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k and Honey (Paperback)
Rupi Kaur / Andrews McMeel Pub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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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모는 지방에 사시는데, 4 2남의 둘째이시고, 슬하에 2 2남을 두셨다. 지금은 이모부께서 돌아가셔서 혼자 지내시는데 지난달에 엄마가 이모에게 소포를 보내실 보니, 전북 땡땡군 땡땡면, 다음에 바로 이모 이름을 쓰시는 거다. 엄마, 땡땡면 다음 주소를 써야죠, 세부 주소. 그렇게 쓰면 알아. 땡땡면 다음에 이름 쓰면 동네 사람들이 어느 집인지 아는 동네. 이모는 그런 동네에 사신다. 



언젠가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장성해서 결혼한 자녀들이 집에 찾아와 밥을 먹을 둘째 이모는 절대 같이 자리에 앉아 식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유인즉슨, 돌아가신 이모부께서 자식, 특히 사위와 함께 먹는 자리에서 그렇게나 이모에게 퉁을 주셨다고. 



when my mother opens her mouth 

to have a conversation at dinner 

my father shoves the word hush

between her lips and tells her to 

never speak with her mouth full

this is how the women in my family 

learned to live with their mouths closed

 






저자는 인도계 이민자로 캐나다에서 자랐다. 꾸밈 없는 솔직화법으로 사랑, 상실, 트라우마, 치유, 여성성, 이민, 혁명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첫번째 시집 『milk and honey』.  7 짜리의 짧은 시를 읽으며 식탁 앞의 어느 가정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둘째 이모가 생각났다. 




여자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간계는 얼마나 지구적인지. 여성의 소리, 목소리, 말소리, 고함치는 소리를 막기 위한 전술은 각 문화 사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감히 공통적이며, 그렇게 목소리를 빼앗긴 여성들은 오늘도 강요된 침묵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인어공주처럼. 

마치 모두 인어공주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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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대차한 책은 (걸어서 2분이어서 ) 어린이도서관에 모셔져 있다. 어제까지 대출가능하다고 했지만, 도서관 선생님들은 책을 바로 돌려보내시지 않는 분들이라 세수하고 모자만 눌러쓰고 도서관에 찾으러 간다. 



엮은이는 일본인 오노 가즈모토. 다방면에 걸쳐 취재 집필 활동을 하는 국제 저널리스트란다.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오노 : 인간 사회는 민주주의라는 제도 덕분에 어느 정도 안정을 얻었지만, 최근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23)  




하라리 : 민주주의는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정치 구조이지만 21세기에는 인류에게 닥친 난제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물론 과거에도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죠. … 그래도 생활 방식이나 사회 기본 구조가 30 후에 어떻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측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세 일본에서는 30 후에 누가 천황이 될지, 몽골이 언제 침공할지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30년이 지나도 천황제를 기반으로 무사 중심의 남성 사회가 이어지고 평균수명은 40~50세일 것이라는 계산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0 후에 사회가 어떻게 될지 아예 모릅니다. 미래 고용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고요. 발달한 인공지능이나 지능형 로봇이 등장하면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 직업은 30 내로 사라진다는데, 어떤 종류의 직업이 사라질지 전문가들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20세기 정치의 장에서는 자유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여러 정치체제가 각각의 이상을 앞세워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든 보수든, 또는 민주주의든 권위주의든 간에 30, 40 인류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사람이 명도 없습니다. (24-27) 




유발 하라리가 말하기를, 30, 40 인류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사람이 명도 없단다. 교육평론가 이범은영수 있어서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길 없을 거라 말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우리 모두는 예측할 없는 미래를 살아가게 것이다. 30 이후는 그런대로 괜찮을 같은데, 지금 10대들의 미래는, 그들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저녁 8시 50분. 게임 시간 10분 전. <단원 2. 정수와 유리수> ‘곱셈과 나눗셈의 혼합 계산’ 20문제만 풀어보라는 엄마의 성화에, 자리에 앉아 몸을 꽈배기처럼 배배 꼬다가는, BTS <작은 것들을 위한 > 슈가 파트에서 폭발하는 아이를. 저 귀여운 아이를, 그냥 내둘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초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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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9-04-2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우리 큰애 어제는, 베그 대회에 나가보겠다길래 속으로 쟤가 미쳤나 싶었어요. 내년에 나가보겠다고 정정하네요.. 만14세부터 참가할 수 있다나봐요... ㅎㅎ 작은것들을 위한 시 랩 부분 흥폭발 ㅋㅋㅋㅋ
저도 우리 아이들 또래의 아이들의 미래가 너무 궁금해요... ;;

단발머리 2019-04-24 23:58   좋아요 0 | URL
배그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나이가 만 14세군요. 저희도 곧 출전 준비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아롱이의 흥은 이 작은 아파트를 흔들고도 남아서, 제가 진지하게 춤까지 추는 것을 권해보았습니다.
노래만 따라하지 말고, 춤도 춰봐. 춤도~~~
아롱이가 그러더라구요. 아이구.... 춤은 어려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아이들의 아이들의 미래도 궁금해서, 우리 오래 살아야할 듯 해요. 우리 오래오래 살아요, icaru님^^

syo 2019-04-24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곱셈과 나눗셈의 혼합계산‘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런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애들이 몸을 배배 꼬지 않고 두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던 젊은 날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이해도 향상을 위하여 표준어까지 연마한 성실한 과외선생이었는데요, 제가......

단발머리 2019-04-24 14:51   좋아요 0 | URL
엄청 훌륭하시네요, 우리 syo 선생님^^
잘 가르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표준어도 연마하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성실하고 훌륭한 선생님이셨어요. 그 아이들은 모두 무럭무럭 자라 이 나라의 귀한 아들딸이 되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의 수고는 헛되지 않았으니,
그대는 성실한 과외 선생님, syo샘이어라!!!

