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30여 년 전, <안네의 일기> <중학교 1학년 필독 도서> 3월의 도서였다. 데어라 혼의 이 책에는 <안네의 일기>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를 추적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제목과 겹친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안네의 일기>가 그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그녀가 더 이상 가해자들에게 용서를 요구할 수 없는 죽은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모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당시 암울하고도 묘한 유럽의 상황 속에서도 탈출혹은 이사혹은 이민가지 않은 독일계 유대인에 대한 설명이었다. 레비는 썼다. ‘그들은 자신들을 독일인으로 생각했다.’ 이미 충분히 독일 사회에 동화된 유대인들은 자신을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를 지도자로 선출한 독일인들은 그들을 유대인이라고 생각했다. 제반 여건이 모두 준비되었을 때, 정치적 지분을 확대해 가던 히틀러가 정치의 정점에 섰을 때, 독일인들은 독일인이 아닌유대인들을 박해하고 직장에서 내쫓고 재산을 빼앗고 학살했다. 이는 하얼빈을 대도시로 만들어 낸 유대인들의 몰락과 닮아있다. 그들은 정부에 협조적인 자신들의 태도가 해당 국가의 국민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에게 유대인은 그저 사라져야 할 어떤 사람들’, ‘유대인일 뿐이었다.

 

 














2.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최근 알라딘 이웃님과의 대화에서도 썼듯이, 나는 글쓰기가 (결국엔) 잘난 척이라고 추측(!)하는 사람이고,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그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다. 근데 이 책만 펴면 (심하게) 졸리고 책장도 안 넘어가는, 세상 읽기 어려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앞부분은 과감하게 스킵하고, 2 <정교한 조율: 관찰과 해석>부터 읽고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노트에 적어보았다.

 

1. 전자기력 대 중력의 비율(즉 전자기력/중력)

2. 강한 핵력

3. 우주 안에 있는 물질의 양

4. 우주 척력(cosmic repulsion)

5. 중력의 속박력 대 정지질량 에너지의 비율인 Q

6. 공간 차원의 숫자인 D

 


우주 탄생의 결정적 요소인 이런 기본 상숫값들이 조금만 달라졌더라도 우주의 진화는 다른 경로를 밟았을 것(260)이고, 태양계의 구성 역시 달라졌을 것이며, 지구는 현재처럼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행성이 아닌 다른 모습의 지구일 것이다. 우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오차 없이 조율된’ (것처럼 보이는) 환경 속에서 차근차근 진화의 과정을 밟아온 우리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에는 물론이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주 아주 오랫동안

 



 












3. 견딜 수 없는 사랑

 


나는 오랜 시간 한 사람()을 좋아했고, 또 내 사랑은 응답받지 못했기에 나는 그() 사랑 고백에 마음이 금방 말랑해진다. 그런 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 부탁을 들어 주고 싶고, 타협하고 싶고, 용서하고 싶다. 츠바이크의 <낯선 여인의 편지>를 기억나게 하는 이 소설에서도 절절한 러브레터 몇 편이 소개되는데, 부끄럽고 안타까운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듯한 이야기가 애절하게 펼쳐진다. 지독한 사랑.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저 멀리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자막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저 남자는 죽었다. 몸속에서 온기가 퍼져나갔다. 일종의 자기애였다. 나는 두 팔로 나 자신을 꼭 끌어안았다. 필연적으로 이런 생각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살아 있다. 어떤 특정한 시점에 누가 죽고 누가 사느냐는 인간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나는 우연히도 살아남았다. 제드 패리가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은 이때였다. 그의 길고 여윈 얼굴에 고통스러운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곧 벌을 받을 개처럼 불쌍한 표정이었다. 이 낯선 이의 맑은 청회색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던 그 1~2초 동안, 나는 살아 있음을 자축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품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야겠다는 마음도 잠깐 들었다. 내 생각이 화면에 흐르고 있었다. 이 친구, 충격이 크군. 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어. (36-7)

 


죽음의 우연성과 필연성에 대한 이런 평범한 문장들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 남자는 죽었다.’, ‘그리고 나는 살아 있다.’ 저 남자는 (인간의 운명을 따라 결국엔) 죽었고, (언젠가 죽을 운명의) 나는 (지금은) 살아 있다. 언제까지 살게 될지,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 채로. 살아 있다, 아직은.

 



 












4. 행복의 약속, Life Lesson, The kind worth killing

 


그래서 지금 읽는 인 책은 이렇게 세 권. <행복의 약속>이 계속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걱정이다. 5월의 책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이 바쁘다. <Life Lesson>은 모두 옳은 말씀이고 지혜의 말씀이라 지루할 듯싶지만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일화가 흥미롭게 읽힌다. (진도에 맞춰) 부지런히 읽고 있다. 피터 스완슨의 책은 두 번째인데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죽나 안 죽나, 그게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 몇 개월 중에 지난달에 책을 제일 많이 산 듯하다. 앨리스 마우스패드와 앨리스 문진 때문이다. 앨리스 문진은 진짜 너무 완전 예뻐서 쓰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이제 (책을) 읽기만 하면 되겠다. 책과 책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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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5-08 22: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헉 앨리스마우스패드 왜이렇게 예쁜가요(동공지진) 전 의외로 문진 유용하게 사용중입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5-08 22:23   좋아요 2 | URL
예쁘죠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제 것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문진은 제가 끝까지 사수했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낄거에요. 케이스도 안 버리고 그 속에 넣어 두었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8 23:38   좋아요 3 | URL
괭님 제가 괭님에게 조금 위로의 말을 해드리자면 저 마우스패드(전 앨리스는 아니고 고양이 그림 있는 거 받았는데요) 실제로 마우스 놓고 쓰면 손목각도랑 마우스 사이 각도가 너무 비좁게 나와서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마우스를 아주 쬐끄만 걸 써야 하려나!? 암튼 그래서 그 마우스패드는 집에서 방치 중….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5-08 23: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맘에 쏙 드는 이런 맞춤 댓글이라니 ㅋㅋㅋ 잠자냥님의 독서괭님에 대한 애정이 뚝뚝 💕💕 참고로 저는 저 마우스패드를 안 쓰고 있기에 잠자냥님 의견을 믿을 수 밖에 없사오며 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8 23:55   좋아요 4 | URL
괭님 제가 고양이 그림 있는 거라도 드릴까요? ㅋㅋㅋㅋㅋ 제가 하루 써봤습니다. 당근 무료 나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5-09 05:55   좋아요 3 | URL
앗 잠자냥님 정말 위로가 됩니다 ㅋㅋㅋ 어제 저 마우스패드 어디서 받을 수 있나 찾아보다 못 찾고 잤거든요. 깔끔히 포기 ㅋㅋ
쓰기 불편하다니까 안 받아도 되지만 잠자냥님 실물 영접이 가능하다면 무료 나눔 받으러 기꺼이 가겠습니다 ㅋㅋ
단발님 마우스패드 사수 못하고 뺏기셨군요🤣 단발님께도 잠자냥님 말씀이 위로가 되겠는걸요!

