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쓰여있는데 읽을 수 없는 슬픔



수하님의 이 글(https://blog.aladin.co.kr/suha/14807668; 한국어로 쓰여있는데 읽을 수 없는 슬픔)에 대한 댓글로 작성한 글입니다. 




수하님의 고민, 저의 고민인 것이며.... 한편으로는 수하님은 공부할 수 있는 기관도 알아보시고 하신 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진지하게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수하님 글을 찬찬히 2번 읽으며, 나는 어떻게 했던가 혹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생각해 봤거든요.


저는 그렇게 했던 거 같아요. 그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일단 몰라도 '무조건' 읽는 방향으로. 그냥 읽는 걸로 합니다. 일전에 읽었던 책인데, 우치타 다쓰루 책이었던 거 같은데요. 이런 문장이 있어요.















롤랑 바르트도, 푸코도, 데리다도, 라캉도, ‘어째서 여러분은 이렇게 어렵게 글을 씁니까?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깜짝 놀라서 이렇게 말하겠지요. “내 글이 어렵다고? 그건 네가 독자로 상정되지 않았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읽지 않아도 돼!”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프랑스만을 두고 생각했을 때 언어 사용 자체가 계층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했을 때, 고급 독자층이 아닌 데다가 외국인인 저 같은 경우, 그가 상정한 독자의 범위에 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더(열받아서!!), 그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혹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책을 끝까지 읽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성의 역사> <젠더 트러블>그렇게읽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읽었다는 사실자체에만 의미를 둔다면 그게 진정한 의미의 공부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고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치다 다쓰루나 양자오 시리즈처럼 고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저자들의 책을 십분 이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 저자는 그런 사람들이 눈에 안 띄니 그건 또 그것대로 아쉽지만요.





























수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의 전공 분야를 자신의 언어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갈 수 있고, 또 일본의 학생들이 분명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을 것 같고요. 뒤쳐진 우리는 몇 배나 더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마침 <감시와 처벌>을 읽어야 하는 처지의 저는,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합니다. 쉽고 재밌게 읽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현실왜 읽는 걸까요, 저는

 

















댓글(32) 먼댓글(1)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읽을 수 없는 슬픔 3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8-08 09:46 
    이 두서 없는 글을, 제 생각의 시작점이 되어주신 수하님과 귀한 댓글을 달아주신 쟝쟝님, 그리고 알라딘의 떠오르는 샛별 유수님에게 바칩니다. <공부, 읽기, 번역>에 관한 수하님의 좋은 글에 제가 짧은 먼댓글을 달았는데 쟝님이 좋은 댓글을 달아주셔서 거기에 이어서 조금만 더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씁니다. 두 글(https://blog.aladin.co.kr/suha/14807668: 한국어로 쓰여있는데 읽을 수 없는 슬픔, http
 
 
건수하 2023-08-06 15: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공감에 글까지 써 주셔서 넘 좋아요. 사랑합니다~~ 🫶 좋아요 여러 번 누르고 싶네요 ^^

읽지 않아도 된다니까 더 읽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요 ㅎㅎ
철학을 공부하면 생각하는 법을 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하는 법 보다는 배경지식이 더 부족한 것 같아서... 저도 그냥 일단 ‘무조건’ 읽어보려고요. 뭔가 조금 부스러기라도 얻는 게 있겠죠?

우치다 타츠루, 다쓰루... 이런 분을 저는 이제야 알았으니, 이제 이 분들 책도 읽고.. 또 읽고 하렵니다.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찾는 중..

단발머리 2023-08-08 09:5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에 수하님께 배운 바가 있어 읽다가 막히는 부분은 조금씩 ‘찾아 보면서‘ 읽으려고 합니다. 저는 ‘무턱대고 읽어파‘ 답게 원서 읽을 때도 단어 안 찾고 읽어버리는, 그래서 다 잊어버리는 스타일이거든요.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저도 읽으려고요. 저는 다 까먹어서 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8-06 15: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발머리님의 이런 태도가 너무 예뻐보이고 동요되네요!!
환경이 여러모로 열악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읽어가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

단발머리 2023-08-08 10:00   좋아요 1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우리 오래오래 열심히 꾸준히 읽어보아요.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미미님께 맡겨놓고요 ㅋㅋㅋㅋㅋ 필요할 때 찾으러 갈게요!!

독서괭 2023-08-06 2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수하님 글 읽고 여기로 넘어와서 푸코, 바르트, 어쩌고 책 보관함에 담으니 알라딘이 넌 이미 2017년에 이 책을 담았다고 알려주네요 ㅋㅋ

건수하 2023-08-07 10:04   좋아요 2 | URL
2017년에 이미!

단발머리 2023-08-08 10:00   좋아요 1 | URL
이렇게 우리 ㅋㅋㅋㅋㅋㅋ 같이 읽기 들어가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8-06 22:0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급 독자에서 고급 독자로 점핑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 *독후감 쓰기~~*를 추천드리고 싶어 오랜만에 댓글 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고급 독자는 아니고요. 왜. 읽을 수 없는가. 에서 주저 앉지 않기 위한 나만의 비법을 공유하고 싶어요.

먼저 읽을 수 없는 이유는 내탓이 아닙니다. 그건 확실하게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해요. 절대로 내 탓 아님. 하지만 읽을 수 없다는게 읽는 것을 포기할 이유가 된다면 지금까지 읽어온 게 아깝잖아요?

단발님의 댓글->> 고급 독자층이 아닌 데다가 외국인인 저 같은 경우, 그가 상정한 ‘독자’의 범위에 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근데 그거랑 별개로 한국의 *언어 내 번역*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희진샘의 팟캐를 듣다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연구하고 공부해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안의 지식커뮤니티가 있고 거기 안에서 읽고 글쓰고 논문쓰고 하겠구나. 그 안에서의 경쟁이란 또 엄청 치열하겠구나. 그러니 대중독자들을 겨냥해서 조금 더 쉽게 이해시키는 글을 쓰기란 엄청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지만 페미니즘의 경우 점점 읽는 사람들의 수요도 있으니까 김은주님이나 정희진샘처럼... 좋은 입문서 격이나 해제들...!!이 많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요? 그건 추후의 일이고... 당장 읽고 싶지만 읽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1. 이해못해도 그냥 읽는다. (그걸 겹쳐서 계속 읽어가는 방법... 페미니즘 책 계속 읽다보면... 나온 사람 또 나옵니다. 보니까 푸코 계속 나오고 라깡 계속 나오고 그럽디다. 히히. ) 저는 냉장고에 이름들로만 지도를 만들어서 붙여뒀어요. 열심히 선을 그어둡니다. 그들의 관계망을. 새로운 이름이 나오면 추가를 시키고요, 계속 업데이트(?) 하는 중입니다. (메이야수와 그레이엄 하먼까지 나왔습니다...).
2. 왠지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럼 그 사람을 판다. (푸코 파다가 데리다를 알았는데... 엘렌 식수 남친이었고 그런 사연...) 평전 읽기 -> 입문서 읽기 -> 저작 읽기 -> 해제 있으면 저작과 해제 같이 읽기!! (이 역시 그 사람을 중심으로 관계 망들이 쭉 만들어지면 좀 재밌어요. 위에 말한 그림이 점점 촘촘해 집니다~)
3. 좋은 입문서!!!를 읽는다. 그런데여기 가 문제이지요. 좋은 입문서.....는.................. (친일파 주의) 일본이 짱입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일본이 꽝이고요. 한국이 나은것 같습.....

