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지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알라딘의 초절정 인기 꽃미남 서재지기 멜기세덱입니다.(ㅋㅋ푸하하)

그간 폭넓은 독서로 깊이있는 식견을 자랑하는 멜기세덱이 여러분들의 지극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를 드리면서 멜기세덱이 열심히 읽은 2007년 발간 서적들 중 괜찮다 싶은 책을 선정하여 발표하오니,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반드시 멜기세덱의 리뷰나 페이퍼를 땡스투 꼭 누르시어 알라딘에서 사서 보시기 바랍니다. ㅋㅋㅋ

다음은 '멜기세덱 선정 2007 올해의 책' 선정 기준입니다.

1. 2007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발간된 책 중 멜기세덱의 읽은 책을 대상으로 합니다.(그래봤자 몇 권 안되넹...ㅋㅋ)

2. 멜기세덱의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여러분야에서 다양하게 골고루 선정합니다.

3. 사회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거나 일으켰어야 하거나, 일으킬 것 같은 책을 선정합니다.

4. 읽다가 지루해서 띄엄띄엄 읽은 책은 제외합니다.

5. 여하튼 맘에 들면 뽑고, 맘에 안들면 얄짤없습니다.ㅋㅋㅋ

자 그럼 멜기세덱 선정 2007 올해의 책 면모를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궁금하시죠? ㅋㅋㅋ(선정순서는 발간일 순입니다.)

김용옥,『기독교성서의 이해』, 통나무, 2007. 3. 4.

도올 선생의 여러모로 돌맞은 책, 말그대로 센세이션을 살짝 일으켰던 『요한복음 강해』와 함께 출간된 책입니다. 『요한복음 강해』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긴 했지만,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도올 선생의 폭넓은 잡식(雜識) 혹은 박학다식(博(薄)學多識)이 총체적으로 활용되면서 기독교의 역사 전반과 성서의 성립 배경 등을 자세하고 주도면밀하게 살펴 본 책으로써 『요한복음 강해』보다 가치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도올 선생의 그 심하게 뒤집어 지는 목소리가 묻어나면서 읽기에 흥미를 더해주고 있어 나름 재미도 있습니다. 구약폐기론으로 일대 파란을 일으켰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기독교 성서에 대해 전반적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은 부담 없이 한 번 읽어보세요. 부담이 너무 없어서도 곤란하겠네요.ㅎㅎ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2007. 3. 7.

세상에 때려 죽일 놈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핏기가 도는 책. 욕 나오는 책. 그러다가 한바탕 울어제끼는 책.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을 담은 이 책은 밥 먹기 전에 읽으면 입맛이 확 사라지고, 밥 먹고 나서 읽으면 먹은 것 다 토해내도 시원찮을 그런 울화가 치밀게 하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임산부나 노약자가 피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하여간에 세상은 죽일 놈들은 안 죽고, 귀하디 귀한 목숨만 죽어나가는 불합리한 세상이란 걸 자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입니다. 이 책 안 읽고, 밥 먹지 말란 말이야.... 참고로 이 책에 대한 제 리뷰(http://blog.aladin.co.kr/criticahn/1120972)가 이주의 마이리뷰(5월 4주 마이리뷰http://blog.aladin.co.kr/town/winner/review/20070531)에 당선이 ㅋㅋㅋㅋ

김훈, 『남한산성』, 학고재, 2007. 4. 14.

이래저래 말 많은 책이지만, 2007년에 읽은 소설책 중 가장 빨리 그리고 흥미롭게 읽힌 책이랍니다. 나름 필치도 좋고 구성도 탄탄하고 소설로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책입니다. 소설 읽은 게 얼마 안 되서 그래도 다양한 분야에 걸치려다보니 이 책을 선정할 수 밖에 없네요. 자세한 사항은 제 리뷰(http://blog.aladin.co.kr/criticahn/1124431)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사, 2007. 5. 18.

김광규와의 악연은 제 리뷰(http://blog.aladin.co.kr/criticahn/1541503)를 통해 밝혔지만, 그의 시집을 읽은 것은 이것이 처음입니다. 강단에서 물러나 노년의 신사의 감수성을 여실히 묻어내고 있는 그런 시집입니다. 이 시집으로 그와의 악연을 끊을 수 있었고, 김광규가 어느덧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쓸쓸하게 늙었구나 하는 생각에 여러 감정이 겹치는 그런 시집입니다. 그 노년의 세월이 묻어나는 그가 내미는 손을 한번 꼭 잡아주이소~~.

 

박노자,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한겨레출판, 2007. 5. 23.