잠자냥 2023-05-09 08:49   좋아요 4 | URL
음 저는 우편 무료 나눔입니다만…. ㅋㅋㅋ

공쟝쟝 2023-05-09 11:31   좋아요 5 | URL
독서괭 // 잠자냥에게 선물을 바칠 때는 지하철 사물함을 이용하세요. (ㅋ 아 진짜 너무 웃겨 무슨 마약 거래냐곸ㅋㅋ) 물론 같은 묘종이라서 그런지 괭님은 자냥님께 받으시는 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5-09 12:00   좋아요 3 | URL
그럼 독서괭님~~ 잠자냥님 핸폰 번호 알게 되는 건가요? (초롱초롱) 저는 앨리스 마우스패드 필요없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핸폰 번호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5-09 12:42   좋아요 4 | URL
악 ㅋㅋㅋ 공쟝쟝님의 안타까운 츄르 사연이 생각나네요 ㅋㅋㅋ
잠자냥님/ 저는 중고거래는 직거래만 합니다. 택배사절.
단발머리님/ 잠자냥님이라면 폰번호 안 알려주고 북플 댓글로 사물함 번호만 알려주실 수도 ㅋㅋ
아 그냥 마스크 쓰고 만나면 안 돼요? 물건만 받을게요. 질척거리지 않을게요 ㅋㅋㅋ 공쟝쟝님과 단발머리님 따돌리고 혼자 갈게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12   좋아요 3 | URL
댓글부터 너무 질척거려서 안되겠습니다....
무나 무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13:44   좋아요 3 | URL
그러면 제가 우편으로 쿨하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응?) 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4:23   좋아요 3 | URL
수하 님 정말 받으실 거면 받으실 주소를... 편한 곳으로 제 서재에 오셔서 비밀글로 남겨주세요.
개인정보 보호차 집이나 직장 근처 편의점 택배로 신청하셔도 됩니다.

집사3이 왠지 좋아할 거 같은????

건수하 2023-05-09 14:25   좋아요 3 | URL
저는 잠자냥님께 제 정보를 오픈하고 싶지만!

농담이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오픈할게요.. ☺️

바람돌이 2023-05-08 22: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쓰기는 잘난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잘난척을 못해서 좀 우울한 날들입니다. ㅠ.ㅠ 복직하고 나서 직장과 집안일과 운동과 그리고 저에게 제일 중요한 하루 8시간 잠자기 이 루틴 어디쯤에 책읽기와 글쓰기를 집어넣어야 할지.... ㅠ.ㅠ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고 있긴 한데 오늘 막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를 다 읽고 북플에 들어왔더니 이렇게 단발님글이 딱 보여서 오랫만에 컴을 켜고 서재에 들어와봤습니다. ㅎㅎ
같이 읽은 책이 2권이나 되서 일단 반갑네요.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랑 <견딜수 없는 사랑>요. 그런데 저는 저 두권다 좀 안좋았어요.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리뷰로 쓰기로...... (죽은 유대인은 꼭 쓰려고요. ㅎㅎ)
저기 저 앨리스 문진은 저도 너무 예뻐서 직장 책상에 전시해뒀어요. 대신 마우스패드는 저는 냥이랍니다. ^^
오늘은 단발님 서재에만 댓글달고 내일부터 부지런히 서재 마실도 다니고 저의 슬기로운 알라딘 생활도 다시 해야할텐데라고 결심하는 밤입니다. 단발님 푹 주무세요. ^^

단발머리 2023-05-08 22:56   좋아요 4 | URL
잘난척을 못해서 우울하시다니 ㅋㅋㅋㅋㅋ 제가 이 밤에 자지 못하고 한참을 웃습니다ㅋㅋㅋㅋㅋ 제발 바쁘신 일들 얼른 정리하시고 알라딘에서 잘난 척 좀 많이해 주소서~~~~~ 너무 그립습니다^^
두 권 다 별로셨다고 하니 깜놀입니다. 저 역시 글을 쓰지 못해 잘난척 할 수 없는 날들을, 저는 저 책들을 읽으면서 달랬거든요. 바람돌이님의 귀한 리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특히 <죽은 유대인...>이요.

바람돌이님도 오늘 수고많으셨어요. 제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로 바쁘셨을거라 예상됩니다. 얼른 쉬시고, 내일부터 자주 오세요~~ 저도 요즘 자주 못 와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공쟝쟝 2023-05-09 11:32   좋아요 5 | URL
두분 글 읽어야해서 <유대인> 좀 읽어야겠네요 ㅋㅋ 여기 두분 잘난척에 환호하는 독자1 있으니까 떠나지말고 빨리 쓰세요.

독서괭 2023-05-09 12:4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복직 후 저와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시군요 ㅠㅠ 끼워넣을 시간 확보하려면 답은 하나밖에.. 집안일을 놓으십시오!! ㅋㅋ

바람돌이 2023-05-09 16:32   좋아요 5 | URL
단발님 그래도 제가 잠시라도 웃음을 드렸다니 다행입니다. 제 평생의 목표가 웃기는 사람이니말이죠. ㅎㅎ
그리고 제가 바쁜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다 못해내는 것일뿐.... 이도 노화때문인가 하여 슬퍼하고 있습니다. ㅎㅎ 사실 멍때리는 시간만 줄여도 될 거 같은데 말입니다. ㅎㅎ
쟝쟝님도 여기서 뵈니 더 반갑네요. 잘 지내시죠? 떠나지는 않아요. 그냥 퍼져 있을 뿐이죠. 최근에 제가 읽은 책 중에 가장 헷갈리는 책이 <유대인>이므로 어쨌든 정리를 위해서라도 빨리 리뷰를 쓸 생각입니다.
<견딜수 없는 사랑>은 그저 취향이 다른 것일 뿐인듯하고요. 저는 그 유명한 <속죄>도 별로였거든요. ㅎㅎ
괭님 집안일은 원래 대충 했습니다. 여기서 더 대충하면 굶어죽을지도..... ^^;;

얄라알라 2023-06-05 01:40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죽은 유대인...>을 다 읽지도 않았는데, 도서관 대출 책이라, 다음 예약자가 목빠지게 기다리고 계셔서 반납해야하네요^^;;;;

다들 읽으셨거나 읽으시려 하시는군요!^^

다락방 2023-05-09 07: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문진 안 산 사람은 저뿐인가 하네요.
<견딜 수 없는 사랑> 다 읽은 후의 단발머리 님 감상이 궁금합니다. 저 회사 동료에게 강제로(?) 빌려줬는데 재미있다며 다 읽고 돌려주더군요. 읽는 동안 감상의 흐름이 저와 같더라고요.
<우리는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를 이미 읽은 분들이 별을 셋정도 주셔서 당황하고 있어요. 앗 제목부터 별다섯인데!! 그래서 얼른 읽어보고 싶지만, 아울러 단발머리 님의 감상도 궁금합니다.

