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식구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책은 (꿈도 야무지게) 레이 브래드버리의 『Fahrenheit 451』 (기대만발) 어슐러 K. 귄의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였다. 레이 브래드버리 책은 겨우 두어 페이지를 넘겼고, 어슐러의 책은 정도 읽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시작한 책은 다니엘 페나크의소설처럼』. 




우리는 온갖 문제를 이야기했다. 

비단 텔레비전만 문제가 되는 아니다. 

아이들 세대와 책을 읽던 우리 세대의 청소년기 사이 수십 년에는 세기에 버금갈 만한 심연이 놓여 있다. 

따라서 심리적으로는 우리와 우리 부모의 관계보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유대가 훨씬 가깝다고 느낄지 모르나, 정신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우리 부모 세대에 가깝다. (29) 




건물에만 들어서만 WIFI 비번을 찾아 헤매는 바지런한 몸놀림이나 조식 부페에서 접시에 담아오는 , 소시지, 스크램블 에그를 보며 스스로는 부모님 세대가 아니라 아롱이나 큰조카와 같은 세대라고 생각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처박고 핸드폰만 쳐다보느냐, 진지하게 물으시는 시아버지께아버님, 그렇게 재미있어요. 텔레비전보다 재미있어요답할 , 옆에 있던 큰애가 답한다. ‘재미있어요. 텔레비전이랑 컴퓨터 합한 거예요.’ 



나도 핸드폰이 좋다. 너무 재미지다. 그럼에도 다니엘의 말이 옳다는 인정해야겠다. 우리는 아이들 세대보다 부모님 세대에 가깝다. 읽는 문제와 조금 떨어져 생각해 보더라도, 많이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나라 현대사의 굴곡이 그러했다. 그럴 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는 아니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느낌 정도는 예상할 있는데, 가끔 아이들은 아예 우리를, 우리 세대를 혹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부모가 되었기 때문일까. 내가 그만큼 늙어 버린 걸까. 




여행을 다녀오니 작은아이와 치과를 가야했고, 큰아이 학교에 학부모 상담을 가야했다. 잠깐 짬이 나도 식구들이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니 아무래도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그럴 , 어수선하고 집중이 되는 , ‘읽기 좋은, ‘읽기책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던 아이였는데 …… 영문을 모르겠어요. 정말 책벌레였어요. 그래요, 여보? 걔가 책벌레였냐고요.” 

남편도 곁에서 열심히 거든다. 엄청책벌레였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는 아이에게 텔레비전도 보지 못하게 했었어요.” (83쪽)




나도 제법 많이 듣는 이야기다. 책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자신의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정확히는 좋아했다는슬픈 간증 없이 많이 들었다. 내가 봐도 그렇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었다. 서너 무렵, 아이들은 책을 끌고 밀고 부모에게로 간다. 책을 읽어달라고 졸라댄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절대 잠을 자지 않겠다고 부모를 협박한다. 하지만, 어느 . 갑자기. 예고 없이 느닷없이. 아이는 책을 멀리한다. 떠난다. 인사를 한다. 안녕. 굿바이. 



나는 책을 많이도, 빨리도 읽지 못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아이들도 좋아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은 부모로서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고민되는 문제다.

 


내가좋아하는 일을 아이에게 강요한다는 어떤 의미일까. 

혹은 그렇게나 좋은 책읽기를 아이에게강요한다는 어떤 의미일까. 



그럴 때마다 , 항상미야자키 하야오 떠올리고.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아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구나.” 아이들에게 이런 응원을 보내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권을 만나는 일이 소중하다. 







우리집 아이들도 그렇게 책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아이가 보물을 찾아낼 있도록, 보물이 있다는 까지는 알려주되 손을 잡고 끌고 가지는 않는 정도의 배려를 자신에게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으니. 여섯 생일을 맞아 무슨 선물을 받고 싶냐는 이모 할머니(나에겐 이모) 물음에 큰애는 이렇게 대답했더랬지. 말고 아무거나 다요. 나는 강요하는 엄마였나보다. 눈에 띄지 않게, 우아하고 세련된 방법을 취했다고 스스로는 생각했을 테지만, 솔직할 있을 아이는 솔직히 말한다. 말고 아무거나 다요. 

















부분은 독서육아에서 내가 최고로 꼽은 하루 15 책읽어주기의 힘』 뒷표지에도 나왔던 것이다. 마지막 당부가 눈에 띈다.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아이에게도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보장해 주고 싶다. 스스로에게라면읽고 나서 무슨 말이라도 있는 권리만을 주장하고 싶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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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2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이 도서관에 딱 있어서 딱 꽂혀 딱 빌렸죠 그리고 집에와서 딱 읽지 않고 딱 책장에 쳐박아두고 있는데 단발머리님 서재에 들어오니 <소설처럼>이 딱 보이는겁니다 딱 읽고 싶네요! 그러면서 저는 딱 눈을 감네요 ㅋㅋ 애들이 제법 큽니다 오오~단발머리님 저보다 연배가 있으신가 아니면 제가 늦게 결혼했나 아휴 몰라요 이런건 딱 골치가 ~소설처럼 딱 딱 딱....

