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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기차 여행 - 입체 지도로 보는 우리나라 지식곰곰 1
조지욱 지음, 한태희 그림, 김성은 / 책읽는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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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와! 크다" 한 번 놀랐고, 한태희 작가가 색연필과 파스텔을 이용하여 우리나라를 세세히 그린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책을 읽고나서는 "음~ 아직도 방방곡곡 못 가 본 곳이 정말 많구나!" 놀랐다. 올해는 아이들과 기차 타고 여기저기를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고마운 그림책이다.

기차 여행? 하면 "낭만" 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 " 비포 선 셋"도 두 남녀가 기차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 전부터도 기차는 어쩐지 다른 교통 수단으로 여행하는 것보다 더 낭만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비행기보다는 기차 여행을 더 좋아한다. 비행기는 빠르긴 하지만 풍경을 볼 수가 없고 좁아서 움직임이 불편한 반면, KTX는 빠르면서도 움직임이 자유롭고 풍경도 볼 수 있어서 가족여행 교통 수단으로는 딱인 듯하다. 자가용은 편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운전자가 집중적으로 고생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저런 것 따져 보면 기차가 가족 여행 수단으로는 적격이다. 이 그림책을 보니 내로라 하는 관광지들도 굳이 자가용 아니더라도 기차를 이용해서 갈 수 있게 발전해서 안전하고,편리한 기차를 많이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용산역에서 출발한다. 우리 가족은 여행갈 때 서울역에서 출발하는데.....

용산역에 출발하여 기차를 타고 우리나라 한 바퀴를 돌아 정동진까지 가는 것이다.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광주 송정역에서 부전역까지
부전역에서 정동진역까지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따라 우리나라를 기차 타고 한 바퀴 도는 셈이다.

여행을 하는 팀은 서로 다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기차에서 내리고 기차에 오르면서, 화자가 바뀐다.

가비와 다비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광주 송정역에서 내리고,
홍이 가족이 광주 비엔날레 구경을 마치고, 부산을 가기 위해 기차에 탄다

홍이 가족이 부전역에서 내리고,
우리 땅 탐방 동아리 친구들이 강릉행 기차를 타는 식이다.

이렇게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도 물론 좋지만 그림이 정말 멋지다.

'한태희 작가가 오랜 시간 이 그림책 작업을 하였겠구나!'
그 수고로움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한강을 중심에 넣고 서울의 전경을 정말 세밀히 그린 이 그림에서 탄성이 절로 났다.
울긋불긋 물든 산들을 병풍 삼아,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 보이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20개 넘는 한강 다리들이며, 서울의 중요한 건물들까지.
일일이 수작업한 작가의 손길이 느껴져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은 상하로 칸을 나눠 윗쪽은 기차가 지나가는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아랫쪽은 기차를 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 그림책을 보면서 꼭 알아둬야 할 배경지식들을 군데군데 넣어 주는 센스까지.
예를 들어 주요평야지역을 이렇게 부연 설명해 주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백지도를 정말 많이 그렸고,
평야 이름부터 해서, 산맥 이름, 강 이름, 산 이름 등등 많은 암기를 했다.
그 때 외었던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유용하게 쓰곤 하는데 요즘은 공부 방식이 바뀌어
딸을 봐도 우리나라 지리에 대해 참 모른다.
초등학생 중에는 제2의 도시 부산이 어디 있는 줄 모르는 아이도 많을 거라 예상한다.
이런 그림책을 자주 보면 지리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굳이 암기하려 하지 않더라도 자주 보면 눈에 익지 않을까!

가장 감동을 받았던 장면은 순천만 갈대 축제 모습이다. 홍이 가족이 기차에서 잠시 내려 순천만 갈대 축제를 즐기는 모습인데 탁 트인 너른 들판에 일렁이는 갈대의 물결과 새 떼들의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다. 채색 도구가 색연필과 파스텔 처럼 보이는데 갈대와 새떼를 어쩜 이렇게 자세히 표현하였을까 몹시 궁금해졌다.

