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추장
수잔 제퍼스 지음, 최권행 옮김 / 한마당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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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지인의 서재에 마실 갔다가 수잔 제퍼스의 다른 그림책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이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라는 그림책에서 그림이 정말 인상적이어서 그녀의 이름을 외우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녀가 쓰고 그린 그림책이서 더 관심이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교 도서실에 가서 찾아 봤더니 있었다.

앗싸 빙고!!!

 

실존했던 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연설을 인용하여 쓰고 그린 아주 철학적인 그림책이었다.

미국의 도시 "시애틀"이 바로 이 추장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임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얼마나 존경 받는 인물이었으면 도시 이름으로 지었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그림책은 작가가 연설문의 일부분을 인용하고 편집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읽고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100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깊은 울림이 있다.

그러니 그의 연설을 직접 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을 것 같다.

나직하면서도 조근조근한 그의 목소리는 대지를 울렸을 듯하다.

그 자리에 있던 동물들, 자연도 그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었을 듯하다.

 

인디언들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자연 및 동물을 자신의 형제라고 여기며 존중한다고 알고 있다.

이 그림책을 보니 아주 오래 전 봤던 <늑대와 함께 춤을>도 기억이 난다.

오래 전부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인디안들을

어느 날 외지인들이 몰려들어와 처참하게 살육하고 그들의 형제들을 돈으로 사려고 한다.

그런 백인들을 향하여 시애틀 추장은 말한다.

"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일 뿐" 이라고 말이다.

시애틀 추장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어 본다.

그의 말처럼 돈을 주고 하늘을 살 수 있던가!

돈을 주고 강을 살 수 있던가!

돈을 주고 봄을 살 수 있던가!

100년 전 그가 백인들을 향하여 울부짖었던 그 말이 진리였음을 지금 우리는 깨닫는다.

그 깨달음이 너무 늦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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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6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서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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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 드라마를 끊고 살았는데 요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때문에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영화 혹은 드라마로는 <러브 스토리> 자리를 넘볼만한 게 그동안 나에게는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아마 겨울이 올 때마다 오 수 , 오 영이 나오는<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가장 먼저 기억날 듯하다.

특히 남녀 주인공이 겨울 산 정상에 올라가 눈꽃들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를 듣던 그 장면이 가장 뇌리에 남아 있다.

그건 러브 스토리의 남녀 주인공이 유명한 주제곡을 배경으로 뒤로 벌렁 누워 눈장난을 하던 모습 만큼

심혈을 기울여 찍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노희경 작가와 연출가의 멋진 하모니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내가 과연 눈이 내린 산 정상을 가게 될지 심히 의심스럽다-나도 그들이 들었던 그 멋진

자연의 풍경 소리를 듣고 싶다.

이 드라마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겨울의 아름다움을 정말 잘 표현한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수잔 제퍼스가 두 번의 눈보라를 보며 그 느낌을 고스란히 표현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처음 본 건 한겨울이었다.

겉표지에 눈이 포근히 내려앉은 나무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강렬한 첫인상을 주었던 이 그림책을 읽은 건 겨울이 아니라 벌써 계절이 바뀌어 봄이었다.

한겨울에 봤더라면 더 감흥이 컸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려는 순간,

때마침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보게 되니 줄어들려던 감흥이 다시 커졌다.

드라마와 그림책이 겹쳐지며 그 동안 잊고 지냈던 겨울의 멋진 풍경들이 내 머릿 속에 다시 그려졌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숲의 정경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림 한 장 한 장이 정말 아름답다.

칼라와 흑백이 주는 아름다움 또한 대조를 통해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최소한의 칼라만 입히고 나머지는 눈의 아름다움, 겨울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주기 위해  흑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멋진 눈결정을 보시라!!!

그림에 별 소질이 없는 나는 다른 표현도 어렵지만

특히 하얀 눈을 표현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교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고 하면

" 와! 그림 잘 그리겠다" 하지만

실상 난 그림에 전혀 소질이 없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보면서

'아! 눈 쌓인 나무와 눈 내린 마을, 숲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물론 깨닫는다고 해서 그렇게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서도 말이다.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 그림책이 겨울 풍경의 교과서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딸도 이 그림책을 보면서

" 엄마, 진짜 나무와 겨울 풍경이 멋지다!!!" 를 연발하였다.

