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ear that followed-was it the happies year of his own life? He often thought so, even knowing that such a thing was foolish to claim about any year of one's life; but in his memory, that particular year held the sweetness of a time that contained no thoughts of a beginning and no thoughts of an end, and when he drove to the pharmacy in the early morning darkness of winter, then later in the breaking light of spring, the full-throated summer opening before him, it was the small pleasures of his work that seemed in their simplicities to fill him to the brim. -<Pharmacy>, p.10


그리고 다음 해. 그해가 헨리 키터리지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을까? 인생의 어떤 해가 되었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헨리는 그해가 그랬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의 기억에 그해는 시작이나 끝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간이라는 달코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겨울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또는 봄이 되어 동틀 무렵에, 또는 한여름을 가르며 약국으로 운전해올 때 그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준 것은 일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었다. -<약국>, 전자책 중에서



가장 행복한 해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정해진 바가 없겠지만, 그러나 한 사람이 살면서 어떤 해를 가장 행복한 해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다가 나에게 가장 행복한 해를 떠올려보고자 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건, 그러다보니,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진 날들이 연속되었던 그런 해가 아닌, 어떤 특정한 사건. 그 사건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누군가 내게 물어보면 '나는 그 때 참 행복했지' 하며 그 순간들에 대해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 사건으로 인해 그 해가 가장 행복한 해였느냐고 물어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나에게 가장 행복한 일들이 일어난 바로 그 해에,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가장 가까이의 행복한 사건을 꼽아보자면, 나에게는 작년 8월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멀리서 온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던 형태로 사귀게 되었다는 사실은 내 인생에서 특별했고 즐거웠다. 나는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고, 이런 복도 온다고 기뻐했더랬다. 심지어는 내가 싱글인 것을 얼마나 만족해했던가! 그러나 2025년의 8월은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2025년은 가장 행복한 해였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5월부터 8월까지, 지옥같은 시간을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울었던 시간들이 분명 있어서, 최근 가장 힘든 일을 떠올리자면 역시 2025년을 떠올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순간도 그리고 나를 가장 기쁘게 한 순간도 모두, 2025년 안에 있었다. 그러니 나에게 가장 행복한 해를 물어도 또 가장 힘든 해를 물어도, 나는 그렇게 답해도 좋을것인가, 하고 망설이게 될터였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행복한 해를 물었을 때, '특별한' 어떤 것을 떠올리는 사람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해를 물었을 때, 그것이 언제이다 아라고 그 해를 말할 수 있으려면, 이 책에서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작은 기쁨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지는걸 스스로 느껴야 가능한 것이겠다. 매일매일 출근하는 게 즐거웠지, 매일매일 보내는 시간들이 충만했어, 를 반복적으로 느낀다면, 그것이 아주 큰 기쁨은 아니어도 그리고 큰 행복은 아니어도, 그 일들이 일어났던 매일이 쌓인 그 시간을 가장 행복한 해로, 가장 행복했던 '때'로, 순간이 아닌 '때'로 기억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러기 위해서 나도 그렇게 작은 기쁨들이 충만했던 어느 한 해를 떠올려보고 싶지만, 여전히 나는, 그렇게 굵직한 일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내게 행복한 해year 보다는 행복한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다 사람과 관계된 일이었다. 그 때는 너를 만났지, 그 때는 너를 만나 이러했지, 하는 순간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생일 잘 살았노라 좋은 인생이었노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해가 그해였지' 라고 떠올릴 수 있다면,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헨리는, 다정하지 않은 아내와 또 다정하지 않은 아들과 살고 있었지만, 매일 출근하는 곳에서 다정한 직원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일터에 가는 일이 기쁘다고 생각하면서 그 해가 행복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어쩌면 나쁜것보다 좋은것을 먼저 보려하고 더 흡수하려는 사람에게서 나오는걸지도 모르겠다. 


아직 첫번째 단편도 다 읽지 못해서 갈 길이 멀다. 부지런히 읽어야지. 그리고 소소한 기쁨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잘 붙들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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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1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행복했던 때와 가장 힘들었던 때가 같은 해였다는 다락방님 이야기가 맘에 와닿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저는 주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아요. 과거 아니고 현재로 기억하고 싶기는 한데, 그럼 다시 힘들어져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