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가장 매력적인 계절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는지요?)

 

 

내가 느끼기에 가장 매력적인 계절은 여름이다. 왜냐하면 열기를 뿜어내던 낮이 자취를 감추고 해질 무렵의 시간이 되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 무엇에 홀리듯 내 마음이 사로잡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세상 빛깔을 보며 산책을 하면 좋으리라. 나는 더위 때문에 여름을 싫어하지만 이런 시간만큼은 그 어느 계절보다 매력적임을 안다. 오늘 나는 둥근 테이블이 있는 의자에 앉아 해질 무렵의 창밖 풍경을 보았다. 곡선으로 꺾어진 길을 음미하였다. 길에 있는 푸른 나무들을 음미하였다. 푸른 나무들을 오가는 새들의 소리를 음미하였다. 새들의 소리가 있는 해질 무렵의 시간을 음미하였다. 이 시간이 2014년 7월 10일임을 음미하였다. 나쁜 남자는 싫지만 매력적인 데가 있듯이, 더운 여름은 싫지만 매력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

해질 무렵에 내가 본 세상의 표정을 글로 쓰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루쉰P 2014-07-1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남자가 인기가 많다고 하더군요. 무조건 잘 해 주는 남자는 매력이 없데요. 후후후
전 나쁜 남자 스타일은 되지가 못 해요. 무조건 잘 해 줘야 되지 않나란 생각을 하죠.
제가 좋아하는 계절이라? 전 사계절을 딱히 싫어하는 계절도 너무 좋아하는 계절도 없는 것 같아요. 그 때 그 때 적응하기 때문이죠. 후후후 나란 남자 멋진 남자.
하지만 저 역시 여름의 저녁은 무척 좋아해요. 낮의 더위가 사라지고 해 떨어진 저녁은 마음의 여유를 준다고 할까요?
도서관에 있다가 밤 11쯤 나가는 데, 그 때 바람과 하늘이 무척이나 좋아요 ㅋ
전철역은 덥지만 말이죠.

페크pek0501 2014-07-11 14:13   좋아요 0 | URL
저는 착한 남자가 좋던데... 나쁜 남자에게 끌려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님은 착한 남자일 듯... ㅋ

님도 여름의 저녁을 좋아하시는군요. 길가 파라솔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 여름의 낭만을 즐길 수 있죠. 딱 한 번 그렇게 해 봤네요.
요즘은 주로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하죠.

저도 도서관에서 나왔을 때의 여름 밤을 기억합니다. 도서관에서 스트레스 만땅이었다가 밖에 나오니 뜻밖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내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보내겠지요. 경이로웠죠. 날씨에 반할 때가 있는데 바로 그런 때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 그러나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할 때가 있는 계절도 여름, 입니다. ^^

마립간 2014-07-1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을 (상대적으로)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봄, 가을, 겨울 계절에 부담때문입니다. 봄은 졸업과 신학기, 가을은 스산함, 겨울은 연말연시 때문에,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하고 저의 우울증을 자극합니다.

제가 비교적 좋아하는 여름의 약점은 더위가 아니고 벌레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벌레의 약점보다^^ 여름에도 시간의 흐름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네요.

페크pek0501 2014-07-11 14:21   좋아요 0 | URL
우울증 성향이 있는 사람에겐 여름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연인과의 이별도, 사별도 아마 여름에 당할 때가 덜 슬프지 않을까 싶어요.
가을과 겨울은 그 계절 자체만으로도 쓸쓸함을 느끼게 하잖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늦여름인데 - 8월 말 한 주와 9월 초 한 주- 이때 날씨가 참 맘에 들뿐 아니라 또 한 해가 이렇게 가는 구나, 하는 시간을 흐름을 느끼게 되어 이상한 맘 - 사춘기 소녀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답니다. 매력적이죠. 해질 무렵에 느꼈던 것과 비슷해요. 하루가 갔구나, 하는 기분...

여름이 가고 나면 마치 한 해가 다 저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푸른 나무들이 제 눈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덥다는 사실보다 우위에 두고 만끽하려고 합니다.
더위 때문에 푸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덜 느끼지 않도록 의식하고 삽니다.
우리 여름을 즐기자고요. ^^
 

 

 

1. ‘이 개는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지 않기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큰 개가 달려들어 깜짝 놀라며 무서워한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튀어 나온 개였다. 끈으로 묶여 있지 않아 무서워하는 내게 개 주인이 말했다. “이 개는 물지 않아요.”

 

 

내가 M. L의 집에 들어서자 그 집 개가 내게로 달려나와 짖어댄다. 내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자 M. L이 말한다. “뭘 그렇게 겁을 내?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걸 자네도 잘 알잖아.” 내 대답 : “나야 알지. 하지만 개도 그걸 알까?”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32쪽.

 

 

"이 개는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개 주인을 보면 답답하다. 내가 무서움을 느끼고 있는데 ‘개가 물지 않음’이 중요할까?

 

 

예를 들어 본다. 내가 숲 속을 지나가야만 하는데 밤이라서 무서움에 떨고 있다. 그럴 때 누군가가 말해 준다. “이 숲 속에선 귀신이 나오지 않아요.”라고. 이 말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무섭지 않을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나는 무서울 것이다. 여기서 귀신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지 않는 개’라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람을 한 번도 물지 않던 개도 물 수 있다는 걸 티브이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 어느 동네에서 누군가가 개에 물려서 병원에 실려 갔는데 개 주인이 말하기를, 여태껏 한 번도 사람을 문 적이 없는 개라는 것이다. 나도 어릴 때 개에 물려 본 경험이 있다. 그 개는 친구네 개였는데 나를 물기 전까지 한 번도 사람을 물어 본 적이 없는 개였다.

 

 

개 주인들은 알까?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의 마음을.

 

 

(그런데 개를 끈으로 묶어 다니면 개가 불편하려나?)

 

 

 

 

 

 

 

2. 보이는 대로 보지 않기 : 며칠 전, 비가 곱게 내렸다. 비 오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 풍경 속에서 나무들이 비에 흠뻑 젖어 갈증을 풀고 푸름을 빛내는 듯했다. 그러나 나무의 마음을 내가 어찌 알랴. 비의 첫 모금만 좋았을 뿐, 계속 비에 젖는 건 싫었을지도 모를 일.

