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거였다. 넓고넓은 바닷가에 노인의 배만 한 척 외로이 떠있고, 노인은 며칠간을 커다란 청새치와 대립하다가 그 청새치를 끌고 육지로 돌아가는데, 아니, 이런게 어떻게 지루하지 않을수가 있지? 주변에 낚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나는 한번도 낚시가 재미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물만 한참 바라보다가 어쩌다 물고기를 한마리 낚는것이 대체 무슨 재미가 있다는 것일까. 그러니 당연히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노인의 얘기는 기대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노인과 바다』를 그간 읽지 않았던 이유는 '지루할까봐' 였다. 뭔가 대단하겠지만 그래도 지루할거고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을거야, 했던 것. 그러나 오, 지루하지 않더라. 심지어 나는 상어에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졌다. 상어야, 노인을 내버려둬, 노인과 싸우지마, 노인의 물고기를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
노인이 잡는 물고기는 청새치인데, 이건 아직 책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알아두는쪽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할 것 같아서 내가 친절하게(응?) 구글 검색하여 이미지를 하나 올려둔다. 읽는 내내 궁금했거등.
어마어마하게 크단다. 아우..나는 근데 왜 무섭지. 저 파아란 바다와 그 위로 뛰어오른 물고기가 무섭다. 어휴. 나라면 저걸 잡을 생각은 못하고 집에 가고 싶다고 울었을 것 같아. 하아 ;;
그리고 아래 사진은 초반에 등장하는 만새기.
그리고 아래는 노인이 맛있다고 날로 먹는 날치. 아...나는 날치가 날개가 있다는 거 지금 이미지 검색해보고 처음 알았다. 아니, 날치가 날아다니는 생선이라니. 내가 먹는 날치알밥의 알이 그러니까 이 날치...의 알인건가. 나는 어쩐지 이제 날치알밥을 먹을 수 없을것만 같아. orz
오늘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나는 지구본을 돌려 이 책의 배경인 쿠바를 찾아보았다. 어제 읽다가 쿠바는 긴 섬 이라고 했던 노인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바다에서는 길을 잃는 법이 없어. 게다가 쿠바는 아주 긴 섬이니까." (p.93)
아아아아 나는 또 몰랐어. 쿠바가 저렇게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줄은, 긴 섬인줄은. 쿠바..섬나라네? 아아아아. 나는 『더티댄싱:하바나 나이트』란 영화도 봤고, 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쿠바의 음악가가 나오는 영화도 봤고, 체게바라 평전도 읽었는데, 그런데 저렇게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나라인걸 몰랐다. 나는 초등6년 중3 고3 대학4년 총 16년의 교육을 받았고, 세계지리와 한국지리, 세계사와 국사 수업을 들어봤는데 그래도 몰랐어. 쿠바가 저런 위치에 있는줄은. 아..나는 헛교육 받았구나. 아니, 내가 너무 공부를 못해서 그래. 아니야, 나도 잘하는 과목이 있었어. 아니, 나는 단지 지리쪽에 흥미가 없었을 뿐이야. 뭔가 대단히 절망스럽다.
쿠바에서 가까운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미국, 멕시코를 가기 위해서는 일단 무조건 바다를 건너야 한다. 맙소사. 새삼 이 책속의 노인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니, 그 바다에서 무섭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상어랑 싸우기까지 해요? 하아-
나는 오늘 지구본을 돌려서 쿠바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사람에겐 저마다 맞는 교육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사나 시계지리 시간에 내가 쿠바에 대해 배우는 것은 나에게 맞는 교육방법이 아니었던거다. 만약 내게 노인과 바다를 읽어주며 칠판에 쿠바의 지도를 그려주었다면, 그리고 그 주변은 모두 바다라고 말해주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쿠바를 좀 더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삼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쿠바를 '검색해보고' 알게 된다.
쿠바 공화국(스페인어: República de Cuba 레푸블리카 데 쿠바[*], 문화어: 꾸바), 통칭 쿠바는 카리브 해의 카리브 제도에 있는 가장 큰 섬과 인근 섬들로 이루어진 아메리카 유일의 공산주의 국가이다. 윈드워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히스파니올라 섬에 있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케이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남쪽에는 케이만 제도와 자메이카가, 플로리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가 있다. 수도는 아바나이다. 지리적으로는 북아메리카에 포함되지만, 광의의 중앙아메리카에도 포함된다.「아메리카 합중국의 뒷마당」이라고 일반적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뒷마당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요로에 있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성립한 사회주의 정권을 기념하여 「카리브에 떠오르는 붉은 섬」이라고 형용되기도 한다.
체 게바라가 참여한 쿠바 혁명으로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한 이래 현재까지 사회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경제 봉쇄로 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하나 자립 경제 체제로 버티면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1961년 자본주의 정치체제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었으며, 쿠바 섬은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불리면서 세계인들에게 동경의 섬으로 알려진 곳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부분.
노인은 언젠가 청새치 한 쌍 가운데 한 놈을 잡은 일이 생각났다. 청새치 수놈은 언제나 암놈이 먼저 먹이를 먹도록 양보한다. 그래서 낚싯바늘에 걸린 암놈은 공포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격렬하게 저항했고, 그 바람에 금세 기진맥진해버렸다. 수놈은 그동안 내내 낚싯줄을 넘어다니거나 암놈을 따라 수면을 빙 돌거나 하며 암놈 곁을 떠나지 않았다. 놈이 암놈 곁에 너무 붙어 있어서 노인은 놈이 꼬리로 낚싯줄을 끊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청새치의 꼬리는 큰 낫처럼 날카롭고 크기나 모양도 큰 낫과 거의 비슷하게 생겼던 것이다. 노인이 암놈을 갈고리로 찍고 몽둥이로 후려쳤을 때, 그러니까 양날 검처럼 길고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사포처럼 깔깔한 주둥이를 움쳐잡고는 대가리 윗부분을 몽둥이로 마구 후려쳐서 몸통이 거의 거울 뒷면 같은 색깔로 변하도록 만들었을 때도, 그런 다음 소년의 도움을 받아 암놈을 배 위로 끌어올렸을 때도, 수놈은 배 주위를 떠나지 않고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노인이 낚싯줄을 정리하고 작살을 준비하고 있을 때, 수놈은 배 옆에서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암놈이 있는 자리를 한 번 바라보고는 연보라색 가슴지느러미를 날개처럼 활짝 펼친 채 연보라색 넓은 줄무늬를 모두 내보이며 바다로 떨어져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p.51)
청새치의 수놈같은 남자와 연애하는 것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