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열풍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서태지가 그토록 대중의 광적인 사랑과 열정의 대상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최초의 아이돌, 압도적인 퍼포먼스, 한편으로 시대적인 상황이 맞물린 면이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기 서사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교실 이데아’, ‘컴백홈을 노래하는 가수, 그런 아이돌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문의 다른 지점에 방탄소년단 BTS가 있다. BTS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활발하다고 하던데, 그건 다 성공 이후의덧붙임 같은 느낌이 든다. BTS에 특별한 점이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가요 시장에서 BTS는 순전히 ‘one of them’ (보라색 님들 흥분하지 마시고요. 끝까지 들으세요)이고, 그래서 BTS의 미국 진출, 세계 시장에서의 선전 이유를, 오히려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 그런 거지? BTS? 여러 가지 분석 중에 역시나 BTS자기 서사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방탄소년단의 방, 방탄소년단의 기획자 방시혁은 예전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자율권을 주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요계도 유행이라는 게 있는데 BTS10대 학생으로서의 고충을 노래하는 이른바 학원물을 들고나오자, 그게 언제 적 유행이냐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방시혁은 지금 이게 너희들에게 고민거리이고, 너희 생각의 중심적 테마라면 그걸로 해보자고 말했다는 거다. BTS는 계속 성장하고 나이가 먹고 스타가 되고 그리고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BTS 노래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이 노래다. Airplane pt. 2.

 





 

나는 열정적인 팬도 아니고 노래를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이 노래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좋았다. 전주 부분부터 좋다. 쿵쾅쾅 쾅쾅 리드미컬한 북소리가 나다가 황금막내 정국이가 의자에 앉아 노래를 시작한다. 이상한 꼬마. 숨쉬 듯 노래했네. 어디든 좋아. 음악이 하고 싶었네. 오직 노래. 심장을 뛰게 하던 thing. 하나뿐이던. 길을 걸었지만.

 

 


이렇게 이어지던 노래는 슈가의 랩에서 절정(?)을 이룬다. 데뷔 초부터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요계에서 대형기획사에 속하지 않는 그룹들이 겪을 만한 크고 작은 어려움과 서러움을 충분히 경험했다. 방탄 같은 경우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엑소라는 거대 보이 그룹이 등장했기에 이런 견제가 더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래로, 실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서는 방탄소년단. 이제 막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게 되는 순간. 방탄의 슈가가 노래한다.

 


TV 나와서 하는 귀여운 돈 자랑들은 Fed up. 여권은 과로사 직전

미디어의 혜택은 되려 너네가 받았지 깔깔깔깔

야 야 셀럽 놀이는 너네가 더 잘해. 우리는 여전히 그때와 똑같아.  

 

 


심지어 그 도구가, 아니다. 심지어, 라는 표현은 대중가요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겠다. 가요도, 대중가요도, 편하게 흥얼거리는 그 노래 속에서도 자기 서사가 가능하고, 자기 표현이 가능하고, 재현이 가능하다. 언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있다. 가능하다, 충분히.

 

 


그래서, 어제도 일찍 일어났지만, 늦은 아침도 아닌 늦은 점심을 차려주었고. 설거지를 하면서, 외출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방탄의 노래를 들었다.

 



We goin’ from Mexico City. London to Paris. 

우리가 가는 그곳이 어디든 Party.

El Mariachi. El Mariachi.

El Mari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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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2-11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합니다 ㅋㅋㅋ넘 반갑네요 벌써 귓속에 맴도는 엘 마리아치

단발머리 2023-02-11 10:39   좋아요 1 | URL
방탄 노래 중 베스트로 ‘봄날‘ 꼽으신 분 많이 만나봤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이 노래 제일 좋아하시는 분 첨 봐요!!
반가워요, 유수님!! (와락!!!!!!!!!!!!!!!)

유부만두 2023-02-11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날, 저요.;;;

단발머리 2023-02-11 10:43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제가 그 이야기 많이도 들었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봄날이 최고라고요 ㅋㅋㅋ ㅋㅋ

다락방 2023-02-11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모르는 노래입니다. 들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3-02-11 11:39   좋아요 0 | URL
제 스탈입니다. 참고 부탁 드리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11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탄 노래중에 다이너마이트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도 한때 서태지 좋아할 때가 있었는데요 ㅎㅎ

단발머리 2023-02-11 12:20   좋아요 0 | URL
다이너마이트 자매품은 버터이고요 ㅋㅋㅋㅋ 저는 가수들 좋아한 적이 없어요. HOT 너마저 좋은 적이 없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 열성적 팬심으로요ㅋㅋㅋㅋㅋㅋ

yamoo 2023-02-11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탄이 뜨기 직전에 멕시코의 유명 프로듀서가 올린 영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는데, 그때 그 음악 프로듀서는 방탄을 보고 앞으로 이들의 시대가 오겠고, 전세계적으로 마이클 잭슨이 얻었던 인기를 얻을 것이고 21세기의 마이클잭슨이 될 거라고 예언을 했습니다. 그 프로듀서가 말하길 방탄은 이제껏 봐왔던 보이그룹과는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서 세계가 곧 방탄을 알아볼 거라고 했는데, 그 영상을 보고 2달 후에 방탄이 각종 상이란 상을 죄다 휩쓸면서 전설이 됐죠. 저는 그 멕시코 프로듀서의 평가가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방탄의 거의 모든 곡들을 다 들었는데, 제 취향이 아니라서 광팬은 아니지만 방탄은 뮤지션이 아닌 아티스트라는 걸 저는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계속 정진하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포레스텔라 덕후입니다..^^;;

단발머리 2023-02-17 10:25   좋아요 0 | URL
방탄의 퍼포먼스가 좀 어렵기로 유명하죠. 근데 개개인이 춤을 막 잘 춘다 그러지는 않고요. 연습과 끈기로 ㅎㅎㅎ
저도 방탄의 노래를 막 좋아하고 그러지는 않은데, 그냥 노래 말고도 방탄만의 독특한 매력 같은게 있는 거 같아요. 서로간의 우정도 끈끈한거 같고요.

이 댓글을 포레스텔라가 싫어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꼬마요정 2023-02-11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이 때 로브 같은 거 걸쳤는데 옷도 마음에 들더라구요. ㅎㅎㅎ
전 ‘House Of Cards‘ 제일 좋아해요. 그리고 ‘134340‘이랑 ‘마이크 드롭‘이랑... 제 안에는 뭐가 있는 걸까요 ㅎㅎ
방탄 노래는 대부분 좋아서 자주 듣게 되네요. 무대도 좋아서 자주 보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3-02-17 10:27   좋아요 1 | URL
어머!!!! 꼬마요정님! 저도 마이크 드롭 좋아해요! 이럴 수가 ㅋㅋㅋㅋㅋㅋㅋㅋ 134340은 명왕성에 대한 노래라는 건만 알고요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한 번 들어봐야겠어요.
노래도 좋지만 역시 아이돌은 춤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디오가 중요하죠, 아이돌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3-02-12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TS 모르는 일인-_-;;;;;;; 사과드립니다ㅠㅠ 요즘 SM 일 덕분에 아이돌그룹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네요. 제가 생각한다고 달라질 일은 없지만-_-

단발머리 2023-02-17 10:26   좋아요 0 | URL
에구 무슨 사과의 말씀까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SM이 아주 시끄럽네요. 저도 이 글 쓸 때쯤 기사가 올라와서, 우아, 방시혁 대단한데 이랬는데, 아... 이수만이 더 대단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만년만의 외출.