 

 

나무들이 서로를 미워하며 저마다 공간과 빛을 독차지하려고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숲 속에 들어가면 강제수용소 같은 증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집 정원의 모습이 달라진다. 어떤 나무들은 사라지고 어떤 나무들은 엄청난 크기로 자란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8~19쪽.

 

 

우리 집에서 창밖으로 숲을 볼 수 있다. 내 눈엔 숲 속의 나무들이 이웃 나무들과 다정하게 모여 있는 것만 같은데, 이웃 나무들과 소곤소곤 정다운 얘기라도 나누고 있는 것만 같은데 그게 아니란 말이네. 내가 보는 숲과 다르다는 게 놀랍다. 나무들도 경쟁하다니.

 

 

"이해라는 것은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라는 수전 손택의 말이 떠오른다. 이 말에 따르면 우리가 숲을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숲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시작되겠다.

 

 

인간은 뭐든 보이는 대로만 보는 게 문제다.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게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기고 싸움이 생기기도 한다.

 

 

 

 

 

 

 

3. 마음을 안다고 확신하지 않기 : 오늘은 늦잠을 자도 되는 휴일인데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이사를 하느라 서재에 소홀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방문자 수가 많아서 내가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아니다. 그래서가 아니다. 방문자 수를 보니깐 새 글이 없어 허탕치고 돌아간 분들의 수인 것만 같아서 이 글을 쓴다. 아니다. 단순히 서재 관리 차원에서 이 글을 쓰는 건지도. 결과적으로 다 맞는 얘기다. 여러 이유가 있겠다. 인간이 하는 행동의 이유가 어찌 하나뿐이겠는가.

 

 

오늘 휴일이 아니었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새벽에 눈이 떠지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방문자 수가 많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내가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허탕치고 돌아간 분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서재를 관리할 생각이 없었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므로 다 맞는 얘기라는 것이다.

 

 

지금 또 하나 생각났다. 이사로 인한 집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게 하기 싫어서 글을 쓰는 것. 이렇게 말하는 게 가장 진실에 가까운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집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거리로 글쓰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진짜 이유는 그러니까 가장 큰 이유는 내일 밝혀질지도 모른다. 혹은 그 이유가 며칠 뒤인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불현듯 뇌리를 스칠지도 모른다. 내 경험에 따르면 어떤 일의 진실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밝혀질 때가 많다.

 

 

진실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진실만을 말하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남의 마음의 진실을 헤아려 아는 게 가능할까?

 

 

 

 

 

 

 

4. 같다고 생각하지 않기 : 최근에 바보짓을 했다. 이 얘기를 글로 쓰면 멍청한 페크가 될 것 같아서 쓰지 않기로 한다. 친구에겐 전화로 말해 버렸다. “난, 왜 이렇게 바보 같니?”라고 말하면서.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 “그래도 바보짓을 해 놓고 바보짓을 한 것도 모르는 것보단 바보짓을 했다는 걸 아는 게 낫잖아. 그건 바보가 아니라는 거지.”

 

 

바보짓을 해 놓고 그게 바보짓이었다고 (똑똑히) 아는 바보가 여기에 있다. 바로 ‘나’다.

 

 

우리 마을 정육점 주인 : “투르니에 씨, 나처럼 진짜 당신을 잘 아는 처지라면 당신이 쓴 책 같은 것은 안 읽어도 되는 거죠, 안 그래요?”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87쪽.

 

 

(아니죠. 읽어야 하죠. 당신이 만난 손님 투르니에와 작가 투르니에는 다르니까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페크와 나는 많이 다르다. 왜냐하면 이 서재에선 적어도 내가 한 바보짓에 대해선 쓰지 않으므로. 그래서 여러분은 내가 얼마나 바보짓을 하며 사는 사람인지 모르므로.

 

 

여러분이 페크에 대해 매긴 점수에서 30점쯤을 빼면 내 점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 페크에 대해 30점을 매긴 사람은 30점을 빼고 나면 빵점이 되려나. ㅋ)

 

 

 

 

 

 

 

5. 때론 현명하지 않기 : 내가 현명하지 않아서 좋다고 느끼기도 한다. 

 

 

인용 :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도움은 된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94쪽.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도움은 된다. - 페크

 

 

내가 바보이기 때문에 1992년부터 갖게 된 글쓰기 취미를 지금까지 갖고 산다. 다시 말해 내가 바보이기 때문에 별 소득이 없는 글쓰기에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서재 주인 페크로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론 기꺼이 바보가 되리라.

 

 

앞으로도.

 

 

 

 

 

 

 

 

 

 

 

 

글감이 많은 책이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좋은 책이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4-07-0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충분히 인간적이신 페크님이 좋아요~~~
저도 울 딸은 개가 무서워 오돌오돌 떨고 있는데 '이 개는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젤 싫어요. 제발 개를 풀어 놓지 맙시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강아지 자체를 무서워하더라구요^^)
바보 같은 짓이 뭘까? 문득 궁금하지만 참아야겠죠?
창문 밖으로 숲이 보이는 멋진 곳에 사시는 페크님이 부러워요~~~

페크pek0501 2014-07-07 11:19   좋아요 0 | URL
아휴~ 감사~
사람을 물지 않아요, 라는 말은 자기중심적인 말이죠. 무서워하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혹시 개에 물린 적이 있어서 무서워하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바보짓... ㅋㅋㅋ 세실 님을 언제 만나게 되면 제 바보짓을 말해 주겠습니다. 뭐, 제 친한 친구들은 다 아는 걸요...

부엌에 넓은 창이 있어서 얕은 산의 숲을 크게 볼 수 있어요. 거실에서 부엌으로 갈 일이 많은데, 그럴 때 저절로 그 숲이 그림처럼 들어오니 멋져요. 서울에 이런 아파트가 있다는 게 신기한데 사실 서울엔 의외로 산이 많답니다. 거실 쪽 창도 넓은데 아파트 마당이 보이고 푸른 나무들의 동산이 보입니다. 완전히 이 아파트에 반해 버렸어요.

둘째 애는 학교가 멀어졌다고 투덜댔지만 이젠 좋아하는 눈치예요. 그래봤자 학교까지 버스 타고 세 정거장만 가면 된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7-0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도 개와 비슷할 때가 있죠.평소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이 끔찍한 살인자인 경우...주변 반응은 다 그렇죠.저렇게 얌전한 사람이...전에 사람을 한 번도 안 때렸는데...

