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와 괴물 사형제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
정하섭 글 한병호 그림 / 길벗어린이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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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덕분에 요즘 그림책을 자주 보게 된다. 매일 그림책 2권씩을 함께 읽어가고 있는데 아들도 좋아하고, 나도 즐겁다.

이 그림책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읽기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동화의 원작이다. 2월에 개학하면 배울 차례이다. 일부러 남겨 놓았다.

흑룡의 해인 2012년, 상상의 동물인 해치를 잘 아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해치가 우리 조상들이 용만큼이나 아주 사랑하던 상상의 동물이란 것을 깨닫게 되고 주변에 있던 해치 조각상들도 좀 더 관심 있게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이야말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꼭 읽어 주거나 읽힐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의의 뿔을 가진 해치의 모습이다. 누군가 잘못을 저지를 때면 저 날카로운 뿔로 받아 버린다.

이런 정의의 사자인 해치를 아주 싫어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땅 속에 사는 괴물 사형제이다. 이들은 엄청난 장난꾸러기인데 사형제가 장난을 부릴 때마다 해치가 나타나 혼내곤 하니 괴물 사형제에겐 해치가 눈엣가시이다.

사형제는 해치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작전을 세운다. 그 작전이란 다름 아닌 해를 훔쳐 오는 것이다.

해치가 잠든 틈을 타서 철그물에 해를 담아 살금살금 나오는 괴물 사형제. 도대체 해를 가져다 뭐를 하려는 걸까?

아뿔사!!! 괴물 사형제는 해를 네 조각을 내서 동서남북에 각각 내 걸어 버렸다.
하늘에 해가 네 개가 떠 있으니 그 다음 일은 상상에 맡긴다.


해를 도둑 맞았다는 걸 알게 된 해치는 괴물 사형제의 소행임을 알고 그들을 벌 주기로 한다.
자! 이제부터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해치와 괴물 사형제의 진검 승부가 나온다.

남자 아이들이 열광하는 부분이 여기부터이다.
울 아들도 사형제와 해치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무지 열광했다.


막내 박치기 대왕이 먼저 해치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을 이기면 해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감히 정의의 사저 해치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울 반 아그들에게 겨울 방학 동안 꼭 읽어 보라고 했는데 읽어 올까?
교과서에는 일부분만 나오기 때문에 꼭 원작을 읽어 보는 게 좋다.


뒷면에는 해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덤으로 나와 있다.용만큼이나 해치도 사랑해 주라구요.

다 공부하고나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과자 회사 중에서 @@제과의 그 @@도 해치를 가르키는 말이에요 ." 한 마디 해주면 절대 해치를 잊어버릴 염려가 없다.

올 한 해도 하늘에서 해치가 늘 우리 땅을 지키고 있어서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을 그 날카로운 뿔로 들이받아 다시는 못된 짓을 하지 않도록 해 주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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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1-04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과 함께 단원 공부하면서 주욱 읽어주었지요. 해설 글까지 말이지요. 아이들이 너무 잘 들어 주어서 참 예뻤답니다.

수퍼남매맘 2012-01-04 23:38   좋아요 0 | URL
전 2월에 읽어 주려고 남겨 놓았답니다. 책 읽어 줄 때 귀 쫑긋 세우고 듣는 모습 보면 참 보람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챈티클리어와 여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7
제프리 초서 원작 | 바버러 쿠니 그림, 개작 |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구판절판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림책이 몇 권 있다. 그 중 하나인 그림책이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벅차는 그 느낌!!!
뭐라 다른 말로 표현할 수가 있으랴!


과부는 두 딸과 아주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들의 가난한 살림살이와는 달리 주변 환경과 그림은 빼어나게 아름답다.
그들의 가난이 현실이라 믿겨 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과부는 부지런하여 그럭저럭 딸들과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과부에게 있는 거라곤 가축 몇 마리 정도 뿐이었다.

그것들이 과부 가족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들임에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

과부 가족의 먹거리는 고작 우유와 거무스름한 빵뿐이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과부의 가난이 현실로 다가오는 장면이다.
어두침침한 부엌의 모습이 과부의 가난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다.

