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사라진 세상이 열렸다. ‘NSTRA-14’라는 신약을 통해 인간은 통증에서 탈출하고, 그로 인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다. 고통이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는 이 약품이 인류를 파멸시킨다고 주장하며 제약회사에 대한 테러를 감행하고. 대략의 줄거리가 이렇다. 뒤쪽에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중요한 스포일러여서 말할 수 없을 것 같고. 정확히는 말해서는 안 되고. 정보라를 한 번도 안 읽어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보시라 추천해 드리고 싶다. 나는 좋았다. 아주 많이.  

 


 

시간을 들여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지금 읽고 있는 소설에 끌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재의 특이성이나 문체 혹은 문장이 중요한 사람이 있을 테고, 전체적인 틀, 구조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서사를 끌어가는 힘에 기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내가 제목만 보고 이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는, 주제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소재라 말하기도 어쩐지 어색하지만, 이 소설이 고통의 문제를 정면에 두었기 때문이다. 고통에 대해 말하는 소설, 고통에 맞서는 소설, 고통에 관해 묻고 대답하는 소설을, 나는 좋아한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128)



정희진쌤은 오디오 매거진에서 거식증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내 몸은 나의 것이다는 옳지 않은 언설이며, 정확한 건 내 몸이 곧 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나의 세계는 나의 몸 안에서 펼쳐지고, 내 몸의 한계를 벗어났을 때, ‘는 좀처럼 그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고통은 제한되고 한정된 우리의 육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내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일을,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On Suffering’, <고통에 관하여>이다. 고통은 말해질 수 있는가. 말해지는 고통은 누구의 편에서 말해지는가. 고통을 당하는 사람? 아니면 고통받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

 

 















제목에 고통이 들어간 책을 대학 때 2권 읽었다. (참 소박하구나ㅜㅜ) 하나는 손봉호 교수의 <고통받는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C.S. Lewis <고통의 문제>이다. C.S. 루이스의 책은 대학 다닐 때 그의 책을 연거푸 찾아 읽다가 읽었고, 손봉호 교수의 책은 정말 궁금해서 읽었던 것 같다. 고통, 인간과 고통, 고통받는 인간. 아무런 기록도 남겨놓지 않아 세세한 감상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인간 삶에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라는 식의 약간 힘 빠진 결론이 대강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고통/통증이란 중고등학생 시절 생리통을 뜻한다. PMS라는 말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생리 전, 생리 당일, 생리 후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진통제를 계속 먹으면 중독이 된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의학 정보때문에, 매달 나는 고통의 시간을 참고 또 참아야만 했다. 생리를 시작하면, 반 친구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 정도로 증세가 심했는데도, 약을 먹지 않은 채 책상을 부여잡고 그 시간을 견뎌냈다. 지금이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참사랑과 희생정신의 현현, 지극정성 모성의 화신이시다. 우리 엄마가 그런 엄마라는 걸 알기에, 매달 (규칙적으로) 방을 데굴데굴 구르며 소리 지르는 나를 볼 때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있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차라리 너 대신 내가 아팠으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는데 이 고통은 나에게만, 내 몸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고. 게다가 엄마는 평생 생리통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신 분으로서, 도대체, , 이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이 내 딸에게는 이토록 커다란 고통을 안겨 주는지 알지 못했다. 알 수 없었다. 다른 반에 놀러 갔다가 엎드린 친구를 보았는데, 생리를 시작해 엎드려 있다는 다른 친구의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났다. 어떤 아픔일지 난 아니까. , 너도 아프구나. 지구의 반이 여성이고, ,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라면 생리통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나는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더 아팠고. 하지만, 내 아픔은 어디까지나 나만 알 수 있는 것이어서, 나는 혼자서 아팠다.

 


그 아픔의 강도를 확인한 때가 큰아이를 낳던 순간이었다. 새벽 4시에 양수가 터지고 종일 진통하고 그날 오후 7시 쯤에 아이를 낳았는데, (양수가 미리 터져) 마른 아이를 낳을 때의 진통을 논외로 하고, 형광등이 흰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보이기 전에, 나는 분만실에 들어갔다. 분만실에서의 경험은 좀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진통을 겪어냈던 긴 시간, 그러니까 인간 고통의 극한의 지점 중 하나인 출산의 고통은 평소 생리통이 심했던 때보다 조금 더한 정도였다. 인간으로서 내가 겪을 수 있는 고통을 10이라 했을 때, 출산의 고통을 8.7~9.3으로 상정한다면, 생리통은 7.4~8.2정도의 고통이었던 셈이다.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다) 다른 말로 하면, 출산의 고통에 가까운 고통을 매달, 반복적으로, 주기적으로 겪어왔던 셈이다.

