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년  오늘(조선 태종 12년) 사헌부의 요청에 의해 부녀들의 외출시 얼굴 가리도록 조처한다.

1487년  오늘은 압구정의 주인공 한명회(1415-)가 세상 떠난 날이다.(조선 성종 18)

1831년  오늘, 독일에서는 철학자 헤겔 세상을 떠났다. 독일관념론의 완성자로 正, 反, 合의 3단계 변증법 창시자다. 그의 대표저서로는 『정신현상학』, 『논리학』, 『법철학 개요』등이 있다.

1840년 11월 14일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태어난 날이다. 모네는 개인전에서 <수련이 있는 못>을 발표했을 때 "무엇을 그린 그림인지 알 수 없는, 그냥 팔레트를 문질러 아무렇게나 발라버린 그림"이란 혹평을 받았지만 그 당시 열린 만국박람회 전시회에서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다. 모네는 자기 식의 정원과 수련이 있는 연못을 직접 꾸미고 그곳에서 40여년을 작업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 <인상-해돋이>는 모네를 중심으로 한 화가들을 인상파로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은 자연의 색은 태양의 광선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대상물 자체의 고유색은 없다고 주장, 새로운 색채 감각으로 그림을 그렸다.

1915년 11월 14일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1917년 오늘은 불운하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났다.

1921년 11월 14일에는 국내 최초로 영화 <월하의 맹서> 제작에 들어간다.

1922년 오늘, 양정고보생들은 일본인교사를 배척하여 이른바 맹휴(盟休)에 들어간다.

1953년 오늘, 한국화가 오숙환이 태어난다. 후에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교수가 된다.

1968년 오늘, '프라하의 봄'으로 불리는 체코의 자유화운동이 소련의 탱크에 무참히 짓밟히고 80여일이 지나 소련군이 체코를 점령한 가운데 체코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열린다. 자유화 운동을 지도했던 두브체크 공산당 서기장등 개혁파들이 친소보수파 당원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두브체크는 이후 공산당 서기장직에서 해임되고 공산당에서 제명된다. 21년 뒤인 1989년 12월 체코의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연방의회의장으로 정계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1969년 오늘 불국사 중창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우주선 아폴로 12호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4개월여전 발산된 아폴로 11호에 이어 인류 역사상 두번째로 발사된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2호는 달에 착륙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카메라의 고장으로 아폴로 11호 때와 같은 달 착륙 모습을 지구로 전송하지는 못했다. 아폴로 12호는 달의 운석들을 채취하는 등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발사 열흘뒤인 11월 24일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1972년 11월 14일에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소설가 주요섭이 세상을 떠난다.

1973년 오늘 호남-남해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전주에서 순천에 이르는 호남고속도로와 순천에서 부산까지의 남해고속도로는 총길이 358킬로미터로, 광주와 부산의 운행시간을 7시간에서 3시간 반으로 단축시켰다. 두 고속도로는 호남과 영남지역의 경제와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1979년 11월 14일은 다행스럽게도, 멜기세덱이 태어났다.

1980년 오늘, 한국신문협회와 방송협회는 언론통폐합 및 새로운 통신사 설립을 결의한다. 지방지는 1도 1사, 합동통신과 동양통신 통합, 중앙지의 지방주재기자 철수 등, 전두환을 정점으로 한 신군부세력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물리적 강제력으로 언론매체를 폐지 또는 통합한 조치로 언론통폐합의 구체적인 내용은 신아일보를 경향신문에, 서울경제는 한국일보에, 지방지는 1도1지 원칙하에 흡수 통합하고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은 합병, 연합통신으로 발족하며, 동아방송과 동양방송은 KBS에 통합한다는 것 등이다. 또한 지방주재 특파원 제도를 폐지하여 신문이 발행되는 지역 밖의 뉴스는 정부지배하의 통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화하는 한편 KBS와 KBS가 주식의 70%를 소유한 준관영 MBC로 2원화함으로써 방송매체를 완전히 장악했다.