사람 무는 개는 의외로 작은 개가 많아요.하긴 큰 개가 사람을 자주 물어뜯으면 큰 일이겠죠.

페크pek0501 2014-07-07 11:20   좋아요 0 | URL
누구나 자기가 키우는 개는 무섭지 않고 예쁘겠죠. 저도 작은 개는 예쁩니다만
큰 개가 달려오면 무서워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최소한 남에게 스트레스는 주지 말아야겠지요.

그래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라는 말이 있는 거겠죠. ^^

노이에자이트 2014-07-07 16:27   좋아요 0 | URL
그건 스트레스보다는 그냥 무서움,공포겠네요.

저는 투견이나 군견을 잘 다루는 편입니다.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저의 그런 기술을 부러워하더군요.

개를 무서워한다면 개가 내게 무슨 해코지를 할지 열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렵겠죠.사람과 똑같이...

페크pek0501 2014-07-08 11:52   좋아요 0 | URL
아, 님이 그런 기술이 있군요. 저도 부러운 걸요.
어떤 걸 표현하고 싶어서 개가 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저를 물었던 개도 어쩌면 저와 친해지고 싶어서 물었을 수도 있어요.
개는 말을 못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개가 큰 편이라 무서웠답니다.

어쨌든 개를 키우는 분들은 개를 무서워하는 분들을 잘 헤아렸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14-07-0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는 저에겐 130이어요.ㅎㅎ
오래 전 미셀 투르니에 단편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언제고 이 사람의 책을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는데 여태 못 읽고 있어요.ㅠ
언니는 참 책을 알뜰하게 읽으세요. ^^

페크pek0501 2014-07-07 11:21   좋아요 0 | URL
어머낫! 130점이나요? ㅋㅋ 고마워요.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해요. 그 대신 책 잡았다 하면 끝장을 내죠. 다독 아닌 정독을 해요. 책을 읽을 땐 씹어 먹으려고 해요. 책값이 아까워서라도...



2014-07-07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8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8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0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4-07-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상 바보짓을 하고 사는 바부탱이라 끄덕끄덕 ㅎㅎ
페크님이랑 동족인가 봐요.
저는 50점 빼고 봐주세요^^

페크pek0501 2014-07-08 11:41   좋아요 0 | URL
님도 그런 생각을 하셨군요. 50점이나요?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군요. 동족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갈수록 바보가 되는 느낌입니다. 하하~~

마녀고양이 2014-07-07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요즘 제 자동적 사고에 대해서 생각 중이예요.
많이 힘든 부분들이 있어서요. 어떤 상황이 생길 때 사실이 아님에도 경험적으로 생겨나는 생각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생각들을 자동적 사고라고 한답니다. 그것들은 지독히도 저를 괴롭히네요.

페크pek0501 2014-07-08 11:48   좋아요 0 | URL
자동적 사고...
마고 님은 생각이 많으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제가 이 나이가 되어 내린 결론은...
생각이 많을 필요가 없다는 것, 예민해서 좋은 것보단 나쁜 게 더 많다는 것, 입니다.
대충 살기, 이게 저의 바람이 되었답니다.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행복하게 그리고 남에게 좋은 일도 하면서 그렇게 보내면 되는 것 같아요.
잡념을 없애기 위해선 많이 움직이기, 가 좋아요. 어제 친구가 왔었는데 월수금은 탁구를 치러 다닌다고 해요. 그랬더니 잠을 푹 자서 좋더랍니다. 정신도 분산되어 덜 고민하게 된다고 해요. 저의 경우엔 하루 한 시간 걷기를 하는데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걸으면서 두뇌 속 스트레스가 빠져 나가는 걸 느끼거든요.
생각이 많은 건 좋은 건데 몸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요.

지혜롭게 대처하시길 믿어요. 또 봐요...
 

 

 

친정에 갔다 왔다. 집에 오니 할 일이 줄지어 있다. 할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켰다. 알라딘의 내 서재에 들어갔다. 방문자가 몇 명인지를 확인하고 새 댓글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웃 님들의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 어느 서재에선 여러 글을 읽었고 어느 서재에선 ‘글을 참 잘 쓰네.’라고 생각되는 글을 꼼꼼히 두 번 읽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버렸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시간이 잘 갔다. 부리나케 옷을 바꿔 입고 모자를 쓰고 밖에 나갔다. 한 시간을 걸었다. 걷는 건 나의 습관 중 하나. 초여름이지만 해 질 무렵이라 덥지 않았고 공기가 맑았다. 요즘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 있어서 이렇게 맑은 날이면 좋았다. 걷는 것도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몇 가지를 샀다. 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했다. 그리하여 하루가 다 날아가 버렸다. 내가 표나게 한 일이라곤 여러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는 것과 댓글을 다섯 개 남겼다는 것뿐.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가 가 버렸지만 그래도 하루를 허투루 보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남의 글을 읽으며 배운 게 있었고 댓글을 썼으므로. 특히 내가 댓글을 쓰는 것은 서재 주인에게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일이므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덕을 쌓은 거지.

 

 

 

 

 

 

 

.................................................

쓰고 보니 싱거운 글. 그래서 소금을 치고 싶은 글. 그래도 올린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06-10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3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6-1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한다는 메세지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

아참.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달과 6펜스/맥주와 과자> 결국엔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다른게 필요한게 있어서 금액을 맞추다보니 소설은 거의 구매하지 않지만,
몸의 작품이니까 구매하기로 결정!

페크pek0501 2014-06-11 08:58   좋아요 0 | URL
님의 응원의 뜻도 접수하겠습니다.
맥주와 과자, 읽고 어떤지 글 올려 주시면 보러 가겠습니다.
그건 못 읽었어요. 달과 6펜스 책이 두 권이나 있어서요.
예전에 에세이에서 마광수 교수가 그 작품을 극찬했던 게 기억납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blanca 2014-06-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늘 은근히 덥네요. 그리고 이 글 안 싱거워요^^;; 이런 글도 좋아요. 생각해 보니 친정 부모님이 오시기만 자주 했지, 아기 낳은 후 같은 서울인데도 친정에 거의 안 갔네요. 부럽습니다.^^

페크pek0501 2014-06-11 09:04   좋아요 0 | URL
예, 블랑카 님. 더워졌어요.
안 싱거운 가요? ㅋ 쓰고 보니 시시해서 잘못 올렸나 생각하며 걸었답니다.
그런데 댓글이 많아 제가 깜놀~ 했어요.
알라디너들의 반응은 늘 예측불허입니다.
공들여 쓴 글엔 무관심하다가 말이죠... 히히~~
친정은 걸어서 다닐 정도로 가까워서 자주 갑니다. 어머니 혼자 사시기에 적적하실 것 같아 일주일의 반은 가게 됩니다. 저도 걷는 운동도 되고요...
자주 보려면 일단 가깝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이런 글도 좋아요."라는 님의 말씀에 힘이 퐁퐁 솟는군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4-06-1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해야 하는데 인터넷 서핑을 너무 오래 하는 게 악습입니다ㅠㅠ 놀고나서 머리를 쥐어뜯는데, 페크언니처럼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안계신 동안 댓글 안달아 죄송합니다 제 댓글이 반갑게 페크언니를 맞아야 하는데...