다락방 2019-04-24 15:05   좋아요 0 | URL
아아......운이 작용했다면 제 수학 과외선생님이 되셨을 수도 있었는데요, 쇼님..... 슬픔의 새드니스........

단발머리 2019-04-24 23:59   좋아요 0 | URL
그럼~~~ 책 두 권의 저자이며 혼합계산에도 능숙한 이 작가님 되시는건데요~아쉽군요.... ^^

syo 2019-04-24 15:13   좋아요 0 | URL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선생의 성실‘이 아니라 ‘학생의 성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참 들쑥달쑥한 선생이었지요.....

과연 다락학생은 어떤 학생이 되었을까요, 몹시 궁금하다.....

다락방 2019-04-24 15:14   좋아요 0 | URL
서로 좋은 이미지로 남기 위해서는 선생과 제자로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을것 같습니다.....우린 잘하고 있는거예요.........

syo 2019-04-24 15:16   좋아요 0 | URL
그거야말로 슬픔의 새드니스.....

단발머리 2019-04-24 15:25   좋아요 0 | URL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선생님과 syo학생 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경우 syo 학생 성적은 BTS 빌보드 순위처럼 나오는거 아닙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세계 1위^^

다락방 2019-04-24 15:26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럴 경우 선생이 통 뭐 잘하는 게 없어서요....(시무룩) 게다가 쇼님은 더이상 배울 게 없는 학생일 것입니다.....

syo 2019-04-24 15:30   좋아요 0 | URL
다락쌤께 배울 게 왜 없습니까. 엄청난 공감능력과 그걸 다 너끈히 표현해내는 드립능력과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의 뒤에서 동력으로 작용하는 분노능력과...... 많다 먾아. 저게 다 분노의포도알갱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다락방 2019-04-24 15:36   좋아요 0 | URL
흑흑 다정한 사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19-04-24 15:36   좋아요 0 | URL
얼른 스승님!! 이라 부르시고 이제 본격적으로 학문에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syo님은 이작가님의 가르침에 따라 분노의 포도알갱이로 거듭나고, 알라딘 이웃들은 그의 폭풍같은 성장에 놀라는 사이~~~

다락방 2019-04-24 15: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4-24 23:59   좋아요 0 | URL
이작가의 섬세한 가르침과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syo님은 드디어 책 출간을 하게 되고.. 복숭아빛 추억과 촉촉한 봄비의 감성, 마르크스의 냉철함과 헤겔의 정확성을 겸비한 그의 책은 불티나게 팔려 syo님은 단번에 <알라딘 명예의 전당>에 올라 로쟈, 다락방, 서민 교수, 프레이야님 등등 기라성 같은 알라딘 출신 작가들과 어깨를 겨루게 된다.
지난날을 돌아보던 syo님.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준 이작가님과 터무니없는 질문으로 오히려 학구열을 불태우게 만들어주던 단발머리 외, 알라딘 식구들에게 보은을 하기에 이르는데.....

다락방 2019-04-24 16:26   좋아요 0 | URL
보은은 소고기로 하는 게 좋습니다.

단발머리 2019-04-24 16:34   좋아요 0 | URL
적절하고 온당한 제안입니다^^

비연 2019-04-24 20:49   좋아요 0 | URL
느무나 훈훈한 대화의 릴레이에... 감동하여...
무엇보다 소고기에 심쿵하여... 살며시 제 숟가락도 놓아보려고 끼어든.. 비연. 우히힛.

단발머리 2019-04-24 20:53   좋아요 1 | URL
보은은 알라딘 이웃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syo님을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비연님도 당연히 대상자되시겠습니다!
syo님 소고기 보은 행사!
곧 마감됩니다! 모두 서두르세요!!

비연 2019-04-24 20:55   좋아요 0 | URL
syo님, 쏴랑해요~

syo 2019-04-24 21:04   좋아요 2 | URL
만약 정말로 제 책이 나오는 미친 기적이 일어난다면, 계약금의 5할을 소고기에 뚜셔넣겠습니다!!

단발머리 2019-04-24 21:08   좋아요 0 | URL
syo님~~ 싸랑해요2!!!

다락방 2019-04-24 23:04   좋아요 0 | URL
한 사람이 먹을 소고기양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여기서 마감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4-24 23:15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꼭 한우 아니어도 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4-24 23:16   좋아요 0 | URL
한우, 마감! 양질의 고기를 배불리 먹읍시다! (단호)

syo 2019-04-24 23:18   좋아요 0 | URL
다들 심지도 않은 복숭아 나무에 복숭아통조림이 열리기를 바라고 계시는군요..... 그럼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거죠. 즐기자구요. ㅎㅎㅎㅎ

비연 2019-04-24 23:21   좋아요 0 | URL
먼저 축배를 드는 건 어떨까요. 선 소고기 후 책 출간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4-24 23:22   좋아요 0 | URL
비연님 설마.........천재???? 😱

비연 2019-04-24 23:23   좋아요 0 | URL
움으홧홧!!!!!!!!

syo 2019-04-24 23:28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한강물을 돈 받고 팔 분들이시네......😣

단발머리 2019-04-24 23:29   좋아요 0 | URL
음료는 뭘로 하시겠어요? 미리 주문 받아놓을께요. 와인, 소주, 맥주, 콜라 중에서요. 저는 으흠........
마운틴 듀요. 그거도 돼죠, syo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4-24 23:31   좋아요 0 | URL
아예 한강물로 하시죠?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4-24 23:33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한강수에 얼음 듬뿍!
그걸로 주세요. 고기는 아까 이야기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꿈에 나왔으면 좋겠네요. 소고기랑 한강수랑 다락방님이랑 비연님이랑 syo님이랑 에.... 또 ~~~~~

syo 2019-04-24 23:35   좋아요 0 | URL
불지옥에서 돌아오신 마르크스 선생님의 축사랑 방탄소년단의 축하공연이랑.