1983년 11월 14일에는 아이슬란드 시인 토마스 그뷔드뮌드손 세상 떠난다.

1984년 오늘 동작대교가 개통됐다. 14번째 한강교로 길이는 1,330m에 달한다.

1987년 오늘, 정부는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제13대 대통령 선거일을 12월 16일로 결정했다. 6월항쟁의 결과로 개헌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로 치러지게될 제13대 대통령 선거로 전두환 대통령은 이틀 뒤인 11월 16일 선거일을 공고했다. 민정당 노태우후보, 민주당 김영삼후보, 평민당의 김대중후보, 공화당의 김종필후보등 4당후보들은 대통령 선거일 공고직후 후보등록을 했다. 1971년에 치러진 제7대 대통령 선거이래 16년만에 다시 치러지게 된 대통령 직선제 선거는 네후보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대권주자들은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치고 30일동안의 격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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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14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희 팀장님이랑 생일이 같으시네요 ^^ 생일 축하드려요 멜기세덱님!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1979년 오늘의 일을 더욱 '다행하고 감사한 일'로 만들어나가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멜기세덱 2007-11-14 23:46   좋아요 0 | URL
뜻밖에도, 박정희와 생일이 같아서....기분 쪼매 나빠요...ㅋㅋ

마늘빵 2007-11-1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군요! 축하해욤.

멜기세덱 2007-11-14 23: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삭스 형님...ㅋㅋ

마늘빵 2007-11-15 09:28   좋아요 0 | URL
아아아니. 제가 왜 형님입니까아. 동갑인데에에. 나이 먹는거 싫어요.

멜기세덱 2007-11-15 15:52   좋아요 0 | URL
저보다 생일이 빠르시지 않겠어요? ㅋㅋㅋ
그러니 정확히 하면 형님이시죠...ㅋㅋ

2007-11-14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1-14 23:48   좋아요 0 | URL
ㅎㅎ 생일날 선물 못받은 궁상을 눈치채셨군요.... 전 대놓고 고르겠습니다.ㅋㅋㅋ

2007-11-15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1-1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날짜가 지났지만 생일이셨군요. 축하~~~~
내가 인천에서 만나면 좋을 분 1순위입니다!
이 정도 멘트면 생일축하로 괜찮을까요? ㅎㅎ

멜기세덱 2007-11-15 21:45   좋아요 0 | URL
이러면, 제가 인천을 뜰 수가 없잖아요....ㅋㅋㅋ
딴데 살면 막 100순위 처지는거 아니에요? ㅋㅋㅋ

프레이야 2007-11-15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다행스럽게도!!
세덱님, 어제였지만 생일 축하 많이 드려요^^
어여 보관함에 담아두신 책이나 음반 골라서 메모 남겨 주시어요~~
(원수를 갚을 기회를 주세요^^)

2007-11-15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1-15 21:46   좋아요 0 | URL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ㅎㅎㅎ

2007-11-15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1-15 21:46   좋아요 0 | URL
원수를 너무 심하게 갚으신거 아닌지 몰라요...ㅎㅎ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인하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초청으로 인하대에서 강연을 합니다. 최근 여든이 가까운 연세이심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시며, 『친절한 복희씨』를 출간하신 것과 아울러, 인하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가을 학술제를 맞아 박완서 선생을 초청해 좋은 말씀을 전해듣는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에서 주최하는 행사라 그렇게 크게 마련하지는 못하지만, 관심 있으신 인천 알라딘 지기님들께서는 부담없이 오셔서 박완서 선생의 강연을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연은

2007년 11월 13일 화요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되며

장소는 인하대학교 5호관 소강당입니다. 강연 후에 간단한의 질의응답과 사인을 받으실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하시면 참 좋겠네요.ㅎㅎㅎ

강연 장소 및 약도, 인하대 교내 안내는 인하대 홈페이지(www.inha.ac.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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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1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일저녁 6시 인천은, 제게는 좀 잔인한 스케줄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못갔을테니, 이렇게 아예 갈 수 없는 시간인 쪽이 더 친절해보이기도 해요 ^^ 행사준비하느라 정신 없으시겠어요 좋은 사람들로 가득한 시간 되길~