기회가 되면 우리도 홍이 가족처럼 이번 가을에는 기차타고 순천에 가서 순천만 갈대 축제를 즐기고 싶다. 정말 아름답다.

용산에서 출발한 기차는 그렇게 정동진까지 칙칙폭폭 간다.
철마는 휴전선을 넘어 더 달리고 싶지만.....안타깝다.

부록도 참 알차다.
제주도,울릉도, 독도, 휴전선 너머 북쪽 땅에 대해서도 설명이 나와 있다.

우리 땅에 대해 더 궁금한 아이들이 있을까 봐 또 다른 부록도 들어 있다.
이 그림책 하나면 3-5학년 사회 공부는 어느 정도 될 법하다.

다비와 가비, 홍이 가족, 우리 땅 탐방 동아리 친구들을 따라 여행을 하다보니
우리나라 곳곳에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고, 아직 못 가본 곳이 많구나 깨닫게 되었다.
기차 여행이 전보다 많이 편리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꽃 소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되었는데
봄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기차 타고 꽃놀이 가봐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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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산에서는 전라도로 가고, 서울역에서는 경상도로 가지요 ^^;
그렇게 기찻길이 다르답니다.
저는 언제나 용산역을 오갑니다 ^^

그나저나, 기차가 안 닿는 깊은 시골이 아주 많아요.
고흥 같은 데도 기차는 안 다니는데,
기차뿐 아니라 고흥은 고속도로도 안 다닌답니다~

수퍼남매맘 2014-02-19 09:52   좋아요 0 | URL
용산역에서 전라도로 가는군요. 왜 서울역이 아닐까 궁금했는데....

맞아요. 전보다 기찻길이 많이 뻗어나긴 했어도
아직도 구석구석 기차가 닿지 않는 곳이 많지요.

꿈꾸는섬 2014-02-1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좋네요. 저도 다음에 구입해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4-02-19 16:42   좋아요 0 | URL
큰 아이가 3학년 올라가죠? 사회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해요.
판형이 큼직해서 우리나라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어요.

꿀꿀페파 2014-02-2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갑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여기는 취재 현장! - 기자 일과 사람 18
신옥희 지음, 차재옥 그림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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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의 <일과 사람>시리즈, 이번에는 기자 편이 나왔다. 한 때 나도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고3때 <인간 시장>이라는 미니 시리즈를 열중해서 보던 때였다. 장총찬 이라는 기자가 진짜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멋있어 보이는 기자 내지 제대로 된 언론인을 묻는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주@@ 기자와 손@@ 아나운서, 해직된 이@@기자 정도.

우리 나라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 신문"을 발간하면서 신문의 역할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한다.
" 온 백성들의 뜻을 대신 알리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백성들에게 전하고, 백성의 형편을 정부에게 알릴 것이며, 나쁜 벼슬아치들을 고발하겠다."
그 힘든 일제 강점기에 나왔던 독립 신문도 이런 정신을 가지고 신문을 발간하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떤가! 이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신문사와 신문 기자들이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다. 나쁜 선입관일 수도 있지만 난 그 사람이 어떤 신문을 즐겨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치 성향 내지는 가치관을 대충 파악한다. 그만큼 신문은 한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신문을 만드는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느냐를 보여주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신문이 제작되는지 등을 보여주는 인문 교양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이 책을 보는 어린이들과 뭇사람들이 기자 정신이 어떤 것인지 다시 돌아보고, 어떤 눈으로 좋은 신문과 나쁜 신문을 구별해 내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 준다. 신문을 만드는 것은 신문관계자이지만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바로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말처럼 "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창문과 같다" 고 한다. 빨간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빨갛게 보이고, 파란 창문으로 보면 세상이 파랗게 보인다. 어떤 창문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독자이다. 지금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할 때는 더욱 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 그림책은 사계절 신문 기자인 이기찬 기자의 24시간을 밀착 취재하여 기자가 하는 일에 대해 오목조목 보여주고 있다. 이기찬 기자의 하루는 새내기 김초롱 기자의 간밤 보고부터 시작된다.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말주머니를 넣어서 만화처럼 표현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줬다.