눈썰미가 좋은 아이들은 이런 그림책만 보더라도 모방하여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이 그림책을 자세히 보면 하얀 눈 속에 동물들이 숨은 그림처럼 숨어 있는 게 보인다.

얼마 전 읽었던 <비밀의 강>이나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처럼 그림 곳곳에 동물들이 숨어 있어서

아이들이 이걸 보면 참 좋아할 것 같다.

 

                                                                     토끼를 찾아 보세요.

 

지난 겨울 너무 추워서 -난 추위를 정말 잘 탄다-

겨울의 풍경을 즐기기보다

"추워 추워 으~ 징그럽게 추워!!!"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 그림책을 마주 하고 보니 겨울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왔다.

왜 그 때는 겨울이 주는 아름다움을 잠깐 멈춰 서서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춥다며 불평하기 전에 겨울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

겨울이 나에게 주는 축복을  느끼며 지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

 

돌아오는 겨울에는 이 할아버지처럼 잠깐 멈춰 서서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보다 훨~ 씬 연세가 많으신 호호 할아버지가

어린아이처럼 폭신한 눈에 드러누워 눈천사를 만들고,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에

감성지수는 나이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난 언젠부터 눈이 와도 좋아하기보다 걱정부터 하게 되었을까?

나도 예전에는 이 할아버지처럼 눈만 오면 방방 뛰며 좋아했었는데....

러브 스토리 주인공들처럼 눈밭에 벌렁 드러눕기도 했는데....

어쩌다 눈이 와도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나무들을 봐도 멈춰 서지 않고 눈을 피해 냅다 달리게 되었을까?

나도 어느덧 감성보다는 현실에 젖어사는 생활인이었던가 보다.

매일 감성적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서도

이렇게 새햐안 눈 이불이 온 세상을 포근히 덮어 주는 날에는

이 할아버지처럼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그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나이고 싶다.

눈과 겨울은 한참 기다려야 하니

지금부터라도 자연이 주는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즐기려고 노력해야지.

학교에 산수유 꽃이 피었던데....

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꽃향기라도 맡아 봐야겠다.

개나리,진달래,목련 등 봄의 전령사들이 기지개를 켜면 아이들 손 잡고 봄 구경 가야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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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3-2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내일까지 2편이나 리뷰해야 되는데...
몸도 맘도 분주해서 서재글도 못 읽고 책도 못 읽어요.ㅠ

수퍼남매맘 2013-03-23 18:36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분주한 3월이에요.
저도 이렇게 리뷰기한까지 꽉 차기는 첨인 듯해요.
바쁜 나날이 하루빨리 지나가길....
 
