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박현주 글.그림 / 이야기꽃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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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온이와 닮은 고양이가 그려진 이 그림책이 정말 궁금하였다.

"나 때문에"라고 말하는 이 고양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면지에는 아주 슬픈 표정을 한 고양이가 주차장에 유기되어 있는 장면이 있다.

고양이 집이 있는 걸로 봐선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임에 틀림 없다.

고양이 맞은 편에 길게 드려진 두 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바로 조금 전까지 고양이와 함께했던 가족들이다.

그림자로 봐선 아이들이다.

한 장을 넘기면

고양이 눈 속 가득 흐느껴우는 두 남매의 모습이 들어있다.

이 남매가 우는 것은 " 나 때문에"란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오빠와 여동생이 아주 슬픈 표정으로 고양이와 고양이 집을 각자 껴안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그림책은 특이하게도 시간이 거꾸로 간다.

즉 고양이가 왜 주차장에 버려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그림책은 처음이다.

추리 소설처럼 왜 고양이가 유기되었는지 역으로 편집되어 있다.

 

고양이는 자신이 집에서 쫓겨난 것이 결국 " 나 때문에"라고 말한다.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아빠, 엄마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꽃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나 때문에"란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도 자신이 겪는 불행에 대해 "나 때문에"라고 쉬이 말하지 못한다.

" 너 때문에"라고 흔히들 말한다.

인간이 속한 어느 사회에서건

시시비비가 생기는 이유가 " 나 때문에"는 없고 오직 " 너 때문에 "만 있기 때문이 아닐까.

" 나 때문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더불어 이 그림책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버려진 유기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해마다 유기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기묘의 평균 주검을 해부해 보면 비닐 봉지만 가득 들어차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이 난다.

길고양이들이 주로 종량제 봉투를 뒤져서 먹곤 하는데

거기에 비닐이 많이 들어 있어서 탈이 나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해에는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지하에 길고양이들이 드나드는 것이 보기 싫고 냄새 난다 하여

아파트 주민들이 문을 봉쇄하여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말라서 죽은 일이 있었다.

그 사건 때문에 동물 애호가들이 분노한 적이 적이 있었다.

나도 뉴스를 접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고양이의 말라비틀어진 시체는 참혹하였다.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길고양이들을 그렇게 가두고 말라 죽게 할 권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몰살시키고 싶을 정도로 길고양이들이 인간에게 큰 해를 끼쳤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인간이 중요한만큼

동물들도 중요한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다시 그림책 이야기로 넘어가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일이다.

인간의 기분에 따라 반려동물의 일생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에서 하루아침에 길고양이가 되어 버린 고양이가 받은 상처도 그렇지만

그림책에 나온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는 어땠을까 싶다.

부모가 " 그 고양이 당장 버려!" 라고 했을 때 거역하지도 못하고

주차장에 고양이를 버리고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아이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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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뜨는 밤에 가부와 메이 이야기 7
기무라 유이치 글,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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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와 메이 마지막 이야기 <보름달 뜨는 밤에>를 드디어 봤다.

펴낸 날을 보니 3월 25일이다. 완전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금요일 오후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오른쪽에 딸, 왼쪽에 아들을 두고 그림책을 읽어줬다.

겉표지를 넘기자 분홍색 면지가 나왔다.


" 얘들아, 혹시 해피엔딩 아닐까? 면지가 분홍색이잖아.!"내가 말했다.

새드 엔딩으로 끝난 6권의 마지막을 알기에

우린 가부와 메이가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며 그림책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첫 장면은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표현기법이 나왔다.

한지로 구겨서 눈사태가 난 장면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었다.

바로 가부였다.

'아! 가부가 살아있었구나!'

하지만 그것은 메이가 매일 꾸는 꿈이었다.


푸른 숲에 혼자 온 메이는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꾼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메이는 자책을 하고

점점 말이 없어지고, 쇠약해진다.

'이러다 메이도 죽는 거 아니야?'란 걱정도 들었다.