이러다가 단발머리님 한테 꿀밤 딱 맞고 뺨 쨕 맞고 땅에 쿵 쳐박하진 않을지...근데 이런 스탈 쇼군 스탈인데 제가 따라 하나봅니다 원래 쇼군이 <소설처럼>을 선보였으니 그것도 연결되는 듯...근데 댓글 넘 길어 딱 욕을 먹을 듯~

단발머리 2019-02-28 15:19   좋아요 1 | URL
이렇게 세 번의 딱이 모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처럼>이 카알벨루치님에게 가겠군요.
저도 고백하자면, 저번에 대출했다가 얌전히 반납했구요. 이번에 다시 빌렸다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애들이 제법 크죠. 큰조카까지 총 3이네요. 저는 극구!!! 제가 카알벨루치님보다 어리다고 고수하고 싶네요.
제가 결혼을 일찍 하기도 했구요^^

긴 댓글은 언제나 환영이옵니다. 걱정마소서!

hnine 2019-03-0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쪽의 인용문은 저도 한때 자주 하던 말이네요. 저 뿐 아닐거예요.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도 해요. 스마트과 컴퓨터 대신 책을 더 읽으라고 하는게 과연 요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반드시 더 유용하리라 자신할 근거가 있는가 하고요. 저야 책을 선호하지만 다음 세대에까지 주장하기엔 근거가, 제 안목이 부족해요.
<소설처럼> 은 저도 읽은 기억이 나요. 내용은 다 기억 못하지만요.

단발머리 2019-02-28 15:3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전 아주 가까운 친구나 동생들, 엄마들 자신도 책읽기를 진심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동화책이나 만화책에서 엄마들이 좋아하는 ‘글밥 많은 책‘으로 넘어갈 때의 방법이나 기술, 혹은 마음가짐이나 준비사항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런 것도 미야자키의 의견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지요.

책읽는나무 2019-02-2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미야자키 하야오의 <책으로 가는 문>등..(하루 15분 책도 읽었는지 가물??저기 아이들이 책 읽을 권리를 보니 문득 들어본 것도 같은데???^^)
내가 너무나 좋게 읽었던 책이었어요.
그러니까 나만 무척 공감되던!!!????ㅋㅋ
단발머리님의 고민들도 충분히 공감되구요~~나도 하고 있는 고민들이라~^^
저는 아들과 딸들의 독서취향이 완전 상반되어 그것도 좀 고민이구요.
소설을 전혀 읽지 않는 아들과,몇 권 되지도 않는 책을 읽긴 한데 소설만 읽는 딸들과....곁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과연 책을 좋아서 읽는 것인가??내가 강요하는 것인가??자괴감이 많이 들기도 하구요.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저희 신랑도 나더러 소설만 읽는다고 타박ㅋㅋ
신랑은 뭐랄까? 책을 읽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시도하리라?? 기대도 있는 것같아 부담도 되구요.
아이들이 느끼는 책읽을때의 부담이 이런 것일테지?싶어 무척 미안할때도 있구요~~
그래서 큰아이는 중딩 들어간 순간 마음을 비웠어요..고딩 되어 국어시험을 쳐보니 안되겠는지 본인이 드디어 원하는 책이 있긴 하더군요.그게 분야가 썩 내맘에 안들었지만,사달라고 할때 언능 구입해줬어요.그래도 소설은 단 한 권도 없었구요.
딸들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곤 있는데 혹시 책과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커서 서점에 데리고 가서 원하는 책 한 권씩 사다 주곤 있어요.
사다 준 책을 방학 두 달 내도록 잡고 있어 놀려 주면서 자극?을 주곤 있습니다.
저는 어서 빨리 딸들이 독서능력이 향상되어? 나와 같이 책 읽으면서 같이 주인공들 뒷담화 하는 그런 상상을 하곤 하는데 그게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무척 의문스럽습니다.
아마도 아이들 세대는 우리와 문화가 많이 다를 것 같아서 말이죠.
소설을 읽어 보아도 70년생들 작가들과 80년생 작가들의 문체나 이야기 주제가 확연히 차이가 나듯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 세대는 또 다른 느낌이겠죠??
책을 읽는 나 자신도 이런 생각,저런 생각이 많아져 곁에서 핸드폰 만지작 거리는 아이들 보면 어쩌나?싶네요.ㅋㅋ


단발머리 2019-02-28 16:54   좋아요 1 | URL
너무나 좋게 읽었던 책들이 책나무님과 겹치다니 너무너무 반갑고 기쁘기도 해요.
책나무님 가정 이야기 읽다보니 저도 고민되었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쳐갑니다.

남편분에게서 느끼신다는 기대에 대해서는 뭐랄까. 책을 읽는 사람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으니까~~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래서~~~ 논술도 봐주고, 독후활동도 같이 하고~~~ 이런 식으로요.
책읽기에 자연스러운 효용이 나타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실망할 수도 있고요.
미야자키의 ‘효과가 없습니다‘는 사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책읽기의 효과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저희집도 아들딸 성향이 많이 다른대요. 스스로 타입인 큰애에 비해 작은애는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좀 신기한 것은..... 저희 부부가 둘 다 ‘문과‘ 성향이다 보니, 아이한테도 ‘문과형 책들‘을 권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작은애는 남자애치고 소설을 쉽게 읽기는 하는데,
저희집에서는 과학책 읽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책읽기의 처음과 끝은 소설읽기라고 생각하는 1인인지라 책나무님의 소설읽기를 겁나게 응원합니다!!