과부에게는 아침마다 "꼬끼오" 하며 새벽을 알려주는 멋진 수탉 챈티클리어가 있었다.
이 멋진 모습을 보시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수탉>과 배틀을 해둬 될 만하다.

챈티클리어에게는 일곱 마리나 되는 암탉이 있었다. 그 암탉들이야말로 과부 가족에게 음식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겠지. 수탉은 그 암탉들을 잘 지키고 보호해 주는 일을 하고 있을 테고.

챈티클리어가 암탉들과 산책을 나간 날, 챈티클리어에게 위험이 닥쳐 오고 있었다.

그 위험이란 바로 여우가 호시탐탐 닭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우가 닭들을 노리는 장면은 유일하게 흑백으로 표현해서 긴장감을 더해 주고 있다. (여우의 혓바닥만 빨갛게 처리하였다. )

위풍당당하던 챈티클리어는 여우의 꾀에 속아 넘어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다가 이렇게 여우에게 목이 물린 채로 잡혀 가고 있다. 과부에게는 가족이나 다름 없는 챈티클리어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아까도 말했지만 스토리를 떠나서 그림만 보고 있어도 충분히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책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고 절대 스토리가 허접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하진 못했겠지. 과부의 말대로 " 남이 아첨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는 교훈적인 내용도 담겨 있으니 내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이야기인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과 비교하며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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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0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림 정말 멋지죠~ 흑백 그림이에 몇 가지 색만 추가해서 더 빛나 보이는 거 같아요.^^
님 서재에 저의 댓글이 좀 뜸했지요~ 종종 들러서 글을 읽고 댓글을 안 남겼을 뿐이랍니다.
새해에도 활발한 활동 기대합니다~ 2012년말에는 서재의 달인 메달을 받으셔야죠!!

수퍼남매맘 2012-01-03 15:59   좋아요 0 | URL
예, 바바라 쿠니 작품 엄청 좋아해요. 그림을 무진장 잘 그린다고 생각해요. 님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셨다면서요? 제 서재는 가끔만 흔적 남기셔도 됩니다. 건강부터 챙기셔야죠. 서재의 달인은 100위 까지 뽑으면 욕심 내 볼만한데 50위 까지는 엄두가 안 나네요.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아서요.
 
커다란 순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7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헬린 옥슨버리 그림,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구판절판


울 학교는 1학기와 2학기로 나뉘어 2학년, 1학년이 교복특 학교 프로그램 일환으로 전문 연극 강사로부터 연극 수업을 한학기 내내 받았다. 이번 2학기는 1학년 차례라서 2학기 내내 일주일에 한 시간씩 다목적실(강당)에서 연극 수업을 하였다. 마지막은 <커다란 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거였다. 아이들을 4조로 나뉘어 한 조당 7명씩 각각의 역할이 주어졌다. 매번 연극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참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였다. 마지막, 무대에 오를 때는 대사를 외우고 동작도 표현했는데 정말 그동안 많이 컸다는 것을 느꼈다.

그 때 아이들이 했던 연극이 바로 러시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였다. 이걸 톨스토이가 다시 쓰고, 헬렌 옥슨버리가 그림을 그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이들이 했던 연극을 떠올리면서 읽으니 새삼 더 감동이 남다르다.

농부 할아버지는 순무 씨를 뿌리며 달콤하고 단단하게 자라라고 소원을 빈다. 그게 모든 농부의 마음이 아닐까! 자신이 뿌린 씨가 좋은 열매를 맺는 거 .

순무는 그렇지만 너무 크게 자라버려 할아버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뽑을 수가 없었다.

"순무"와 "무"의 차이점이 궁금해서 이미지 검색을 해 보니 순무는 우리가 보통 아는 무와는 색깔도 연보라색이 나고, 작고 더 동글동글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순무가 이렇게 크게 자랐으니 보통 일이 아닌 거지.

할아버지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할머니를 부르러 왔다.

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부르러 가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부르러 온 사람은 작게, 대상은 아주 크게 그리고 있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말도 안되게 쥐를 고양이보다 더 크게 그리고 있는데 아마 이건 그만큼 그들의 도움이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리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 영차 영차 " 해보지만 순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에 할머니는 손녀를 부르러 온다. 이 장면 역시 손녀를 과장되게 크게 그리고 있다.