 


그래서 더더욱 정보라의 말이 옳다.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는 인간(128)이 자신의 고통을 아무리 호소한다 해도, 그 상대편이 지극한 공감의 소유자라 해도, 결국 완전한 의사소통이란 불가능하며, 그녀/그는 끝내 내 고통을 알 수 없다. 나의 고통을 헤아릴 사람은 결국 나뿐이다. 나만, 오직 나만이 내가 얼마만큼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다.

 



고통의 의미에 대해서, 만약 이 문장이 정보라의 생각을 보여준다면, 나는 정보라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고통에 의미는 없으며 고통을 겪고 나면 사람은 초월이나 경험이나 지혜를 얻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몸과 마음이 지쳐 쇠약해질 뿐이라는 욱의 절망을 한은 의미와 목적으로 바꾸어주었다. 욱은 한의 말을 믿었다. (131)



-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285)



고통을 통해 인간의 인격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진다는 믿음은 환상에 가깝다. 고통을 겪은 인간은 더 옹졸해지거나 더 비겁해진다. 고통당할 때의 바램은 오직 한 가지, 고통이 끝나는 것뿐이다. 계속되는 고통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도 이 고통이 끝나리라는 희망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날이 덥지만, 날이 춥지만, 아프고 외롭고 슬프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고통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인생은 결국 고통을 최소화하는데 몰입하게 될 것이다. 인생사 모든 번뇌의 핵심인 인간관계 필요 없다. 무자식이 상팔자니 자식도 필요 없다. 노력, 절제, 인내 모두 필요 없다. 통증은 진통제와 더 강력한 약물로 치료하고, 욕망과 충동과 쾌락의 추구만이 용인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고통을 피하는 쪽으로.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연단과 훈련의 시간으로 이해하기는 한다. 그게 와장창 깨진 게 그 유명한 <욥기>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기에, 좀 더 읽어봐야 한다. <박영선의 욥기 설교>를 석 달째 읽는 중이다.   

 



정보라의 책을 몇 권 더 찾아본다. <저주토끼>는 아무래도 내게는 불가능할 것 같아 패쓰하지만, 다른 책들은 도전해 볼만 하다. 특히 외계인 나오는 책에 구미가 당긴다. 아침에 읽은 기사에서는, 지난달 초 120광년 떨어진 K2-18b 행성의 대기에서 지구에서 해양 생물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가스 신호가 감지됐다 하고, 목성에서도 생명체 발견의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진짜 외계 생명체 만나기 전에 좀 읽어 두어야겠다. 최근 알라딘 서재에서 핫한 <거장과 마르가리타>도 정보라씨가 번역했다 하니 기대감이 샘솟는다. 기대만발 개봉박두! 



 
































마침 이런 좋은 행사가 있다니......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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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03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주토끼 소설집에 실린 “몸하다”는 생리/출산의 이야기니까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3-10-03 09:59   좋아요 2 | URL
아이구, 그래요? 오늘 알았습니다. 찾아서 읽어볼게요. 저는 읽어야만 합니다. (불끈!)

유부만두 2023-10-03 10:15   좋아요 1 | URL
그나저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너무 쎄서, 즉 너무나 안 거룩하고 은혜롭지 못한 장면들이 많아서 우리 자매님이 싫어하실지도 몰라요.

단발머리 2023-10-03 10:2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무서운 거(저주토끼)는 못 읽지만 ㅋㅋㅋㅋㅋ 너무나 안 거룩하고 은혜롭지 못한 장면들(필립 로스)은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이북 대여하면 저렴하던데요. 이북 살까요, 아니면 종이책 살까요? 집에 꽂아 놓을 수 있는 책이지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06 15:1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건 읽었어요… 몸 하다… 하드코어 고어물 아닙니까?… (단발님 속지마세요 ㅋㅋㅋㅋ)
<저주토끼> 저도 힘들어서 읽다 중간에 반납!! 그런데 정보라 작가가 대단하다는 건 바로 눈치 챘어요. 외국에서 상을 괜히 주는 게 아니더라능!! ㅋㅋ