아이들보다 제가 핸폰을 더 좋아해서 저는 사실..... 제가 제일 걱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9-02-28 17:58   좋아요 0 | URL
아~~저희 아들도 문과생인데..????
그렇다고 과학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ㅋㅋ
경제 비슷한,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읽는 것 같더니 늘 실리만?? 추구하는 듯 합니다.말 그대로 이기적인 유전자가 되어가는 가는 듯 합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야 사람에 대한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고 늘 잔소리를 해도 시큰둥~~
아들들은 손 많이 가는게 맞습니다.
에혀~~~~이번 방학동안도 아들 뒷바라지?해주느라 넘 힘들었네요.ㅜㅜ
딸들은 후닥닥닥 눈치껏 알아서 잘하던데...아들은 한 번씩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스러워요.
저게 다~~~~~소설을 읽지 않아서 그렇다고 늘 생각중입니다.진심입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19-03-01 06:32   좋아요 2 | URL
소설이 공감능력이나 배려심을 배우는데 좋은 형식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먼저는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그 분야의 소설을 찾아주면 좋을텐데. 그것도 정답이 아닌것이 배경을 모른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작가의 문체가 맞지 않을수도 있고요.
그렇더라구요. 여하튼 책 권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

올 겨울에 저희집은 사상 최초로 <가족 독서 모임>을 했는데 게임 시간 준다는 꼬드김에 막내만 매일 ‘독서 모임 언제해요?’를 물어봤다는 어떤 소문...ㅠㅠ 현재 홀딩 중입니다.

아드님에게도 좋은 생각이 있겠지 말입니다. 전 그렇게... 믿고 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야 맘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오기 2019-03-01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삼남매도 책 좋아하는 책벌레로 알았는데 진실은 ˝책 읽으면 엄마가 공부하라고 안해서 읽었어!˝ 였다지요. 아마~ㅋㅋㅋ

단발머리 2019-03-01 07:2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희집 막내가 그래서 이번 겨울에 그렇게나~~~~ ‘책을‘, 정확히는 ‘만화책을‘ 그렇게나 열심히 읽었단 말입니까?
공부 하기 싫어 책벌레 되다! 이런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 싱가폴 회담 때에는 중국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일본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네깡패 미국의 장사꾼 트럼프를 믿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그것을 트럼프가 있다면, 순간만큼은 트럼프를 응원하고 싶다. 



없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은 누굴까.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누굴까. 

평화, 가짜 아닌 진짜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누굴까.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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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9-02-2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트럼트가 싫지만 이건 잘 되길 바랍니다 노년층을 보면 전혀 엉뚱한 이유로 트럼프를 싫어하면서 정작 극보수를 지향하는 걸 보는 기분이 참 거지같네여

단발머리 2019-02-28 09:01   좋아요 0 | URL
저도 미국에 살았다면 트럼프를 싫어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트럼프가 지금 우리 앞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그 길의 장애물을 두어개 걷어준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이라고 해도, 전 트럼프한테 좀 고마워지고 그렇답니다.

transient-guest 2019-02-28 09:44   좋아요 0 | URL
딱 그 마음이에요 저도.
 
캘리번과 마녀 -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3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 갈무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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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유럽의 마녀사냥이부유한 여성재산 강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마녀사냥 피해자가 대부분여성이었다는 점은 맞지만부유한 틀렸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은 국가 부조와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만 겨우 살아갈 있는가난한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들을 고문하고 처형한다해도 경제적으로 얻을 있는 이득은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많은 수의 여성들이마녀 몰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중세사회에서 교회가 여성이 남성에 종속됨을 설파하고 교회법이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을 때릴 있도록 인가했음에도(52), 여성의 가사 노동은 평가절하되지 않았다. 세탁, 바느질, 추수, 공유지에서 가축 돌보기 여성 농노의 대부분은 다른 여성들과의협동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는 끈끈한 사회관계와 연대의 토대가 되었다. 따라서 공동체적 토지 소유가 지주와 부농의 토지 확보를 위해 공동 경작제를 폐지할 , 이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던 사람들 역시 바로 여성들이었다. 