단발머리 2019-04-24 23:44   좋아요 1 | URL
초대가수가 딱 제 스타일이네요.
신곡 2곡 다 불러주기에요.

박정현도 부릅니다. “꿈에”

이건
꿈인줄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 않고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면~~~
 
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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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에서 지글러의 제일 중요한 질문으로, 나는 아래의 문단을 꼽는다.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있으며, 고문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째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까? 페르남부쿠의 혼혈인 카보클루는? 염산에 의해서 얼굴이 일그러진 치타공의 벵갈 여인은? (330) 




배고픔과 전쟁의 위협, 그리고 강간의 공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 남자. 백인 남자로 태어났다는 .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우리는 선택할 없다. 부모를 선택할 없고, 성별을 선택할 없고, 조국을 선택할 없다. 태어나보니 우리 엄마가 엄마이고, 여자( 분류된 사람)이고, 그리고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으로 인해 삶의 상당한 부분이 규정되고 제한되며 일면 보호받는다. 




『여자 전쟁』 영국 BBC 언론인 명이며, 인권과 여성 문제를 끈질기고 집요하게 파헤친 로이드 로버츠가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취재 내용과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제목이여자 전쟁』일까. The War on Women. 세상이여성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실질적인 장소가여성’, 바로여성의 이기 때문이다. 



여아 살해, 여성 할례, 여성 감옥, 광장에서의 성폭력, 인신매매, 조혼, 강제결혼, 명예살인, 강간, 강간 그리고 강간. 여성에 대한 갖은 괴롭힘과 학대, 불합리한 처우는 여성이여성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며, 그에 따르는 과정과 절차 결과가 합리화된다.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이 어떠해야 함은 언제, 어디서, 누가 결정하는가. 




“ … 나는 다섯을 두었는데 아이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는 없어요. 여자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합니다. 나이 남자들은 대부분 어린 여자아이들을 좋아하고, 걔들은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게 전통입니다.” 그는 딸들을 나무라듯 바라봤는데 나는 마넴마가 과연 얼마나 재혼을 거부하며 버틸 있을지 걱정스러워졌다. 


그가 설명하기 위해전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 인류는 세계화되고, 훨씬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분명히 풍부한 지식을 갖추었는데도 시대에 뒤처지고 이해할 없는 전통을 경외하는 마음을, 이성을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전통이라는 아우라는 여성혐오를 감추고 심지어 범죄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되는가? (285) 





여성 할례를 시행하는전통적이유는 부정한 성관계를 즐기는 여성의 음탕한 성향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18세기, 사우디 왕조의 시조인 무하마드 이븐 사우드와 성직자 무하마드 이브압둘 와하브가 협약한 와하브주의에 의거, 여성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상태로 영원히 성숙한 인간이 없는 존재로 취급된다. 여성은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병원 치료를 받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교육기관에 입학하거나 여행을 때도 밖에서 보내는 순간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116). 



파키스탄에서는 딸이 약혼자 아닌 다른 남자아이와 말을 했다는 이유로 딸을 죽여도, 살인자는 처벌 받지 않는다. 살인자와 희생자가 아버지와 딸이라면, 가족은 자동적으로 살인자를 용서하고 사건은명예살인으로 명명된다. 필요에 따른 살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255). 가족이 준비해둔 신랑감을 거부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던 여성은 오빠의 손에 졸려 죽는다.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이고 가족의 명예는 어디까지나 여성의 순결에 의해 결정된다. 순결을 잃은 여성은 생명도 빼앗긴다(266). 터키의 열일곱살 소녀 데리야는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랑 고백을 받게 되자, 부모는 똑같은 기술을 이용해 그녀에게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너는 우리 가문에 먹칠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너를 죽일 거야.” (275)   




여성 착취와 학대의 근간은 여성의이다. 여성성은 불결하며, 여성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여성은 성적인 유혹이 가능하기에 악마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정확히 " 반대로여성은 순결해야 하며, 처녀성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고, 이를 잃어버렸을 , 빼앗겼을 때는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 여성의 순결은 집안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이를 회복하는 방법은 죽음, 여성의 죽음 뿐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다섯 여자아이의 성기를 소독되지 않는 불결한 가위로 훼손하는 잔인한 행동의 근거이며,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열다섯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섯 살에 결혼() 두살에 임신()하고, 이십 초반에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을 집에서 쫓아낸다. 



The War on Women. 전쟁은 여성의 위에서 일어난다. 여성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착취당하고 학대받으며 유린당한다. 모든 잔혹한 행위는전통이라는 이름아래에 이루어지며, 이러한 전통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생각이다. 



여성의 성은 불결하며, 동시에 여성은 순결해야 된다는 생각. 그런 생각, 그런 생각들의 .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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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글로 정리를 참 잘해주셨네요, 단발머리님.

잔인하고 힘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에도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에 계속되는 강간 얘기에 진짜 심호흡이 필요하더라고요.

자,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입시다. 그리고 계속 함께해요!

단발머리 2019-04-24 12:40   좋아요 0 | URL
전쟁에서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작전의 일환으로 ‘강간‘이 이용되는 현장을 읽는게 특히 힘들었어요.
좋아서, 혹은 원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어서, 여성에 대한 범죄를 주저없이 저지르는 그 혹독함에 참... 마음이 그러더라구요.
전쟁을 누가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이고, 같이 읽어가요!!

비연 2019-04-2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 정말 열심히 읽어나가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합류하지 못하고 좇아가기 바쁜 저로서는..;;
그래도 올려주시는 책들 하나하나 보관함 넣고 구매도 하면서 열심히 좇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정말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외면할 수는 없는 일들이지요.

