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문을 닫기 시작했다 : 어젯밤에 큰애가 거실 소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추워. 창문 닫을래.”

 

 

이런 말을 한여름에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남들은 무더위로 힘들어 하고 있는데 춥다니. 하지만 지금은 한여름이 아니고 늦여름이니 우리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무더위를 견뎌 냈으니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을 끝낸 자의 흐뭇한 미소를 지어도 좋으리라.

 

 

그렇게 간다. 여름은 물러날 것 같지 않은 기세로 사람들을 뜨겁게 달구다가 한순간에 가듯 그렇게 맥없이 간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서늘함을 실은 바람이 넘실대는 시간에 와 있다. 새벽엔 이불을 자꾸 위로 끌어올려 덮게 만드는 시간에 와 있다. 여전히 낮엔 더위가 머물고 있지만 강도가 한층 약해진 더위다.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더위다.

 

 

 

 

 

2. ‘아,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긴 거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 내가 걷는 운동을 시작한 건 소화불량 때문이었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나서 의사가 한 말은 “몸을 많이 흔들어 주세요.”였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는데 매일 한 시간씩 걸어서인지 소화가 잘 됐다. 걸어서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걷는 동안 마음이 개운해진다는 것. 이것을 의사는 “걸으면 머릿속의 스트레스가 빠져 나갑니다.”라고 표현했다. 이젠 몸 건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걷기’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결과적으로 소화불량이 생긴 건 잘된 일이었다. 나를 운동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런 일이 생긴 거구나, 하고 생각할 만하다. 만약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았다면 매일 한 시간씩 걷는 습관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니.

 

 

또 하나.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날이 다행히도 금요일이었다. 그래서 직장에 다니는 사촌들이 모두 장례식장에 와서 일요일 국립묘지에 안장될 때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금요일에 돌아가셨구나, 하고 생각할 만하다. 금토일의 2박 3일이라서 가능했으니.

 

 

이런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까? 세상에는 우리를 지배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어떤 법칙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시나리오가 미리 짜여 있는 것 같은 느낌. 나는 종종 이런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3. 주문한 책을 어제 받았다 :  알라딘에 적립금과 상품권이 2만원 넘게 있어서 돈을 조금만 보태어 책 두 권을 구입하였다. <영원의 철학>과 <무의미의 축제>이다.

 

 

쭉 훑어보니 이런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대의 영리함을 팔아서 당혹감을 사들여라.
영리함은 의견일 뿐이지만, 당혹감은 통찰이다. - 잘랄루딘 루미

- 올더스 헉슬리 저, <영원의 철학>, 244쪽.

 

 

영리함을 나타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당혹감을 나타내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는 말 같네. 

 

 

진정으로 영리한 사람은 자신이 영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는 게 많아질수록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잘 짓는 개를 훌륭한 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장자>

- 올더스 헉슬리 저, <영원의 철학>, 366쪽.

 

 

말을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니. 하하~ 웃음이 나오네. 예전에 내가 글쓰기 강사를 뽑는 어느 면접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말을 잘해서 강의를 잘할 것처럼 보였다는 후문이다. 심사위원들이 나의 말빨에 속은 거다. 내가 알기론 말을 잘하는 것과 실제로 똑똑한 것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사기꾼들이 말을 잘한다.

 

 

또 어느 면접시험에선 내가 최하 점수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원래 합격된 이유는 말해 줘도 불합격된 이유는 말해 주지 않는 거다.)

 

 

면접시험에 대한 얘기는 다 옛날 얘기다. 지금은 말빨이 죽었다.

 

 

 

 

 

 

 

 

 

 

 

 

 

 

 

 

 

 

 

“다르델로, 오래전부터 말해 주고 싶은 게 하나 있었어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죠. (…)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

-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146~147쪽.

 

 

내가 이런 글을 좋아해서 옮겨 봤다. 작가 이름을 보지 않고 글의 내용만 봐도 밀란 쿤데라의 글 같다. 그다운 글이다. 이런 글은 ‘도대체 뭘 말하려고 이렇게 쓴 거야?’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좋고, 읽다 보면 작가의 생각 세계로 저절로 들어서게 만들어서 좋다.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죽음마저도) 무의미하고 반대로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의미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인간의 마음이 아름답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한 것처럼 양면성이 있다는 것이다.

 

 

 

 

 

4. 대충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하기 : 깊이 생각하며 살면 세상살이가 고달플 것 같아서 대충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뉴스에서는 전쟁, 살육, 기아, 전염병들의 사태. 계속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기주의와 무신경의 딱딱한 껍질! 아주 보잘것없는 자비나 인간적 유대도 마치 심장 위에 떨어진 벼락처럼 우리를 죽게 만들지 모른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291쪽.
 


자비나 인간적 유대가 벼락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삶의 요령인 것 같다. 이 책을 정독하면서 글 쓰는 방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사고하는 방법까지 배운다.

 

 

 

 

 

5. 밝게 살려고 노력하기 : 크게 그리고 경쾌하게 목소리를 내면 밝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밝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면 실제로 밝게 사는 사람이 된다. (이 점을 믿지 못하시는 분은 한번 해 보시라.)

 

 

앙트완 블롱뎅 : "나는 나 자신의 문턱에서 사는 데 길이 들었다. 왜냐하면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249쪽.

 

 

마음 안이 어두울수록 밝은 모습으로 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6. 인간은 합리화의 명수다 : 연인에 대한 질투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이런 말로 합리화하는 게 인간이다. “사랑해서 그랬어요. 내게 죄가 있다면 사랑한 죄밖에 없어요.”

 

 

462쪽에는 “살인하지 말라”고 쓰여 있고 463쪽에는 그 주석 : 사형은 ‘지극히 심한 경우에’ 정당하다는 것. 스탈린, 히틀러 그리고 폴 포트가 이 대목을 읽었더라면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자기들은 오직 그런 경우에 한하여 사형을 선고했다고 굳게 믿고 있을 테니 말이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253쪽.

 

 

사형이 정당하다면 도대체 정당하지 않은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마 자기 자신에 관해서라면 어떤 나쁜 일도 정당화하는 게 가능하리라. 그게 인간이리라.

 

 

 

 

 

 

 

 

 

 

 

 

 

 

 

 

 

 

 

 

 

7. 문장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 책을 읽을 땐 문장의 내용을 읽으면서 문장의 형식에도 주목한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의 문장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첫 장부터 주목하게 만든 소설이 있다.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뭘 할까?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나버릴 수도 있겠지. 남태평양의 해변가에 누워 칵테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면서 까짓것 쿨하게 행복을 빌어주는 거다. 아니면 돌멩이가 잔뜩 든 배낭을 메고 북한산에 오르거나 걸어서 잠수교를 횡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산하는 길 위에 돌멩이를 하나씩 버리다가 혹은 찰랑이는 강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도 좋겠다.

- 정이현 저, <달콤한 나의 도시>, 9쪽.

 

 

나는 종결 어미를 통일해 쓰는 버릇이 있고 또 그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위의 글에서 밑줄을 친 부분을 보면 ‘있겠지 - 거다 - 것이다 - 좋겠다’로 되어 있다. 작가는 일부러 종결 어미를 통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쓰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생각하면서 문장의 형식에 주목했다.

 

 

하나 더 소개.

 

 

우리는 서먹하게 서로를 비껴 지났다. 전에 서너 번 얼굴을 스친 적은 있지만 말을 나눠본 적은 없다. 저쪽에서 굳이 먼저 인사하지 않는 경우에, 거기 맞춰주자는 것이 나의 원칙이었다. 어쩌면 저 여자 역시 그런 사고방식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우선 클렌징 폼의 거품을 많이 내어 빡빡 세수를 하고, 녹차 향 바디클렌저로 샤워를 했다.

- 정이현 저, <달콤한 나의 도시>, 36~37쪽.