극성 엄마답게 미용실 따라왔으나 앉아있을 분위기가 아니어서 근처 커피숍으로 대피. 미용실에서 읽겠다고 챙겨온 책을 딱 펼쳐놓고…..

북플 하는 중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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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먼지 2023-02-09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거 블랙햅쌀고봉라떼 은근 맛있지 않나요? 커피에서 과자 씹히는 거 너무 희안한데 묘하게 맛있더라고요…

단발머리 2023-02-09 16:27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처음 마셨는데 햅쌀이 뻥튀기 느낌이네요. 아주 맛있게 한 잔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2-09 16:50   좋아요 0 | URL
이름이 넘 웃기군요! ˝블랙햅쌀고봉라떼 ˝ 스벅에서 마셔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9 16:52   좋아요 0 | URL
깔끔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별로일것 같아요. 전 라떼파라서 도전해 보았습니다. 이 겨울 가기 전에 한 잔? ㅋㅋㅋㅋ☕️

책먼지 2023-02-09 17:0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이름답게 밥만큼 배부르니 배고플 때 도전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독서괭 2023-02-09 19:02   좋아요 1 | URL
블랙햅쌀고봉라떼라니!!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네요 ㅋ

다락방 2023-02-09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오늘 아침에 시작했어요!!! >.<

단발머리 2023-02-09 17:11   좋아요 1 | URL
제가 훑고 있는데 (읽기 전에 훑는 편) 거다 러너, 브라운밀러, 파이어스톤… 난리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9 17:18   좋아요 3 | URL
다 저희가 한 번씩 다뤘던 인물들이군요. 후훗. (잘 몰라도 아는 이름들이라 으쓱한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9 17:20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슬쩍 봤는데도 이러하고 ㅋㅋㅋㅋ 다른 분들도 등장하시겠지요. 책만듬새도 좋고 행간, 자간도 적당해요 ㅋㅋㅋㅋ 책크기도 딱 좋고 400페이지 안 되니까 그것도 딱입니다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9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까 마침 출출하던 때에 이 사진을 보고 치즈케이크 한조각을 해치웠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2-09 21:05   좋아요 1 | URL
전 하트파이랑도 함께 했더니 배부르네요 ㅋㅋㅋㅋ그러면서 꿀떡 먹는 중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2-09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이 책을 받았고, 한 시간 전에 이 책을 침대로 들고 왔고, 갑자기 보뱅의 책에 꽂혀 이 책을 일단 옆에 두고 보뱅을 읽는데,
저기 블랙햅쌀고봉라떼 저것이 무엇인고? 들여다 보기 시작했고~ㅋㅋㅋ
스벅엔 잘 안가서, 메뉴들이 참 신기하고, 먹음직스럽군요^^
블랙햅쌀이라 그런가요?
어째 책 표지 제목은 흑돌 바둑알 색깔 모냥처럼 블랙햅쌀 라떼색이랑 깔맞춤 하셨군요?
언제나 쎈스 넘치시는 단발님^^

건수하 2023-02-10 09:40   좋아요 1 | URL
아 라떼랑 책표지랑 맞추신 거였구나...
저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

단발님 사진이 항상 참 예쁜데 이유를 잘 몰랐네요 ^^;

독서괭 2023-02-10 10:17   좋아요 2 | URL
저도 전혀 몰랐어요. 역시 센스쟁이들끼리는 알아보시는군요!

단발머리 2023-02-10 11:02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 제가 그걸 의도한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매장 앞에 서서 저거요, 저거!! 그래가지고 저걸 시켰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책나무님 댓글 읽고 사진 보니 진짜 그렇네요 ㅋㅋㅋㅋㅋ 우아, 신기합니다!

수하님 / 제 사진이 예쁜 것은.... 잘 찍는 친구들 옆에서 맨날 구경하고 사진 좀 달라고 그러고 친구가 쓰는 앱을 따라쓰고ㅋㅋ

독서괭님 / 책나무님이 센스쟁이십니다. 수하님도 그러신거 같고, 독서괭님도 ㅋㅋㅋ 전 센스 충전 좀 하고 오겠습니다.

건수하 2023-02-10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하트파이도 스벅 것인가요?
전 얼마전 스벅에 외부 음식이 반입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직 반입해본 적은 없지만 다른 (더 맛있는) 집 빵을 들고 가보고 싶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02-10 10:17   좋아요 1 | URL
정말요?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합니까?
와.....넘 좋은데요?^^
그럼 저도 이제부터....ㅋㅋㅋ
근데 저는 스벅이 멀어서...ㅜㅜ

건수하 2023-02-10 11:06   좋아요 1 | URL
저도 근처에 없어서 잘 안가긴 합니다… ^^;;;

단발머리 2023-02-10 11:50   좋아요 2 | URL
수하님 / 아.... 아직 그걸 모르셨군요. 네, 스벅은 외부음식 반입 가능합니다. 그게 전 세계적으로 그렇다고 하대요. 빵 들고 스벅 입성하시면 그 사진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 스벅은 멀지만 책나무님 집 앞에는 할리스가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10 11:13   좋아요 2 | URL
전 사실 어제 간 곳에 아주 예쁜 디저트 & 커피 전문점이 있었는데요. 들어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혼자서도 잘 놀고 그런 사람인데도 거기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에요. 둘둘이 남녀, 둘둘이 여성ㅋㅋㅋㅋㅋ 앉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길 건너서 스벅으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혼자서 공부하는 분들이 우글우글 ㅋㅋㅋ 저도 혼자 앉아서 책을 펴고 ㅋㅋㅋㅋ 북플 ㅋㅋㅋ

다락방 2023-02-10 14:52   좋아요 2 | URL
헐. 스벅은 외부음식 반입 가능하다는 거 여기서 지금 알고 갑니다.. 세상에!!

책읽는나무 2023-02-10 14:54   좋아요 1 | URL
이래서 똑똑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야 합니다ㅋㅋㅋ

건수하 2023-02-10 15:00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역시 알고 계셨군요! 그 가게 디저트를 들고 스벅으로 가시지 그랬… ㅎㅎ

다락방님/ 다락방님도 모르셨다니 반갑습니다 ㅋㅋ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있다.

 


1. 혹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가능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2. ‘어디 갔었어의 짧은 글 이전에, 내가 쓴 글이 강제적 이성애와 무성애의 섬 (feat. 수하님)’이었다는 걸 기억하면서 썼다. 그 글에서 내가 생각했던 지점, 즉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어니즘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의 무성애 (청정) 지역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는 뜻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실명한 사람들이 정신 병원에 격리되는 과정에서부터 그곳에서의 처참한 모습들은 아우슈비츠와 꼭 닮아있다. 그 순간, 그 모습들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한 사람은 눈이 멀지 않았다. 그 지옥 같은 아수라장에서 그녀가 말한다.

 


안과 의사의 부인인 이 여자는 지칠 줄 모르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완전히 인간답게 살 수 없다면, 적어도 완전히 동물처럼 살지는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168)

 



인간답다는 건 어떤 것일까. 우리는 인간도 동물이라는 걸 안다. 온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도 부족한 맹목적인 인간 중심주의. 오랫동안 아니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제 더는 부인할 수 없다. 인간도 동물이다. 그저 동물의 한 종류일 뿐이다. 그렇다면 동물인 우리 인간은 어느 때에, 인간 아닌 동물이 되는 걸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뭘까. 욕망 발현의 한계점을 어디에 두어야 인간인가. 어디에 두면 동물인가.