신문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신문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명칭들과 그 안내가 나와 있다. 몇 해 전부터 신문 가져오라고 준비물에 써 주면 애들이 신문 안 본다고 난처해한다. 이젠 신문을 가져오란 말을 아예 안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도 일간지 대신 주간지를 보는데 인터넷 발달 이후 일간지 소비가 확실히 줄었다.그림책으로나마 신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 장면에서 그림 작가의 섬세함을 발견하였다. 왼쪽편에 있는 편집장들의 모습을 보라. 커트 머리를 한 여자 분이 안경을 위로 올린 채 기사를 읽는 장면이다. 40을 전후하여 노안이 오면 책을 읽을 때 이런 자세를 취하는데 그런 것까지 잡아 내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이 장면 말고 여러 군데에서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림까지 꼼꼼하게 보길 바란다.

이기찬 기자는 사회부 기자인데 사회의 사건과 사고를 취재하는 기자이다. 그밖에 정치부 기자, 편집부 기자, 문화부 기자 등등. 각각의 기자들이 하는 일을 세세히 알려준다.

이기찬 기자가 오늘 취재할 내용은 바로 " 핵은 이제 그만" 이다. 핵 발전소를 반대하는 행사를 하는데 그걸 취재해서 행사 기사와 핵 에너지에 대한 기사를 보고할 거란다.

<기사 쓸 때 이것만은 꼭 지켜 줘!>
1. 보고 들은 사실을 써야 해.
2.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모두 드러나게 써야 해.
3. 정해진 양만큼 써야 해.
4. 꼭 마감 시간 안에 써야 해.
5. 짧고, 쉽고, 정확하게 써야 해.

기자라면 이 원칙들을 늘 기억하고, 실천해야 되겠지.

핵 반대 행사를 취재하다 급한 연락을 받은 이기찬 기자는 곧장 동물원으로 간다. 거기서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은 동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더운 곳에서 사는 동물과 추운 곳에서 사는 동물들이 똑같은 우리에 있는 것을 보고 다음에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 대해 기사를 써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은 이기찬 기자가 하는 일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 문제와 동물 문제를 이렇게 다루고 있다. 독자는 이기찬 기자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핵과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자가 쓴 기사는 신문사에 보내져 여러 가지 과정을 거져 신문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의 기사, 한 부의 신문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땀방울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자! 이기찬 기자와 새내기 김초롱 기자가 쓴 기사가 신문에 어떻게 나왔나 확인해 보자.

똑같은 핵반대 행사 기사이지만 기자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그 행사를 바라보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지에 따라 기사는 정말 많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계절 신문에는 이렇게 기사가 실렸지만 다른 신문사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실려 있기도 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독자의 몫이다. 핵도 그렇다. 한 쪽에서는 핵이 안전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핵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팽팽하게 대립한다. 가능하다면 여러 기사를 보고,비교하고,스스로 공부하여 제대로 된 진실을 아는 게 필요하겠다. 기존 언론을 믿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 기자가 된 시민들도 종종 보게 된다.

일간지 기사 말고 지금은 다양해진 기사들을 접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세상에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무리들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 왔다." 나라를 제 마음대로 하려는 정치인이나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인, 그리고 제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들은 늘 있거든, 이 사람들은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을 막고 협박을 하기도 해. 기자들은 맞서 싸우다가 신문사에서 쫓겨나거나 몸을 다치거나 때로는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 언론 조작, 언론 플레이, 물 타기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내보내곤 하였다. 그런 무리에 굴복하는 기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용감히 저항하는 기자들도 있다.

왜 기자들은 이렇게 위험을 각오하면서 진실을 알리려 하는 걸까?
" 우리 나라 헌법에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 고 쓰여 있어. 누구나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자유, 진실을 알고, 그것을 알릴 자유가 있다는 뜻이야, 그 자유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기자야. 그런 기자를 지키는 사람이 독자인 우리들이지."