단발머리 2019-04-24 13:03   좋아요 0 | URL
보기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항상 비연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책 이름을 기억하고, 책을 보관함에 넣고, 구매하는 일. 특히 구매하는 일!
이런 암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환기시키는 책이 ‘팔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통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비연님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우리도 ‘열녀문‘을 세웠던 나라잖아요.
얼른 열녀로 등록되어야 열녀문 세워진다고 여성들의 자살을 종용했던 나라이기도 하구요 ㅠㅠ

수이 2019-04-2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모두 다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9-04-27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여자 전쟁> 밖에 못 읽었어요. 페미니즘 책 읽을 때는 좀 심호흡이 필요해서 ㅠㅠ
사진 이뻐요^^ 이쁜 수연님~~~
 



 속의 글자가  개로 보이거나 3D 입체로 보이는게 타미플루 때문인지 아닌지 끝까지 알아 내지  했다감기약만 먹을 때는 감기약 때문이라고 생각했고타미플루를 먹을 때는 타미플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감기약과 타미플루를 먹지 않는데도 글자가  개로 보였다피곤하면 글자가  개로 보이던가그랬던가생각해봤다뿌연 글자와 글자를 헤치며 책을 읽다가이러면  눈이 나빠질지도 몰라하면서 책을 덮었다매일 아이가 학교에 가고매주 내가 있던 공간에   있는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다, 말하기에는 너무 아팠다아이는   아프고어른은 늙을  아프다던데철이   어른은 어떻게 정산되는지… 그게 궁금하다아픈 시간 동안나는 컸을까 아니면 늙었을까 



















1. 한나 아렌트, 번의 탈출/마틸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책은 수연님이 올려준 페이퍼를 보고 읽고 싶었던 책이다. 바로 사진






14살이 무렵, 칸트의 저서를 전부 섭렵하고, 답을 모르겠기에 칸트가 읽은 책들까지 모조리 읽어버렸다는 14살의 한나, 『마틸다』  마틸다와 비슷한 모습의 한나. 책더미 한나의 모습이 보인다. 한나 아렌트라면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제목 밖에 모르지만, 그래픽노블을 통해서라면 그녀를 있게 되리라 기대가 컸다. 그녀의 사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이데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책에 적힌 것만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린 나이의 천재 소녀가 스승이자 연인을 향해 느꼈을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자꾸 떠올라 괴로웠다. 마음에 그늘이 졌다,라는 문장 그대로다. 





















2. 잘돼가? 무엇이든


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영화 관련 직업, 중에서도 영화 감독은 경쟁이 치열한 직업군이다. 혼자 있는 일이 아니라서 거대 자본이 필요하고, 거대 자본은 흥행을 보증하는 작품에만 투자할 것이고, 흥행의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토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미스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의 글을 모은 책인데, 영화 제목은 들어본 있지만 보지 않은 영화들이고, 크게 흥행하지는 했지만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화들인가 보다. 초반부에 백인 포비아의 그녀가 벽안의 남편과 만나게 이야기도 그렇고, 아래의 메모에서도 감지되는, 힘을 뺀 그녀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3. 단단한 영어 공부,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한국인과 영어   


책을 읽고는 적잖이 실망했는데, 실망의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니 저자 때문은 아니다. 저자는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영어’, ‘즐겁고 신나며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공부로서 영어를 대하는 자세 대해 말하고자 했던 같다. 내가 기대했던 뭐랄까. 책을 읽고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야겠다 결심을 이끌어 주길 기대했던 같다. 영어공부의 새로운 동력, 영어공부의 색다른 동기부여. 응용언어학자가 들려주는영어, 쉽게 마스터하는 ’, 그런 것들을 바랬던 같다. ‘진짜 네이티브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미국식 백인 발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거나완벽한 바이링궐은 신화적 존재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그랬다. 실망의 첫번째 이유는 저자의순수한주장이 내게는 너무당연한이야기였다는 데서 비롯됐다. 


<Chapter 5. 어휘학습의 원칙들> 같은 경우도 그랬다. 단어를 외울 짝꿍단어와 함께 외우라거나, 기본의미와 확장의미를 함께 고려하라, 주장들은 모두 옳은 이야기이고, 맞는 말씀들이다. 문제는 영어라는 크고도 산을정복내지마스터해야만 하는 시간은 너무나 부족하고, 저자가 추천한 방법이 영어를 익히는데 좋은 방법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가능한방법이냐고 물을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강준만 교수는한국인과 영어』에서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이미내부 서열 확정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말했다. 이런 인식에 찬성한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밖에 없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함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 영어공부는 땅에 사는 우리 모두가 피해갈 없는 필생의 과업이기에, ‘피할 없으면 즐겨라 대상이 없다.  

















4. 성부와 성자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나는, 내가 읽는 책들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해할 때도 있겠지만,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고, 잘못 이해할 때가 많을 거라는 생각도 자주한다. 이를 테면, 책의 이런 문장. 나는 문장들을 있는 그대로, 문장의 의미대로, 저자의 의도대로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단을 넘자마자 곧바로 고민하게 된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걸까, 나는 저자의 의도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나는 고병권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고병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의 소개로 만나기로 약속한 마르크스를, 마르크스를 만날 있을까. 어째서 문단은 계속 의문문일까. 마지막 문장까지 의문문이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왜일까. 