페크pek0501 2014-06-11 09:06   좋아요 0 | URL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때, 저도 있습니다. 동지를 만났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나요?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여러분의 댓글에서 제가 배우는 게 많습니다. ^^

프레이야 2014-06-1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정말이지 제가 너무 오랜만이죠??^^
유월도 어느새 열흘이나 지나가네요. 저는 그저 이래저래 여행 좀 다니고 그러느라
서재에 소홀했어요. 무언가 기록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한 것인데 기록하지 않고
그저 마음에 남겨둔 것들이 쌓이네요. 그러다 점점 잊혀져갈 것인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또 이렇게 고즈넉한 저녁을 맞이합니다.
좋은날들 보내세요^^ 건강은 아주 좋아요.

페크pek0501 2014-06-11 09:08   좋아요 0 | URL
어맛, 누구신가요? 반가워요. 무척...
잘 지내시나요? 제가 안부 전하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만... 보셨는지요?
책을 쓰시나, 그랬네요. ㅋ여행을 다니셨군요. 좋겠습니다.
그만 쉬시고 나타나시지... 그랬어요.
쉬시는 중에 댓글을 주시고...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4-06-11 14:24   좋아요 0 | URL
그만 쉬어야지요^^ 그러잖아도 방명록 보고 온 거였어요. ㅎㅎ
제가 너무 오랜동안 인사도 없이 ..ㅠ 무지하게 반가웠답니다.^^

페크pek0501 2014-06-13 10:10   좋아요 0 | URL
그만 쉬시라고 저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안 계시는 동안, 저 외로웠어요... ㅋ

2014-06-10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06-1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가 참으로 쓱쓱 가버리네요. ^^
오랜만에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요. 언니, 잘 지내시지요?

페크pek0501 2014-06-13 10:11   좋아요 0 | URL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답니다.
학교에 다닐 땐 그렇게 가지 않던 시간이 말이죠. ㅋ
 

 

 

1. 음미하는 책 읽기 : 조금 전,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아차 깜빡 했네.’ 이랬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 않고 물을 마시듯 벌컥 마신 거였다.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컴퓨터 화면을 보며 커피 생각을 하지 않고 딴 생각을 했기 때문이고 커피가 식어서 커피가 뜨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커피가 뜨거웠다면 천천히 마시며 맛을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경우 커피를 또 마시게 되어 연거푸 두 잔을 마시게 된다. 이번엔 제대로 맛을 음미하며 마시기 위해서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 커피를 마실 땐 커피만 생각하기. 이것을 못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딴 생각을 하지 말고 문장뿐만 아니라 문장 부호와 행간까지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읽는다면 이것이 바로 ‘음미하는 책 읽기’가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깊이 읽기’가 된다.

 

 

<작가 수업>을 읽다가 만난 다음의 글을 기억해 놓기로 했다.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느라 몇 달을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쏟아붓지만, 그 진심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11쪽. 

 

 

내가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얼마나 이해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백 퍼센트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커피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것처럼. (서머싯 몸의 말을 내 맘대로 이해했다는 걸 밝힌다.) 

 

 

 

 

 

 

 

2. 책을 추천할 때 : 글 쓰는 사람은 최소한 한 가지의 책임이 따른다. 자기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책임이란 글을 쓸 때 ‘거짓’이 아닌 ‘사실’을 써야 하는 책임을 말한다. 그러니까 거짓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이런 때에도 그런 책임이 마땅히 따른다.

 

 

‘페크 님이 추천하는 책을 읽었는데 읽기 지루했다. 앞으론 페크 님이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을 신뢰하지 않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로선 신뢰가 떨어지는 글을 쓴 셈이니 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책을 추천할 땐 신중해진다.

 

 

 

 

 

 

 

3.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책을 읽다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의 글.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가끔 주제넘은 충고를 한다. 나 자신은 소설을 단 한 줄도 써본 바 없으면서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말로 설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쓰려는 욕망은 중언부언을 낳는다. 중언부언의 진실은 하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특히 내면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그러고는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

- 신형철 저, <느낌의 공동체>, 287쪽.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약점이라서 맘에 드는 말이다.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묘사에 약한 것도 나의 약점인데 (장황하게 묘사하지 말고) 최단거리로 가라는 것도 맘에 드는 말이네. 

 

 

카버를 읽어라.

 

 

카버의 작품을 읽어서 배우라는 말이다. 주목할 만한 카버의 작품이 <대성당>이다. 이것이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추천하고 김연수 작가가 옮긴 책이라고 하니 신뢰가 팍팍 가네. 내용이 궁금해진다. 궁금한 것은 못 참을 듯. 그러니 앞으로 읽게 되겠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권.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 (…) 그러나 카버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단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전 세계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주저 없이 '레이먼드 카버'를 꼽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카버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 <대성당>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4. 헛꿈이라도 꾸기 :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나도 한때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 그때가 삼십 대 초반이었다. 내가 본받고 싶은 단편 소설을 하나 정해서 그 작품을 일곱 번이나 읽어 봤다. 여러 번 읽으면 소설을 쓸 수 있는 줄 알았다.

 

 

지금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소설가들은 특이한 집단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설 쓰기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넘볼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진작 알았다면 그런 실수를 또는 착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실수는 내 정신에 영양분을 공급했다.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는 착각 때문에 소설을 많이 읽었고 그래서 문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헛꿈이라도 꾸기. 무슨 꿈이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다.’

