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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근/현대의 인간이 창조한 괴물이나 로봇이 제재가 된 소설, 영화 등에 소재 자체뿐만 아니라 창조주와 - 어리석은 인간을 말할 때가 많은 - 피조물과의 갈등 그리고 작품 전체에서 던지고 싶은 철학적 메시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프랑켄슈타인'.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인 줄 알았다. 특히 역사각형의 넓은 이마와 - 그래서 덜 지적이고 잔인함이 느껴지는 이마 - 용도를 알 수 없는 양쪽의 그로테스크한 나사못 그리고 사람이라면 참을 수 없었을 것 같은 크게 꿰맨 자국이 괴물이 남겨준 강한 인상이었다.
무심결에 넘겨본 첫 페이지는 영화에서 자극적으로 포장된 괴물의 인상을 일갈해버렸다.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p5, 페이지 번호가 없던 최초의 페이지들 중에서
그리고 곧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고 그것을 만든 영특한 과학자였음을, 그리고 괴물은 넓은 이마도 나사못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흑발은 출렁거렸고,"
p72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가난과 낭만으로 가득한 유랑생활을 한 메리 셸리가 20대 초반에 쓴 이 책은 - 1818년 책으로 출간 -,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서간 형식으로 회상되어지는 것을 쫓는 것도 재미있지만,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일곱개의 뺨' 처럼, 덮어둘 수만은 없는 '문제'들에 대해 송곳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구중의 자물쇠를 채운 금고에 꽁꽁 숨겨둘 비밀 일기가 - 하지만 이것도 영원히 온전한 비밀을 약속할 수 없을 것이다 - 아닌 이상, 창조자의 창작물은 창조주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되어질 것이다. 또한 그 산물을 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문학이든 과학이든 그 산물 자체에 인격을 부여할 만큼 그 '산물' 자체의 희로애락도 논하게 만든다. 불이 뜨거운지조차 모르는 '갓난아기' 같은 '괴물'이 창조되자마자 세상에 버려지고 홀로 성장해, 창조주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그 창조주가 자신을 외면했음에 분노해서 위해를 가하는 고뇌하는 괴물을 보면 '연민'의 감정마저 생긴다.
셸리의 과학적이고 천박하지 않은 기법은 '프랑켄슈타인'을 동정하지 않게 만든다. 읽는 이로 하여금 창작자의 항구를 떠나 '릴리즈'된 '창작물'이 자신의 예상과는 - 제대로 무엇을 예상 했는지도 모를 무책임한 창작자 - 다르다고 방기한 그를 비난하게 만든다. 지적호기심과 탐구심 그리고 그것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나약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유부단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동정표 따위는 행사하기 힘들게 만든다.
나는 문학 작품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방망이를 깍듯이 무엇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이 책은 편하게만은 읽히지 않았다.
언제든지 나의 창작물이 '괴물'이 되어 그것의 사용자에게 또 나에게 언제 위해를 가할지 모를 일이다 - 아니 이미 경험한 것 같다.
나는 내 창작물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을 '방기' 했는가?
"악마!"
p131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p194
나는 내 창작물에 '연민'과 '공감'을 느꼈는가?
나는 도대체 '나'만을 위해서 구중의 자물쇠로도 꽁꽁 숨길 수 없는 창작물을 만들어 냈는가?
라는 질문들을 무수히 하며 읽었다.
그리고 강렬한 울림을 준 밀턴의 실낙원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
밀턴의 실낙원 p141
"결국 때가 되면 비탄은 필연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만족이 된다."
p54
"지식의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성이 허락하는 한계 너머로 위대해지고자 야심을 품는 이보다 고향을 온 세상으로 알고 사는 이가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p65
"정말로 인간이란 그토록 강력하고 그토록 덕스럽고 훌륭한 동시에 그토록 사악하고 천박하단 말인가?"
p159
"폐인이 된 지금도 이토록 고아하고 신과 같은데 전성기 때는 어마나 영예로운 사람이었을까요."
p286
"많은 평자들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하는 과정이 신에게 도전하는 과학자의 과도한 야망을 보여줄뿐 아니라 작나가 예술가가 품는 창작의 불안을 투영하는 은유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괴물을 창조한 '불경한 기예 (unhallowed art)'에서 'art'라는 말이 기술과 예술 모두를 아울러 칭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p311 - 312, 해설
"괴물의 얼굴들은 모두가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
p312, 해설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p5, 페이지 번호가 없던 최초의 페이지들 중에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흑발은 출렁거렸고," p72
"결국 때가 되면 비탄은 필연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만족이 된다." p54
"지식의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성이 허락하는 한계 너머로 위대해지고자 야심을 품는 이보다 고향을 온 세상으로 알고 사는 이가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p65
"정말로 인간이란 그토록 강력하고 그토록 덕스럽고 훌륭한 동시에 그토록 사악하고 천박하단 말인가?" p159
"폐인이 된 지금도 이토록 고아하고 신과 같은데 전성기 때는 어마나 영예로운 사람이었을까요." p286
"많은 평자들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하는 과정이 신에게 도전하는 과학자의 과도한 야망을 보여줄뿐 아니라 작나가 예술가가 품는 창작의 불안을 투영하는 은유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괴물을 창조한 `불경한 기예 (unhallowed art)`에서 `art`라는 말이 기술과 예술 모두를 아울러 칭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p311 - 312, 해설
"괴물의 얼굴들은 모두가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 p312,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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