멜기세덱 2007-11-11 00:33   좋아요 0 | URL
준비는 대부분 학생들이 하죠. 그리고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구요. 인천이 아니시면 평일 저녁 6시에 오시기는 힘드시죠...ㅎㅎ 바쁘신가봐요. 죄송스럽네요...ㅎㅎㅎ

라주미힌 2007-11-1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 사람이지만... ㅠㅠ;;;

멜기세덱 2007-11-11 00:33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인천 사람이셨지....ㅋㅋㅋ

프레이야 2007-11-1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잉.. 너무 멀어요.

멜기세덱 2007-11-11 00:34   좋아요 0 | URL
아아.. 너무 멀군요.

무스탕 2007-11-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가보고 싶어요... ☆.☆

멜기세덱 2007-11-11 00:3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보고 싶은 거죠? ㅎㅎㅎ

2007-11-1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7-11-1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었네요, 강연회는 좋았나요? ^^

멜기세덱 2007-11-14 01:17   좋아요 0 | URL
아...너무 좋았어요....ㅎㅎㅎ 오늘부로 박완서 선생님 팬이 될 거 같아요...ㅎㅎ 너무 멋지시고 아름다우시고 재밌으셔요. 마치 곱게 늙은 소녀같다고 할까.
 

11월 3일(교육급수)과 10일(공인급수)에 사단법인 한국어문회와 한국한자능력검정회에서 주관하는 제37회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이 있다. 오늘(17일)부터 원서 방문접수 기간이다. 인천에는 몇 개의 고사장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하대학교다. 인하대학교 고사장은 우리 과에서 위촉을 받아 한자시험을 진행한다. 여타 고사장은 일부 서점 등에 위탁하여 접수를 진행하지만, 인하대학교 고사장은 고사장 자체에서 일괄적으로 접수까지 도맡는다. 인하대학교 고사장의 총관리감독은 한국어문회 이사인 우리 과 교수님께서 맡으시고, 그 실무는 내가 맡는다. 그래서 오늘은 그 실무 중 하나의 방문접수를 시작했다.

접수를 나 혼자서 맡기에는 학과 업무도 봐야하고 아무래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2명의 접수도우미를 둔다. 그간 졸업한 후배들을 불러 썼는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모두들 일을 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과 후배들 중에 휴학 중인 애들을 쓰기로 했다. 2놈을 불렀는데, 오늘 1놈 밖에 오지 않았다.

접수는 응시 지원자들이 원서를 작성해 가져오면 수험번호를 발급하고, 수험번호와 고사장, 시험일자를 원서에 기록한 후 응시료를 받고 수험표를 나눠주는 일이다. 우리 고사장에서는 600~700 명 가량을 방문접수로 받는데, 대부분이 접수 첫날 오전에 몰린다. 한 두명 씩이면 상관이 없는데, 여러 명이 몰르고, 게다가 일부 학원에서 다량으로 원서를 접수시켜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접수가 지연되기 일수다. 일부 개인접수자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존 2명이 접수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쯤에서 나까지 나서서 개인접수자들을 별도로 접수받기도 한다. 전화도 빗발친다. 그런데 한 놈이 안 왔다. 2명이 진행해도 여간 힘겨운 것이 아닌데, 한 놈이 안 왔다는 사실은 날 당황케 했다.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해 보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어이하리, 한 놈과 내가 달라붙어 접수를 받는 수밖에는 없었다.