 

 

 

 

 

 

 

5. 꿈을 가진다면 : 이미 읽은 책을 펼쳐 밑줄 그어져 있는 부분만 골라서 다시 읽는 것은 내 취미다. 다시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길 즐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좋은 글에 밑줄을 긋는 버릇이 있다.)

 

 

난 말야, 아주 행복하다네. 이것 봐. 내 시 교정지일세. 알아두게.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불편에 괴로워할지 몰라도 난 아랑곳하지 않네. 꿈을 가지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한다면, 생활 환경이 무슨 대수겠는가.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169~170쪽.

 

 

꿈을 갖고 시간과 공간에 개의치 않고 살면 불행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다는 것.

 

 

인생에서 재미있는 것 한 가지는 최고만 고집하다 보면 대개 최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37쪽.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자신의 생각대로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것.

 

 

 

 

 

 

 

 

 

 

 

 

 

 

 

 

 

 

 

 

 

 

 

 

 

6.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 : “당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위해 노력하며 살겠는가?”

 

 

..........

A :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B : 칼럼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한 칼럼을 쓰고 싶어요.

A : 그런데 당신은 요즘 무엇을 쓰고 있습니까?

B : 단상을 쓰고 있습니다.

A : 그렇다면 당신은 미래에 무엇을 쓰게 될지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B : 뭐라고요? 내가 미래에 무엇을 쓸지 나도 모르는데, 당신은 안다고요?

A : 예, 알지요. 당신은 미래에 단상을 쓰게 될 것입니다.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당신의 미래를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B : 으음... 일리 있는 말이네요. 하지만 백 퍼센트 믿을 순 없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A : 당신이 단상을 쓰고 있다는 건 그쪽에 당신의 취향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글쓰기 능력도 취향이 있는 쪽으로 발달하게 될 겁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B : 당신의 말이 맞는다면 난 미래에도 단상이나 쓰고 있겠군요.

..........

 

 

 

참고로, 단상의 뜻은 (네이버 사전으로)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니 완결된 구성법으로 쓰지 않아도 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단상이다. 칼럼에 비해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인가. 잘 쓰기가 어려운 게 문제이긴 하지만.

 

 

앞의 질문을 다시 한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위해 노력하며 살겠는가?” 

 

 

내 대답.

 

 

“저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게 되더군요. 어려운 일은 나중으로 빼지요. 칼럼을 쓰고 싶지만 어려워서 단상을 쓰고 있듯이 말입니다.”

 

 

 

 

 

 

 

7. 똑같은 건 있을 수 없다 : 자신이 경험하는 상황이 남과 똑같을 수 없고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이 남과 똑같을 수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같은 소재와 같은 주제로도 얼마든지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겠다.

 

 

아그네스 뮤어 매켄지(1891~1955, 스코틀랜드 작가)는 『문학의 과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대의 사랑과 나의 사랑, 그대의 분노와 나의 분노는 똑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서로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과 이 세상 어느 두 사람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 둘은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이 말이 그야말로 진실이 아니라면 예술은 토대도 기회도 없을 것이다.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45쪽.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소재나 주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자기만의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개성 있고 독창성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어찌 보면 똑같은 감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에겐 축복이다. 남들이 이미 썼던 소재나 주제로도 얼마든지 자기 방식으로 새롭게 쓸 수 있으니까.

 

 

 

 

 

 

 

8. 작가가 되고 싶은가 글을 쓰고 싶은가 :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과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다르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건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이고,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직업과 상관없이 단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것과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이 다르듯이 그 둘은 다르다.

 

 

예술가는 비평가에게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지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을 시간이 없다.(윌리엄 포크너)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89쪽.

 

 

오직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자기 글에 대해 비평가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심이 없겠지. 작가로서의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중요할 테니까. 그러므로 비평을 읽을 시간이 없겠지. 비평을 읽을 시간에 차라리 글을 쓰고 있을 테니까.

 

 

예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갖는 건 싫다. 고정 수입이 있는 직업을 따로 갖고 살면서 취미처럼 글을 쓰는 게 좋다. 그래야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즐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9. 감탄하는 것에 대하여 : 요즘 매일 해 질 무렵에 한 시간 가량 걷는다. 어제도 걸었다. 어머니에게 내가 만든 두부조림을 갖다 주기 위해 친정에 가느라 걸었고, 집에 돌아올 땐 어머니가 만든 장조림을 가지고 걸었다. 걸으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날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감탄했다. 걸으면서 나무들의 푸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감탄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다. 감탄을 잘하는 건 예술가 기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내게 예술가 기질 같은 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있다는 것인가. 으음... 그래서 내가 예술을 사랑하고 글을 쓰며 사는 것인가.

 

 

 

 

 

 

 

10. 또 여름이 왔다 : 날씨가 더워졌다. 여름은 또 이렇게 시작되려나 보다. 같은 여름이라고 해도 매년 다르다. 유난히 더 더운 여름이 있고 덜 더운 여름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도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요즘 날씨에 대해서도 다르겠지. 시원한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많이 덥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정도로 더운 것은 아니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정도로 조금 덥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이 정도의 날씨가 뭐가 더운가 하고 말할 사람도 있을 듯.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느끼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런 후진 단상의 글도 좋게 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겠지, 하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4-06-0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1번의 인용문이 좀 서글프군요. 하지만 현실일 거여요.
그래도 써야하는 사람이 소설가겠죠.
신형철의 말은 정말 음미해 볼만한 말이로군요.
저는 갈수록 소설은 안 읽게되요.
할 수만 있으면 소설은 쓰고 싶은데 말이죠.
재미없으면 소설을 안 읽으니까 소설가는 어쩌면 원맨쇼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언니가 저리 써 놓으시니 커버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많이 읽을 수 없음이 늘 안타깝군요.ㅠㅠ

페크pek0501 2014-06-07 19:07   좋아요 0 | URL
오늘 얼마나 더운지, 밖에 나가 깜짝 놀랐어요.
집에 있을 땐 모르겠더니... 집 오자마자 세수부터 했네요.
화장을 하면 더 더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썬크림을 안 바를 수도 없고...
들어오면서 강냉이와 아이스크림 사 가지고 왔어요. 요런 걸 먹어 줘야 더위를 잊을 수 있겠다 싶어서요.

카버의 작품은 저도 사 볼 생각이에요. 문장이 얼마나 훌륭하면 그런가 싶어서요.
저도 소설보다 에세이를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살 때 보면 에세이 류가 월등히 많아요.