점점 기력이 없어져 나무 밑동에 누워 있던 메이에게 숲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남아있었는지

메이는 있는 힘을 다해 번개처럼 빠르게 늑대가 나타났다는 연두 들판으로 달려갔다.


한편 눈사태에서 살아남았다는 늑대는 가부가 맞았다.

하지만 눈사태는 가부로부터 건강과 함께 메이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렸다.

이런 경우 살아있어서 다행인건가! 싶기도 하다.

더 이상 메이의 친구가 아닌 가부는 늑대 본성대로 닥치는 대로 잡아 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맛있는 염소 냄새가 나는 게 아닌가!

자신이 예전에 염소 고기를 아주 좋아했던 기억은 남아 있었다.


그렇게 가부와 메이는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연두 들판으로 달려갔다.

이 장면은 두 쪽 가득 표현되었다.

가부와 메이가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달려오는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면서 압권이었다.

암전 같은 장면이 이어지고  "퍽" 소리만 들린다.

메이가 잡아먹혔나?


이번 7권은 여러 가지 표현 기법들이 나와 있어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더 솔솔하다.

스크래치 기법은 1권부터 쭉 나오는 것이고,

수채화도 나오고,

크레파스와 수채 물감으로 채색한 장면도 나오고,

좀 더 진한 채색(아마도 유화?)도 나오고,

첫 장면처럼 한지를 구겨 표현한 것도 있다.

가부가 먹잇감을 찾아 숲을 헤매는 장면은 흑백으로만 표현되었다.

그림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글자가 아닌 그림을 읽어봤다.

그래도 이해가 되는 것을 보니 그림의 서사 구조가 잘 짜여져 있다고 보겠다.

이 그림책이 생각보다 글밥이 많은 편이라서

그림 위에 글씨가 써져 있는 부분은 좀 아쉽긴 하다.

 

7권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과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메이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꾼다.

메이는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점점 건강도 나빠지게 되고

결국 "폭풍우 치는 밤에 만나지 말았을 걸"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는 것은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힘든 일임을 메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 못해 연인과 이별을 해도 우린 이런 생각의 과정을 겪는다.

행복했던 일들을 추억하기 보다 "차라리 만나지 말 걸"이란 후회를 하곤 한다.

 

죽었다고 생각한 가부가 살아 있음을 알고 만났지만

자신과 함께했던 그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을때

메이는 또 한 번 절망한다.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것이 더 절망적일까!

후자에서 느끼는 절망도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 예를  어떤 영화에서 보았다.

 

캐나다에 사는 어떤 노부부가 있다.

아내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점점 잃어가고 상태가 심해져 요양원에 가게 된다.

얼마 만에 문병을 간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게 된다.

아내는 그 동안 남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요양원에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요양원에 아내를 보낼 때보다 남편은 더 깊게 절망한다.

자신에 대한 추억을 다 잊어버린 아내,

그런 아내가 자신의 첫사랑을 돌봐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치매가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생각했었다.

본인에게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가족에게 있어서 정말 큰 고통을 안겨주는구나 생각했었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가부, 늑대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가부, 한낱 멋잇감으로만 자신을 바라보는 가부를

바라보는 메이의 마음이 더 아프고 절망적일 것이다.

"이별""기억상실"등은 아이들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7권은 상실감과 절망에 대한 메이의 심리 묘사를 통해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곰감하게 도와준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픈 일이구나!

마음이 아프면 몸이 덩달아 아플 수 있구나!

그 존재가 살아 있다는 것이 기쁘지만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가부를 바라보는 게 이렇게 절망적일 수 있구나!

 

가부와 메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한층 더 자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이 그림책의 결말을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얘니메이션은 7권까지의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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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3-3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것 또한 슬픈 결말인 건가요?

수퍼남매맘 2014-03-30 09: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비밀이에요.

