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 0.1 % 최상류층의 특이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를 읽었다곧 태어날 아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이사를 결심한 저자. 그 곳에서 그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화려한 옷차림과 명품백이 준비물인 어퍼이스트사이드 아파트 구하기부터 시작해, 아이들이 졸리는 오후시간에 이루어지는 어린이집 입학 오디션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인맥을 총동원한 각고의 노력 끝에 아들을 제일 유명한 어린이집에 등록시킨 후, 저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와서, 매일 운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커피 한 잔을 함께할, 이야기 나눌 단 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로서, 객관적 관찰자로서 특이습성의 어퍼이스트사이드 문화를 연구하려 했던 저자는 방향을 선회한다. 그것은 사회 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등 영장류의 하나인 그녀의 선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오늘날 인류학계는 동화를 불가피하고 유익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연구대상과 관계를 맺고 그들 집단이 지지하는 신념의 일부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내면화하는 동안 자연히 일어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현장연구가가 대개 처음 느끼는 감정은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은 고립감과 압박감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조금씩 적응하다 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본인을 사모아인으로여기기 시작한다. 혹은 아카족 Aka으로, 혹은 어퍼이스트사이드 주민으로. (121)

 


제일 큰 의문은 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이 새로운 이주자에게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대하냐는 것이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의 놀이약속을 위한 전화, 문자, 이메일을 대놓고 무시해 버리는 집단적 행태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른 아침에도 런어웨이를 방불케 하는 완벽한 패션의 엄마들. 보톡스로 본래의 표정과 생기를 숨기고, 출산 후에는 피지크 57 - 전문 발레리나들이나 가능한 고난이도의 운동을 수행하고,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들간의 놀이약속을 챙기며, 아이들의 생활과 학업에 올인하는 고학력 전업주부 최상류층 여성들. 완벽한 패션, 완벽한 미모, 완벽한 엄마들. 저자는 자녀에 대한 그녀들의 집착을 모성 집약적 육아때문이라고 보았다.

 


서구사회의 부유층 특유의 모성 집약적 육아intensive mothering’ 문화는 내가 연구한 엄마들에게 확실히 재앙이었다. 이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새런 헤이즈Sharon Hays는 모성 집약적 육아를 자녀 양육에 엄마가 어마어마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소비하게 (의무화)하는 성편향적 육아방식이라 정의한다. 끊임없는 감정적 소모를 감당하고, 아이의 심리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꾸준히 활동을 제공하고, 아이의 지능발달촉진하는 것까지 전부 다 엄마의 역할로 간주되며, 그 모든 역할에 철저하지 못하면, 심지어 자유방임하기만 해도 엄마로서 태만하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라고 헤이즈는 전한다. (265)

 

극도의 생태적 해방과 극도로 경쟁적인 문화 안에서, ‘성공적인자녀는 엄마의 지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아이의 성공을 이끌고 아이를 대신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이 엄마의 소명이다.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엄마란 위험부담이 크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하는 직업이다. 엄마로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인 동시에 그것이 아이의 성패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 내 친구이자 작가인 에이미 퍼셀만 Amy Fusselman마치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내 삶도 신분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낳은 것 같았다고 했다. (96-7)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여성들에게 (혹은 엄마들에게) 중요한 과제는 자신의 아이를 지속적인 성공과 행복의 경험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그녀들의 지상 과제는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다. ‘품위 유지비라 불리는 그녀들의 지출사례를 대충 살펴보자.




 


그녀들이 뉴욕 최상류층 0.1%임을 감안한다해도, 외모에 대한 그녀들의 집착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 그녀들은 외연을 꾸미는 일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저자의 진단이다.

 


같은 종의 동성 간 경쟁을 말하는 성내 경쟁은 진화적 선택에 따라 보편화한 현상이다. … , 침팬지, 호모 사피엔스 등 포유류 암컷은 번식의 기회를 잡기 위해, 선호하는 이성과 맺어지기 위해 경쟁한다. … 영장류 암컷은 수컷이 새로운 상대에게 끌린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에 새로 들어온 암컷을 바짝 경계하고 적대한다. 남성 한 명에 가임기 여성 둘의 비율인 어퍼이스트사이드처럼 성비가 수컷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는 환경에서는 기존 암컷의 텃세가 특히 심하기 마련이다. (210)

 


첫번째 이유는 불균형한 성비다. 남성 한 명에 가임기 여성이 둘인 상황에서, 선호하는 이성과 맺어지기 위해, 또는 내가 선택한 이성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암컷은 무리에 들어온 새로운 암컷을 경계하고, 스스로를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내 것이어야만 하는 수컷을 내 곁에 두기 위해, 가까이 잡아두기 위해.

 

두번째 이유는 여성 호모 사피엔스의 의존성 때문이다. 이 부분은문장과 문단을 읽고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각자 자신의 판단이고 자유지만, 이 문장들은,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남자들이 참, 좋아할 만한 문장이 아닌가 싶다. 옮겨본다.