 

 


너무 옛날 모델이라 부끄럽기는 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게 이것밖에 없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 의하면, 인간은 아래쪽에서부터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소속의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눈먼 자들이 격리된 정신 병원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마저 위협받는 곳이다. 생리적 욕구는 ‘breathing, food, water, sex, sleep, homeostasis(항상성), excretion(배설)’에 대한 욕구를 뜻한다.

 


나는 먹는 것보다 자는 걸 선택하는 사람이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지만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견디지 못한다. 잠을 4-5시간밖에 자지 못한 그다음 날에는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팔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괜찮고, 내가 차려서 먹어야 한다면, 귀찮음과 배고픔 중에 항상 귀찮음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재 상황에서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시간이 남아돌고, 미래의 내가 배고픔으로 고통당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내게 가장 큰 고통은 배고픔이 될 것이고, 나는 음식에 대한 욕구와 욕망으로 가득 찰 것이다. 내게 가장 강력한 욕망은 음식을 향할 것이다.

 


이 소설 속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눈먼 이들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은 채,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격리되었고, 언제 음식이 공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인간으로서 존재하기에 충분한 양의 기초적인 재화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들에게는 ‘breathing, food, water, sex, sleep, homeostasis(항상성), excretion(배설)’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렬했다. 그중에서도 그들을 가장 강력하게 사로잡은 건 음식에 대한 욕구였을 것이다. 그랬던 그들에게 외부의 압력이 작용한다. 음식을 얻는 것에만 몰두했던 그들이,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했던 그들이……

 


각 병실에서는 서로 점차 익숙해지면서 관능적인 욕구가 시들해지고 있었는데, 피해갈 수 없는 임박한 수모의 위협이 자극제가 되면서 갑자기 그 욕구가 기승을 부렸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빼앗기기 전에 그 몸에 자신의 표식을 남기려고 필사적인 것 같았다. 여자들은 가능하면 거부하고 싶은 감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 속에 자발적으로 경험하는 감각들을 가득 채워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243)

 

 

예전에 참여했던 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지도 선생님은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하며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문학을 봐서는 안 된다고 내게 충고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의 지적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내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고, (어쩌면 그래서) 선생님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아무튼 선생님은 나의 이 생각을 영원히 모르실 테고. 그보다는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그 말을 떠올렸다.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문학을 봐서는 안 된다.

 


정확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246쪽에서 247쪽까지다. 이 소설은 포르투갈어로 쓰였지만, 이 책의 번역자는 믿고 읽는정영목 님이시고. 나는 한글로 이 소설을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서, 이 두 쪽을 세 번 정도 읽은 것 같다. , 이게 정말. 말이 되나. 이게 정말 가능한가. 이게 정말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인간이 동물로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욕구, 즉 생리적 욕구는 ‘breathing, food, water, sex, sleep, homeostasis(항상성), excretion(배설)’이다. 수면욕구 만큼이나 음식에 대한 욕구는 강력하고, 음식에 대한 욕구만큼이나 섹스에 대한 욕구는 강렬할 텐데. 그런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끈질긴 욕구는 역시 섹스에 대한 욕구란 말인가. 이때쯤 다시 찾아보는 필립 로스.

 
















오직 섹스를 할 때만 인생에서 싫어하는 모든 것과 인생에서 패배했던 모든 것에 순간적으로나마 순수하게 복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오직 그때에만 가장 깨끗하게 살아 있고 가장 깨끗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야. 부패한 건 섹스가 아니야 - 섹스 아닌 나머지가 부패한 거야. 섹스는 단순히 마찰과 얕은 재미가 아니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죽음을 잊지 마. 절대 그걸 잊지 마. 그래, 섹스도 그 힘에 한계가 있어. 나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아. 하지만 말해봐, 섹스보다 큰 힘이 어디 있어? (<죽어가는 짐승>, 88)

 

 


소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에 소설을 읽는다. 나와 다른 사람이 되고, 다른 환경에 처하고, 다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 영광과 파멸을 바라본다. 말 그대로 함께한다. 눈먼 사람들과 눈 뜬 한 명의 여자와 함께 그 복도를 거닐고, 그녀가 보는 것을 함께 보는 과정이 내내 괴로웠지만, 특히 저 부분은 읽기 힘들었다. 나의 분노는 무엇 때문인가. 사회적 인습과 모노아모리에 대한 강박 때문인가. 배신감에 치를 떨게 만드는 그 남자가 미웠다. 죽도록 미웠다. 그 여자도 미웠다. 그리고 남겨진 여자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는 점심을 건너뛰고 오후 늦게 이른 저녁으로 메밀소바와 밀크티를 마셨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맛있게 먹었는데, 소설을 따라 읽으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에 여러 번 책을 덮었다. 아직 다 읽지 못했고 곧 마저 읽을 테지만, 주제 사라마구의 책은 한동안 읽지 못할 것 같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내게는 너무 어렵다.

 


쉬어야 한다, 잠시. 건조하고 담백한 문장을 만나 봐야겠다. 이를테면 아렌트. 한나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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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07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섹스가 뭘까요? 눈 먼 상황에서 급박하게 찾는게 섹스인가요? 나를 나로 만드는게 섹스인가요? 전 ..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영화속에서도 말씀하신 그 장면이 보여집니다. 아내는 눈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목격을 하는 그 장면요. 모두 눈이 멀었을 때 나 혼자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인것 같아요. 섹스는 뭘까요?

좀 다른 얘긴데 좀비 영화 <28일 후>를 보면요, 살아 남은 인간들이 살고자 하고 다른 생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몇몇 생존자들과 맞닥뜨리거든요. 그들은 모두 남자였는데, 이 주인공과 함께 하는 사람들중엔 여자가 있었단 말이예요? 바깥은 좀비가 창궐하는 이 와중에 이 생존자남1 은 이 여성을 강간하려고 시도하더군요. 그 상황에서 강간을 할 생각을 어떻게 할까요? 가끔 인간은 너무 징그러워요.

단발머리 2023-02-08 13: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그 장면 아신다고 하니.... 참..... 나의 괴로움 아는 사람 1인 추가합니다. 영화보다는 전, 책의 그 장면이 정말 싫었어요. 아... 아직도 괴로운 나....

고고한 하늘의 문장으로 솟구치거나 어디 별사탕 세상으로 피해야지 싶습니다. 아..... 괴롭....

공쟝쟝 2023-02-08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도 잠이 먼저 라고 합니다. 밥은.... 까먹지 않고 먹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입니다 ㅋㅋ
필립 로스 섹스에 의미 부여하는 거 꼴비기 싫으네요 ㅋㅋㅋ 저도 어제 아렌트 새책 쓰다듬으면서(읽지는 않음) 즐거운 저녁(?)을 보냈어요.

엉성한 사회의 도덕적 잣대로 문학을 보는 것은 저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윤리를 발명하기 위해서 문학을 읽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영화보다, 유튜브보다 때로는 삶보다. 책 읽기가 (중간중간 멈추어 생각할 수 있으므로) 특히 문학 읽기가 자신을 심문해서 얻는 자기만의 윤리를 적립하는 데 좋은 재료라고 생각하고요. 알라딘에서 그런 사람들 만나서 넘 좋음요.

