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번 이상의 말을 하고 산다.
특히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면서, 생활 지도를 하면서 수많은 말을 한다.
교사의 말 중에 혹시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지혜롭지 못한 말, 아이의 행동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하는 말들은 없을까?
혹시 교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하는 말들이 사실은 적절하지 않은 말들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그런 고민들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의외로 교사들이 사용하는 말 중에서 지헤롭지 못한 말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사는 자신의 말이 아이를 변화시키고 시기적절하고 옳다고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그 말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특별히 뭔가를 다른 친구들보다 월등히 잘하는 아이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곤 하는데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공개적인 칭찬은 오히려 그 아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동아리 샘 모두 이 부분이 가장 충격이었다고 한다.
교사들이 흔히 쓰는 이 말이 잘못되었다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봤다.
상사가 다른 직원들이 다 있는 데서 나를 공개적으로 칭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물론 기분이 좋고 우쭐할 수도 있겠으나 보통의 경우 부담감이 엄습할 것 같다는 게
쉽게 예상되었다.
교실의 아이들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공개적 칭찬을 받은 아이는 다음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작가는 경고하고 있다.
칭찬은 그 아이만 들을 수 있도록 일대일로 하라고 알려준다.
또 하나
미술 시간 같은 경우
잘 그린 그림을 다른 아이들에게 샘플로 보여주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또한 지혜로운 교사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잘 그린 아이의 그림을 본 다른 아이들은 그 그림과 똑같이 그리려고 하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이 나오지 않게 된단다.
이건 나도 경험해 봐서 잘 알고 있다.
잘하는 아이 것을 보여주면 설명이 쉽게 되기는 하지만 그와 비슷한 아류작들만 나오지 창의적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함부로 잘된 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또 이렇다.
기껏 다 설명을 한 후에 꼭 뒷북을 치는 아이에 관한 대화법이었다.
동아리 샘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반에 꼭 이런 아이가 있다.
전체를 대상으로 차근차근 설명이 다 끝났는데
" 뭐라고요? 잘 모르겠어요." 하는 아이이다.
진짜 이해를 못해서인지 아님 애정 결핍으로 인해 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인지
아님 장애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장애도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을 향해서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말은
"세 명에게 물어 볼래?" 라는 것이다. 물론 표정은 온화하게 목소리도 친절하게 말이다.
교사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필요도 없이 이 말을 하면 그 아이는 자기 주변의 아이들에게 물어보게 될 거라는 것이다.
동아리 샘 반 아이는
그 아이가 하도 물어봐서 주변의 아이들이 너무 지치고 짜증 나서 대답을 안 해 주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그 아이 케이스는 인지적인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청력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의력이 약하거나 교사에게 인정 받고 싶어서 그런 액션을 취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에게는 집중의 필요성을 자각시키고, 주변 아이들에게는 설명할 기회를 줘서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방법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해 보면 완전히 이해되는 것을 아이들도 느낄 것이다.)
그 다음
뭐든지 대충하고 빨리 끝내 버리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지헤로운 말이다.
이 부분도 모두 공감했다.
교실에 꼭 이런 아이들이 2-3명 정도 있다.
무슨 활동을 하든지 간에 성의없이 대충, 얼렁뚱땅, 설렁설렁 하고 다 했다며 제출하는 부류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완성도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교사는 교실에서 빨리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하지 말라는 것과
"서둘러, 빨리 끝내" 이런 말을 가급적 삼가하라는 것이다. 즉 주어진 시간 안에만 하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빨리 끝내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작업을 꼼꼼하게, 밀도 있게, 완성도 있게 하는 것이 가치롭다는 것을
누누히 강조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1회적으로 할 수 있는 학습 활동보다는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학습 활동을 지향해야 아이들의 이런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팁을 준다.
교사의 말로 아이들은 상처를 받기도 용기를 가지기도 한다.
내가 하루에 쏟아내는 말들 중에 과연 지혜로운 말은 얼마를 차지하고 있을까?
이 책을 보면서 반성을 가장 많이 했다.
이 책을 보고나니 말을 하기 전 더 고심이 된다.
내가 지금 적절한, 지혜로운 말을 하고 있나 스스로 점검한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모든 지혜로운 말들을 다 외우고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몇 가지는 지속적으로 써 먹고 있다.
2학기 시작하고 나서 동아리샘들과 이 책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끝났다.
다음 나눌 책은 한글날 기념으로 <초정리 편지>를 선택하였는데 2주 동안 학부모상담이 있어서
각자 끝까지 읽고 3주 후에 만나기로 하였다.
방사능 책 말고는 다른 책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선배님께서도 이 책은 재밌었다고
하는 책이니만큼 어른들도 꼭 읽어보길 강추한다.
동화책이 어른책 못지 않게 탄탄한 구성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 작품이
현재까지 2개인데
그 중의 하나가 <초정리 편지>였다.
나머지 한 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예전에 한 번 읽었는데 다시 읽는데 또 감동이다.
아침독서시간에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 우리반 책 벌레가
자신도 이 책을 읽었다면서-1학년이 이 책을 보다니 이 녀석은 진짜 책 벌레다.-말을 걸어온다.
이 책에 나온 할아버지가 세종대왕이라고 알려 줬다. 나도 다 아는데 말이다.
" 맞아, 선생님도 이 책 제일 좋아해!" 라고 응답을 해줬다.
한글이 민초들에게 퍼져가는 현상을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