이번호 정희진 오디오매거진 듣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성형수술에 대한 얘기도 그렇고(그것은 공중보건 문제다!) 무엇보다 ‘마르고 고뇌하는 남자는 딱 질색‘이라는 선생님의 말이 정말 좋았어요. 선생님과 제가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다시피 하는데, 이거 하나 딱 일치했네요. 껄껄.

잠자냥 2023-05-09 08:56   좋아요 5 | URL
선생님 복부 흉터 이야기하실 때 빵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09:49   좋아요 6 | URL
문진 안 산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공쟝쟝 2023-05-09 11:44   좋아요 4 | URL
(오디오 매거진 수다 떨고 싶은 1인)정희진샘은 다락방님과 이상형이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같은 부분에서... 어 이 이상형은???.... 이랬습니다.. 두 분 다 남자 개무시하면서 그 육체적 남성성에 대한 욕망은 무엇인지 좀 궁금ㅋㅋ (부장님의 경우 본인이 남자였으면 이랬다 즉 자신과 비슷한 사람-잭리처-을 좋아하는 거에 저는 일단 배팅)

이번 호 듣다가 희진샘한테 삐졌어요ㅋㅋㅋ 이상형 때문은 아니고 자매애 없다고 하셔서...... 혼자 삐침 ㅋㅋㅋㅋ 무슨 말인지 솔직히 너무 잘 알겠는 데, 막 페미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 힘 빠지는 말 같고 어쩌라고 싶어졌습니다. 모두가 함께 약해지자는 말은 내 안의 강인함을 막 발견하기 시작한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직 닿아서는 안될 말이라는 생각을 좀 했어요.

저 이 문진 안샀고... 다른 문진 샀는데...!!!! 나중에 아겨뒀다 자랑해야지!

다락방 2023-05-09 12:21   좋아요 5 | URL
복부 흉터 이야기 저도 정확히 의사에게 들었던 거라. 결혼할 거냐고 묻고 흉터 생긴다고.. 도대체 결혼과 흉터가 무슨 상관인지. 흉터 있다고 절 욕할 놈이면 제가 그런 놈과 결혼을 왜 하나요? 여하튼 이것에 대해서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09 12:29   좋아요 5 | URL
쟝쟝 님/ 정희진 쌤을 비롯한 다른 여성분들의 이상형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저는 제가 근육질의 남성을 좋아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트라우마나 상처에서 왔을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요건 제가 저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여기에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에 대해서라면요.

잠자냥 2023-05-09 13:15   좋아요 4 | URL
저도 그 복부 흉터 작년에 수술했을 때 무쟈게 들어서 아쒸......했던 지점을 쌤이 바로 말씀해주셔서 빵 터짐요.
아니 섹스할때 배 흉터 뚫어져라 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13:46   좋아요 3 | URL
복부흉터... 아직 그 부분은 못 들었는데 저 중학생 때 맹장수술 했거든요.
젊은 남자 의사 둘이서 배에 흉터 생겨서 어쩌냐 이러더니
나중에 자기가 시집 잘가라고 진짜 작게 예쁘게 해줬다고 얼마나 생색을 내던지...

그런 얘기 맞죠?

잘 안 보인다 이것드라... 만져봐도 잘 모르겠구요. 흥.

다락방 2023-05-09 13:47   좋아요 3 | URL
제 흉터를 제 흠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뭣하러 섹스를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겠어요? 하여간 이상한 사고방식입니다. 쳇.

책먼지 2023-05-09 1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에도 혹하지만 굿즈에도 혹합니다!! 유리문진 나만 없어 뿌앵하고 내려왔다 댓글 읽고 진정했어요ㅋㅋㅋ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랑 <견딜 수 없는 사랑>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잘 참고 있었는데 단발님 글 읽고 나니 당장 결제 버튼 누르고 싶어 드릉드릉합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도 장바구니 안착!!! 어우 저는 정말 단발님의 잘난 척(?)을 격하게 애정합니다💕

단발머리 2023-05-19 15:53   좋아요 1 | URL
드릉드릉 결제 자동차 잘 출발했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을 제가 다 읽기는 했는데 잘난 척 하기에는 ㅋㅋㅋㅋㅋㅋㅋ 이해도가 좀 낮아서요. 페이퍼 쓰기를 매일매일을 미루고 있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잘난 척을 애정해주시는 귀한 마음, 감사합니다. 그 마음.... 잊어버리시면 아니됩니다!!!

책읽는나무 2023-05-09 2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앨리스 유리 문진 얼마 전부터 탐났었는데^^
요즘 굿즈 구입을 자제하다 보니 도통 구입할 것이 없구나! 그러던 차, 문진!!!!
조만간 문진을 구입해야겠군요^^
알라딘 글쓰기는 잘난 척도 있지만, 저는 자랑하는 코너란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책 샀다고 굿즈 샀다고 자랑질하는 페이퍼를 쓰지 않는다면 나는 페이퍼를 쓸 게 없구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었는데 단발 님의 잘난 척 글쓰기란 문장이 더 와 닿습니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글쓰기의 전개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겠죠?ㅋㅋㅋ 오로지 이 곳에서만 찬양 받을 수 있는 잘난 척 글쓰기가 허용되는 이상한 곳! 단발 님의 잘난 척 글쓰기를 읽고 늘 감탄하고 있는 일인입니다^^

단발머리 2023-05-19 15:56   좋아요 1 | URL
사실... 저 앨리스 문진 사용은 안 하고 있어요.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시용입니다.
너무 이뻐서 (거실 책상에 올려두었습니다) 오며가며 한 번씩 쳐다보고 있지요.

저는 무엇보다 책자랑과 굿즈 자랑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알라딘에서는 그런 자랑이 ‘진짜 자랑‘이 되는 곳이구요. 이 세상 어디에 책 샀다고 자랑하고 또 그걸 이렇게나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겠습니까. 다들 돈 자랑, 주식 자랑, 차 자랑, 집 자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자랑 코너도 계속 이어가 주세요. 저는 특히 투비의 ‘먹다‘ 코너가 그렇게나 좋답니다!!

그레이스 2023-05-18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리모 레비. 책 모으다 이 제목이 가슴을 묵직하게 눌러서, 주저했던 책이예요.
다시 들여놓기로 결심!

단발머리 2023-05-19 15:58   좋아요 1 | URL
저는 프리모를 생각할 때의 그 무거움이 참 부담스럽고 그래서요. 책은 위의 책 한 권이랑 <프리모 레비의 말> 밖에 안 읽었습니다 ㅠㅠ 그레이스님 다시 그 책 들여놓으신다 하시니 리뷰 기다리고 있을게요.
 