꿈꾸는섬 2014-04-0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왔다는 소식에 애들이 보고 싶다고 난리여요. 궁금하지만 조금만 참았다가 구매해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4-04-01 17:23   좋아요 0 | URL
그쵸.
예약 구매하고나서 언제 오나 우리 가족 모두 눈이 빠져라 기다렸답니다.
 
훨훨 간다 옛날옛적에 1
김용철 그림, 권정생 글 / 국민서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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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옛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있는 나날이다.

교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는데

세 번 장난하면 책을 그대로 덮는다고 하였는데도

세 녀셕이 장난을 하여 끝까지 읽어주지 못하였다.

다른 아이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가끔은 이렇게 밀당을 해야

책 읽어줄 때 딴짓하는 게 얼마나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ㅋㅋㅋ

더불어 책 읽어주는 시간의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다.

 

권정생 작가의 글에 김용철 작가의 그림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권정생 작가의 작품 중에 이렇게 유머러스한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김용철 작가의 그림 또한 익살스럽게 잘 표현하였다 싶다.

이런 그림풍 정말 좋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의 켜켜이 있는 주름이나 하나 남은 이빨은

고단했던 노부부의 삶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면서도 정겹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바지춤을 잡아 당기며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는 장면에서

살며시 할아버지의 엉덩이가 보이는 게 얼마나 웃기는지.

 

밭일 하고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에게 이야기 한 자리 해 달라고 하는 할머니가

어떤 측면에서는 배려심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힘들게 일하고 온 할아버지에게 무슨 힘이 남아 있어 이야기를 할까 싶은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게라도 부부가 대화를 하게 하려는 속셈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야기 한 자리도 모르는 할아버지는

다음 날 할머니가 싸 준 무명 한 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장터에 나간다.

이야기 한 자리와 바꾸려고 말이다.

장터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말을 모두 이상하다 생각하여 아무도 무명을 안 사고,

할아버지는 이야기 한 자리 얻지 못하여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간다.

아이들에게 이럴 때 할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물어보니

"슬퍼요, 걱정돼요"란다.

 

어떤 마을 정자 나무 곁을 지나다가

빨간 코 농부 아저씨가 할아버지에게 " 그 무명으로 무얼 할 거냐" 물어본 것을 계기로

빨간 코 농부와 할아버지의 거래가 성립된다.

농부 아저씨는 어리숙해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이야기 한 자리를 해 준답시고

논에 날아온 황새의 몸짓을 흉내 내는데 농부의 꾀를 눈치 채지 못한 할아버지는 이야기인 줄 알고 농부의 말을 따라한다.

농부가 " 훨훨 온다" 하면

할아버지도 "훨훨 온다 "따라하고

" 기웃기웃한다"하면

"기웃기웃한다"따라하고.

 

엊그제 국어과 교과서를 집필하는 등 국어과에 조예가 깊은 교감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강사 말씀이

1-2학년 아이들은 주로 말놀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들을 선택하는 게 좋고, 교과서도 그런 방향에서 집필을 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말놀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싶다.

농부 아저씨의 말을 따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나도 흥얼흥얼 따라외고 있다.

 

과연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좋아할까!

이야기 같지도 아닌 이야기를 무명과 바꾸었다고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듣는 것은 아닐까!

놀라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도 될 듯하다.

 

아이들과 앞면지와 뒷면지를 번갈아 보며 달라진 점을 찾아보기도 하였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달라진 점을 여러 개 찾아내어 칭찬을 듬뿍 해 주었다.

이야기의 겉표지, 면지도 꼼꼼히 보면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지난 번 딸과 우연히 옛이야기에 대해 말하다가

딸이 어릴 때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자주 들려주시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걸 보고 우리 모녀 엄청 웃었다.

외할머니는 마르도 닳도록 오로지 그 이야기만 딸에게 들려줬던 것 같은데-내가 어릴 때도 그 이야기 뿐이었다.-

용케 딸은 그 이야길 기억하고 있었다.

들려주는 이야기의 힘이라고 할까!