그러니까자본가인격화된 자본입니다. [, 199; ,233] ‘자본가자본 연기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의 탈을 자본입니다. 그러니까 <자본>에서 자본가의 주관적 목적은 자본 운동의 객관적 내용과 같습니다. 너무 어렵게 말했나요. 어떤 자본가가 많은 돈을 벌려고 눈에 불을 켜는 것을 <자본>에서는 사람의 독특한 성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본의 끊임없는 가치증식 운동이 그를 통해 표현된 것뿐이죠. 마르크스의 표현을 쓰자면 자본가란 자본 운동의의식적 담지자입니다. [, 199; , 233] (62쪽) 







며칠을 앓으며 여러가지를 느꼈다. 거의 7-8년을 감기몸살 등으로 이틀 이상 앓아 누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7-8 동안 먹을 감기약을 원없이 먹고 마셨다. 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기침이 나고 가래가 끓고 머리가 아프니 세상 가장 우울한 사람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의 침공에 쉽게 마음까지 내주고 말았다.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제일 두려운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 몸이 아플 우울해진다는 , 처음 배운 것처럼 다시 알게 됐다. 스스로에 대해, 몸에 대해 너무 자신하고 살았다는 그제야 알았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겠다,라는 건설적인 결심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야 조금 제정신으로 돌아와 알라딘에 올릴 문장을 글자, 글자 타이핑하면서 다짐 아닌 다짐을 조그맣게 속삭여 본다. 살금살금 조심하자. 조심하면서 살자. 살금살금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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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4-24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제는 괜찮으신거죠? ㅠ
건강해야지 책도 열심히 읽고 이렇게 책에 대해서 대화도 나누고...
(응? 결론이 책으로..? )
자기 몸에 대해 자만하지 말고
조심하면서 살자! 저도 명심할께요 ^^
살금살금...( ~´・_・`)~

단발머리 2019-04-24 06:25   좋아요 1 | URL
네... 이제 나았어요. 아직 약은 이틀치나 남아있지만요. 건강해야 책도 읽고 책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 책 때문에라도 건강해야지요~~~*^^*
그나저나 블랙겟타님은 모든 인간사가 이모티콘으로 가능하네요~ 완전 신기해요ㅎㅎ

다락방 2019-04-24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이미 ‘내부 서열’을 확정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 이 말은 저 역시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요즘 유튜브에 외국에서 살다온 이들이 한국인에게 영어로 말을 거는 영상이 올라온다더라고요. 서울대생들에게 영어로 말걸기,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로 말걸기. 대체 이런 걸 왜 하는걸까, 이런 거 하면서 ‘서울대 다니는데 영어 실력이 이만큼이다‘ 같은 거, 왜 보여주려고 할까요? 자기들이 살다 와서 영어 잘하는 게 큰 권력으로 그들에게 작동하는구나 싶으면서 너무 끔찍해졌어요. 대체 저런 영상을 왜 찍고 왜 올리지? 한국에서 한국인이 다른 한국인에게 영어로 말걸기? 하아-


저 역시 감기에 걸린 적도 없다고 자신하며 살았다가 이번에 계속 아프면서 겸손을 배워요, 단발머리님. 운동을 하고 좋은 걸 챙겨먹는 건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다고 안아픈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렇게나 아픔이 찾아오는 걸 보면, 저도 늙어가는가 봅니다. 저 역시 대단한 결심은 하지 못하겠고, 과식하지 말자, 내 몸이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음식을 덜 먹자, 라고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살살 살아요, 단발머리님. 살살. 살살 살면서 건강을 잘 지켜내며 계속 같이 읽고 쓰고 이야기 나눠야지요!
저도 타미 플루 먹으면서 너무 의욕이 없어서 미칠 것 같았는데, 다 먹고 나서도 한동안 미치겠더라고요. 단발머리님, 지치지 마요. 어쩔 수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다시 올라옵시다.

단발머리 2019-04-24 10:15   좋아요 0 | URL
강준만 교수는 <한국인과 영어>에서 ˝영어 광풍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영어를 자기 삶에 어느 위치로 놓을 것인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영어라는 태풍이 우리 삶에 몰아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자구요. 언어 생태계에서 영어가 미치는 영향 또한 그러하고, 인터넷 세상으로 그런 일이 더 확산되는 것도요. 우리 나라, 우리말, 우리 글만의 문제도 아니니까요. 저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라서, 당장 쓸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영어에 휘둘리니 조금 씁쓸하기는 합니다.


어제 아파서 먹지 못 했던 커피를 열흘 만에 마시는데 순간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만큼 먹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또 소심한 결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과 함께 살살 살면서 건강을 잘 지키고 그리고 계속 같이 읽고, 또 쓰고 싶어요.
저는 살살하고요, 다락방님은 최근 근황처럼 하루에 페이퍼를 두 개씩 써줬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안하지만 진심입니다^^

icaru 2019-04-2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이 씨, 어떡하지 ㅎㅎㅎㅎㅎ
박완서 작가님은 원체 작가의 경험을 강조하셨던 분이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요 뭐라 하셨더라... 30,40살 이전에 나이의 작가들 소설은 안 읽는다고 하셨던가 ... 미숙하다고 하셨던가 ㅎㅎㅎ

단발머리 2019-04-24 16:47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완서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셨다면 완전 인정!!!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19-04-2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프셨군요. 요즘 왜 이렇게 아픈 분들이 많은지...... 어떤 이들에겐 BTS가 만병통치약이라던데, 단발님도 가호를 받고 얼른 완쾌하시길.

2. 한나 아렌트의 유년과 로자 룩셈부르크의 유년이 어쩐지 비슷한 것 같아요. 룩셈부르크도 애기애기할 때부터 이미 어마어마한 책들 다 읽고 15에는 당 활동을 시작했었던 것 같은데.

3. <잘 돼가? 무엇이든>의 저 대목은 저도 옮겨 놓았는데요 ㅎㅎㅎ 역시 단발님과는 보는 눈이 비슷하다니까.