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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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만큼 비밀로 흥분되는 때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어렸을 때였어요. 언니와 같이 학교 뒷산에서 옥색을 캐곤 하였습니다. 옥색은 분필처럼 글씨가 써지는 것이었는데 그걸 발견하고는 우리 둘만이 아는 상자에 넣어 고이고이 간직하곤 했었죠. 가끔 언니와 선생님 놀이를 할 때 언니는 그 옥색으로 분필 삼아 선생님 역할을, 나는 학생 역할을 하곤 하였답니다. 행여나 누가 와서 옥색이 들어있는 보물 상자를 가져갈까 봐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그 당시 남자 아이들에게 딱지 상자가 보물 상자였다면 우리 자매에게는 옥색 상자가 보물 1호였지요. 옥색을 모아놓기만 하고 아까와서 쓰지 않는 바람에 결국 나중에는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추억만은 남아 지금까지도 날 행복하게 만듭니다.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은 그런 것 같습니다. 커다란 추억 하나를 나에게 선물하는 것이죠. 그래서 일까요? 아마 제목 때문이었겠지만 '비밀의 강'을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어린 시절 비밀로 행복했었던 그 추억이었습니다. 과연 이 '비밀의 강'에 숨어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보통 그림책에는 잘 쓰지 않는 검은색 표지에다 그림 스타일마저도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와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책은 내게 여러 면에서 즐거움을 맛보게 해 주었습니다. 일단 작가가 성장 소설로 유명한 '아기 사슴 플렉'을 쓴 마저린 키넌 롤링스라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알고보니 이 글은 그녀가 죽은 뒤에야 비로소 발견된 유작이더군요. 그 때가 1955년이었는데 인종 차별이 심했던 때인지라 발간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이 흑인 여자아이였기 때문이죠. 그 때까지만 해도 그림책에 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당시 초판본을 그린 레너드 웨이즈 가드는 여자 아이가 흑인이라는 것을 숨기려고 일부러 커피색 종이에 그렸다고 합니다. 이번에 나온 라가치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두 번째 만들어진 책입니다.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란 그림책으로 이제는 우리들에게도 제법 잘 알려진 딜런 부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는 흑인임을 감추기 위한 꼼수를 더 이상 부리지 않습니다. 흑인의 인권이 그만큼 나아졌다는 걸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딜런 부부의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썼던 '밤을 켜는 아이'로 처음 만났고 인류 역사상 등장한 모든 그림 스타일을 다 반영했던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로 팬이 되었죠. 그래서 이번 그림책도 아주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림책마다 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그들이었기에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그림을 보여줄까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 역시나 딜런 부부였습니다. 이번 그림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이더군요. 그들의 그림을 보면서 가장 많이 기억났던 것은 '앤서니 브라운'이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 속에 이런저런 자잘한 비밀들을 숨겨놓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책은 마치 숨은그림찾기 같습니다. 그런데 '비밀의 강'의 딜런 부부의 그림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림 속에 자잘한 숨은 그림들이 참 많이도 있습니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런 그림 찾아내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아들도 처음에는 근사한 앞표지 그림에 혹하여 그림책을 보다가 제법 글씨가 많아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숨은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림 찾기에 흥미를 느낀 나머지 결국 끝까지 다 읽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이들이 얼른 이해하기에는 좀 어려울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림 덕분에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보고 다시금 그림책은 그림도 글만큼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플로리다 숲 속 작은 집에 살고 있는 칼포니아는 생선 가게를 하는 아빠에게서 더 이상 물고기들이 잡히지 않아 살기 어렵게 되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보통의 아이라면 아빠의 그 말을 흘려 들었겠지만 어린 시인인 칼포니아는 아빠의 그 말이 뇌리에 박혀 하루 종일 물고기 생각만 합니다. 칼포니아는 자기가 직접 나서서 물고기를 잡기로 결심하고 마을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알버타 아주머니를 찾아갑니다. 그 아주머니로 부터 '비밀의 강'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된 칼포니아는 바로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섭니다.

 

             

 

  아버지를 돕기 위해 직접 물고기를 잡으러 나서는 칼포니아는 그 마음이 참 따스해 보입니다. 하지만 칼포니아의 가정은 넉넉해 보이지 않습니다. 딜런부부는 그 사실을 그림 여기저기에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1-2번 봤을 때는 나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다시 보니 눈에 들어왔어요.  깨진 꽃병, 손잡이가 하나 없는 서랍장, 금이 간 침대, 끈으로 꽁꽁 동여맨 의자 다리 등등. 칼포니아 집 곳곳에 가난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당시만 해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 거기다 별로 여유롭지도 못한 가정. 그렇게 칼포니아의 환경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포니아는 자연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남도 위할 줄 아는 따스한 마음을 지녔습니다. 거기다 참 천진난만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자신의 잠을 깨우는 이른 새소리에서 사랑의 밀어를 들을 줄 아는 아이입니다. 그렇게 자연의 어떤 작은 하나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마치 자기 일처럼 보듬어 안으려는 그 마음. 사랑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는 그 마음이 제 생각엔 칼포니아를 시인으로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칼포니아에게 시란 나 아닌 다른 존재를 헤아리는 것이며 그 이해를 통해 그냥 눈으로만 보면 볼 수 없었던 자연의 온갖 생명들에게 간직된 비밀을 엿보게 되는 하나의 창문입니다. 아마 그래서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던 '비밀의 강'을 칼포니아는 찾을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어져요.   

