠ_ㅠ

다락방 2011-12-01 17:31   좋아요 0 | URL
마지막엔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요, 문나잇님. 왔다갔다고 하지말고 여기있다고 말해주라는 헌트의 말 때문에, 또 죄책감 때문에...어휴..

버벌 2011-12-1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저 샀어요. 샀어요. 샀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1-12-14 16:57   좋아요 0 | URL
읽어야 진짜!! 읽어봐요. 눈물이 막 ㅠㅠ
 
50/50 - 50/50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어쩌면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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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무라주 2011-11-3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 2011-11-30 10:29   좋아요 0 | URL
제이슨 무라주는 제이슨 므라즈의 짝퉁인가요? 아류? ㅋㅋ

비로그인 2011-11-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

다락방 2011-11-30 17:45   좋아요 0 | URL
Ditto.

무스탕 2011-11-3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만~

다락방 2011-12-01 17:33   좋아요 0 | URL
얼쑤~

토니 2011-12-01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 따뜻한 마음.. 갈곳없는 가난한 유학생에게 방학은 무료하기 그지없는데.감사해요. 열심히 한자한자 놓치지 않고 잘 읽을게요. 참 쑥스러운 고백인데 제가 이번 학기에 4.0 만점을 맞았답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엔 교수님께서 저의 이름을 호명하시면서 a strong writer 라며 극찬을 하셨답니다. 사회복지분야(어딕션)에서 아주 유명한 교수님이시거든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한국에 들어갈때 다락방님을 위해 무언가를 사가지고 갈께요. 수고하세요.

다락방 2011-12-01 17:33   좋아요 0 | URL
우와. 만점이라니. 같은 학교 다녔으면 저랑 친구 안하셨을 것 같은 점수네요. 전 공부를 워낙에 못해가지고 ㅎㅎㅎㅎㅎ 게다가 스트롱 라이터라니, 대박이네요!
보내드리는 책으로 무료한 시간을 날릴 수 있으시기를 바랄게요. 재미있게 읽으세요! 기회가 되면 또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

moonnight 2011-12-0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합니다. 사랑스러운 다락방님. ^^

다락방 2011-12-01 17:32   좋아요 0 | URL
므헤헤헤헤
퇴근하고나서 저녁 맛있는거 드세요, 문나잇님!
 

초등학교 3학년 학기초였다. 반 아이들 모두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지는 못해도 가까이에 앉은 아이들과는 조금씩 친해진 상황. 그때는 한 반에 60명 이상의 아이들이 있었고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많았다. 그래서 키 순으로 짝을 정해 자리에 앉게되면 키가 큰 남자아이들은 결국 남자아이들끼리 짝이 되곤 하던, 그런 때였다. 나는 보통의 키였고, 늘 앞에서 세번째나 네번째 줄에 앉았었는데, 어느 쉬는 시간. 내 짝꿍은 뒤를 돌아본 앞자리의 남자아이에게 내 얘기를 했다. 

난 얘 처음에 남자앤줄 알고 선생님한테 짝 바꿔달라고 말했잖아. 여자애랑 앉고 싶어서. 근데 선생님이 얘 여자애라 그러더라. 

수줍음이 무척 많았던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애초에 이렇게 머리를 자르면 안되는 거였는데, 엄마가 시키는대로 미장원에 가서 바가지 머리로 해주시래요, 했더니 이런 모양새가 된 거였다. 자르고 나서도 엄청 속상했는데 결국 남자아인줄 알았다는 말을 듣게 되다니 너무 챙피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뒤돌아 있던 앞자리 남자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난 얘랑 앉고 싶은데. 너랑 짝 바꾸고 싶다.

오, 세상에. 나는 차라리 욕을 먹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남자아이 같다던 짝궁의 말을 견디기가 더 쉬웠다. 뒤를 볼아보며 자꾸만 나랑 짝을 하고 싶다는 그 남자아이를 내가 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거다. 열 살때의 일이고 벌써 이십오년전의 일인데 나는 아직도 이 일이 생각난다. 그 남자아이들의 얼굴도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 아이들의 대화와 그때의 내 기분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남자아이 같다던 짝궁의 말이 그 상황의 마지막 말이었다면 나는 혹여 그것을 가슴 아픈 일로 기억하게 될까? 그랬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앞자리 남자아이의 나랑 짝궁하고 싶다는 말 때문에 이 일은 결국 지금은 웃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남자는 암에 걸렸다. 삶과 죽음의 확률은 50:50. 무덤덤하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상황을 받아들이다가 항암치료가 듣지 않으며 그래서 위험할지도 모를 수술을 해야 된다는 상황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이 무너지고 만다. 신경쇠약에 걸려버린 그는 소리를 지르고 차의 핸들을 쿵쿵 친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여자에게 전화를 건다. 밤 열두시에. 나와 전화하기 전에 뭐했어요? 페이스북? 나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아요. 여자는 그의 말을 들어주고 또 대꾸해준다. 그런데 어느참에 남자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내 애인이라면 좋을텐데. 