꼬마요정 2023-10-03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말로 표현을 참 잘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128쪽의 말에 밑줄 그어놨답니다. 저는 고통에 대해서는 남이 죽든 사지가 절단되든 어쨌든 고통받는 것보다 자신의 손가락 다친 게 더 아프다는 거랑, 정신의 고통이 육체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다는 말을 믿어요. 고통이 개개인에게 한정된다는 건 내 아픔이 제일 크다는 거잖아요. 물론 다른 의미들도 있겠지만 일단은 공감으로는 그 아픔을 알 수 없으니... 정보라 작가 책 제가 읽은 것들은 다 좋았어요. 외계인 이야기도 곧 읽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고통으로 모두의 아픔이 없어진다는 건 좀 많이 아픕니다.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3-10-03 17:04   좋아요 1 | URL
128쪽이 꼬마요정님과 저와의 접점이군요^^
고통에 대한 꼬마요정님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몸에 갇혀 있는 우리 인간종이, 자신을 넘어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요하는지에 대해서도요. 제가 위에 쓰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가능해지는,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사랑에 빠졌을 때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이, 내게 그대로 전해지고.... 그러잖아요. 위대한 사랑이여.....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엄기호씨는 어차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는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그 사람, 고통당하는 사람의 곁의 곁에 있어주라, 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 이 책이 정보라 작가의 첫번째 책인데 넘 좋아서 다음 책도 읽어보려구요. 일단 외계인으로 정했습니다, 저는요^^
그 책 읽고 우리 또 감상 나눠요, 꼬마요정님!!

유부만두 2023-10-19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 책 밑줄긋기 저랑 같은 곳이네요. 전 이 소설에서 고립에서 연대로!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의 남편이 투병 중이라던데 그만큼 고통과 육체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3-10-24 19:06   좋아요 0 | URL
네, 밑줄긋기 찌찌뽕 친구님! 고립에서 연대로! 이 분이 그걸 실천하는 분이라서.... 데모를 그렇게 자주 나가시더라구요. 그 사이 남편 간병도 해야하고. 이 소설 쓰는 시간을... 도대체 어디서 만들어내셨을까 싶어요 ㅠㅠ
 




그래서 미용실에 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매일 2개씩 페이퍼를 쓰는게 목표였는데(2개씩 6일, 총12개) 아무리 일 안 하는 며느리라도 암튼 며느리이긴 하고. 상을 내고 상을 차리고. 태어나서 처음 만든 떡볶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먹였던 것도 모자라 태어나서 처음 만든 소갈비찜을 시댁에 가져가려니… 걱정스런 마음에 안 가져가겠다는 걸 남편이 그냥 가지고 가자 해서 들고 갔고. 고기니까, 아이들은 모두 얼굴을 접시에 묻고. 고기 좋아하는 나는, 평생 그런 적 없던 나는, 남자 상에서 밥 먹던 나는, 작은 거 하나 집어먹고 말았다. 혹 부족하면 어쩔까… 맛있니, 얘들아? 설마? 




가출했던 토요일에 페이퍼를 3개 쓰고 어제는 교회. 오후 예배를 마치고 친정 부모님과 중식당에 갔다. 짬뽕이랑 볶음밥, 꿔바로우 다 맛있었는데 왜 짜장면이 맛이 없는지…








딸기빙수 한 숟갈만 드시라고 큰애가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한 숟갈 드시고 엄마 아빠는 너무 달다 하시며 바로 커피로 후퇴.








그래서 미용실에 왔다. 일년에 딱 2번 오는데 매일 감고 급하게 말리니 곱슬거림이 극에 달해서 어쩔 수 없이… 동네 미용실이라 예약제가 아니라 오는 순서대로 접수. 3등했다. 10시 오픈인데 10분 전에 왔는데 두 분이나 계셔서, 이 부지런함에 제가 고개를 숙입니다.




가지고 온 책은 이거. 읽을지는 모르겠다. 벌써 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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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0-02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꿔바로우, 너무 맛나 보이네요.

저희는 오늘 아구찜 먹으러 출동
합니다요.

단발머리 2023-10-02 12:34   좋아요 1 | URL
네, 아주 맛있었습니다. 완전 맛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저는 지금 무척 배고프고… 아구찜이 먹고 싶네요, 츄릅…

그레이스 2023-10-02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용실, 저랑 비슷하시네요^^
미용실 예약까지 일상의 계획 속에 넣지 않는터라, 시간날때, 지나가다가 손님없는지 보고, 가는지라...ㅎㅎ

단발머리 2023-10-02 12:37   좋아요 1 | URL
아… 그레이스님은 지나가다가 손님 없으면 바로 미용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신 분…
저는 다니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이 원장님이 아니시면 제 머리를 펴는 일이 좀처럼 고달픈 일이라서요.
물론 원장님도 힘겨워하시기는 합니다만 … 😳😳😳

공쟝쟝 2023-10-02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상에서 밥먹던 단발머리님 🧐
마지막 사진 저 공주 숟가락 안에 든 내용물니 궁금… 빙수? 솜사탕?