 

          

 

   칼포니아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화상이 있다면 나는 바로 이 그림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른 존재를 자신만큼 소중히 여기면서 먼저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칼포니아의 모습이 정말 잘 나타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그림책에 나오는 '비밀의 강'이 정말로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습니다. 칼포니아에게 비밀의 강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알버타 아주머니는 나중에 칼포니아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비밀의 강은 네 마음 속에 있단다.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 곳에 갈 수 있지. 자, 눈을 감아보렴.

 그럼 보일 테니까"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오래 생각한 끝에 알버타 아주머니의 이 말은 사실 이걸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사람을 자신만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비밀의 강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칼포니아가 가진 사랑으로 가득찬 마음이 비밀의 강이 되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강에 그토록 많았던 메기들은 그만큼이나 풍성한 칼포니아의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건져온 메기를 칼포니아가 부엉이와 곰 그리고 표범에게 나누어주는 건, 다 같이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칼포니아의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 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 고마워." 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이건 숲에서 세번째로 표범을 만났을 때 칼포니아가 들려주는 시입니다. 남을 먼저 헤아리려는 사랑 가득한 칼포니아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 뒤에 숲을 빠져나오면서 두루미가 떨어뜨린 깃털 하나를 칼포니아가 주워 자신의 머리에 꽂는 것도 역시 이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 두루미는 부부애가 강해서 사랑과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 깃털을 머리에 꽂는 것은 칼포니아가 두루미와 같은 사랑의 존재라는 걸 나타내는 것입니다.

 

 

 

 또한 메기가 바로 칼포니아 사랑의 은유라는 것은 그 메기들을 가져간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에게 하는 것에서도 나타납니다. 아버지도 칼포니아가 동물들에게 그랬듯이 힘든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메기들을 돈을 받지 않고 그냥 나눠주니까요. 이걸 사랑이 아니라 달리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림책에는 '힘든 시기'라는 말이 참 많이 나옵니다. 저는 그래서 마저린 키넌 롤링스가 사람이 살면서 언제든 만나게 되는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나갈 것인지 바로 거기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해답은 바로 사랑인 것이죠. 칼포니아는 정말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지만 거기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흑인이고 집이 가난해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남을 자신만큼 아끼는 그 마음은 털 끝하나 상처입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마음 때문에 칼포니아는 힘든 시기를 행복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부엉이, 곰, 표범을 비롯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까지 결국은 이겨내게 만들었습니다. 사랑만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힘든 시기라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대공황이 한창일 때 쓰여졌다고 합니다. 대공황은 지금도 역사책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는 시기입니다. 정말 어느 누구하나 힘들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마저린 키넌 롤링스는 그토록 힘겨운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힘든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생각했고 그 대답을 이와 같은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비밀의 강'은 마저리 키넌 롤링스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사랑의 메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여기에 담긴 마저린 키넌 롤링스의 주제를 더욱 잘 보여주기 위해 딜런 부부는 그림으로 이렇게도 표현했습니다.

 

 

 딜런 부부는 뒷표지에 이렇게 비밀의 강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칼포니아 가족 셋이서 아침 식사를 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바로 이 그림이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칼포니아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 저 그림이 있다는 것은 비밀의 강은 어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족들의 사랑이 충만한 공간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서로 믿고 헤아리며 더욱 사랑하면 칼포니아 가족이 그랬듯이 얼마든지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비밀의 강'은 살면서 힘든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힘들다는 핑계로 나만 위하면서 살지말고 그럴수록 다른 생명이나 타인을 더 많이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아낸 이 책이 간직한 비밀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지는 오래되었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낡았다거나 남의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도 몹시 어렵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난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비밀의 강'이 세상에 나왔던 그 대공황만큼이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칼포니아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며 지금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그대로 비록 지금이 아주 힘든 시기이지만 사랑으로 이겨나갔던 칼포니아와 마을 사람들처럼 우리 역시도 '사랑'으로 함께 한다면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마음 속에 원래부터 있는 '비밀의 강'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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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9 0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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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9 0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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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이광표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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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가시는 거 좋아하시나요?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답니다. 그런데 저랑 같이 근무했던 후배는 사회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들과 박물관 견학을 자주 가더라고요. 박물관 가는 게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그 후배가 쓴 책을 보니 그 후배와 함께 박물관을 가면 볼 게 많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후배 반이 된 아이들은 사회 특히 우리 나라의 역사나 문화재만큼은 어른인 나보다 아는 게 많겠다 싶었습니다. 어떤 한 분야에 전문인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임에 틀림 없습니다.

