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북도 있었다면 들었을 것이다. 드디어 다 읽었다. 틈틈이 전자책으로 보고 시간이 허락하면 종이책으로 읽었다. 역시 종이책이 광속으로 그리고 필요하면 이곳저곳을 점프하며 읽을 수 있었다. 밑줄을 정말 많이 그었다. 덕분에 '독보적' 랭킹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이다. 에릭 와이너는 기차를 사랑하고 기차로 여행하며 14명의 철인 이야기를 한다. 그는 철학이 어디 먼 상아탑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물론 그래서 마지막에 핸드폰 액정이 깨어진 것을 여러 철인을 동원해서 결국 그 금 간 것이 예술품 같다며 그것을 바라본다. 철학이 삶에 스며든 것일 수도 삶이 철학에 다가간 것일 수도 있다.
핸드폰 액정이 깨졌으면 이런저런 사유하지 말고, 어서 갈아야지 아내에게 문자 보낸다고 피까지 흘리고 있남이라고 일상에 스며 들려는 철학을 오해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님을 안다.
철학은 우리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 존재하고, 그 삶 속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제대로 대응하고 또 수용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다. 14장을 어떻하든 정리해보려고 한다.
나의 무지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우연히 골라서 멋진 책을 만났다며 즐거워하게 해주었다. 이 훌륭하고 유명한 책을 이제 알게 되었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또 그만큼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종이책은 평이 더 좋은 이화 북스 최신 완역판을 중고로 샀다. 다른 출판사의 책은 가격을 갑자기 올려서 평이 아주 좋지 않았다. 어제의 세계도 오디오북도 있어서 대기열에 넣어 두었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다 듣기 직전에 사이보그가 되다를 선택하게 되었다. 알라딘 서점 및 북플에서 많이 보여서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주 어려 보여서 섣불리 손이 가지 않았는데, 북친께서 좋다 하셔서 바로 들었는데 역시 좋다. 초반을 조금 들었는데, 예수께서 일어나라고 한 말 보다 너의 방식대로 일어나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연이어 첨단 기술로 장애를 미래의 공상과학 소설처럼 대체해주기 이전에 우리 일상에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살기 좋을 것이다.
우리가 '타이틀' 사회에 살고 있어서 안타깝다. 타이틀 사회는 내가 만든 말이다. 우리는 멋지고 창대하고 근사한 타이틀 아래에 있는 일만 하려고 하고 또 인정하려고 한다. 그래서 디테일이 부족하고, 추상화된 타이틀을 너도 나도 쓰다 보니 획일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한 정책이나 서비스 상품이 동떨어지고 그것을 발의한 사람이나 제공한 사람을 위한 것일 뿐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요일 늦은 오후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휴일을 안타까워함과 동시에 이제는 대범하게 다음 밀물에 몰려올 다음 주말을 계획하기도 한다. 아무튼 휴일의 늦은 오후를 기리기 위해 잠실 교보에 주차하고 주차비를 위해 '사이보그가 되다' 종이책과 휴먼카인드 종이책을 샀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 이런 내용을 여기에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 8시가 되면 잠실 교보 주차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퇴근하신다. 게이트를 열어두고.
휴먼카인드와 질서너머를 고민했다. 사이보그가 되다를 이미 골랐으니, 둘 다 두 시간의 무료 주차를 위한 책값으로는 충분하다. 난 평점 인간이라 알라딘 평점 9.4를 달리고 있는 휴먼카인드를 샀다.
그리고 발을 재촉하며 알라딘 잠실점을 갔다. 알라딘 잠실점 앞 공용주차장은 중고 책 사는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주차비로 나의 패턴은 이렇다. 잠실 교보에 주차하고 알라딘 잠실에 가서 마음껏 중고 책을 사고 다시 잠실 교보로 와서 새 책을 조금 사고 (3만 원 넘게) 무료 주차 2시간 이내에 집으로 가는 것이다. 아무튼 알라딘 잠실에 도착했을 때 본능적으로 방금 팔고 간 책 코너로 간다.
그리고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득했다! 얏호! 도련님 이후 다음 소세키 책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행운이다. :-)
물론 너무 묵직한 (두께도 내용도) 책들이 갑자기 나에게 와서 어떻게 읽고 소화할지가 걱정이다. 물론 이러고도 다음 주가 되면 평일에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사고 주말에는 주말이라고 또 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