9시에 시작되어야 할 접수는 9시 10분쯤부터 받기 시작했다.(사실 오늘 나도 늦잠을 자서 거의 9시가 다 돼서야 출근을 했다. 부랴부랴 접수를 시작한 셈이다.) 쉴 틈이 없었다. 1시간 쯤 지나서부터는 일부 학부모들(응시자의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다. 대개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대신해서 접수를 한다.)이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묵묵히 접수를 받는 수밖에. 어지간하면 1~2장 정도만을 접수하는 사람을 먼저 받으면 될 것 같지만, 아침부터 순서를 기다린 사람들은 또한 불만을 터트린다. 그러면 혼란만 가중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접수만을 기계적으로 받았다. 오늘 접수도우미를 맡게 된 후배녀석은 처음하는 일이라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시키는 일만 할 뿐이다. 그러니 나는 접수를 받으면서 이래라 저래라 후배녀석을 닥달하며 정신이 없었다. 12시 30분이 되어서야 늘어서 있던 접수자들의 줄이 끝났다. 약 3시간 반 동안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지도 못했다.

접수 받는 내내, 전화벨은 계속 울려댔다. 전화 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후배녀석에게 월요일 아침에 일찍 좀 오라고 해 놓았는데, 그놈은 감기에 걸려 낮 12시에 일어났단다. 이상하게도 지겹게 보이던 놈들도 오늘은 쥐새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전화벨은 울려대고, 아주머니들은 아우성대고, 수험번호 따느라 혼란스럽고, 응시료 계산하느라 낑낑대고, 하여간 복잡다단한 하루였다.

12시 반, 오전 접수를 마감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하니, 내 안의 분노가 치밀었다. 하다못해 전화라도 한 통 해 줘야되는 것 아닌가? 몇 번을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도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오후에 후배를 통해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아프단다. 그것도 어디까지 제3자를 통한 정보다. 고지곧대로 믿기가 어렵다. 죽을 병에 걸린 것인가? 그건 아니길 바라지만, 그래도 화가 난다. 그 전에 후배놈을 시켜 문자를 보내라고 했다. "앞으로 내 눈에 띄면 죽는다고." 농담으로 들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면서는 설마 내 눈에 띄어도 죽이지는 않겠지만, 욕 한 바가지는 해주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아프지 않으면 말이다.

오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늦잠을 자서 부랴부랴 머리에 물만 묻히고 출근했고, 오자마자 한 놈이 안 온 덕에 쉴새없이 접수를 받고,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꼭 이럴 때 입맛이 없다. 출근하면서 배고파 죽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한 가지 찝찝한 일이 그 전에 있었다. 찝찝한 일이라기 보단 부끄러운 일이라고 해야할까?

오전 밀린 접수가 끝나갈 즈음, 한 학부모가 한 장의 응시원서를 내밀었다. 수험번호를 발급하고 기록하고, 고사장과 시험일짜를 찍어 주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가 휠체어를 타야 한단다. 책상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고, 응시 급수에 상관없이 2층 이상은 곤란하단다. 이런 경우가 없었다. 순간 생각나는 것은 곤란하다였다. 아무래도 대학인지라 의자와 책상이 분리되지 않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어디서 분리된 책상을 공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누가 하는가? 내가 해야 한다. 어떤 규정이나 지침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고사장 여건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다른 고사장을 찾아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알겠다고 했고, 원서 접수를 취소하고 나가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다른 곳에 가서 접수를 하긴 하는데, 이 고사장에 접수 하겠다고 하면 다 해줘야 하는 거에요."

"다 해줘야 하는 거에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한국어문회 측에 연락을 했다. 장애인 응시와 관련된 규정이 따로 있느냐고. 별도 규정은 없고,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적용되는 규정에 따른단다. 장애인에 경우 1층에 시험장소를 배정하고, 필요할 경우 시험시간을 30분 이상 더 적용하고, 시각 장애인의 경우 시험지 등을 확대복사하여 제공하고, 별도 판단에 의해 고사실을 단독으로 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차. 이런.

오늘 오후 내내 후배 놈이 안와서 내가 생고생한 걸 생각하면서 화가 났지만, 그것만으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다 해줘야 하는 거에요."란 말을 남기고 가신 그 아주머니가 내내 생각났다. 처음에는 '이거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란 걱정이 앞섰지만, 이내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사실 받아주어야 했고, 받아 줄 수 있었다. 내가 조금 귀찮더라도 말이다. 상황이 좀 달랐으면, 그러니까 내가 좀더 여유있는 상황에서였다면, 받아줬을까? 그랬을 수도 있었겠지 싶다. 적어도 이런 상황에 처음 직면했기때문에, 한 번 쯤 한국어문회 측에 문의를 먼저 구했을 수도 있었겠지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다만 고사장 여건이 어려울 것같다는 핑계로 접수를 반려했다.