(문득 번뜩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여기에 있는 것 같네요.)

단발머리 2023-02-08 14:06   좋아요 1 | URL
밥은 챙겨 먹자고요.... 아 힘들다 ㅋㅋ

자신만의 윤리를 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보통 그런 사람들은 말이 길고 ㅋㅋㅋㅋㅋ 그런 분들은 산에 가세요, 전 이런 편인데... 나도 말이 많고 말이 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책읽는 제가 좋지만 이제 대세는 영화쪽으로 간 거 같아요. 드라마, 영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조금 더 쉽게, 더 강력하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공쟝쟝 2023-02-08 14:04   좋아요 1 | URL
잘 챙겨먹어요. 제때에!!!
단발님이 말씀하시는 건 산에가셔야 하는 분들은…. 제가 생각한 자신만의 윤리라기 보다는 자기 합리화인 것 같아요! 전“윤리”요!! 푸코가 말하는 윤리. 에 더 가깝습니다.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내 위치를 알고 거기에 합당하게 사는 거요, 자기배려. 자기이해에 입각한 좋은 삶으로 가기 위한 노력요.

그냥 좋은 게 다 좋은 거다로 믿어보마 살았더니 저는 인생 망하게 생겨서요… 분명히 도덕적으로 살았는 데 인생이 왤케됐지??? 이제 어떻게든 사회가 제시한다고 그대로 따르고 그러면 안될 거 같아요. 나중에 누굴 탓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그러려면 생각을 해야하는데 영상매체는 아무래도 과몰입은 되는데 중간에 생각하기는 좀 힘들죠? 나중에 영화감상문을 꼭 써야겠네요!!

난티나무 2023-02-08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꼴비기 싫다 22222222

단발머리님 글 보면서 하 이 소설 다시 읽어봐야 하나 싶어요. 오래전에 읽었어서 지금 읽으면 분명 다르게 읽힐 텐데 그런데 너무 괴로울 것같고...@@ 읽다 던진 <눈뜬 자들의 도시>도 지금은 읽히려나 싶고요?ㅎㅎㅎ

저도 메밀소바 좋아합니다!

단발머리 2023-02-09 07:45   좋아요 0 | URL
일단 괴롭고 힘든 시간을 간신히 마쳤습니다. 대단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힘들더라구요. 헉헉. 전 당분간은 주제 사라마구 안 읽으려고요. 잠깐 쉬는 타임 ㅋㅋㅋㅋㅋㅋㅋㅋ

필립 로스 꼴비기 싫으시죠? 저도 그래요. 제 길티 플레저. 나의 사랑, 나의 죄책감.... 로스가 제겐 그런 사람입니다.
 





 















독서괭님, 수하님, 책나무님, 햇살과함께님, 바람돌이님, 난티나무님 그리고 잠자냥님 댓글에 힘입어 이 책을 읽는다. 오늘 반납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오전 중으로 처리하겠습니다. ㅠㅠ

 


나는 스포일러에 강한 체질이라 결말을 아는데 두려움이 없고, 또 읽다가 궁금하면 뒤를 팍팍 넘겨보는 스타일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이름이 주제 사라마구’, 포르투갈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는 것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무섭고 떨려서, 어머, 어머머! 하면서 읽고 있다. 가슴이 쿵덕쿵덕,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서운 마음뿐인데. 오늘의 표현 발견하고야 만다. 어디 갔었어.

 



우리는 생리 현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급하게 찾아오는지 잘 알지 않는가. 그것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남편이 깨서 그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어디 가는 거야,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 남편들이 아내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어디 갔었어, 하는 질문일 것이고. (215)

 



이 소설 읽으면서 처음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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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2-06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금방 다 읽으시겠네요! 어디 가는 거야, 어디 갔었어 ㅋㅋㅋㅋㅋㅋ 저런 내용이 있었군요 ㅋㅋ

단발머리 2023-02-06 20:3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남편들이 아내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가요?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소설 고등학교때 재밌게 읽었어요ㅎㅎㅎ (나도 고등학교 때 까진 소설 많이 읽었다능…)

단발머리 2023-02-08 13:16   좋아요 0 | URL
대단합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진짜 대단한대요. 쟝쟝님 독서력 무엇? 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2-06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저... 어디 갔었어? 전화 해도 없대...가 생각나죠?? 저 그 세대 아닌데!!! 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8 13:16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꼬마요정님! 그 세대이신걸로 밝혀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2-06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 저 너무 싫어하는 말이에요. 어디 갔었어~~ 전화 왜 안 받아~~~ 아악

꼬마요정 2023-02-07 15:31   좋아요 0 | URL
엇, 저는 그거 지구오락실 보고 알았거든요. 맥락이... 설마...??????

단발머리 2023-02-08 13:17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 / 전화 안 받아...가 자매편이죠. 그래서, 저는 실제로 전화를 잘 안 받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님 / 저는 지금.... 지구오락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맥락이... 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2-07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막론하고 아내를 걱정?하는 말!
어디 갔었어?ㅋㅋㅋㅋ
저런 표현이 있었다니? 놀라운 책이고, 무서운 책 맞네요ㅋㅋㅋ
우리 집 남편은 매일 곁에 없다보니, 좀 색다른 버전입니다.
어디고? 뭐하노? ㅋㅋㅋ
울집 아이들도 엄마 어디에요?
왜 다들 내가 있는 곳을 그렇게나 궁금해 하는 건지? 한 번씩 소름 돋곤 합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8 13:18   좋아요 1 | URL
저는... 저렇게 물었을 그 남성의 변심에 통탄해 마지 않습니다.

책나무님댁 아이들도 엄마를 항상 찾는군요. 아기새들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집에도 아기새들이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07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영화로 봤거든요. 와 엄청 무섭더라고요. 같이본 친구는 중간에 나갈까 엄청 고민했대요. 이거 영화 개봉하고 이 작가도 엄청 유명해져서 왜, 주제 사라마구냐 주제 사마라구냐.. 막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그랬는데요. 요 네스뵈냐 요네스 뵈냐.. 이런 것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올려주신 인용문 보니 에쿠니 가오리 에세이 생각나네요. 에쿠니 가오리가 남편에게 ‘나 여행 좀 다녀올게‘ 했더니, 남편이 그 말 듣자마자 대뜸 했던 말이 ˝그럼 내 밥은?˝ 이었다고..

자기 손으로 밥도 못 챙겨먹는 성인 남성은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3-02-08 13: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에쿠니 가오리 에피소드 받고 정희진쌤 에피소드 나갑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위(위장)에 인생을 거셨다.˝

신심이 깊으셨던 어머니께서 아버지 때문에 성지순례 못 가셨다는 에피소드 있잖아요. 하아.....
 
자매애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를 다 읽었다. (53쪽밖에 안 된다. 이 책 안 사신 분, 한 분도 안 계시길!!) 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썼던 글(강제적 이성애와 정희진 만세!,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315994)에서의 내 예상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끝부분에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학자인 앤, 크리스틴, 샤론과 에이드리언 리치와의 서신이 포함되어 있는데,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끈질기게 주장하는 논증이 너무나 훌륭하다.

