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이 바뀐 어린이가 있었다. 식구들 없는 아침과 오후에 내쳐자다가 하나둘 식구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먹고 운동하고 영어책을 펼쳤다 닫았다가 도스토예프스키를 펼쳤다 닫았다가. 식구들이 잠든 깊은 밤에는 같이 잠자려 했지만 살포시 잠이 들려는 그 시간. 바로 그 시간에 매미가 울어재낀다는 주장이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매미가… 매미가… 처음엔 비몽사몽이어서 5시를 추측했는데 그 다음날에는 시간을 확인했고. 그랬다 5시였다. 그 다음날은 5시 10분. 일출시간이 5시 20분 정도일테니 그 즈음 움직이는 거였다. 매미가 맴맴. 그냥 맴맴 아니고 매애~~~~~~~~~~~~~~~~~~~~맴!!!
에어컨 송풍까지 마치고 오프모드에서 얼른 자야 하느니, 경쟁적으로 잠에 빠지려는 엄마 아빠 사이에 밤낮 바뀐 어린이. 종알종알 이야기 나누다가, 근데 이건 무슨 소리야?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구리가, 개구리들이 노래를… 노래를 한다. 아… 이거 개구리에요? 개구리가 어딨어요? 어디에 이렇게 많아? 우리집은 아파트 숲 중앙에 놀이터가 있고 그 주위를 제법 키 크고 비싼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 작은 연못에… 개골개골 개구리… 아침에는 매미, 밤에는 개구리. 야, 쟤네 진짜 열심이다. 하면서 바로 시작되는 신간 공격.
엄마가 그거 읽잖아, <암컷들>. (사실 꼼꼼히 훑어보고 자세히는 안 읽었음) 거기서 얘들이 그렇게 열심히 살더라. 그래, 그렇다니까. 블랙 위도우 말고 암튼 무슨 위도우 거미던가. 수컷이 암컷 만나러 갈때 선물 들고 감. 선물 냠냠 드시고 계실 때 교미할라고. 아, 진짜 뭘까. 생명을 거는 그 무엇은. 수컷만 그런 건 아니고 인간의 도덕률을 동물들에게 투사해서 그렇지. 와, 암컷들도 장난 아니야. 진짜 열심이야, 열심.
와아, 왜 그럴까.
날도 더운데.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