내가 좋아하는 박노자의 신간입니다. 그간 경계인으로서 신랄하게 한국사회의 부조리들을 비판해온 박노자의 작업이 보다 그 시각을 넓혀 동아시아로 전환되는 박노자에게나 우리에게나 중요한 저작입니다. 동아시아적 연대를 주창하는 박노자의 역설에 우리가 귀 기울일 때 우리 사회가 보다 밝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해준 그런 책입니다. 그를 이제는 경계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한국인으로서 인정하고 그의 이런 견해를 적극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난 그렇다고 봐요 잉~~ 이것도 저의 리뷰(http://blog.aladin.co.kr/criticahn/1257604)를 참조해 주이소.

김두식, 『평화의 얼굴』, 교양인, 2007. 6. 10.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이란 부제의 이 책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해서 그간 꾸준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해온 김두식 교수의 뛰어난 저작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한국기독교에, 기독교의 평화를 사랑하고 지켜왔던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기독교가 그 본모습을 찾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이렇게 조용히 물러날 책은 아닐데, 이 책이 출간된지 얼마 안 돼,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에게 희소식이 들렸죠. 대체복무에 대한 입법안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책이 잠잠해진 이유가 아마도 거기에 있을 듯. 아무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 당당히 양심에 따른 거부로 맞설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심어주는 책으로도 이 책이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죠. 마이리뷰 참조(http://blog.aladin.co.kr/criticahn/1398605)

* 아 某 님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해야 마땅해요."라는 지적에 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와 '양심적 거부'를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와 '양심에 따른 거부'로 급 수정합니다. 김두식 교수는 위의 책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불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제가 깜빡했답니다. 저의 아둔함을 지적해 주신 아 某 님께 감사하다고 아프락삭스님께서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김영사, 2007. 7. 16.

올해 완전 한국 기독교가 찬물에 뜨거운 물에 벼락이란 벼락은 다 맞은 것 같습니다. 마른 하늘도 아니고 우중충한 하늘에 날벼락을 이 책이 때린 꼴이랍니다. 신이라는 망상에 대해서 논리정연하게 파헤친 리처드 도킨스이 이 책은 시기를 참 잘 타서 국내에서 일약 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자신과 같은 무신론자가 당당히 무신론자라고 밝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무신론자가 어느정도 당당하지 않나요? 하여간 이 책으로 인해 한국 교회의 신자 수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만한 위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이리뷰 참조(http://blog.aladin.co.kr/criticahn/1574771)

우석훈·박권일, 『88만원세대』, 레디앙, 2007. 8. 1.

우석훈 선생의 강연회를 가더랬습니다. 말씀이 능변은 아니었지만 열의가 강하게 느껴졌답니다. 이 책이 후반기 한국 사회에 이슈가 된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이 땅의 20대에게 이름을 붙여준 것만으로도 20대가 꽃피지는 못할 것이지만, 잡초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투쟁하고 협의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시켜주는 이런 가치있는 책이지 싶습니다. 우석훈 선생의 열의는 그것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앞으로 십년 후에 다시금 20대를 44만원 세대로 명명하지 않기위해서라도, 아니 이 땅에 95%의 사람들이 22만원 세대도 채 안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읽혀져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이상 8권을 멜기세덱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합니다. 아 역시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멜기세덱의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ㅋㅋㅋ

어찌들, 동감하십니까? 동감하시면 추천 꾹~ 댓글 팍팍 날리시는 것 잊지 마세요. 아참, 동감하시고 읽어봐야 하시는 분들, 책 사실때 제 리뷰,....ㅋㅋㅋㅋ(농담 아닙니다. ㅋㅋ)

자 여기서 막간 이벤트 들어갑니다.ㅎㅎㅎ

이상 8권 중, 올해 최고의 책이랄 수 있는 책을 선정해 주세요. 개인당 2권씩 선정하셔서 댓글로 달아주세요. 가장 많이 추천해주신 책을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고, 그 책을 추천하신 분 중 2분을 추첨해서 10,000원 상당의 책을 선물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많이 참여해 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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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12-1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들어진 신, 88만원 세대...

"초절정 인기 꽃미남 서재지기 멜기세덱"... 허걱.. 어디서 이런 재간을 배우셨을까 ^^;;

2007-12-11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2-1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안 누르신 두 분은 추첨에서 감점 들어갑니다...ㅋㅋ푸하하핳....

웽스북스 2007-12-11 01:15   좋아요 0 | URL
저 비굴하게 지금 눌렀어요 0.5점이라도 올려주세요 ㅋㅋ

멜기세덱 2007-12-11 01:48   좋아요 0 | URL
아 자세 좋아요....ㅎㅎㅎ 감점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ㅋㅋ

2007-12-11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2-11 01:48   좋아요 0 | URL
푸하하.....그렇네요...ㅋㅋ 감사합니다.

2007-12-11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2-11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추천은-------비밀글로------------------------------

2007-12-14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1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7-12-11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 공유하고 가네요. 히히

마늘빵 2007-12-1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비굴하게 추천 눌렀잖아요. 책 추천은 조곰 이따가...