 


저는 결코 이성애자 페미니스트들이 거짓 의식을 '세뇌당한' 상태로 헤맨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표현이 유용하거나 심오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호모포비아는 너무 널리 퍼진 용어라 이성애 페미니즘의 성적 유아론을 밝혀내고 대화를 나누기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에세이를 통해 저는 이성애자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이성애 경험을 비판적으로, 나아가 적대적으로 검토해 보길, 자신이 속한 제도를 비평해보기를, 여성의 자유를 위해 그 규범과 함의를 놓고 투쟁하기를,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제시하는 수많은 자료에 좀 더 마음을 열어주기를, 이성애 제도 안의 개인적 특권과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자는 해결책에 안주하지 않기를 요청하고자 노력했습니다. (284)

 


강제적 이성애는 문화 속에 너무나 깊이 내재되어 있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에이드리언 리치가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여성들의 원래,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가 사실은 사회, 문화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측면이 있다. 남자 청소년이 아버지와의 동일시와 어머니로부터의 독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증하는 데 비해, 여자 청소년은 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어머니에 대한 거부를 강요당하는 측면이 있다. 남성 간의 친밀감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장려되고 그 감정이 극대화되지만, 여성들 사이의 가장 흔한 감정은 질투라는 거짓말이 공고화 되어 있다.

 

















강제적 이성애는 남녀 사이에 성적인관계 이외의 관계를 상상하지 못하게 한다. <랩 걸>의 저자 호프 자런과 그의 연구원 빌과의 관계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던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남이 한 팀으로 일하는데, 그 팀의 보스가 여성이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지식과 열정에 대해 위탁한 사이이며, 우정을 나누는 사이라는 것. 두 사람의 관계는 끝까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은 믿지 못했다. 나 역시, 빌에 대한 호프의 신뢰와 사랑을 확인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국엔, 마지막엔, 끝에는 이 두 사람이 맺어지지 않을까. 호프는 사랑에 빠졌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고, 빌과 호프의 우정은 그 이후로도 오래오래 지속되었다.

 


지독한 프로이트주의자인 필립 로스는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다. 섹스 이외에 남녀를 이토록 매혹시키는 다른 일이 있을까. 여남 사이의 가장 중요한 일이 섹스라는, 서로의 가장 중요한 볼 일은 섹스라는, 끌어당기고 끌어가는 이 힘은 섹스 때문이라는, 로스의 말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여남 사이의 가장 중요한 일은 섹스.

 


인간의 몸은 신비하고, 아름답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에 대해 모두 알지 못하고, 또 우리를 움직이는 동인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예전에는 이를 인간 자체에 대한 명상,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로 설명하고자 했다면, 과학의 시대에는 이를 뇌과학으로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느낌, 감정, 마음, 사고, 판단, 결정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

 


성애는 분명 동물로서 존재하는 우리의 주요한 본능 중 하나이고, 성애의 많은 부분이 설명의 영역을 넘어서기는 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떤 사람의 어떤 부분에 왜 끌리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생김새나 체취, 목소리 혹은 외모가 그런 판단의 요소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적 본능이 우리가 가진 주요한 욕구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산업 사회의 발달로 인해 경제적인 이유, 즉 이윤 추구를 달성하려는 목적에 의거, 성욕은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되게 인식되고 재현되고 있다.

 


성욕은 기본적인 인간의 다른 욕구와 마찬가지로 사회문화적인 구조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그 조정이 가능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식당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음식을 빼앗아 먹지 않듯이, 요의가 느껴진다고 오페라 공연을 보다가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지 않듯이, 성욕 역시 그 욕망에 사로잡혔다고 해서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 섹스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하고나 아무 때나 섹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에게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그 욕망의 좌절에 대해 그 일을 불가능하게 한 세상여성에 대해 (오히려) 분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체슬러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부분이다. (혹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이 세상에 나온 게 1970년이다.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 1970년에,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1972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이 하나의 계급으로, 성적으로 억압당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생산 수단과 재생산 수단을 통제할 수 없었던 여성은 성적으로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치욕을 당했다는 걸,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여성과 광기>, 25) 이들 여성들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 아버지는 이 세계 가부장제의 상징이었다. 이들에게는 어머니가 없었다. 어머니는 가부장제의 공범으로 아버지의 강령을 시행하는 사람이었다. 이들에게는 남편이 없었다. 남편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억압했듯이 그들을 억압했다. 그들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아버지, 어머니, 언니, 동생이 되어 주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남편이었고, 애인이었다. 그들에게는 서로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자신이 여성을 사랑하고, 여성이 자기 성애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아직 주류 사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케이트 밀렛이 이런 경우다.



 













레즈비언 문제를 놓고 페미니즘 운동이 분열되어 있던 당시, 1970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 도중 한 페미니스트 활동가로부터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밀렛은 힘겹게 "레즈비언"이라고 답했다. 불과 몇 개월 전 "여성 해방의 마오쩌둥"이라며 치켜세웠던 《타임》은 "페미니스트들을 레즈비언으로 치부하는 회의론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밀렛의 고백 이후 많은 진보적 페미니스트가 등을 돌렸다. (<성 정치학> 작가 소개)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이 단일한 계급과 카스트로 억압받는 상황에서 이성애는 자매들에 대한 배신으로 여겨지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한결같이 나는 그래도 남자가 좋아라고 외쳤던 필리스 체슬러는 정말 대단하다. (후에 필리스 체슬러 역시 동성애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선봉대장이었던 베티 프리던 같은 이는 남녀평등 헌법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시점에 레즈비언들이 젠더 이슈보다 섹슈얼리티를 의제로 내세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여성운동의 동력이 상실될까 두려워했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이 글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레즈비언들의 이론적 근거는 에이드리언 리치에게서 나왔다.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어니즘의 이러한 경합은 오히려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나는 작년에 영어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로맨스 소설을 여러 권 연달아 읽었다. 이 쪽(?) 방면으로는 전혀 읽어보지 않았기에 내게는 말 그대로 새 세상이 열렸는데, 때는 바야흐로 뜨거운 여름이었고. 나는 종종 뜨겁다. 덥다. 땀난다.’ 이런 글을 알라딘에 올렸던 것 같다. 그 때, 비밀댓글을 나누는 사이인 알라딘 이웃 수하님이 이런 댓글을 남겨 주셨다.

 


 


나는 말 그대로 터지고 말았는데, ‘성애에 대한 이런 무심함이 너무나 새롭고 신선했다. ‘귀찮죠의 이 3음절은 성애 과몰입 사회에 대한 따끔한 일침 아닌가. 여남 간의 가장 중요한 일은 섹스라는 믿음과 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반항과 결투, 그 중간 지점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그 섬은 바로 무성애의 섬. 더위와 귀찮음에 굴복하는 세계. 섹스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닌 세상. 그런 세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아는 세상은 이성애 세상이라 이것만이 전부라 말할 수 없겠지만, 3년 이상 함께 살고도 가슴이 콩닥콩닥,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하는 로맨틱한 관계가 가능할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세상은 그런 세상은 아니고. 다만, 그것 말고도 다른 관계,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혼자 산다면(1인 가구) 친구가 필요하고, 이웃도 필요하다. 특별히, 서로 의지하고 의탁하는 ‘committed long-term relationship’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그 관계에서 로맨틱한 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그 관계의 많은 부분은 무성애의 섬에 걸쳐져 있다는 걸, 여기에 써놓고 싶다.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다행이다. 내게는 수하님이 계신다.