 

 

내가 썼다면 아마 (집에 들어왔다. 욕실로 들어가서 우선 클렌징 폼의 거품을 많이 내어 빡빡 세수를 하고, 녹차 향 바디클렌저로 샤워를 했다.)라고 썼을 것이다. ‘집에 들어왔다. 욕실로 들어가서’는 필요 없으니 빼도 된다는 걸 배운다. 되도록 간결하게 쓰기.

 

 

글쓰기란 알고 보면 문장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낱말을 선택하고 배치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비슷하다. 문장의 낱말 선택과 배치를 어떻게 했는지를 감상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이것을 즐길 줄 안다면 그 어떤 책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단, 잘 쓴 책이어야 한다.

 

 

 

 

 

 

 

 

 

 

 

 

 

 

 

 

 

 

 

 

 

8. 여름이란 군식구 같은 것 : 어머니가 젊은 주부일 때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겨울 방학이 되면 제천에 사는 (나의) 고모가 애들 셋을 데리고 온다고 한다. 고모가 자기 친정에 놀러 오는 것인데 겨울 방학이 끝날 때까지 묵는다고 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친정에서 겨울을 나기 위함이란다. 먹을게 귀하던 시절이란다. 어머니는 갑자기 군식구가 네 명이나 생기니 처음엔 귀찮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적응이 되어 귀찮은지도 모르고 산단다. 그런데 고모가 친정에 온 지 두 달쯤 되어 그만 집에 가야겠다고 하면 섭섭해서 붙잡게 된단다. 네 식구가 빠져나가고 나면 집이 텅 빈 것처럼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어머니는 허전한 마음으로 군식구를 떠나보낸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여름이란 군식구 같은 것.

 

 

낮에만 더울 뿐,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밤엔 가을처럼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다. 여름은 떠났고 다만 그 일부가 남아 있다.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인 듯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여름이 군식구처럼 싫더니 막상 여름이 떠나려고 하니까 붙잡고 싶을 만큼 섭섭하다. 여름이 떠나고 나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후유증에 시달릴 것 같다.

 

 

군식구처럼 올 땐 싫고 갈 땐 섭섭한 것. 그것은 여름.

 

 

 

 

 

9. 여름이여 안녕 : 내가 제일 좋아하는 늦여름이 되었다. 8월 중순쯤부터 9월 중순쯤까지의 날씨를 좋아한다. 더위를 식혀 주는 서늘한 공기를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아한다. 

 

 

조금 전, 창밖의 풍경을 보니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다. 그 풍경이 아름다워 한참 봤다. 여름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이 시간, 여름이 떠나는 게 아쉬워서 여름으로 시작해서 여름으로 끝나는 페이퍼를 썼다.

 

 

여름이여 안녕... 내년에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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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8-1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경우에는 종결어미를 일부러 통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변화를 주기지요.
리드미컬하게...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의식하고 쓰곤 하지요.
이렇게 가을이 성큼 오나 싶으니 왠지 섭섭하기도 하고 싱숭생숭하네요^^
내년에 또 다른 여름이 찾아오겠지요.

페크pek0501 2014-08-15 11:05   좋아요 0 | URL
활동이 뜸하시기에 섭섭했는데 이렇게 방문해 주시니 반가워요.
종결어미, 저는 통일을 좋아하는 편인데 님 따라서 변화를 주어 써 보겠습니다.

이젠 이불을 덮고 자면서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걸 느껴요.
무더위와의 작별이 좋지만은 않네요. 더워서 싫었는데...
이젠 시간을 붙잡고 싶은 나이에 와 있나 봐요. 하루하루 가는 게 아쉽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2014-08-14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5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8-15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여요~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하던데요.^^
군식구 같은 여름~ 비유가 쏙 들어오네요.**

페크pek0501 2014-08-15 11:1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저도 제 글에 쓴 적이 있습니다요.
같은 언어 영역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머리에 든 게 많은 사람은 말수가 적고 말도 어눌하게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유창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은 가짜, 같아요. 하하하~~~

군식구 같은 여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도, 가장 싫어하는 계절도 여름이라서요, 그렇게 써 봤습니다. 군식구가 떠난다고 하면 저도 붙잡고 싶을 것 같아요. 섭섭해서 말이죠.
또 뵙겠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4-08-1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낮으로 시원해져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7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정말 신경이 날카로왔거든요..

저도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을 사서... 음... 펼쳐보지도 않고 쌓아놨어요. ㅠㅠㅠㅠㅠ

쿤데라의 글은 정말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하면서 고요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봐야 하는 작가인지라, 손이 안 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인용구의 무의미를 들여마셔봐요, 라는 문장, 참 좋네요. 쿤데라의 글은 저런 주옥같은 글 때문에 계속 읽어나가야 하는데, 제가 성미가 좀 급해요.

아아, 가을이 오네요, 곧 겨울도 오겠죠. 한 해가 후딱 지나가고 있어요. ^^

페크pek0501 2014-08-15 11:21   좋아요 0 | URL
마고 님! 이젠 서재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시는 건가요?
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 아시죠? 방가방가~~~

날카로운 신경이라... 저도 그래서 무신경의 딱딱한 껍질을 갖고 싶었다니까요. 투르니에가 표현한 대로요.

저도 읽지도 않고 쌓아 놓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제 책상 밑에 가득합니다. 읽어야만 책장에 꽂으려고 모셔 두고 있죠. ㅋㅋ 그래도 사고 싶은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ㅋㅋ 알라디너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서도 '모든 건 무의미해'라고 생각하려면 용기도 필요하고 단단한 각오도 필요하겠죠. 그런 경지에 있으면 웬만한 것엔 흔들림 없는 마음이 되겠죠. 죽음 앞에서도 벌벌 떨지 않을 수 있으면, 초월할 수 있으면 사는 게 무척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무의미의 공기를 마실 줄 아는 경지에 가 있고 싶군요. 되려나?

또 봅시다. ^^

노이에자이트 2014-08-1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견강부회 아전인수...핑계없는 무덤이 없죠. 인간의 합리화, 내가 하면 해명이고 남이 하면 변명이고...

페크pek0501 2014-08-16 10:36   좋아요 0 | URL
ㅋㅋ회사에선 내가 쉬면 재충전이고 남이 쉬면 근무 태만, 이겠죠.
남의 일도 자기 자신에게 대입해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게 없는데
그렇게는 하지 않지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한지 놀라울 일입니다.
인간의 이중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덜 그래야 하겠죠?^^

성에 2014-08-16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크님의 글, 오고 가는 지인들의 글들을 보면 저는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작아집니다.
한참 수준에서 떨어진 내 만용이요.
그래도 감히 이 여름은 행복했어요.
내 맘 속의 꼬물이들을 많이 쏟아 놨거던요.

조금 숨을 고르며 좋은 글들을 더욱 열심히 찾아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막간을 이용해서 되지도 않는 그림도 그려볼까 하구요.
모두 내 머시지요 ㅋㅋㅋ

패크님, 여러 이웃 님들,
이 가을 풍성한 수확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4-08-16 10:44   좋아요 0 | URL
이번 댓글이 처음 아니시죠? 그런 것 같아요. ^^ 환영합니다!!!

행복한 글쓰기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글을 쓰려면 만용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뻔뻔해지기로 했어요.

그림, 좋죠. 저도 그림을 배운 적이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댓글을 쓸 줄 알았다면 글을 좀 잘 쓸 걸, 하는 생각이 지금 머리를 탁 스치네요. 글을 올린 지가 오래되어 급하게 써서 올린 글이랍니다.
준비되어 있는 글쓰기는 언제나 가능할까요?