멜기세덱 2007-12-11 11:19   좋아요 0 | URL
어허...비굴하다니....ㅎㅎㅎ
연습은 잘 되시나요?

2007-12-11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7-12-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한산성, 만들어진 신 이렇게 두권이요. 꽃미남 멜기세덱님, 추천 꾹 누르고 가요.
오호호호~

2007-12-1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1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aret 2007-12-1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88만원 세대> 추천합니다~
 

어제 소설가 하근찬 선생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다소간 황망했다.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의 고난과 아픔을 하근찬 만큼이나 리얼하게 그려낸 이는 드물다. 그 역사의 아픔이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고 오랜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은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항상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소설가 중의 하나다. 중학교에서는 그의 「흰종이수염」을 배우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십중팔구 「수난이대」를 읽는다. 가족의 사랑과 고난이 역사적 수난의 아픔과 이어져 우리를 엄숙한 슬픔으로 인도하는 그의 작품은 그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었고, 그렇기에 하근찬도 늘 우리 옆에 있었다. 그렇게 있을 줄만 알았던 소설가 하근찬은 어느날 우리에게 부고를 전하고는 멀리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근찬 선생의 별세를 전하는 기사가 여럿 있으나 한국일보 박래부 논설위원의 조사를 옮겨온다. 더불어 소설가 하근찬의 약력을 간단히 옮긴다. 하근찬의 소설을 다시 한 번 읽는 것이 그에 대한 가장 최상의 추모가 아닐까 한다.

[지평선] 작가 하근찬 / 박래부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가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박만도는 아침부터 설렌다. 삼대 독자인 아들 진수가 6ㆍ25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아들이 병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기차에서 내린 아들은 한쪽 다리가 잘려진 모습이었다. 부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린다. 오는 길에 아들은 "부자가 이래 가지고는 어찌 사느냐"고 한탄한다. 그러나 만도는 "앉아서 하는 일은 네가 하고, 나다니며 하는 일은 내가 하면 된다"고 위로한다.

외나무다리에 이르러 한 팔이 없는 만도는 다리 없는 아들을 업고 용케 몸을 가누며 건너간다. 작가 하근찬의 데뷔 소설 <수난이대(受難二代)>의 줄거리다.

▦ 1999년 이병헌전도연이 출연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가 있다. 강원도 산속 오지의 늦깎이 여자 초등학생 홍연 앞에 어느날 '남자'가 나타난다.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 부임한 총각 선생님이다. 홍연은 지나는 길에 우연히 자신을 '아가씨'로 불러준 선생님에게 운명적인 첫사랑을 느낀다. 천리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남녀 사제 간의 사이는, 여러 에피소드와 우여곡절을 거치며 조금씩 좁아져 간다.

▦ 여러 세대가 공감한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의 원작 역시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다. 순진할 뿐인 아버지와 아들이 비정한 역사의 진행 속에 엄청난 수난을 당하는 내용의 <수난이대>와 역시 순진한 소녀가 겪는 첫사랑의 아름다운 승리를 그린 <내 마음의 풍금>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고 정겹고 궁벽한 농촌을 무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하근찬은 순진한 인물을 낭만적으로 그리되, 사회 구조 속에서 그들이 겪는 민족적 비극이나 사회의 병리 현상을 날카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 원로 소설가 하근찬씨가 25일 향년 76세로 타계했다. 그는 자신이 주변에서 보고 느낀, 개인적인 동시에 역사적인 삶을 애정과 객관성을 가지고 묘사한 정통적 소설가였다. 역사 속에 명멸한, 늘 수난을 겪는 용렬하리만큼 착한 사람들을 감싸 안은 작가였다.

그는 데뷔작 <수난이대>가 대표작으로 꼽히는 한계도 있으나, 문단의 평가도 좋았고 문학상도 많이 받았다. 그의 타계가 특히 안타까운 것은 문학에서도 자기 영역을 공들여 지키는 이가 드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근찬(河瑾燦, 1931. 10. 21 ~ 2007. 11. 25) - 한국 소설가