단발머리 2023-10-02 19:19   좋아요 0 | URL
저것이 공식적으로는 빙수이고요. 솜사탕 아래 아이스크림 그 아래 딸기맛 샤베트 ㅋㅋㅋㅋ 제 스탈은 아니었구요^^
 


그래가지고 알라딘에서 레베카 솔닛 책을 하나 발견하기는 했는데 겉표지가 낡았고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서 안 사기로 하고…. 나온 김에 교보로 가자 해서 버스를 탔는데 알라딘 보면서 큭큭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숭례문. 다음 정류장 ’서울역‘ 이러는데 아, 여기 어디지? 하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저는 교보문고 어떻게 가나요, N씨에게 물어물어 버스를 탔는데 버스 타고 물어보니 조금 가다가 연두색 버스도 타야 한다해서 일단 여기서 내릴게요, 하니 시청 앞. 한 두 방울 비가 떨어지고 나는 쉬폰원피스. 맨날 챙기는 청자킷 왜 안 가지고 왔니, 나는 춥구나. N씨에게 다시 물어보니 걸어서 15분이란다. 제가 함 걸어볼게요. 걸어서 가볼게요. 시청 광장에 거리 축제 안내가 한 가득. 멀리서 사진 한 장 찍고, 가까이 가보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민주당 새 원내대표 홍익표 의원이 유족들과 이야기 마치고 일어서서 인터뷰 하길래 뒤에 서서 가만 듣고 있었더니 앞에 아른거리시는 분, 박주민 의원님.



민주당 화이팅!
민주당 좀 잘해라!



를 모두 마음에 품고 교보에 왔고 커피 한 잔 했더니 12시 종이 쳤네. 킬힐 7센티 마법의 구두 아니고 운동화라 상관은 없는데 돌아가야 하나. 돌아가야 하는거니,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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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9-30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슨 가출이 반차 짜리래요? 더 늦게까지 놀아요. 추우니까 옷도 좀 사고 (백화점 다 닫았나요? 서점서 굿즈 후드티 없을까요?). 그나저나 난 빨래 돌리는데 오늘도 건조 지수 꽝이네요. ㅠ ㅠ

단발머리 2023-09-30 12:42   좋아요 2 | URL
지금 너무 추워요 ㅋㅋㅋ 실내엔 사람 많아서 에어컨 틀었네요. 가출준비가 철저하지 못해 유감입니다. 요 앞에 옷가게 있던데 나가 볼까요? ㅋㅋㅋㅋ 비도 올려고 해요. (우산도 사야 함)
건조지수는 ㅠㅠㅠㅠ 건조기 구입을 조심스레 권합니다 ㅠㅠ

독서괭 2023-09-30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금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달고 왔는데 벌써 집으로?? 날씨가 안 도와주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3-09-30 13:30   좋아요 3 | URL
지금 여전히 춥다고 합니다 ㅋㅋㅋ 제가 간만에 HOT을 마셨는데도 말입니다. 아침에 새밥도 해놓고 보리차 끓여놓고… 제가 얼른 나가야 한다해서 머리 안 감고 나간다는 걸 남편이 말려서 머리만 감고 나왔는데요. 이 추위 어택 어쩌란 말입니까 ㅋㅋㅋ이 준비 부족ㅋㅋ

건수하 2023-09-30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비가 오네요…. 단발머리님 더 놀다 가셔야 하는데!

단발머리 2023-09-30 14:10   좋아요 1 | URL
아… 다정한 우리 알라디너들ㅋㅋㅋㅋ쉑쉑버거 안으로 들어왔구요ㅅㅋㅋㅋㅋㅋ 아 문이 안 닫혀서 바람이 ㅋㅋㅋㅋㅋㅋㅋ 일단 환타 파인애플 마시면서 생각 좀 ㅋㅋㅋㅋ에구 추워라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30 14:10   좋아요 2 | URL
이 동네는 비가 그쳤습니다 부모님이랑 은근슬쩍 화해하고 식사도 했구요 ㅎㅎ 저도 알라딘에 가고 싶지만 어제 안 읽은 책들을 모아보니…. 집에 가서 쉬어야겠습니다. 단발머리님 곧 해가 뜰겁니다 좀더 버텨보세요!

단발머리 2023-09-30 14:47   좋아요 2 | URL
에구 은근슬쩍 화해 환영합니다! 식사도 잘하셨구요. 여기는 일단 비가 그쳤습니다!! 이제 쫌만 더 놀아볼까 싶은데 자리 없어서 계속 서서 돌아다녔더니 아… 약간 눕고 싶기도 하구요ㅋㅋㅋㅋ 저질체력의 한개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01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갔다가 추워서 급하게 티셔츠 사 입은 사람, 누구? 접니다! 저는 1만원 맨투맨 티, 친구는 1 +1 에 39,900 원 맨투맨 티셔츠를 사 입었어요. 충동적 티셔츠 구매를 응원합니다, 라고 할랬는데 이미 두 시간 지나있으니 댁에 돌아가셨겠네요. 아무튼 모조리 다 화이팅!!