열심히 쓰시길... 그리고 이웃 서재에도 댓글을 많이 남기세요. 활동을 열심히 하면
응원을 받게 되어 힘이 납니다.
좋은 토요일 되세요. ^^

마태우스 2014-09-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말빨이 좋으시군요 정말 부럽네요. 저도 그랬으면 좋은데 흑...
2) 저도 의식적으로 같은 표현을 안쓰려고 기를 쓰고 노력해요. 종결어미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제대로 글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중3 때 헤밍웨이의 영어 소설을 읽어주던 중학교 영어선생이 헤밍웨이의 뛰어난 점이 바로 같은 단어를 연속해서 쓰지 않는 거라고 했어요. 그 말이 평생 뇌리에 남네요.
3) 님의 글은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시 같아요. 매번 읽지 못했다는 게 아쉽네요.

페크pek0501 2014-09-17 10:15   좋아요 0 | URL
1) 말빨... 제가 약장사하면 잘할 것 같아요. 킥킥...
TV에서 보니깐 말씀 잘하신던 걸요.
2) 반복적으로 쓰는 않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알고 있긴 해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더라고요. 반복적으로 쓰면 글쓴이의 의도 내지는 계획이 드러나는 반면, 다른 낱말을 쓰면 글쓴이가 실수로 쓴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거요. 그래서 안전하게 통일해 쓰자, 이렇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3) 무슨 말쌈을요... 시적인 문장을 써 보는 게 아마 평생 이루지 못할 꿈일 듯요.

우리 오랜만이죠? 그런데 TV를 통해 봐서인지 별로 오랜만이 아닌 것 같아요.
최근에 일을 하나 추가했더니 바쁘네요. 님의 서재에도 들러 보지 못했네요. 미안함...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1. 어젯밤 비가 내려서 공기가 깨끗해진 느낌이다. 비가 왔으니 오늘은 어제보다 덜 덥겠지, 하는 생각. 여름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제 낮처럼 기온이 34도가 넘는 여름은 싫어한다. 30도 이하의 여름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 저녁이나 여름밤이 좋다.

 

 

소나기가 그친 아침에 따뜻한 커피가 든 잔을 손에 쥐고 바깥 풍경 - 길이 있고 나무가 있고 하늘이 있는 풍경 - 을 바라볼 수 있다면 즐거운 여름이다.

 

 

푸른 나무들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여름.

매미 울음소리가 낭만적으로 들리는 여름.(아니 매미의 웃음소리였으면 좋겠다.)

한 줄기의 시원한 바람이 환한 미소를 짓게 하는 여름.

 

 

그런 여름을 좋아할 뿐이지 사우나탕처럼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며칠 전, 폐품을 버리러 아파트 마당에 나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세상의 빛깔은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바람이 분다. 부드럽게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의 감촉이 쾌적하다. 시간을 보니 저녁 7시 2분. 딱 좋은 시간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저녁을 시원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낮의 뜨거운 여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었다.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 불행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듯이.

 

 

 

 

 

 

2.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일이 많아 더 바쁜 것 같다. 덥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아 실내 바닥에 먼지가 많으니 청소를 자주 해야 하고, 덥기 때문에 샤워를 자주 해야 한다. 이런 일들로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여름의 단점.

 

 

 

 

 

 

3. 여름이다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곧 아버지 제사다. 첫 제사다. 작년 여름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병원에 가 있는 동안 우울하고 힘들었다. 뭘 살 게 있어서 잠깐 밖에 나와 거리의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부러워하며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당신들은 좋겠다.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아서.’

‘그런데 당신들은 모를 거야.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나도 내가 행복한지 몰랐지. 아버지가 입원하기 전까지.’

 

 

 

 

 

 

4. 살다 보면 속상할 때가 있다. 속상함의 무게를 덜기 위해선 평소 인생을 생각할 때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고 여기기보다 ‘인생은 서글픈 것’이라고 여기는 게 낫다.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고 여기면 ‘인생은 원래 즐거운 것인데 나는 왜 이래?’ 하는 생각이 들고, 인생은 서글픈 것이라고 여기면 ‘인생은 원래 서글픈 것인데 나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생은 서글픈 것이라고 생각하자 서글프지 않게 느껴졌다. 

 

 

 

 

 

 

5. 사람들은 만족감을 멀리 하며 사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오랫동안 감옥에 있는 죄수가 밖에 잠깐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이런 말을 할지 모른다.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이렇게 누군가를 부러워해 보긴 처음이에요.”라고.

 

 

더워서 짜증이 나게 하는 이 햇볕도 눈부신 행복으로 느껴질지도.

 

 

이 생각을 하며 ‘감사하자 그리고 행복하자.’라고 내가 나에게 말했다.

 

 

 

 

 

 

6. <고종석의 문장>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문법학자가 옳다고 하는 대로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말을 하면 문법학자가 그 말의 원리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 136쪽.

 

 

 

 

 

‘휴대’폰이란 말이 있다. 어느 페이퍼에서 내가 이 말이 틀렸음을 지적한 적이 있다. ‘핸드폰’ 또는 ‘휴대 전화’라고 해야지 영어와 한국어가 합성된 이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아,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니 ‘휴대폰’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면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겠구나 싶다.

 

 

 

 

 

 

 

 

 

 

 

 

 

 

 

 

 

 

 

 

 

“붉은색이 제 상징의 정원에 공산주의를 처음 맞아들인 것이 언제인지 나는 모른다.”<자유의 무늬>, 15쪽

 

-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 133쪽.

 

 

 

 

 

이 문장이 좋아서 한참 들여다봤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가...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쓴 이 문장에 문제가 있다고 하며 고쳐 써야 한다고 한다. (<자유의 무늬>는 저자의 다른 책이다.)

 

 

 

 

이건 멋 부리려다 조금 오버한 경우입니다. ‘상징의 정원’이란 표현을 썼는데 그 말 자체는 멋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정원 하면 대뜸 떠오르는 건 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문장에서는 이념을, 공산주의란 이념을 꽃에 비유한 셈이 돼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념과 꽃의 매치는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제가 다시 쓴다면 ‘제 상징의 방에’ 또는 ‘제 상징의 집에’ 또는 ‘제 상징의 마당에’ 이렇게 쓸 겁니다.

 

-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 133쪽.

 

 

 

 

 

멋지다. 저자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것도 멋지고 이렇게 좋은 표현을 할 줄 아는 저자의 능력도 멋지다. 요즘 저자에게 반해서 흥미롭게 이 책을 읽고 있다.

 

 

이런 글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씨가 후보로 뽑히기를 바란다.”<자유의 무늬>, 35쪽

 

앞서 이야기했듯, ‘개인적으로’는 삭제하세요. 필요 없는 말입니다. ‘뽑히기를’에서 ‘를’이 필요할까요? 격조사라 할지라도, 그게 없이도 말이 통하면 삭제하세요. ‘후보로 뽑히기 바란다.’ 좋은 문장은 간결한 문장입니다. 물론 간결함 때문에 명확성이나 섬세함을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좋은 문장의 특징 하나는 간결함입니다.

 

-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 145쪽.

 

 

 

 

 

난 왜 이런 책이 재밌는지 모르겠다. 책을 한 번 잡으면 놓고 싶지 않게 만드는 책이다.

 

 

 

 

 

 

7. 최근 내가 저렴하게 구입한 책이 두 권 있다.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지은이) | 오유리 (옮긴이) | 문예출판사 | 정가 9,000원 , 판매가 4,500원

 

나는 이 책을 어떤 이벤트(책 3만원 이상 구입시 주는 혜택)로 3,900원에 구입했다.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지은이) | 김춘미 (옮긴이) | 민음사 | 정가 8,000원, 판매가 4,800원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작가라서 가격이 저렴할 때 사 두려는 생각으로 구입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도련님>이란 소설을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사양>이란 소설을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

 

 

여름이 가기 전에 읽을 수 있으려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후딱 간다.