기본적인 행복 지표 중 하나는 결혼이다. 결혼은 행복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한 세계 중 최고의 세계"라고 정의된다. 논지는 간단하다. 결혼을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권고이기도 하다. 결혼해라, 그러면 더 행복해질지니! 이렇게 재단은 곧 예측이 된다. 행복학은 수행적이라 할 수있다. 즉, 어떤 곳에서 행복을 발견하면 그 장소는 좋은 것, 상품으로 장려돼야 하는 것이 된다. - P21

스스로의 행복 추구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 책에서 내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행복해질 책임이 있다는 생각 혹은 더 단순하게 한사람의 행복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필연적인 상관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 P25

"행복할 때 우리는 덜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게 더 우호적이며, 심지어 낯선 사람들과도 자신의 행운을 나누고 싶어 한다" (43[108]). 여기서 우리는 (행복과 낙관주의, 행복과 이타주의 사이의) 상관관계가 빠르게 행복그 자체의 원인이 되는 인과관계로 전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행복은 우리를 덜 자기중심적이고 더 낙관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며, 그러면 다른 사람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식이다. - P26

행복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이 "무엇이든"의 내용에 국한해서만 의견이 다를 뿐인데, 아마도 이런 식으로 행복은 철학에서 인간 욕망의 자리를 표시하는 자신의 역할을 유지하는 듯하다. 나는 여기서 철학을, 스스로를 철학의 계승자로 자처하면서 철학적 역사들을 다루는 텍스트들 덩어리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련의 관념, 사유, 서사, 이미지, 인상들을 모아 놓은 "행복아카이브"라고도 생각한다. - P35

흡수할지 말지는 우리가 마주친 그것을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다. 좋아하지 않는 것들로부터 우리는 거리를 둔다.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지평의 가장자리를 확립한다. 특정 대상들의 근접을 거부하면서 우리는 가고 싶지 않은 장소, 가지고 싶지 않은 물건, 만지고 맛보고 듣고 느끼고보고 싶지 않은 것들, 손닿는 곳에 두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정의한다. - P51

우리가 행복이 가진 약속의 속성에서 알아야 할 게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란 우리가 어떤 것들을 마주치기도 전에 그것들을 좋은 것[재화]goods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것들을 향해 방향 지어진다는 것은 곧 바른 길로 방향 지어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방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팬클럽이나 동호회는 사회적 삶이 내포하는 것, 즉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그래서 사회적 결속은 항상 감각적이다. - P74

만약 동일한 대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면 - 혹은 우리가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동일한 대상에 몰두한다면 - 우리는 같은 길로 방향 지어져(혹은 정향돼 있는 것이다. 이미 좋다고 평가된대상에 의해 좋은 방식으로 정서적 영향을 받는 것, 그것이 정서 공동체에 속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같은 대상을 행복의 원인으로 보고 그것에 몰두함으로써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 P75

페미니스트로 인식된다는 것은 어려운 범주, 어려움의 범주에 배정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명명하면 당신은 바로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미리부터 읽혀 버린다." 당신은 선의와 행복의 기호를 드러내 당신이 어려운 사람이 아님을 보여 줘야 한다. 프라이는 "이는 우리가 같이 일하기 어렵다‘ 혹은 유쾌하지 않다고 여겨져 생계 수단을 잃을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2-3) 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는 또한 페미니스트의 불행에 대한 집착(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즐겁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깬다는 신화)을 목격할 수 있다. 여성들이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들은 성취하지 못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들에대한 시기심이 전위된 결과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17 이 욕망이 페미니즘의 비판에 맞서 행복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 P123

페미니스트들이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페미니즘이 이렇게 불행해서 생긴 것으로 재현되면 우리는 결과적으로 불행해질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페미니스트들이 불행하다고 읽히는 탓에, 갈등·폭력·권력의 상황들이 페미니스트들이 무엇에 대해 불행해 하는가가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의 불행 그 자체에 대한 것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 P124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항상 역설적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면, 그 말은 보통 그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중요한차이가 중요하지 않은 차이가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인정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P172

이디스는 답한다. "친구입니다. 아주 친한친구요." 그들에게선 또 다른 질문이 돌아올 뿐이다. "환자분에게 가족이 있나요?" 그 호칭의 무게에 친구는 사라진다. 가족 관계만이 우리를 묶어 주는 유일한 관계로 인정된다는 건 애비가 홀로 죽는다는 뜻이다. 이디스는 밤새 홀로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들의 관계는 우정의 기호 아래 숨겨져 있다. 우정은 느슨한 관계, 구속력이 없는 관계, 생사의 문제를 견뎌 내지 못하는 관계다. 친구와 가족을 구별하는 권력은 법에 있다. 마치 가족만 중요하고 다른 관계는 실제가 아니거나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간주된다. 퀴어 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슬픔도 인정받지 못할 때, 당신은 "친지가 아닌 관계 없는 사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당신은 홀로 비탄에 잠겨 있다. 당신은 기다리고만 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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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02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비슷한 분량에 대한 밑줄이 저와 많이 다르네요 ^^

진정한 한 주의 시작! 덜 고되고 즐거운 하루 되셔요.

책읽는나무 2023-05-02 10:34   좋아요 2 | URL
같이 시작하셨군요?
커리어 여성분들의 독서!
파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3-05-12 12:15   좋아요 2 | URL
수하님 / 저도 수하님 밑줄 읽고 왔어요. 참.... 많이도 다르네요. 이어진 감상도 그렇게나 다른지 확인해 볼까요? ㅋㅋㅋㅋ
오늘 덜 고되고 즐거운 하루였어요. 고마워요, 수하님!!

책나무님 / 가까워오는 마감을 보며 열심히 달려보았으나 결국 4월을 넘기고 말았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완독자의 여유와 여유와 여유..... 가 부럽습니다^^
 



한 문장, 정확히는 세 어절로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몇 줄로 써보려고 한다. 긴 이야기를 싫어하시는 모든 분에게 스킵을 권한다.

 

 


최근에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상화였다. 어떤 사물을 일정한 의미를 가진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 것. 칸트의 정의를 따르자면 오로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개인을 이용하는 태도나 행위를 말하고, 캐서린 맥키넌, 안드레아 드워킨 같은 페미니스트들을 통해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라는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했다.