가난한 농촌을 무대로 서민들의 애환과 민족적 비극을 그려냈다. 1948년 전주사범학교를 중퇴하고 몇 년 간 교사로 근무하다가 1954년 부산대학교 토목과에 입학, 1957년 중퇴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교육자료사·대한교육연합회 등에서 일했으며, 1969년부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1955년 〈신태양〉 주최 전국학생문예작품 공모에 〈혈육〉, 1956년 〈교육주보〉 주최 교육소설 공모에 〈메뚜기〉,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2대〉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수난2대〉는 일제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가 외팔이가 된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다리 하나를 잃은 아들을 맞이하는 이야기로 전쟁에 의한 2대의 수난을 그렸다. 그가 쓴 대부분의 작품은 서민들의 애환과 민족적 비극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제재별로 나누면, 6·25전쟁을 제재로 한 〈흰 종이 수염〉(사상계, 1959. 10)·〈야호〉(신동아, 1970, 1971. 12) 등, 일제 말기를 배경으로 한 〈족제비〉(월간문학, 1970. 1)·〈산에 들에〉(현대문학, 1981. 11~1983. 8) 등, 일상 체험을 다룬 〈서울 개구리〉(문학사상, 1973. 12) 등이 있다. 이중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야호〉는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에 희생된 한 여인의 수난 이야기이다. 소설집으로 〈흰 종이 수염〉(1976)·〈월례소전〉(1978)·〈화가 남궁씨의 수염〉(1988) 등이 있고, 1970년 한국문학상, 1983년 조연현문학상, 1984년 요산문학상, 1988년 유주현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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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11-2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른 78년 말띠생이라 77 뱀띠들이랑 같이 학교 다녔는데 중학교 때 흰 종이 수염 배운 적 없는데요. 제 동생이 님이랑 같은 79년생인데 동생 국어책 본 적 있는데 제가 쓰던 국어책이랑 같았거든요. 요즘은 어떤 지 몰라도 그 땐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하나 뿐이었던 걸로 아는데. 어쩌면 79년생이 중2나 중3이 됐을 때 국어교과서가 제가 쓰던 거에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동생 국어책 봤던 때가 제가 중3, 동생이 중1이었을 때니까.

멜기세덱 2007-11-2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랑은 같은 교과서로 공부하셨답니다. 제가 5차교육과정의 마지막이거든요. 흰종이수염은 현재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세대차 확 드러나죠...ㅋㅋ

심술 2007-11-2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새" 중학교 교과서에 흰 종이 수염이 수록돼 있군요. 세월 무서워라.
 

한달 가량이 남았습니다. 2007년의 그 끝을 준비해야할 시간이 말이죠.

2007년 11월 25일 01시 04분 현재, 90편의 마이리뷰와 94명의 즐찾인이 있네요.

제 작은 소망은 올해가 가기 전에,

100편의 마이리뷰와 100명의 즐찾인을 채우는 것이랍니다.

리뷰 10편을 한 달 내에 쓴다는 것은 제게 무척 어려운 일이랍니다.

어떻게든 채워볼 생각입니다.

이건 제가 어찌어찌 하면 되는데,

즐찾인은 제 힘으론 안 된다는 것이죠.

어찌하면 100인을 채울 수 있을까요? 여러분!

"도와 주십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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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2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전 이미..... 흑!

멜기세덱 2007-11-26 12:30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전 그럼..... 백!

비로그인 2007-11-2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저 역시 이미 그 94명에 있어서...-_-;
그런데 제목 보고 '애인 구함' 같은 느낌이 났을까요? (웃음)
연말에는 '옆구리 시려'가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혀 있나 봅니다.(긁적)
리뷰 100편 아자아자-!! 힘내십시오~ ^^

멜기세덱 2007-11-26 12:31   좋아요 0 | URL
이제사 생각하니, 리뷰 100편이 무척 힘들어 보여요.ㅋㅋ
또한 생각해보니, '애인 구함'이 더 필요할 듯 해요...
아이구, 양 옆구리 시리다 못해 결리네요....ㅋㅋㅋ

코코죠 2007-11-25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즐찾을 해놔서 이 글을 읽었을 것 같으세요
아님 이 기회에 즐찾을 했을 것 같으세요?



정답을 맞추시면 100만원 상당의 푸짐한 상금을




엘신님께서 주실지도 몰라요(헉)


비로그인 2007-11-25 15:13   좋아요 0 | URL
ㅡ.,ㅡ.................

멜기세덱 2007-11-26 12:32   좋아요 0 | URL
외계인의 화폐로는 무엇을 살수 있을까가 궁금해요....ㅎㅎ

마늘빵 2007-11-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미 흑

멜기세덱 2007-11-26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럼 백

웽스북스 2007-11-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일단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혹은 추천이 많아져서 이 글을 메인으로 보내는 것? ㅎ 전 일단 둘다 합니다! ㅎㅎ (아, 착하다~ ㅋㅋ 제가 뭐 꼭 특별상을 받아서 그런 건 아니구요 ㅎㅎㅎ)

멜기세덱 2007-11-26 12: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많은 노력 부탁드립니다.ㅎㅎ

2007-11-25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1-26 12:33   좋아요 0 | URL
고고고

stella.K 2007-11-2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해 드리면 100이 되나요? 나중에 배신 때리지 마십시오. ㅎㅎ

멜기세덱 2007-11-26 12:34   좋아요 0 | URL
엥? 아직 99에요...ㅎㅎ

2007-11-26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1-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다가 이 신새벽에 일어나 들어온 나는? ㅎㅎ
즐찾 할 사람 없나 두리번 두리번. ^^충분히 100은 넘어설 것 같은데요!