이렇게 쓰고 보니 단발님이 다 정리해주신 거네요.


마지막... 철학하는 법은.... 페미니즘 공부만한 것이 없다는 게 저의 지론이며 우리 선생님의 강조지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푸코와 아렌트 둘자 철학자이길 거부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이분 들이 거부한 방식의 철학(?)에 대해 파투를 놓는 철학으로서의 페미니즘(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이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철학자들 앞에서 주눅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요... 에... 그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지점이 분명 있고요. 아렌트가 그런 말을 했어요. 삶과 사유가 하나이고 같은 것이라고. 삶과 괴리된 언어를 굳이....? 지금 내게 필요한것. 내게 이해관계가 있는 것. 내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을 중심으로 계속 겹쳐서 읽어가는 것이 .. 읽은 것들과 물음표를 함께 적어두는 것이..... 좋은 독자가 되는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겹쳐진 선들이 어떤 그림과 지도로 쫙 나타나는 순간이 오실거예요... 희진샘은 맵핑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자기 문제에서 시작해야 기억도 잘할 수 있다고. 내가 이걸 왜 이해하려는 지를 알아야 잘 기억할 수 있다고... 오늘 읽은 뇌과학 책도 말하더라고용..

무튼 그들은 저희를 독자로 상정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배울 것이 있다면 배우고 싶은 우리의 마음은 소중합니다. 내 인식의 범위를 약간은 벗어나는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어졌을 때, 다시 읽었을 때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아졌을 때의 기쁨과 희열이 우리의 삶에 계속 벌어지기를^^ 고오급 독자들을 상정하고 쓴 이들도 처음에는 다 알지 못하고 읽을 수 없었겠죠...? 1세계의 여성들처럼 읽을 수는 없겠지만. 읽을 수 있는 데까지는 읽어가 보아요~~ 화이팅~~~!!

단발머리 2023-08-06 23:11   좋아요 2 | URL
주옥같은 댓글들이 주르륵 ㅋㅋㅋ내일 이어서 써보겠어요. from 코로나 바이러스 어택 때문에 헤롱헤롱한 단발머리🤪

책읽는나무 2023-08-07 09:27   좋아요 2 | URL
쟝 님...안녕?^^
단발 님...코로나 또 걸리신 거에요? 어째...ㅜㅜ

건수하 2023-08-07 10:11   좋아요 3 | URL
공쟝쟝님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해요. 쟝님 댓글은 항상 따뜻하고 진심이 듬뿍 느껴집니다...

내 문제가 뭔지 잊지 않으면서 (맵핑...) 힘내서 열심히 읽을게요!

건수하 2023-08-07 10:11   좋아요 3 | URL
단발님 코로나요...? ㅠㅠ

글은 좀 천천히 쓰셔도 되니 푹 쉬시고 나으시길 ㅠㅠ

공쟝쟝 2023-08-07 17:11   좋아요 3 | URL
수하님 따뜻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차갑게 분노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이 생겨서 돌아왔습니다..
페미니즘 읽다 말고 제가 푸코를 읽는 이유랑도 일맥상통할텐데요.
조금 용기내서... 그리고 조금은... 주저하면서 (미련에 찬 결단으로 ㅋㅋㅋㅋ) 아주 조금 거창하게...(?) 적자면요...

그렇다면 이걸 왜- 이해하려고 하는 지.인데요. 제가 왜 이해하고 싶은지, 제가 왜 읽기 시작했는 지, 제가 왜 (물음표 살인마입니다..) 더 읽자고 하는 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이 폭력(권력)인지 묻기 위해서 입니다. 성기를 성기에 동의없이 밀어넣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예요. 그게 저한테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예요. 페미니즘으로 시작했지만 어쩌면 결국 철학(함)으로 가게 되는 까닭이기도 한 것 같고요. 책의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붙잡을 때 종종 떠올려요. 나 어쩌다가 뒤늦게 책콴자가 되었더라? 종교도 없는 내가 이 세계에서. 더 망가지지 않고. 나를 망치지 않고.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읽고 써보는 것 밖에 없잖아 하고요.

그렇다면 질문은 계속 됩니다. 왜 읽을 수 없는가--에도 불구하고 왜 읽고 싶은가.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게 하는 그것들은 폭력(권력)이 아닌가?... 그리고 재밌지만 책의 세계에는 그런 고민들을 다들 미리 해놨더라고요. 가끔 운명처럼 질문의 수준을 높여주는 내 앞에 책들이 나타납니다.

저는 수하님이 겸손하게 매번 말씀하시지만 ^^;;; 저와 비슷한 동기에서 책을 읽으려고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여전히 아프게 감각하는 사람들의 언어가 더 많아 졌음 좋겠고.. 이번의 최은영 단편집이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더라고요. 물론 살만한 사람들에게는 과민한 환자일테지만요.... .

건수하 2023-08-07 21:20   좋아요 3 | URL
쟝쟝님 🥹

네, 제가 페미니즘에 강하게 끌리는 것도 쟝쟝님 말씀하신 이유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언어로 표현해보지 못했어요. 그냥 너무 좋고 공감되고 그러느라 바빴네요 .

저는 현재 기혼이고 아이가 있다보니 제 상황을 당장 크게 바꾸기 어려워서, 개인적 문제의 해결보다 제가 생각하는 상식 - 불평등이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상대적 약자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 과 통한다는 점 때문에 페미니즘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더디지만 책읽기 덕분에 제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껴요. 이제는 백인 남성들의 세계가 부럽지 않은 것도 큽니다 대신 다수의 백인 여성들을 흠모하고는 있습니다만…

최은영 작가 신간을 보니 전에 젊은작가상 수상했던 작품이 표제작인가봐요. 오랫만의 단편집 읽어야겠어요. 부지런히(?) 읽어도 그보다 더 빨리 읽을 거리가 쌓이는군요..