 


존경하는 정희진 선생님의 정의를 가져와 보면 이렇다. 2022 11 30일 경향신문. 미소지니에 대한 설명과 혼재되어 있고, 대상화에 대한 직접적인 문장은 세 문장뿐이지만 인용해 본다. 전체 글 링크는 여기에 있다. ([정희진의 낯선 사이]: 사진과 총, 캄보디아에서의 대통령 부인 https://www.khan.co.kr/print.html?art_id=202211300300065 )



무엇보다 ‘김건희’는 ‘엘리너 루스벨트’가 아니다. 미소지니는 여성 개인을 혐오하는 행위가 아니다. 여성은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당연히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착하지 않다. 미소지니는 한 인간을 동일한 성격을 지닌 집단성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여자는 모두, 그저 여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여성을 어머니와 창녀로 이분화하고 그 스펙트럼 안에서 평가하는 방식이다.

내가 미소지니를 번역하지 않고 사용하는 이유는 혐오라는 단어가 주는 피로감, 남성 혐오라는 황당한 대칭어의 생산, 그리고 이 문제가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 전반에 대한 지배 전략이기 때문이다.

미소지니는 상대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맘대로 규정하는 사고방식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사고인 가부장제와 동양에 대한 서구의 상상(망상)인 오리엔탈리즘, 이 두 가지가 문명의 두 축이다.

대상과 대상화는 다르다. 누구나 대상일 수 있다. 대상화는 ‘나’를 설명하기 위해 타인을 동원한다. 이성애의 정상성은 동성애에 대한 낙인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고, 결혼제도의 정상성은 이혼과 저출산이 문제라는 사고방식이 없다면 작동할 수 없다. 흰 피부의 우월성은 흑인의 존재를 전제한다. 이것이 사고방식으로서 ‘미소지니’다. ([정희진의 낯선 사이])


 



대상화는 를 설명하기 위해 타인을 동원한다. 타인이 나의 설명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과 상황, 환경을 동원하지 않고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건 너무 어려운 문제라서, 나는 노트에 대상화라고 쓰고, 관련된 글을 찾아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공사다망하여 잊어버렸던 차에, 마사 누스바움의 이런 문장을 만났다.

 
















대상화한다는 것은 그것을 사물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책상이나 펜을 사물로 다루는 것을 두고 대상화라 부르지는 않는다. 책상과 펜은 그 자체가 사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상화는 사물로 변환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실제로는 사물이 아닌 인간 존재를 사물로 다루겠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대상화는 그 대상에 인간성이 존재한다고 여기기를 거부하는 것이며, 더 많은 경우 완전한 인간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것까지 의미한다. (<교만의 요새>, 41-2)

 


대상이 가진 인간성을 거부하는 것, 그 속에 깃든 인간성을 부정하는 것을 대상화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내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을 설명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나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으로서, 나는 상황과 환경을, 세상과 사람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 혹은 그려내야 하는가. 이를테면, 내가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나는 어떻게 세상을 이해할 것인가. 혹은 나 자신을 설명할 것인가. 아니면 설명하지 말아야 하는가.

 




 













자리에 눕기만 하면 5분 이내에 깊은 수면에 빠져드는 내게도 잠 못 이루는 며칠이 있었으니, 시몬 드 보부아르와 거다 러너와 케이트 밀렛과 실비아 페데리치를 읽은 밤에는 그랬다.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를 읽고, ‘a thinking woman up at night’에 대한 글을 썼다.(https://blog.aladin.co.kr/798187174/91967102017년이었다. 끝없는 고민이 확고한 결정으로 바뀐 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결심을 했고, 올해는 그 결심이 나의 실제가 되었다.

 

 


사회적 고용 관계 속에 있지 않으면서 보냈던 나의 19년을, 나는 부끄러워하지는 않지만, 나의 노동은 여전히 국가 GNP 속에 계산되지 않은 채 남아있고, 가족들이 나의 노동과 노력을 인정해 주고 고마워하는 것과 상관 없이, 나는 여전히 사회 속의 보이지 않는존재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19년 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은 돌봄 노동의 범주 속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하얀 빈칸에 그걸 적을 수는 없었지만, 또한 그것밖에 적을 것이 없었고.

 

며칠 후, 나는 근로복지공단에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취득 사실 통지서내용을 담은 카톡을 받게 되었다. 보이지 않던 존재였던 나는, 비로소 보이는 존재가 되었다. 일을 하면 하는 대로, 일한 시간에 맞춰 돈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는 ‘너를 만나는 사람들은 복 받은 거야라고 말해주어 내게 힘을 줬다. 혼자 있을 때면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기야 어느 금요일 밤에 교회에 갔을 때는, 설교와 찬양, 기도 순서가 끝나고 각자 통성기도를 할 때, 키보드를 치면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제게 주신 사랑을, 넘치도록 부어주신 그 사랑을 제가 나눌 수 있게 해 주세요. 제겐 하나님의 사랑이 많으니까, 그 사랑을 조금씩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했다.

 


그러나, 나는 좋은 사람이면서 잘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다정한 사람이면서 실력 있는 사람이어야 했는데.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어렵기는 하지만, 내게는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몇 배 더 힘든 일이었으니. 나는 자주, 아주 자주, 염려와 걱정, 실망과 자괴감으로 점철된 저녁을 맞이하기에 이른다. 내가 이러려고 19년 만의 대탈출을 감행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아름다운노랫소리에 익숙했던 나. 퇴근하고 그다음 날 출근하는 그 놀라운 다람쥐 쳇바퀴의 삶을 겨우 20여 일 맛본 후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경외감을 느끼기에 이른다. 우리 각자는, 각자 삶의 무게를 견디고 산다. 8살짜리는 8살짜리 대로, 12살짜리는 12살짜리대로, 30대는 30대의 무게를, 40대는 40대의 무게를 각자 지고 산다. 그만두고 싶을 때,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8살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생각했다.

 
















그리고 밤에는 책을 폈다. 10분 뒤에 고개를 떨굴 것을 알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책을 펼쳤다. 아렌트를 펼치는 밤에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바구니가 함께 하기도 했다. (우리, 아렌트 읽을 때는 옆에 꽃바구니 놓고, 화병에 꽃 꽂고 그러잖아요. 맞잖아요.)

 



 



이 시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이 시간을 산다. 내 삶을 어떻게 설명할지, 혹은 설명할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고, 또 모르겠지만. 샬럿 브론테를 모방해 내가 쓰려는 그 한 문장을 여기에 쓴다고 한다면. 그건 바로 이 문장이다.

 



 

 

 




 

독자여, 나는 취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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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종(種)의 복수를 위해 글을 쓰겠어.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5-06 23:41 
    1.아니 에르노의 데뷔작인 <빈 옷장>을 읽으려다가 또 실패했다. 작가의 낙태 경험으로 시작하는 책의 첫 페이지는 자궁에 막대기를 집어넣는 묘사가 있다. 에르노의 <사건>을 온 얼굴을 찌푸리면서 읽어버리고 다시는 읽지 않고 싶다 냅다 내던졌던 기억이 난다. 독서 경험은 강렬해서 그걸 지우고자 <레벤느망>(은 <사건>을 영화한 작품이다)을 꾸역꾸역 다 보았는데… 그 이미지들은 더 괴로웠다. 프랑스 영화는 역시 좀
 
 
유부만두 2023-04-29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구여, 그대가 자랑스러워요!