 

이야기는 외어서 들려주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지금은 그림책이며 동화책들이 많아서 어른들이 이야기를 줄줄 외어 들려주는 예가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렇게 할아버지처럼 외어서(또는 지어내어)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랫목에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 할머니 이야기 한 자리 들으면

마음까지 따듯해지던 기억이 아스라히 난다.

 

난 창의성이 약해서 외어서 또는 지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능이 없었는데

남편은 그 부분에 있어서 탁월하여 아이들 어릴 때 정말 유치찬란한 이야기들을 지어 내어 들려주곤 하였다.

내가 듣기엔 정말 어이없고 허무맹랑한데도 아이들은 아빠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림책을 읽어주면 내 시선이 아이들보다 책에 고정되기 쉬운데

외어 들려주면 아이들과 마주할 수 있어서 더 좋다.

 

나도 그런 경험이 전에는 몇 번 있었다. 학교 아이들과 말이다.

그때는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다.

하여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아이들에게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다.

열심히 외어서 들려주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었다.

내가 생갹해도 썩 잘하지 못했는데도 아이들은 정말 집중하여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우린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서로 마주본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오늘부터 이야기 한 자리 지어내볼까!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들려 줄 으시시한 이야기 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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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율맘 2014-03-2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 작가님!
예담이가 어제 숙제를 하면서 "엄마 권정생할아버지가 누군지알어?"
이래서 첨에는 못알아들어서 뭐라고? 되물으니깐
"권정생할아버지, 강아지똥지은할아버지!!" 이러더라구요!
그러면서 "이할아버지는 초가집에서 살았는데 책파는돈으로
어려운사람에게 10억을 기부했데,그리고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책판돈이 통장에 들어와서 아줌마(?)한테 주고갔데
어려운사람도와주라고" 이렇더라구요! 아줌마라했던것 같은데 아닌지
매일 예담이한테 배우고 있는 예담엄마예요^^;;
그리면서 "권정생할아버지가 강아지똥책만 있는게 아니고 "훨훨간다"책도 있어 이렇더라구요.
우리 훨훨간다 책사서 읽어볼까? 이러더라구요^^;; 자극이 팍팍되요 선생님^^~
떠든 아이들때문에 끝까지 보질 못해서 아이들 많이 섭섭했겠네요^^;; 혹시 예담이가 떠든건 아니겠지요?
오늘하루도 화이팅하세요 전 목요일이 젤힘들더라구요^^;;

수퍼남매맘 2014-03-27 12:52   좋아요 0 | URL
아줌마는 아니구요 늘 옆에 계셨던
친구분에게 맡기고 돌아가셔서 재단에서 그 돈을 관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계속 책은 팔리고 인세가 들어오니 이 돈을 운영할 관리자가 필요하였겠죠.
우리가 권정생 작가의 책을 사면 그것 또한 기부가 되는 것이니 많이 사줬으면 좋겠어요.
예담이는 엄청 집중하여 듣는답니다.
오늘 끝까지 다 읽어줬어요.
 
엄마 손에 매달려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25
최정현 글, 대성 그림 / 꿈터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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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방과후에 여러 가지 학원 투어로 고단한 아이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 아이들처럼 바쁜 아이들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나라 아이들은 삶의 여유가 어른만큼, 아니 어른보다 더 없어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들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통계 결과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터이다.

 

주인공 예나는 매일 여섯 시에 일어나 엄마 손에 동동 매달려-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여기 저기 학원에 다닌다.

영어 끝나면 피아노 학원, 피아노 끝나면 미술 학원, 그림 끝나면 수영 학원.

와!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예나이건만 이렇게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한창 놀아야 할 나이인데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예나가 영어, 피아노, 그림, 수영에 재능이 있어서일까?

아니라고 본다.

까놓고 말해 엄마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예나 엄마는 예나를 위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예나를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내 아이가 남들보다 한 발 앞서기 바라는 엄마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내 아이가 최고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욕심 말이다.

하지만 정작 예나의 현재는 이렇게 고달프다.