멜기세덱 2007-11-26 12:34   좋아요 0 | URL
이 글 이후 즐찾이 5밖에...안 늘었어요... 막 이래...ㅋㅋ

뽀송이 2007-11-2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제가 님의 서재에서 김성동의 <천자문>을 보고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즐찾'이 안 되어 있지 뭐예요.^^;;
이 기회에 님의 서재 '즐찾'하고 갑니다.^^
즐거운 월요일 되셔요.(^^)(__)

홍수맘 2007-11-2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저도 이미 즐찿이 되어있는지라..... ^^;;;
"즐찿 100 달성" 기원합니다. ^^.
 

인터넷 검색 중 관심을 끄는 뉴스의 제목을 보고 클릭했더니, 책 소식이다. 『정치교회』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최근 출간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교회의 현실이 더 자극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사를 옮겨온다.

<한국 개신교는 권력에 중독됐나?> 한국교회 보수성 파헤친 『정치교회』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연말 대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파헤친 책 『정치교회』(교양인 펴냄)가 출간됐다.



   정계와 종교계 등을 취재해온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가 펴낸 이 책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대표되는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회들이 어떻게 권력의지를 키워왔고 그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저자는 "1970-80년대까지 한국교회는 몇몇 진보적 단체를 제외하고는 정교 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며 민주화투쟁을 외면하거나 수수방관했다"면서 "그러한 보수 교회들이 민주화 이후 과거의 정교 분리와 사회적 무관심을 거듭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참여의 명분을 쌓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교회의 사회활동이 일상적으로 가능해졌으며, 정권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해졌다"면서 "교회의 정치 참여 폭이 커진 것에는 한국교회가 태생적으로 지닌 반공이데올로기가 작용했으며, 2000년 이후 남북화해가 불러온 변화에 위기를 느낀 보수세력이 교회의 반공주의를 자극해 정치의 장으로 끌어낸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민주화로 정권교체를 당한 우파 보수세력이 교회를 이용해 보수 반공주의의 물적ㆍ인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보수 우익단체와 교회들이 2003년 1월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는 '한국 보수세력의 정치적 커밍아웃'이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치세력화에 나선 보수적 개신교 목사들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설교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저자는 "주로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사회적 책무와 교회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열의 위험을 무릅쓰고 특정 후보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힘을 갈망하는 권력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매주 수천 수만 명을 상대로 설교를 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으며, 이 같은 교회의 힘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을 통해 권력에 중독돼 갔다"면서 "영혼의 구원이라는 종교의 본분을 망각한 채 한낱 이익집단으로 변질한 교회의 타락은 기독교의 근본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한국교회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정치에 참여해 왔다"면서 "다만 교회의 정치참여는 권력을 향한 질주가 아니라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을 향한 섬김의 활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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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박완서 선생의 강연 후기를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전날까지 감기몸살로 며칠을 고생하셨다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강연에 임해주셔서 무척 고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첫인상은 뭐랄까, '곱게 늙으신 소녀'(어째 좀 싸가지 없는 표현같지만) 같다고 할까? 76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고은 인상과 조심스런 몸가짐이 마치 수줍은 소녀같았다. 강연 1시간여 전 도착하여 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러 가시던 중 학생들을 마주쳤을 때는 매우 쑥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그 느낌은 강연 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번 강연은 조금 졸속으로 추진된 면이 없지 않다. 일주일도 남지 않고 박완서 선생이 강연에 오신다는 사실을 알았고, 강연 준비도 준비랄 것 없이 부랴부랴였다. 이번 강연은 원래 크게 계획된 행사는 아니었다. 매년 학과 학생들이 학술제라는 이름으로 몇몇 동아리들의 발표회에 지나지 않았던 행사였다. 그 한 프로그램으로 문인이나 학자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데, 그런 강연들은 장연스레 조촐할 따름이다.