단발머리 2023-04-29 17:08   좋아요 1 | URL
(다다다다다다다) 와락!!!!!!!!!!!!!!!!!!!!!!!!

서곡 2023-04-29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응원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3-04-29 20:26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서곡님!! ㅎㅎ

건수하 2023-04-29 1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새로운 시도 그리고 실천.. 꼬옥 안아드립니다. ❤️

단발머리 2023-04-29 20:27   좋아요 2 | URL
수하님께 포옥~~~~ 안기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수하님 💕

2023-04-29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9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04-29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새로운 시작을 하셨군요^^ 어떤 것이든 도전은 쉽지 않은 일이죠. 여러 말을 하면 부담되실테니 다른분들 말씀처럼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힘껏 응원해요!!!

단발머리 2023-04-29 21:21   좋아요 1 | URL
새로운 시작이 좀 멋지고 근사했으면 좋을텐데 아.... 전 넘나 피곤한 것입니다 ㅎㅎㅎ 응원의 마음, 응원의 댓글에 힘을 얻습니다.
감사해요, 거리의화가님!!

난티나무 2023-04-29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오옷!!!!!! 20일이나 되셨어요! 일단 추카추카~!!!!!! 이단은 당근 응원~!!!! (실은 늠 열심히 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ㅋㅋㅋㅋㅋ) 꽃바구니는 못 보내지만 응원하는 마음 한가득 두가득 세가득 백만송이가득 천만송이가득~~~~~~~~~~~~ 보내요~~~~~~~~~~!!!!💐🎂🍾

단발머리 2023-04-29 23:50   좋아요 0 | URL
축하말씀 감사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열심히 하지 말라는 그 귀한 충고의 말씀, 제가 몸소 열심히 확실히 실천해보겠습니다.

보내주신 응원의 마음과 백만송이 꽃바구니, 그리고 생크림 케익은 잘 받았습니다. 감사해요, 난티나무님!

DYDADDY 2023-04-30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저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려요. 몸에 익지 않은 일을 하시느라 고되시겠지만 결심하신만큼의 결실이 있으시기를 바라요.
대상화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서 당장 떠오르는 것은 칸트(상대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밖에 없네요. ㅠㅠ (개인적으로는 칸트.. 싫어합니다. ㅋㅋㅋㅋ)
작가여, 당신은 위대했고, 더 위대해질 것이다. 라고 돌려드리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3-04-30 07:46   좋아요 1 | URL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나서 좋은 시간과 실망의 시간이 빼곡히 들어차네요. 잠깐 시간 날 때 알라딘 이웃님들의 글을 읽는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칸트를 읽을 수는 없을 거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귀한 응원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대디님! 힘내볼게요!!

책먼지 2023-04-30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아 단발머리님 ㅠㅠ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한 문장까지 갓벽했다!! 정말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지요ㅠㅠ 앞날에 축복있으라!!!!
저 통 큰 꽃바구니 너무 아름답습니다!! 보기만 해도 밝은 에너지가 듬뿍듬뿍 전해지는 느낌💕

단발머리 2023-04-30 16:35   좋아요 3 | URL
으아 책먼지님!! 전 워낙 쫄보에 겁쟁이인지라 이렇게 한 발 내딛는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어요ㅠㅠ
응원해주시고 축복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꽃바구니는 이제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그런데도 향기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님도 향긋하고 여유로운 오후 되시길요

공쟝쟝 2023-04-30 18: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던 적 있어요. 정확하게는 나 자신이 쓰고 싶지 않은 글에 대해서 생각한 것이지만요. 희진샘은 타자화에 대해서는 일종의 ‘조물주 의식‘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최근에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에서 아주 자세히 적어두셨는 데, 제가 따로 옮겨 적어두진 않았네요.

여튼 제가 이해한 바를 쭉 써보자면 대상화는 일종의 물화라면 타자화는 열등화죠. 둘다 결론 적으로는 ‘우월한’ 자신을 재생산하려는 의지를 알게모르게 내포하고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언어를 가진 주체가 자기 안에 어떤 위계를 가지고 그에 따라 급을 나눠 너의 존재를 내가 판단(규정)한다,는 식의 일종의 지식-권력(이건 푸코네ㅋㅋㅋ)을 행사 하는 거죠. 그런데 이건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특히 더 많이 배운 사람일 수록 그렇죠. 그래서 알 수록 어떤 긴장이 필요한 것 같다능. 저는 대상화 보다는 타자화가 더 문제적이라고 보는 데 여기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볼게요. (저는 매번 한남이라는 용어로 남성을 대상화 시키는 것을 서슴지 않습니다ㅋㅋㅋ)

저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사실 진짜 문제는 타자화하는 시선-> 특히 내가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건데... 여성이나 피식민자의 위치는 지배질서안에서 그 타자화하는 시선을 스스로 내면화하기 쉽죠. 그러니 타자화할까봐 입조심해야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느 정도의 언어를 구축한 뒤의 이야기고... 차라리 나 스스로가 타자화를 하는 글을 쓰지 않으려면 어떤 위치에서 말하는 가, 나는 어떤 위치에서 말하고 있는 가를 물어보는 것이 가장 먼저 일지도 몰라요. 이건 맥락적이고 상대적이기도 하다는 거죠. 보통은 삶에서 부대끼는 문제들을 가지고 글을 쓰는 저는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 언어가 없어서 일때가 많아요... 음... 내 위치에서 내 시선으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 저는 그걸 내 몸에 묻은 지배의 시선을 털어낸다고 표현해요. 내가 나를 미워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느정도 글쓰기에 습관이 들고서는 어떤 질문들이 든 게 사실이고... 그래서 이렇게까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알라딘에서는 신나게 떠들지만 페미아닌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는 너는 페미 아니니까 뭘 모른다 이런식으로 말할 수는 없어요. 페미니즘 책 몇권 이나 읽었는 데? 이런 말은 남자들이랑 싸울때는 쓸 수 있죠ㅋㅋㅋ (-_- 본심 나옴) 여하튼. 맥락적이라는 것.

타인을 수단, 동원하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내 안에서 위계 세워져 있는 그 무의식적인 계열이 문제라는 것. 저는 모든 위계가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고요, 사회에서 통용되는 저열한 위계는 비난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부동산이라던가 서울중심주의라던가 학벌. 여튼 안쓰면 내가 그런 위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고요.... 내 수준을 드러내는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가 혹은 그 글을 읽는 타인은 알게되겠죠. 그래서 읽는 만큼. 아는 만큼. 읽어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요.