4. 고병권 선생님의 저 대목에 대한 단발님의 말씀이 더 아리송합니다. ‘의도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4-1. 마르크스의 저 대목을 보고 급진 혁명을 생각하는 사람은 이렇게 읽을 수 있겠습니다. ˝어차피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상 개개의 자본가를 물리쳐봐야 그 자리에 또다른 인간이 등장해 자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뿐이다. 결국 우리는 자본가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타파해야 한다.˝

4-2. 반면 자본주의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구조 자체의 작동방식에 예민한 사람은 이렇게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자본주의건 다른 무엇이건, 어떤 구조가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시켜 나가는 가장 용이한 방법은 특정 계층에게 이득을 주어 자신에게 봉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먼저 분할한 다음, 그 중 일부에게만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받은 것을 지키기 위해, 받지 못한 이들을 알아서 억압할 것이다. 이런 식의 분할 점령 방식과 그 변형이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방법에 어떻게 대항할 것이며, 또한 나는 어떻게 그 방식을 응용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4-3. 그리고 개인의 윤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읽을지도 모르지요. ˝꼭 자본주의 뿐 아니라, 세상에 만연해 있는 여러가지 체제나 이데올로기들, 혹은 사상들은 그 자체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추종하는 자들의 자의식을 박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족주의 같은 담론 속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 담론을 받아들이고 그 담론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생각조차 담론이 심어놓은 함정일 뿐이다. 나도 마땅히 내가 믿고 있는 신념들의 자발적 노예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끝없이 검토해 보아야 한다.˝

4-4.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단발님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면,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그 물음표가 부끄러워 조용히 사라지지 않도록 끝까지 부여잡고 생각하고 계속 읽어나가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지 싶습니다.

5. 화이팅! 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4-25 00:09   좋아요 0 | URL
하트뿅뿅을 부르는 아름다운 댓글이에요. 북플로는 대답할 수 없는데 제가 지금 밖이에요.
제 친구들 영화가 오늘 개봉하는데 제목이... 어@@@라던가... 암튼 그래요.
이따 댓글달께요. 씨 유 순!!

단발머리 2019-04-25 00:49   좋아요 0 | URL
1. 맞아요, 만약 BTS의 컴백이 하루라도 늦었다면 집 앞 에스내과의 항생제 처방도 무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2. 전 로자 룩셈부르크의 유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요. 천재들은 다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
14세, 15세에 이미 획을 하나씩은 긋지요.

3. 맞습니다. 보는 눈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옮기는 단락도 똑같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4. 제가 저 대목을 보고 ‘이해했다‘라고 생각한 건, 이 문단에 맞는 한 사람을 기억해냈기 때문인데요. 친구의 친구가 모시는 사장님입니다. 가로수길에 건물 3채를 가지고 있는 천억 부자인데, 뒤가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시며 8,000원짜리 냉면을 자주 드신답니다. 직업과 취미가 같은데, 그게 바로 돈 모으는 일, 돈 불리는 일, 돈 늘리는 일 되겠습니다. 자본의 가치증식이 그 사람을 통해 구현되는 거죠. 더 돈이 필요하지 않지만, 더 많은 돈을 위해 움직이는 것. 그 일이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 그 사람 자체가 자본의 작동 원리가 되는 것 말입니다.

4-1. 저는 급진 혁명을 생각하는 사람인가봐요. 자본주의 자체를 혁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는 열외로 두고서요. 자본주의의 자기파괴적 행태 또는 성격은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기에 더욱 그에 대항하는 경제 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2. 이런 경우의 구체적인 예를 상상하기가 어려워요. 그걸 좀 제게 알려주시구요^^

4-3. 이 의견은 유발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했던 것과 일면 겹치는 것 같아요. 종교, 인권, 개인이라는 개념, 민족이라는 개념 등이 지금로서는 완벽하고 오류가 없어 보이지만 이런 담론 자체도 ‘발명‘되고 ‘조직‘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요.

4-4. 저는 저의 물음표를 걱정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많은 물음표와 함께 사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생각은 자주 해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한다던데요, 자신이 모르는게 세상 천지 많다는 걸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것 또한 궁금합니다.

4-5. 제가 궁금한게 하나 더 있는데요. 자본이 실제하거나 생명이 있는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단일한 하나의 힘으로 작동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 알고 싶어요. 예를 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붕괴나 중요한 식량자원이 되는 국제 옥수수가격의 폭등, 폭락 같은 경우, 각 개인 자본 소유주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자본들이 각 자본들의 합이라기보다는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갖게 되거든요. 질문하면서도 뭘 질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syo님은 제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 적절히 답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 화이팅! 파야!!!

syo 2019-04-26 13:18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마르크스가 쓴 똑같은 구절을 읽더라도 읽는 이에 따라서 중심적으로 캐치되는 생각거리가 다를 수 있으니 마르크스의 의도, 혹은 고병권 선생님의 의도에 맞게 구절을 해석했는지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4-1,2,3은 각각 그 구절을 보고 뻗쳐나갈 수 있을 몇 가지 생각들을 제가 상상해서 쓴 것이라, 그게 각각 어떤 예시로 구현되는지는 맥락상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4-2의 예를 좀 더 상상하자면 이런 것 같아요.

’자본주의‘라는 비물질적 실체가 있다고 가정을 하구요, 걔가 자신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 중 ’자본가‘라는 무한정 대체가능한 꼭두각시를 앞세우는 전술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상상해보는 거죠. 권력의 지배기술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며 그러다보니 가장 흔한 기술이 ’divide and rule’이잖아요. 피지배대상을 쪼개서 점령한다. 피지배대상을 둘로 나눈 다음 어느 한쪽에 권력의 부스러기를 던져주면 두 계층이 그 부스러기를 먹겠다고 서로 싸우게 되고, 그럼 권력은 손 안대고 코를 푸는. 이건 굉장히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쪼개 그들 사이의 분란을 만든달지, 성별, 연령, 지역집단, 하다못해 초고가 아파트를 지어놓고 거기에 들어온 이들에게 ‘이곳에 사는 당신들은 하이클래스입니다’라는 인식만 심어줘도 입주자들이 알아서 아파트 단지의 출입을 제한하고, 다른 곳에 사는 아이들이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스스로가 쟁취한(혹은 그랬다고 믿는) ‘권력의 부스러기’를 지키기 위해 비거주자를 배척하기 시작하잖아요. 그게 용인되고 가능해지면, 자본은 또 다른 초고가 주거지를 지어서 팔 수 있겠죠? 자본가라는 놈들을 만들어 놓으면 얘네가 알아서 노동자를 착취하여 자본주의를 팽팽 돌려줄 거니까요. 그러니까 요지는, 마르크스의 저 구절을 보고 이런 생각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특수성보다는 ‘권력’이라는 조금 더 넓은 카테고리가 작동하는 보편적 방식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거죠.