책읽는나무 2023-08-07 22:50   좋아요 3 | URL
두 분의 대화를 몰래 읽으며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저도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그동안은 그저 어렵다. 조금 더 읽어본 후 이 책을 읽어야 이해가 될 것이다.라고 나름 단계를 정해 일단 밀어두기 방식을 고집해 왔었는데 밀어두고 다시 꽂아둬도 그 책을 글이라도 읽어내지 않아, 스스로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지 못하고 계속 첫 번째 계단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네요.^^
일단은 읽어내야 할 일이 우선이고,
그리고 계속 마인드 맵을 그려나가야 할 일이로군요.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아래 화가 님의 10년을 넘게 역사 분야의 책을 읽어 오셨고, 지난 번엔 한자공부를 어떻게 하셨느냐고 여쭈니 한자공부도 계속 오년을 해오셨다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꾸준함을 유지하려면 이렇게 계속 자극을 주고 받으며 읽어나가는 수밖에 없겠어요.
일단 저는 페미니즘 책을 한 달에 한 권만 겨우 읽으면서 징징거렸는데 버릇 고치고 한 달에 두 권씩은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구요.
철학 공부에는 관심이 좀 많지만 엄두가 안 나서 미루고만 있었는데 이제 진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읽다 멈췄던 에코의 철학책도 다시 붙잡고...단발 님이 올려주신 책들도 천천히 읽어볼랍니다.
덕분에 도움 많이 받고 갑니다.
모두 복 받으시옵소서!!^^

단발머리 2023-08-08 09:54   좋아요 2 | URL
쟝님, 수하님, 책나무님~~~

아름답고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여러분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저는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의 모든 대화는 커뮤니케이션이기는 하되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대댓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사랑과 애정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813238

공쟝쟝 2023-08-08 13:08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 멋진 대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았어요. 저도 방금 제 블로그에 단발머리님의 글 속의 제 댓글을 (이 미친 자기애 ㅋㅋㅋㅋ) 인용해왔음을 알리며.... https://blog.naver.com/jyanggrim/223177977604

수하님// 상대적 약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철학함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철학이겠습니까? 내 상황이나 세계를 바꾸기 위해 당장 도약하거나 면벽 수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와 관계맺는 방식 - 내가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 - 내가 공동체와 관계 맺는 방식을 성찰하고 조금씩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해방이고, 서구의 근대 철학이 삭제해버리고 누락시킨 철학이기도 해요. 수하님은 찐 철학자.

책나무님//언제나 겸손하신 나무님, 저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가장 잘배우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똑똑함 친구의 법칙에 따라... 우리 친구인거 잊지 않으셨죠? 저... 희진샘이 인정하신 ... 이리 똑똑 쟝선생이온데...ㅋㅋㅋㅋ 그렇게치면 언제나 배울지점을 알뜰하게 찾아내시어 자신을 돌아보는 나무님이야 말로 가장 똑똑하신분이며 제게 큰 배움을 항상 주시는 분 이십니다. 고맙고 귀합니다~!! 다음 계단을 디디는 모습 보러 종종 올게요!

책읽는나무 2023-08-08 13:38   좋아요 3 | URL
밥 잘 챙겨 먹어요.^^
희진 샘이 인정하신 똑쟝 선생님!!ㅋㅋ
고마워요.❤

은오 2023-08-07 0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거 궁금해요!! 단발님이 적재적소에 인용하시는 문장들, 어떻게 기억해서 가져오시는건가요?

건수하 2023-08-07 10:12   좋아요 3 | URL
오, 저도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단발님을 흠모하며 봐온 바론 기억력이 좀 많이 좋으신 것 같기도 했어요 :)

단발머리 2023-08-08 10:06   좋아요 2 | URL
은오님 / 은오님은 어쩜 말도 이리 이쁘게 하시는지.... 적재적소랄 것도 없습니다. 저는 읽은 책들의 3분의 1 정도 밑줄긋기 남겨놓고요. 글을 쓰고 나서 알라딘에 올릴 때 ‘태그‘에 신경 쓰는 편인데 요즘엔 그거저거 다 없이, 그냥 ‘읽었어요‘만 표시하고 있어요ㅠㅠㅠ 전 에버노트 무료 사용하고는 있는데 쓴 글을 그냥 복사해서 붙이는 정도여서 자료를 잘 정리하고 그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바른나무 꿈나무 은오님은 착실히 잘 정리하고 계시리라 믿쑵니다!!

수하님 / 설마요~~~ ㅋㅋㅋㅋㅋㅋ주변 지인들은 저의 기억력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데요. 제가 알라딘에서는 좀 기억력이 ㅋㅋㅋㅋㅋ 활성화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댓글로 읽었던 것들 오래 기억하고 있더라구요. 알라딘에서만 기억력 좋은 걸로!

건수하 2023-08-08 10:20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님/

<정희진처럼 읽기> 또 적재적소에 가져오셨길래 질문을 다시 하다가, 댓글이 달려서 지웠습니다. 1/3 정도의 밑줄을 남겨두셨었다니.. 역시 어딘가 아카이브가 있었군요 ^^ 저는 서재일까 했는데 :)

단발머리 2023-08-08 10:22   좋아요 3 | URL
수하님 /
앗!!!!!!!! 그 3분의 1의 50퍼센트 이상을 글에 인용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카이브에 남는 게 별로 없다는 ㅋㅋㅋㅋㅋㅋ
서재가 제 보물창고입니다. 그게 전부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8 10:37   좋아요 2 | URL
제 댓글 답 호출이 와서 읽다가 저도 너무나도 궁금했었던 질문이라 언능 찾아서 읽었네요.
적재적소 인용문이 준비된 에버노트란 앱에서 붙여 넣기를 하셨단 말씀인가요?
저도 처음엔 아...하며 훌륭하다! 인용이 탁월하다! 단발 님의 지적임을 친구 맺기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끄덕끄덕 하며 읽었거든요.
근데 몇 년 지켜보면서 인용문을 어딘가에 저장해 놓으시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어떻게 이 많은 인용문을 기억하실까? 그러다가....
이젠 뭐....거의 단발 님의 지식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어요. 아무리 붙여 넣기를 한다고 해도 그 많은 책들 그리고 그 많은 인용문들 중 그 적재적소의 구절을 다 기억해내어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 점 또한 상당한 기억력과 이해력의 능력을 갖추지 않고선 힘든 일이다! 결론을 내렸구요.
제 마음 속엔 단발 님은 신격화되어 있습니다.ㅋㅋㅋ
단발 님도 제게 단물을 뿌려 주시옵소서!