제가 박물관 나들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배경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상태에서 박물관에 가면 다 그게 그거 같아 보여서 흥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박물관에 가기 전에 지금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을 약간 공부하고 가면 훨씬 꼼꼼하게 문화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 전에 6학년 아이들과 경주로 고적 답사를 간 적이 있는데 해설사와 함께 다니니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감동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러니 박물관에 가기 전에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예습은 필요한 것 같아요. 그 때 해설사와 함께 돌았던 경주 남산이 이 책에도 나오는데 경주 남산은 하루에는 다 훑어보지 못할 정도로 문화재가 많은 곳이라는 해설사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따뜻한 봄이 되면 우리 아이들과도 꼭 한 번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 바로 경주의 남산이에요. 경주의 벚꽃이 아주 화려하다던데....


문화재 연표 그림책이니 문화재가 연대순으로 나온 그림책이라는 거겠죠. 역사나 문화재는 호불호가 강해서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저학년 때부터 열광하는데 싫어하는 어린이들은 고학년이 되어도 지루해 하고 흥미없어 하더라고요. 그럴 때 이렇게 문화재 연표 그림책으로 다가가면 박물관 나들이도 좋아하게 되고, 우리 나라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더 나아가 국사에 대한 애착심도 생길 듯해요.

저도 이 책에서 처음 보는 문화재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 가장 눈에 띈 게 바로 북한에 있다는 단군왕릉이었어요. 1993년에 북한에서 5000여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남녀의 뼈 조각이 발견되었고 이 뼈의 주인이 바로 단군과 단군 부인이었다고 하네요. 단군왕릉이 북한에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던 부분이라서 참 흥미로웠습니다. 실제 단군 뼈인지 아닌지는 좀 더 확인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단군 뼈라면 정말 놀랍지 않나요?

또 하나 제 눈길을 끈 문화재는 철기 시대 문화재로써 오리 모양의 토기인데 오리 모양의 토기는 처음 봐서 무척 새로웠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 새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 고 믿어서 새 모양의 토기를 만들어 무덤에 넣었다고 합니다. 토기가 참 귀엽네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물을 보면 가끔 이런 모양의 장식을 쓰고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어요.진짜 섬세한 금동장식인 것 같아요. 삼국 시대에 벌써 이렇게 세밀한 장식을 한 걸 보면 우리 조상들의 세공 기술은 정말 탁월한 것 같아요. 가운데 부분을 자세히 보면 "삼족오"가 보이고, 그 양옆으로는 봉황을 표현하였다고 해요. 제 눈에는 봉황이 잘 안 보여서 아쉬웠어요. 여러분도 한 번 찾아보세요.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이 귀고리예요. 어쩜 이렇게 정교하게 표현을 하였을까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신라 귀고리 가운데 가장 정교하고 화려하다"고 합니다. 제가 본 장신구 중에서 가장 정교해 보여 이 귀고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중간을 이어주는 고리에도 무늬가 새겨져 있다고 하니, 그 정교함에 입이 떠억 벌어집니다.

책은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이렇게 문화재 퀴즈까지 내 주어 알찬 학습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도 몇 문제 풀어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물론 100점은 못 맞았어요. 100점이 아니라도 어때요? 가족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저절로 머리에 장기저장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도자기라고 하는데 "도기"와 "자기"가 엄연히 다르다고 하네요. 이렇게 혼동하기 쉬운 것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있어요. 이제는 안 헷갈릴 것 같아요. 유약을 발라서 높은 온도로 구운 것은 그러니까 자기가 되는 거랍니다.