저는 경제학 쪽으로 소양이 전혀 없다시피 해서, 말씀하신 세계적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일반상식 이상의 뭔가를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적절한 대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지금 제가 아는 선에서는 이런 생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본주의라는 신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대사제들이 있을 거예요. 다국적 기업의 총수랄지, 국제 금융계의 큰손이랄지, IT플랫폼의 공룡이랄지 뭐 그런 존재들이요. 빨고 빨리는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어서 결국 잉여가치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장소랄까요. 그들은 자본주의의 가장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원리, 이익을 남기자-에 충실합니다. 이익을 남기기 위한 방식의 가장 큰 뼈대만을 결정하고, 상세한 계획은 아래 계층더러 세우라고 내리죠. 그럼 다음 계층은 대사제의 지시를 받아 조금 더 세밀한 계획을 세워 자기보다 더 아래계층으로 내려놓고요. 그런 식의 여러 계층을 거쳐서 맨 아랫쪽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내려왔을 때는, 어떤 계획들은 굉장히 복잡해져서 이해하기도 힘들고(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비롯한 각종 기괴한 파생상품), 어떤 계획들은 굉장히 직설적이기도 하고(각종 생필품이나 생산재들의 가격 폭등), 어떤 계획들은 자본주의의 음모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얼굴로 변장하여 나타나기도 하는(이를테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는다거나, 공수처를 저지한다거나) 거죠. 그러나 눈 밝은 사람들이 그 다양한 현상들을 거꾸로 추적해 꼭대기까지 올라가다보니, 마침내 대사제들의 신탁에 도달하게 된 것이죠. “남겨먹어라!”라는. 물론 대사제들 스스로조차 자신들의 신탁이 밑바닥에 도달했을 때 저런 모양이 될 거라고 100퍼센트 예측한 상태는 아닐 거구요. 결국 이런 것들이 모든 영역에 걸쳐 지배하는 ‘자본’이라는 단일한 힘이 존재하는 모양으로 관측되는 것이 아닐까 해요.

하나마나한 뻔한 이야기인가요.

단발머리 2019-04-27 21:17   좋아요 0 | URL
자세한 설명 감사해요. 우문현답의 정수네요!!!!

4-2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 저의 질문에 대해 답해 주신 부분도 너무 이해가 잘 되네요.
그냥 분노의 빨갱이가 아니었어요. 진정한 빨갱이이십니다.
앞으로도 모르는 거 나올 때마다 주저 없이 쇼님에게 물어보면 되겠다고, 불끈! 다짐해 봅니다.
얼마나 든든한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고마운 쇼님^^

icaru 2019-04-2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얼른 나으셔야졍~ 저는 감기가 들고나기를 반복하는 나날을 130여일째 보내고 있는데, 내가 아픈 것도 그렇지만... 생활이 거시기한게요 ㅠ ㅋ 다른 것 보다도 사람들이랑 밥먹으러 나갈 때가 제일 곤란해요~ 그렇다고 식사 자리를 뺄 수도 없고... 전골 소자 대자 이런 거 국자로 먹을 만큼 떠 나른다지만... 어쩐지.. 아픈다는 건 참 거시기 한 게.... .. 대인관계에 지장이.. ㅠㅠ;;

단발머리 2019-04-24 20:29   좋아요 0 | URL
아이고~~~ icaru님 많이 바쁘신가봐요. 그래도 (애정뿜뿜 잔소리를 한 말씀 드리자면) 감기 오래 두면 안 돼요. 우리 몸이 안 좋은 상태를 우리가 퉁쳐서 감기라고 하는 경향이 많잖아요. 기침이면 기침, 콧물이면 콧물... 정확하게 진단받아서 얼른 약 챙겨드시기 바래요~~~ 근데 130여일이면 3*4 =12, 넉달인데요~~~ 얼른 치료하세요~~~~ 얼른이요~~~~

전 젤 애로사항이 약 먹는 거요. 밥 챙겨먹고 독한 약 먹기에서 완전 뻗었어요.ㅠㅠ

목나무 2019-04-2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다락방님도 그렇고 단발머리님도 많이 아프셨군요.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무너진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지점을 지나면 작은 통증에도 덜컥 겁부터 나네요. 이게 나이드는 건가 싶기도 하고....T.T
환절기 건강 잘 챙기셔요. 아이들만 챙기지 마시고 단발머리님도 잘 챙기셔요.~ ^^

단발머리 2019-04-25 15:5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전 맘이 건강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몸과 상관없이, 몸이 없는 사람처럼이요.
실컷 아프고 나서야 제가 몸을 가진 사람이란걸 알았어요. 몸이 아프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걸, 이번에 새롭게 배웠습니다.
다정한 댓글 감사해요, 설해목님.
이젠, 절 제일 먼저 챙겨야할때가 온것 같아요. 제가 제일 약골이에요ㅠㅠ
 


