참 단발 님의 적재적소 책 인용 덕분에 두 번 세 번....자꾸 책 표지를 보게 되니까 자동적으로 외워지게 되어 책을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행위로 전달 시켜주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알라딘은 단발 님께 여름 보너스를 드려야지 않나? 싶네요.^^

은오 2023-08-09 03:33   좋아요 2 | URL
아 역시 단발님도.. 특별한 방법을 쓰시는 건 아니었군요.... 이건 이제 기억력과 이해력의 차이였던 것이다 ㅋㅋㅋㅋ 저도 그럼 나무님과 함께 단발님이 뿌려주시는 단물을 받아먹는걸로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8-07 1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멋진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단발머리님과 비슷해요. 어쩌면 성향 때문이기도 한데 책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끝까지 어쨌든 읽습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부분 투성이라 체크할 부분이 많지요. 그렇지만 반복해서 읽다 보면 그것들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번역 부분은 저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예전에 전공서 읽을 때도 번역서가 엉망인 경우가 많아서 그냥 원서 그대로 읽는 경우가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되었었죠. 이제는 원전이라고 불리는 책들, 이론서들을 이해하는 개념서들이 많이 나와야할 것 같아요.
몸조리 잘하십쇼!

단발머리 2023-08-08 10:09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님이 경험 나눠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끝까지 어쨌든 읽어내는 힘이 있어서 거리의 화가님이 두꺼운 책, 어려워보이는 책들도 잘 읽으시는 것 같아요. 그걸 반복해서 읽다보면 ‘저절로‘ 깨우치는 경험도(저는 아직 그런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 번역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한데요. 번역자에 대한 처우가 제일 문제인것 같아요. 이제 AI하고도 경쟁해야 하는 판이니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겠네요 ㅠㅠㅠ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헤헤!

책읽는나무 2023-08-07 1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늘은 수하 님과 단발 님 그리고 무수한 댓글들을 읽고 저 또한 마음과 기본 자세를 고쳐 잡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이게 또 돌아서면 다시 도루묵이라 문제긴 합니다만.......저도 이해를 했든 말든 잡은 책은 완독해보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그게 또 몆 년에 걸쳐 완독한다는 게 함정이네요.ㅋㅋ
요즘 코로나 또 급증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던데....빨리 나으시길^^

단발머리 2023-08-08 10:19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은 이미 너무나 잘하고 계세요~~~ 근데 책나무님은 성정이 너무나 겸손하셔서 그걸 잘 모르시는 것 같고요.
이미 너무나 충분히 잘 하고 계십니다!!!!!!!!!!!!!!!!!!!!!!!

제가 대댓글 달면서 또 한 가지 팁, ‘어려운 책 읽으면서 간식 먹기‘도 쓰려고 했는데 분명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책나무님 서재에서 간식 사진 두어장 빌려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밤늦게 돌아온 아롱이와 식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진짜 ‘어려운 책 읽으면서 간식 준비 & 간식 먹기‘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음에 우리 또 두꺼운 책 읽게 될 때 다양한 간식과 음료로 ‘당 충전을 통한 읽기의 활성화‘를 책나무님과 함께 실천해 보고 싶습니다. 저의 좋은 동반자 책나무님! 그 때 우리 같이 달리기로 약속합니다!! (혼자 외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08 10:27   좋아요 3 | URL
어려운 책 읽으면서 간식 먹기... 아주 핫한 페이퍼가 될 것 같습니다 ㅎ

전 뭔가 하면서 먹는 걸 좀 귀찮아 하는 편인데, 중요하다고 하시니... 음...

단발머리 2023-08-08 10:39   좋아요 4 | URL
(오예스 봉지를 뜯으며) 그게 왜 중요하냐면요.... (우적우적) 그게.... 어려운 책은 (우적우적)..... 그니까...... 쩝쩝

책읽는나무 2023-08-08 10:49   좋아요 1 | URL
저 아침 먹고 ‘악귀‘ 드라마 마지막 두 편 정도 마저 보다가 꾸벅 꾸벅 졸다가 일어났거든요.
고개가 아파 일어났는데 눈 뜨자마자 아이스크림 바로 꺼내서 당 충전 중입니다.
티코 아이스크림 문구 ‘맛있게 먹어‘와 ‘화 내지마‘를 읽으며 아이스크림이 나한테 말을 거네? 백래시를 읽을까? SF 소설을 읽을까? 아이스크림 더 먹을까? 그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어려운 책 읽으면서 간식 먹기‘ 글귀에 빵 터졌습니다.ㅋㅋㅋ
정말 이러한 행동도 읽기의 중요도에 기여하는 건가요?ㅋㅋㅋ
전 작년에 매번 여성주의 책 읽기 전에 의식처럼 행하긴 했었는데요. 페이퍼에 작성하고 나선 한 번씩 이건 너무 장난스럽지 않나? 그런 생각도 좀 했었어요.
다들 심각하게 여성주의 이론 책 얘기인데 저는 맨날 먹는 타령만!!!!ㅋㅋㅋ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의 겸손의 성정은 아마도 자신감 부족의 성격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감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반복 중이거든요.
그래도 요즘은 여성주의 책 읽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편입니다.
남편이 저더러 최근 제가 좀 변했다고 할 정도니까요.ㅋㅋㅋ
 





















앞서 언급했듯이, 마녀 고발의 핵심에는 소유되고, 상속되고, 분쟁의 대상이 되는 토지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용자원이 점점 축소되고 그로 인해 성별 위계가 심화되면서, 이는 가장 취약한 계층, 특히 ‘비생산적이고 가족과 지역사회에 쓸모없는 존재‘로 간주되는 나이 든 여성을 제거하라는 선동으로 이어집니다. - P10

첫째는 마녀사냥과 당대의 토지 인클로저 및 토지 사유화의 관계이다. 둘째 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 역능에 대한 국가 통제가 확대되는 것을 통해 여성 신체의 인클로저가 심화된 것과 마녀사냥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논한다. - P16