한 마디로 엄마 손에 매달린 예나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책에서 아쉬운 점은 예나 엄마가 갑자기 회심한 것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점이다.

예나가 학원 투어에 그렇게 파김치가 되어가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던 엄마가

휑해진 두 눈으로 " 오늘 집에서 엄마와 놀면 안 돼?" 라는 예나의 간절한 한 마디에

따뜻한 엄마로 돌아와 예나와 놀아주는 설정은 내가 보기에 너무 억지스럽다.

그렇게 아이의 말 한 마디로 돌아올 엄마였다면

애초부터 학원을 네 개씩이나 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어떤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그림책을 썼는지는 이해하나

보는 사람, 특히 엄마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려면 좀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난 그림책은 첫째 번 독자가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들이 이 그림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고, 예나의 마음에 공감하고, 아이들을 놀게 놔두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좀더 갈등이 극대화되고, 갈등 해결도 뭔가 더 극적이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현재 행복한 아이가 미래도 행복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오지도 않는 미래 때문에 현재를 저당잡히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신의 선물>이다.

이 드라마는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기 전, 엄마는 겉으로는 진보적인 엄마였지만 그녀 역시 남들과 똑같은 속물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가슴 아프게 잃어본 엄마는 이제 안다.

무엇이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 말이다.

신의 선물로 주어진 14일, 그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죽음도 불사한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영어, 피아노, 미술, 수영이 중요하다고 하여 아이를 닦달할까!

아닐 것이다.

그냥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서 내 옆에 있는 자체가 감사할 것이다.

부모라면 아이의 존재 자체만으로 온전히 감사하던 때가 있다.

아이 자체가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부모의 욕심이 스멀스멀 자라 아이를 위한답시고,

아이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번 나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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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준맘 2014-03-2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와 가슴으로는 알면서...
온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어미의 욕심때문에~~
아이를 힘들게 한적이 많았던 거 같네요!!
아이들을 통해 제 모습을 돌아볼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선생님의 글로 힘을 얻고, 희망을 얻습니다...꾸벅...

수퍼남매맘 2014-03-26 12:54   좋아요 0 | URL
저도 매일 갈등하고, 흔들리고 내가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게 맞나 되돌아보곤 합니다.
흔들릴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이런 책들이 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곤 해요.
두 아이 모두 예나처럼 학원 다니느라 파김치가 되게 하지는 않아
그 점은 엄마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고백할 때는 내가 잘 버티었구나 싶어요.

2014-03-26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6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돼지 이야기
유리 글.그림 / 이야기꽃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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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으로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오늘 아침독서시간에 이 책을 봤다.

이 책을 먼저 봤더라면 내가 삼겹살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책은 지난 2011년에 전국적으로 돌았던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된 돼지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당시 우리 나라에는 1000만 마리 정도의 돼지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구제역이 돌자 331만 마리 이상의 돼지들이 구덩이에 버려진 채 살처분되었다.

법에는 가축들을 산 채로 묻지 않고 고통을 극소화시켜 도살 후에 묻게 되어 있었지만

그건 그냥 법일 뿐 그 당시 돼지들을 비롯한 많은 가축들이 산 채로 매장당했다고 한다.

 

겉표지에 보면 눈 오는 날 돼지가 처음 본 눈을 보며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맛보는 장면이다.

이 외출이 마지막 외출이 될 지도 모르고 마냥 행복해 하는 돼지의 표정이 더욱 슬프다.

 

그림책을 보기 전에는 돼지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줄 몰랐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 닭의 고단한 인생을 알게 된 것처럼

이 그림책을 통해 돼지들의 슬픈 인생을 알게 되었다. 

돼지들도  닭 못지 않게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번식 전용 돼지들은 콘크리이트 바닥인 사육장에 갇힌 채, 자신의 꼬리 조차 보지 못하는 아주 좁은 곳에서

먹고, 자고, 싸다가 인공 수정을 받고, 분만할 시기가 되면

분만틀에 옮겨진다고 한다.