약속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음주의 일정 하나, 다음달의 일정 하나가 무척이나 법이어서 약속 없는 내게 ‘4 11 약속은 아주 중요한 일정이었다. 집에서 이루어지는 약속이어서 집을 쓸고 닦고 치워야 했는데, 시작이집도 치우고였다면 나중에는집을 치우는 우선 되어버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책을 펼치기는 했지만 집중해서 읽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의 일은 없는 것이어서 부담100배의 일이지만 아무튼 집을 쓸고 닦고 이모저모 소소한 것들을 준비하며 오늘 ‘4 11 그렇게나 기다렸는데, 어제 오후 늦게 예상치 일이 발생해 오늘의 약속은 무기한으로 연기되고 말았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집을 쓸고 닦고 치우며 바로 오늘을 기다려왔는데, 결국 마음 깊은 곳의 소원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자, 그간 나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오늘 느껴보려 했던 날아갈듯한 홀가분함과 자유의 느낌은 실망과 어이없음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내가 정말 원했던 , 깊은 곳에서 간절히 원했던 뭘까. 위와 아래, 앞과 , 오엑스가 뒤바뀐 이러한 상황은 결국 내가 진짜 원하는 무엇이 이루어진것은 아닐까. 나의 진심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렇다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버린 바로 지금, 나는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책읽기에 대한 도전은 다른 곳에서도 있었다. 올초에도 어김없이외국어 배우기혹은외국어 익히기올해의 결심으로 선택했는데, 돌고 돌아 다시 나의 도전 상대는 죽일 놈의 사랑영어 정해졌다. 근래에 읽은 영어 학습법 책에서 얻은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영어 학습법이었다. ‘하루에 시간씩꾸준히 하는 방법이 아니라, 일정기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방법. 집에 있는  『Grammer in Use』 호기롭게 펼치고 역시나 호기롭게 ‘10 읽기 도전했으나, …. . Chapter  5까지 15분의 읽기를 마친 , 나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으니, 세상 가장 힘든 공부법은 낭독임이 분명하다. 




쉬운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영화 100 듣기, 영화 100 읽기 방법을 변주해 20분짜리 프렌즈 에피소드 6 ‘100 읽기계획을 세웠다. 하루에 12시간씩 30, 그렇게 달여를 공부한 사람의 공부시간이 12 * 30 * 2 = 720시간이니까, 하루에 5시간씩 22, 그렇게 7개월을 소리내 따라 읽으면 5 * 22 * 7 = 770시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계획은 세워졌으나, 그러려면 하루에 프렌즈 에피소드 15개를 읽어야 하는데, 멀리 보이는 절망의 구렁텅이. 하루에 에피소드 3개를 읽기도 벅차다. 하지만 유투브 보며 쉬는 시간 (일명 노는 시간), 하염없이 음악 듣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적 맥락들』 읽었고, 『여자 전쟁』, 『질의 응답』, 『비유로 말하라』 읽고 있는 중인데, 어제 도서관에 가서는 이렇게 권을 대출해왔다. 북클럽 4 제목, 『성부와 성자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보고 그의 통찰과 설명에 다시 경이로움을 감출 없었다. 한마디를 보태기도 송구하지만, 고병권은 천재다. 천재가 분명하다. 





















“…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와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낳음으로써 비로소 아버지가 됩니다. 그런데 순환을 마치고 나면 둘은 하나가 됩니다. 100억은 10억을 낳음으로써, 다시 말해 10억이라는 잉여가치에 의해 자본이 됩니다. 둘은 함께 출발점에 다시 섭니다. 100억과 10억이 따로 서지 않고 110억으로 함께 섭니다. 신비한 과정을 설명해 있는 것은 생물학이 아니라 신학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주셨으되 성부와 성자는 하나입니다.”  





저자의 말은 어떤가. 




머리는 마음 가는 쪽으로 가는 법이죠. 공부에도, 연애에도, 전쟁에도, 심지어 사기에도 천재가 있습니다. 마음 쓰이는 곳에 머리도 쓰입니다. 반대로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머리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지요. 





고병권을 사랑할까 보다. 그를 사랑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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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질의 응답, 내 안의 가부장 모두 제가 읽고자 하는 책들. 질의 응답은 마련되어 있으나 언제 읽을지.. 아아, 다른 사람들 서재 돌아다닐 때 마다 내가 가지고 있으나 읽지 않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를 들여다보게 돼요. 흑흑 ㅠㅠ

지금은 잭 리처를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세상 재미있어요...

단발머리 2019-04-11 10:02   좋아요 0 | URL
으앗. 전 그래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심지어 읽은 책도 다른 분 서재에서 보면 훨씬 더 괜찮은 책으로 보인달까요.
아~~ 맞아... 저런 책이 있었지! 하면서요 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잭 리처 읽고 싶네요. 지금은 잭 리처가 필요한 시간....^^

비연 2019-04-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일 넘의 영어... 라는 것에 백만표를 보냅니다... (저도 요즘 이것 땜에 스트레스 중)

단발머리 2019-04-12 10: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
이 죽일 놈의 사랑인 영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죽일 놈이면 차라리 나은데, 이 죽일 놈의 사랑인지라... ㅠㅠ
저의 고민도 점점 깊어만갑니다.

비연 2019-04-12 10:37   좋아요 0 | URL
전 정말...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 영어 ㅠㅠㅠㅠㅠ 단발머리님의 올해 계획에 완전 홧팅을 보냅니당!

단발머리 2019-04-12 10:52   좋아요 1 | URL
전 새해마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인 영어에서 ‘죽일 놈’을 빼어 버릴 날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이라면....ㅠㅠ 우앙 ㅠㅠ
일단 비연님 홧팅 접수하고 달릴거예요.
다음주부터요^^

syo 2019-04-1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syo라는 녀석이 고병권 선생님께 꽂혀 책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만, 그건 소문이 아니라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답니다.

단발머리 2019-04-13 14:02   좋아요 0 | URL
나만 알고 싶은 고선생님의 고견을 syo님에게 양보해야 하다니!!!
하지만 고선생님의 고견은 널리 유포되어야 하기에 syo님의 고선생님 컬렉션 유치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