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할머니는 100살 - 촌수와 호칭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7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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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생신을 맞는 왕할머니라?

나에게는 95세를 사셨던 외할머니가 계셨고

수퍼남매에게는 95세를 지내고 하늘나라에 가신 왕할아버지가 계셨다.

이 그림책에 나온 왕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두 분 다 장수를 하신 셈이다.

내 외할머니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왕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 아프시지 않고 정정하시다가 조금 앓고 돌아가셨다.

평균 수명 100세가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수명 연장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의 왕할머니처럼 정정하게 팔다리 움직이시고, 소일도 하시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은 분명 복 받은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골골하면서 또는 치매에 걸려 오래 사는 것은

본인에게도 자손들에게도 힘든 일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병장수하는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왕할머니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왕할머니는 대가족이다.

증손자는 자신을 쏙 빼닮아서 알록달록 장신구를 좋아하고

두 명은 마음이 잘 통한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넘쳐 나지만,

돈이 있는 집에서는 한숨 소리만 새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 사는 비결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사는 게 아닐까!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하하호호 웃다 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없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수퍼남매 왕할아버지께서도 우리 둘째 때문에 더 오래 사신 거라고

시부모님이 말씀하시곤 한다.

어른들끼리 모여 살 때는 웃을 일이 없다가

우리 아들이 시댁에서 같이 사니

왕할아버지가 그 녀석 재롱 때문에 허허허 웃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다른 친척들은 왕할아버지가 어려워서 못 하는 일을

이 녀석은 거리낌없이 하고 왕할아버지는 그게 마냥 귀여워서 껄껄껄 웃으셨단다.

" 누가 나이 많은 사람을 야만큼 좋아해 주겄노?" 라고 자주 말씀하셨단다.

나도 요즘 고양이 온이 때문에 자주 웃는 걸 보니 그게 장수의 비결인 듯하다.

부모님께 손주를 자주 보여 드려 웃게 만드는 게 효도인 셈이다.

 

 

둘째 일을 하는 것이다.

왕할머니는 꽃밭을 가꾸시는 등 그 연세에도 몸을 움직이신다.

이게 장수의 비결이다.

우리 외할머니, 왕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계속 몸을 움직이셨다. 

장수하는 사람들을 취재한 것을 보면 하나같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무병장수하는 방법인 듯하다.

그리고 소식하는 것까지 덧붙이도록 하자.

 

 

셋째 이건 다른 책에서 읽은 것을 남편이 알려준건데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한다.

평소에 잘 웃고, 잘 우는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산다는 뜻이란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잘 울고, 남편은 개그를 보면서 아이처럼 잘 웃는다.

가끔은 남편이 너무 크게 웃어서 핀잔을 주곤 했는데 이젠 잔소리를 그만 해야겠다.

앞으로는 나도 개그 프로를 보면서 박장대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무엇보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마음이 평안한 것이 아닐까 한다.

모든 병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다고 한다.

상황이 달라질 수 없다면 그걸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태도를 바꿔 보는 게 날 위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전에 연수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어떤 일본의 존경 받는 여자 ceo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난 내가 처한 환경 때문에 좌절한 게 아니라 그 환경 덕분에 더 열심히 살아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고 말이다.

그 여자 회장님은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을 탓하며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불우한 환경 덕분에 자신이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였단다.

이런 마음의 자세가 무병장수의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왕창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덕분에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즉 내 관점을 바꾸면 달라져 보일 것이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환경이 있나!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나!

그 환경과 그 사람 덕분에 내가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마음이 평안해질 것이다.

 

그림책의 왕할머니처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100세 생일을 맞이하려면

지금부터 내 맘을 평안히 다스리고, 소식하며, 즐겁게 일 하고, 잘 울고 잘 웃도록 노력해 보자.

무병장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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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 갖바치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8
윤아해 지음 / 사파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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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만큼이나 정말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다.

솜사탕 같은 눈이 펄펄 나리는 날,

가마를 타고 외가를 향해 가던 아가씨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추운 겨울에 얇은 옷 하나 걸치고 맨발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거지 소년이었다.