소위 마녀라고 하는 다수의 여성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거나 ‘구빈세‘에 의지해 살아가는 빈민이었다는 것은 전혀놀랍지 않다. 이 ‘구빈세‘를 잉글랜드에 도입된 최초의 복지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그들에게 씌워진 죄명을 보면 관습권은 물론이고 땅에 대한 권리도 빼앗긴 농민이었음이 명백하다. 이런 사람들이 이웃이 가진 것에 대해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시작은 동물이었다. 아마도 이웃의 가축이 공유지 [공통장]였던 땅에서 풀을 뜯고 있었을 것이다. - P46

6. * 페데리치에 따르면 "16세기와 17세기의 재판에서 새롭게 등장한 마녀와 악마의 관계는 마녀사냥의 성정치를 폭로한다."(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276쪽). 악마와 마녀의 협약에 대해서는 캘리번과 마녀 253쪽, 악마 형상이 마녀사냥을 통한 남성지상주의 확립에서 어떤 기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캘리번과 마녀 276쪽 이하를 참조하라. 2016년의 한 강연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성이 악마에게 돈이 없다고 가난하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악마가 나타나는 전형적 방식입니다. 그러면 악마는 나의 노예가 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계약이 이뤄집니다. - P47

악마가 돈을 좀 주고 그 대가로 여성의 몸에 노예라는 표시를 새깁니다...… 제가 언제나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악마와 마녀의 관계가 오늘날의 결혼관계의 고전적인 관계라는 것입니다." "Silvia Federici:#MeToo and the New Forms of Capital Accumulation", (The New Centre for Research & Practice) - P47

‘마녀‘는 ‘평판이 안 좋은 여성, ‘음탕‘하고, ‘난잡한 젊은 시절을 보낸 여자였다. 많은 마녀가 혼외자를 두고 있었고, 마녀의 행실은 법률, 교회의 설교, 가족의 재편성 등을 통해서 당대 유럽의 여성 대중에게 부과되고 있었던 여성성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때로 마녀는 여러 주술을 행하는 민간 치유자였고 마을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었다. - P49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수 2023-08-04 1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기있는 마녀🖤 이 책에서 말해주는 가십 어원도 얘기 흥미롭더라고요 ㅎㅎ

단발머리 2023-08-04 19:18   좋아요 3 | URL
유수님~~ 진작에 다 읽으신건 아니죠? ㅋㅋㅋㅋ 저 이제 막 시작했는데 책이 작아서 그런지 쭉쭉 넘어가네요.
다음 글에서 우리 또 만나요!!

유수 2023-08-04 19:30   좋아요 3 | URL
페데리치 두꺼워서 손 못 대다가 신간 나왔을 때 얇길래 덥석 읽었어요ㅎㅎ 단발님의 다음글 고대합니다

단발머리 2023-08-04 19:44   좋아요 3 | URL
저는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도 좋아해요. 좀 충격적이지만... 그게 사실이구요 ㅠㅠㅠ (갑자기 슬퍼짐)
다음글 기대해 주신다니 다음글은 유수님 헌정으로다가.... 야무지게 한 번 써볼게요. 근데 너무 더워라.... (에어컨 켜요!!!)

유수 2023-08-04 19:46   좋아요 3 | URL
아 그렇게 되면..제가 다음 글만 고대한 건 아닌지라…(단발마녀님을 향한 욕심..)

단발머리 2023-08-04 20:42   좋아요 2 | URL
그럼 말이죠 ㅋㅋㅋㅋㅋ 그 다음 글도 유수님 헌정글로다가 ㅋㅋㅋㅋㅋㅋ
그 욕심 완전 응원합니다!! 뽜야!! 🔥🔥🔥
 




















밤낮이 바뀐 어린이가 있었다. 식구들 없는 아침과 오후에 내쳐자다가 하나둘 식구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먹고 운동하고 영어책을 펼쳤다 닫았다가 도스토예프스키를 펼쳤다 닫았다가. 식구들이 잠든 깊은 밤에는 같이 잠자려 했지만 살포시 잠이 들려는 그 시간. 바로 그 시간에 매미가 울어재낀다는 주장이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매미가… 매미가… 처음엔 비몽사몽이어서 5시를 추측했는데 그 다음날에는 시간을 확인했고. 그랬다 5시였다. 그 다음날은 5시 10분. 일출시간이 5시 20분 정도일테니 그 즈음 움직이는 거였다. 매미가 맴맴. 그냥 맴맴 아니고 매애~~~~~~~~~~~~~~~~~~~~맴!!!



에어컨 송풍까지 마치고 오프모드에서 얼른 자야 하느니, 경쟁적으로 잠에 빠지려는 엄마 아빠 사이에 밤낮 바뀐 어린이. 종알종알 이야기 나누다가, 근데 이건 무슨 소리야?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구리가, 개구리들이 노래를… 노래를 한다. 아… 이거 개구리에요? 개구리가 어딨어요? 어디에 이렇게 많아? 우리집은 아파트 숲 중앙에 놀이터가 있고 그 주위를 제법 키 크고 비싼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 작은 연못에… 개골개골 개구리… 아침에는 매미, 밤에는 개구리. 야, 쟤네 진짜 열심이다. 하면서 바로 시작되는 신간 공격.



엄마가 그거 읽잖아, <암컷들>. (사실 꼼꼼히 훑어보고 자세히는 안 읽었음) 거기서 얘들이 그렇게 열심히 살더라. 그래, 그렇다니까. 블랙 위도우 말고 암튼 무슨 위도우 거미던가. 수컷이 암컷 만나러 갈때 선물 들고 감. 선물 냠냠 드시고 계실 때 교미할라고. 아, 진짜 뭘까. 생명을 거는 그 무엇은. 수컷만 그런 건 아니고 인간의 도덕률을 동물들에게 투사해서 그렇지. 와, 암컷들도 장난 아니야. 진짜 열심이야, 열심.




와아, 왜 그럴까.


날도 더운데.
왜 그럴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7-28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이 덥다고 하면 제가 또 한 번 댓글 좀 달아줘야....

그러니까요. 더우면 모든 게 귀찮던데 말입니다.
인간은 먹을 것을 재배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익혔기에, 이 생산성이 높은 시기 쉴 수도 있고 다른 걸 할 수도 있는데...

매미야. 개구리들아. 생식이 다가 아니야. 한 번 뿐인 인생, 여름을 즐겨!
(사실, 하우스라는 게 있어 얘들아)

단발머리 2023-07-28 14: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매미와 개구리, 암컷들에 대해 쓰면서 저는 이 페이퍼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죠. 그러나 바로 “날도 더운데…”에서 ㅋㅋㅋ저는 저도 모르게 수하님을 호출하고 말았습니다. 더위에 온 몸으로 맞서 싸우며 애쓰는 우리 매미와 개구리들에게 응원(?)을 전합니다.

