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전자책의 오디오북 카테고리에는 지금 현재 (2021년 6월 5일 오후 3시 18분) 2,527개의 상품이 있다. 하지만 매번 곤혹스럽다. 오디오북 대문 페이지의 MD's Choice, 배너 광고, 화제의 베스트셀러, 새로 등록된 오디오북, 테마 추천 오디오북은 이미 외울 판이라서 새 오디오북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결국 또 오디오북 전체 카테고리의 전체 목록에서 끝없는 페이지를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이 목록도 외울 지경이다.
새 오디오북을 찾아서 들어가는 간다는 기치는 이미 사치가 되었다. 그저 호감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오디오북을 이것마저 다 들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선택한다. 2,527권을 거의 다 들어간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책이 있는 것과 읽고 싶은 책이 있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이 읽고 싶은 오디오북의 절대적 부족은 편향된 독서를 어떻게든 고쳐서 전자책과 종이책만 보았다면 결코 들지 않았을 책들을 보게 함으로써 넓은 독서 습관을 어찌 되었든 길러준다. 스피치 아카데미 광고에 말하고 있는 말하기 스킬들은 정말 대화하기 싫은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길러주는 이 책을 왜 보겠는가. 그리고 일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이등에게도 삼등에게도 또 저 아래 등수를 쓰기 무안한 책에도 읽어보게 해줌으로써 독서의 '아량'과 '자애로움'을 길러준다. 영어 단어의 어원과 그 문화에 관심 있어 손에 든 책에 민족주의와 배일 감정이 가득한 책을 그래서 단어 기원 분야에서 어느 자리에 매김하고 있는지도 모를 그런 책을 왜 읽겠는가.
운전해야 하는데 뒤차 불빛만 보며 그날 하루에 새로 등장한 원수의 순위와 보잘것없고 소심한 복수를 계획 -나는 초딩이니 노트에 이름을 쓰고 위에 낙서 동그라미를 하는 식의 - 와 그날도 이해하지 못할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내가 얼마나 앉은 자리에서 감정을 비효율적으로 성대에 전달해서 목소리를 낮추었는지 대견해하는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단어로 여러 가지 옷가지며 일상의 소소한 것들의 유래를 훑고 지나가 보고 - 정말 제시어 던지듯이 지나가 버려 구글과 함께 읽는 것을 권장한다 - 인간의 말이 양쪽 귀에 들어와서 뇌를 거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알라딘과 제작사와 특히 성우님께 무한히 감사하게 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와 같은 최고의 - 활자로는 성우님의 낭독이 담는 생동감과 감정을 절대 느낄 수 없는 - 오디오북을 만난다. 이럴 경우는 관련된 모든 콘텐츠 타입을 다 사게 된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말이다.
인공지능 낭독이 보편화되면 우리 성우님들의 수익원이 줄어들어 안타깝고 남의 일 같지 않고 또 미안하지만, 더 풍부한 오디오북이 생기게 될 것이니 기대된다. 오늘도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하고, 새 해바라기꽃이 피기 시작한 화분에 물을 주고, 밥을 차리고 치우고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누군가 부르면 왼쪽 에어팟을 두 번 두드려 정지했다 재생하며 광기와 우연의 역사 마지막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