저는 이미 부분적 인식론을 체화ㅋㅋ하셨으며 인간종의 오만함(?)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계시는 단발머리님이 자신의 목소리를 쓴다고 한다면 일단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혹시 타자화하는 글을 쓸까봐 겁이 난다면 고민하는 과정을 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ㅎㅎ 뭐 돈받고 쓰는 글 아니잖아요?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 어떤 지식을 알고자 하는 건 스스로를 상처내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과 우리는 결국 알 수 없다는 부분적 인식론... 신의 위치에서 내려다 보는 초월하는 그 시선과 총체성에 대한 비판은 해러웨이를 알게 되면서 확실히 더 정밀해졌던 것 같아요. 곧 <상황적 지식>이 재번역되어서 나온다니 기다리는 중이고요. 대화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가 결국 모두 다를 알 수 없다는 자세를 갖춘다면... 그런 타인은 결국 나의 앎을 비워내게 해주는 앎을 선사하는 고마운 인연이라는 거. 어떤 대화는 내가 모른다는 것이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는 거...

마지막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단발머리님의 앎비앎 친구인게 자랑스럽습니다!

단발머리 2023-05-01 17:00   좋아요 2 | URL
대상화와 타자화에 대한 댓글 너무 반갑습니다. 제가 몰랐던 부분이라 찬찬히 읽었습니다. 저 역시 대상화보다는 타자화가 더 문제라고는 생각하고요. 다만 타자화에 대한 자기 인식이 어느 정도로 필요한가,에 대해서 저는 좀 고민이 많고요. 정희진쌤의 <미투의 정치학>에 대상화에 대한 선생님의 신랄한 비판이 있는데, 그 부분은 나중에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해요. (잊이버리면 안 되니까 쟝님이 좀 적어두세요ㅋㅋㅋㅋㅋㅋ우리 만나면 할말 많아서 까먹을 수 있음요.) (제가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이것과는 좀 다른 결의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글쓰는 이의 ‘자세‘, ‘위치‘에 대한 것이기는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예전에 ‘글쓰기는 잘난척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지요. 글쓰기의 한가지 측면일 수 있지만, 저는 근본적으로는 글쓰기를 그렇게 보거든요. 자기 표현의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형태요. 그 다음에 만났을때 쟝님이 제 말이 맞다고, 정말 맞다고, 박수치며 말했던 거 기억나나요. 푸코의 <상당한 위험>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오히려 글쓰기는 내게 전적으로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잘난 체하는 일이었습니다.˝

글쓰기는 잘난척이라고 푸코도, 쟝님이 그렇게 좋아하는 푸코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쓰기가 갖는 힘, 조물주 의식, 목소리, 언어는 근본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고요. 그런 측면에서 글을 쓴다는 건 어디까지나 그럴 수 있는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의미할 겁니다. 여성에게도 그런 힘이 있었음에도 우리가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건 여성의 목소리가 다른 소리(남자들의 헛소리)에 묻혔기 때문이고요. 다만 저의 우려는 남성/여성 중 여성이어서 가려진채 살았던 내가 이제는 또 다른 위치에 속했다는 걸 안다는 뜻입니다.

주인/노예, 어른/어린이, 부모/자녀, 선생/학생, 중년/청년 기타 등등이요. 저는 남성도 주인도 아니지만, 저는 부모이고, 40대 이상의 중년이고요. 쟝님 말이 맞고요. 사실 저는 ˝타자화할까봐 입조심해야하는 사람˝이 될 정도로 언어를 구축한 건 아니니까요. 그냥 그 자체를 서술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만, 아직은 여기에 대한 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거 같아요. 그런 경우 알라딘에 안 쓰고 종이일기장에 쓰면 될텐데.... 아, 직장생활로 피폐한 나는, 일기 못 쓰는 몸,이 되었고ㅋㅋㅋㅋㅋㅋㅋ

축하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쟝님이 제 앎비앎 친구라 자랑스러워요!

공쟝쟝 2023-05-01 16:44   좋아요 2 | URL
네 더 이야기해보아요! 저도 꼭꼭 대상화에 대해서 생각해볼게요. 확실히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 같아요! 읽을 때도 어떻게 쓰는지도 유심히 보게 되고요 😀 그리고 뭔가 쓴다는 자의식(?)이 생겨버린 지 1년이 좀 넘은 된 것 같습니다 ㅋㅋㅋ 저는 읽기 좋아하는 종류의 글이 확실히 있고, 글 쓸 때 지치고 아직까진 재밌어요ㅋㅋ 푸코의 글을 좋아하는 저는 잘난 척을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확실합니다 ㅋㅋㅋ 한 동안은 괴로웠는 데 언젠가부터는 나의 지적임이 너무 자랑스러워 ㅋㅋㅋ 난 왜 이렇게 지적이며 천재들을 이해하는 가 ㅋㅋㅋ 그건 내가 천재이기 때문인가 이러면서 쓰지롱 ㅋㅋ

단발머리 2023-05-01 16:59   좋아요 2 | URL
쓰는 몸이 된 거 축하드리고요. 앞으로도 우아하게 세련되게 건강하게 잘난 척 하는 글을 많이 쓰게 되길 빌어 마지 않습니다.

다만 기억하세요. 지적인 자극을 주는 푸코나 정희진쌤은 쟝님에게 이렇게나 긴 댓글과 대댓글을 ‘쓰게‘ 하지 않습니다. 그 분들은 자극만 주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상계는 쟝님과 놀아주지 않아요. 웃어주지도 않고요. (우리 정희진쌤 팟빵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오픈 이후로 가끔 지상계에 나타나신다는 소문은 있지만요) 댓글은 저같은 미천한 지상계가 달아줍니다. 대댓글도 달아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댓글도 환영이며 ㅋㅋㅋㅋㅋㅋㅋ 자주 만나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5-01 17:27   좋아요 3 | URL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ㅋㅋㅋ 지상에서 평화롭게 지내도록 하십시다 ㅋㅋㅋ 명심할게요~

잠자냥 2023-04-30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노동절입니다. 만끽하시길!

단발머리 2023-05-01 15:59   좋아요 1 | URL
놀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님도 오늘 하루 맘껏 누리세요!