공유지가 사라졌을 , 극빈농이 증가하고 사회 결속이 파괴되었으며, 많은 청년들이 마을을 떠나 부랑자와 이주노동자 패거리에 합류하여 시대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특히 나이 여성들이 불리했는데, 이상 자식들의 도움을 얻지 못하게 되어 극빈자 명단에 오르거나 차용, 좀도둑질, 상환연기로 근근이 생존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마녀고발의 배경이 되는 원조요청에서 비롯된 분쟁, 가축의 무단침입, 미납지대에 관한 다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16-17세기마녀 대사냥 핵심주제, 마녀가 악마에게 아이들을 제물로 바친다는 고발 내용으로부터 인구감소와 관련된 근심을 읽을 있을 아니라 하층민 여성들이 하녀, 거지, 치료사로서 쉽게 고용주의 집에 들어가 해를 끼칠 있다는 유산계급의 두려움도 읽을 있다. (141) 





공유지의 감소로 인해 떠도는 가난한 여성에 대한 불안감은악마의 연회 참석해 배불리 먹고 마시는 마녀에 대한 환상을 부추겼고, 국가가 원하는 인구 비율을 회복하기 위해 조치가 취해지면서 여성의 신체와 출산에 대한 자기 통제권이 심각하게 훼손당했다. 





마녀사냥은 여성이 악마에게 아이를 제물로 바친다고 고발하여, 모든 형태의 피임 그리고 출산과 무관한 성관계를 문자 그대로 악마화했다. (144) 




다양한 형태의 피임법이 가능했던 중세시대와 대조적으로 마녀사냥이 진행되면서 마녀행위 다음으로 영아살해가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의 사형 죄목이었다는 점은, 마녀사냥이 여성의 신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쟁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산파는 남성의사에 의해 주변적 위치로 강등되었고, 분만 과정에서 여성들의 협동적인 작업은 모두 중단되었으며, 여성은 출산에 대한 제어권을 상실하게 된다. 



시초축적의 시대 서유럽 여성의 운명은 1807년에 노예무역이 막을 내리면서 새로운 노동자를 낳도록 주인에게 강요받은 아메리카 식민지 플랜테이션 여성 노예의 운명과 비슷했는데,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신체가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노동인구를 확대시키는 기구로 변질되었으며, 여성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작동하는 자연적출산기계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148)  




마녀사냥은 중요한 정치적 기획이었다.(246) 교회의 여성혐오적 공격이 바탕이 되었지만, 절정기에 대부분의 재판을 수행한 것은 세속법정이었다. 잉글랜드 지방의 경우, 마녀사냥 피해자 대부분은 주로 생활보호 대상인 노파들이거나 이집 저집에서 음식, 와인, 우유를 조금씩 걸식하며 연명하던 여성들이었고, 기혼자인 경우 남편들이 일용직 노동자였지만, 대체로 과부나 독신이 많았다. (253) 구걸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그녀들이 내뱉은 저주의 마녀행위로 인식되었는데, 그녀들의 마녀행위 때문에 밭의 배나무가 자라지 않고, 양조장이 말라붙고, 관리인이 미쳐버리고, 말이 죽어버렸다는 것이 고소의 주된 내용이었다.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보다 나은 부류의 사람들 미신, 공포심과 합해져마법적인 실체를 모두가확신하게 되었다. 




[일단] 이것은 가정이다. 분명한 것은 인구감소에 집착하는 정치계급이 마녀사냥을 촉발했고, 인구규모가 국부를 좌우한다는 확신이 이를 부채질했다는 점이다. (270) 




마녀사냥의 피해자는 산파, 모성을 거부한 여성 혹은 이웃집에서 땔감이나 버터를 훔쳐서 생계를 이어가던 여성들과 창녀, 간통한 여성 그리고 결혼과 출산의 구속 밖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행사하는 문란한 여성들이었다.(273) 하지만 일탈적인 여성만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여성, 특히 낮은 계급의 여성들이 재판을 받았다.(274) 



지배계급은 토지를 빼앗겨 빈곤해지고 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에게 그들의 불행을마녀의 주술때문이라고 믿게 했으며, 교회의 여성혐오적 선동 때문에 여성에 대해 공포감을 품고 있던 남성들은 이에 호응했다. 마녀라고 지목된 여성들은 갖은 고문 끝에 악마와의 교미를 인정하고, 영아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주술을 통해 이웃에게 해를 입힌 일이 있다고 말했고, 모든 것이 악마가 시킨 일이라고 자백했다. 그것만이 빨리 죽을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마녀의 딸은 엄마가 채로 화형당하고 있는 화형대 앞에서 채찍에 맞는 경우 있었다. 마녀 엄마와 마녀의 . 엄마와 . 여성 그리고 여성. 





따라서 마녀사냥은 여성에 대한 전쟁이었다. 이는 여성을 비하하고 악마화하며 이들의 사회적 권력을 파괴하기 위한 집단적인 시도였다. 동시에 고문실에서, 그리고 마녀들이 죽어가던 화형대에서 여성성과 가정에 대한 부르주아적 이상이 구축되었다. (275) 