 

아가씨는 그 거지 소년을 보자 가마를 세우라 하고

소년을 향해 걸어간다.

절뚝절뚝.

그렇다. 아가씨의 몸도 추위에 떨고 있는 소년만큼 불편하였다.

작가는 아가씨가 다리를 저는 장애우임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데  진짜 절묘하다.

처음 그림책을 봤을 때는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갔었다.

다시 읽으니

작가가 그린 세밀한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눈에 난 아가씨의 발자국이다.

불편한 오른 발은 눈밭에 질질 끌려 하나의 선으로 표현하고,

멀쩡한 왼발은 또각또각 발자국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 뭐라 할 말이 없다.

작가란 그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한 장 한 장에 이런 세밀함과 정교함을 담아내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에 깊이 감동했다.

그것 뿐 아니라 거지 소년이 갖바치가 되기 위해

갖바치 할아버지를 찾아가는데 갖바치 할아버지의 수염, 눈썹 한 올 한 올도 점말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책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림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지식그림책은 다소 그림이 투박한 편이었는데

이 그림책은 꽃신을 만드는 갖바치에 대해 알려주는 지식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림이 정교하고 한국화처럼 빼어나게 아름답다.

 

이 그림책에 열광하는 둘째 이유는 내용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는 눈처럼 포근하다는 점이다.

아가씨로부터 꽃신을 전해 받은 거지 소년은

갖바치가 될 것을 각오하고

오랜 수련 끝에 갖바치가 된다.

마음을 헤아려서 가장 편안한 신발을 만드는 그런 갖바치 말이다.

아가씨와 거지 소년 디딤이가 십 년 후에 해후하는 장면은

첫사랑과 재회하는 것처럼 설레기까지 하다.

다리를 저는 아가씨를 위해

오른 쪽 신발에 굽까지 넣는 디딤이의 세심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 사람의 걸음걸이만 봐도 어떤 신발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디딤이의 예리한 직관력은

아마 사람들 마음을 잘 헤아리려고 노력한 댓가가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려고 노력하다보니 그 사람의 사연이 눈에 보였을 게다.

마음을 헤아려서 그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신발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디딤이의 포부야말로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싶다.

내 이웃들, 내 직장 동료들, 내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편안케 해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 될 듯하다.

 

자신의 다리가 불편한데도 거지 소년을 돌아봤던 아가씨의 그 긍휼한 마음이

디딤이에게 전염되고 디딤이를 변화시켰듯이

디딤이의 신발을 신은 사람들 또한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 마음이 전염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한 사람이 남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하고

지금, 나부터 시작해 보자.

 

연말연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거지 소년에게 자신이 신던 신발을 내어주는 아가씨의 마음으로

주변에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없는지 둘러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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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06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살펴볼 책이네요. 남은 예산 조금 더 들여서 책을 사야 하는데, 이 책을 제일 먼저 사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3-12-06 07:48   좋아요 0 | URL
진짜 그림이 아름답고 내용도 감동적이라 강추합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에게 생소한 <갖바치>란 직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어요.
 
꼭두랑 놀자
김영 지음, 명수정 그림, 구본창 사진 / 청년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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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문화에 대해서 배우고 있어서 이 책을 골라 읽었다.

꼭두는 어린이들에게 아주 낯선 존재일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꼭두가 우리 조상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깨닫게 될 것 같다.

 

꼭두란 한마디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천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이승을 떠나는 자의 상여에 매달아 그가 저승으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수호 천사 말이다.

우리 나라의 꼭두는 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꼭두의 모양도 가지각색.

하는 일도 천차만별이다.

지금은 장의차가 상여를 대신해 주어

어린이들이 상여를 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러니 꼭두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겠다 싶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 내지는 " 저 세상으로 가셨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 세상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암시하는 말들이라고 한다.

그 두 세상의 연결고리가 바로 꼭두라는 것이다.