결국,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다. 후배 놈이 안 와서 짜증나고 성질나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다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전 우리 학교의 장애인 관련 시설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내용을 페이퍼를 쓴 적도 있는 놈이, 어떻게 오늘과 같이 불학무식한 짓을 할 수 있느냔 말이다. 오늘은 이것때문에, 하루 종일 부끄럽고 죄스럽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서, 오늘 수고로운 발걸음을 돌리신 그 아주머니께 심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 아주머니께 또 한 번의 상처를 드린 것이 못내 죄스럽다. 그리고 모든 장애인들에게 사죄한다. 하느님은 이래서라도 계셔야지 싶다. 이런 놈을 어떻게든 벌하셔야 하기 때문이다. 부끄럽다.

후배놈을 죽일지 살릴지, 아직 고민이다. 아무래도 내가 죽일 수는 없겠다. 한 대 패주기라도 하고 싶지만, 그렇게까지도 못할 일이고, 그래도 싫은 소리는 어쩔 수 없지 싶다. 그 전에, 나를 죽일지 살릴지부터 물어야 하겠다. 아무래도 살리기 어렵지 싶다. 아! 오늘 하루는 내 생애 가장 부끄러운 날로 기록돼야지 싶다. 이런 죽일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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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9-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자기반성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세요. 그것조차 고장나면 곧바로 속물세계로 추락합니다.

멜기세덱 2007-09-18 01:21   좋아요 0 | URL
인생자체가 속물인생이에요.ㅎㅎ 반성을 하면 그걸 고쳐야되는데 말이죠.

심술 2007-09-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자책하시진 말고 힘 내세요.

멜기세덱 2007-09-18 01:22   좋아요 0 | URL
자책아니라, 타책을 좀 받아야해요.^^;;

라주미힌 2007-09-1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잡한 심경 이해가 되네요...

멜기세덱 2007-09-18 01:22   좋아요 0 | URL
아직도 복잡합니다. 자야되는데...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년 10월 12일~2007년 9월 6일)

그의 이름과 그의 노래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다. 사춘기 고등학생 시절, 그의 목소리로 <카루소>를 들으며 밤을 지샜다. 듣고 또 듣고, 테이프가 늘어나 더이상 들을 수 없을 때까지 들었다. 그 목소리의 애잔함과 짙은 호소력에 고민많은 사춘기 소년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당시 나는 파바로티의 <카루소>를 왠지 모르게 좋아했다. 그 노래가 20세기 초 전설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 (Enrico Caruso, 1873~1921)를 기리며 불렸던 것이지도, 그 가사의 의미조차도 몰랐다. 루치오 달라의 감성 넘치는 연주와 함께 전달되는 파바로티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한때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성악가의 꿈을 가져보기도 했었다. 오래지 않아 접었지만, 아직도 상상 속에서는 즐겨 나를 찾는 희망이기도 하다.

그 후로부터 나는 파바로티를 좋아하게 됐다. 그를 좋아하면서 그의 목소리의 다채로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파바로티와 더불어 세계 3대 테너를 말하지만, 파바로티는 그 중에서도 별처럼 빛난다. 호세 카레라스나 플라시도 도밍고는 뛰어난 테너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다채롭지 못하다.

그러나 파바로티는 다르다. 여리고 애잔함에서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강함까지, 익살과 유머, 묵직함과 중후함까지, 그는 여리지만 강하고, 가벼우면서도 무겁다. 어떤 목소리에도 치우치지 않고 다채롭게 자유자재로 노래를 부른다. 음악은 시종일관 하나의 목소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를 세상사람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부른 <오 나의 태양><축배의 노래><공주는 잠 못 이루고><돌아오라 소렌토로> 등은 언제나 나를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여리게 만든다. 그럴 때면 이런 노래들을 흥얼거리기도 하는 것을 나는 낭만이라 생각한다.