이것이 우리가 좋은 기자,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할 당위성이라고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첫머리에 제대로 된 기자가 몇 명 떠오르지 않는다고 썼다. 난 이 그림책을 현직 기자들,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기자가 꿈인 어린이들,그리고 현명한 독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림 작가의 후기도 꼭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 취재를 거듭할수록 나는 좋은 기자들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거짓이나 속임수보다 참말과 참뜻이 통하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거야, 목소리가 크고 힘이 센 사람뿐 아니라, 가진 것 없고 힘이 약한 사람들 이야기도 널리 전할 수 있겠지. "

2014년에는 기자 정신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기자들이 쓴 제대로 된 기사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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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0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남매맘 님도 좋은 기자넋으로
아름다운 글을 올해에 즐겁게 흩뿌려 주셔요~

수퍼남매맘 2014-01-08 17:2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도 이 책 리뷰 올리셨던데...
저는 기자는 아니지만 제가 속한 곳의 이야기들, 제가 읽은 책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할게요.
함께살기 님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이야기들 많이 올려주세요.
 
소풍
존 버닝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 / 토토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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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대장 존>의 작가 존 버닝햄의 신작이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운 좋게 이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꽤 큰 판형과 함께 글씨도 큼직큼직, 그림도 큼직큼직하다. 단순한 그림과 그닥 많지 않은 글이지만 그 속에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언덕 꼭대기집에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가 살고 있다. 두 아이는 소풍 도시락을 준비한다. 수퍼남매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는데 이걸 보던 딸이 하는 말이 " 보통은 소풍 장소를 정해 놓고 도시락을 싸는데 여기는 거꾸로네?" 한다. 듣고 보니 그렇다. 두 아이는 어디로 소풍을 가려는 걸까?

두 아이는 소풍 도시락을 싸서 언덕을 내려가다 양, 돼지, 오리를 만나 함께 소풍을 가자고 제안을 한다. 마음결이 고운 아이들이다.

그렇게 다섯은 소풍 도시락을 들고 마땅한 소풍 장소를 물색하러 걸어간다. 목적지도 없이 가는 소풍이었다면 화를 낼 만도 한데 다섯은 즐겁게 길을 나선다. 소풍 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즐거울까? 작가는 그들의 즐거움을 이렇게 노랑색으로 표현하였다. 보는 이의 마음도 덩달아 룰루랄라 즐거워진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된다. 황소가 그들을 쫓아오는 게 아닌가! 이러다 모처럼 계획한 소풍이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는데... 아무튼 지금은 황소를 피해 도망가는 게 우선이다.

아! 우리나라 말로는 황소로 번역되어서 유아들은 "어? 황소가 아니라 젖소인데?"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황소는 겨우 피했지만 이번엔 또 뭐야~~? 양의 모자가 바람결에 휘익 날아간다. 그걸 찾느라 모두 야단법석. 다음에는 돼지의 공이 데굴데굴 굴러가고, 또 그 다음은 오리의 목도리가 없어지고....이러다 소풍을 갈 수 있을까 차츰 걱정이 된다. 만약 우리 가족의 소풍이이런 상황이었다면 난 어떻게 반응했을까 상상해 봤다. 나나 남편이나 투덜투덜 거리면서 짜증을 잔뜩 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일이 자꾸 꼬인다면서 소풍을 접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책 속 주인공들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말이 생각난다. 인성이 좋은 아이들이다.