 

 

 

 

 

 

8. 이런 책이 있구나. 신문을 보니 이런 신간이 나왔다. 이나미 저,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 이 책에 따르면 부모를 이렇게 나눌 수 있다고 하네. 착취형 부모와 매니저형 부모, 도덕주의 부모와 방임주의 부모, 일중독 부모와 게으른 부모.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해 보니 방임주의 부모일 것 같다.

 

 

‘방임주의’ 의 뜻 :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태도. 

 

 

내가 이 정도는 아니지만 방임주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큰애가 한 말 : 엄마는 방임주의자야. 난 엄마가 시켜서 공부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공부한 거야.

 

 

작은애가 한 말 : 엄마, 나한테 관심 좀 가져 봐.

 

 

하하하~~~.

 

 

이것에 대한 반론.

 

 

남편이 하는 말 : 애들한테 하는 것의 반만이라도 나한테 해 봐.

 

 

남편이 생각하기엔 내가 애들한테 무척 잘해 준다는 말이겠다. 그러니 내가 방임주의 부모는 아닐 것 같네.

 

 

“우리 가족 여러분! 저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다만 저는 저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요. 제일 궁금한 건 저의 미래입니다.”

 

 

 

 

 

 

9. 이 책을 사고 싶다. 올더스 헉슬리 저, <영원의 철학>.

 

 

 

 

 

 

 

 

 

 

 

 

 

 

 

 

 

 

 

 

<영원의 철학> : 시대를 초월한 영성의 고전. 동서고금 420여개의 보석 같은 인용문을 통해 ‘영원의 철학’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1945년 출간 이후 끊임없이 언급되고 재인용되었으며, 21세기에도 그 깊이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올더스 헉슬리의 방대한 독서량과 탁월한 안목은 27개 주제 속에 배치한 멋진 인용문들을 통해 절묘하게 드러나며, 해설에서 묻어나는 사유와 체험의 깊이는 《멋진 신세계》의 천재 작가로만 알고 있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적 자극과 충격을 안겨준다. 인용문만 따로 골라 읽어도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로운 인문학적 보고이자 탁월한 종교·명상서이기도 하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인용문만 따로 골라 읽어도 좋다니. 동서고금 420여개의 인용문이 들어 있다니. 게다가 저자가 <멋진 신세계>의 저자라니.

 

 

이 책을 꼭 구입해서 정독하고 말겠다.

 

 

 

 

 

 

10. 이런 책도 나왔구나. 알랭 드 보통 저, <뉴스의 시대> 그리고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뉴스의 시대> : 정치 뉴스는 왜 그리 재미없게 느껴지고, 경제 뉴스는 왜 그렇게 딱딱하게만 느껴지는지, 왜 우리는 셀러브리티의 연애 소식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격변은 어쩌면 그렇게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는지, 끔찍한 재난 뉴스가 역설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따져 묻는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알랭 드 보통의 책은 그만 읽어야 할까, 또 읽어야 할까? 연애와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내가 많이 배운 작가인데 ‘뉴스’에 대해선 어떤 가르침을 줄까 기대된다.

 

 

밀란 쿤데라의 책은? 이 책은 152쪽의 장편소설이라고 하니 구미가 당기네.

 

 

(여름을 덜 지루하게 보내는 방법 : 시원한 바다에 빠지듯 책에 빠져 살기. 책에 빠져 살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와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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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8-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책이야기는 오늘도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고종석부터 밀란 쿤데라까지....
무의미의 축제는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뉴스의 시대는 좀 딱딱할듯해요.
저도 가끔 드는 생각인데 나 자신에게 넘 관심이 많은게 아닌가, 에고가 넘 강한거 같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적당한 매니저형인듯도 하고 나중엔 착취형으로 바뀔수도 있어요. ㅎㅎ 나의 미래도 궁금합니다^^

청주엔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이번 한주도 행복하시길요^^

페크pek0501 2014-08-06 09:52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어 미안합니다. 바쁜 일이 있었답니다.

님도 자신에게 관심 많다니 우리는 동지군요.
저는 제가 학교에서 일하게 될 줄 몰랐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 쓰며 살 줄도 몰랐답니다. (제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살 줄 몰랐어요. )그러니 제가 60세쯤 넘으면 그땐 무엇을 하며 살지 궁금해요.

혹시... 논술 책 - 초등 고학년을 위한 글쓰기 책 - 을 저술해서 그 책을 교재 삼아 문화센터의 강사를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럴 능력이 없으니 가능성은 적지만요.ㅋ)
퇴직한 교사, 교수들도 할 수 있는 게 문화센터 강사예요. 나이 제한이 따로 없거든요. 그래서 학교 경력을 쌓아 둬서 그런 걸 해야겠단 생각이 스쳤어요.

아니면 손자 소녀 봐 주는 재미로 살고 있을까요?

지난 달에 제의를 받아서 어느 논술학원에 나갈 뻔했어요. 토요일만 근무라고 해서요. 아침 아홉시 반부터 밤 아홉시 반까지 중학생 몇 팀을 가르치는 건데 중간에 빈 시간도 있고 보수가 꽤 괜찮더라고요. 만약 나가기로 했다면 제 인생의 지도가 약간 달라질 뻔했어요.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지만요...

우리 미래를 잘 대비합시다. (님의 미래는 탄탄대로인 듯하지만요... )

아. 지금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요. 내일은 말복, 입추예요.

마지막 여름 시간을 잘 지내자고요... ^^

노이에자이트 2014-08-1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 씨가 말하는 문법학자란 아마 언어민족주의자, 즉 국어순화론자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그런데 고 씨의 말과는 달리 이런 사람들이 앞장서서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죠.벤또가 도시락으로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그런데 이들이 우동을 가락국수로 하자고 아무리 외쳐도 안 되더군요.요즘 제가 주목하고 있는 단어는 닭볶음탕입니다.실제 생활에서나 식당에서는 모두 닭도리탕이라고 하죠.국어순화론자들이 내세우는 닭볶음탕과 대중들이 실생활에서 쓰고 있는 단어 닭도리탕 중 그 어느 쪽이 승리할지 궁금합니다.

대중들이 어떤 경우에 국어순화론자들을 따르는지(예:도시락) 안 따르는지(예:가락국수) 그 기준이 참 애매해요.

페크pek0501 2014-08-13 11: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노 님은 모르시는 게 없군요.ㅋ
우동은 그냥 우동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가락국수, 네 글자라 길기도 하고 이름을 바꾸면 사용할 때 불편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 같아요...
우동이 일본어라서 쓰지 말자는 말도 있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호텔 같은 영어는 되고 우동 같은 일본어는 안 된다... 꼭 그래야 할까요?
꼭 그래야 한다고 확신이 서지 않네요.

닭볶음탕과 닭도리탕 중 어느 쪽이 승리할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저는 닭도리탕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편리함을 중요시하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늦여름입니다. 이 늦여름을 잘 보내시길...

2014-08-14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4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8-1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나 서머싯 몸은 넓게 보아 염세주의자인데, 페크 님께 그런 성향이 있는 편인가요?

페크pek0501 2014-08-14 16:54   좋아요 0 | URL
ㅋㅋ 염세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동족을 보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엔 낙천적이다가 불행에 직면하면(예를 들면 어떤 병에 걸렸다거나 하면) 금방 비관적이 되어요. 겁이 많아요. 병이 나으면 다시 원기 회복해요.

통계에 따르면 암에 걸린 사람들 중 3분의 1가량만 우울증에 걸린다고 하던데, 제가 아마 그럴 거예요. 평상시엔 즐거운 인생이랍니다. 랄랄랄~~ ㅋㅋ
 

 

 

1. 사랑이란 : 연애를 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란 그 사람이 행복하길 기도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시몬 베이유 : “인간의 사랑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쾌락들 중 하나 :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가운데 봉사하는 것.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72쪽.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가운데 봉사하는 것.

 

 

그 차원에까지 오르려면 얼마나 성숙한 정신을 가져야 할까?