마녀사냥을 통해 여성은 출산에 대한제어권 빼앗겼고, 섹슈얼리티의 통제권마저 빼앗겼다. 자본주의 확산에 대한 여성의 투쟁은 실패했고, 언제든 잡혀서 화형대에 불탈 있었기에 인간으로서 여성의 존재감은 소실되고 말았다. 마녀사냥은 본래의 목적을 이루었다.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목표를. 잔인하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마녀사냥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과 피소자들의 젠더와 계급, 박해의 영향 등을 살폈을 때 우리는 유럽의 마녀사냥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여성들의 저항에 대한,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에 대한 통제력과 치유능력을 통해 여성들이 획득한 권력을 공격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어야만 한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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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는… 마녀의 후손들이다] 마녀 - 영아 살해 - 인구 조절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8-07 21:05 
    예전에 <캘리번과 마녀>를 읽고 정리해 둔 페이퍼를 읽고 다시 쓴다.(https://blog.aladin.co.kr/798187174/10699912 : 유럽의 마녀사냥) 마녀사냥은 명백하게 정치적 기획이었다. 끈끈한 사회관계와 연대의 근간이 되었던 토지에서 사람들을 쫓아내는 시초축적 과정에서 여성은 가장 극렬하게 반항하는 무리였다. 더욱이 중세 시대에 미덕으로 간주되던 ‘구빈’ 활동의 축소로 이들에 대한 구제가 상당수 제한되자, 그들의
 
 
유부만두 2019-02-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책만 사고 안 읽....

단발머리 2019-02-26 13:29   좋아요 1 | URL
책 구입하셨으니까요, 곧... 아니면 조만간 읽게되시지 않을까요... 헤헤^^

블랙겟타 2019-02-2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다읽어가는데요.
대략적인 고유명사로 알고 있었던 마녀사냥이 당시의 지배계층, 부르주아쪽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에게 신속하고 잔인하게 자행된 것이라고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어요.

단발머리님의 글도 올라오셨네요..
저도 얼른..올리겠... ㅠㅠ

단발머리 2019-02-26 14:28   좋아요 1 | URL
마녀사냥이 끝나갈 때 지배계급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표현이 책에 나오잖아요. 여성을 무력화시킨 경험을 통해 식민지 지배에도 박차를 가하고요 식민지에서 백인 프롤레타리아트 여성들과 원주민 여성들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는데 너무 방대해서 마무리를 못 하겠더라구요.

블랙겟타님 글도 기다릴께요.
우리 전부 문장을 마치질 못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2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리뷰 잘 읽었어요.
같이 읽기 하면 이렇게 좋은 책이 자주 노출이 되어서 좋아요. 후훗.

저 역시도 마녀사냥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더 잘 알게 되었어요. 그런만큼 더 화가 났구요. 대체 여자들을 어떻게 살라고 한건지... 하아-

3월달에는 또 얼마나 가부장제가 여자들 힘들게 했는지 더 잘 알게 되겠죠. 정말이지 넘어지지 말고 열심히 가야겠어요. 불끈!

단발머리 2019-02-26 16:0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같이 읽으면서 같이 밑줄 그은것 보는것도 좋구요. 다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아요.

‘분노’라는 감정이 ‘공부’라는 작업에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새삼 깨달아가는 요즘이에요.
다락방님의 분노와 불끈이 페미니즘 불꽃의 불쏘시개예요. 우리 같이 힘내요!

막시무스 2019-02-2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후기 잘 보았습니다!덕분에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봅니다!ㅎ

단발머리 2019-02-26 21:57   좋아요 1 | URL
전 이번에 재독인데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꽤 되더라구요.
되새김질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syo 2019-02-2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언제 따라가지...... 다들 말로는 어렵다 어렵다 그래놓고 휙휙 치고 나가시는 것좀 보라지...😣

단발머리 2019-02-27 21:48   좋아요 0 | URL
시초축적 정리해주기로 한거 잊지 마시구요. 전 그냥 재독 마치는데 의의를 두고자 합니다 🤣

syo 2019-02-27 21:51   좋아요 0 | URL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조만간에 만나요 시초축적.

단발머리 2019-02-27 22:41   좋아요 0 | URL
아~~~ 콩닥콩닥! 넘 기대되는대요!
기대를 품고 잠듭니다. 코오~~~

책먼지 2023-02-07 2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 촤라락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읽은 부분까지는 아직 약과였군요ㅜㅜ 앞으로 분노와 분노와 분노뿐일 것 같아 각오 단단히 다지고 남은 부분 힘내서 읽어야겠어요ㅠㅠ 니들은 왜 맨날 여자만 잡냐!!!

단발머리 2023-08-08 07:15   좋아요 0 | URL
분노와 분노 그리고 분노의 연속이죠. 힘내지 않으면 읽기 힘든 책이에요. 그러나 알아야만 하는 진실이기도 하구요 ㅠㅠㅠ
근데 책먼지님~~~ 왜 요즘에 알라딘 안 오셔요? 저 이번에 페이퍼 쓰며 이 댓글 이제야 봤네요. 죄송합니다.
어서 오세요~~ 다시 오셔요~~~~~
 
미투의 정치학 도란스 기획 총서 4
정희진 외 지음 / 교양인 / 201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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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지 않으면지배자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오해한다.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원)이상 공동주택 보유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본인은 해당되지 않는데도 언론매체를 통해세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면마치 일인양 흥분한다.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에 시민들의 출근길이 불편해졌다는 언론 보도에 자신을시민으로만 생각하는노동자 분통을 터뜨린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자신이 재산 9 넘는 아파트를 서너 소유한 부자인 안다. 젊고 똑똑하고 합리적이며 정의감에 불타는 남성으로, 자신을 상정한다. 가지를 빼먹었다. 객관적인. 



