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날아갈 것만 같은 수요일. 금요일 같지만 수요일. 신나는 마음에 수요일 밤에는 다림질을 했다. 준비 작업 시켜놓고 오늘이 5일이니까 혹시? 하면서 팟빵에 들어갔는데, 반가운 6월호가 올라왔다. 평소처럼(?) 댓글을 읽고 있는데, 이런 링크가 있다.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도 아니면서 자연스레 링크를 복사에 붙였더니, 어머! 이런 귀한 영상이… 나는 선생님을 가까이에서 여러 번 뵈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내게 선생님은 항상 고운 모습이지만 이 동영상은 더욱 그러하다. 귀한 영상을 들으면서 다림질을 했다. 다음에 들을 때는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의 103쪽, <인식론으로서 젠더의 지위>를 펼쳐놓고 들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목요일에는 시아버지를 모셔둔 곳에 갔다. 올해로 5년이 되었다. 10번, 아니 15번이 넘게 그곳에 갔을때에야 비로소 아버님의 죽음을 실감했다. 남겨진 건 사람들이고 남은 건 기억이다. 기억은 남아있는 사람들만의 것이다.
금요일에는 미용실에 갔다. 지금 길이가 딱 (긴) 단발머리인지라 아직 갈 때가 안 되었는데(1년에 미용실 2번 가는 사람), 금요일에 가지 않으면 두 달 이상 갈 수 없으니, 시간이 날 때 가자 해서 (반)억지로 갔다. 간만의 휴일이라 나도 놀고 싶은데, 쉬는 시간에도 출근을 준비하는구나. 더 예뻐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출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일찍 출근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하기 위해서. 쉬는 시간을 스스로 반납하고야 마는, 나는야 노동자. 나는 노동자이다. 근데 나, 노동자 맞나? 노동자 맞을까.
미용실을 나와선 국민연금 관리 공단에 갔다. 짧은 직장 생활-긴 무직 생활-그리고 계약제 일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합리적인(?) 연금 관리에 대해 문의하러 갔다. 연금 추납 신청에 대해 물었는데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 했다. 혼인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 괜찮지 않냐 했더니 그건 안 된다고 해서 길 건너 구청에 다녀왔다. 나와 국가 사이의 일인데. 나랑 이야기하면 될 것을, 국가는 말하길, 남편이 필요하다 했다. 내가 이혼했는지 사별했는지, 아직 결혼 상태인지가 중요하다 했다. 내가 결혼했으니까,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갔으니까 그렇다고 했다. 아직도 1인 혹은 1인분이 되지 못한 나의 현재를 확인하는 시간.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도서관에 들렀다. 희망 도서로 신청한 정보라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를 가져가라 해서 들렀는데, 그사이에 나도 이 책을 구매했고. 그렇게 우리 집에는 ‘항복하라’가 2권이 되었다. 항복합니다 X2. 구절구절 마음이 아려와서 『아무튼, 데모』를 마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에도 데모 이야기 많이 나오는 분위기다. 사람들은 왜 모두 열심히 사는가. 도서관에는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가 하나도 없었고, 이런저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저녁에는 교회에 갔다. 큰애가 버섯돌이 되었다고 사진 찍으며 놀려서 안 가고 싶었지만, 가야 하니까 갔다. 찬양 인도하시는 장로님이 허리를 다치셔서 부목사님이 대신 인도하신다고 해서 더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내 일이니 가야해서 갔다. 음정, 박자 마음대로 휘몰아치시는 목사님, 부흥 강사님들은 별로 걱정 안 된다. 내게 진짜 걱정을 끼치는 분들은 잘하시는 분들이다. CCM 가수, 성악 전공하신 분, 작곡 전공하신 분들과 함께 할 때, 넘나 힘들다. 부목사님도 전문가셔서 악기별로 가이드를 주시고, 음향까지도 조정, 조절하시는 분이라 항상 부담스럽다. 사실, 제가 가이드 받고 그럴 짬은 아니거든요? 라고 속으로만 말한다. 집사님, 이 곡은 이렇게, 후반부는 이렇게 해주세요, 하면, 네~하고 대답하는, 대답해야 하는 나. 그럼요, 딱딱 맞춰 드립니다. 무슨 곡이든, 무슨 노래든.
오늘 외출할 때 들고나온 책은 임옥희 님의 책. <여는 글>에서부터 느껴지는 구매의 욕구. 이 책으로 열심히 읽고 새 책을 구매해 집에 얌전히 보관하는 일이 곧 벌어질 테다. 개봉박두, 구매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