드디어 소풍 장소로 마땅한 곳을 찾아 이렇게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도시락을 맛있게 먹는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만났음에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한 그들은 이 소풍을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이 그림책에서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장면이다. 두 쪽 가득한 그림은 즐거운 소풍 장면을 강조하고,점으로 표현된 풀밭은 정말 상큼하다. 존 버닝햄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정겹고, 개성적이다. 이 장면은 작가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소풍에 지친 동물 친구들을 두 아이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하룻밤 묵게 한다. 두 아이의 친절은 단순히 소풍 도시락을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피곤한 동물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까지 제공하는 것에 이른다. 이 정도의 배려심이라면 어른인 나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침대 다섯 개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나라면 침대를 어떻게 배치했을까 생각해 봤다. 이렇게 삐뚤삐뚤 안 하고, 가지런히 배치했을 것이다. 왼쪽에 2개, 오른쪽에 3개 이렇게 말이다. 작가는 그 점에서 통상적인 나와는 완전 다르게 이렇게 지그재그로 침대를 배치하여 역동적으로 보인다.

마지막, 존 버닝햄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 오늘 밤 내가 어디서 자는지 알아 맞혀 볼까요?" 라고 말이다. 주인공이 바로 "나"로 바뀌는 순간이 아닐까.

내 기억에 소풍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웠다. 두 아이처럼 스스로가 준비한 소풍 도시락을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 즐거울 것이다. 소풍 가다가 뜻하지 않은 문제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즐거운 소풍을 방해할 수는 없다. 올 겨울 즐거운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그림책을 생각하면서 조금 문제가 생기더라도 참도록 하자.

하나 더, 존 버닝햄의 그림을 보면서 미술을 좋아하는 딸에게 이 그림의 구도와 채색을 잘 살펴보라고 했다. 다음에 그림을 그릴 때 도움이 될 듯해서이다. 길 표현하는 법이 대담하고, 채색도 쉬운 듯하면서도 잘 표현되었다. 그림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예시 자료로 쓰면 좋겠다. 이런 그림을 모방하다 보면 그림에 자신감이 조금 붙을 듯하다.

이 그림책 덕분에 나 또한 눈과 마음으로 따뜻한 소풍을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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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3-12-2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올려주셔서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수퍼남매맘 2013-12-28 09:29   좋아요 0 | URL
그림책은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야 하는데(그림책이니깐)
게을러서 매번 그렇게 하지는 못 해요. ^^
이번에는 이벤트로 받은 책이라 사진을 올렸네요.

숲노래 2013-12-2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참말 해는 저렇게 안 그리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해를 저렇게 그려 놓아서
이 그림을 한 번 보면
모든 아이들이 다 해를 저렇게 따라서 그리니까요.

어디로 가야 즐거운 소풍이 아니라,
싱그러운 바람을 마시며 들길을 거닐기에
즐거운 나들이가 되리라 느껴요.

그리고 그림에 나오는 소는 '송아지' 같은걸요.

수퍼남매맘 2013-12-28 09:32   좋아요 0 | URL
님 글 보고 빵 웃었어요. 맞아요. 애들 그림 속의 해가 다 저 모양이죠.
왜 돌려가며 그리는 해도 있잖아요.
아이들 그림에 있는 해는 저런 해 아니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해 두 종류잖아요.

그림책 속의 소는 젖소였어요. 이 그림에서는 작게 보이죠?
저도 보다가 이걸 왜 황소로 번역했을까 싶었어요.
우리나라니까 "젖소"로 해도 상관 없을 텐데 말이죠.

희망찬샘 2013-12-2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게 표준화된 해를 보는 것도 좋던데요. ^^
그림을 보는 순간 존버닝햄이구나~ 했네요.

수퍼남매맘 2013-12-29 19:25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아이들한테 해의 여러 모습을 그려보라고 해도 좋을 듯해요.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창의적이니 색다른 해의 모습이 나올지 않을까요.

2013-12-31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1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손 없는 색시
임어진 글, 김호랑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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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밤, 코끝이 얼얼한 추운 날, 따끈한 아랫목에 둘러앉아

군밤을 호호 불어 먹으며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행복했던가!

요즘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옛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저학년 어린이들은 옛이야기들을 참 좋아한다.

그림책으로 읽어도 재밌지만

할머니가, 엄마가, 아빠가 들려주면 더 좋아할 거다.

 

옛이야기의 매력은

내용이 쉽고, 주제가 명징하고, 신기하고 특별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일 것이다.