성폭력이 발생했을 , 자리 갔냐, 시간 거기에 갔냐라는 질문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조심해야 한다고, 조심했어야 한다고,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고(자신의 몸조차 조절이 된다고), 그러니까 여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여자들이 말한다. 남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여자들이 말한다. 잊어버리고 말한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피해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어서, 피해여성이 늦은 시간 밖을 돌아다녀서, 피해여성이 조금 이상한(?)듯한 남자(가해자) 계속 (도망다녔는대도 결국 만날 밖에 없어) 만나서 성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있어서, 남자는 여자에게 그렇게 있어서 그렇게 했다는 모른다. 잊어버린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은 스스로 남성이 만할 생각을생각하고’, 남자나 말한 말을말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있다.  




사실, 미투는 젠더 질서의 소립자일 뿐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부장제 사회의 기본 질서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통제가 없다면, 여성의 노동에 대한 남성과 국가의 착취가 없다면 사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가부장제 질서의 축도인 여성에 대한 폭력 구조를 해부하지 않으면이미 벌어지고 있듯이미투는 일시적 스캔들이거나 인간성을 의심케 하는 잔인하고 예외적인 뉴스로 치부될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끔찍하게 정상적인데, 사회는 이것을 비정상인 사람들의 일탈로 취급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남성 사회의 정상성을 유지하려면 여성의 정신 상태가이상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과 들은 사이에서 분열하면서, ‘ 남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80)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당연시하는 사회 구조와 문화 속에서 유력인에 대한미투 사회에 강한 충격을 주고 단번에 국민적인 관심을 얻는다. 하지만, 피해자의 인생 전체를 걸고 이루어지는 현재의 미투에 대해 정희진은 이것이 임시적 방법일 뿐이며, 남성 사회를 변화시키는 문화 운동과 사법 체계의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86) 



동의한다. 결국에는 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 하지만, 이름을 걸고 얼굴을 공개하고 개인사까지 노출되는 고통 속에 재판정에 들어선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근친상간, 어린이 추행, 성희롱, 성추행,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대부분의 성범죄가 그러하다. 인식의 전환. 남성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요원할 일일 싶다. 현재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정상으로 다뤄지는 사회라고 말할 , 그렇다고 인정할 남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은 법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이 사실로 속속 밝혀지는 요즘,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 해도, 사회 갈등과 분쟁의 최종 결정은 법원에서 이루어진다. 국민의 감시를 받지 않는 법원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판결을 계속한다면, 사회 전체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하는 장구한 투쟁보다 강력한 제정, 엄격한 법적용을 주장하는 편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존재를 알게 되자마자 생활에 바로 적용된 법의 예로 나는김영란법 꼽고 싶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자마자 듣고 오는 첫번째 말이엄마, 카톡으로 커피 선물해도 된대요.’이다. 교장선생님 훈화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주제도부정청탁금지법 대한 안내이다. 불과 2-3 안에학교 때는 빈손으로, 돌아올 때는 미소 가득이라는 표어가 엄마들 사이에서 확실히 자리잡았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과 특혜가 오고 가는그들만의 리그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학교 무언가 들고 가지 않아도 될까? 나만 빈손 아닐까?라고 고민하던 평범한 학부모들은김영란법 완벽하게 적응했다. 법에 걸리잖아, 불법이잖아, 가장 효과적인 억제책이다. 



법에 어긋나는 일임을 몰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법의 엄격한 적용은범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위험을 포함한 낮은 수준의 해결책을 혼자 생각해본다. 여성을 상대로 극악무도한 범죄에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루어지는 상황을 두고 만은 없지 않는가.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 다룬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수전 브라운밀러도 생각과 비슷한 같아 옮겨본다. 





지점에서 잠시 성향에 대해 밝혀두고 싶다. 나는 징역형이 범죄 문제를 해결할 있는 공정하고도 적법한 사회적 처벌 방식이자 문명화된 응징이고, 미래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며, 현재로서는 우리가 취할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나는 범죄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걸맞은 처벌을 받느냐에 비하면 감옥이 정말로갱생 도움이 되는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감옥에서 범죄자가 받는 처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면 실제로 감옥에 가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595) 






사족 1. 책은 <도란스 기획 총서 4>이다. 책소개 화면에도란스 기획 총서 4’라는 안내가 없어서 책은 시리즈가 아니지?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자마자 바로 확인이 됐다. 

사족 2. 책이 쓰여질 무렵,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안희정은 2019 2 1 항소심에서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등의 혐의에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3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사족 3. 리뷰에도 '알라딘상품넣기가 가능하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67번째다.  

사족 4. 정희진 선생님 글은 3독이 기본이라 이번에는 줄을 치지 않고 얌전히 읽었다. 재독 때에 빛나는 줄긋기 신공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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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2-14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단발님 보면 기세가 장난 없다...... 타인의 귀감이 되세요.

아니, 되시라는 게 아니라 되신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오해할까봐요.
- 쫄보 올림

단발머리 2019-02-14 13: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감이라니요. 부끄럽습니다.
엄청난 다독과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글들의 쇼님이 알라딘 서재의 진짜 귀감이 되시지요.
오해하실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감이 되십니다.