얘들아… 사랑이 다가 아니야. 한 번 뿐인 인생, 이 여름을 즐기렴!! 😆

건수하 2023-07-28 15:12   좋아요 1 | URL
네 어쩐지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7-28 17:23   좋아요 1 | URL
그냥 넘어가시면 제가 얼마나 섭섭하게요. 그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날도 더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29 23:43   좋아요 1 | URL
이 사람들이 날도 더운데....ㅜㅜ
더 더운 얘기 그만!!!!!!

근데 저도 이 책 빌려왔는데 읽다 보면 더 더워진다는 건가?ㅋㅋ
 

















1일 1페이퍼의 푸른 꿈은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내내 며칠을 놀다가 오늘은 효도일정 소화해야해서 병원행.


먹고 살고 지지고 볶고의 인간사를 통칭해 살림이라 했을 때 살림에 젬병인 내게 가장 힘든 종목은 설거지 아니고 청소 아니고 요리 아니고 정리정돈. 그야말로 난장판인 집 어디에도 카메라를 들이밀 수 없어 다시 김치냉장고 위.








물건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지만 마음은 구체적 형상과 질료의 모습인 물체로 전해지는가. 나는 물건을 보며 물건에 담겨진 다정하고 섬세하며 명랑한 마음을 생각하고… (장바구니 벽에 붙이는 마음. 나는 짱구를 좋아한다)




오늘, 다시 읽어야지, 살아야지,하는 나답지 않은 결심을 하는 지금. 모닝커피 생각나는데 대기해야 해서 마냥 기다리는, 어느 병원 복도.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오 2023-07-27 0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보 독서대는 갖고 있으면서도 볼때마다 아름답네요. 저도 짱구 좋아해요 ㅋㅋㅋ 가끔 심심할때 찾아봅니다. 커서 보니까 짱구는 말썽은 부려도 귀엽고 착한듯. 이따 모닝커피 꼭 드세요!! 😍

은오 2023-07-27 09:34   좋아요 2 | URL
엥근데 저번에 커피마시면 속쓰리다하셨던거같은데 식사하셨나요?! 식사하시고 드세요 단발님 위장 소중해.....(빈속에 커피들이부으면서 이소리 하고있음 전괜찮습니다)

단발머리 2023-07-27 09:48   좋아요 3 | URL
은오님 다정한 사람…. 잠자냥님께 락방님께 책나무님께 다 쓰고도 다정함이 남았다 ㅋㅋㅋㅋ 안 그래도 뛰쳐나오느라 밥을 못 먹었 (엄마한테는 비밀 ㅋㅋㅋㅋ) 그러나 커피는 마실 것입니다. 할리스 커피 만나기 힘들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라 할리스 ㅋㅋㅋ사람 겁나 많아요. 아프지마요, 우리🥹🥹🥹

은오 2023-07-27 09:54   좋아요 2 | URL
제가 지쳐 쓰러져도 단발님 몫의 다정함은 남겨둘 것입니다 ㅋㅋㅋㅋ 할리스는 바닐라딜라이트가 맛있다는 사실을 전해드리며 ㅋㅋㅋ 😘

단발머리 2023-07-27 11:12   좋아요 1 | URL
지치지말고 쓰러지지 마요~ 바닐라딜라이트 흡입했으요 ㅋㅋㅋㅋ 딜라이트하닼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7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도 참 글도 단정하게 쓰시지만 사진도 단정하게 찍으시네요. 사진에서도 그 사람 성격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전 글러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원행이라니, 지치지 않게 잘 챙겨드시고 다니세요. 특히나 부모님 모시고 다녀오는 병원은 또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까. 힘냅시다. 힘내세요. 어머님과 맛있는 것도 꼭 드세요!!

단발머리 2023-07-27 17:34   좋아요 0 | URL
지치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지치고 엄마랑 싸움 ㅋㅋㅋㅋ 짜증나서 바로 집에 가려했는데 락방님 댓글 보고 나서… 밥 먹고 가려고요. 에휴…

잠자냥 2023-07-31 10:38   좋아요 1 | URL
글러먹은 다락방! 네덜란드 킹 사이즈 침대는 어떤가요?!

다락방 2023-08-01 11:13   좋아요 2 | URL
혼자 자기에 아주 편안합니다!! 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7-28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닛 불리1803 눈에 들어옵니다 ㅋㅋ 저도 정리정돈이 제일 어려워요 ㅎㅎㅎ 먼지 청소는 자신 있는데 말입니다. 음… 요리도 어려워요. 제가 만든 요리는 아무도 안 먹어요….

병원은 기다리는 게 일인 것 같아요. 얼른 다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3-07-28 18:33   좋아요 2 | URL
아닛 불리1803 알아봐주시는 안목에 기립박수 칩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정리정돈이 제일 어렵구요. 먼지청소도 어렵구요, 요리도 어렵 ㅋㅋㅋㅋㅋㅋ 다행스럽게도 저희집 식구들은 제가 만든 요리를 먹습니다. 물론입니다, 저는 안 먹어요 ㅋㅋㅋㅋㅋ

병원은 정기적으로 가시는 거라서요 ㅋㅋㅋㅋ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3-07-28 23:33   좋아요 2 | URL
부럽습니다... 제가 만든 건 저만 먹어요... 다들 간이 안 됐다고 싫어해요 ㅋㅋㅋ 예전에 남편이 아플 때 제가 죽을 끓여줬는데 한 술 뜨더니 벌떡 일어나서 본죽 사러가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아픈데...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29 20: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님 저 엄청 웃었어요. 저는 요리 다 못하지만 죽 중에 잣죽은 좀 잘하는 편입니다. 잣죽은 간을 하지 않습니다. 요리책에는 하라고 하는데 저는 하지 않지요. 맹숭맹숭 니맛도 내맛도 아닌 건강맛 ㅋㅋㅋㅋㅋㅋ
남편분, 벌떡 일어나셔서 죽 사러 가셨으면 많이 아프지 않은 것으로 해요,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28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리정돈 어렵지요... 전 김치냉장고 위도... (하아) 책 읽기는 조금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엄마랑은 오래 있다보면 별거 아닌 걸로도 싸우게 되는 거 같아요. 너무 가까워서 그런가봐요... ㅠㅠ
오늘은 더 덥다니 시원한 곳에서 편히 지내시는 하루 되시길!

