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광인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5
루쉰 지음, 정석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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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위해 문학을 하는가?” 좀 더 수동적으로 “당신은 왜 문학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이며 혁명가에 사상가인 루쉰은 자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즉 의학이란 결코 중요한 것이 못 되며 국민이 우매하면 아무리 체격이 건장하고 우람해도 무의미한 공개 처형의 관중 노릇밖에는 못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에 비한다면 병에 걸려 죽는 것쯤이야 그다지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p10, 자서


일본 유학 중 본 영화. 중국 동포들이 러시아군 첩자를 하다 일본군에 잡혀 공개 처형당하는 같은 중국인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동포의 병든 신체가 아닌 우매한 정신을 고치기 위해 문학을 할 때이다. 문예진흥운동을.


이 책은 루쉰의 처녀작 “광인 일기”를 포함해, 그의 대표 작품집 “눌함”과 “방황” 중 “눌함”에서 11편의 작품을 번역해서 묶은 것이다.

11편의 각 단편들은 거칠고 투박하며 또 해학적이다. 싹둑 자른듯한 몇 편의 결말은 카프카를 생각나게도 한다.

수전 손택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칼날 같은 질문들과 사유의 끝 없는 가지 침으로 사상을 던지고 논한다면, 루쉰은 동포의 계몽을 담백하게 일화같이 그려서 전달한다.


동포의 지독히도 어리석음을 처절하게 묘사하고, 멍에와 같은 낡은 봉건시대의 인습이 그 동포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저잣거리의 비린내 나는 흙탕물에 가둬두는 것을 다음 11편에 담아 외쳤다.



*** 아Q정전 ***

업신여김에 어리석은 허영 같은 뽐냄으로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아Q. 혁명에 우연히 참여한 자신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존경심마저 표하자, 혁명이 어느 집 나무 열매인 줄 알고 더 으스대다 형장의 이슬이 된다.


"그는 스스로를 자기 비하의 제1인지라고 여겼다. '자기 비하'란 말만 빼면 어쨌든 '제1인자'가 된다. 장원급제도 '제1인자'가 아닌가!"

p29, 아Q정전


"역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망각' 이라는 보물이 효과가 있긴 있었다."

p37, 아Q정전



*** 광인일기 ***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환각에 빠진 환자의 일기다. 식인하는 어리석고 비인간적인 인습을 광인으로 꼬집어 지적한다.


"아직도 사람 고기를 못 먹어본 어린이가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p109 - 110, 광인일기



*** 콩이지 ***

글공부는 했지만, 과거에 오르지 못한 '콩이지', 그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벼슬'을 할 수도 있었다는 과정에 집착하는 바닥으로 몰락하는 답답한 이들을 대표한다.



*** 약 ***

"옛날 중국의 민간에는 사람의 피가 폐병에 좋다는 일종의 미신이 있었다. 따라서 범인이 처형되면 집행인으로부터 사람의 피를 바른 만두를 사곤했다."

p139, 약


이런 악습 때문에 루쉰은 서구 의술을 배우려 했다. 하지만 그 악습을 맹신하는 동포의 어리석음을 먼저 계몽하기로 결정하고 행동한 것이다.



*** 내일 ***

우둔한 과부가 허망하게 자신의 아이를 잃는 이야기다. 음양오행에만 매달려 사경을 헤매는 어린 아기를 이름 모를 약 두 첩으로 처방하는 의사와 그것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어머니를 그려내고 있다.



*** 작은 사건 ***

"한 움큼의 동전은 무슨 의미일까? 그자를 포상했단 말인가? 내가 인력거꾼을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p156, 작은 사건


인력거꾼이 인력거 손잡이에 옷이 걸려 넘어진 할머니를 스스로 모시고 파출소로 간다. 인력거에 타고 있던 화자는 별일 아니니 그냥 가던 길을 가자고 종용하는데도 말이다. 종용했던 화자는 파출소에서 나온 순경에게 손에 잡히는 데로 동전을 쥐여 주며 인력거꾼에게 전해주라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공자 왈 시경에 이르기를...'은 단 반 줄도 기억에 남지 않지만, 이 사건은 자신을 부끄럽게 하고 새롭게 다짐하게 해주며 용기와 희망도 준다고.