언젠가 문화재 관련 연수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지붕에 대해 알려 주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런데 반갑게도 이 책에 자세히 설명이 나와 있더라고요. 연수를 듣기 전에는 모두 같은 기와지붕이라 여기고 자세히 보질 않았는데 그래도 그 연수를 받고 나니 한 번이라도 지붕을 더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지붕 설명 바로 위에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 무량수전>이 나와 있는데 딸과 함께 그 기둥을 껴안았던 추억에 잠깐 빠져 봤습니다. 단체 여행이라서 일정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여 기둥만 쓰윽 한 번 안아보고 후닥닥 내려왔던 아쉬움이 남아 있어요. 부석사, 무지 멋진 곳이었는데...다시 한 번 가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어요.

그 다음은 문화재하면 항상 빠지지 않는 <윤두서의 자화상>이에요. 그림 관련 책을 봐도 문화재 관련, 역사 관련 책을 봐도 이 그림은 항상 나오더라고요. 매서운 눈초리에 얼핏 보면 목이 없어 보여 약간 으시시한데 아래 설명을 보니 처음부터 어깨선이 없었던 게 아니더라고요. 아이들은 이런 비화를 들려 주면 귀가 쏠깃해서 잘 듣더라고요. 저도 국사 배울 때 정사보다는 선생님이 삼천포로 빠져 들려주시던 야사가 더 재밌고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국사 배울 때 이런 이야기를 가끔 해 주는 게 노하우가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사진과 거의 똑같아 보이는 사실적인 그림은 따라올 자가 없는 것 같아요. 한 번 보면 절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런 그림입니다.

문화재 연표 그림책과 더불어 선사 시대부터 근대까지 여행을 하다 보니 어느덧 지루할 것만 같던 박물관이 무지 가고 싶어졌어요. 그 유명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도 내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면 그림 한 점당 1초 이상 시선을 주지 못하고 후닥닥 지나가게 된다고 해요. 하지만 이렇게 미리 박물관에 가기 전 조금이라도 예습을 하고 가면 문화재 한 점 한 점이 새롭게 다가와서 내 발걸음을 멈출 지도 모르겠어요.

꽃 피는 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봄 나들이 겸 삼아 고궁이나 박물관에 가 봐야겠어요.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한 번 더 읽고 퀴즈도 풀어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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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23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비룡소 전래동화 24
성석제 글, 김세현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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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는 늘 독자를 감동시키곤 합니다. 우리 나라 역사 속에서도 종종 이런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곤 하는데 선화공주와 서동 이야기,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에 성석제 글과 김세현 그림으로 새롭게 나온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이야기는 두 작가의 조합만으로도 진짜 궁금한 책이었습니다. 읽어 보니 과연 입에 척척 달라 붙는 글과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이 잘 어우러져 지혜로운 평강 공주와 용감한 바보 온달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들려 주고 있습니다. 겉표지에서 보듯이 초록 말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안표지를 보면 색다르게도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고구려 평원왕 때 있었던 평원왕의 딸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볼까요?

평원왕이 고구려를 다스리던 시절, 온달이라는 사람이 있었대요. 생김새는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어서 멀리서도 잘 보였지만 눈 먼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고 집이 가난하여 이 집 저 집에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고, 씻지도 않고 남루한 옷차림에 사람들이 놀려도 아무 댓구를 하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놀렸답니다.

한편 평원왕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평강이었대요. 그런데 평강 공주는 한 번 울음이 터지면 그치질 않아 모두들 울보라고 하였답니다. 왕은 공주의 울음보가 터질 때마다 "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낸다" 라고 했고, 공주는 그 소리를 들으면 울음을 그치곤 하였대요.

어느덧 평강 공주가 시집 갈 나이가 되자 왕은 좋은 집의 자제와 혼례를 치르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평강 공주는 자신이 울 때마다 했던 왕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은 바보 온달과 결혼하겠다는 거예요. 화가 난 왕은 " 그건 네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한 말이다" 라고 말하고 이에 공주는 "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께서 그렇게 쉽게 말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저를 온달에게 보내 주세요" 라고 합니다. 임금은 화가 나서 공주를 궁에서 내쫒았어요.