손녀는 개를 부르러 오고,

개는 고양이를 부르러 오고,

고양이는 쥐를 부르러 온다.
그리하여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개, 고양이, 쥐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힘을 합하여 순무와 한판 승부를 하게 된다.

아이들은 연극을 하면서 이렇게 반복되는 것을 참 즐거워하였다.
특히 모두 모여서 " 영차 영차 영차!!!" 하는 부분에서는 1학년 아이들답게 얼마나 깔깔대던지....

과연 누가 이겼을까? 할아버지는 커다란 순무를 땅에서 뽑아 냈을까?

나처럼 순무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옥슨버리의 그리을 참고하시길....


1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우리 나라 옛이야기인 커다란 무가 나온다. 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커다란 무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걸 원님에게 갖다 바친 상으로 송아지를 얻어 오는 이야기이다. 그 소문을 들은 욕심 많은 농부가 똑같이 하지만 오히려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 이야기가 교과서에 나오는데 그 이야기도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순무, 무라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러시아와 우리 나라의 이야기를 비교하며 읽어 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울 법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했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과 연극으로 해 보면 평생 기억에 남을 이야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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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7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서애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12월
구판절판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이다.
그녀의 그림책은 보고만 있어도 피톤 치드가 방출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 가지 주의점은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상당히 글밥이 많다는 것.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 주더라도 한참이 걸린다는 점 명심하시길...

그럼 오늘의 주인공 마이크 멀리건 아저씨와 증기 삽차 메리 앤을 소개할게.
위풍당당한 이 모습!!!


둘이 해 낸 일이야. 운하를 파는 일을 해냈지.

눈부시게 파란 색을 보는 순간 내 마음도 벌써 배를 타고 운하를 통과하는 듯하다.
이 책에서 가장 색감이 빼어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어쩜 저렇게 멋진 파란 색이 나올까!
그녀만의 개성이 넘치는 그림스타일. <작은 집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어 그림만 봐도 그녀의 작품인 걸 알아보게 만드는 그녀만의 스타일이 있다.

잘 나가던 마이크와 메리 앤에게도 위기가 닥쳐온다.
다름 아니라 새 가솔린 삽차가 나타나고, 새 전기 삽차가, 새 디젤 삽차가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삽차들의 출현은 증기 삽차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여기가 바로 그녀는 그림풍만 아니라 그림책의 주제 또한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산업화, 도시화 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뒤쳐지고, 폐기되고, 소외되는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이 그림책에서 고스란히 느껴져 난 그녀가 좋다. 그녀의 작품이 좋다.

마이크와 메리 앤도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다.

증기 삽차들은 그렇게 새 삽차들에 밀려서 이렇게 폐기처분되고 만다.
산업화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문명화되면 편리해지는 것이 있는 반면 분명 부작용도 있는 법이다. 그걸 어떻게 최소화시키고 조화롭게 하느냐가 관건이 되겠지. 거기에 바로 철학이 필요한 것이겠구.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크 아저씨는 신문 광고에서 포퍼빌 시청을 짓는다는 광고를 보게 되고 그 기초 공사를 자신과 메리 앤이 하기로 결심한다.

마이크와 메리 앤은 산 넘고 물 건너 아주 작은 도시 포퍼빌 시로 향한다. 자신들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그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마이크 아저씨는 포퍼빌 사람들에게 자신과 메리 앤이 하루 만에 시청 짓는 기초공사를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리고 하루 안에 공사를 못 마치면 품삯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하고 만다. 이제는 녹슨 유물이 되어 버린 메리 앤과 약간 허풍이 느껴지는 마이크 아저씨가 과연 하루 안에 기초 공사를 끝마칠 수 있을까!

<생명의 역사>를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그림책도 이렇게 글밥이 많다.
하지만 염려 마시라. 엄마의 목이 조금 아플 뿐 아이들은 엄청 좋아한다.

따뜻한 그림풍만큼이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그림책 작가 버지니아 리 버튼. 그녀의 그림책은 보기만 해도 마음의 위안을 주곤 한다.

잠깐, 삽차의 구조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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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 스웨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8
울프 닐슨 지음, 임정희 옮김, 에바 에릭손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구판절판


한 해가 가는 게 아쉬웠나 보다. 이 새벽에 잠에서 깨다니.......