노래는 달콤한 걸로우효가 부릅니다. <민들레>. 우리 손 잡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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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전히 미쳐 있는] 케이트 밀릿과 강제적 이성애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2-23 16:44 
    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18년이었다. 이미 품절 상태였고, 친절한 알라디너님은 애인이 비싼 중고를 구해주었다 자랑하시기도 했다. 애인 없는 나는 원서를 구입해서는 2쪽 읽고 바로 고이 보관 모드로 들어갔고, <성 정치학>은 2020년에 재출간되었다. 당시 책소개에 이런 문단이 있어 페이퍼에 적어 두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알라딘 책소개는 좀 바뀌어 있어서, 그래24의 책소개를 가져와 본다. 《성 정치
 
 
바람돌이 2023-02-06 00: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더워서 귀찮은 날도 있고, 근데 또 상당히 끌리고 근사한 날도 있어요. 확실한건 나이가 들면서는 점점 귀찮은 날이 더 많아진다는거.... 제가 보기엔 이거 남녀 마찬가지인거 같은데요? 실제 남자들에게 섹스란건 지나치게 신격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신의 본심과 상관없이 남자들 내에서 그건 좀 서열화와 맞닿은 거랄까? 이것 역시 가부장제의 문화적 강제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이성애자인것에 대해서 한번도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지 않았는데 이것 역시 왜라는 질문의 대상이라는걸 확실하게 알겠네요. 나의 선택 역시 문화적 강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엄청 높을듯요. 제가 자란 시대 자체가 이성애 외의 것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던 시대니 말이죠. 그래서 에이드리언 리치의 저 말들이 더 심오하게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이 책 저는 안 삿는데 에이드리언 리치는 진짜 안사면 안될듯.... 모든 곳에서 다 튀어나와요. ㅎㅎ

단발머리님 이글 읽으면서 와 진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그 책들의 이야기들을 적재적소에 이렇게 써나가지 하는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은오 2023-02-06 09:48   좋아요 3 | URL
그니까요 단발님 지성미에 미쳐버려 ㅠㅠ

건수하 2023-02-06 09:56   좋아요 3 | URL
그니까 제가 단발머리님이 등장하시는 꿈을 꾼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에요.. 그쵸? :)

이 책 저는 얼마전 장만했습니다. 하 언제 읽지.. 의욕만 너무 앞서요.

단발머리 2023-02-06 18:5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 섹스에 대한 지나친 신격화,가 저도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해요. 섹스가 남성들에게 더 이상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하고요. 저 역시 스스로를 이성애자로 생각했었는데, 에이드리언 리치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자신의 이성애 경험을 비판적으로 나아가 적대적으로 검토해 보기를...... 저도 검토 좀 해봐야겠습니다.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저의 어깨는 자동으로 퍼프 소매 모양으로 ㅋㅋㅋㅋㅋㅋㅋ

은오님 / 잠자냥님! 은오님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르는 중)

수하님 / 곧 빠른시일내에 다시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이 책 너무 좋아요. 느무느무느무요!

난티나무 2023-02-06 0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머리님 저 페이퍼 써놓은 거랑 비슷한 맥락이라 소름! (저는 월요일 올리겠습니다...ㅎ)
일단 저 손 들고요. 귀찮다! ㅎㅎㅎ 손 잡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섹스 이야기할 때 얼굴 붉히지 말아요, 우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남편이랑 케이트밀렛 이야기 했는데 바로 딱 저 부분이요. 또 소름.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6 18:55   좋아요 2 | URL
제가 최근에 <섹스할 권리> 읽어서 난티나무님과 이렇게 생각이 공명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얼굴을 붉힐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은 지금 저녁 7시 6분전이에요. 페이퍼 올리실 시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2-06 20:31   좋아요 2 | URL
제 페이퍼는 그냥 이랬다 저랬다 감상에 머무르는 페이퍼라서 ㅎㅎ 기대하지 마세요.
쭈그리모드.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6 20:32   좋아요 1 | URL
기대할거에요 ㅋㅋㅋㅋㅋㅋ 요요요요요요요요요요요용~~~~

공쟝쟝 2023-02-06 08: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빵 터졌어요. 마지막에 추천해주신 노래 나랑 손만 잡고 싶어하던 남자가 좋아하던 노래임...... (정말 손만 잡고 싶어할 줄이야?ㅋㅋㅋ)

저는 대학 다닐 때는 무성애자라고 놀림받고 제 가까운 친구들이 에이섹슈얼이냐고 진지하게 물어 볼 정도로 (아님) 성애적으로 사람들 느끼거나 바라보지 않는 편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찌리릿 한다는 주위의 여자친구들이 있긴 했죠. 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넌 연애좀 쉬어라였을 정도. 제가 페미니즘 각성하고 거의 가장 먼저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 <연애하지 않을 자유>고요, 특별히 사귀었던 남자들이 아주 나쁜 새끼들이어서 페미가 된 건 아니었고요(단, 성추행은 정말 많이 당함),

정말 미투가 컸어요. 전 페란테 소설에 나온 ‘니노류‘의 인간에 관심이 많아요. 많이 봤어요. 권력에 도취된 남자 인간. 여남 모두가 좋아하는 남자. 여자와는 다르게 그들은 사적인, 성적인 이득을 취하고도 여자들이 담합해 쉴드 치거나 그를 욕망(?)해 버리더라고요 (소설에 잘 나옴). 장난처럼 삼천궁녀란 무엇인가 라고 되뇌일 정도로 그런 여자들이 이해가 잘 안갔었어요. 그런데 <여성은 인질이다>라는 책을 읽고 나니까 이해가 좀 가기 시작했어요.

남자들이 더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힘(가능성)이나 자매들의 연대를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자매애 보다 당장의 내 앞의 이성애가 현실적으로 나를 살리는 선택이겠죠. 그런데.... 섹스가 주는 쾌락?!?!이 여남 관계에서 그토록 컸다는 사실은ㅋㅋㅋ 페미니즘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그 후에야 문제시 하게 된 일입니다ㅋㅋㅋ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지만 공쟝쟝의 섹탐은 일시 중지입니다. ㅋㅋㅋㅋㅋ (요즘에 우정 탐구로 관심사가 바뀜ㅋㅋㅋ)

건수하 2023-02-06 09:55   좋아요 3 | URL
저도 굳이 진단하자면 에이섹슈얼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확인이란 건 어렵지만...
그래서 좀더 이성애 관련하여 집착이나 괴로움이 덜한 채로 편하게 살고 편하게 페미니즘 책 읽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단발머리 2023-02-06 19:00   좋아요 1 | URL
쟝쟝님 / 그런 분들이 존재한다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쟝쟝님이 그런 분인줄은 몰랐네요. 저는 성애를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니노류,에 대해서는 저도 엄청 관심이 많아요. 성적인 이득 뿐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씨 뿌리고‘ 다니는데도 그 남자를 해바라기마냥 바라보는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궁금하구요. 알파수컷일까요? 우월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열망에 여자들은 그렇게 그 남자 앞에 쓰러지는 걸까요? 먼저 알게 된 사람이 탐구하는 걸로 합시다. 섹스가 주는 쾌락에 대해서는 그 다음 연구 주제로 ㅋㅋㅋㅋㅋㅋ 할 거 너무 많네요. 양자역학에 탈식민주의에 더해서 섹슈얼리티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하님 / 편하게 페미니즘 책을 읽을 수 있으시다니........ 수하님 부럽습니다!! 저는 성애에 관심이 많사오며.... 쩝.... 그래서 맨날 뜨거웠고.... 쩝

건수하 2023-02-06 19:02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사실 다른 분들의 괴로움의 크기를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단발머리 2023-02-06 19:04   좋아요 1 | URL
수하님 / 저는 많이 더워요. 많이 괴롭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21:14   좋아요 1 | URL
성애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다고 해서 성욕이 없다거나 이성애자가 아닌 건 아닙니다. 저는 사람을 마음에 들이는 데 오래걸릴 뿐예요. 그리고 이별도 잘 못하고… 🙄

건수하 2023-02-06 21:22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오해했네요.
아니라고 써 있는데…

에이섹슈얼도 성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적은 경우도 있지만) 성욕과 어떤 대상을 연결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래요. 그러니까 누굴 좋아한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는 거죠.