단발머리 2023-09-30 16:31   좋아요 1 | URL
티셔츠는 못 구매하고요ㅋㅋㅋㅋ따뜻한 커피를 한 잔 더 마셨습니다. 서울은 제가 지키겠다 공언했는데요, 가는 곳마다 사람이 넘치네요. 이상 꽉찬 서울 통신 단발 기자였습니다. 송도에 나가 있는 락방 기자 나오세요! 🤪

책읽는나무 2023-10-01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주민 의원님ㅋㅋ
아직도 분향소가...갑자기 숙연해집니다.

근데 가출이란 말은 무슨 말인 건지?
덕분에 서울 시내 탐방기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만..^^


단발머리 2023-10-02 11:18   좋아요 1 | URL
엄마 휴직하고 1일 가출했구요. 오늘도 집 나왔으니 가출인가요?
오늘은 낮에 들어가야지 싶습니다. 하하하!
 















을 한다하면 엄마가 갈 곳은 외가댁(정확히는 엄빠네 아파트) 뿐이라는 아이의 예상은 틀렸다. 나는 알라딘 ㅋㅋㅋ 오프라인도 온라인도 알라딘 ㅋㅋㅋㅋㅋ


이웃님들과 이야기하는 주제에 걸맞는 책이 혼자 걸어나와 내 앞에 딱 선다.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
일단 오늘은 해보자, 엄마 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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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30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ㅋㅋㅋ 알라딘! 득템 기원합니다~

단발머리 2023-09-30 10:4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ㅋㅋㅋ 나갈 준비 안 하시나요? 전 친정 내일 갑니다요!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30 10:42   좋아요 1 | URL
미적미적…

단발머리 2023-09-30 10: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일단 결론적으로 ㅋㅋ 가긴 가야 합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9-30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은 알라딘 사진도 깔끔하게 찍으시네요. 아 새삼 알라딘이 있어 여러모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발머리 2023-09-30 10:50   좋아요 1 | URL
오프와 온라인 중 하나만 고르라면 전 온라인 알라딘이, 정확히는 알라딘 서재 이웃님들이 젤로 좋습니다!
저의 판타지 파라다이스라고나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9-30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대학로 가셨나요? 저도 좋아하는 곳ㅋㅋㅋㅋㅋ (왼쪽 구조가 바뀌어서 아닌 것 같기도..)
존재 자체로 휴식인 곳 ^^

단발머리 2023-09-30 18:45   좋아요 1 | URL
우앗! 알아보시는 센스!
네, 저는 알라딘 대학로점에서 ㅋㅋㅋㅋㅋㅋ 오랜만이라 저는 차이점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30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단발 님 옆에 있는데 안 보이세요?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30 12: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저 교보인데 ㅋㅋㅋ 잠자냥님 어디심?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3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왕~~ 엄마 휴직 넘 좋아요!! 즐건 시간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3-09-30 13:18   좋아요 2 | URL
아직은 놀고 있어요 ㅋㅋㅋ 원서 하나 샀고요, 앗싸!

다락방 2023-10-01 22:50   좋아요 1 | URL
원서 뭐 샀어요,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3-10-01 22:53   좋아요 1 | URL
피터 스완슨의 <Nine Lives> 샀어요. 알라딘보다 2,000원 싸고 한 권 밖에 안 남았고요 ㅋㅋㅋㅋㅋ 근데 언제 읽을까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0-01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ㅋㅋㅋㅋ
연휴동안 내내 엄마 휴직 하시길^^

단발머리 2023-10-01 22: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오늘 근무해서 내일 또 휴직 들어갑니당!!
 
불가능성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독서괭님의 불가능성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고 씁니다. 너무 좋은 글이라서, 또 제게 폭풍처럼(?) 여러 생각을 불러온 글이라서 천천히 2번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친구에게 선물받았는데,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글 마지막에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각, 나아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 자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신선한 시각과 영감. 그렇지만, 자각과 시각과 영감을 모아 무언가를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결국 고독이 필요하다... 자유가... 그리고 (고독하며 자유로운) 시간!! 시간이 필요하다. 절대적으로(독서괭님 페이퍼, ‘불가능성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저는 독서괭님의 이 문단이 참 좋았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만, 결국에는 고독이 필요하다는 것. 자유,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고차원의 대화와 우아한 식사시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었나? (독서괭님 페이퍼)

 

의 물음은 엄마가 되었던 모든 사람이 가슴 속에 품을 만한 질문이고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아침, 너희가 눈을 떴을 때면 난 이 집에 없을 것이다, 고 예고하는 저에게 엄마, 어디 갈 거야? 혼자 갈 거야?’라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고로, 성인입니다.


 

 

창조적 모성에 대한 이 책은 무척 좋을 것이라 예상됩니다만, 저는 독서괭님의 고민, 갈등, 그리고 타협과 결심을 엿볼 수 있는 이 페이퍼가 참 좋았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의 생각과 느낌도 조금 보태고 싶습니다.