여자는 그 말에 대꾸할 수가 없다. 그저 그 말을 듣기만 할 뿐. 진심이 가득 담긴 저 사소한 말을 아마 그녀는 먼 훗날이 지나서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하늘의 달과 별을 모두 너에게 따줄게, 라고 했다면 여자는 대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의도로 접대용 멘트들을 날렸다면 그녀는 그 모두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내 애인이라면 좋을텐데, 하는,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를 남자의 그 진심 앞에서는 대응하기가 힘들어진다.  

당신이 내 애인이라면 좋을텐데. 

영화를 보면서 이 말을 듣는데, 이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틱해. 이건 진짜야. 진심이지. 이건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애인이라면 좋을텐데. 와-
게다가 그는 그녀에게 이런 말도 한다. 

당신에게 종종 팬케이크를 구워 주고 싶어요. 

아우. 이건 뭐. 후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 아닌가. 물론, 나는 요리를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긴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애인이 될 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할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매일 다정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후에 그들은 서로에게 질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순간이 어느 순간 어떻게 찾아온다한들, 이 평범하고 착하고 다정한 남자는 이 서투르고 마음씨 따뜻한 여자에게 최선의 남자가 되어줄 것 같다. 여자는 길을 걷다가 혹은 텔레비젼을 보다가 키가 크고 잘생기고 건장한 남자들을 보면서 한순간 반할지도 모르지만, 옆에 앉아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남자를 보며, 나는 이 남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순간이 있을것이다. 그 순간이 좀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짧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에게 그녀라서, 그녀에게 그라서, 그것이 다행이다.  

 

 

 

 

Do you hear me,
I'm talking to you
Across the water across the deep blue ocean
Under the open sky, oh my, baby I'm trying
Boy I hear you in my dreams
I feel your whisper across the sea
I keep you with me in my heart
You make it easier when life gets hard

I'm lucky I'm in love with my best friend
Lucky to have been where I have been
Lucky to be coming home again
Ooohh ooooh oooh oooh ooh ooh ooh ooh

They don't know how long it takes
Waiting for a love like this
Every time we say goodbye
I wish we had one more kiss
I'll wait for you I promise you, I will

I'm lucky I'm in love with my best friend
Lucky to have been where I have been
Lucky to be coming home again
Lucky we're in love every way
Lucky to have stayed where we have stayed
Lucky to be coming home someday

And so I'm sailing through the sea
To an island where we'll meet
You'll hear the music fill the air
I'll put a flower in your hair
Though the breezes through trees
Move so pretty you're all I see
As the world keeps spinning round
You hold me right here right now

I'm lucky I'm in love with my best friend
Lucky to have been where I have been
Lucky to be coming home again
I'm lucky we're in love every way
Lucky to have stayed where we have stayed
Lucky to be coming home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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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3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벼랑 끝에 선 이의 절망을 보았어요.

다락방 2011-11-30 12:46   좋아요 0 | URL
벼랑 끝에 선 자라면 누군들 절망을 맛보겠지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을 봤어요.

비로그인 2011-11-3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얘랑 짝꿍하고 싶은데. 이 말에 짝꿍 바꿔준 아이였어요 난ㅎㅎ

그 때 내 앞자리 남자 애가 내 짝꿍을 좋아하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여자애도 나보다는 그 애한테 가고 싶어하는 낌새였구요. 그래서 자리 바꾸자고 했어요. 누가 나한테 짝꿍하고 싶다는 말을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허구한 날 짝꿍 바꿔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한 번은 바가지 머리 한 여자 애랑(!) 굉장히 친해서 짝꿍 되려고 제비뽑기 조작한 적도 있어요. 맨날 수업 시간에 둘이서 자음 퀴즈 맞추고 그림 그리고 그랬어요. 그 생각이 나네요 ㅎㅎ

솔직한 게 짱인 것 같아요. 욕도 솔직하게 팍팍 해야 제맛이고 사랑도 솔직하게 말해야 착착 감기고.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더니 기운이 돋네요, 히히 (미니김밥 김치국수 먹었어요!)

다락방 2011-12-07 13:08   좋아요 0 | URL
전 점심도 먹고 사과도 먹었는데 수다쟁이님의 이 긴 댓글에서 왜 김밥이란 글자만 강하게 보일까요? 짝꿍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김밥 먹고 싶어, 이런 마음이 막....