 

 

인간의 감정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사이가 나빴던 젊은 부부가 노년엔 서로를 아끼며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인간에겐 감정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니. 

 

 

 

 

 

 

2. 말로 갚는 빚 : 이사로 인해 속상한 일이 있다. 내가 가장 아끼던, 내 재산 목록 1위라고 할 수 있는 ‘책장’에 흠집이 생겼던 것. 그 책장은 같은 걸로 세 개를 이어서 붙여 놓아 긴 책장의 모양으로 우리 집 거실에서 벽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세탁기나 화장대에 흠집이 생겼다면 그렇게까지 속상하지 않았을 텐데, 하필 책장에 흠집이 생겨 속상했다. 과장해서 말하면 며칠 동안 가슴이 찢어졌다.

 

 

속상한 마음으로 열흘 넘게 보내다가 이삿짐 센터에 전화를 해서 책장에 흠집이 생겨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이삿짐 센터 사장이 이런 말을 한다.

 

 

“미안합니다.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제가 똑같은 걸로 사 드려야지요.”

 

 

그러면서 웃는다. 이 한마디에 내 기분이 풀려서 나도 함께 웃었다. 만약 그 사장이 내게 짜증을 냈다면 더 속상할 뻔했다.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책장과 똑같은 색으로 칠해 드릴게요.”

 

 

페인트인가? 책장과 똑같은 색으로 칠하는 방법이 있었구나. 그런데 칠하고 나면 더 흉해질 것 같아 괜찮다고 말하고 끊었다. 평소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살자고 생각하던 터라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내 마음속은 편해졌다.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그 사장은 말로 천 냥 빚을 갚았다.

 

 

버나드 쇼 :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라. 그들의 취향이 당신과 똑같은 것이라는 증거는 없으니까.”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46쪽.

 

 

‘남이 네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하라.’라는 말은 알고 있어도 버나드 쇼의 이런 말은 처음 본다. 

 

 

인간은 각자 다르니까 내가 바라는 것과 상대가 바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도 난 상대에게 상대가 나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을 하겠다. 이것이 확률적으로 볼 때 기분 좋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으니까. 말 한마디를 친절하게 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나을 것 같으니까. 

 

 

책장의 흠집은 내 삶의 역사가 아니겠는가. 그건 그것대로 놔두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건 그 사장의 친절한 말 때문이었다.

 

 

 

 

 

 

3. 원칙만 중요할까 :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일수록 원칙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자식에게 이렇게 말하는 부모가 있다.

 

 

“학교를 갔다 오면 반드시 숙제부터 하고 놀아.”

 

 

꼭 그래야 할까? 숙제는 하고 싶은 시간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티브이 드라마를 보지 마. 쓸데없어.”

 

 

꼭 그래야 할까? 티브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즐거움 하나를 잃고 사는 게 아닐까?

 

 

“건강에 좋지 않으니 커피를 마시지마.”

 

 

꼭 그래야 할까?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참느라고 스트레스가 생기는 게 건강에 더 나쁜 게 아닐까?

 

 

결국 전 시장이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도 좋고 그걸 고집한다는 것도 좋아. 그렇지만 따지고보면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즐거운 일도 해줄 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09쪽.

 

 

무엇이 옳다는 고정 관념이 오히려 사람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융통성이 필요하다.

 

 

 

 

 

 

4. 인간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 같은 생각을 하는 여러 작가들을 본다.

 

 

혹독하게 추웠던 금년 겨울 동안의 우리 마을 정육점 주인 생각이 난다. 그는 그의 ‘냉방’, 즉 거대한 냉장고 속으로 피신한 결과 견딜 만한 기온(영상 5도)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85쪽.

 

 

큰 추위(고통이나 불행)를 겪고 나면 웬만한 추위(고통이나 불행)쯤은 어렵지 않게 견딜 수 있게 된다는 말 같다.

 

 

그 기사에 따르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가장 강한 성인들은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니체가 한 말이 그대로 증명되었다고 하겠다.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공격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그는 말했었다. 면역학의 원리가 그러하다. 즉 백신은 나에게 죽지 않을 정도의 공격을 가함으로써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81쪽.

 

 

니체도 투르니에도 ‘불행은 인간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는 걸 읽는다. 프루스트도 알랭 드 보통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읽는다.

 

 

“행복은 몸에 좋지만, 정신의 강인함을 발달시켜주는 것은 바로 슬픔이다.” 이 슬픔은 우리가 더 행복한 시절이라면 회피했을 일종의 정신적 체육 활동을 거치도록 해준다. 실제로 그의 말에 담긴 암시란, 우리가 정신 능력의 발달에 진정한 우선순위를 둔다면, 우리는 만족보다는 오히려 불행한 채로 있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그리고 플라톤이나 스피노자를 읽는 것보다는 오히려 괴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95쪽. 

 

 

우리의 정신을 성장시켜 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불행은 왜 정신을 성장시켜 줄까? 다음의 글이 답이 될 수 있겠다.

 

 

가령 자동차가 잘 움직인다면, 무슨 이득을 바라고 우리가 굳이 그 기계의 복잡한 내부 작동에 관해서 배워야 할까? 연인이 충성을 맹세한다면, 우리가 왜 굳이 인간의 배신행위의 역학에 관해서 숙고해야 할까?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95~96쪽.

 

 

일이 바라던 대로 풀린다면 고민(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일이 바라던 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고민(생각)하게 될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생각이 깊어지니 정신이 성장한 사람이 되겠다.

 

 

그러고 보면 나쁜 일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이다. 나쁜 일이 꼭 나쁜 일이기만 하다면 불행에 처했을 때 우리를 위로해 줄 생각 하나를 잃는 것이다.

 

 

 

 

 

 

 

 

 

 

 

 

 

 

 

 

 

 

 

 

 

 

 

 

 

 

 

5. 한 페이지 넘기기 :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쓴 글이 있네.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 자신이 의식적으로 전혀 개입하지 않은 채로, 삶이란 ‘여러 시기들’의 연속이다. 규칙적으로 하나의 시기가 끝나면 또 하나의 시기가 시작된다.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심각한 병, 직업의 변화, 이사, 절교 등등. 흔히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는 것을,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70쪽.

 

 

내 삶을 돌아보니 늘 걱정을 달고 산 것 같다. 이 걱정이 끝나고 나면 저 걱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던 것 같다. 지금도 걱정이 있는데 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니고 셋이나 된다. 이 세 가지의 걱정이 끝나는 날이 오겠지. 좋게 끝나든 나쁘게 끝나든 언젠가 매듭이 지어질 것이니.

 

 

 

 

 

 

6. 그냥 좋아서 하는 것 :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쓴 글이 또 있네.

 

 

이처럼 뒤늦게 아껴가며 알을 품는다고 해서 과연 무슨 결과가 있을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누가 알랴? 아마도 이 어미새는 과묵한 자 기욤의 글을 읽은 바 있는지도 모른다. : “꼭 희망이 있어야 무슨 일을 기획하는 것은 아니며 꼭 성공을 할 수 있어야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은 아니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71쪽.

 

 

“꼭 희망이 있어야 글쓰기를 기획하는 것은 아니며 꼭 성공을 할 수 있어야 글쓰기를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은 아니다.” - 페크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글쓰기이다. 즐거운 취미 생활이 딱히 없어서 하는 일이 글쓰기이다. 그러므로 희망을 운운할 필요가 없다. 성공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를 운운할 필요도 없다.

 

 

내게 이런 걸 운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리석다.

 

 

 

 

 

 

7. 여름을 느끼며 : 저녁 7시 전후. 해가 지고 나서도 어둠이 내리지 않아 낮처럼 밝지만 햇볕이 없어서 서늘함의 환상을 주는 게 좋고 실제로 한 줄기의 바람이 서늘함을 싣고 와서 좋다. 나처럼 여름의 매력을 아는 사람의 글을 읽는다.