조상들은 저승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승에서 허랑방탕하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들을 자연스레 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승의 삶보다 저승의 삶이 더 길지도 모르는데(어쩌면 무한할지도)

이승에서 잘못 살았다가 저승에서 고생을 면치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리면 이승에서 죄 짓지 말고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승이 마지막일 것처럼 전후좌우 돌아보지 않고 파렴치하게 사는 이들이 있지만

내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세의 삶을 좀 더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굳이 아이들에게 죽음을 말해야 하나 싶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한 번은 죽게 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이런 그림책이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꼭두 이야기를 읽으니 어제보다 오늘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2월하고도 4일이 지나갔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나를 사랑하며 남을 사랑하는 나날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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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옷을 입은 집 - 단청 이야기 우리 문화 그림책 2
조은수 지음, 유문조 그림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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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통합 교과서 <우리나라>에 우리의 전통 문화들이 나온다.

단청을 직접 색칠해 보는 체험도 들어 있는데

색칠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주면 아주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대강의 줄거리를 말해 주면서 그림을 한 장 한 장 보여줬다.

어떻게 하여 단청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림책은 아주 재미 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멋진 그림을 선물해 준다.

 

어머니를 찾아 산속을 헤매던 한 소년이

외딴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된다.

홀연히 나타난  어떤 도사가

" 내 집이 무너지고 있으니 네가 그림을 그려서 집을 지켜주면 네 어머니를 만나게 해 주마"라는 약조를 한다.

이에 소년은

여러 모로 집을 튼실히 해 보지만 별 효과가 없던 터에

집 벽에 멋진 소나무 한 그루를 그리게 된다.

소년은 그림 재능이 뛰어났나 보다.

신기하게도 그림 소나무는 진짜 소나무가 되어 무럭무럭 자라고 이 소나무에

희한한 생김새를 한 두 마리의 새가 날아온다. 또

구름이 몰려 들어 비를 뿌려 연못이 생기는 등

온갖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림책은 이 신기한 장면들을 수묵채색화로 아주 멋지게 표현해 주고 있다.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소년은 자신이 보았던

연꽃, 봉황, 구름, 연못, 용 등을

집 벽에 그리기 시작한다.

집이 그림 옷을 입게 된 셈이다.

소년이 기와에 그렸던 것이 바로

우리가 공부하고 색칠해야 할 단청이었다.

연꽃 문양도 있고, 나비 문양도 있었다.

이 그림책을 보여주고 나서

단청을 색칠하니 훨씬 효과가 높았다.

다 완성하고나서 교실 게시판에 전시를 하니 아이들이 몰려가서 구경을 하였다.

 

이제 우리 반 아이들이 절에 가면

단청이 눈에 들어 올 거라고 믿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단청에 대해 배우지 않았을 때는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이제 그림책으로 보고, 직접 색칠까지 해 봤으니

단청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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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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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카이아" 라는 생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솔직히 이 그림책을 만나기 전에는 이 생물의 존재조차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만희네 집>과 <꽃 할머니>,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등의 우수한 그림책을 여러 권 집필하신 권 작가님이 이번에 새로운 그림책을 쓰셨다길래 무조건 읽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 그림책을 추천하고 읽게 되었는데 정말 대작을 만났다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습니다.

 

   먼저 " 피카이아"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드리죠. 피카이아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동물로 생김새는 약간 민달팽이처럼 생겼는데 척추의 근원이 된 척삭이 있는 5cm 정도 되는 작은 생명체예요.  그 당시, 지구에 폭발적으로 여러 종의 동물이 생겨났는데 그들에 비하면 피카이아는 아주 힘 없고 존재감 없는 동물이었죠. 그런데 그 시기, 다른 강자들이 한꺼번에 멸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카이아는 살아남아 인간의 조상이 되었다고 해요. 참 신기하죠? 다른 강자들은 모조리 멸종당했는데 이 여리고 여린 피카이아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전 그래서 이 책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지금도 피카이아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서 씌여진 거예요. 힘 없고, 연약하고, 언제 어디서 강자에게 잡아 먹힐지 모를 만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 그런 우리 같은 존재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 탄생했다는 거예요.