전 초등학교때 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었거든요. 3학년때였는데,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하루는 선생님께서 '내일은 너희들이 앉고 싶은 아이와 앉아라' 고 하시는 거에요. 전 그 남자아이랑 너무 앉고 싶은데 차마 말을 못하겠고... 그래서 결국 늘 앉던 자리에 앉았어요. 제 짝꿍도 늘 앉던 자리에 앉았구요. 기존 짝꿍과 계속 짝을 하는 아이들은 우리가 유일했는데, 선생님은 너는 왜 그아이랑 앉고 싶었니, 를 여러 아이들에게 물으셨거든요. 제 짝한테도 물으셨어요. 그런데 제 짝은

"아침에 오니까 얘가 여기 앉아있었어요." 라고 말하더라구요. 전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죠. 결코 이녀석을 좋아했던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전 누구에게도 먼저 같이 앉자고 말할만한 용기가 없었을 뿐인데.

그 날 쉬는시간에 제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랑 짝을 한 여자아이가 제게 찾아왔어요. 야, ***이가 너랑 앉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나랑 앉자고 했어. 이러면서 가버리더라구요. 아...속상해.....

마늘빵 2011-11-30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땐 짝꿍이 누가 되느냐가 정말정말 중요했죠. 그게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다니까요. 심지어는 어떤 예쁜 여자애랑 짝 하고 싶어 하는 남자애들 여섯 정도가 건물 밖에 모여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전 머뭇머뭇 얼결에 거기 끼어들어갔는데, 첫 판에 지고 말았어요. 이런 젠장.

나도 내일 저 영화 보러 가요.

다락방 2011-12-07 13: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여자를 두고 싸우는데 왜 첫 판에 진겁니까. 역시 가위바위보도 잘해야 예쁜 여자를 차지하는거로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가 커서 남자아이들끼리 짝을 한 녀석들은 제발 여자아이랑 짝하게 해달라고 담임선생님께 졸라보기도 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영화는 봤어요, 아프님?

무스탕 2011-11-3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국민학교를 다녔지만) 1학년때 아마 첫 짝이었나봐요. 그 애만 기억에 남는걸로 미뤄보면요.
1학년에서 5학년 중간까지 같은 반이었고 (5학년 중간에 한 반이 더 만들어져서 각 반에서 몇명이 글루 갔는데 그때 그 애도 날라갔지요^^) 이름이랑 어려서 얼굴은 확실하게 생각나는데 졸업하고 본 적이 없어서 그 이후론 끝.
근데요, 작년엔가, 그 '아이러브스쿨' 엘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그 애가 절 찾는거에요. 오호~
그 애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잡히더라구요. 사진에 예전 얼굴이 많이 남아 있어서 보면 알아보겠던데 연락 안했어요.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영 시간이 안 맞아요 -_-

다락방 2011-12-07 13:10   좋아요 0 | URL
저 역시도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초등학교로 바뀐후로는 자연스럽게 저도 초등학교라고 말하게 됐어요. 국민학교란 말은 어색해서 못쓰겠어요. 저는 적응이 빠른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러브스쿨로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를 애타게 찾던 남자애가 결국은 그 여자아이랑 결혼하고 애도 낳고 잘 살고 있어요, 제 친구중에 말입니다. 영화같은 일이죠. 하하하하하. 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아무도.

영화는 보시면 좋을텐데. 괜찮은 영화거든요.

이진 2011-11-3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어떤 글이던지 저 포스터가 떠올라서 두근댑니다...
조셉고든레빗, 너무 멋진걸요 ^^

당신이 내 애인이라면 좋을텐데.... 아련합니다 ㅠ

다락방 2011-12-07 13:12   좋아요 0 | URL
조셉고든레빗은 점점 더 좋아지는 배우중의 1人 이에요. 앞으로 그가 어떤 영화를 찍든 별로 실망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당신이 내 애인이라면 좋을텐데.

정말 좋지요? 히힛

moonnight 2011-12-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셉고든래빗 참 귀여워요. ^^ 각본 쓴 사람의 이야기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맞나요? 영화에서 친구로 나왔던 사람이 정말 투병을 지켜봤던 친구였다고요. 영화 꼭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1-12-07 13:14   좋아요 0 | URL
네, 각본 쓴 사람의 실화라고 하네요. 오, 영화에서 친구로 나왔던 사람이 정말 그 친구였던 거군요! 영화속에서 자신의 병을 이용하기만 할줄 알았던 친구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 갑자기 마음속에 따뜻함이 퍼지더라구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꼭 보셨기를 바랄게요. 혹은 꼭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