예년에는 김윤식 교수를 초청한 적이 있었다. 유명세에 비해 대중적인 분은 아니셔서 역시 조촐했다. EBS 강사로 유명세를 탔던 모 야구선수와 동명의 학과 선배를 초청한 적도 있었다. 요새는 대형 학원에 스카우트되어 교사를 그만두었다고 알고 있다. 그 외에 여러분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 강연 만큼은 여러모로 예년의 그 조촐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준비가 워낙 부족한 탓에 강연 후 사진이나 동영상 등도 전혀 남은바가 없다. 사진이라도 찍어서 남겼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가 된다. 학생들이 휴대폰으로나마 찍어둔 사진이 있는지 만방으로 구해봐야겠다. 강연 하루 전 장소가 급변했다. 원래는 100여명 규모의 소강당으로 예정하고 있었으나, 아무리 봐도 좁지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2~300명 규모의 중강당이 자리가 나 급작스럽게 장소를 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면 장소를 바꾸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강연 당일은 준비한 것 없이 분주했다. 연세가 많으셔서 앉아서 진행되어야 할 것 같아, 단상을 치우고 탁자와 편안한 의자를 마련했다. 마이크를 준비했었는데, 아마도 청중들과 질의응답이 있을 것 같아, 무선 마이크를 준비하느라 방송실을 뛰어다녔다. 이번 박완서 선생 초청에 지대한 공로를 하신 김명인 선생님께서는 전날 조금 우려하셨다. 몸이 안 좋으시다는 소식을 들으셨지는, 내일 혹시나 못 오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연 당일 전화를 주셨는데, 다행스럽게도 박완서 선생이 좀 좋아지셔서 강연엔 차질이 없을 거라고, 아직도 몸살 기운이 있고, 목이 좋지 않으니 강연 때 수시로 마실 수 있는 차를 좀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차를 준비하려는데, 있는게 별 게 없었다. 끽해야 싸구려 녹차였다. 이곳저곳 수소문 끝에 괜찮은 차를 몇 개 구했다. 지금 그 차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강연 내내 박완서 선생이 맛있게(?) 드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준간에 따뜻한 물은 한 번 더 따라드렸다.

오후 5시 30분 쯤 되니 학과 학생들뿐 아니라, 소식을 들은 선배들, 그리고 다른 학과 학생들, 근처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강연 장소를 보다 넓은 곳으로 옮겨 천만다행이었다. 6시쯤 되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5분쯤 후에 박완서 선생님을 모시고 교수님들께서 도착하셨다. 청중들은 큰 박수와 함께 부끄럽게 웃음짓는 박완서 선생을 맞았다. 강단으로 올라 마련된 의자에 앉아 강연이 시작되었다.

몸도 편찮으셔서 강연 원고도 따로 마련하지 못하셨다고 했다. 김명인 교수님께서 미리 언질을 주신 것은 강연을 대담형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이지만 그래서 더 좋은 자리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문학평론가이신 김명인 교수님과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대담을 2~300여명의 청중과 함께 듣는다는 것은 나름 행운이지 싶기도 하다. 대담이 시작되었다.

먼저 김명인 교수님께서 박완서 선생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며칠 간 몸살을 앓으셨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와주신 선생께 청중들은 다시 한 번 큰 박수로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김명인 교수는 이상하게도 박완서 선생은 "대작가, 대문호란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는" 작가라면서 "요즘은 국민여동생이니, 국민배우하는데, 박완서 선생은 국민어머니 혹은 국민할머니 같다. 또한 국민작가라는 표현이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여 청중들의 호응을 받았다. 40세에 『나목(裸木)』(1970)으로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최근 『친절한 복희씨』에 이르기까지 37년간의 "영원한 현역"으로서의 활발한 작품활동의 힘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를 첫번째로 물었다.

박완서 선생은 체력과 정신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그 첫째로 꼽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76의 나이지만 "500년, 1000년을 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단다. 1931년생으로 "이조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시골에서 태어나" 일제시대, 해방, 전쟁, 군사독재, 경제성장 등 격동하는 현대사를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그 "스쳐간 문화의 깊이"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또한 박완서 선생은 슬그머니 어린 시절의 어머니, 할머니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조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시골마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선생은, 그 당시 본인의 고향을 "자급자족하던 마을"로 기억한다. 어찌나 세상물정에 어두웠던지, 할아버지가 사오신 물감이 덕국(德國) 물감이라고 했는데, 그 덕국이라는 것이 독일임을 아주 나중에야 아셨다면서 "다른 나라가 있다는 걸" 몰랐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그런 선생에게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계셨다.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어머니는 언문도 깨치고 한문에도 밝았다. 어머니가 시집 올 때 필사본의 이야기책 한 궤짝을 가져 왔다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꾼"으로 어머니를 기억한다. 항상 말씀 하실때도 이러저런 이야기를 비유삼아 하셨다. 그런 선생은 한 시구절을 빌려와 "나를 키운 건 8할이 이야기"이고 그건 모두 '엄마의 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박완서 선생이 지금까지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는 그 근원에는 이런 "무궁무진한 이야기꾼"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는 답변이었다.

이것은 지금으로 말하면 활발한 독서였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은 전쟁터에 나갈 군인에게는 부족함없는 총알이 마련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찾아보기 귀한 시절, 어린 나이의 선생에게 어머니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독서의 경험이였다고 할 수 있다. 뒤에 한 청중이 박완서 선생 작품 속의 아름답고 다양한 우리말 어휘를 칭찬하며 그러한 어휘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물었는데, 박완서 선생은 다시한번 이 시절의 경험으로 그 답변을 대신했다.