그는 때로 악동처럼 살았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가히 크고 위대하다. 그만큼 전세계 대중적으로 오페라를 알리는데 기여한 사람이 있을까? 그의 어느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여러 가수들과 크로스오버를 감행한 것도 오페라가 더욱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이제 그는 없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름답게 울릴 것이다. 그가 전설의 테네 카루소에게 헌정했던 그 노래를 이제는 파바로티 자신에게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20세기 최고의 테너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않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오늘밤 그의 타계를 애도하며, <카루소>를 카루소가 아닌 그를 위하여 듣는다.

 

Qui dove il mare luccica e tira forte il vento
su una vecchia terraza davanti al golfo di surriento
un uomo abbraccia una ragazza dopo che aveva pianto
poi si schiarisce la voce e ricomincia il canto.
Te voglio bene assaie ma tanto bene sai e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e vene sai.

Vide le luci in mezzo al mare penso alle notti a in America
ma erano solo le lampare e la bianca di una elica
senti il dollre nella musica si alzo dal pianoforte
ma quando vide la luna uscire da una nuvola gli sembro dolce anche la morte.
Guardo negli occhi la ragazza quegli occhi verdi com il mare
poi all'improvviso usci una lacrima e lui credette di affogare.
Te voglio bene assaie ma tanto bene sai e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e vene sai.

Potenza della lirica dove ogni dramma e un falso
che con un po'di trucco e con la mimica puoi diventare un altro
ma due occhi che ti guardano cosi vicini e veri
ti fan scordare le parole confondono i pensieri
cosi diventa tutto piccolo anche le notti la in America
ti volti e vedi la tua vita come la scia di un'elica
ma si e la vita che finisce ma lui non ci penso poi tanto
anzi si sentiva gia felice e ricomincio il suo canto
Te voglio bene assaie ma tanto bene sai e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e vene sai.


여기 빛나는 바다에서 거센 바람이 일어나 테라스를 불어대면
여기는 소렌토 만의 정면 한 남자가 한 아가씨를 포옹하고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네
그러면 그는 목소리를 맑게 하여 노래를 다시 시작하네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서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바다의 엷은 빛도 사라지고 아메리카의 밤을 생각하며
나는 홀로 등불을 들고 방황하네
하얀 뱃자국이 솟아오르며 음악 속의 회환을 느낄 때면
피아노 소리는 고조되는데
그러면 달빛이 구름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 모습은 부드럽지만 죽음을 닮고
소녀의 시선을 응시하면 그것은 바다와 같은 청록빛
그러면 예기치 않게 흐르는 눈물 이는 그를 숨막히게 하고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서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오페라 가수의 가능성이 감각의 연극을 거짓 이야기로 꾸미는데
그것은 트릭과 흉내로써 이루어지고 이윽고 전혀 다른 것이 된다네
너를 쳐다보는 두 시선 그렇게 와서 너를 보면
너는 그 가사를 잊지 않으리 혼동하며 생각하며
그렇게 모든 것은 왜소해지고
아메리카의 밤은 그렇게 거기서 돌고 보면서 사는 인생
뱃자국이 솟아오르는 뒤로 인생도 그렇게 끝날 것임을
그리고 인생을 충분히 생각도 못한 채
천사의 소리만 느끼며 그의 노래를 다시 시작하네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서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서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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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7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09-07 11:07   좋아요 0 | URL
그는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히 남을 겁니다. 그가 하늘나라에 갔다면, 하늘나라는 한층 아름다워지겠어요. 그의 목소리가 멋지게 울려퍼질테니까.

순오기 2007-09-1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시는 님을 잡을수는 없지만, 목소리는 영원히 들을 수 있으니... 됐지요!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제는 추억 속의 이름으로 남기며...
 
소박한 이벤트(삼삼삼삼~!)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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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0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추카추카~~, 세덱님.

홍수맘 2007-09-0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

진달래 2007-09-06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결과 발표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