 

 

 

   이 책에는 "키스"라는 아주 멋지게 생긴 개와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상처 받은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등장합니다. 권 작가님이 순천에 있는 기적의 도서관에서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보시고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내셨다고 합니다. 개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이 참 신선했어요. 상처 받은 영혼들은 아마 사람을 믿지 못할 거예요. 특히 윤이 같은 아이는 더욱 그러하겠죠.  사람을 향해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아이들이 개나 고양이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거죠. 도서관에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우리 집 근처의 도서관에 키스처럼 잘 생긴 개가  있고,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준다면 도서관 나들이가 정말 즐거워질 것 같아요. 상처 받은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키스라는 개에게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개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 하고, 아주 오랜 전 그 옛날" 피카이아"가 그랬던 것처럼 힘든 오늘을 살아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살아남는 것 즉 존재 자체야말로 가치있는 게 아닐까요?

 

 

 

 

 

1. 인간과 바퀴 벌레

   자! 여섯 명의 어린이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전 상민이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상민이야말로 피카이아거든요.  상민이가 궁금해하고, 상민이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구구절절 옳기 때문에 머리가 끄덕여졌어요. 상민이가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 오히려 월급도 더 많이 받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는데 세상은 그 반대인 것을 알아버린 상민이의 마음은 얼마나 헛헛할까요!

 

 

 

 

   이 장면은 반지하에 사는 상민이가 방에 고양이와 단둘이 남아서 밥을 지으려고 하는 거예요. 어디선가 바퀴 벌레 한 마리가 나타나 고양이가 바퀴벌레를 잡으려 하는 모습이죠. 마지막 고양이 발에 밟힌 바퀴벌레의 모습에서 세상에 짓밟히는 상민이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짓밟히면서도 바퀴 벌레는 살아남았죠.

 

 

2. 인간은 함께 살아간다.

 

   다음은 미정이의 이야기예요. 미정이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을 경쟁으로만 치닫게 하는 사회의 무정함이 느껴집니다. 이 장면은 조금 섬뜩했습니다. 뜨개질을 하고 싶어 하는 미정이에게 엄마는 소리를 질러 대며 학원을 가라고 다그치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학원 투어에 나서야 하는 미정이의 슬픔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어요. 미정이는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아는데 정작 엄마는 미정이가 좋아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알지 못하네요. 아니 애써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부모가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부모로서 뜨끔해지는 이야기였어요.

 

3.인간은 치유하며 성장한다.

 

 

   윤이의 이야기에 나오는 장면이에요. 윤이는 공중화장실에서 자주 만나는 고등학생 오빠에게 아마도 성폭력을 당한 것 같아요. 그후 다른 사람 앞에 서면 스스로 이렇게 벌레처럼 작아진 듯 느끼게 되죠. 특히 윤이가 좋아하는 혁주 앞에서는 더욱 작아져서 보는 사람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어요.  피카이아 겉표지 그림은 윤이의 모습이었어요. 꽃이 활짝 핀 나무에 기대어 길양이와 마주 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아주 평화로워 보이죠. 지금 이 장면과는 느낌이 아주 상반되죠. 윤이 머리에 얹어진 잘려진 나뭇가지들이 겉표지에 나온 그림처럼 활짝 핀 꽃들이 있는 건강한 나무로 자라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4.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간다.

 

 

 

   채림이의 이야기에서는 정리 해고된 채림이 아버지를 통해 인간은 사회를 이루며 산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해요. 여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유일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있어서 읽을 때 가장 마음이 편했어요. 지난 IMF 때 정말 많은 분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리 해고를 당하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정리 해고와 비정규직 등으로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측과 노측이 상대의 입장이 되어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한다면 다같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1%가  나머지 99%의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죠. 상민이의 말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존경 받고 월급도 많이 받는 세상, 그런 세상은 진짜 오지 않는 걸까요!