궁에서 쫒겨난 공주는 곧장 바보 온달을 찾아 가고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하지만 온달은 여우 귀신이 나타났다며 달아나고 말죠. 하지만 공주는 포기하지 않고 온달의 어머니를 설득하여 함께 지내게 됩니다. 공주에서 하루 아침에 스스로 비천한 신분으로 내려간 공주의 행동이 진짜 용감하지 않나요?

공주는 제일 먼저 더러운 온달을 깨끗이 씻기고 손수 지은 옷으로 갈아 입혀요. 옷이 날개라고 진짜 거지 같던 온달이 이렇게 말쑥해졌네요.

그것뿐 아니예요. 온달에게 궁에서 내다버린 여윈 말을 하나 구해 오라고 하여 그 말을 궁에서 배운 대로 숙련시켜 살 찌고 좋은 말로 기른답니다. 이 말이 겉표지에 나왔던 그 멋진 말이네요. 어때요? 공주의 지혜가 대단하죠?

이게 다가 아니랍니다. 공주는 이제 온달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공주의 온달 변신 프로젝트는 매일매일 계속되었습니다. 말도 온달도 공주의 가르침 대로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공주는 좋은 원석을 알아보는 재주가 있었나 봅니다.

몇 년이 지나 평원왕이 개최한 사냥 대회에 온달도 출전하게 되고 여기서 온달은 임금의 눈에 띄게 됩니다. 그 동안 공주와 온달이 노력한 결과죠.

나라에 전쟁이 터지고, 온달은 전쟁터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됩니다. 흑백으로만 표현한 이 장면이 참 멋지더라고요. 김세현 작가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힘이 넘칩니다. <엄마 까투리>에서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죠.

혁혁한 공을 세운 온달을 임금은 사위로 받아들이고,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됩니다.

하지만 온달은 새로 즉위한 왕에게 힘을 주기 위해 스스로 옛 고구려 땅을 찾겠다고 나서며
" 내가 그 땅을 우리 고구려 땅으로 만들지 못하면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소" 라고 공주에게 굳게 약속하고 길을 떠납니다. 이 말이 어쩐지 슬픈 결말을 예감하게 하네요.

어릴 때 울보였던 저도 아주 어려서부터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시대 사람인지도 모르고 울보면 바보와 결혼해야 한다는 무서운 이야기 때문에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고 했던 기억이 아스라히 납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가 <삼국사기>에서 용감한 장수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열전>에 나온 고구려 장수 온달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보다 신분의 제약이 많았던 시대에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나라의 공주와 비천한 신분의 온달이 어떻게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게 가능하였을까요? 그게 궁금하다면 책 끝에 실린 <알고 보면 더욱 재미난 옛이야기>를 찬찬히 읽어 보면 " 아하 그렇구나!" 조금 이해하게 될 거예요.

어찌 되었거나 신분을 초월한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 그림책은 평강 공주가 더 부각되어 보입니다. 다른 책들을 보면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라고 나오는데 이 책들은 아마 온달이 더 부각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평강 공주는 참 지혜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임금으로서 빈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부분이나 스승으로서 온달을 가르치는 면면을 살펴 보면 강단이 있고, 현명한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평강 공주는 원석을 발견하는 예리한 눈과 상대방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에 맞게 훈련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진정한 멘토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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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1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세현 화가의 그림 스타일 맘에 들어요.
엄마 까투리와 신영복 선생님 책에서도 맛보았던 스타일이라 반가웠어요.^^

사계절에서 나온 박수근 화백의 그림책에선 평원왕이 아니라
'평강왕'이라 써 있는 걸 이번에 발견했어요.

수퍼남매맘 2013-02-17 15:56   좋아요 0 | URL
아 그런 큰 실수가 있었군요.
저도 김세현 작가님 스타일 좋아해요.

러브캣 2013-02-23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수퍼남매맘 2013-02-23 12:06   좋아요 0 | URL
수고가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