2019-02-16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1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위여성성 생물학적 운명이라는 미명하에 노동력의 생산을 은폐하는 노동기능으로 구성된 것이라면, “여성의 역사계급의 역사이다. 주목해야 것은 여성성이라고 하는 특정 개념을 만들어 성적 분업이 사라졌는지 여부다. (35) 




여성, 재생산, 자본주의 관한 담론을 크게 바꾸어 놓은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의여성권력과 공동체의 전복』The Power of Women and the Subversion of the Community(1971) 셀마 제임스의, 인종, 계급』 Sex, Race & Class(1975)에서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여성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노동력 생산자이자 재생산자였던만큼 여성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왔다 주장했다.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착취의 뿌리를 성적 분업과 여성의 무임노동에서 찾았다. (21) 



이러한 논의에 더해 저자는 시초축적을 분석하는 중심에 16세기와 17세기의 마녀사냥을 놓고 새로운 성적 분업 발달과 임금노동에 대한 여성배제를 통해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논증한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에서 임승수는 말한다. 




자본론 따르면,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닙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라고 분명하게 구분해 얘기하죠. 만약 임금이 노동의 대가라면 8개를 만든 노동자는 30,000원이 아니라 80,000원을 받아야겠죠. 그런데 현실에서 그렇게 임금을 주면 자본가 입장에서는 이윤이 나지 않아요. 이윤이 나지 않으면 회사를 운영할 이유가 없겠죠. 이런 조건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없습니다. 요컨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착취가 필수라는 의미입니다. (103) 






자본주의의 작동을 위해서는착취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이윤은 노동자의노동 아니라노동력 대해서’ ‘임금 제공함으로써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여성의 노동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산, 육아, 감정을 동반한 각종 돌봄 노동과 정리정돈, 청소, 빨래, 장보기, 식사준비, 설거지 등의 가사 노동을 포함하여 여성의 모든 노동은 비가시적이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이러한 노동에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는 여성이 자신의가족 아닌 타인을 위해 이런 일을 수행했을 때이다



1인의 노동자 혹은 미래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돌아와 다음 노동 현장에서 건실한 노동자로 제대로작동하기 위해서는 일터를 떠나 가정으로 돌아왔을 육체적, 정신적인 위안과 충전, 휴식이 필요하다.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기 위한 노동의 수행이 여성의본성으로 다뤄지고, 자연적인 여성의성역할 이해될 , 그것이 노동이 아닌희생사랑으로 불리워질 , 여성의 이중노동은보이지 않는다’. 존재함에도 보이지 않는다. ‘했을 아니라하지 않았을 표시가 나는 집안일은 모두 그런 일들이다. 



평생 소원 중의 하나가 책에 줄을 반듯하게 긋는 거라는 , 비연님은 알고 있다. 

반듯하게 긋고 싶다. 반듯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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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2-12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만하면 완전 반듯하게 긋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독서대! 저도 독서대에 놓고 글을 읽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기는 오후입니다. 오늘은 무지개색연필과 독서대에 대한 욕구 불끈 하는... 아 전 락방님처럼 단호하지 못하여 막 망설이고 있구요. 으흐흑.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그 어렵다는 자본론을 어찌 이리 쉽게 썼을까 임승수님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던 책이었죠. 이 모든 학문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며. <캘리번과 마녀> 읽어야겠어요. 읽을 책이 넘 많은데.. 전 회사에 있고. 싫습니다 싫어요!

단발머리 2019-02-12 13:14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요~~~~ 만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줄이 그냥 마구 휘어져 있는 것 안 보이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엄청 잘 그은 면으로다가 딱 골라서 사진 찍었습니다.

독서대가 은근 편하죠. 저도 알게 된게 얼마 안 되었는데 책 읽으며 두 손으로 뭔가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예를 들면 먹는다던가 아님 마신다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임승수 작가 좋아합니다. 쉽게 설명 잘 하는 사람이 실력 있는 사람이죠.
<캘리번과 마녀> 같이 읽으신다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얼른 오세요!!

syo 2019-02-1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어..... 하나 둘 올라오는구나..... 꿀꺽😣

단발머리 2019-02-12 13:24   좋아요 0 | URL
넘버 3를 맡아주세요........꿀꺽 🤣

다락방 2019-02-12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 올라왔어, 올라왔어, 멋진 글이 올라왔다!!

이런 글이 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밑줄 긋는 거 보면 다들 놀라시겠네요. 저는 줄이란 삐뚤빼뚤한 것....하며 마구 그어서 글자 위로 겹쳤다가 밑으로갔다가 난리난리 생난리인데 말입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전 뭐든 반듯한 걸 안좋아라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같이 읽는 거 너무 좋고, 비연님도 같이 읽겠다는 뜻으로 제가 받아들이겠습니다! 꺅 >.< 만세!!

단발머리 2019-02-12 13: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꺅! 을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읽어야겠군요.