저는 이별은 가차없이 잘 합니다 근데 한참 지나 혼자 후회하는 스타일 ㅋㅋ

공쟝쟝 2023-02-06 21:35   좋아요 1 | URL
네… 성애적으로 사람을 안 바라봐서 나중에 사람들이 특히 청춘들이 그 토록 성애에 진심인 걸 알아갈 수록 너무 세상이 놀라웠습니다 ㅋㅋㅋ 지금도 가끔 자주 놀라곤 해요….

수하님의 정의가 맞다면 저는 에이섹슈얼 맞아요! 좋아하는 마음이 성적 끌림으로 연동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랑 사귀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 ㅋㅋㅋ)

건수하 2023-02-06 0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긴장하며 읽었는데, 몇 개월 지난 댓글이 등장할 줄은... ^^;;;
‘비밀 댓글 나누는 사이‘ 강조해주시는 것도 조금 부끄럽네요 근데 좋구요 ㅋㅋㅋ

저도 나는 타고난 이성애자인가? 하면 자신이 없고 애초에 동성을 연애 상대로 고려해볼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사실 어릴땐 이성애 동성애 외에 많은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몰랐는데, 저는 에이섹슈얼에 좀 가깝지 않나 싶어요.

사람은 좋아하지만 섹스는 별로.. 그게 전에는 좋은 섹스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가 했는데
이제는 (물론 3년이 지나긴 했지만) 관심이 적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더라고요.
섹스 관련해서 어린 시절 나름의 갈등, 괴로움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때 좀 책을 읽고 공부를 할 걸 그랬어요..
그러면 좀더 생각의 폭이 넓어졌을텐데.

성애에 관심이 없는 이 상태가 굉장히 편하고 좋은데,
그래서 ‘섹스‘ 가 들어간 페미니즘 책들을 읽으면 다시 혼란이 올까봐 사두고도 읽지 않고 있습니다... 하하

단발머리 2023-02-06 19:04   좋아요 1 | URL
앞으로도 수하님과 비댓 많이 나누고 싶어요. 고백임 ㅋㅋㅋㅋㅋㅋㅋ (은오님한테 배운 겁니다)

저도 제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었고.... 전 이게 성애 쪽이라기 보다는 가까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인간적으로 훨씬 성숙하고, 매력이 있고, 뭐... 그런 측면이 있었던 거 같아요. 섹슈얼리티는 궁금한 부분이기는 한데, 페미니즘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건드려지는 면이 있네요.

전 요즘에 계속 춥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하 17도 ㅋㅋㅋㅋㅋㅋㅋ

2023-02-06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2-06 20:50   좋아요 0 | URL
은오님이 요즘 서재 분위기를 바꾸고 계시군요 ㅋㅋㅋ

저는 추워도 귀찮네요…? 코로나 이후 그런 것도 같고 ㅋㅋㅋ 요즘 너무 죽은 것처럼 자나봐요. 주말에 낮잠자면 고양이가 자꾸 와서 건드려요… 눈 뜨면 가고 ㅎㅎㅎ

2023-02-06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02-06 1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휴 너무 재미있고 너무 똑똑하고 너무 유쾌한 글이네요, 단발머리 님. 그리고 단발머리 님의 이 글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독서가 있었을 것이고 또 단순히 독서만 잇었던 게 아니라 읽는 순간순간 치열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걸 생각하면 너무나 짜릿합니다. 어떤 독서인의 모범 캐릭터에요, 단발머리 님. 세상 사람들이 단발머리 님을 모범 삼아 독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유성애자 입니다. 이성애자이며 유성애자. 한때는 제 안의 들끓는 성욕 때문에 몸이 아플 지경이었어요. 저는 사실 연애를 언제나 하면서 지냈었고 공백이 거의 없었는데, 공백인 기간에 너무 섹스를 하고 싶어서 아는 남자를 불러내기도 했죠. 오늘 이 남자에게 섹스 하자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불러냈는데, 만약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다음에 이 남자가 섹스하자고 나를 불러낼 때 내가 응해야겠구나, 를 생각하니 하지말자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섹스를 목적으로 그 날 남자를 만났다가 밥만 먹고 집에 돌아갔더랬습니다. 저는 좋은 섹스도 경험했었고 제가 섹스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데 거기에 얼마나 애씀이 있는지도 압니다. 좋은 섹스를 위해서는 저 역시도 제 육체를 힘들게 움직여야 하죠.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이제 귀찮다... 싫다, 체력 딸린다....... 입니다. 이제 그 좋은 섹스의 쾌락을 내게 줄 수 있을만큼의 신체적 움직임은, 자신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제 걷는일만 남아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6 19:25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의 아름다운 고백은 항상 저를 웃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저는 건강한 섹스가 적당한 운동처럼 정신건강과 육체활동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거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이어야 하는데, 이건 좋아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참 .... 여러가지로 고려할 게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다락방님의 귀차니즘에 저도 동감하게 되네요.

저는 작년 여름에 많이 뜨거웠지만 ㅋㅋㅋㅋㅋㅋ 혼자 뜨거웠고 ㅋㅋㅋㅋㅋㅋ 하루에 5천보 걸으면 바로 쓰러져 버리는 저는,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21:06   좋아요 1 | URL
이 댓글 읽다가 빵 터짐…!! 다락방님 최소 보부아르! 보뷰아르도 나이들면서 활발하던 생활 청산하고 걷고 책읽기에 몰입하신 듯합니다💕

저는 잠에서 깨어날 때, 걷고 있을 때, 책 한 권을 읽고 있을 때, 절대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우리가 젊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나이를 알아차리는 때도 있어요. 그에 대해 『레 망다랭』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내가 나이를 먹었어”라고 혼잣말을 하죠. 『상황의 힘』에서도요. 지금은 스스로에게 더는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감정은 저의 습관에, 제 몸에 스며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늙었다고 느끼진 않아요. 그에 대해 콕토가 “최악은 우리가 늙을 때 젊게 남아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아주 잘 표현했어요.