 

 


엄마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특별히 아이를 키운다는 건 당연히 힘들고 고된 일이겠지만, 제일 어려운 지점은 자신의 삶이 연속적으로 방해받는다는 점입니다. 아이를 피해 새벽에 일어나는데 그 시간에 엄마를 찾는 독서괭님의 둘째 아이처럼요. (죄송하게도…. 사실 너무 귀엽습니다.) 제가 여러 번 쓰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여성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엄마 되기의 중요 테마는 임신이나 출산이 아닌 육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누구든,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할 때, 엄마로서 느끼는 좌절과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누구든 엄마가 되려고한다면요.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아이 돌봄과 육아, 모성과 관련된 모든 일을 편리하게 여성의 일이라 규정하기에, 이로 인해 고통받는 대부분의 사람이 여성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해 비교적 근래에 엄마가 된 여성들의 엄마됨이 더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도 보육과 육아 관련 사회제도가 미비한 점도 있겠지만,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공동 육아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육아의 기본 단위가 가족으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 안에서의 고립,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 엄마 수행에 가장 큰 장벽으로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어떤 사람이 돈을 받고 남의 집 아이를 돌본다고 할지라도, 아이를 돌보는 일 자체가 요구하는 극단의 집중력을 오랜 시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구요. 정희진쌤의 말씀대로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하는 만큼, 딱 그만큼이라도 남성들의 에너지와 시간이 가사육아투입된다면, 외주화가 어려운 육아의 일정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글, 지금 어디로 가나요? ㅎㅎ )  

 




 














또 한 가지는, 제가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제가 창조성과 모성에 관한 글을 처음 접한 건 <분노와 애정>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과 아주 비슷한 구성인데요, 부제가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 책을 읽고 에이드리언 리치를 알게 되어 그 책을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출간된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에도 <분노와 애정>에 수록된 글이 다른 번역으로 실려 있습니다. 제게 다가왔던 문단은 여기구요.

 


내 남편은 섬세하고 다정한 남자로 아이들을 원했고 학계에 직업을 가진 50대 남자로서는 드물게 기꺼이 '도와주려’ 했다. 그러나 이 '도움'은 너그러운 행동으로 이해되었고, 가족 안에서 진짜 일은 그의 일, 그의 직장생활이었다. 사실 이 사실은 몇 년간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나는 작가로서 나의 몸부림이 일종의 사치이자 나만의 특이성이라고 생각했다. 내 일은 대개 돈이 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글을 쓰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심지어 돈이 더 들었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144)


 

나는 작가로서 나의 몸부림이 일종의 사치이자 나만의 특이성이라고 생각했다.”는 문장을 저는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썼습니다. 나는 리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쓰고 싶은 마음과 그 죄책감을 난 이해한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아나요? 저는 창작가가 아닌데요. 저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아닌데요. 에이드리언 리치는 천재 시인입니다. 그냥 천재거나 그냥 시인이 아니라, 천재 시인이요. 그녀는 이미 결혼 전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촉망받는 시인이었습니다. 제가 에이드리언 리치의 그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입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내가 직장맘이었다면, 이러한 내 마음은 조금 더 이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직장에 다니고(경제력이 있고), 돌보는 아이가 있고, 그런 가 시간을 내서 읽고 쓴다면 창조적 모성의 실천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전업주부인 내가, 날마다 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의 가장 큰 중심이 가사육아인 내가, 그렇게 한다는 건, 그걸 원한다는 건 황당한 일이지 않을까. 에이드리언 리치를, 에이드리언 리치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저의 고민은 오래오래 계속되었습니다. 그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구요. 하지만, 저는, 제게 더 좋은 쪽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했다고 어느 누구도 돈을 주지 않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이 일에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페이퍼 써야하는데, 식구들이 자꾸 태클 걸 때, 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 일해야 돼! 얼른 써야할 글이 있어!” 이렇게 말이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제게 필요한 건 이해가 아니니까요.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독서괭님 덕분에 이리저리 생각하고 또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읽고 함께 쓰는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기 과신과 지적 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납시다.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니까. 손을 잡고 갑시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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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30 08:1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눈 뜨자마자 발견한 덕에 세수도 안 하고 두번 읽었네요 ㅎㅎ 단발님, 멋진 먼댓글 감사합니다!
공동육아 필요성 절감하고요.. “독박육아” 호소에 쏟아지는 조롱성 댓글들이 우리 사회의 양육에 대한 이해 빈곤, 공감 결여를 잘 보여주고 결국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남편이 집안일과 양육을 “도와준다” ㅎㅎ 예전엔 정말 이런 표현 많이 썼는데.. 이제는 누가 이렇게 얘기하면 한마디 꼭 하게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될 날을 앞두고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동료에게는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창조적 모성의 실천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직장맘은 직장에서 자아실현(교과서적 용어네요)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일하고 왔으면 아이에게 집중해야지 또 너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하는 마음이 있으니.. 전업맘은 자기 시간이 없었으니 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러나저러나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태클을 걸 테지만, 당당하게 내게 필요한 일이라고 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손 잡고요~~ 😘😘😘