단발머리 2023-07-28 18:37   좋아요 1 | URL
정리정돈이 제일 어려운데 알고 보면 물건을 좀 줄여야하는게 아닌가 싶기는 해요. 물건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ㅠ

만나면 반가운데 조금 있다 보면 금방(?)ㅋㅋㅋㅋㅋ 금방 싸우게 되지요. 하아....
오늘은 시원한 곳에 종일 틀어박혀 있다가 이제 막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수하님도 시원한 하루 되셨기를 바랍니다!!

건수하 2023-07-28 20:40   좋아요 1 | URL
맞아요…. 특히 책이 많습니다 ^^;; 이제 여성주의 책 덮어놓고 사는 걸 그만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3-08-04 19:21   좋아요 1 | URL
여성주의 책은 덮어놓고 사셔야 합니다. 오늘의 잔소리였습니다^^

하나의책장 2023-07-31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인데도 매일같이 치울 게 많아요.
아마 맥시멀리스트라 어쩔 수 없나봐요ㅠㅠ;

밥 먹을 때 짱구 볼 정도로 짱구 너무 좋아해요ㅎㅎ
짱구 접이식 에코백이라니 ♥.♥

단발머리 2023-08-04 19:23   좋아요 0 | URL
정리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을 제가 엄청 존경합니다. 정리...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저의 답은 오로지 ‘버리는 것‘ 뿐이고요. 정확히는 사지 않는 것인데, 아.... 뭐가 집에 이렇게 많은지 ㅠㅠㅠ

짱구 접이식 에코백..... K문고에 가시면 여러 버전의 짱구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7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제 읽어 보네요. 덥고 지쳐 북플 띄엄띄엄 하다 보니 놓치는 글들이 많네요^^ 실은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요. 그럼 땡투를 누구에게 눌러야 하나? 친하신 분들이 눈에 띄어 나름 고민을 하다 에잇....단발 님께 누르고 갑니다. 글을 읽다 안 누를 수가 없어서...^^ 어머님과 싸우지 마세요. 전 어머님과 따님이 투닥 싸우는 모습도 부럽습니다만^^;;; 지금은 단발 님이 컨디션이 안 좋아 분투 중이실 것 같아 땡투라도!!!^^

정리정돈은 어케 하는 걸까요?
전 단발 님 정돈된 사진을 보면서 살림 고수(정리정돈)이실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저와 똑같은 맘인가? 싶네요.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다??!!!!ㅋㅋㅋ
그래도 이 공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건 멋진 일입니다. 간만에 할리스 바닐라 딜라이트 커피 마시고 싶군요.
컨디션 빨리 회복하시길^^

단발머리 2023-08-10 20:20   좋아요 1 | URL
땡투 저한테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티끌 모아 제가 태산을 이루어 보겠습니다.
엄마와 투닥이는 모습도 부럽다고 하시는 마음을.... 제가 만분의 일이라도 알 거 같아요. 짜증날 때 책나무님 마음을 기억할게요.

정리정돈은 ..... 정리와 정돈이겠죠. 일단은 물건을 안 사야할텐데....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엔 수납이든 뭐든 다 필요없고 물건이 적어야.... 우리는 책이 많으니까 (책 공동체 ㅋㅋㅋㅋㅋㅋ) 다른 물건을 더 줄여야할 거 같아요. 전 살림도 별로 없는데 (시무룩)

컨디션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댓글이 늦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 억압의 핵심은 자녀 출산과 자녀 양육의 역할이다. (109)



이렇게 쓰기 미안한데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가까운 거리이기는 한데, 아니, 가까운 거리여서 버스를 타러 나가는 시간이 전체 이동 시간의 60퍼센트를 차지하기에, 버스에서 내려서 걷는 길이 언덕이라서, 하지만 이 모든 변명은 적당한 이유가 되지 않기에. 지구에게 죄송하게도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차 안. , 아래 그리고 내가 서 있는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앞이다. 최근에 이런 신호등 공사가 한참 유행이었는데, 초록 불이 켜지면서 차량 전체가 멈추고 보행자는 자기가 서 있는 도로의 맞은 편뿐 아니라, 그 맞은편의 맞은편으로도 한 번에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신호 체계다. 지금 찾아보니동시 보행신호라고 한다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고 이제 좌회전 신호 한 번만 받으면 도착이다. 아직 3분이 남았고, 마음은 여유롭다. 나는 정면을 보다가 왼쪽을 본다. 중년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여성도 아이도 민소매 옷을 입고 있다. 하얀 바탕에 연한 하늘색 무늬 옷을 한 벌로 입었다. 누구에게인지 모르지만 맞은편을 바라 보던 중년 여성이 손을 흔든다. 꽂꽂이 안겨 있는 모양새가 9-10개월이 됨직한 아이는 아직 손을 흔들지 않고 있다.


신호등 맞은편에는 조금 전에 뒷모습만 보았던 여성이 서 있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일자 슬랙스를 입었다. 갈색의 긴 웨이브 머리카락이 거의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길다. 예쁘다. 내가 원하는 그러나 추구할 수 없는 멋진 출근룩이다. 신호가 바뀐다. 초록 불 보행 신호에 인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죄다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는다. 바쁜 발걸음. 젊은 여성이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뛰어가서는.


중년 여성이 안고 있는 아이에게 뽀뽀를 한다. 쪽쪽 쪽쪽! 네 번. 네 번의 뽀뽀를 하고 그 여성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의 맞은편의 맞은편으로 뛰어간다. 동시 보행신호는 보통 보행신호보다 신호 대기 시간이 길다. 이제서야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20, 19, 18, 17...  세 걸음 정도 걸어가던 젊은 여성이 뒤를 돌아본다. 부지런히 오른쪽 왼쪽으로 손을 흔든 후, 다시 앞을 보고 뛰어간다. 내 차 앞에는 중년 여성과 아이가 있다. 아이는 꽂꽂하게 안겨 사라져 가는 엄마를 바라본다. 언어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면 사람의 감정을 제일 정확하게 보여주는 건 얼굴일 것이다. 눈 혹은 표정일 테지. 나는 외할머니에게 안겨 있는 (그 중년 여성은 젊은 여성의 엄마일 것이다. 시어머니에게 아이 맡기고 출근하면서 시어머니에게 인사하지 않는 며느리는 없을 것이므로.) 그 아이의 뒷모습에서 그 아이의 마음을 읽었다. 완벽하게, 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냥.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 주시다가 친정 근처로 이사 오면서 엄마가 아이를 봐주셨다.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길 때는 밤마다 데려와야 했는데, 엄마는당연히밤에도 아이를 데리고 있겠다고 하셔서 퇴근 후에 친정에 들러 엄마 밥을 먹고 아이랑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침에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 출근하는 길에 친정에 들렀다. 마을버스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 와야 해서 바쁜 아침 시간이 더욱 빠듯했는데, 그래도 거의 아침마다 친정을 경유해 출근을 했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1층에 내려와 계시면 아이를 한 번 안아 보고 사진을 한 장 찍고는 바로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고는 했다. 나는 내 뒷모습을 못 보니까 내 뒷모습이 어떠했을지 모르고(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앞만 보고 뛰어갔을 테니 엄마와 내 아이의 뒷모습이 어떠했을지 모른다