-알라딘 eBook <보부아르의 말> (시몬 드 보부아르.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정순 옮김) 중에서

책먼지 2023-02-06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얼마만큼의 독서가 필요하셨을지 가늠하다가 포기.. 흘러넘치는 지성미에 반해 친구신청하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2-06 19:26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알라딘 세계 입성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나기로 해요^^

독서괭 2023-02-06 1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야 여성들이 주창하는 페미니즘 안에서도 여러 입장이 갈리고 대립하고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처음에는 이성애라는 게 혹은 동성애라는 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여성들 사이의 대립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에이드리언 리치처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사람이 많으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너무 별로인 남자보다는 차라리 호감가는 여자가 낫지 않나 싶을 때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굳건한 이성애자인 듯 합니다. 유성애자고요 ㅋㅋㅋㅋ 하지만 저도 체력 문제와 시간 문제로 귀찮을 때도 ...
단발머리님, 지적인 사유가 가득한 글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2-06 19:29   좋아요 3 | URL
제가 여기 위에 쓰려다가 말았는데요. 이성애 동성애 논쟁 뿐 아니라, 포르노에 대해서도 여성운동 내부의 여러 입장차가 있잖아요. 포르노를 강간의 예습으로서 인식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이런 혼란과 갈등, 그리고 토론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 많은 여성들이 에이드리언 리치처럼 성숙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오히려, 더 서로 미워하고 분열하고... 안타까운 측면이 많습니다.

체력과 시간 문제는... 앞으로 찬찬히 상의해 보도록 하지요. (엥?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7 13:07   좋아요 1 | URL
무엇을 상의하죠…? (궁금하긴 합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7 13:09   좋아요 2 | URL
1. 체력 문제
2. 시간 문제
3. 귀찮니즘
4. 페미니즘 섹슈얼리티
5. 퀴어 이론
6. 육아 문제 기타 등등

독서괭 2023-02-07 13:14   좋아요 2 | URL
아 우리 사이에 상의할 일이 참 많군요(깨달음)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7 13:16   좋아요 0 | URL
패션은 제가 좀 약해서 안 되고요ㅋㅋㅋㅋ 커피도 논의 좀 해봐야 해요. 아이스를 자주 드시나요? ㅋㅋㅋㅋㅋ 전 아이스홀릭!

독서괭 2023-02-07 13:21   좋아요 1 | URL
전 지금 따아를 마시고 있습니다 ㅋㅋㅋ
저 목록에 로맨스소설 추가할게요 ㅋㅋ

단발머리 2023-02-07 13:22   좋아요 0 | URL
로맨스소설 받고 그림책 갑니다 ㅋㅋㅋㅋ 전 아주 옛~~~~날 버전밖에 모르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2-07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2-10 09:38   좋아요 0 | URL
두 분의 의논에 좀 끼고 싶네요 ㅋㅋ

로맨스는 괜찮고...
그림책은 얼마 전까지 열심히 봤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3-02-07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다, 재밌어요^^
단발님의 글은 분명 지적인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하고...이런 글이 바로 명문장의 글이라고 하죠?^^
노래 처음 들었는데 넘 좋네요?
남편한테 들려주고 싶어요.
우리 손만 잡자고~ㅋㅋㅋ
저는 제가 무성애자라는 걸 단발님 글을 통해 알았습니다. 과연 용어가 있었군요?
수하님과 공쟝님 댓글을 통해 에이섹슈얼이란 용어도 알았어요. 큰 수확입니다ㅋㅋㅋ
저는 어릴 때 나보고 이상하다고, 병이라고 그래서 진짜 제가 병인 줄 알고 살았어요. 남편도 저더러 병이래서~~ㅋㅋㅋ
근데 저는 제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게요.
현실에선 살짝 무성애인데,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는 로맨스물 넘나 동경하고 좋아한다는 겁니다? 사랑도 글로 읽는 게 넘나 낭만적이잖아요?!! 그래서 영화든, 소설이든 낭만을 가득 충전해서 주말에 남편을 맞이해주면 좋아하더군요.
로맨스를 늘 충전해야만 하는 나?!
좀 이상하다? 그러고 살아왔어요ㅜㅜ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아주 무성애자도 아닌 것이 공유나 정우성같은 연예인을 보면 넘 좋거든요.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거든요. 여자들도 넘 좋구요. 여자가 카리스마있게 나오는 드라마 완전 빠져 보기도 하고, 실제 인물은 더욱 동경하고 있고(정희진샘 실제로 보고 싶네요ㅋㅋ)...이성, 동성은 넘나 좋아하는데 성욕엔 아주 자제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엔 관심이 많은데 성에만 무관심할 수 있는? 그래서 이건 무얼까? 그런 생각 종종 해왔었습니다.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책 이야기는 쏙 뺀~ 저의 관심사만 주르륵 나열했네요^^

단발머리 2023-02-08 13:25   좋아요 1 | URL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의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무성애자에 대해서는 저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요. 많이 궁금합니다. 혹 알게 되시면 알려주세요 ㅋㅋㅋㅋㅋㅋ

저 역시 드라마 속 배우들을 좋아하지만, 글쎼.... 저는 그 사람들을 딱히 만나고 싶지는 않은거 같애요. 어색하기도 하고, 그 사람 옆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전 좋거든요. 화면으로요.
하지만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인물을 ‘나‘로 상상하는 일은 즐겁기는 하잖아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는 즐거움 혹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어서 더 큰 즐거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10 09:37   좋아요 0 | URL
로맨스물을 제가 그렇게까지 많이 좋아하진 않는데.. 어쨌든 나무님과 좀 공통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저는 연예인도 별로 좋아해본 적이 없고 몸은 거의 안 보고 얼굴만 보는 경향이..
로맨스는 혼자 보고 마는 편이고 충전은 안되는 거 같아요 ㅎㅎㅎ
같이 사는 사람도 로맨스에 별로 관심없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도대체 뭐냐 하면 그냥 동거인, 육아메이트 뭐 이런 느낌..

책읽는나무 2023-02-10 10:30   좋아요 1 | URL
저도 수하님 글이나 댓글을 읽고 저랑 가장 가까우면서 살짝 다른 성격 소유자란 생각을 한 적 있었습니다^^
근데 또 계속 알아가면 또 다른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게 되겠죠?
계속 서로를 관찰해 봅시다ㅋㅋㅋ

저는 실제 로맨스를 하는 건 선호하진 않는데, 남들이 하는 로맨스를 보거나 읽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 성격이 좀 무뚝뚝해서인지? 글로서 못다한 성격을 푸는 것도 같구요?🤔
글로 쓰는 말은 어떤 말이든 가능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천 번도 쓸 수 있어요ㅋㅋㅋ
저는 연예인들 얼굴이나 성격을 좀 보는 것 같아요. 얼굴도 예쁘거나 잘생겼는데 성격까지 좋으면 무한애정을 보내줄 수 있어요.
근데 실제 내 눈 앞에 있으면 좀 부끄럽고 민망할 것 같긴 합니다.
제 눈엔 유명하면 모두 다 연예인처럼 보입니다만,
제가 작가님들 지방에 내려와 강연하실 때 몇 분 찾아가 사인받은 적 있었거든요. 민망하고 부끄러워 그 앞에서 말 한 마디 안나오더군요! 어쭙잖케 글 많이 써주세요~ 삐쭉삐쭉!!ㅋㅋㅋ

같이 사는 저의 반려인은 저에게 나는 여자랑 결혼한 게 아니고, 남동생이랑 결혼한 것 같다! 라고 한 번씩 그럽니다.^^;;;
부부는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뜻이 잘 맞아야 하는 동지요!!ㅋㅋㅋ

건수하 2023-02-10 15:02   좋아요 1 | URL
전에 한 번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계속 관찰해보겠습니다 :)

저도 동지라는 점에서는 잘 맞는거 같아 다행입니다 로맨틱한 면은 없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