단발머리 2023-09-30 21:23   좋아요 1 | URL
공동육아,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다 할말이 많을 거 같아요. 공동육아는 아니지만, 저는 친한 언니들과 아이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오래 했는데요.(3가정 총 9명) 한글책, 영어책, 그리고 어린이 명심보감을 같이 읽었던 기억보다는ㅋㅋㅋㅋ 간식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훨씬 또렷하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시간들이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었나... 그런 생각을 요즘에도 자주 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내 아이‘만을 보게 되는 것이 부모 마음인데, 그걸 넘어서서 다른 아이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이야기 나누는 귀한 순간들도 소중하구요.

창조적 모성에 대해서는... 저는 제 안에 ‘피해의식‘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랫동안 전업맘이었고, 또 저의 과거에 대해 만족하지만... 결국 사회 속에서 저의 자리란 건, ‘밥 하는 사람‘과 ‘노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제 자신이 그걸 어떻게 이겨내어야 할지 모르기도 했구요. 올해 일을 하게 되면서 직장맘들의 노고에 대해 몸소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쓰는 마음을 좀 이해하게 되었달까요. 이 세상 모든 직장맘들에게 기립 박수 드립니다, 짝짝짝!!!
오늘은 큰 태클이 없어서 많이 놀았습니다. 근데 밖으로 나돌아다녔더니 책을 못 읽었더라는.... 아흐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30 08:3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가슴에 사무치고 저리도록 내 말 같은 페이퍼입니다. 아이 키우기는 부모 두 사람으론 할 수 없어요. 너무나 고되고 힘들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유무료로) 함께 해야 제 몸과 제 정신으로 할 수 있어요. 명절 지나고 여러 어르신들 치매와 요양 이야기를 많이 듣고 왔더니 이건 육아의 또다른 버전의 가족 노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가족들은 서로를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이에요. 그 부담을 한 명 (엄마, 딸 등 여성)에게 몰아서 씌우면 안돼요. (돈이라도 내라!!!!)

단발머리 2023-09-30 22:00   좋아요 0 | URL
주위 사람들이 유무료로 어떻게 아이 키우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지가... 저의 오랜 관심사이기는 합니다. 내년부터 0세 자녀 부모수당이 100만원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현재의 출산율이라면 500만원씩 플러스 각종 혜택을 몰아줘도 부족하다 생각하는데, 아무튼 법적, 사회적 지원이 먼저,라고 전 생각해요. 제 아이지만, 이 나라 국민이고 시민이니까요.
이 지점에서 주위 가족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둘이서 끙끙대며 아이를 키워낸 모든 부모님들에게 기립박수 몰아 드립니다!!

어르신들 치매와 요양 이야기가... 요즘엔 제일 뜨거운 주제인거 같아요. 저도 몇 년 전부터 비슷한 경우와 사례를 각각 다른 곳에서 자주 듣게됩니다. 돌봄노동을 여성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되는데.... 아..... 우리의 현실이여........

건수하 2023-09-30 0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른 가족들보다 하루 먼저 집에 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저의 손길을 원하고는 있지만 이런 시간이 가끔 필요한 것 같아요. 전 이제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를 거의 다 읽었어요.

그러나 이제 슬슬 일어나 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 할 시간…. 엉덩이가 무겁네요.

단발머리 2023-09-30 21:34   좋아요 0 | URL
집사님 두 분이 안 계실 때 그 빈틈을 고양이 두 마리가 노리고 있군요ㅋㅋㅋㅋㅋㅋㅋ 인기쟁이 건수하님!
알라딘에서만 인기 많으신 줄 알았는데 집에서도 ㅋㅋㅋㅋㅋㅋ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이렇게 또 하루가 가네요. 3일 지났고 3일 남았습니다.

독서괭 2023-09-30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번아웃, 즉 소진의 주요 원인을 한번 정리하자면 ‘보상 체계는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 무한히 반복 업무를 하는 상태‘입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번아웃은 ‘단순히 과로가 아니라 충분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내 일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상실했는데도 계속 노동은 꾸역 꾸역 해야 하는 경우‘ 에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겁니다.

한국의 전업주부의 상황과도 참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 sbs [인-잇] 번아웃 1위 집단이 전업주부인 이유. 중에서!