권선징악적 결말은 아이들에게

" 착하게 살아야 돼"라는 인성 교육을 자연스럽게 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옛이야기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재미가 아닐까 싶다.

 

교실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옛이야기들을 섭렵하고 있는 중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고 약간 으스스한 분위기의 이야기이다.

처음 봤을 때는 이런 잔인한(?) 이야기도 우리 나라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림형제 동화집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의붓딸의 손을 자른 새어머니와 전후사정도 모르고 새부인에 속아 딸을 내치는 아버지, 

그 손 잘린 아가씨를 거두어 아내와 며느리로 받아들인 총각과 총각의 어머니는 정말 대조적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던데 이 옛이야기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오히려 가족이 아니라 남이 더 가족 같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 잘린 아가씨를 벽장에 숨긴 채 돌봐주는 총각,

자신의 아들을 손 잘린 아가씨와 혼인시킨 어머니,

오갈데 없는 아가씨와 그녀의 아기를 거둬들인 마고할미를 보면 이웃이 더 가족 같고 정이 느껴진다.

반면

어미 잃은 딸이 손이 잘려나가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아비와

비록 의붓 자식이지만 그래도 자식인데 그런 몹쓸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새어미를 보면

가족도 가족 나름인 듯하다.

 

이렇듯 옛이야기 속에는 선인과 악인이 등장한다.

악인은 의붓 자식의 손을 자르는 일을 스스럼 없이 저지르며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더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쯤 되면 우리는 이 악인이 언제쯤 죄값을 치를까 기다리게 된다.

'사람이 어쩜 금수 만도 못하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책은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한

어느 8세 아이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가족 중 누군가의 상습적인 구타로 인해 숨진 가여운 그 아이.

아이의 시신은 여기저기 상습적인 구타로 인한 끔찍한 흉터들로 가득했다.

시신은 정말 처참했다.

팔은 꺾여진 채 제대로 치료 받지 않아 휘어진 상태였다.

누가 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그 아이의 죽음의 진실을 숨기는 가족들.

그들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 방송 보고 우리 가족 모두 분개한 기억이 난다.

가장 이해 안 가는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다.

딸이 그렇게 무참히 죽었는데 침묵하는 아버지.

그를 가장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옛이야기 속에는 어리석어 보일만큼 착한 사람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 속의 아가씨도 마찬가지이다.

손이 잘리는데도 비명 한 번 안 지르고 그 일을 당한다.

새어머니의 농간에 또 한 번 아기를 안고 시댁에서도 쫓겨나건만

"억울하다"라고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착해 빠졌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무지 착하다.

 

이야기가 막바지로 향할 즈음에

독자들은 언제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언제쯤 악한 사람이 벌을 받나 기대하게 된다.

권선징악적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드라마도 악인이 악인다워야 더 재미나는데

이 이야기도 새어머니의 악행이 심해서 더 재미난 것 같다.

분위기가 으스스해서 "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하다. 흐흐흐

 

살다 보면 옛이야기처럼 권선징악적 결말이 이뤄지지 않음을 깨닫는 날이 온다.

악인이 꼭 벌을 받지 않고

선인이 꼭 복을 받지 않는 세상이기도 해서 허무할 때가 있다.

아니 오히려 악인이 더 승승장구 잘  살고

착한 사람이 등신 취급 받고 피해 보는 세상이기도 해서 분노할 때가 많다.

정의가 살아 있다면

권선징악이 이 현세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 맥이 빠질 때도 있다.

그러기에 옛이야기를 읽으면 더 통쾌한 것인지도 모른다.

옛이야기에서만큼은 권선징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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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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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다. 내년 3월이면 3주기를 맞게 된다. 그 동안 우리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먼저 자연의 파괴력을 뻐져리게 느끼게 되었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을 알게 되었으며,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 여행과 해산물을 자제하게 되었다.