 


여성 호모 사피엔스는 비인간 영장류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근본적인 곤란을 겪는다. 즉 호모 사피엔스 여성은 특이하게도 의존적이다. 우리는 음식과 자원을 집약적으로 공유하는 유일할 영장류로, 많은 사회의 여성이 주거와 생활을 남성에게 의존한다. 어미 새와 침팬지, 에페족 엄마 들은 새끼가 있다고 해서 먹이 구하러 다니기를 중단하지 않는다…. 밥벌이를 하면 힘이 생긴다. 내키는 대로 동반자 관계를 벗어나고, 애인을 취하고, 자유롭게 드나들고,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칼라하리 사막과 동남아 우림지에서처럼,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도 자원이 관계의 핵심이다. 덩이뿌리와 샤 뿌리를 캐오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면, 결혼생활의 약자가 된다. 세상의 약자가 된다. 무조건. (239)

 

남편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에 관한 비교연구에 따르면, 그런 방식으로는 밥벌이하는 자의 권위를 살 수 없다. 이를 잘 알거나 어렴픗이 눈치채고 있기에, 남편의 권위와 자신의 권위 사이에 있는 심연 같은 차이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생각 있는 여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243)

 


물론이다.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정확히 말하면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성들의 노동은 임금으로 변환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 한다. 또한 남편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에 아내는 별 수 없이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마미노믹스Mommynomics(엄마경제)’에 항복하게 되는데, 아이들 학교의 기념식 준비, 소식지 편집, 도서관 운영, 수제 빵 판매 행사 개최등이 그녀들의 무료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학교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남편의 고수입 덕분에 일할 필요가 없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고스펙 고학력의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아이들과 학교를 위한 활동에만 사용하게 되어, 여성은 경제적으로 더욱 남편에게 더욱 의존하게 된다.

 


먼저 시작한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서문에서부터 여성주의를 표방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푹푹 박힌다. 아프면서 시원하다. 반면 이 책은 좀 다른 느낌으로 시작한 책이다. 뉴욕 0.1% 최상류층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순수하게 궁금했고,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비인간 영장류의 생태 및 행동과 비교하는 저자의 설명도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이들의 삶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슨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하면서 책을 던져버릴 수도 있겠다. 일례로, 어퍼이스트사이드 사회에 완벽히 동화된 저자는 버킨백을 구입하기로 결심하는데, 그 이야기가 한 챕터다. 그러니까 한 챕터가 온통 버킨백 이야기라는 뜻이다. 가방 하나에 왜 이렇게 목숨을 거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명품백에 대해 두근두근한 마음 잠시라도 가졌던 사람이라면, 나름 공감하며 읽을 수도 있겠다.

 

243쪽의 남편의 권위와 자신의 권위 사이에 있는 심연 같은 차이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생각 있는 여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에서 생각 있는 여자라는 표현을 원서에서 찾아봤더니, 대강 이렇다.  “… just sensing the disequilibrium, the abyss that separates your version of power from your man’s, could keep a thinking woman up at night.”

 

a thinking woman up at night.

 

나는 원체 잠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밤잠을 이루는 일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몇 일간 좀 심난하기는 했다. 나가서 무슨 열매라도 주워 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과 그러면 내가 열매 주으러 나간 사이 아이들은 무얼 할까, 하는 생각. 아직은 최소공배수 구하기를 가르쳐 줘야한다는 생각과 어차피 최소공배수 구하기가 끝나면 내가 아이들의 공부 봐주기는 어려워질거라는 생각. 지금은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가 아니라, 내가 읽은 페미니즘이 가능해지도록 일을 해야할 때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지 않고 딸기, 감자, 양파, 베이컨을 사느라 돈만 쓰고 돌아오는 길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며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a thinking woman up at day.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걀부인 2017-03-0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출간한 책들 중 가장 흥미로운 부제를 단 책 같아요. 급 읽어보고 싶으나.. 반년 미루기로.. ^^ 대신 단발머리님 리뷰로 대신하고요

단발머리 2017-03-10 09:30   좋아요 0 | URL
네, 이 책 부제 잘 지었다는 이야기가 솔솔 들리더라구요. 책을 다 읽은 저도 같은 생각이구요^^

책 뒷부분에서, 작가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 (유산의 경험)을 갖게 되는데요, 그렇게도 살벌하고 냉정했던 그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작가를 위로해 줬어요. 작가는 이렇게 썼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누군가는 내게 연락했다. 나를 점심모임에 데려가거나, 꽃을 보내주거나, 우리 가족을 자기네 여름 별장에 초대하거나, 이메일로 그저 안부를 묻기도 했다. (333쪽)

수이 2017-03-0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급호감_

단발머리 2017-03-10 09:32   좋아요 0 | URL
완전 급호감, 누구에 대해서일까요?
1) 작가
2) 책
3) 단발머리

정답은?!?!?

AgalmA 2017-03-1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존성에 대해서라면.... 가장의 역할을 서로 바꾸기만 해도 그게 시스템이 만든 성질이라는 걸 알게 될 텐데요ㅎ 남성들이 잘 못한다고 여성의 그 능력(주부 9단 같은)이 더 뛰어나다는 논리는 명백히 잘못된 것.
여성이 아버지, 남편, 아이에 의해 신분과 권력을 잡는다는 설정, 한국 막장 드라마 아니어도 여전히 전세계적 프로파간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삶엔 리셋 버튼이 없으니 참 힘든 나날입니다.

단발머리 2017-03-15 16:00   좋아요 1 | URL
이 책 속의 냉혹한 현실에서 동물의 세계를 방불케하는 행동을 보이는 여성들은 대부분 고학력의 부유층 전업주부들인데요. 그녀들도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남편은 대단한 부자이지만 자신은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아요. 그러니, 화려한 옷차림으로 아이가 다니는 학교 이름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해요.
완벽하게 예쁘고, 완벽하게 날씬한 여자들이요.
어찌 보면 돈만 많다 뿐이지, 부럽지가 않네요.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할까 싶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