단발머리 2023-09-30 21:39   좋아요 0 | URL
충분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 ㅋㅋㅋㅋㅋㅋㅋ에 밑줄 긋습니다.

제가 ‘가사 노동‘과 ‘육아 활동‘ 자체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단은 노동의 성격 자체가 ‘시작과 끝‘(죽으면 끝납니다, 헐.......)을 확정할 수 없고요. 반복되기에 한없이 지루하기도 하고 또 혼자 해야 하는 일이구요. 그리고 보상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일에 대한 가치를 상실한채 계속해야 하는데, 잘하면 기본이고 못하면 원망 듣기. 잘하면 더 잘해야 하고, 못하면 노력해서 잘해야 하는....

한국의 전업주부 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들도 가사 노동을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이 하지요.

공쟝쟝 2023-09-30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러 부분에서 할말이 많지만, 저와 단발님의 공통점은 육아나 가사노동은 아니니깐요!

쓰는 사람 쓰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창작자 입니다. 어떤 작가도 쓰고자하는 과정과 쓰는 동안없이 바로 작가가 되지는 않잖아요. 누가 알아주거나 읽어주지 않아도 자식같은 내 글이라고 단발님은 표현 하신 적 있는데요, 작가, 천재, 촉망, 재능이라는 신화 역시 모성신화만큼 쓰고자 하는 사람을 움츠리게 한다고 생각해요. 써야하는 사람은 써야합니다.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만들어야하고요, 제가 가장 헤깔렸던 행위뒤에 행위자는 없다는 말을 여기에 가져다가 온다면 행위없는 데 행위자가 될일도 없다.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옭아매던 시간을 지나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정의 내려가는 (언어를 획득하는) 친구님의 모습을 잘 알고 있지만, 더더 물러서지마세요!! 그리고 언젠가 제게 달아주신 댓글. 모든 작가의 출발점은 자아 규정으로 시작한다는, (다미여) 제 생각에 그건 셀프 규정이라 생각해요. 또한 고정된 정체성을 획득하는 문제는 결코 아니고요.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언어. 내 목소리를 쓰면서 발명해 나가는.

읽고 있어요. 제가 읽고 싶었던 과정중의, 진행형의 이야기입니다. 😍😘

메리추석(엄마의 노동으로 지어진 밥먹고 누워서 방바닥 긁으며… 시집가 폭격은 자매애로 물리치며 ..)~~ㅋㅋ

단발머리 2023-09-30 21:57   좋아요 3 | URL
작가, 천재, 촉망, 재능이라는 신화 역시 쓰고자 하는 사람을 움츠리게 한다는.... 그것 역시 신화라는 쟝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제게 감동을 주고 통찰을 전해주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천재였으며, 어렸을 때부터 잘 썼으며, 게다가 타고난 재능을 밀고 나갈 만한 의지(체력) 또한 갖추고 있었음을..... 저도 여기에 적어둡니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겠지요. 저도 그걸 압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드시 써야 하구요. 전, 제가.... 그런 사람인 줄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ㅋㅋㅋㅋㅋ 누가 알아주거나 읽어주지 않아도 자식같은 내 글ㅋㅋㅋㅋ 이라고 말했었죠. 그렇습니다, 제게는 그래요. 적어도 제 글은, 제게는 소중하고 또 귀중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진으로 보여드릴 수도 없고... 지금도 거실이 아주 난리인데, 제가 물건이 지저분하게 쌓여있는 거실을 그냥 두고 <친밀한 적>을 읽습니다. 하루키의 신작을 읽고요. 그럴 때 제 안에는, 제가 읽는 문장 너머로 쌓여 있는, 치워야 하는 물건들이 같이 쌓여 가는 거구요. (청소하고 나서 쓰라는 말은 말아 주세요. 그게 좀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작가의 출발점은 자아 규정으로 시작한다고..... 제가 어느 책(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의 문장을 쟝님에게 댓글로 달았었죠. 그건 그대로입니다. 전 쟝님의 글을 읽고, 자아 규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쟝님은 ‘작가‘라고 ‘이미 작가‘라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전 쟝님이 그렇다는걸, 발견했던 거죠.

전, 좋은 편을 택했습니다. 그러니까 쓰는 쪽이죠. 집을 안 치우고 책을 읽고, 설거지를 쌓아두고 글을 쓰는 쪽이요. 하지만, 자아 규정을 통해 작가가 되는 일이, 제게 가능할지.... 전 모르겠습니다. 자기 확신과 지적 오만의 화신이 될 각오는 되어 있는데 말이지요.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오늘 종일 돌아다녔는데, 어디 가나 사람이 참 많아서 자리 잡는 게 힘들었어요. 왜 다들 서울 지키시나요. 나만 지키겠다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9-30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1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