이 그림책은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어른도 아닌 아이들이 어떻게 그 엄청난 쓰마니의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두 손을 맞잡고 높은 곳으로 달렸던 게 목숨을 구한 방법이었다니....책에서는 "자기의 목숨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니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2011년 3월 11일 5교시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학교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모두 책상 속으로 숨었다.이어서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방송에 모두 대피하기 시작한다.

무조건 높은 곳으로 달리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있던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 높은 곳으로 달렸다. 신발이 벗어져도 그걸 주울 시간은 없다. 일초가 급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갈라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시 더 높은 곳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이번에는 중학생들이 초등학생들의 손을 맞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디까지 달려야 하는 걸까! 이 아이들은 쓰나미를 피해 2km의 산길을 달렸다고 한다.

그 때 당시의 상황을 그림책은 이렇게 펼친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교와 마을이 쓰나미에 덮치는 그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의 무서움은 얼마나 컸을까! 학교 수업 하다 말고 대피를 하는 거라 부모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고 지나간 그 밤, 600명의 아이들은 체육관에 옹기종기 모여 밤을 보냈다. 순식간에 학교와 마을,내가 살던 집이 박살나는 것을 본 아이들의 마음은 슬프기 그지 없었을 테다. 거기다 부모님 생존 소식도 모르고.... 그렇게 쓰나미가 할퀴고 간 첫 날이 지나갔다.

다음 날 부모님을 만나 조금 걱정을 던 어린이도 있지만 부모님과 영영 이별한 친구들도 있다. 아직 생사도 모르고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이렇게 자연의 힘은 한순간에 가족과 그 모든 것을 앗아 갔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이고 방사능 유출의 위험은 미래까지 이어질 거라고 한다.

그 당시 초등학생의 손을 잡고 달렸던 중학생들은 가족의 생사를 몰라 집에서 마냥 기다리다 목숨을 잃을까 봐 집집마다 이런 쪽지를 붙여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그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런 지혜를 발휘한 중학생들의 명민함이 없었다면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다 쓰나미에 휩쓸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봄에 일어난 쓰나미로 인해 학교는 사라졌고, 아이들은 인근 학교에서 여름까지 생활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쪽지에 각자의 희망을 적었다고 한다. 쪽지 하나하나를 읽다 보니 그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이 아픔이 언제 끝날지....하지만 하루아침에 일터와 보금자리 학교를 잃어버린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쓰나미가 있기 전의 바다와

쓰나미가 지나간 마을의 바다는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쓰나미만 지나갔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바다 또한 복구가 되었겠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인해 문제가 심각해졌다. 방사능이 유출되었고 그로 인해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들을 예전처럼 안심하고 마음껏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장면은 바다가 예전처럼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듯하다.

꼬마의 할아버지는 쓰나미가 무섭지 않냐는 손주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 쓰나미는 무섭지....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살게 해 주었으니 고마운 바다이기도 해."
자연재해는 늘 있어 왔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자연 재해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자연 재해를 예측하고 그 피해를 줄이는 것일 뿐. 그나마 가마이시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이렇게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에 쓰나미에 대비해 철저하게 훈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이렇게 큰 재앙을 끼칠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나 보다.

올 겨울 들어 자주 미세 먼지 주의보가 내리고 있다. 이것 또한 얼마 전까지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인데 이건 자연 재해라기 보다는 무분별한 산업화 때문에 생긴 것이니 자연보다 인간이 더 무서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또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숨을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과 훈련,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을 전하기 위해 어렵게 이 그림책을 냈다고 한다.

아이들이 높은 곳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어떤 할머니가 자신 또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는 그 말씀은 바로 나의 생존이 다른 사람의 생존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가마이시 아이들은 침착하고 용감한 행동으로 그 엄청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생존했지만 그들의 아픔 또한 아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우리도 살면서 어떤 재앙을 만날지 모른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남아야 남도 살릴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임을 이 그림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하여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되뇌여 본다.
1.상상에 그치지 말 것! 자연의 힘은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2.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한다. 자연을 두려워하고 어떤 때에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3. 첫 번 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될 것! 내가 진심으로 도망쳐야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열심히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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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