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또 걸려 들겠군,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처럼. 방금전에 펼쳐 본 [한겨레21]을 보면서 공정무역 초콜릿을 구매하는 것이 정말로 아이의 노동착취를 막는데 도움이 될까, 사람들이 모두 공정무역 초콜릿을 구매한다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아지는걸까, 그렇다면 아이들은 초콜릿이 아닌 다른것으로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되는건 아닐까, 어떻게든 그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다른 대안이 필요한건 아닐까, 하고 책장을 넘기다가, 오오, 이이체의 시집과 거기에 대한 리뷰가 실린 면을 펼치게 됐다.
아직 리뷰를 읽기 전, 제발 이것이 신형철의 글이 아니기를 바랐다. 일단 맨 끝을 보니 '문학평론가'라고 적혀있었다. 아아, 그렇다면 맨 위, 거기에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이라고 나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나는 끝장인데, 아 그러면 끝장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냥 넘겨버릴까? 아니야 그럼 내내 궁금할거야 올려다보자, 하고 아주 짧은 순간 갈등을 한 뒤에 확인해 보니 아아, 그곳에는 적혀 있었다. 이렇게.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
그렇다면 나는 빠져나올 수가 없다. 이 글을 읽지 않아도 나는 이 시집을 장바구니에 넣을것이다. 신형철이, 신형철이, 무려, 시집에 대해 말한다면, 아아, 거기에서 벗어날 순 없다. 시집에 대해, 시에 대해 말하는 신형철은 소설에 대해 말하는 신형철보다 더 애정이 넘치니까. 그리고 신형철의 글을 읽었다. 그가 인용한 시의 일부들은 그러나 내 마음에 와 닿질 않았다. 아, 이이체는 내가 원하는 시를 쓰는 것 같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나는 병신같이 이이체를 장바구니에 넣는다. 신형철이 이렇게 말해서.
이이체는 가끔, 다시는 똑같이 쓸 수 없을 것 같은 문장들로, 아무렇게나 진실에 도달한다. (한겨레21, 제896호, p.89)
나는 이이체를 읽을 수 없을 것 같은데-왜 이 젊은이는 이토록 절망하는가!- '사고' 싶어지고 말았다. 제기랄. 몽쉘통통을 먹으면서 고민 좀 해봐야겠다.
음....나도 시를 쓸까. 그렇지만 .... 시를 쓴다고 신형철이 다 봐주는 것도 아니고, 설사 봐준다고 해도 좋은 글을 쓸만한 느낌을 내 시가 준다는 보장도 없고...................회사를 때려치고 본격적으로 시를 써볼까............................
정신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