 

 

일 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인 이 7월이 끝나가는 것을 보는 슬픔. 당당하면서도 젊음 가득한 이 달은 백합꽃으로 절정에 이르고 보리수 향기가 풍기는, 여름 중에서 으뜸가는 달이다. 8월은 꼼짝도 하지 않는 여름. 서서히 가을의 부패를 향해 기울기 시작한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83쪽. 

 

 

일 년 중 가고 나면 가장 섭섭한 달이 내겐 8월이다. 마치 나를 버리고 떠난 연인 같은 여름. 매년 9월이 오면, 떠나 버린 여름과의 작별에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아쉬움의 증상이 심해지면 가을을 탄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여름을 느끼기 위해 저녁마다 산책을 한다. 저녁 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을 스칠 때마다 여름을 만끽한다.

 

 

어느 제과점 앞 벤치에 다정하게 앉아 담소하는 연인들의 모습.

젊어서 예쁘고 행복해 보인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생각에 잠겨 걷는다.

어제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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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2014-07-2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면일기 참 재미없게 읽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까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페크pek0501 2014-07-22 11:38   좋아요 0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이렇게 늦습니다.
외면일기 재미없는 것 맞습니다. 재미있는 책과 비교하면요. (세상엔 재밌는 책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 책을 '이 작가처럼 나도 써 보자'라는 마음을 갖고 읽어서 흥미롭게 읽은 것 같아요. 다음 페이지엔 어떤 글이 나올까 기대하며 읽었어요. 배우려고요.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저 또한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떤 작품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넙치 님.
좋은 하루 되세요. ^^

야클 2014-07-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전에 이렇게 좋은 글들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14-07-22 11:40   좋아요 0 | URL
과분한 말씀이군요...
야클 님의 유머를 배우고 싶은데 되질 않네요.
유머를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
좋은 여름 되세요. ^^

마립간 2014-07-2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 과학의 지식도 변하는 마당에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따라서 사랑도 움직이는 것이겠지만, '마립간의 정의'에 따르면 ; 사랑의 전제 조건은 최소한 천년동안 변하지 않아야 사랑이라 부를만 하다고 합니다.

원칙 ; 저의 인간의 이해 없이 지켜온 원칙 - 제 선택했다기 보다 유전적으로 그리고 유아시절 양육에 주어진 것에 가깝습니다.

그냥 좋아서 ; 제가 수학공부를 하는 것은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고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페크pek0501 2014-07-22 11:41   좋아요 0 | URL
천년 동안 변하지 않아야 사랑이라 부를 만하다... 멋진 말 같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도 삶이 주는 위로입니다. 독서도 위로입니다. ^^

blanca 2014-07-2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삿짐 센터 사장분 응대 방식이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해 주기,라는 어려운 원칙을 그래도 보여주네요. 이사하느라 힘드시진 않으셨어요? 저도 이사할 때 직원들이 흑 탁자 위 유리를 깨어 당황했었던 기억이--;; <외면일기> 인용하신 대목들이 너무 좋네요. 알랭드보통 책은 읽었는 데도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색다른 깨달음이 듭니다.

페크pek0501 2014-07-22 11:46   좋아요 0 | URL
그 분이 공감과 친절을 보여 주셨죠.
이사, 힘들죠. 이사하는 것보다 그 전에 집 보러 다니는 것, 그리고 우리 집을 남에게 보여 줘야 하는 것 등을 비롯, 신경 써야 하는 문제들이 더 힘들죠.
큰일 해냈다는 느낌이에요.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여름이네요. ^^

단발머리 2014-07-2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부분도 좋고, 페크님이 써 주신 내용도 좋아요.

“꼭 희망이 있어야 무슨 일을 기획하는 것은 아니며 꼭 성공을 할 수 있어야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 구절 때문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 제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 흐흑

페크pek0501 2014-07-23 12:50   좋아요 0 | URL
그 구절이 참 좋죠. 읽는 순간 눈이 멎었어요.
기욤이란 사람의 말이라는군요. 투르니에가 인용을 잘 한 거죠.
좋은 문장을 인용하는 능력, 저도 키우고 싶군요. 글이 살아요.
그러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겠지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

루쉰P 2014-07-2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이 인간의 삶을 도와준다는 건 무지하게 공감해요. ㅋ 사실 어떨 때는 불행의 기준이 무엇일까?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는 때도 있어요.
담배값만 있어도 행복할 때가 있고, 20만원이 있어도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흠...어려워요. 어려워 ㅋ

페크pek0501 2014-07-23 12:51   좋아요 0 | URL
불행의 기준이나 행복의 기준은 주관적이죠.
같은 환경에서도 행복을 느끼기도 불행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담배 값과 20만원의 문장, 좋습니다.
저의 경우, 뭔가 알기 시작하면 어려워지더라고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


세실 2014-07-2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삿짐센터에서 아이 책상 유리를 깼는데 그냥 씩씩거리고 말았어요.
차라리 잘 되었다 하는 느낌? 여름날 팔에 끈적거리는 느낌이 싫었거든요.

저도 소나기와 태양이 공존하는 뜨거운 7월이 좋아요^^
8월은 페크님께 마치 나를 버리고 떠난듯한 여름같은 느낌......이라니 캬 좋다요^^
전 8월 까지는 여유롭다가 9월부터는 왠지 심숭생숭해 집니다.

페크pek0501 2014-07-23 12:54   좋아요 0 | URL
차라리 유리를 깼다면 저는 괜찮겠어요. 새로 사면 되니까요.
평소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던 책장에 흠집이 생겨서 제 마음 찢어졌어요. ㅋㅋ

이 집이 시원해서 여름이 더 좋아질 것 같아요. 나무가 많아 푸른 잎이 뜨거운 열을 빼앗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9월이 오면 이 해가 다 가는 느낌. 연말을 향해서 시간이 빠르게 달릴 것 같은 느낌. 그래서 한 살 더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서글퍼져요.
이 여름을 즐기자고요. ^^

stella.K 2014-07-2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나를 버리고 떠난 연인 같은 여름.
언니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아요.ㅎㅎ
그런데 저 개인적으론 5,6월과 9, 10월을 좋아하죠.
쾌적한 날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언니도 저랑 같이 9, 10월을 좋아해 보지 않으실래요?ㅋ

책장 세 개를 이어붙이셨다니 부럽네요.
그 이삿짐 센터 사장 정말 괜찮은 분 같네요.ㅎㅎ


페크pek0501 2014-07-23 12:56   좋아요 0 | URL
알고 보면 저는 사계절을 다 좋아해요.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매력 있어요.
책장... 으음~ 2005년에 이걸 장만하고 얼마나 기뻐하고 감탄을 했는데요. 제 자랑거리랍니다.
책이 가득 꽂혀 있는데 참 잘생겼어요. 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기도 했죠. 킥킥~~

노이에자이트 2014-07-3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나 결혼이 익숙해져서 습관이 되어버리면 사랑 그 자체엔 아무래도 무관심하게 되죠.가끔 가다 이게 사랑인가? 하고 자문해보기도 하고요.그렇다고 기나긴 결혼생활 내내 열정이 지속된다면 힘들어 살 수 없을 겁니다.

페크pek0501 2014-08-01 16: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열정이 지속된다면 힘들어서 병이 생길 거예요.
사랑인지 아닌지는 어떤 일이 생길 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상대가 아플 때 대신 아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든지 할 때처럼요. ^^

프레이야 2014-08-1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나드 쇼가 남긴 말은 매번 놀랍네요.
남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에 저 말은 딱 들어맞지요.
낭패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담 금일봉이 나을까요? ㅎㅎ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은 저도 무척 좋아하는 책이에요.
<외면 일기>는 담아둡니다. 입추가 지난 지 일주일 되었네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14-08-14 17:27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을 이제야 봤답니다. ㅋㅋ
잘 지내시나요 프레이야 님?

