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창체 시간에 동시 외우기를 하였다.

집에서 외어온 동시를 한 명씩 앞에 나와서 암송을 하였다.

몇 번 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참 잘한다.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는 말이 맞다.

두 아이가 같은 동시를 외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커서 이 동시를 이 주의 동시로 선택하였다.

 

아이가 앞에 나와서 이 동시를 암송하는데 나도 모르게 푸하핫 웃음이 터졌다.

선생님이 왜 저러나 했을 게다.

예전에 이 동시가 실려 있던 동시집을 읽을 때도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 동시집에는 읽으면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동시가 꽤 여러 개 들어있다.

 

꽃구경 다녀오는 길에 부부싸움이 나고

아이들은 부모의 심각한 싸움에 얼음처럼 얼어붙은 그 모습이

바로 우리 가족의 모습과 똑같다.

아직도 우리 부부는 여전히 싸운다.

결혼 10주년이 넘으면 안 싸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안 싸운다는 부부 보면 진짜 신기하다.

아직도 상대방보다 자아가 더 소중한가 보다. 동시 듣고  급반성한다.

 

동시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심각하게 싸워대니

한편 무섭기도 하고 혹시 자기들에게 불똥이 튈까 봐 둘다 약속이나 한 듯 말이 없어진다.

그런데 눈치코치 없는 내비게이션만 자기 할 말을 다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이 상황이 재미있게 들렸나 보다.

이 동시를 듣더니 깔깔거린다.

 

이 동시에 표현된 가정의 모습은 아마 모든 가정에서 있었음직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부부싸움에 잔뜩 긴장하고 불안한 아이의 모습을 동시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면서 반성한다.

나도 우리 수퍼남매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엄청 줬구나 싶어서 어른으로서 참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아이들에게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 잔소리 하면서

부모는 아이들 앞에서 제가 잘 낫다 제가 옳다 목소리 높여 싸워댔으니....

정말 부끄럽다.

싸우더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안 싸워야지 다짐다짐하건만 그걸 못 지킬 때가 너무 많다.

내 옆에 있는 사람 하나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어찌 사랑할꼬.

참말로 반성한다.

 

오늘 아이들과 이 동시를 외우면서

" 얘들아, 선생님 이 동시 외우면서 엄청 반성 했단다. 다시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말자고 결심했어"

잘 지킬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노력해야겠다.

아이들도 부모님 싸우던 모습이 떠올랐는지 아니면 내비 혼자 떠드는 게 재밌었는지 엄청 공감을 하면서

이 동시를 참 좋아한다. 오늘은 3행까지 외었다.

 

내비게이션

                             김현숙

 

꽃구경 다녀오다가

엄마랑 아빠랑 싸웠다.

 

차안이 조용해졌다.

 

나도 말 못하고

동생도 말 못하고

 

내비게이션 혼자 떠든다

 

-우회전하세요

-유턴하세요

-속도를 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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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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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8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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