나는 아이의 주 양육자가 꼭 엄마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나쁜 양육자가 될 확률만큼이나 아빠나 할머니도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그 아이의 뒷모습에서 느꼈던 건 엄마가 없어서 외로운 마음이라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등을 보이며 떠나가는 걸 지켜보는 마음이랄까. 내게 아이의 등은 그렇게 보였다.   



모성에 대한 강요는 차고 넘친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며 내게는 댓글을 달아주시지  않는 정희진쌤은모성은 어머니와 자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여성과 자녀의 아빠와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온 나라가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채 엄마와 아빠에게버림받은아이 문제로 떠들썩하다. 엄마에 대한 악마화가 도를 넘었다. 열 달 동안 함께 했던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마음과 상황과 여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성만을 문제 삼을 뿐이다. 모성에 대한 과도한 기대. 숭배와 혐오

















어머니 은 일정 부분 인간의 삶을 포기하게 하고 또 포기하는 것을기쁨으로 여기라고 강요한다.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의 외침, 항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더 풍성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로서의 경험 역시 소중하다, 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오 천년 여성 혐오의 근본 뿌리 중 하나인 여성에 대한 성역할 강요임을 안다. 그러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머니라 불리는 나는, 나의 어머니 을 거부해야만 하고. 나의 생각이 캐서린 비처가 쓴 <가정경제에 대한 논문 A Treatiseon Domestic Economy(1841)>의 가정 페미니즘(domestic feminism;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는 여성들을 보호해야 하며 가정 내에서 여성의 고유한 역할인 육아와 가사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해야 하는 것 역시 나의, 혹은 나만의 일일 것이다(<젠더와 역사의 정치>, 45).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으려면, 인간은 과거를 긍정해야 한다. 아름다웠노라고, 행복했노라고 말해야 한다.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사회와 가정에서보이지 않는존재로서 존재했던전업주부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금 내게 묻는다면. 그때처럼 일 vs 육아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또 다른 길워킹맘의 길을 선택하고 싶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4개월 정도 해보니, 아이들이 다 크고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요즘에도 매일 녹다운 되는 나를 데리고 살다 보니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면.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내가 즐거워서가 아니라, 인생에서 단 한 번 주어지는 그 짧고 소중한 순간을 누리고 싶다. 나도 그 순간을 함께 살고 싶다. 그 이유를 나는 아이들에게서 찾았다. 그런 아이들이라면, 그것이 생존을 위한 진화적 속임수라 할지라도 그렇게 귀여운 아이들이라면. 그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수 2023-07-15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엉엉엉 ㅜㅜㅜㅜㅜㅜ

2023-07-1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7-15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이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니겠어요.. ❤️

단발머리 2023-07-15 15:53   좋아요 1 | URL
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다행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 2023-07-15 1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어김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의 ‘아빠‘는 지워지고 있죠...어린이집 아이들을 학대하는 선생들을 비난하는 것으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인에 눈 감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워요.

단발머리 2023-07-15 15:54   좋아요 3 | URL
그런 상황의 원인을 찾는 일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너무 빤히 보이는 일들인데... 그걸 밝힐 수가 없으니 눈을 감는것 같아요. 그래서 안타깝고요.

독서괭 2023-07-15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라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짠하네요…
단발님, 그 시절, 참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3-07-15 15:55   좋아요 2 | URL
저희 아이들이 다 자라서... 이제 제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자다 깨서 엄마를 찾는 아가들의 엄마들에게 독서괭님의 토닥토닥 나눠드리고 싶네요.
독서괭님도 수고 많으십니다, 토닥토닥!

수이 2023-07-15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럿 울리는 글이네. 멋지다, 아름다운 내 사람, 다시 느낌

단발머리 2023-07-15 15:55   좋아요 2 | URL
수이님만 울리고 싶어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수이님만 울기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16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6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7-16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간들!!
그리고 지금이기도 할 시간들.
이 땅 위의 워킹맘들에게 박수 보내고프네요.

아이와 아침마다 헤어지기 싫어 전업주부를 선택했던 전...
지금 아이들의 행태를 살펴 보면서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면 전...전업주부를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평소 아주 많이 하면서 전업주부 생활을 해왔네요. 무슨 뜻인지는 다른 전업주부이신 분들께 들어보신다면 아시게 될껍니다.ㅋㅋㅋ

암튼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환경에 고생 많으십니다.
파이팅 하시길~^^

단발머리 2023-07-24 08:40   좋아요 1 | URL
워킹맘들의 고단함을 10분의 1 정도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전업맘들의 외로움도 보이구요. 혼자 일한다는 것, 어른 없이 혼자 아이를, 아이들을 돌보는 갑갑함을 저는 조금은 아는 사람이니까요. 역시 사람에게는 사회가 필요하구나. 일이 필요하다는 건, 그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나무님 글, 댓글 읽을 때마다 너무 힘이 납니다. 우리 알라딘 공식 에너자이저로 임명합니다. 단발머리가요!!!

다락방 2023-07-23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저 카불 신부 땡투했어요. 아 나는 왜이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23 11:02   좋아요 1 | URL
그 반항, 응원합니다 ㅋㅋ

잠자냥 2023-07-23 12:47   좋아요 1 | URL
그럴 줄 알았지

다락방 2023-07-23 13:07   좋아요 1 | URL
🙄🙄🙄🙄🙄

icaru 2023-07-29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직장인이시군요!! 건투를~~~!!
저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서재에 들어와서 야곰야곰 읽을거리들이 많아 신나하고 있습니당^^
하나하나 지금부터 고고~~~

단발머리 2023-07-29 20:44   좋아요 0 | URL
저 겨우 4개월 일하고 완전 녹다운 ㅋㅋㅋㅋㅋㅋ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너무 오랜만에 오셨어요!!!!!!!!!! 저 여기에 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님 자주 좀 오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