저는 반듯한 줄을 엄청나게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제 줄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 다락방님 말처럼 글자를 아예 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공부에 좋은 성과를 못 내는 친구들이 원래 필기에 목숨을 걸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런 1인입니다. 줄 치는데 아주..... 집착이 아주.......
나중에 비연님 줄 친 책 올라오면 함 보세요. 완전 예술입니다.

그나저나 비연님, 축하드립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블랙겟타 2019-02-12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도 슬슬 시동을 거시는 군요. ㅠ
저도 곧 따라갈께요!!

맞아요. 1차적으로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착취가 필수적이죠. 그런데다가 가사노동은 애초에 노동이라고 보질 않아서 무상노동 취급받았죠.
가사노동을 무상으로 쓰는 것은 자본주의 하의 일반적인 남성노동자계층이 속한 가족이 잘 굴러가기 위한 필수 요소였죠.

단발머리 2019-02-12 14:15   좋아요 1 | URL
재생산을 포함한 여성의 노동은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으니까요.
쌀을 가져오면 그게 저절로 밥이 되려니 하는 생각을..... 밥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하더라구요.
오늘의 무상노동을 시작할 시간이 벌써 되었네요. ㅠㅠ

블랙겟타님 글 기다릴께요^^

에이바 2019-02-12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책에다 밑줄 긋기를 열심히 했었는데요... 반듯하게 안 긋고 그냥 연필로 죽죽 그었더니 나중에는 뭐가 중요한 구절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정신없어서 그만두었더랬어요. 카뮈 책이었습니다.... 밑줄 긋기 잘 하시는 분들 보면 부러워요 ㅎㅎ 깨끗하구 예쁘구 ㅋㅋ

단발머리 2019-02-12 15:36   좋아요 0 | URL
어머!!!!!!! (버선발, 버선발!!!) 어머, 어머, 에이바님!
너무 반가워요. 잘 지내셨어요? 진짜 잘 지내셨어요? 저는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조금 늦었지만 에이바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 카뮈책에는 줄을 그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위축되어서는.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고 그랬죠.
저는 하도 삐뚤뺴뚤이라 가끔 빈 연습장에 연습도 한답니다. 반듯하게 그을 때까지 줄긋기는 계속된다! 하면서요!!
자주 오시면 안 되나요? 에이바님 글도 읽고 싶고 그래요. ㅠㅠ

다락방 2019-02-12 15:45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에이바님 반가움에 와락 끌어안았는데, 여기서도 격한 환영인사가 있네요!! >.<

에이바 2019-02-12 15:50   좋아요 0 | URL
가끔 서재 들어와서 몰래 보고 가니까 저는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이 잘 지내고 계신 걸 알고 있었죠! ㅋㅋㅋㅋ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데 단발머리님 밑줄 느낌 있어요 진짜 ㅋㅋ

자주 오겠습니다... 근데 요즘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진짜 조금 고민이네요. 쓸 수 있는 글이 없어요!

단발머리 2019-02-12 15:52   좋아요 1 | URL
제가 아까 버선발로 뛰어나가느라 와락을 깜빡했어요. 에이바님, 와락!!!
근데 에이바님~~ 다락방님이랑 저랑 잘 지내는 것만 아시면 어떡해요~~
저희는 에이바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지... 항상 그렇게 궁금한데 말이지요.....

저는 앞으로 글을 쓰게 되면 제목은 항상 이렇게 할까 봐요.

단발머리의 밑줄 느낌.

넘 맘에 들어요. 단발머리의 밑줄 느낌.

공쟝쟝 2019-02-1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가시적 노동.
요즘 프리랜서 하면서 확실히 느껴요.
나는 밥을 해먹기 싫어서 일터를 전전긍긍하며 다녔구나. 그나 저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재미지죠?캘리번과 마녀도 넘나 흥미 ㅠㅠ (하지만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못넘어가고 있어여...)

단발머리 2019-02-13 17:34   좋아요 0 | URL
밥을 먹는다는 건... 먹인다는 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분명한것 같아요. 여자들은 계속 그 일을, 내 일이라 생각하며 평생을 산다는게... 신기하죠. 사실....

얼른 힘내고 캘리번 동네로 넘어오세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가 읽기 힘들기는 해요ㅠㅠ

공쟝쟝 2019-02-12 21: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사랑과 돌봄의 노동. 무엇보다 엄마를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왈칵 할 정도. 그저 “임금”이 없었기에 무가치한 것 처럼 여겨져온 것이 놀라고 화나요.
저 캘리번과 마녀 초반만 읽고도 흐음! 했는 데 놀라운 것은 70년대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도입하라는 여성주의적 요구와 함께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도 탄력을 받았더라구요. 얼렁 더 읽어야 하눈데 ㅋㅋㅋ 아 욕심만큼 읽고써지지가 않아요!
단발머리님 홧팅홧팅!

단발머리 2019-02-13 17:33   좋아요 0 | URL
엄마,에 대한 우리의 미안함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죠.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받았던 것.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되네요. ㅠㅠ

<혁명의 영점>에서 가사부불노동에 대한 시위 이야기 언뜻 기억나네요. 당연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노동자 뿐 아니라 영유아, 노인에 대한 돌봄 역시 현재는 ‘노동‘이 아니니까요. 가정 안에서 이루어진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