저도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인생은 짧아서 안타깝죠. 하루는 또 얼마나 짧은가요...

아, 무플일 뻔했는데 님이 구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당 ... ^^

마녀고양이 2014-06-1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글이 단락단락 참으로 좋아요.
하나씩 음미하면서 읽었네요. 서머셋 몸의 인용구가 참으로 와닿아요, 꿈이 있고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된다라는... 그리고 현재의 커피 한모금을 음미하는 것으로 지금-여기를 산다는 것도...

여름이 정말 빨리 다가와요.
그냥 멍한 시간이 좋아요, 코 끝에 공기가 흐르는 시간이예요.

페크pek0501 2014-06-13 09:5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놀러오셨네요. 반가운 마고 님.
진행 중인 일은 잘 되고 있겠지요? 제가 그 일을 빨리 끝내기를 바란다는 걸 알아 주세요. 그래야 님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ㅋ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하면 볼품 없는 집에 살면서도 멋진 저택에서 살 수가 있겠지요. 그러려면 육체는 땅을 밟았으되 정신은 다른 곳을 지향해야 되겠죠. 바로 꿈을 향한 정신이 필요한 거죠.

이번 여름... 더운 게 싫어서 저는 벌써 늦여름을 기다려요. 8월 중순이 지난 여름을요. 저는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가 좋아요.
바빠도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사시길... 또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4-06-1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사람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기 위해서도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죠.그 다음 중요한 건 역시 단락을 구성하는 문장들 간의 일관성입니다.이 단계로 정착하기가 참 어렵죠.하나의 문장을 명료하게 쓰는 것보다 더 높은 훈련이 필요하니까요.저도 이게 잘 안 돼서 고민입니다.

페크pek0501 2014-06-13 09:57   좋아요 0 | URL
반가운 님!
저는 초심의 마음으로 요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요.
글쓰기란 항상 어렵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족하기보단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을 거예요.
노력과 훈련이 답인 듯해요. 우리 노력하면서도 즐기자고요.
저는 배워 가는 게 재밌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6-13 14:07   좋아요 0 | URL
새로운 것이 싫다면 마음이 늙은 것이고, 그 반대로 늘 배우는 것을 즐기면 마음이 젊은 증거랍니다.결론--- 페크 님은 마음이 젊은 상태!

페크pek0501 2014-06-14 14: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님의 말씀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답니다.
새로운 것이 싫다면 마음이 늙은 것이고, 그 반대로 늘 배우는 것을 즐기면 마음이 젊은 증거랍니다, 라는 말씀은 맞고요... 하지만 제 마음이 젊은 상태라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문학이나 예술을 배워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 사용이나 자동차 운전 같은 거요. 이런 건 더 새로운 게 나와 뭘 배워야 한다면 저는 도망가고 싶을 거예요. 흐흐~~

노이에자이트 2014-06-16 00:10   좋아요 0 | URL
음...그런 분야에 취약하군요...
 

 

 

1.

오늘은 6월 1일. 새 달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새 달의 첫날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 글을 쓴다.

 

 

 

 

 

 

2.

5월에 글을 많이 올린 줄 알았다. 여섯 편 올렸나 일곱 편 올렸나, 하고 서재를 들어가 보니 네 편이었다. 이번 달에 올린 글이 겨우 네 편이라니, 적게 올렸잖아, 이러면서 급하게 글 두 편을 올렸다. 그것이 3일 전이었다. 급하게 올린 글인 걸 방문자들께서 아셨는지 공감 수는 낮았다. 공감 3, 그리고 공감 1.

 

 

‘공감 1’이 귀엽다고 느꼈다. 얼마 만에 받아 보는 공감 1인가. (귀엽지 않습니까? 그러니 ‘공감 1’의 글에 아무도 공감을 누르지 마세요. 공감 1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으니까요. 숫자 1을 보면서 ‘겸손’을 배우겠습니다.)

 

 

 

 

 

 

3.

이렇게 산다. 어, 날짜가 벌써 이렇게 되었잖아. 나 그동안 뭐 한 거야? 시간은 이렇게 흘렀는데 난 정지되어 있었던 거잖아. 이번 달에 책을 몇 권 읽었지? 글은 얼마나 쓴 거지?

 

 

분발해야지, 하면서 각오를 새로이 한다.

 

 

내가 정지되어 있었던 거라고 느꼈다고 해도 삶은 바쁘게 돌아갔다. 어떤 날은 쉬지 못해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어떤 날은 걷는 운동을 못할 정도로. 

 

 

 

 

 

 

4.

요즘 방문자가 많아졌다. 새 글이 없는데도 방문자가 백 명이 넘은 날도 있던데 왜 그런지 궁금해 죽겠다. (알고 계시는 분은 댓글로...)

 

 

 

 

 

 

5.

최근 글쓰기에 관한 책, <헤세의 문장론>과 <작가 수업>을 읽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수십 권 읽지 않았을까 싶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지금도 이런 책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글에 대한 열정이 새롭게 생기게 해 줘서 좋아한다.

 

 

나의 삶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책에 대해 열정이 있는 때와 없는 때로 나눠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겠다. 처음 책에 매료되기 시작했을 때 마치 멋진 연인과 연애라도 하는 듯 꽤 설렜다. 그때가 서른한 살이었다. 서른한 살 이전엔 열정 없는 독서를 했다면 서른한 살부턴 열정 있는 독서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열독하였다. 어느 정도로 책과의 연애에 빠졌냐 하면 감옥에 들어가서 책만 읽을 수 있다면 감옥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모 월간지에서 자유기고가로 일했는데 그 일로 보내는 시간을 빼고 주부로서 일하는 시간을 빼고 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시간을 빼고 책만 봤다.

 

 

“요즘 당신에게 책 구입이란?” 하는 물음이 있다면,

 

 

“저에게 책 구입이란 ‘4박 5일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선물’입니다. 어떤 책을 살 것인가로 고민하는 하루, 주문한 책을 기다리는 하루, 그리고 그 책들이(5~6권) 도착하면 그것들을 훑어보느라 3일 정도는 더 행복한 시간으로 이어지죠. 저는 저에게 2~3개월에 한 번씩 그런 선물을 줍니다.”라고 대답하겠다.