분만틀은 말 그대로 분만을 위한 것으로 돼지 한 마리가 딱 들어갈 만큼이다.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들을 분만하고나서 젖도 줄 수 없을 만큼 좁고,

어미 돼지는 분만을 하고나서 새끼 돼지를 안아 주지도, 핥아 주지도 못한 채 생이별을 한다.

 

갓 태어난 돼지들은 이빨과 꼬리가 잘린 채, 또 다시 좁은 사육장에 갇혀 평생을 지내게 된다.

번식용돼지로 뽑히지 못하면 그렇게 6개월을 기른 후

도살장에 가게 되고 우리 인간은 그렇게 사육되고 도살된 돼지 고기들을 먹는 것이다.

내가 먹는 삽겹살이 바로 이렇게 자란 돼지들로부터 나온 것이었다니....

전혀 행복하지 않았던 돼지들의 인생이었을진대 그들로부터 나온 고기가 과연 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스트레스를 받았을 법한 돼지들로부터 나온 고기들이 과연 온전할까 싶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여러 가지 질병에 쉽게 노출된단다.

하여 돼지들은 예방 주사를 맞거나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염성이 엄청 강한 구제역은 살처분해야 하는데

2011년, 사육장에만 갇혀지내던 돼지들은 생전 처음으로 눈을 맞으며 밖으로 나온다.

"어라 이게 웬일이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몽둥이와 전기 막대가 그들을 커다란 구덩이로 밀어 넣는다.

그림은 구멍 속에 떨어지는 돼지들의 시야가 흙으로 뒤덮여지면서 점점 구멍이 작아지다가

완전히 깜깜해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가 잘리고,

내내 옴짝달싹 못하는 사육장에 갇혀 지내던

돼지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이었다.

 

그렇게 살처분된 지역은 3년 동안 파헤칠 수 없다고 한다.

그 곳에 우뚝 솟아오른 관들은

돼지 사체가 썩으면서 내뿜는 가스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관이라고 한다.

 

양계장에서 나와 마당을 거닐고 암탉이 되어 새끼를 품고 싶었던 잎싹이처럼

돼지들도 자신의 새끼에게 젖을 물리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고, 사랑 담아 핥아 주기도 하고 싶었을 텐데.....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육장 밖을 나와 흰 눈을 맞으며 걸어간 곳이 지옥이었다니....

이 책을 보고나니 왜 채식주의자들이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있겠다 싶다.

이 그림책을 보고나니

인권이 중요한 만큼, 동물들의 권리 또한 지켜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의 식량이 된다는 이유 만으로 우리는 너무 가축들을 학대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반성을 해 본다.

3년 전과 비교하여 지금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불편한 그림책이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가축들,

그런 가축들을 예의를 갖춰 도살하고(고통을 극소화 시켜서)

그렇게 얻어진 고기들이 사람의 양식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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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율맘 2014-03-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해 온 저에게 예담이가 그러더라구요
"엄마, 나5살때 돼지가 병에 걸렸데 그병이 뭐더라?"
"구제역"
"응, 구제역"
병이 돌아서 돼지들이 땅에많이 묻혔다면서 불쌍하다며 막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죠 선생님이 또 무슨책을 읽어줬구나 하구요.
정말 책읽어주는 선생님 너무 감사하고 너무 좋아요^^;;;
선생님블로그에 들어오면 어떤책을 읽고 나에게 이런말을 해주나 이해도 가고 정말 좋은것 같아요
또 어떤책을 보고 나에게 전달하나 궁금증이 생기고 학교와 가정간에 책을 읽고 대화하며 다른책에 대해도
궁금해하는 요즘 예담이네 일상은 참 좋답니다.^^;;;

수퍼남매맘 2014-03-26 12:53   좋아요 0 | URL
예담이가 집중력이 참 좋네요.
어려운 이야기여서 그림책을 다 읽어주진 않고 소개만 살짝 해 주는 형식으로
이야기처럼 말해 줬는데
정확한 단어를 알고 있다니...
이럴 때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