그러게요. 이젠 여름이 완전히 물러나겠어요. 오늘은 서늘하더라고요.
이젠 반바지에서 긴 바지를 입어야 할까요?

특별히 해 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가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아, 나이 먹기 싫은데... 곧 연말이 될 것 같아요. 이 해도 다 간 것 같은 느낌... 이에요.
우리 가을 잘 보냅시다. 또 봐요. ^^
 

 

 

1.

몇 년 전, 숲 속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숲이 보이는 아파트가 뭐가 좋단 말인가. 밤에 숲을 보면 적막할 텐데. 우리 집처럼 찻길이 가까이 있어서 움직이는 자동차를 볼 수 있는 게 좋지. 적막하지 않고 활력을 주잖아.’라고. 이 생각을 다른 친구에게 말하기도 했다. (찻길엔 밤 깊은 새벽에도 차가 다녀 적막하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찻길의 아파트에서 다른 곳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보니 뒷산이 있는 집이었다. 부엌에서 숲이 보였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갈 적마나 큰 창을 통해 푸른 숲이 큰 그림처럼 눈에 들어와 절로 감탄하게 된다. 와우 멋져라, 하고. 밤에 봐도 숲이 적막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안방에서 거실로 나오면 숲의 새들의 소리가 아침을 연다. 어떤 때엔 ‘뻐꾹’ 하고 새소리가 나기도 하고 매미 울음소리가 나기도 한다.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이 집은 나에게 어떤 집인가, 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내 대답은 이렇게 되리라.

 

 

아무리 더워도 푸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게 만드는 집. 푸른 나무들이 내 눈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 여름이 덥다는 사실보다 우위에 두고 푸름을 만끽하게 만드는 집.

 

 

우리 집이 숲 속의 집이라니까 한적한 시골을 연상케 하는데 사실 우리 집은 예전에 살던 역세권 번화가에서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이사 온 이 집에서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만 가면 은행, 병원, 극장, 각종 가게 등이 줄지어 있는 역세권 번화가이다. 의외로 서울엔 산이 많고 이 집처럼 뒷산을 끼고 있는 아파트가 많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2.

며칠 전, 친구가 전화를 해서 우리 집에 오겠다고 하자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응 와서 봐. 깜짝 놀랄 거야. 숲 속에 있는 아파트야. 마치 설악산에 있는 별장 같아.”

 

 

전화를 끊고 나서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 이중인격자 같잖아. 한 입으로 두말하다니. 

 

 

몰랐다. 이 집에 살게 되면서 별장 같다고 감탄하는 며칠 동안, 내가 숲 속의 아파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숲을 보면 적막하다는 이유로 싫어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오래전에 내가 찻길에서 떨어진 아파트에 살 때가 있었는데 그때 산책하면서 찻길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차 소리가 시끄럽지도 않나? 어떻게 이런 데서 살지?‘ 그리고 이 생각을 아마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막상 차 소리가 들리는 아파트에 살고 보니 불편한 줄 몰랐다. 창문을 닫으면 차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기껏해야 여름 석 달 정도만 문을 열고 살 뿐이었는데 창문을 열어 놔도 차 소리에 익숙해져서인지 시끄러운 줄 몰랐으니.

 

 

이 글의 핵심은 이렇다. 차 소리가 들리는 아파트가 싫었는데 내가 살아 보니까 좋아졌고, 숲이 보이는 아파트가 싫었는데 내가 살아 보니까 좋아졌다는 것.

 

 

결과적으로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마다 진실했다. 내게 죄가 있다면 마음의 진실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내가 한 말을 잊어버리고 그것과 다르게 느낀 대로 말했다는 게 죄라면 죄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기에 한 입으로 두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간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걸 어쩌란 말인가.

 

 

지인에게서 들었다. 두 딸 중 한 애가 행동이 굼뜬데 자기가 그런 편이라 혼내지 않고 넘어간다고 한다. 만약 자기가 행동이 굼뜬 편이 아니라면 그 애가 자기한테 많이 혼나면서 컸을 것이라고 한다.

 

 

(여러분도 그걸 아시는지요?) 인간은 어떤 사람에게서 자기와 닮은 점을 보면 그것이 나쁜 점이라고 해도 관대해진다는 것을. 왜냐하면 자기와 닮아서 이해하게 되니까요.

 

 

결론은 뭐냐고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을 나는 이해한다, 가 되겠습니다요. 왜냐고요? 내가 그런 적이 있으니까요. 나를 통해 인간의 어떤 점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해 ‘이중인격자’라고 한다. 마음속과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하겠다. 그럼 나처럼 시간에 따라 또는 환경에 따라 다르게 말하는 사람도 이중인격자인가? 아마 이런 나를 관찰한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고 할 것 같다.

 

 

 

 

 

 

3.

왜 인간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가?

 

 

이에 대해 내 나름대로 해석해 봤다.

 

 

해석 1) 인간은 늘 변하기 때문.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내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감정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늘 똑같은 감정이라면 그게 인간이니?”라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사람의 맘은 고정적이 아닙디다. 유동적으로 환경을 따라서 늘 변합디다.”

- 최서해 저, ‘전아사’에서.

 

 

내가 찻길에 있는 집을 싫어하다가 찻길에 있는 집에 살게 되자 좋아지고 숲이 있는 집을 싫어하다가 숲이 있는 집에 살게 되자 좋아진 것은 인간의 감정(또는 생각)은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고 늘 변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해석 2) 인간은 자기만족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

 

 

자기 자신이나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흡족하게 여기는 것이 ‘자기만족’이다.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도 자기만족에 빠져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필립이 보기에, 빈민 계급을 돕는 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도 같은 처지에 빠지면 괴로우리라 생각하고 그 상황을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 상황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전혀 괴롭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환기가 잘 되는 커다란 방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영양가 없는 음식을 먹고, 혈액순환이 나쁘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커다란 방에서 오히려 썰렁한 느낌을 받는다. 석탄도 되도록 아껴야 한다. 한 방에서 여럿이 자더라도 전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하며 오히려 그 편을 더 좋아한다.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425~426쪽.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남편에게 일정한 일자리만 있으면 그것으로써 생활에 불만이 없을 뿐 아니라 거기에도 낙이 없지 않다. 잡담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고, 하루의 일을 끝낸 후 맥주라도 한 잔 들이켤 수 있다면 기분이 최고이다. 거리에 나가면 즐거운 위락 거리가 얼마든지 있고, 뭔가 읽고 싶으면 <레이널즈>지나 <세계의 뉴스>를 읽으면 된다.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426쪽.

 

 

내가 찻길에 있는 집을 싫어하다가 찻길에 있는 집에 살게 되자 좋아지고 숲이 있는 집을 싫어하다가 숲이 있는 집에 살게 되자 좋아진 것은 인간은 자기만족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해석 3) 인간은 ‘생각’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

 

 

어떤 이가 그의 생각과 반대가 되는 행동을 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이상해.”

 

 

왜 인간은 자신의 생각(또는 철학이나 가치관)과 다른 행동을 할 때가 있을까?

 

 

평소의 생각으론 전쟁에 출정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뜻밖에도 전쟁에 출정하는 결정을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생각’과 ‘실제’는 달랐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을 이처럼 제 삶의 철학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평소의 헤이워드라면 야만인들이 서로를 살육할 때 한 걸음 비켜서서 미소를 띠고 지켜봐야 마땅하지 않는가. 사람이란 어떤 알 수 없는 힘의 손에 놀아나, 이리 하라면 이리 하고 저리 하라면 저리 하는 꼭두각시와 같다.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성을 동원하기도 한다. 정당화가 불가능하면 이성 따위는 무시하고 행동해 버리고 만다.

“사람이란 이상해요. 난 선배님이 기병을 지원해 전쟁에 나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거든요.”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304~305쪽.