고인물처럼 썩어가서 마시기는커녕 냄새조차 역겨운 그들의 학문을 비판하고 있다.



*** 두발 이야기 ***

"솔직히 말해 당시 중국인들의 반항은 망국 때문이 아니라 변발 때문이었어."

p159, 두발 이야기


사상과 가치관의 발현 됨이 두발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사상과 가치관을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고 버거운 일반인들의 억울함과 반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 풍파 ***

개인의 의지와 노력과는 결코 무관한, 하지만 그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절대적인 황제의 용좌 오름에 울고 웃는 치친의 이야기이다.



***고향 ***

"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를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p198, 고향


희망이라는 말조차 계급과 처지에 따라 달리 해석하게 된 자신과 자신의 어릴 적 따르던 친구의 현재 모습에 고뇌하는 화자의 이야기이다.



*** 백광 ***

오십 평생을 봉건시대의 과거에 매달리던 쳔스청. 일생의 마지막 과거에서도 낙방하게 되자 - 예전에도 몇 번 행했지만 - 거부였던 조상이 묻어두었다는 은 덩어리를 찾기 위해 광인이 되어 집안의 땅을 판다. 그러다 은 덩어리가 뿜어내는 환영의 백광을 따라 길을 나서다 호수에 빠져 죽는다.

일확천금과 같은 그리고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은 덩어리와 같은 과거 급제에 평생을 매달린 쳔스청을 당대 맹목적으로 저물어가는 지식인들을 비꼬고 애도한 이야기이다.



*** 토끼와 고양이 ***

"만일 조물주를 힐책할 수 있다면 나는 그가 생명을 너무 함부로 창조해냈으며 죽이는 것 역시 너무 함부로 한다고 욕하고 싶다."

p217, 토끼와 고양이


집 마당에서 키우는 토끼의 새끼들이 태어나고 또 일부가 고양이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이다. 덧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을 애도하고 또 그 탓을 조물주에게까지 돌려본다.





"썩어 있는 정신을 도려내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필설을 휘두른 것이다. 그것은 사그라져가는 중국을 희생시키기 위한 '외침' 이었다."

p226, 옮긴이의 후기

"즉 의학이란 결코 중요한 것이 못 되며 국민이 우매하면 아무리 체격이 건장하고 우람해도 무의미한 공개 처형의 관중 노릇밖에는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에 비한다면 병에 걸려 죽는 것 쯤이야 그다지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p10, 자서

"역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망각` 이라는 보물이 효과가 있긴 있었다."
p37, 아Q정전

"아직도 사람 고기를 못 먹어본 어린이가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p109 - 110, 광인일기

"옛날 중국의 민간에는 사람의 피가 폐병에 좋다는 일종의 미신이 있었다. 따라서 범인이 처형되면 집행인으로부터 사람의 피를 바른 만두를 사곤했다."
p139, 약

"한 움큼의 동전은 무슨 의미일까? 그자를 포상했단 말인가? 내가 인력거꾼을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p156, 작은 사건

"솔직히 말해 당시 중국인들의 반항은 망국 때문이 아니라 변발 때문이었어."
p159, 두발 이야기

"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를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p198, 고향

"만일 조물주를 힐책할 수 있다면 나는 그가 생명을 너무 함부로 창조해냈으며 죽이는 것 역시 너무 함부로 한다고 욕하고 싶다."
p217, 토끼와 고양이

"썩어 있는 정신을 도려내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필설을 휘두른 것이다. 그것은 사그라져가는 중국을 희생시키기 위한 `외침` 이었다."
p226, 옮긴이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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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5-11-12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질문이군요. 사물의 본질을 따지거나 진리를 찾아가는 다소 철학적인 성격의 근원적 질문을 접하면 뭐라 할 말을 잃고 멈춰 서게 됩니다. ˝일순, 멈춤!˝

초딩 2015-11-12 19:15   좋아요 0 | URL
그 `멈춤`이 읽는 이유 또 목적 중의 하나 인 것 같습니다 :)

2015-11-16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7 0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