어제 김근태 님이 돌아가셨다. 민주화 운동 때 그를 고문했던 형사는 목사가 되어 교인들에게 " 한 점의 부끄럼도 없고, 오히려 그 때 더 많은 간첩을 잡지 못한 게 아쉽다." 며 간증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자신의 고문 때문에 한 명은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며 생을 마감하는데 자신은 한 점 부끄럼이 없다니....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없는 세상이다.

어린이책에 장례식이라니? 좀 그렇다 싶지만 이 그림책은 죽음에 대해 쉽고, 밝게 접근하고 있다. 어느 날 무료해진 에스테르와 나는 에스테르가 발견한 죽은 벌 하나를 통햬 색다른 놀이를 하게 된다. 바로 장례식 놀이이다.

씩씩한 에스테르는 삽을 들고, 시를 좀 쓸 줄 아는 나는 연필과 종이를 들고 벌을 묻어줄 곳을 찾아 간다. 벌이라서 별 다른 공간이 필요할 것 같진 않지만 제대로 장레식 놀이를 하려면 장지를 찾아 나서야지.

그렇게 둘은 벌의 장례식을 치러 주고, 시도 읊어 준다.

" 손 안의 어린 생명이
갑자기 사라졌네.
땅속 깊은 곳으로."

동생까지 합류하여 셋이서 또 다른 동물들의 시체를 찾기 시작한다. 호기심 많은 동생 푸테는 자신도 죽느냐며 묻고, 인간도 언젠가는 다 죽는다고 쿨하게 대답해 준다.


숲 속에서 쥐 시체를 발견한 아이들은 셋이서 함께 나무 십자가도 만들어 제대로 된 무덤을 만들어 준다. 물론 쥐를 위한 시도 잊지 않고.....

아이들은 본격적인 장례회사를 차리기로 하고, 그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마련한다. 역시 창의적인 아이들이다.

푸테가 가진 상자 속의 준비물들을 살펴보시랴. 기가 막히다.

난 언제 어떤 식의 죽음을 처음 마주하였던가! 기억을 찾아가 본다.

대학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을 처음 목격하였다. 임종하시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염하는 것을 비롯하여 모든 장례 절차를 다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처음으로 죽음을 내 목전에서 마주하였다. 그전까지 실체로 다가오지 않고 추상적으로만 생각되던 죽음을 실감한 첫번째 죽음이었다. 대학 때부터 함께 살았던 외할머니라서 돌아가시면 눈물이 안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7호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왜 그리 하염없이 눈물이 나던지.... 잘해 드리지 못한 점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죽음 이란 게 이렇게 남는 자에게 한없이 후회를 안겨다 주는 거구나! 그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진리이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려야 하는데...매번 또 까먹는다.

아이들은 친구의 햄스터를 고이 묻어주고 그 댓가로 돈을 받기도 한다. 이 점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하였지만 어차피 재미와 놀이로 시작한 것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이들은 작은 벌 하나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수 많은 동물들의 죽음을 마무리 해주고, 더 큰 동물들에 욕심을 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 장례식 놀이가 언제까지 계속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어른들이 하지 마라고 하면 더 하니까 자신들이 스스로 질릴 때까지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좋을 듯하다.

죽음을 마주 대한다는 것. 두려운 일이다. 누구도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다.
연달아 북한의 김정일, 김근태 님의 죽음을 보면서 우린 무한의 권력자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음을 다시 깨닫게 되고, 좋은 사람들은 왜 이리 빨리 하늘 나라로 가나 허망해지기도 하다. 김근태 님은 예전에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후보에 나오셔서 선거 유세 다니실 때 뵌 기억이 난다.영정 사진이 너무 잘 나와 눈이 부셨다. 그런데 빈소까지 찾아가 난리 치는 사람은 도대체 뭐냐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하늘에서는 고통 받지 않으시길.

인간은 그가 떠나고 난 뒤 뒤에 남은 사람들이 그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느냐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라고 흔히들 말한다.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나마 인생을 잘 살아온 방증일 게다. 세밑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만들어 준 동물들의 무덤이다. 그나마 이 동물들은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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