박완서 선생은 여러층의 문학세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이전의 전쟁, 7~80년대의 경제성장과 군사독재,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층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데, 근작 『친절한 복희씨』에서는 또 이와는 다른 박완서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고 김명인 교수는 말했다. 말하자면 "'노년의 눈(시선)'으로 사회와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완서 선생은 "어쩌다 보니 노인 이야기가 많았"단다. 장편 『그 남자네 집』이나 『아주 오래된 농담』등에서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썼지않느냐며 반문한다. 그러면서 "지금도 욕심이 연애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본인은 아직도 "연애감정이나 정서를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연애의 소도구"랄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요즘의 젊은이들은 사랑을 어떻게 해야할지 추측"을 할 수 없다면서, 그렇기때문에 연애소설을 못 쓰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손녀를 만나러 서울 도심에 올라왔을 때의 재미난 이야기를 아울러 덧붙인다. 길을 지나다 어느 "젊은 꽃미남이 아는 척"을 하며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선생은 "이게 웬 떡이냐"하며 좋아하셨단다. 그런데 웬걸 그 꽃미남을 사인을 받으며 "우리 엄마가 팬이에요"해서 씁쓸하셨다는 농담에 청중들은 자지러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알고 싶어하고 끊임없이 젊음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것이 박완서 선생이 여전히 활발한 작품을 생산해 내는 원동력은 아닐까? 노년이 되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선생은 그것은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란다. 노년에서의 그런 자유의 느낌을 이번 근작 『친절한 복희씨』에 담아 놓은 것이 아닐까?

이 외에도 얼마간 대담이 오고 갔는데, 박완서 선생은 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히 조목조목 길게 답해주셔서 몇가지 질문에도 금방 1시간 반이 지나가버렸다. 연신 준비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흐뭇해졌다. 예정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워 몇 사람의 질문을 받기로 했다.

첫 질문은 아마도 내가 기억하기로, 박완서 선생의 작품 특징이랄 수 있는 과거 경험의 서술이 오늘날의 어린 학생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렸지 않느냐, 이런 것을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라는 요지의 질문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질문을 선생은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선생은 지난날의 아픈 추억을 언급하면서 "아무도 없는 전쟁의 도시 서울에서의 고초"는 "나만 본 것"이었고 이것을 "글로 쓰고 싶"고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언젠가 글로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이런 고통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내가 경험한 것으로 안온한 세상에 도움과 자극을 주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끝에도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옮겨 본다.

   
 

그때 문득 막다른 골목까지 쫓긴 도망자가 획 돌아서는 것처럼 찰나적으로 사고의 전환이 왔다. 나만 보았다는데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만 여기 남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약한 우연이 엎치고 덮쳤던가.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 냈다. 조금밖에 없는 식량도 걱정이 안 됐다. 다닥다닥 붙은 빈 집들이 식량으로 보였다. 집집마다 설마 밀가루 몇 줌, 보리쌀 한두 됫박쯤 없을라구. 나는 벌써 빈 집을 털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었기 때문에 목구멍이 포도청도 겁나지 않았다.

 
   

박완서 선생은 종교와 문학의 한가지 공통점으로 바람직한 것들을 세상에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한다는 의미의 말씀을 했다. 일제시대 말기 쌀을 감쳐둔 것을 찾아내려고 온 순사를 위안부에 끌고 갈 처녀들을 잡으러 온 것으로 알고 딸을 숨겨두었다가, 쌀을 어디 숨겨두었는지 검사하는 쇠꼬챙이에 숨겨둔 딸이 찔려 죽는 모습들을 시골의 고향마을에서 어린 시절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선생은 자신이 글을 쓸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전쟁의 참상과 참척의 고통을 겪으면서 선생은 아마도 이런 것들을 공감하지 못하는 세상에 전해서 다시는 이런 아픔과 고통이 이 땅에 없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닐까? 선생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씀이지는 모르지만 본인은 아직 "젊은 감수성은 잃지" 않았다면서 "위험한 것은 진부해지는 감수성"이고, 선생은 그런 "감수성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당당하게 하셨다. "위험한 것은 진부해지는 감수성"이란 말씀에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그 말씀이 가슴 깊이 울린다.

박완서 선생의 작품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선생은 자신의 작품이 "어떤 평론가(김윤식 교수)가 병을 뒤집어 물이 흐르듯이 읽힌다고 말했는데" 사람들은 "쉽게 읽히니 쉽게 쓴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에피소드 하나, 어떤 기자가 원고지 10매 정도의 분량의 글을 써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래저래 바빠서 거절했단다. 그런데 이 기자의 대구가 가관이다. 선생은 글을 쉽게 쓰니 그 정도야 몇 시간이면 쓰지 않느냐고 말이다. 선생은 "어디 이런 싸가지 없는 기자가 있나" 하고 생각했다면서 또 한 번 청중에게 웃음을 주었다. 지난 시절의 아픔과 참척의 고통을 글을 옮기면서 어찌 쉽게 그것을 쓸 수 있었겠는가? 선생은 글을 쓰면서 글자 한 자에 때문에 막혀서 진도를 나가지 못한 적도 많다면서, 본인도 힘들게 글을 쓰는 작가라고 말해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 외에도 여러 질문이 오가며 대략 2시간 가량의 강연이 모두 끝났다. 선생은 다소곳이 앉아 진솔하고 솔직하게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해주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김명인 교수는 선생이 청중들의 할머니, 자신에게는 어머니 뻘이신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친절히 강연에 임해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를 전했다. 모든 청중들도 그 이상을 고마움을 전했다.