 

 

그런 선물을 자주 하지 않는 까닭은 읽지 않은, 쌓여 있는 책이 많아서 돈 낭비를 하는 게 싫기 때문이고, 또 선물이란 ‘자주’가 아니라 ‘가끔’ 있어야 즐거움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것도 아끼며 가질 필요가 있다.

 

 

아, 이 얘기를 빠뜨렸다. 책에 빠져들었던 것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라는 것.

 

    

 

 

 

 

 

 

 

 

 

 

 

 

 

 

 

 

 

 

 

 

6.

최근에 찜한 책은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이다. 저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터라 이 책을 보지 않고도 신뢰가 간다.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불안의 황홀>에 이런 글이 있다.

 

 

고종석 선생님은 알려진 것처럼 한국어의 본질적 가능성과 한계를 외국어와 대비하여 진정성 있게 짚어나가는 언어학자인 동시에 집단주의와 국가주의를 반대하는 개인주의자의 입장에서 탁월한 시평時評을 쓰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 나는 선생님의 일련의 지적작업(대사회적 작업)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면서도 『기자들』, 『제망매』, 『엘리야의 제야』 같은 작품을 쓴 소설가로서의 고종석 선생님의 재능을 귀히 여기는 편이다. 그의 문장은 억압적이지 않다는 측면에서 다른 작가들의 문체가 공히 지향하는 지점을 반대한다. 비문단형 비주류 작가로서 선생님은 내가 감히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분이다.

- 김도언 저, <불안의 황홀>, 85~86쪽.

 

 

문장이 억압적이지 않다는 것. 비문단형 비주류 작가라는 것. 좋아할 만하네.

 

 

 

 

 

 

 

 

 

 

 

 

 

 

 

 

 

 

 

 

 

7.

<불안의 황홀>은 ‘문학 일기’라는 부제에 끌려 구입한 책인데 책 제목도 좋다. 불안의 황홀이라니. 

 

 

나는 이것이 ‘불안한 젊음’이라고 읽혀진다.

 

 

고등학생 딸과의 대화.

 

 

딸 : 엄마는 젊은 내가 부럽지?

나 : 천만에, 이 나이가 얼마나 좋은데. 넌 학교 다니느라 니 나이가 싫겠다. 나 같으면 일찍 일어나 학교 가는 거 싫을 것 같아. 난 학교도 안 다니고 얼마나 좋은데 숙제도 없고.

딸 : 정말이야?

나 :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게 좋지, 너처럼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있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삶이 얼마나 자유롭고 좋은데. 읽고 싶은 책을 맘대로 읽을 수 있는 지금의 나이가 좋아.

 

 

우리의 유치한 대화는 이런 식이다.

 

 

지금의 내 나이에서 십 년을 깎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이 나이가 좋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다 지나와서 다행이다 싶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겪어야 한다고 가정하면 싫었던 일들이 먼저 떠올라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게 좋지만은 않다. 젊은 시절은 고민이 깊고 불안한 시절이 아닌가. 취직 문제, 결혼 문제, 출산과 육아 문제, 그리고 진로 문제 등으로.

 

 

어디에 취직을 할 것인가로 속씨름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 것인가로 속씨름을 해야 한다. 취직을 하려면 여러 번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하고(처음부터 취직되는 건 드문 일이니까), 연애를 하면 싸우면서 여러 번 이별과 만남을 반복해야 한다.(첫사랑과 결혼하게 되는 건 드문 일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젊은 그때보다 지금의 시간이 차라리 평화롭고 좋다.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좋다. 선배들이 늙어가는 것도 좋다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나이 먹어 가면서 얻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내가 삼십 대 초반이던 시절. 그땐 그 나이가 아주 많은 줄 알고 지금부터 새로운 걸 시작하긴 늦어 버린 게 아닐까 불안해 했다. 그러면서 마흔 살에 작가가 되신 박완서 작가 님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새로운 걸 시작해도 충분히 되는 나이였는데... 결코 늦은 게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지금의 나이도 그렇지 않을까. 십 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해 볼까 하는 사오십 대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방통대에 도전해 볼까 하는 사오십 대의 사람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드린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면서. 하고 싶을 땐 망설임 없이 하라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라면서.

 

 

백 세 시대로 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삶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시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나도 뭘 더 배워 볼까, 생각 중이다. 최근에 내가 찾은 강의가 있다. 칼럼니스트를 양성하기 위한 강의이다. 그 강의를 들으면 칼럼을 잘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가 되겠다고?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관심 있는 걸 배우면 즐겁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겠고. 내게 적극 추천하는 친구도 있고. 또 강의 들어본 지가 오래되었으니.

 

 

 

 

 

 

 

8.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면서 살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집안일도 잘하고 직장일도 잘하며 살 수 있을까? 어머니 역할도 잘하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돈도 잘 벌고 글도 잘 쓸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론 한 가지의 성공을 위해선 다른 것들은 대충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몸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서 어떤 일에 70프로를 쓴다면 다른 일엔 30프로밖에 쓸 수 없으므로.

 

 

어느 페이퍼에서 이런 글을 봤다.

 

 

‘제대로 사는 인간'이란 정말 중요한 것에 힘을 몰아주고 나머지는 대충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 송숙희 저, <당신의 책을 가져라>에서.

 

이 문장에 꽂혔다. 일상이 복잡하여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없는 현실에서, 다방면으로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 문장에 위안을 받는다.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대충 하기, 이것이 삶의 요령일 듯하다.

 

 

 

 

 

 

9.

아이스크림을 사오다가 경비 보시는 분을 만나면 하나 골라 드시게 한다. 떡이 생기면 (우리 식구는 떡을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다니는 미용실 원장에게 갖다 준다. 그럴 때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그 순간에 착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린 미워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은가 보다.

 

 

“당신의 호의를 받기 싫어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 만족감을 주기 싫으니까요.”

 

 

 

 

 

 

 

10.

나쁜 일이 생기면 내가 죄를 지은 게 없나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가령 돈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자. 그럼 우선 속이 상하고 그 다음엔 왜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긴 거지 하는 물음과 함께 내가 어떤 죄를 지어서 그 벌로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의 과거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이 미신 같은 생각을 언제부터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믿을 만한 근거가 없는 이 생각은 어떻게 살아 왔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보는 생각으로 통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옳지 않은 일을 경계하며 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도덕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두려움 때문도 아니라고 한다. 신앙의 이유도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마음속에 그늘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잘못된 행동이나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도덕을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야단맞거나 칭찬받거나 혹은 나중에 있을 앙갚음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신앙의 이유도 아니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마음의 평안과 행복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함이다. 이미 누구나 느끼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사소한 부정, 단 한 번의 거짓말로 마음속에 그늘이 생긴다는 것을. 잔잔한 마음의 바다에 풍랑이 일고, 청명한 공기와 밝은 햇빛을 방해한다는 것을.