 

5. 인간도 동물이고 자연이다.

 

 

 

   강안이의 이야기에서는 몇 년 전 구제역으로 자식처럼 기르던 소, 돼지들을 생매장시켜야 했던 그 엄청난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그림을 가장 불편하게 그릴려고 했다는데 생각보다 착하게 그렸다고 하시네요. 이 장면은 외식을 좋아하는 강안이네 가족이 고깃집에 가서 아빠는 생간을 먹고, 엄마는 생피를 마시는 장면이에요. 보편적으로 누구나 먹는 것 말고  진짜 이상한 것들을 먹는다는 뉴스를 들어 본 적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다이어트가 아니라 환경을 생각해서 채식만 한다고 들었어요. 강안이의 친구인 혁주도 심장이 있는 짐승은 먹지 않는다고 선언을 했대요. 인간들이 육식을 많이 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들어봤을 거예요. 강안이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하게 즐겨 먹는 육식에 대해서도 또 한 번 물음표를 던지게 합니다. 더 나아가 인간도 동물이면서 다른 동물들에게 너무 심한 짓들을 하고 있지는 않나 자문하게 합니다.

 

6. 인간의 먼 조상, 피카이아

 

 

 

   앞서 이야기한 다섯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한결 같이 등장하는 아이가 바로 혁주예요. 정신적인 지주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혁주가 피카이아 화석에 대해 알게 된 후 문제아(?) 친구들에게 알려 준 거예요. 상처를 하나씩 가진 아이들은 자신들보다 더 약해 보이는 피카이아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겠죠. 강해 보이지만 혁주 자신도 피카이아랍니다. 혁주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매일 엄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지만 엄마와 대면하지는 못한 채 꿈에서 깨곤 합니다. 꿈에서라도 한 번 엄마와 눈을 맞추고 손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혁주는 우연히 책에서 피카이아 화석에 대해 알게 되고 어른이 되면 엄마를 찾아가는 대신 피카이아 화석이 발견된 버제스산을 찾아가리라고 결심합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엄마와 함께 한 추억 한 방울도 없는 혁주지만 혁주 또한 살아남은 피카이아임에 틀림 없습니다.

 

   권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힘든 하루하루를 사는 수많은 피카이아들에게 " 살아남는 것"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으며 미래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근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이건 힘든 세상 속에서 나만 정신 무장 똑바로 하고 " 무슨 일이든지 무슨 상황에서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돼" 하는 힐링 멘트들과는 분명 다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정말 힘든 일들을 만날 때가 있을 겁니다. 뉴스를 보니 자살 고민을 해 본 초등학생이 2.2%라고 하네요.  내가 어릴 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떠올려 보니 마냥 즐겁게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기억만 납니다. 하여 자살 고민을 해 봤다는 초등학생들의 대답이 더 안스럽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제 어린 시절과 비교하여 훨씬 더 풍요롭게 사는 아이들인데 지금의 아이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학생들이 살아가기 힘든 우리 나라에서는 이 책이 정말 위로가 될 것입니다.  고생대 캄브리아 때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던 것은 그 시대를 장악했던 센 놈들이 결코 아니라 우리처럼 약하디 약한 피카이아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존재 자체가 소중한 것임을 늘 되뇌였으면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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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09-2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리뷰 너무 잘 보고갑니다.

수퍼남매맘 2013-09-25 14:40   좋아요 0 | URL
아! 파트장심이시죠. 수고 많으세요.

예원&예준맘 2014-04-2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한권이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네요...
리뷰를 생각하며 꼭 한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요즘처럼 뒤숭숭한 이런때에...
오늘은 또 북한이 서해부근에서 사격훈련을 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대피를 했다는 보도가 있네요ㅠㅠ
괜시레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생명은 이렇게도 귀한것인데...
권정생 작가님의 책을 보며 울었습니다.
권정생 할아버지는 다시 환생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요..ㅠㅠ

감사하게도 전쟁이란걸 모르고 살아온 세대인데...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에 산다는게 새삼 감사할 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