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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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하건대 2권이 가장 밑줄을 많이 그은 책이 될 것 같다.


죄와벌을 읽고 나서인지 톨스토이의 사건 전개는 무척 빠르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장이 끝날 때 마다 두터운 남은 페이지와 다음 권들을 보며 톨스토이는 무엇으로 그것들을 채워나갈 것인지 그의 동료처럼 걱정되었다. 저 페이지들을 어떻게 다 읽지라는 걱정과 함께 말이다.

1권에서 뿌려 놓은 씨앗들이 2권에서 - 아직 2권만큼 그리고 1권보다 더 두꺼운 3권이 남아있는데도 - 결실을 맺기시작한다. 2권의 중반이 되기도 전에 절정을 지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1권에서 제기되었던 러시아의 이 대문호가 내정한 주인공이 안나와 브론스키가 아니고 키티와 레빈이라는 의문이 2권에서는 확답을 얻은 것 같을 정도로 '레빈'에 대한 내/외적 서사와 그를 둘러싼 전개가 드라마적 요소를 잔뜩 품은 채 진행된다.

찔끔찔끔 거론되었던 1800년대 후반의 변화된 농업과 농민에 대한 고찰이 속 시원한 장대 장맛비처럼 몇장에 걸쳐서 레빈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가페적 사랑부터 자책적 사랑 알콩달콩 질투, 시기 가득한 사랑, 달콤한 사랑의 결실까지 온갖 사랑 또한 레빈과 키티를 통해서 다루어진다.

플라톤의 대화편보다는 진솔하고 인간적인 '대화'가 레빈과 그의 이복형 세르게이 사이에서 벌어진다. 아주 송곳같이.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의 그 죽음마저도 레빈의 형 니콜라이가 죽음으로써 결국 또 레빈에 의해서 다루어진다.


레빈, 레빈, 레빈으로 가득한 2권에서 그 얼마 남지 않은 부분마저도 백마를 타고 나타나, 자신의 성장 과정과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20살 연하의 아내를 둔, 일과 자기의 체면밖에 모르는 찌질하고 밴댕이 속을 가진 알렉세이 - 안나의 남편 -의 대변신으로 채워진다. 인기투표에서 동순으로 맨 아래에 있던 그가 레빈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최고의 남자'가 된다.

물론, 알렉세이의 그 성스로운 변신에 브론스키와 여행을 떠난 안나는 더욱 저열하게만 보일 뿐이다.


톨스토이 자신을 무척이나 이입시킨 레빈을 살펴보며 내가 지금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2권을 지나 3권에 몰두해 읽고 있다. 소설책이 이것이 처음이고 유일한 것처럼.

그에게 말이란 눈으로 본 것으로부터 그 아름다움을 빼앗는 것이었다. p16

육체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내 성질은 아주 못쓰게 돼버린다. p29

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p84

자기가 아무리 애써보아도 결국엔 자기 자신보다 강해질 수는 없으리라는 것 p115

만약 그가 이 소식을 들음과 동시에 단호하고 열렬하게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와 함께 가자고 말했다면, 그녀는 아들을 버리고 그와 함께 떠났을 것이다. p156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농민이 가난하게 되는 원인 그 자체에 있지 않은가 말이야. p200

교육이 민중의 복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지야말로 교육의 발달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증명하면서 사회의식의 발전에 대하여 쓰고 있다. p200

불행은 혼자 찾아오지 않는다. p250

결과를 바라는 자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p263

당,그,일,잊,수,있,그,용,수,있.
당신이 그때의 일을 잊어주실 수 있다면, 그리고 용서해주실 수 있다면.
p319


나는 다만 하느님이 용서의 행복을 내게서 빼앗아가지 않기만을 빌고 있습니다! p350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일어나서 간신히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젖먹이 옆으로 다가갔다. p362

자기가 무엇을 보고 그를 사랑하는지 그 이유까지도 설명했다. 그녀는 그에게 자기가 그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가 사랑해줄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그가 사랑하는 것이 모두 훌륭한 것뿐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410

당신의 그리스도는 신인이 아니고 인신이라는 겁니다. p464

그러나 불만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그 불만의 원인에 대해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그중에서도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탓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p486

고통은 일정한 속도로 그 도를 더하면서 착착 자기의 일을 행하여 그를 죽음으로 이끌고 갔다. p518

아버지와 교사가 자기들의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물은 이미 오래 전에 새어나가 다른 수로에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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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2015-12-21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에야 완독했습니다. 갈수록 흥미가 생기는 책이네요 비록 정말 마음에 드는 인물은 없었지만요.. 혹시 스포가 될까봐 나중에 다 읽으시면 보세요~^^

초딩 2015-12-21 23:57   좋아요 0 | URL
3권 중반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인물이 많이 나와 백년의 고독 가계도가 그립습니다 ㅎㅎㅎ

방랑 2015-12-22 00:01   좋아요 1 | URL
러시아 소설은 읽다보면 등장인물이 정말 헷갈려요. 애칭으로도 부르고 알렉세이가 몇 명 나오기도 하죠.. 한 인물이 두 세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cyrus 2015-12-21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방랑님과 초딩님이 같은 날에,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책에 대한 글을 읽어보게 되는군요. 그런데 저는 아직 이 유명한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방랑 2015-12-21 22:03   좋아요 1 | URL
러시아 문학은 겨울에 읽으면 딱이지 않을까 싶어서 아껴두었다가 읽었습니다ㅎㅎ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여기저기 나오더군요,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영화에서도요.

초딩 2015-12-21 23:58   좋아요 0 | URL
제가 시작할 때 즈음에 방랑님이 읽고 계셔서 깜짝 놀랍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읽다보니 문동 세계문학 첫권임도 알았습니다. :-)

AgalmA 2015-12-22 23:28   좋아요 0 | URL
저도 신기... 약속이나 한 듯이 그러셔서ㅎㅎ
두 분이 <안나 카레니나> 뿜뿌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