-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은이), <초역 니체의 말 2>, 169쪽.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마음속에 그늘이 생긴다는 것. 누구나 그럴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마음이 평화롭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당당하게 살 수 없기를 바란다. 그래야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큰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도 그늘 없이 태연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니체가 한 말은 그런 사람들을 제외한, 상식적인 사람들에 한해서만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나라 전체를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만 해도 그렇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또 한 번 슬픈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을 우리 모두 잊지 않기를.

 

 

(나도 반성할 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4-06-0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새 6월이어요. 세월 참 빠르죠?
앞에서 세면 빠른데 뒤에서 세면 그래 시간은 이렇게 흐르지 아쉬울 게 없어요.
이상해요. ㅎ
고종석은 정말 탁월한 언어학자겸 작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의 책을 한 권인가,
두 권 밖에 안 읽었어요.ㅠ

따님과 나눈 대화가 재밌네요.
저도 학교 때 엄마를 엄청 부러워한 때가 있어요.
학교 다니는 게 얼마나 머리를 많이 쓰는 건데요.
그래서 엄마 같이 단순하게 살고 싶었죠.
특히 엄마는 자고 싶을 때 언제든 잘 수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 늘 부러웠어요.
근데 엄마는 늘 잠이 안 온다고 지금도 투덜대시곤 하죠.ㅋ

지금 살아 보니 알겠어요. 만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게
진짜 사람의 진을 빼놓는 것 같아요.
이걸 좀 더 단순화 시키거나 빼면 인류가 좀 더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왜 해야하나 앞으로 얼마나 더 하고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 자주해요.
언니의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으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긴 해요.
대신 학교도 안 다니거나 충분한 자유를 보장해 준다면 금상첨화겠죠.
다시 젊어진다는데 마다할 건 없잖아요. ㅋㅋ

페크pek0501 2014-06-02 08:01   좋아요 0 | URL
무플을 면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고종석 님은 언제부터 읽어야지, 했는데 읽을 기회가 없었네요.
이번엔 꼭 읽어야겠어요.

저는 자랄 때 엄마를 부러워하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나이 들면 무슨 재미로 사나,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네요.

아, 님도 집안일이 진을 빼놓는 걸 아세요? 시간이 아까울 때가 많아요.
집안일에 지쳐 누워 버리다가 하루가 다 가 버릴 때도 있어요.
특히 장을 봐 와서 반찬을 많이 만들어 놓고 게다가 대청소까지 한 날은요.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게 꼭 좋지만은 않은 게...
십 대는 학교를 다녀야 해서 싫고
이십 대는 취업과 결혼 문제 때문에 싫고
삼십 대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싫고 - 외출도 맘대로 못하죠.
사십대부터 좋은 것 같아요.

젊음이 좋긴 하죠. 젊음이 좋다는 것 자체엔 이견이 없습니다만 요즘 우리 큰애를 보면 이 시대에 대학생이 아닌 게 다행이다 싶어요. 스펙 쌓기 위해 얼마나 바쁜지 살이 쪽 빠지더라고요...

난 그냥 이 나이 할래요. 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아무개 2014-06-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역 니체의 말 II >
오늘 오전에 50 페이지 정도까지 읽었어요.
기대한것과 조금 다르긴한데 이제 시작이니....

저는 지금의 나이도 나쁘지 않아요.
그렇다고 딱히 좋은것도 아니지만..
돌아가고 싶은 나이때가 있긴 한데,
또다시 그렇게 살지는 못할것 같네요.

한차례 비가 쏟아지더니
좀 시원해 진거 같기도 하네요.

페크pek0501 2014-06-03 16:37   좋아요 0 | URL
님은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많이 읽기보다(그럴 수도 없고) 깊이 읽기로 하고 있어요.
니체의 문장이 내용도 좋지만 문학적인 표현 때문에 더 좋았어요.

몸이 젊어지는 건 좋지만 걸어온 길을 또 걷는 건 싫더라고요.
그래서 이 나이에 만족할 수 있는 듯해요.

지금 비 옵니다. 모처럼 비 오는 휴식, 같은 날이에요. ^^
행복한 독서 하세요.

세실 2014-06-0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페크님 글 재미있어요^^
고종석의 문장은 저도 사놓고는 아껴두고 있답니다. 님 글 읽으니 더 기대됩니다.
요즘 당신에게 책 구입이란?
제게 책 구입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선물입니다.
택배 받는 날은 왠지 아침부터 설레이면서 엔돌핀이 솟아요~~ 가슴이 콩닥콩닥^^ ㅎㅎ

페크pek0501 2014-06-03 16:41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제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을 해 주시다니... 재밌다는 것.... ㅋ
벌써 고종석 님의 책을 사신 거예요? 관심이 비슷하다니까요.
저도 책 사 놓고 저건 뒀다 야금야금 읽어야지, 하는 게 있어요.
저도 책의 위로를 받습니다. 책은 변심도 배신도 거짓말도 하지 않으니 좋아요.

맞아요 택배 상자 받을 땐 부러운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비 와요, 세실 님... ^^

마태우스 2014-06-0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따님이 중년의 즐거움을 모르는군요. 하기야,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만요^^ 칼럼니스트가 되는 법 강의라니, 저도 그런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준비가 부족해서 망하긴 했지만...ㅠㅠ 참참, 글 안써도 방문자가 많은 것은 예전 글들을 읽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단 뜻이랍니다

페크pek0501 2014-06-03 16:44   좋아요 0 | URL
고딩이 중년의 즐거움을 우찌 알겠습니까.
마태우스 님이 그런 강의를 하신 적이 있군요. 깜놀~~
서울에서 또 하시게 되면 알려 주세요. (몰래 가서 봐야징...그리고 사인 받아 오고... 댓글로 알려 줘야징. 사인 받은 사람들 중 한 명이 저예요, 라고... )
키득... 재밌겠다.
방문자가 많은 이유, 믿을 순 없지만 믿고 싶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