2023-05-0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1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5-01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자여 2탄에 준하는 저 문장은 어마어마한 폭탄같은 문장입니다.
와....👍
축하드립니다.
19년만의 재취업!
아...제가 다 떨리네요.
경력 단절을 깨부수는 중년 여성들께 전 너무나 놀라움의 눈빛을 보내곤 합니다.
벌써 20일이나 일 하시고, 근로자의 날도 챙기시고...ㅋㅋㅋ
젊었을 때만큼의 빠릿빠릿함의 체력이 뒤떨어지더라도 단발 님은 분명 똑똑하게 잘 해내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아렌트 님도 축하해 주시고, 꽃바구니 속 꽃들도 축하해 주고...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단발머리 2023-05-01 16:05   좋아요 1 | URL
사실 자랑할만한 일은 아닌데 저도 19년에 방점을 찍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동자의 날이 저하고 관련있는 날인줄 몰랐어요. 매일 방학만 기다리던 제가 휴일을 기다립니다.
제가 상당히 어벙하고 볼품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지만 책나무님 격려에 힘이 납니다.
책나무님, 진심 매우 간절히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3-05-02 0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링크하신 기사 읽으면서 ‘존중해서 나쁠 일은 없다.‘에 밑줄 그었거든요. 아마 이 기사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은 이것이 아닐까, 하면서요. 그런데 읽다 보니 더 중요한 문장이 맨 끝에 있네요. ‘어차피 관중도 그의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요.

저는 대상화를 포함하는 미소지니도 역시 약자(여성, 장애인, 유색인)를 머릿속에서만 상정해서 그런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머릿속 여성은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야 하죠. 그러나 실체의 여성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잖아요. 왜냐하면, 여성도 자기 머리를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니까요. 머릿속에 있는 여성도 그리고 머릿속에 있는 관중도 다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고요, 그 길의 시작에 이렇게 꽃바구니로 축하해드릴 수 있었고 또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합니다. 단발머리 님이 너무나 자랑스러운만큼, 저 역시 단발머리 님께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5-02 20:37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다락방님. 저도 미소지니에 대한 다락방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미소지니가 작동하는 방식이 그런 것 같아요. 여성을 머릿 속에 그려놓고, 그렇게 자신의 예상 혹은 생각대로 반응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발산하는 거죠. 이건 더 오래오래 들여야 보고 생각해볼 주제인거 같아요. 저는 아직 감도 못 잡았거든요 @@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혼자 서 있는 거 같지 않았어요. 집에 들어올 때마다 향긋한 꽃내음이 ‘내가 여기 있음‘ 이렇게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스펙터클한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냈습니다. 응원과 지지와 격려 감사드려요, 다락방님!
이미 자랑스러운 친구여서 뭔가 더 하실 필요는 없으시고, 앞으로도 계속 쭈욱~~~~~~~ 친구면 좋겠네요. 그거면 만사 오케이!!

2023-05-02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2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very Vow You Break : 'Murderous fun' from the Sunday Times bestselling author of The Kind Worth Killing (Paperback, Main)
피터 스완슨 / Faber & Faber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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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의 교훈 : 


모르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말 것이며, 남성연대를 얕보지 말고, 과학기술 발전의 나쁜 측면에만 집중하지 말라. 




2. 오늘의 문장 : She couldn't see it. 


나쁜 놈이 나쁜 속마음을 감추고 나쁜 짓 하려고 달려들 때, 그 진의를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뭔가 부족해서 그녀가 알아채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녀가 피해자가 된 것이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  




3. 오늘의 고전 :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Reader, she thought, I slept with him.) (44) 


당연히 바로 그 책. 독자여, 나는 그와 결혼했다,의 <제인 에어>.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실사 공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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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from 마지막 키스 2023-05-09 10:18 
    《기척》은 《제인 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써낸 '레이철 호킨스'의 소설이다. 레이철 호킨스를 내가 들어본 것 같고 읽어본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읽은 작품이 없더라. 그런데 왜이렇게 이 이름이 익숙하지? 엄청 익숙한데? 하고 곰곰 생각해보니, 오호라, 폴라 호킨스였다. 내가 읽은 건 폴라 호킨스였어. 호킨스 라는 성 때문에 내가 들어본 것 같았구나!진 리스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는데 레이철 호킨스가 《기척》을 쓰다니. 《제인 에어》가 읽고나
 
 
건수하 2023-04-25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3번에 빵 터졌습니다 ㅎ

단발머리 2023-04-29 18:59   좋아요 0 | URL
저도 3번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하하하

다락방 2023-04-25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군요! 멋져요! >.<

그나저나, 저는 저 문장 언젠가 써먹어 보고 싶네요.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ㅋ

단발머리 2023-04-29 19:01   좋아요 1 | URL
저, 피터 스완슨 책 한 권 더 주문했어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요. 제가 함 읽어보겠습니다.

그 문장 써먹을 날이 꼭 있기를요^^

책먼지 2023-04-25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샬럿 브론테나 제인 오스틴이 저렇게 능청스럽게 독자에게 말 걸 때 진짜 너무 좋더라고요..💕

단발머리 2023-04-29 19:02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ㅋㅋㅋㅋㅋ 저두 그래요.
저렇게 작품 바깥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말 걸 때 엄청난 ‘권위‘가 느껴져서, 전 그래서 좋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23-04-25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3번!!!
마구 상상되어지는 문장이군요?ㅋㅋ
근데 뜬금없는 질문인데요.
저 밑줄 사진 속 연필로 그으신 건가요?
어쩜 저렇게 예쁘게 그와 잤다는 문장에 그어지는 건가...싶네요?
단발 님이 하는 건 왜 다 예뻐보이는 건가요?
왜, 왜????^^

단발머리 2023-04-29 19:04   좋아요 1 | URL
저 밑줄 사진 속 연필로 슥슥 그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가 아니고, 정성껏 그었습니다.
저 문장이 좋아서 정성들여서 그었습니다. 저 연필이 참 좋은 연필이구요.

저를 애정해주셔서 ㅋㅋㅋㅋㅋ 그래서 예뻐보이는 거 아닐까요? 헤헤헤.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고요!!

독서괭 2023-04-25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자여!!ㅋㅋㅋㅋ 패러디 재밌네요~~
원서 읽기 능력자 단발님 부럽다..

단발머리 2023-04-29 19:06   좋아요 1 | URL
네, 독자여! 저 패러디 너무 재미있었어요.
원서 읽기 능력자는 아니지만 부럽다고 해주셔서 샤라랑~~~~~~~~~ 💕

다락방 2023-05-0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데요 단발머리 님. 이 책에 인셀이 나오나요?

단발머리 2023-05-02 20:39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인셀은 안 나오고요. 근데 인셀만큼 여성을 ‘의심하고 끝없이 미워하는‘ 남성들이 등장합니다.
떼로 등장합니다.
 
















... 억압받는 이들은 자신을 재정의하고 현재를 변화시키고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고안해 내는데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오드리 로드, 11쪽) 



낮에 내내 놀다가 11시 넘으니까 제정신. 주경야독 아니고 주놀야독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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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4-25 0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놀야독 ㅋㅋㅋ 저는 주놀야놀한 날도 있었…ㅎㅎㅎ

단발머리 2023-04-25 21: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주놀야놀 ㅋㅋ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주놀야놀! 밤낮없이 주놀야놀 24시간 주놀야놀 연중무휴 주놀야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주놀주놀이라고 썼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바꿨습니닼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