 

 

내가 찻길에 있는 집을 싫어하다가 찻길에 있는 집에 살게 되자 좋아지고 숲이 있는 집을 싫어하다가 숲이 있는 집에 살게 되자 좋아진 것은 (나의) ‘생각’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내가 한 입으로 두말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인간은 늘 변하기 때문.

2) 인간은 자기만족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

3) 인간은 ‘생각’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

 

 

이 세 가지가 인간의 특성이기도 하겠다. 나는 나를 통해 인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1>, <인간의 굴레에서 2>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에 대해 많이 배웠다. 내가 알기론 소설가는 인간에 대해 자신이 통찰한 무엇을 보여 주기 위해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느낀 것’을 쓰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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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7-1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면서, "아으, 나는 한 입 갖고 두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더라!" 하면서 살아왔음을... 오늘에야 깨달..았다기보다는 인정을, 하고 갑니다. ㅎㅎㅎ

페크pek0501 2014-07-18 22:14   좋아요 0 | URL
호호~~ 저도 인정... 제가 그렇더라고요. 여름의 매력에 푹 빠지다가 여름이 싫다고 했다가 겨울이 오면 역시 겨울이 운치가 있어 좋지, 이런답니다. 진실의 얼굴이 많다는 게 문제죠.

아, 그런데 메리포핀스 님. 왜 새 글을 올리지 않는 거죠? 제가 몇 번이나 들렀는데 말이죠. 뭐 저도 일상에 치여 자주 글을 올리진 못하지만요...
난, 님의 글을 기다리는 1인이어라^^

세실 2014-07-1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떄 그때 달라요~~~~
사랑도 변하고, 시대도 변하고...그리고 나도 변하는거죠^^
그저 성급하게 '싫다!'는 표현을 덜하면 될듯 하옵니다,
나두 페크님 집에 놀러 가고 싶어라~~

페크pek0501 2014-07-18 22:1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멋진 말, 기억할게요. 싫다는 말을 덜 하기!

우리 이 해 안에 보기로 했잖아욧. ㅋㅋ 서울에 오시면 연락 주시길...
우리 집에서 세 정거장만 가면 지하철역인데 거기서 지하철 타면 서울역까지
15분 안에 당도합니다. 이만 하면 기동력 있죠?

그런데 난 세실 님의 얼굴을 사진으로 봐서 대충? 아는데 님은 내 얼굴을 모른다는... ㅋ

노이에자이트 2014-07-1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던 대상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직접 경험하면서 깨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면 될 듯합니다.한 입으로 두 말 한다는 차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오히려 새로운 깨달음이라고 해야 할 긍정적인 과정이죠.

페크pek0501 2014-07-20 18:51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

제 생각엔... 님이 말씀하신 것이 제가 말한 3)번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요...

3) 인간은 ‘생각’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

잘 모르던 대상에 대해 선입견(생각)을 먼저 갖고 그 다음에 직접 경험을 하게 되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새롭게 깨달은 사실(실제)을 알게 된다 - 고 봅니다.
그러니까 제가 한 입으로 두 말하게 된 이유는 선입견(생각)과 깨달음(실제)이 다르기 때문- 이 되겠습니다. 님과 같은 뜻의 얘기죠.

핵심은 누군가가 저의 이런 모습을 관찰했다면 "당신은 왜 한 입으로 두말하나?"하지 않겠느냐, 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저의 변명의 글이죠.
그래서 위의 글 1번에서 "이 생각을 다른 친구에게 말하기도 했다."라고 쓴 것이고,
2번에선 "그리고 이 생각을 아마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라고 써 놓았죠. 이렇게 말한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한 입으로 두말한 사람이 된다는 뜻에서요. 그렇게 된 저를 한번 분석해 봤답니다.

님처럼 그런 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은데, 나의 -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아서 변명의 글처럼 써 봤어요.

선입견을 깨가는 과정, 좋은 표현 같네요.
저, 산책하러 나갑니다. 님도 해질 무렵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하루 되세요. ^^

마태우스 2014-09-1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현실만족형이라 늘 다좋다고해요 서울살땐 서울이좋고 천안사니 천안이좋네요 아내는 저더러 발전이없는스탈이라지만 그덕에 행복지수가높아요ㅅㅅ

페크pek0501 2014-09-21 21:03   좋아요 0 | URL
행복지수가 높은 게 최고, 라고 생각합니다.
복이라고 여기시길... ^^
 

 

 

알라딘 제공으로 알라딘과 함께한 나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로그인해서 보았다.)

 

 

 

 

지난 15년, 알라딘과 함께한 당신의 기록입니다.

 

 

당신은 알라딘과 함께한 4,375일의 기간 동안

566권 158,549 페이지의 책들을 만났습니다.

 

 

 

           

             당신이 만난 책들을 모두 쌓는다면 아파트 3.96층 만큼의 높이입니다.

 

 

 

           

             당신은 알라딘 회원 중 14,160번째로 많은 페이지의 책을 만났습니다.

 

 

 

내가 14,160번째로 책을 많이 봤다는 건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구매리스트를 보니깐 여태껏 내가 알라딘에서 414권을 샀다.

2002년 7월 1일이 책을 주문한 첫날이었다.

참고로 말하면 내가 서재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2009년 1월이다.

 

 

 

내가 처음으로 주문한 책은 무엇일까? 나도 궁금했는데 이런 책들이었다고 한다.

 

 

 

 

 

 

 

 

 

<한국소설묘사사전> 1~6권

 

 

 

(오잉? 내가 그땐 소설을 쓰려고 했나 봐. ㅋ)

 

 

 

 

 

 

 

 

 

<좋은 수필 읽기와 평설>  

<수필 창작과 읽기>

 

 

 

(오잉? 수필도 쓰려고 했나 봐. ㅋ)

 

 

 

다음은 내가 가장 자주 만난 작가들이라고 한다.

 

 

조병무

조앤 K. 롤링

알랭 드 보통

헤르만 헤세

위기철

마스다 미리

황선미

강준만

복거일

반덕진

무라카미 하루키

공지영

이은성

서머셋 모옴

요네하라 마리

조지 오웰

토마스 만

박지원

이태준

오 헨리

 

 

 

다음은 내가 가장 자주 만난 분야의 책들이라고 한다.

 

 

한국소설

책읽기/글쓰기

동화/명작/고전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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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하기 시작한 건 12년이 넘었고,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5년이 넘었다.

 

 

 

지금 이 시각(낮 12시)의 기록도 다음과 같이 옮겨 놓는다.

 

 

 

서재지수 : 39400점

마이리뷰: 23편

마이리스트: 0편

마이페이퍼: 249편 TOP3

즐겨찾기등록: 124명

오늘 18, 총 75444 방문

 

 

 

으음... 즐찾이 124명이나 되었구나.

총 방문자 수는 3만명이 되더니, 5만명이 되더니, 이젠 7만명이 넘었구나.

언젠가 10만명이 되겠지. (큰 욕심이 없는 페크는 이것에 만족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글 열심히 쓰겠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알라딘.

 

 

알라딘의 1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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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7-2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멘트가 압권이네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알라딘!'
정말 맞는 말 같아요.ㅋㅋ

페크pek0501 2014-07-22 11: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제가 첫 주문으로 그런 책들을 구입했다고 해서 놀랐어요.
제가 가장 자주 만난 작가들과 자주 만난 책들이라는 것도요.
기록이란 이렇게 중요한 거네요.
반가운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마태우스 2014-09-1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찾이 125라뇨 즐찾이 글의가치에비해 너무적은 알라디너 1위신듯 한편한편이 예술인데 다들 예술시러하나봐요

페크pek0501 2014-09-21 21:02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마태우스 님이 알라딘에서 저에 대해 가장 과대평가 하시는 알라디너 1위이신 듯...
제가 기대이하라서 쬐송(죄송)합니다.
저는 글을 적게 올린 것에 비해 즐찾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