강연을 마치고 청중들의 큰 박수 속에 선생은 자리를 나왔다. 2시간 가량 한 자리에 앉아서 많은 말씀을 전하신 분이 76의 고령이시라는 데 다시한 번 놀랐다. 8시가 넘어 끝난 강연 후 선생은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 그 앞에 학생 두 명이 대기하서 섰다가 선생이 나오시는 걸 보고 다짜고짜 사인을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선생의 사인을 받고 싶어 했지만, 2시간을 강연하신 선생께 감히 그 피곤함을 끼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학생들의 사인 요청을 받아주셨다. 이를 어쩌랴, 주위에 감히 요청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나는 급하게 책상을 들고 뛸 수 밖에 없었다. 3~40명 가량이 모여들어 갑작스럽게 팬 사인회가 열렸다.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히 사인을 해 주신 선생께 나도 끄트막에 사인을 받았다. 사인을 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 사인하시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손은 노년의 나이를 속이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곱게 늙은 손을 가지고 있을까 무척 궁금해졌다. 한 청중이 이런 말을 했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눈가의 주름을 닮을 수 있을까요"라고. 나도 어떻게 하면 선생의 그 곱게 늙으신 소녀같은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무척 궁금해지는 지금이다. 아마도 선생의 작품 속에 그 비밀이 숨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해 무척 아쉽다.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구하는 대로 이 페이퍼에 올려야겠다. 강연이 끝나고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감동을 받았단다. 다음날 김명인 교수님께 선생께서도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을 전하셨단다. 박완서 선생님, 행복하셨다구요? 이 말씀을 전해듣고 나는 더 많이 행복해졌다. 정말 잊지 못할 선생과의 만남이었고, 다시 한 번 선생께 깊이 고마움을 전한다. 단언하건대, 앞으로 나는 선생의 "꽃미남 팬"이 될 것이라고 굳게 약속한다. "박완서 선생님, 더 행복하시죠?"

* 이전에 선생의 많은 작품을 이상하게도 읽은 것이 별로 없다. 그마나 읽은 것이라고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여자네 집」이 고작이었다. 오신다고 해서 집에 사 두었던 <20세기 한국소설>의 『박완서』에 실린 몇 작품과 근간 『친절한 복희씨』를 부랴부랴 읽었다. 읽으면서도 술술 읽히는 것이 왜 아직까지 선생의 작품을 이렇게 안 읽었을까 의아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은 것은 느낌표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군생활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겠다. 앞으로 선생의 작품을 최대한 읽어볼 작정이다.

* 어느 서재지기께서 몇 가지 질문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내 입장이 선생께 질문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이 못 되었다. 질문하고 싶은 것은 무척 많았는데, 다짜고짜 해볼 것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다. 질문 주신 그 분께도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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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5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한 자리에 있는 것 같은 후기에 감동 ^^ 저도 나목부터 이분의 팬이었는데, 호미부터 읽기를 쉬었답니다. 멜기님의 글을 보고 다시 친절한 복희씨부터 봐야겠어요.
확인해보니 집에 있는 이분의 책이 12권있네요. 열심히 사들였는데, 사람들이 와서 하나씩 집어가기 딱 좋은 작가라 손이 많이 탔어요. ㅠㅠ
박완서님의 사진과 긴 후기를 올려주신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멜기세덱 2007-11-15 21:43   좋아요 0 | URL
ㅎㅎ 많이도 가지고 계시네요. 저도 열심히 사서 읽으려구요.ㅎㅎ

순오기 2007-12-13 10:45   좋아요 0 | URL
우리 언니의 생일선물로 보내려고요. 다시 읽어봐도 감동적인 후기예요!

2007-12-14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부하지 않은 감수성, 힘들게 쓰지만 쉽게 읽히는 글, 벌레의 시간을 증언해야
벌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깁니다. 언니(^^)의 미소가 아름답네요.
저도 친절한 복희씨, 읽어봐야겠어요. 자세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세덱님^^

멜기세덱 2007-11-15 21:45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ㅋㅋ
완서 누님이 완소긴 하지만, 혜경님이 언니라 그러면....욕먹어요...ㅋㅋ

2007-11-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6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