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번과 마녀] 유럽의 마녀 사냥


 

예전에 <캘리번과 마녀>를 읽고 정리해 둔 페이퍼를 읽고 다시 쓴다.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0699912 : 유럽의 마녀사냥)

 

 















마녀사냥은 명백하게 정치적 기획이었다. 끈끈한 사회관계와 연대의 근간이 되었던 토지에서 사람들을 쫓아내는 시초축적 과정에서 여성은 가장 극렬하게 반항하는 무리였다. 더욱이 중세 시대에 미덕으로 간주되던 구빈활동의 축소로 이들에 대한 구제가 상당수 제한되자, 그들의 원성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들의 원망, 탄식, 욕설을 사람들은 체제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고, 불편한감정이 저주의 형태로 (실제적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사회 체제의 보호막 바깥에서 생활하는 여성, 특별히 나이 든 여성들은 그들에게 반체제 세력일 수밖에 없었다.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의 사형 이유 중 제일 주요한 것은 마녀 행위와 영아살해였다. 마녀 행위는 악마와의 성교를 의미하는데, 이는 마녀사냥이 여성에 대한 전쟁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육체에 대한 전쟁이었음을 보여준다. 마녀가 영아를 살해한다는 의심은 남자 의사의 분만실 출입을 가능하게 했는데, 이를 통해 분만 과정에서 산모와 산파들 간의 협동적인 작업이 중단되었고, 출산의 주체인 여성은 전문가인 남성에게 출산에 대한 제어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여성, 여성 집단, 여성의 육체에 대한 이러한 마녀사냥의 광풍 근저에 여성의 출산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한다고 보았다.  

 















[일단] 이것은 가정이다. 분명한 것은 인구감소에 집착하는 정치계급이 마녀사냥을 촉발했고, 인구 규모가 국부를 좌우한다는 확신이 이를 부채질했다는 점이다. (<캘리번과 마녀>, 270)  

 


 

현시대, 오늘의 대한민국과의 접점을 확인해 보자면, 인구 규모가 국부를 좌우한다는 생각은 인구 규모가 국력에 비례한다는 생각과 일치한다. 지배계급은 인구감소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들었을 경우 공동체의 미래가 얼마나 암울할 것인지를 설파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이라고 계산했을 때, 매해 6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나야만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저출산혹은 저출생이 그토록 심각한 문제라면, 그 근본 이유를 추적하는 데에 좀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출산율은 1%를 상회했다. 현재, 특히 대한민국의 출산율 0.78% (2023년 현재)는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45억 년 지구의 역사를 거슬러,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마저 거부하는 혹은 거부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한다. 정말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그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보다는 현 상태에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법한 사람들을 찾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좀 더 쉬운 상대를 찾는다. 영아 살해자.

 

 


수사의뢰 사유는 ▲베이비박스 등 유기 601(54.9%) ▲보호자 연락두절·방문거부 232(21.2%) ▲출생신고 전 입양 89(8.1%) ▲출생사실 부인 72(6.6%) ▲서류 제출 불가, 아동소재파악 불가 등 기타 101(9.2%)이다.

 

이에 경찰은 현재 814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 연관성 등을 수사 중이며, 종결한 건은 281명이다. 이 중 사망 아동의 보호자 7명에 대해서는 범죄와 연관돼 검찰에 송치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생존 확인 1025, 사망 249, 수사 중 814, 의료기관 오류 35명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2023. 07. 18)>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건의 수사 의뢰가 발생했고, 일부 출생 미신고 영아가 부모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끔찍한 사실이 드러났다. 출생 직후 아이들은 부모에 의해 살해되었다. ? 그들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을까. . , 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치들은 묻지 않는다. 살해에 가담한 여성 대부분이 기혼 여성으로, 이미 3명 혹은 4명의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사실을 따져 묻지 않는다. 피임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임신하고 출산한 이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부담이 어떤 것일지 묻지 않는다. 그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그들에게 마녀사냥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천륜을 저버린, 무뢰한들. 영아 살해자들, 마녀들.  

 

 


기존의 이상적 핵가족 이데올로기와 순수한 혈통을 중시하는 한민족 중심주의의 극복 없이는, 혼외 출생자와 다문화가정 출신 출생자에 대한 다방면의 지원 없이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출산 휴가, 육아 휴가 및 전폭적인 양육 지원 없이는, 소위 이 문제적인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복잡하고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해결책이 손에 익지 않을 때, 지배층은 쉬운 방법을 택한다. 그들은 다시 마녀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여성,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 아이를 낳고 영아살해 하는 여성. 마녀들에 대한 전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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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8-07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페데리치는 ‘이 글은 2009년에 작성되었지만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오늘 단발머리 님의 이 글을 보니 정말로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말하고 있음이 드러나네요.
왜 영아를 살해했는지, ’왜‘ 도 묻지 않지만, 살해된 아이들의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도 묻지 않죠. 비정한 엄마는 마녀지만, 아빠는 어디에 있죠?

단발머리 2023-08-08 07:19   좋아요 0 | URL
페데리치가 말한 현실이 우리의 현실이고 이 시대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도달하면 참....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저는 이 책 읽어나가면서 아프리카의 현실 읽는데 ‘이건 말도 안 돼‘ 이런 생각과 ‘아니 이런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이런 생각이 겹쳐지면서 참 안타깝더라구요.

살해된 아이들의 아버지는 거의 공범이더라구요. 알고 있었지만 방조하거나, 알고 있었지만 소극적 가담 ㅠㅠㅠ
마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눈에, 마녀는 엄마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